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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2화

작가: 유리
주혜민은 찻잔을 내려놓고는 못마땅한 얼굴로 박미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엄마. 제정신이야?”

주혜민은 엄마라고 해서 말을 살갑게 하지는 않았다. 박미선은 이 말을 듣고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박미선이 입을 열기도 전에, 주혜민이 계속 말했다.

“절대 나상준이랑 헤어질 수 없다고. 그동안 오가는 정이 있는데, 그리고 NS 그룹 요 몇 년간 승승장구하는 거 봐. 다른 집안에 나상준이랑 비교 할 대상이 될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물론 외국에도 있다고 하실 수 있지만, 난 외국 남자 싫어! 난 상준이가 좋아.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사람이야.”

“다른 사람을 찾으라고? 말도 안 돼.”

주혜민은 담담하게 이 몇 마디를 하고, 박미선에게 자기 생각을 분명히 밝히고, 나상준 말고는 다른 선택이 없다.

다른 남자는 생각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박미선은 얼굴이 순간 굳어지고 안색이 더욱 청백해졌다.

주혜민의 이 말이 너무 인정사정없다. 박미선을 골치 아프게 하고 초조하게 했다.

그녀는 몸도 원래 좋지 않고, 요 몇 년 동안 정성을 다해 몸조리를 해왔다. 지금 주혜민의 몇 마디에 정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콜록…

박미선이 기침을 하기 시작하자 안색이 점점 나빠졌다.

주혜민은 언짢아 박미선 옆에 와서 앉아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린 후, 가사도우미를 불러왔다.

“우 씨 아주머니. 빨리 약 좀 가져오세요.”

“네, 아가씨.”

가사도우미도 박미선의 기침 소리를 듣고 바로 약과 물을 가지고 왔다.

“주세요.”

“네.”

주혜민은 약과 물을 받아 박미선에게 먹였다.

박미선은 약을 먹고, 마음속의 큰 감정 기복이 조금 진정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기침하고 있었고, 그리 빨리 진정되지 않았다.

주혜민은 박미선 옆에 앉아 계속 등을 두드리며 가슴을 어루만졌다. 박미선의 숨결이 가라앉고 나서야 동작을 멈추고 박미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엄마. 모도 안 좋은데,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 걱정하지 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

박미선의 숨결이 가라앉히고 소파에 몸을 기대 눈을 감고 회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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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의사는 분명히 말했다. 박미선을 화나게 하지 말고, 무슨 큰 일이 생겨도 박미선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다. 일단 환자 위주로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그동안 주영 그룹에 이런 큰 문제가 생기고 한 것이 박미선의 지금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한다.인생을 편한 마음가짐으로 사는 게 어디 쉬운가?다들 속물이라 몹시 어렵다.주혜민은 순간 미간이 찌푸려졌다.“알겠습니다.”주 의사는 더 이상 머물지 않고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당부하고는 자리를 떴다.주혜민은 박미선의 몸 상태를 알고 있다. 완전히 낫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를 억울하게 하고, 박미선을 따르는 것은 못 한다.주혜민은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있는 박미선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 몸도 편찮지 않은 사람을 보고 너무 자주 돌아오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휴대폰을 들고 시간을 보고 가사도우미에게 말했다.“우 씨 아주머니. 잠깐 나와보세요.”박미선은 몸이 좋지 않을 때는 주변에 사람이 지켜있어야 한다. 주혜민의 말을 듣고 가사도우미는 박미선을 한번 보고 주혜민을 따라 나갔다.문을 닫히고, 주혜민은 조금 멀리 가더니, 멈춰 서서 가사도우미에게 말했다.“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아서, 먼저 갈게요. 엄마 좀 유심히 챙겨봐 주세요.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하고요. 엄마가 깨어나서 제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면, 일 보러 갔다고 하세요. 몸조리 잘하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그리고 회사 일은 저랑 아빠가 책임진다고 전해주세요.”가사도우미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가씨.”주혜민은 오래 머물지 않고 바로 떠났다.청주에 주혜민의 집이 따로 있다. 세 살짜리 아기도 아니고, 부모님을 따라 함께 살 수 없다.차에 시동을 걸고, 별장을 떠났다.이미 밤이 깊어 불이 켜져 있는 집은 거의 없었다. 거리에 차들도 보이지 않고, 드문드문 지나가는 차들만 있었다. 온 청주가 깊은 밤에 잠겨 있는 듯했다.주혜민은 운전하면서 머릿속은 요 며칠 일어난 일들로 가득 찼다. 그녀가 회성으로

  • 봄날   제624화

    차우미는 약간 멈칫하다가 휴대폰을 들어봤다.전화가 온 거였다.여가현 세 글자가 띄었다.차우미는 여가현의 이름을 보고 어젯밤에 여가현이 아직 답장하지 않은 것을 떠올렸다.아마 이제 막 일을 끝났을 것이다.차우미는 전화를 받았다.“가현아.”휴대폰을 귓가에 대고 아침을 먹으면서 전화를 받았다.“미안. 어젯밤에 출장 중이었어. 비행기에서 내릴 때 벌써 11시라 메시지 보고 답장을 못 했어.”전화를 받자마자 여가현의 사과가 들려왔다.차우미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나도 너 바쁜 거 알잖아.”“안 급해.”“야. 네가 안 급해도 내가 급해. 맛있는 거 보내온다고 하는데 생각만 해도 설렌다.”여가현은 차우미가 특산품을 보내려고 한다는 메시지를 보고 아주 기뻤다.워낙 먹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에게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기대에 찬 여가현의 말에 차우미는 저절로 웃었다.“주소 좀 줘봐. 어제 다 사서, 오늘 점심에 쉴 때 보내려고.”“알았어!”“지금 보낼게!”여가현은 재빨리 차우미에게 주소를 보냈다.그녀는 워낙 일을 하는 데, 한다면 하는 성격이라 바로 보내줬다.차우미 쪽에서 벌써 여기현이 보내온 메시지를 받았다.차우미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청주에 있는 여가현의 집 주소이다.차우미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받았지? 옛날 주소 그대로야.”“응. 받았어.”“맞다. 보낼 때 운송장 번호도 같이 보내줘. 어디까지 왔는지 계속 확인하게.”여가현의 말은 그냥 들으려니 하면 된다. 먹는 걸 아무리 좋아해도 일만큼도 돈만큼도 아니다.하지만 차우미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 웃으며 대응했다.“그래.”“근데 회성에 있는 일은 다 끝났어? 언제 안평시에 돌아가는데?”“내일? 모래?”“미리 좀 말해줘. 나도 시간 내서 안평시에 돌아가려고.”차우미는 여가현이 안평시에 돌아간다고 하니 멈칫했다.“너도 안평시에 가려고? 왜? 무슨 일이라도 있어?”차우미가 완전히 잊어버린 일이 있다. 여가현은 헛웃음을 웃으며 말했다.“우미야. 동창회 있잖아

  • 봄날   제6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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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626화

    마음이 안정되고 차우미는 회의실로 갔다. 들어가니 다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어제에 이어 회의를 계속했다.요 며칠 일이 잘 풀려가고 있다. 전에 잠시 멈추고 정리를 잘해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어제 오후에 다시 정리했더니 더욱 순조로웠다.한 단계 한 단계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업무에 집중하면서, 시간은 물 흐르는 듯이 흘러갔다. 시간이 벌써 점심에 다가왔다.차우미는 일을 다 마치고 일어나서 하종원에게 말했다.“교수님. 점심에 일이 좀 있어서 식사는 따로 할게요. 가서 점심 드세요.”하종원은 비록 나이대가 있지만, 젊은이들이 자기 시간을 가지고,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차우미도 당연히 자기 시간을 가진다.하종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웃었다.“그래. 가서 일 봐.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하면 돼.”“네.”요 며칠 동안 하성우가 자리를 비고 있었다. 하지만 하성우가 있든 없든 업무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하종원도 더 이상 말하기 귀찮다. 어쨌든 무슨 일이 있으면 차우미보고 직접 연락하라고 하면 된다.차우미는 그들을 따라 엘리베이터로 같이 갔다. 하종원은 직원들이랑 식당으로 가서 식사하고 차우미는 다시 올라가서 방에 돌아갔다.띵.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들어가 휴대폰을 꺼내 택배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먼저 물건을 가져가라고 하고, 나가서 구경할 예정이다.“여보세요.”휴대폰에서 택배기사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차우미가 말했다.“안녕하세요. 어제 사우스 호텔에서 택배 가지러 오라고 한 차우미입니다. 오늘 추가로 좀 더 부치려고 하는데, 지금 시간 괜찮으실까요?”“지금은 제가 밥 먹고 있어서 안 되고, 20분 후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요.”차우미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네. 그럼, 식사 다하시고 오세요. 호텔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어제 있는 방 번호가 아니라 다른 방 번호라서 문자로 알려드릴게요.”“네. 알겠습니다.”차우미는 전화를 끊고 자신의 방 번호를 택배 기사에게 보냈다.

  • 봄날   제627화

    이 말은 마치 차우미가 없어서 괴롭힘을 당한 것처럼 억울하게 들렸다. 그러나 차우미가 듣기에 심나연의 말은 그저 애교를 부리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심나연이 지금 지루해서, 자기한테 전화를 걸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잊은 거. 요 며칠 너무 바쁘고, 또 다른 일이 있어서, 생각할 겨를도 없었어요.”차우미의 진지한 답변에 심나연은 순간 멈칫했다.“아...”차우미는 심나연의 대답에 웃음기가 짙어져 이어 말했다.“그리고 성우 씨도 곁에 있어서, 제가 없어도 괜찮잖아요.”이 한마디가 그야말로 심나연의 가슴을 찔렀다.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곰 인형을 껴안고 그대로 얼었다. 손가락은 쑥스러운지 곰 인형의 귀를 계속 만지작거렸다.“아니에요. 오빠는 매일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항상 곁에 있지는 않아요.”이 말에 차우미는 더욱 확실했다.요 며칠 하성우가 항상 심나연 곁에 있으면서 그녀를 돌보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저기 돌아다닌다고 말하지 않고, 다른 여자를 찾아갔다고 했을 거다.차우미는 얼굴에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밥은 먹었어요?”지금은 점심 식사 시간이었다. 심나연도 점심을 먹어야 했다.차우미의 물음에 심나연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번쩍 일어나 눈에는 빛을 내면서 흥분하며 말했다.“언니. 여기로 오세요!”“와서 같이 먹어요. 운전기사에게 데리러 오라고 할게요!”“네?”차우미는 멍했다. 심나연한테 간다고?심나연이 발을 다치고 나서 아직 그녀를 보러 간 적이 없다. 한번 가봐야 하긴 한다. 이건 방금 심나연이 전화가 올 때 생각해 둔 거다.하지만 오늘 점심은 안 되고 저녁은 괜찮았다.차우미가 말했다.“나연 씨. 저...”“그렇게 알아요!”“집에 혼자 있으니까 심심해 죽겠어요. 언니도 퇴근하셨는데 아직 점심 안 드셨죠? 기사님한테 바로 데리러 오라고 할게요. 점심 같이 먹어요. 기다리세요!”차우미의 말도 끝나기 전에 심나연이 말을 끊었다. 그리고 대답도 듣지 않고 빠르게 전화를 끊었다. 그냥

  • 봄날   제628화

    차우미는 잠시 멈칫하다가 시간을 확인하고 일어섰다.아마 택배기사가 왔을 거다.차우미는 현관에 가서 문을 열자, 택배기사가 눈앞에 서 있었다.택배기사는 차우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차우미 씨.”차우미는 웃으며 말했다.“물건은 안에 있어요. 그래도 어제만큼 많지는 않아요.”차우미가 땅에 일찍이 나누어진 특산물을 가리켰다.택배기사는 대충 훑어보고는 말했다.“네. 어제랑 마찬가지로 무게를 다 재고, 사진이랑 송장 번호를 보내줄게요.”“네.”택배기사는 군말 없이 특산물을 들고 나가기 시작했다.혼자서는 버거워서 차우미도 같이 도와줬다.두 사람은 두 번 오가며 물건을 차에 실었다. 차우미는 시계를 보고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그녀는 먹을 것도 거의 다 먹고, 적어둔 주소대로 거의 다 확인해서, 쇼핑몰에 가도 되겠다.간단하게 정리하고는 가방과 휴대전화를 들고 외출했다.다만, 그녀가 문을 열고 나가려 하자, 문밖에 정장을 입은 말끔한 차림의 40대 중반의 중년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차우미는 멍하니 있다가 나가려는 발을 다시 걷었다.문고리를 아직 잡고 있던 차우미는 생판 모르는 사람을 보며 손가락을 살짝 오므리며 경계했다.그녀는 성격이 얌전하고, 말썽을 잘 일으키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다. 밖에서 혼자 자신을 어떻게 보호할 줄도 안다.지금 문을 열자마자 낯선 남자가 문 앞에 서 있는데, 차우미는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그 중년 남자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누구세요?”중년 남자는 문을 두드리려고 손을 들고 있었다.차우미를 보고 중년 남자도 멍해했지만, 바로 물었다.“차우미 씨 아니신가요?”상대방이 자신의 이름을 똑똑히 말하는 것을 듣고, 차우미는 방금 심나연과의 전화를 되새겼다. 그리고 의아하면서 물었다.“누구...”차우미는 이 남자가 심나연이 말한 운전기사일 것으로 추측했지만, 상대방이 자신의 신원을 명확히 밝히기 전에는 섣불리 자신의 신분을 인정하지 않았다.그녀는 경계심이 강하다.차우미의 경계를

  • 봄날   제629화

    “언니. 괜찮아요. 그냥 오세요. 저랑 같이 식사해요.”차우미가 대답하기도 전에 심나연이 이어 말했다.“참. 언니. 기사님 도착하셨죠?”“보니까 이제 거의 도착했을 것 같아요.”차우미는 심나연의 이토록 빠른 속도의 말을 듣고, 또 이 호텔이 하성우 거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약간 의아해했다.그녀가 생각하지도 못한 거여서 매우 의외였다.지금 생각해 보니 차우미와 나상준이 회성에 도착하자마자, 하성우가 둘을 이 호텔에 배치한 것도 이 때문이었을 거다.이제 다 알겠기에 의문이 풀렸다. 심나연의 말을 들으며 편안함과 웃음기가 가득했다.“도착했어요. 방금 도착했어요.”“그럴 줄 알았어요! 언니, 지금 오세요. 쉐프님보고 요리하라고 시켰어요. 지금 오시면 딱 맞을걸요.”“어서요!”심나연은 또 자기가 한 말을 마치고 전화를 탁 끊었다. 차우미가 거절할 틈을 주지 않았다.차우미는 다시 들려오는 전화 끊기는 소리에 좀 기가 막혔다.하지만 방금 심나연이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본 뒤 운전기사를 보며 말했다.“가시죠.”“네.”방금 심나연의 말이 그녀를 깨닫게 했다. 심나연이 회성 출신이고 회성에 대해 잘 알 것이다.심나연의 성격도 아이 같아서, 아이 물건을 어디서 사는 게 더 좋은지 알고 있을 거다.그래서 가기로 했다.심나연에게 여쭤보는 것이 직접 찾아보는 것보다 시간이 더 절약될 거다.차우미는 차에 올라타 호텔을 떠났다.차에 오른 차우미는 머리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났다.“기사님. 혹시 이 근처에 꽃이나, 과일을 파는 가게가 어디 있는지 아세요?”“네. 압니다.”“그럼, 먼저 그곳으로 데려가 주세요.”심나연을 보러 가는데, 빈손으로 가기에 좀 그렇다.“알겠습니다.”운전기사는 곧 차우미와 함께 꽃집으로 향했다. 그녀는 직접 꽃을 골라, 점원에게 포장하라고 시켰다.돈을 지불하고 꽃 가게에서 나와 또 과일을 사러 갔다. 점원에게 과일 바구니로 포장하도록 했다.이 두 가지를 다 산 후에야 심나연을 찾아갔다.심나연은 회성에서 가장 유

  • 봄날   제6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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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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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 봄날   제954화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 봄날   제953화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 봄날   제952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 봄날   제951화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 봄날   제950화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 봄날   제949화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 봄날   제948화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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