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641 - 챕터 650

1206 챕터

제641화

멀리서 윤아는 별장 문 앞에 낯익은 그림자 몇 개를 발견하였다. 가까이 다가간 후에야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보았다.석훈 씨, 양훈 씨, 그리고 소...영.소영의 가녀린 실루엣을 보면서 그녀는 지난번 경매장에서의 두 사람 모습을 떠올렸다. 그 뒤로 수현 옆에서 그녀를 본 적이 없었는데 여기에 나타나다니.자신의 아이들은 집 안에 있고 여기에 소영이 왔다는 것은...얼굴이 굳어진 채로 별장으로 달려간 윤아는 마침 수현이는 석훈의 멱살을 잡고 바닥에 내던지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석훈은 그녀와 멀지 않은 곳에 내팽개쳐졌다. 석훈이를 부축하려던 소영과 양훈도 가로등 아래에 있는 윤아의 그림자를 발견하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오가고 마침내 모두 윤아에게 쏠렸다. 윤아를 본 소영은 귀신이라도 본 듯 눈이 커졌다. 지난 5년간 수현은 그녀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옆에 다른 여자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소영은 자신이 항상 특별한 여자라고 여겨왔다.소영은 처음에 윤아가 약속을 어기고 갑자기 귀국할까 봐 두려웠었다. 그녀가 돌아오면 자신은 영원히 기회가 없을 게 뻔했다.하지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윤아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제야 소영은 마음이 놓였다. 윤아도 아마 결혼하고 옆에는 다른 남자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5년은 아주 긴 시간이었고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변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윤아를 보면서 소영은 자신이 질 거란걸 확신하였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윤아는 한층 더 여성스러워져 매력을 풍기고 있었으며 소영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왜 여기에 나타난 거지?’‘잠깐만, 그러면 저 안에 있는 애가 윤아의 자식인가? 윤아의 애가 왜 수현 씨 집에 있지?’그녀의 머릿속에서 물음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리고 끝내 모든 게 윤곽을 드러내는 듯했다. 양훈도 사실 속으로 대충 짐작은 했지만 윤아가 나타나자, 거의 백 프로 확신하였다. 바닥에 누워 있던 석훈은 소영이가 일으켜주기를 기다리다 이내 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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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2화

하지만 윤아는 더 이상 그들과 엮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저 빨리 자신의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을 빠져나오고 싶었다.망설임 없이 집 안으로 들어가는 그녀를 보면서 석훈은 소리 질렀다.“수현아, 저 여자가 왜 여기 있어? 너 예전에 이혼한 거 아니야? 안에 있는 애는 또 뭐냐?”석훈은 제 분을 못 이겨 미쳐 날뛰고 있었다.“너 이러고 무슨 낯으로 소영이를 만나?”자신의 이름을 들은 소영은 눈시울을 붉히며 입술을 깨물었다. 석훈은 무표정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수현을 보면서 더욱 화가 치밀었다. 석훈은 소영을 몇 년 동안 계속 좋아하고 있었다. 바람불면 날아갈까 애지중지 옆에서 지켜보던 여신이 이런 대접을 받으니, 그는 견딜 수 없었다. “오늘 우리가 있는 자리에서 너 이거 분명하게 얘기하라고. 아니면 내가 너랑 끝장 볼 거야”말을 마치고 석훈은 수현의 멱살을 잡으려고 다가갔다.수현은 얼굴이 굳은 채 차갑게 대꾸했다.“그만해.”얼음장 같은 목소리에 석훈은 그만 움찔하고 말았다. “알았어. 대신 너 이거 오늘 꼭 해명해야 한다고!”“뭘 해명해? 언제부터 내가 너한테 일일이 보고하고 다녔어?”석훈은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이게 어디 너 혼자 일이야? 소영이 일이기도 하잖아. 걔가 너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너는 다른 여자나 만나고. 소영이 보기 부끄럽지도 않아?”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옆집까지 울려 퍼졌다.윤아는 그들끼리 싸우도록 내버려두고 집안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 순간 그녀는 언제 나왔는지 모를 두 아이를 발견하였다. 아이들은 수현의 뒤쪽에 서서 까치발을 하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윤아는 입이 바싹바싹 말랐다. 좋은 것만 봐도 모자랄 판에 이런 어지러운 장면을 볼 것을 생각하니 그녀는 망설임 없이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빨리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밖에 없었다.‘싸울 테면 싸우라지. 내가 알게 뭐람.’윤아가 지나가려는 순간 석훈은 갑자기 그녀의 어깨를 잡고서 트집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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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3화

멋있게 소영의 편을 들어주려던 석훈은 보기 좋게 수현이한테 제지당하자 화가 났다. 그래서 마침 윤아가 눈에 띄었고 불똥이 그녀에게로 튀었다. 하지만 석훈은 자기 행동이 수현이를 이토록 화나게 할 줄은 몰랐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수현이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손을 놓으려고 했지만, 너무 늦었다. 퍽 소리와 함께 석훈은 바닥으로 떨어져 나갔다. 윤아가 알아채기도 전에 수현은 그녀의 허리를 감아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윤아는 놀라서 수현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그의 향기가 코끝을 감쌌다. ‘어깨를 잡았다고 이렇게 화를 낸 건가?’바닥에 나뒹굴던 석훈도 화가 난 나머지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서 수현에게 주먹을 휘둘렀다.“너 이 자식, 지금 저 여자 때문에 나를 쳐? 진짜 오늘 끝을 보자고!” 수현은 윤아를 등 뒤에 가린 후 한 손으로 가볍게 주먹을 막았다. 석훈은 자기 주먹을 아무렇지 않게 잡은 수현을 놀란 듯 바라보았다.“정신 차려.석현.” “정신 차려야 할 사람은 너야! 너는 소영이한테 미안하지도 않아?”석훈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남은 손도 휘둘렀다. “퍽”주먹이 수현의 턱에 꽂혔다. 놀란 윤아가 그의 얼굴로 손을 뻗으려는 순간 소영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꺅. 석현 씨, 그만해!”소영은 울 듯한 얼굴로 수현의 팔에 매달려 석훈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나 때문에 싸우지들 말고 말로 풀어.”소영이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자신 때문에 싸우지 말라니? 아니 이게 어딜 봐서?”양훈은 어이없어하는 윤아와 한데 엉켜있는 세 사람을 번갈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너희 그거 놓고 말로 하자. 응? 친구들끼리 이게 무슨 꼴이야.”석훈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를 갈며 말했다.“얘가 먼저 손찌검했잖아.”“네가 윤아에게 손대지 않았더라면 수현이도 그러지 않았을 거잖아.”양훈은 맞받아쳤다.“야, 내가 어깨만 잡았잖아, 때리기라도 했냐?”“그래, 때리지는 않았지. 그래도 그렇게 잡으면 아프잖아.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을 그렇게 막 잡아도 돼?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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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4화

양훈은 다가가 석훈을 말렸지만 소용없었다.양훈은 할 수 없이 소영에게 석훈을 좀 말려보라고 눈치를 주었다. 소영이는 내키지 않았지만, 그가 시키는 대로 했다.“석훈 씨, 우선 이거 놓고 얘기해.”그제야 석훈은 그녀의 말대로 천천히 손을 놓았다. 하지만 수현은 석훈의 주먹을 잡은 채 미동도 없이 서있었다.“수현 씨...”소영은 수현을 달래기 시작했다.“수현 씨도 우선 이거 놓고 얘기해.”하지만 수현은 아무 말 없이 석훈을 노려보기만 할 뿐 꿈적하지도 않았다.양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가 일부러 너를 귀찮게 하러 온 게 아니야. 정말 그냥 네가 잘 지내나 걱정돼서 보러온 거야.”수현의 얼굴에는 냉소가 지어졌다.“그렇게 걱정돼서 여기서 지금 행패를 부리고 있어?”“아니... 어쩌다 보니 일이 이렇게 된 거지...”수현은 코웃음을 쳤지만, 여전히 손 놓을 기미가 안 보였다.양훈은 최후의 방법으로 윤아를 바라보았다. 이젠 그녀만이 수현을 설득할 수 있었다.윤아는 그의 시선을 알아챘지만 이내 못 본 척 고개를 돌렸다.‘뭐야. 자기랑 상관없다는 건가?’‘그냥 이대로 문 앞에서 밤을 새우게 생겼는데?”양훈은 수현의 성질을 잘 알고 있었다. 화나 가면 누가 뭐래도 듣지 않았다. 다행히 옆에 윤아가 있어 설득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도울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가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순간, 작은 머리 하나가 수현의 뒤에서 쏙 나오더니 작은 손이 수현의 옷자락을 당겼다. 순간 굳어졌던 수현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윤이가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아저씨, 지금 친구랑 싸우는 거예요?”자리에 서있던 어른들의 시선이 일제히 윤이한테 쏠렸다.윤이의 귀여운 얼굴에 양훈과 석훈도 눈을 떼지 못하였다. 윤아는 딸을 옆으로 데려와서 말했다.“어른들의 일이니까 윤이는 신경 안 써도 돼.”눈앞에 쪼그려 앉은 엄마를 보면서 윤이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오빠는 어딨어? 오빠를 불러서 같이 집에 가자.”“오빠는 엄마 뒤에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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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5화

‘뭐야? 윤아가 아들딸 쌍둥이를 낳은 거야?’‘근데 두 명을 낳은 거라면 5년 동안 혼자서 아이 둘을 키울 수는 없잖아?’‘그래. 아마 다시 재혼했을지도 모르지.’소영은 머리가 터질듯했지만, 가까스로 자신을 위로하면서 진정했다. 수현은 윤이를 발견한 순간 이내 석훈에게서 손을 떼고 떨어졌다.양훈은 그런 그의 행동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훈이는 여동생 따라 윤아의 등 뒤로 숨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려는 윤아를 보면서 석훈이가 또 시비를 걸기 시작하였다.“수현아,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야? 얘들 다 네 자식들인 거야? 윤아와 자식까지 낳아 놓고 소영이는 어떡하라고. 소영이한테 미안하지도 않아?”수현의 눈빛은 마침 윤아와 마주쳤다. 윤아는 그동안 수현에게 줄곧 냉담하게 대했고 그의 말도 믿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이 몇 년 동안의 일도 그녀에게 자세히 설명할 기회도 없었다. 수현은 지금이 바로 해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여기고 이내 입을 열었다. “5년 전에 나는 소영이한테 분명히 말했어. 네가 소영이랑 그렇게 가깝게 지내는데, 소영이가 너한테는 얘기를 안 해줬나 봐?”수현은 말하면서 시선은 계속 윤아한테로 향했다. 윤아는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었다. “무슨 얘기?” 석훈은 이해가 안 되는 표정으로 소영을 바라보며 물었다.“소영아, 이게 다 무슨 뜻이야? 수현이랑 무슨 얘기 한 거야? 내가 뭘 모른다는 거지?”겨우 진정한 소영의 가슴이 다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하였다. 가뜩이나 핏기가 없던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그녀는 잘근잘근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수현이 그 일을 입에 올릴 줄 몰랐다. 약혼식에 나타나지 않은 날 소영은 그를 찾아갔고 그때 둘이 나눈 이야기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소영아, 다시는 이런 일 벌이지 마.”소영이가 찾아간 날 수현이가 유리창 앞에서 그녀를 등지고 한 말이었다. 그는 그녀에게 차가운 뒷모습만 보였었다. 소영이는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수현 씨 옆자리에 내가 설 수 있다고 수현 씨가 자기 입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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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6화

수현은 입을 꾹 닫은 채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서있었다. “수현 씨, 뭐라고 말 좀 해봐. 사형수도 죽기 전에 자기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는 알려주잖아.”“내가 수현 씨를 구해줬던 걸 생각해서도 왜 이러는지 알려주면 안 돼?”차갑던 수현의 마음이 조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돌아서서 말없이 소영을 바라보았다. “그래. 네가 생명의 은인이라서 나의 옆자리를 줄곧 너한테 남겨두었어.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너한테도 나한테도 모두 불공평해.”“나한테 불공평하다고? 왜?”소영은 반사적으로 물었지만, 담담한 그의 표정을 보고서 이내 깨달았다.믿어지지 않아 하는 그녀를 보면서 수현은 말했다.“사랑이 없는 부부가 행복할까? 소영아, 너는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해.”‘사랑이 없다고?’‘내가 수현 씨를 사랑하는 걸 알면서도? 그러면 사랑이 없다는 건 수현 씨가...’ “소영아, 네가 필요한 걸 다 줄 수 있어. 근데 이것만은 안 돼.”소영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다른 건 필요 없고 이것만 꼭 가져야 하겠다면?”수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렇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그 후 소영은 매일 그의 회사로 찾아가 소란을 피웠다. 그것도 모자라 그녀의 부모도 나서서 설득했지만, 수현은 끄떡하지 않았다. 수현은 매일 찾아오는 소영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아마 ‘은인’이라는 방패 때문이었을 것이다.나중에 그가 약혼식에 나타나지 않자, 그녀가 버림받았다는 소식은 하룻밤 사이에 퍼졌고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다.시간이 지나고 소영의 어머니는 딸에게 더 이상 남자에게 강요하지 말고 살살 꼬드기라고 알려줬다.“걔가 너한테 마음도 없는데 네가 허구한 날 들이댄다고 소용이 있겠냐. 게다가 이런 일까지 벌였으니 더 싫어질 수밖에. 일단 엄마 말 들어, 차라리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게 나을 거야.”“약한 모습?”“그래. 네가 잘못했다고 빌어. 지금 너한테 마음 없어도 괜찮아. 친구로 지내자고 하고 옆에 붙어있으면 돼.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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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7화

소영이 엄마 말대로 하자 과연 수현이 경계심을 내려놓았다.강소영은 수현의 목숨을 살려준 사람이다. 누가 뭐라든 수현의 마음속엔 늘 그녀의 자리가 있기 마련이다. 그게 설령 사랑이 아닌 고마움뿐이라도 말이다.게다가 윤아는 당시 멀리 떠나버린 뒤였다. 장장 5년이란 그 긴 시간은 소영에게 수현의 옆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하지만...진수현이 5년 동안 정말 한 번도 흔들리지 않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수현은 그 긴 시간 동안 소영을 친구 그 이상으로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게다가 소영이 친구라는 그 선을 넘으려 할 때마다 수현은 단칼에 제지하곤 했었다.덕분에 소영은 매번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소영아?”석훈의 부름에 소영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그러자 그녀의 앞에 보이는 건 어느새 눈앞에 다가와 다급한 표정으로 그녀의 어깨를 움켜쥐고 있는 석훈이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진수현한테 뭐라 했는데?”그 말에 소영은 입술을 앙다문 채 석훈의 손을 밀쳐냈다.지금 그에게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사람들 앞에서 수현 씨와는 그냥 친구라고 말하라고? 아니, 그건 절대 못 한다.친구로 지내자던 말은 진짜 수현과 친구가 되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그렇게라도 해서 수현과 더 가까워질 기회를 만들기 위함이었다.애초에 그와 정말 친구로 지낼 생각 따위 없었으니.“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야.”소영이 한창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수현이 먼저 선수를 쳤다. 그것도 보란 듯이 윤아와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이다.그 말에 소영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아랫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꽉 깨물었다.5년 동안 그 어떤 일에도 관심을 두지 않던 그가 고작 심윤아 때문에 이렇게 열심히 해명을 한다고?한편, 수현의 말에 윤아는 눈썹을 찌푸렸다. 조금 전 그 말은 어떻게든 모른 척할 수 있었지만 이 말까지 못 들은 척하는 건 무리였다.말을 마친 수현이 곧장 그녀의 손목을 잡아 왔기 때문이다. 그는 윤아의 호수 같은 눈을 지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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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8화

하지만 윤아가 석훈의 곁을 지나가던 그때, 갑자기 무슨 생각인지 그가 손을 뻗어 윤아의 팔을 붙잡았다. 그러고는 윤아를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상관이 없어요? 말은 참 그럴싸하게 하시네요. 만약 정말 아무 사이가 아니라면 왜 아이를 둘이나 데리고 이곳에 온 건데요?”그의 말엔 윤아를 향한 뚜렷한 적의가 느껴졌다.한평생 모욕이라면 치를 떠는 윤아가 그런 그의 의도를 못 알아차릴 리가 없었다.윤아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게 식더니 이내 냉소를 터뜨렸다.“고석훈 씨. 그쪽 눈엔 진수현이랑 강소영 씨가 영원히 한 쌍인 거죠?”서둘러 윤아에게 다가오려던 수현도 그녀의 말에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윤아의 뒷모습을 유심히 보며 상황을 가늠했다.방금 저 질문, 무슨 뜻이지?“당연하죠!”석훈이 이를 갈며 말했다.“제 눈엔 소영이가 천 배, 만 배는 더 나아요. 당연히 우리 소영이만이 진수현한테 어울리는 여자고요.”“그러니까 석훈 씨는 소영 씨와 진수현이 참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여전히 소영 씨를 마음에 품고 있다는 거네요.”예상치 못한 말에 석훈은 잠시 멈칫했다. 윤아가 이렇게 말을 돌릴 줄이야.윤아는 당황해하는 석훈을 보며 빈정거리듯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아이를 데려온 건 아니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석훈 씨가 뭔데 저한테 그런 소리를 하는 거죠?”가시 돋친 말에 석훈은 그대로 벙쪄버렸다. 순간 너무 당황한 나머지 뭐라 반박할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그가 겨우 정신을 다잡았을 땐 이미 윤아가 그의 손을 뿌리치고 떠나간 뒤였다.석훈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소영을 바라봤다.“소영아. 난...”그러나 그에게 돌아오는 건 소영의 원망 섞인 눈빛이었다.분노와 질책이 그녀의 눈빛을 타고 싸늘하게 그를 훑었다.석훈은 그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제길. 방금 윤아 씨가 한 말을 소영이가 마음에 담아두진 않겠지? 날 싫어하게 되면 어떡하지? 이제 나와 거리를 두려고 하면...’윤아가 일을 망쳤다는 생각이 들자 석훈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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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9화

방금...윤아 씨 머리에서 피가 난 것 같은데?게다가 고석훈 저 자식... 아이를 발로 차려고 했어?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머리가 복잡해진 양훈은 석훈에게 다가가 싸늘하게 그를 바라봤다.“고석훈. 너 미친 거지?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나...”석훈은 아니라고 반박하려다가 윤아의 이마를 타고 흐르던 선홍빛 피를 떠올리고 입을 다물었다.자기가 큰 실수를 했다는 걸 인지했지만... 석훈은 고개를 돌려 소영을 바라봤다. 소영이 그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했다. 애초에 그녀가 아니라면 석훈도 이런 일을 벌이지 않았을 테니까.한편, 소영은 벌렁대는 심장을 간신히 부여잡았다. 그녀는 사실 윤아가 이대로 잘못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양훈의 말을 듣고 번뜩 정신을 차렸다.소영은 하면 안되는 생각을 도로 집어넣고 언제 그랬냐는 듯 석훈을 향해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래, 석훈아. 말로 하면 몰라도 폭력은 정말 아니야.”소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게다가 어린아이잖아. 석훈 씨 이렇게 매정한 사람이었어?”그녀의 말에 석훈은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아찔해 났다. 그는 한참을 그대로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나, 난 널 위해서 그런 거였어!”그 말은 진심이었다. 소영이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충동적으로 일을 벌이진 않았을 거다.석훈은 윤아와 그녀의 아이한테 아무런 적대심도 없었다. 소영이 아니라면 그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윤아에게 왜 그런 짓을 했겠는가.그러나 석훈의 말에 소영은 오히려 실망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홧김에 이성을 잃고 그런 짓을 한 거라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믿어줬을 텐데. 이제 와 다 나 때문이라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뭐라 생각하겠어? 설마 내가 석훈 씨한테 아이를 해치라고 지시라도 했다는 거야? 난 저 아이들을 오늘 처음 알았어. 윤아 씨가 오늘 이 자리에 나타날 줄은 더더욱 몰랐고.”사실 소영이 이렇게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김양훈은 수현의 가장 친한 친구다. 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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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0화

소영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데엔 제 책임도 있잖아요. 같이 가서 윤아 씨 상황을 봐야겠어요.”“그렇죠. 일이 이렇게 된 데엔 우리 모두 책임이 있죠. 진수현 지금쯤 엄청 화났을 거니까 안 따라오는 게 좋을 거예요.”말을 마친 그는 소영을 지그시 바라봤다.마치 그녀의 생각을 낱낱이 꿰뚫어 보기라도 하려는 듯한 그 눈빛에 소영은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그리고 그 순간 소영은 양훈에게 더 뭐라 할 수 없었다.“그... 그래요. 하지만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 꼭 저한테 연락해 줘요. 비록 5년이나 못 본 사이지만 저도 윤아 씨가 너무 걱정돼서요.”양훈은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한 후 핸드폰을 챙겨 자리를 떴다.양훈이 가자 그 자리엔 소영과 석훈 둘만 남았다.소영은 양훈이 멀리 가버린 걸 확인 한 후 서둘러 몸을 돌려 석훈에게 다가가 그를 부축했다.“어서 일어나.”석훈은 조금 전 소영이 한 말에 아직도 풀이 죽어 있는 상태였는데 갑자기 다가와 자기를 일으켜주자 어안이 벙벙해졌다.“소영아? 너... 너 나한테 화난 거 아니었어?”“일단 일어나 봐.”석훈은 그제야 소영의 부축을 받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소영은 석훈을 일으킨 후 다정하게 물었다.“괜찮아? 다친 덴 없어?”석훈은 고개를 흔들며 소영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석훈아, 그렇게 보지 마. 조금 전에 내가 모질게 말했던 건 다 널 위해 그런 거였어.”“날 위해?”“생각 해봐. 오늘 넌 모두가 보는 앞에서 사람을 때렸어. 다들 널 이해하려 하겠어? 이런 상황에서 내가 네 편을 들어주면 다들 널 뭐라 생각하겠어? 분명 네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거야. 그러니까 난 널 혼내는 척, 너한테 실망한 척하고 넌 나중에 반성한 척, 개과천선한 척 하기만 하면 돼. 그럼 아무도 널 탓을 하지 않을 거야.”반성한 척을 하라고?석훈은 되려 더 어리둥절해졌다.그는 이성을 되찾은 후 그의 행동이 잘못됐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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