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Chapter 231 - Chapter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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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1화

“저번에 수술을 미루는 바람에 내가 얼마나 오래 기다린 줄 알아?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수현 씨랑 심윤아는 이미 이혼했을 거야. 그리고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지지도 않았겠지.”여기까지 말한 후, 소영은 주연의 손을 꼭 잡으며 부탁했다.“주연아, 나는 네가 늘 나를 생각해 주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어르신께서 순조롭게 수술을 받으시는 일이야.”“그래야만 나랑 수현 씨가 잘 될 수 있어. 계속 끌면서 이혼하지 않는 게 지금으로선 가장 위험한 일이거든.”“난 내가 준태를 설득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 하지만 넌 늘 말주변이 좋잖아, 그러니까 네가 나 대신 준태 좀 말려주면 안 될까? 충동적인 일 저지르지 말라고 말이야. 이제 진씨 집안 사모님 되면 절대 너에 대한 고마움 잊지 않을게. 응?”마지막 한마디까지 들었을 때, 주연은 마치 거대한 승낙을 받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소영아, 걱정하지 마. 내 힘을 다해 널 도울게.”주연의 대답에 소영은 순간 감격의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주연아, 진짜 고마워. 넌 역시 내 절친이야.”병원을 떠난 후, 주연은 준태에게 전화를 걸어 그를 불러냈다.다른 여자들은 평소에 늘 그를 깔봤고 무시하기 일쑤였으므로 준태는 그들에게 따로 호감이 없었다. 만약 그들이 소영과 아는 사이만 아니었어도 그는 정말 사정없이 팼을 것이다.하지만 때리지 않는다고 하여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좋을 리가 없었다.“무슨 일인데.”소영이 없을 때 준태는 양아치 행세를 숨기지 않았다.이런 모습을 본 주연은 화가 치밀어 올라 욕설을 퍼붓고 싶었지만 소영이 자신에게 했던 부탁이 떠올라 어쩔 수 없이 꾹꾹 삼켰다.“소영이 대신 찾아온 거야.”“소영이? 날 왜 찾는 거야?”소영의 이름을 듣자마자 준태의 표정은 순간 변했고 처음에 심드렁한 말투도 제법 진지해졌다.“소영이가 이 말 전해주라고 했어. 충동적으로 심윤아한테 나쁜 짓 하지 말라고.”이 말을 듣자, 준태는 피식 웃고는 잠시 후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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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준태는 눈앞의 여자에 대해 인상이 있었다. 전에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오관이 정교하고 예쁘장하게 생겼다고 여겼지만, 뜻밖에도 이렇게 사람을 해치는 일을 주저하지 않고 했었다.역시 그가 좋아하는 소영만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정직하고 마음씨 고운 사람이지 다른 여자들은 모두 양의 탈을 쓴 늑대였다.“됐어. 여기까지 말할게. 이제 때가 되면 연락할 테니까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그만둬.”주연은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그녀가 떠난 후, 준태는 땅바닥에 침을 뱉었고 눈동자엔 독기가 스쳐 지나갔다.“나쁜 계집년, 소영이만 내 것으로 만든 후 너희들 하나도 가만 안 둬. 두고 봐.”-병원에서 수현과 했던 그 말 때문이었을까, 집에 돌아온 후 윤아와 수현은 모처럼 평온한 나날들을 보냈다.생각해 보면 소영이 귀국한 후 처음이었다.선월의 수술이 코앞으로 닥쳐오자, 수현은 다른 일정은 잡지 않고 이동 노선을 회사 아니면 집으로 고정했다. 이건 윤아도 마찬가지였다.그날 검진을 받은 후 진 선생은 통지를 기다리라 했다.태범은 출국하여 해외지사 업무를 처리하러 갔고 선희는 본가에 남아 매일 선월과 함께 나가 사진을 찍었다.수현의 어머니 선희는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선월은 그녀와 함께 있으면 잇달아 활기로 가득했고 매일 며느리와의 데이트를 즐겼다.그러니 선월 쪽의 일도 윤아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아침에 처리해야 할 일을 끝낸 후, 윤아는 아래층에 내려가 디저트 가게를 둘러봤다. 케이크로 자신을 위로해 줄 생각이었다.이어폰을 귀에 꽂고 케이크 진열장 앞에 서서 오늘 살 케이크를 고르면서 현아의 꾸지람을 들었다.“아침에 일 다 끝냈어? 점심은 먹었어?”“먹으려고.”“뭐? 지금이 몇 신데 인제야 점심을 먹으려는 거야. 심윤아 너 지금 엄마라는 의식이 있기는 해? 어우, 내가 못 살아. 네가 배고프지 않아도 우리 아기는 고플 거잖아.”“알아. 그래서 미리 내려와서 점심 고르고 있던 참이었어.”현아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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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펑!윤아의 여린 몸은 유리문에 부딪히며 큰 소리를 냈다.이 장면을 목격한 직원은 기겁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왔다.“어머, 아가씨, 괜찮으세요?”핸드폰 저편에 있는 현아도 이 소리를 듣고는 놀라서 물었다.“왜 그래? 어? 윤아냐, 무슨 일 있는 거야? 너 괜찮아?”부딪힌 어깨에서 전해오는 찌릿찌릿한 아픔에 윤아가 눈살을 찌푸리자, 직원도 얼른 다가와 그녀를 부축했다.어깨가 아픔에도 불구하고 윤아의 첫 반응은 오히려 자신의 배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손을 들어 배에 살폿이 올려 어루만진 후, 그저 어깨만 아플 뿐 다른 문제는 없는 것을 발견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잠시 후, 윤아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친 사람을 바라보았다.누군지는 몰라도 들어올 때 조금 조심하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었다.게다가 자신을 친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사과 한마디 없다는 점이 꽤 거슬렸다.이러한 불만을 가지고 고개를 들고 보니 뜻밖으로 익숙한 얼굴이 눈에 안겨 왔다.한 삼 사초 정도 지났나. 윤아는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최준태?”“뭐, 뭐?”현아는 윤아의 목소리를 듣고는 핸드폰 저편에서 의혹스럽다는 듯 물었다.“누구지? 스읍, 어디서 들어본 이름 같은데... 아, 맞다. 윤아야, 너 아까 무슨 일 있었어? 괜찮아?”윤아의 선홍빛 입술이 움직이면서 최준태라는 이름이 나올 때 최준태 본인도 잠시 놀랐다.이렇게 고결한 부자집 아가씨께서 몇 년이나 지난 지금 첫눈에 자신을 알아볼 줄 몰랐다. 게다가 그의 이름까지 아주 정확하게 불러내니 말이다.어찌 되었든 윤아가 속해 있는 재벌 사교계에서 준태 같은 양아치는 그저 하찮은 먼지와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나 여기 일이 좀 있어서 그러는 데 조금 있다가 다시 연락할게.”이렇게 말한 후 윤아는 전화를 끊지 않았다. 현아도 그녀의 뜻을 알아듣고는 아무 말라도 하지 않으며 조용히 있었는데 윤아 쪽의 상황 발전을 들을 생각인 듯했다.“네가 어떻게 여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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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이렇게 생각한 준태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 궁금하기도 했다.“넌 날 어떻게 알아봤냐?”여기까지 말한 후, 그의 얼굴엔 비꼬는 기색이 역력했다.“너 같은 재벌 집 아가씨들은 나처럼 사고만 치고 다니는 문제 학생을 제일 혐오하지 않았어? 학교에서 문제 학생이면 사회에 나와서도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을 게 뻔하니까.”준태의 말을 들은 윤아는 잠시 멈칫했고 대답하지 않았다.“내 말이 맞았지? 너도 그 사람들처럼 날 깔보는 거잖아.”윤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넌 어떤 게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이 물음은 준태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누구나 다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와 출세할 기회가 있는 법이야. 우린 다 같은 인간일 뿐이니 널 경멸할 것이 못 돼.”예전의 윤아였다면 아마 그에게 이렇게 많이 설명해 주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심씨 집안이 부도난 후부터 윤아는 오히려 예전에 몰랐던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되었다. 말을 마친 후, 윤아는 뭔가 떠올랐다.“난 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그녀는 더 이상 준태가 자신을 친 일을 따지지 않고 빨리 자리를 떴다.준태는 혼자 그 자리에 서서 윤아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사색에 잠겨 있었고 한참이 지나서야 손가락 사이에 끼어있던 담배의 불을 끄고는 떠났다.-“아까 누구야? 널 치고 사과하지도 않았잖아.”“최준태.”“최준태?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현아는 그쪽에서 이 사람이 누군지 생각하는 듯했다.손에 들고 있는 케이크를 보며 입꼬리를 올린 윤아.“기억 안 나? 예전에 우리랑 같은 학교였잖아.”같은 학교라는 말에 현아는 그제야 뭔가 번쩍 떠오른 듯 소리쳤다.“아! 나 생각났어! 누군지 알 것 같아.”“응?”“강소영 좋아하던 애 중의 하나였잖아.”“그래, 맞아.”“아까 널 쳤다며?”윤아는 머리를 끄덕이고는 마침 답하려 할 때 현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어머머, 최준태 설마 강소영 다친 소식 듣고 너한테 복수하러 온 거 아냐?”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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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사무실에 돌아온 후 윤아는 손에 들고 있던 케이크를 책상에 올려놓았다회사에서 나가기 전에 그녀의 기분은 굉장히 좋았고 입맛도 돌았었다.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머릿속에는 죄다 아까 케이크를 사다가 최준태를 만난 것 뿐이었다.현아의 말이 그녀를 일깨웠다.악의로 다른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고 싶지는 않았다. 오늘 최준태를 만난 건 그냥 우연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회사 아래층에 있는 그 디저트 가게는 늘 장사가 잘되는 곳으로 유명했으니 다른 곳에 있던 사람들도 특별히 찾아와 케이크를 사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었다.하지만...세상에 과연 그렇게 많은 우연이 있을까?하필 소영이 다쳤을 때 몇 년간 만나지 못했던 동창을 마주쳤고 그 동창이 또 마침 소영을 좋아했던 사람이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윤아는 케이크의 포장을 뜯었다. 순간, 달콤하고 단 향기가 은은하게 퍼졌다.직원이 준비해 둔 포크를 집어 들고 작은 조각으로 잘라 입에 넣으면서 마음 먹었다.우연이 맞든 아니든 앞으로 조심해야겠다고 말이다.만약 준태가 정말 소영을 대신해 그녀에게 복수라도 하려고 한다면 마침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만약 아니라면...그저 비열한 생각 한 번만 했다고 치면 그만이었다.비록 소영이 그녀가 아이를 낳을 것을 막지 않겠다고 약속하긴 했지만, 인간의 생각은 언제든 바뀔 수도 있었다.만약 앞으로 오늘처럼 부딪히는 일이 자주 생기기라도 하면...두려웠다. 어쨌든 아이를 위해서라도 더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퇴근 전.윤아는 수현을 만나러 가는 길에 마침 그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성민과 마주쳤다.그녀를 보자마자 성민은 마치 가족이라도 만난 것처럼 달갑게 인사했다.“심 비서님, 대표님 만나러 오신 겁니까?”윤아는 발걸음을 우뚝 멈추고는 그와 눈을 마주쳤다.“네. 왜요? 대표님 바쁜가요?”“아, 아닙니다.”성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대표님도 지금 퇴근 준비 중이십니다. 저는 심 비서님이 다시는 대표님 만나러 오시지 않는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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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수현은 윤아가 자신을 찾아오리라곤 예상치 못했는지 차가운 얼굴에 별다른 정서가 묻어 있었다.“날 만나러 온 거야?”이 말을 듣자, 윤아는 허공에 멈춰선 손을 거두며 고개를 끄덕였다.“나 몸이 좀 안 좋아서 직접 운전하고 싶지 않아. 그래서 말인데 저녁에...”윤아는 뭐가 떠오른 듯 잠시 멈칫하더니 말을 바꿨다.“며칠 동안은 수현 씨 차 타도 될까?”“어디가 안 좋은데?”수현은 대답하는 대신 그녀의 병세를 물었고 심지어 예리한 시선으로 그녀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번 훑었다.윤아는 살짝 경직되었다.“어... 그게 포인트가 아닌데.”이 말이 끝나자마자 수현은 몸을 낮추며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이게 포인트가 아니면 뭐가 포인트야? 너 도대체 어디가 아픈 거야?”전부터 이상했다. 뭔가 그에게 숨기는 게 있는 것처럼.그 진단서도 어딘가 수상했다.그때는 윤아가 아프기라도 해서 진단서를 찢어버렸다고 생각했지만 그녀가 뒤에 한 말은 또 빈틈 없어 보였다.주머니에 넣은 진단서가 거센 비에 흠뻑 젖어 너덜너덜해지는 것은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그 후, 그녀가 화제를 돌리는 바람에 이 일은 이렇게 지나가 버렸다.“아픈데 없어.”이렇게 말한 후 윤아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을 이었다.“진수현, 괜찮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넌 왜 믿지 않는 거야? 내가 진짜 아프길 바라는 사람처럼.”이 말에 이젠 수현이 인상을 구겼다.“헛소리하지 마. 내가 그렇게 생각할 리가 없잖아.”“아니라면 자꾸 어디 아프냐고 물어보지 마. 몸이 안 좋다고 한 건 요즘 따라 운전하기 귀찮아져서 그래. 됐지? 그렇게 꼬치꼬치 물어야겠어?”윤아의 말투는 뒤로 가면 갈 수록 인내심이 바닥난 티가 팍팍 났고 심지어 수현의 손을 뿌리쳤다.하지만 수현은 조금도 언짢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검은 눈동자로 윤아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화 풀렸어?”심윤아: “뭐?”수현은 입술을 꾹 다물더니 평온하게 말했다.“아무 것도 아니야.”하지만 그의 눈동자엔 웃음이 담겨있었다.귀찮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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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수현이 전화를 받자, 소영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수현 씨, 퇴근했어? 지금이면 시간 있겠다 싶어서 전화했어.”“응.”수현은 저만치에 서 있는 윤아를 한눈 보고는 답했다.“금방 퇴근했어.”“아, 그런 다행이다. 수현 씨 일 방해할까 봐 걱정했거든. 할머님께서는 어떠셔? 실은 요 며칠 동안 많이 걱정했어. 병원에서도 편히 쉬지 못했고. 휴, 할머님께서 날 좀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할머님 계시는 병원에서 지켜드릴 수도 있고 말이야.”한마디 한마디마다 할머님을 떠나지 않는 소영의 말에 수현은 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목소리도 자연스럽게 낮아졌다.“다친 곳도 아직 다 낫지 않았는데 넌 병원에서 쉬는 게 좋을 거야. 다른 건 우선 생각하지 마.”“알겠어, 수현 씨. 난 그냥 할머님이 너무 걱정돼서 그랬어. 아니면 할머님께서 수술실 들어가신 다음 나 데리러 오는 건 어때? 그러면 할머님도 나 보지 못할 테니까 화내시는 일도 없을 거야.”수술 당일에?수현은 얇은 입술을 꾹 다물고는 잠시 고민하다 안될 건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그날이 되어야 알 수 있었다.“수술 당일에 알려줄게.”소영은 애초에 수현이 허락하기를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기 생각을 수현에게 알렸을 때 그가 단칼에 거절하지 않았으니,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알겠어.”그녀는 부드럽게 대답하고는 잠시 후 조심스럽게 물었다.“수현 씨, 지금 병원 올 시간 있어? 일부러 수현 씨 방해하려는 건 아니고 그냥 조금 보고 싶어서 그래. 그리고 상처가... 너무 아파. 오늘 의사 선생님께서 오셨어. 회복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대.”소영의 상처를 떠올리자, 수현은 눈썹을 찌푸렸다.지금 시간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전에 병문안 가겠다고 말한 것도 사실이었다.하지만...수현연 옆에 서 있는 윤아를 한눈 보고는 말했다.“다음에 갈게. 오늘 먼저 쉬어.”연속 두 번이나 거절당하자, 소영의 안색은 순간 굳어졌다.그녀는 섭섭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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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이러는 윤아를 보니 수현은 마치 자신의 뒤에 작은 꼬리가 붙었던 어릴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전혀 귀찮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만족스러웠다. 심지어 윤아가 원한다면 평생 이렇게 보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가슴 속 깊이 숨겨진 이런 생각에 수현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진심을 다시 직시하였다.하지만 매번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머리속엔 다른 여자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여리고 가냘프지만, 필사적으로 자신을 구한, 사사건건 그를 일 순위에 두는 여자.수현은 그녀와 약속했었다. 자신의 옆자리는 평생 그녀의 것이라고 말이다.머릿속에서 두 가지 목소리가 다투고 있는 것을 의식한 수현은 하느님이 그에게 큰 장난을 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렇지 않은 이상, 사람의 마음속에 어떻게 두 명이나 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이렇게 생각한 수현은 펜을 책상에 툭 던지고는 더 이상 업무를 처리할 마음이 없었다.-나흘째 되던 날, 진 선생이 선월더러 입원하여 수술을 기다리라고 통지했다.지금 진씨 집안 사람들에겐 수중에 어느 정도로 중요한 업무가 있든 모두 내려놓고 선월이 수술하는 일에만 매진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태범도 해외 업무를 처리하고 귀국하여 선월을 돌봤다.입원 절차를 밟은 후, 선월은 휠체어에 앉아 VIP 병동으로 옮겨졌다.병실은 잘 갖추어졌고 온수, TV 그리고 난방 설비 등이 완비되어 있으며 아주 깨끗하게 청소되었다. 그래서인지 공기 속에서 소독수 냄새가 희미하게 났다.“아직 냄새가 나네.”병실에 들어가자마자 선희가 내린 평가였다.이 말을 하고 머리를 돌렸을 때 윤아가 이미 창문을 열고 환기한 것을 발견했다.비록 아주 작고 보잘것 없는 행동이었지만 선희는 윤아에게 장하다고 칭찬해 주고 싶었다.뛰어난 며느리의 행동력이 아주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예쁘고 능력 있는 윤아를 아내로 둔 아들이 정말 운 좋다고 여겼다.하지만 그 운 좋은 남자분께선 지금 병실 밖에서 전화를 받고 계셨다. 선희는 이런 아들을 보며 참지 못하고 눈을 부릅떴다.“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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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조만간에 수술받으신다고? 진짜?”핸드폰을 손에 들고 말하는 소영의 말투엔 기쁘고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드디어 수술하는구나.이번엔 그 어르신 다른 문제라도 생기지 않겠지?“다행이다. 수술 꼭 잘될 거야.”“고마워.”기쁜 와중에 소영이 또 물었다.“수현 씨, 우리 전에 얘기했던거 말인데... 할머님 수술하실 때 내가 가봐도 돼? 걱정하지 마,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다가 갈 테니까. 그리고 수현 씨가 데리러 오거나 배웅도 안 해도 돼. 그냥 한눈만 보고 돌아올게. 응?”이번에 수현은 침묵했다.한참이 지난 후, 그는 조용히 말했다.“소영아, 난 그 어떤 차질도 없기를 바라고 있어.”이 말에 소영은 멈칫했다.“어떤 차질?”“할머니께서 수술 마치신 다음에 안정을 취하셔야 해.”여기까지 듣자, 소영은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그녀는 달갑지 않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하지만 수현 씨, 난 내 신분을 알릴 생각이 없는걸. 그냥 친구 할머니께서 수술하신다기에 걱정돼서 병문안 간 거라고 하면 안 돼? 이것도 안 돼면 그냥 친구 사이의 정을 봐서 갔다고 하면 어때? 혹시 할머님께서 날 보면 기뻐하실 수도 있잖아.”“소영아, 이건 작은 수술이 아니야.”소영은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한참이 지나서야 감정을 정리했다.“미안해, 수현 씨. 수현 씨 말이 맞아. 내가 아까 잘못 생각했나 봐. 미안해. 난 그냥 할머님 뵈러 가려는 마음만 앞서서 그랬어. 너무 걱정됐거든. 그래서 생각이 짧았어.”소영의 말에 수현은 결국 한마디만 했다.“병원에서 몸조리 잘해.”소영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은 뒤 아랫입술을 깨물고는 밖에 있던 주연을 불렀다.“좋은 소식 알려줄게.”아까 수현과 통화해야 했기 때문에 주연더러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다.주연은 이 점이 꽤 거슬렸다. 그렇게 많이 도와줬는데 전화 하나 받을 때 옆에서 듣게 못 하니 불만이 가득했다.하지만 소영에게 화를 낼 수 없어 ‘참을 인' 자를 꾹꾹 씹어 삼키며 밖에 나가 기다렸다. “무슨 좋은 소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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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그건 며칠 전의 얘기잖아.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최준태: “... 별로 안 지났는데, 차이가 큰 가?”“어쨌든 할 거야 안 할 거야? 한다면 내일 내가 문자 보낼게.”주연의 물음에 준태는 침묵했다.한참 동안 기다려도 응답이 없자 주연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최준태, 너 설마 후회하는 거야? 소영을 대신해서 복수해 주겠다는 거 설마 말뿐이었어? 그럼 그렇지. 너 같은 남자들이 하는 말은 정말 믿을 게 없어요. 그냥 큰소리만 치고 행동에 옮기지 않잖아. 최준태 너 이 정도 능력밖에 안 될 줄 몰랐어.”주연에 한 말이 그를 자극했는지 준태는 불쾌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아시, 누가 후회해? 내가 후회한다고 말했냐? 어? 황주연, 넌 내가 여자 안 때릴 줄 아냐?”갑자기 폭발한 그의 분노에 주연은 깜짝 놀라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나, 나는 네가 소영이를 돕지 않겠다는 줄 알고...”“내가 소영이를 돕는 거지 널 돕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나랑 말할 때 예의 갖출 건 갖춰. 기분 더러우면 너까지 가만 놔두지 않을 거니까. 알아들었냐?”전화를 끊은 후, 주연의 마음속엔 양아치라는 단어만 남았다.최준태는 정말 양아치였다. 주연은 소영이 이런 인간을 건드리다간 결국 도끼로 제 발등을 찍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런 일을 하기엔 가장 적합했다.이렇게 불같은 성격이라면 어떤 일을 저지른 후 그에게 떠넘겼을 때 사람들은 그가 이 일을 했다고 여길 테니까.성격, 배경.그는 단지 거기에 서 있기만 해도 좋은 사람이 아닐 거라는 느낌을 주었다.이튿날.윤아는 밤새 잠을 못 잤다고 할 수 있었다. 결국 일찍 깨나 아래층에서 수현을 기다렸다. 차를 얻어 타야 했기 때문에.아침을 먹을 때 수현은 윤아의 안색이 어제보다 더 수척해졌음을 발견했다.그럴 뿐만 아니라 입맛도 없는 듯했다. 숟가락을 들어 입가에 갖다 대며 입을 벌려 먹으려는 찰나 또 뭔가 떠오른 듯 다시 숟가락을 내려놓았다.이렇게 여러 번 반복하자 수현은 더는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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