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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수현은 윤아가 자신을 찾아오리라곤 예상치 못했는지 차가운 얼굴에 별다른 정서가 묻어 있었다.

“날 만나러 온 거야?”

이 말을 듣자, 윤아는 허공에 멈춰선 손을 거두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 몸이 좀 안 좋아서 직접 운전하고 싶지 않아. 그래서 말인데 저녁에...”

윤아는 뭐가 떠오른 듯 잠시 멈칫하더니 말을 바꿨다.

“며칠 동안은 수현 씨 차 타도 될까?”

“어디가 안 좋은데?”

수현은 대답하는 대신 그녀의 병세를 물었고 심지어 예리한 시선으로 그녀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번 훑었다.

윤아는 살짝 경직되었다.

“어... 그게 포인트가 아닌데.”

이 말이 끝나자마자 수현은 몸을 낮추며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이게 포인트가 아니면 뭐가 포인트야? 너 도대체 어디가 아픈 거야?”

전부터 이상했다. 뭔가 그에게 숨기는 게 있는 것처럼.

그 진단서도 어딘가 수상했다.

그때는 윤아가 아프기라도 해서 진단서를 찢어버렸다고 생각했지만 그녀가 뒤에 한 말은 또 빈틈 없어 보였다.

주머니에 넣은 진단서가 거센 비에 흠뻑 젖어 너덜너덜해지는 것은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

그 후, 그녀가 화제를 돌리는 바람에 이 일은 이렇게 지나가 버렸다.

“아픈데 없어.”

이렇게 말한 후 윤아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을 이었다.

“진수현, 괜찮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넌 왜 믿지 않는 거야? 내가 진짜 아프길 바라는 사람처럼.”

이 말에 이젠 수현이 인상을 구겼다.

“헛소리하지 마. 내가 그렇게 생각할 리가 없잖아.”

“아니라면 자꾸 어디 아프냐고 물어보지 마. 몸이 안 좋다고 한 건 요즘 따라 운전하기 귀찮아져서 그래. 됐지? 그렇게 꼬치꼬치 물어야겠어?”

윤아의 말투는 뒤로 가면 갈 수록 인내심이 바닥난 티가 팍팍 났고 심지어 수현의 손을 뿌리쳤다.

하지만 수현은 조금도 언짢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검은 눈동자로 윤아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화 풀렸어?”

심윤아: “뭐?”

수현은 입술을 꾹 다물더니 평온하게 말했다.

“아무 것도 아니야.”

하지만 그의 눈동자엔 웃음이 담겨있었다.

귀찮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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