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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다시 만나요의 모든 챕터: 챕터 761 - 챕터 770

967 챕터

제761화

조유진과 남초윤은 학교를 한 바퀴 돌았다.몇 년 동안 학교의 모습은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운동장과 농구장 같은 기본 시설은 개조되어 있었다.급식이 어떤지 알아보려고 식당으로 향하던 중, 조유진은 배현수의 전화를 받았다.배현수가 물었다.“어디야?”“초윤이와 2식당에 있어요. 우리 찾으러 올래요?”배현수가 말했다.“반 교장이 계단 있는 교실에서 후배들에게 강의하래. 바로 나갈 수는 없을 것 같아. 네가 날 찾으러 올래?”조유진은 알았다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남초윤에게 말했다.“현수 씨가 계단 있는 교실에서 강연한다는데 가지 않을래?”남초윤의 눈빛이 반짝였다.“가자! 이렇게 좋은 가십거리를 놓칠 수 없지. 내가 또 카메라까지 챙겨왔잖아. 오늘 이 거물들의 뉴스를 신문 1면에 실을 수 있겠네!”두 사람은 계단 있는 교실의 건물로 걸어가면서 개교기념일 게시판을 스쳐 지났다.명단에는 거액의 기부금 리스트가 있었다. 2억 이하인 것은 없다.남초윤이 감탄했다.“금융학과에는 역시 인재들이 많이 나왔네.”조유진은 몇몇 낯익은 이름을 보고 말했다.“김성혁도 기부했어. 1억.”이름을 들은 남초윤은 순간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웃음을 지어 보였다.“예전에 그렇게 가난했던 녀석들이 하나같이 사업의 거물이 되었어.”조유진이 남초윤을 보고 물었다.“김성혁도 교장 선생님에게 이끌려 계단교실에서 강연하는 것 아닐까?”어쨌든 이 사람도 꽤 전설적인 인물이다.김성혁은 배현수보다 한 기수 아래이다.다만 5년 전 김성혁과 남초윤이 갑작스럽게 헤어진 뒤 이 사람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알고 보니 김성혁은 졸업 후 대선국으로 갔다.남초윤은 어깨를 한 번 들썩였다. 절대 그런 우연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가보지 뭐, 빅뉴스가 두 개나 나올지도 모르는데. 이번 달 실적은 걱정도 안 해도 되겠네.”계단 교실 복도에 도착하는 순간 설마 했던 일이 일어났다.김성혁이 제3계단 교실에서 나와 학교 지도자와 이야기를 나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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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2화

김성혁의 시선은 남초윤의 손목을 잡고 있는 육지율의 손을 향했다.개의치 않은 척 웃으며 말했다.“외국이 오픈 마인드긴 하죠. 적어도 ‘부모가 강제로 결혼시키는 것'은 없어요.”부모가 강제로 결혼시키는 중매결혼.이 단어들은 육지율과 남초윤을 노골적으로 풍자한 것이다. 아무런 감정적 토대도 없는 허울뿐인 결혼이다.이 말에 육지율은 뺨을 맞은 듯했다.육지율의 집안은 정치가 집안이다. 이 업계에서 체면은 신분만큼이나 귀중했다.김성혁은 말 한마디는 그의 얼굴에 센 따귀를 날린 것과 다름없다.육지율은 얼굴이 얼어붙었다. 안색도 극도로 어두웠다. 당장이라도 싸울 것 같은 기세로 말했다.“원해서 한 것인지 아닌지 그쪽이 어떻게 알죠? 김 대표님, 해외에 오래 있다 보니 국내에 있었던 일을 잊은 것 같네요. 그럼 국내에서의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가르쳐 드리죠. 다른 부부들이 어떻게 결혼했는지 상관하지 마.세.요.”육지율은 김성혁을 흘겨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그러고는 남초윤의 손목을 잡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긴 팔이 남초윤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남초윤은 무의식적으로 발버둥 치려 했다.육지율은 그녀를 내려다봤다. 눈빛은 위험했고 경고의 의미가 강했다.순간 주눅이 든 남초윤은 가만히 있었다.김성혁 앞에 갔을 때, 육지율이 말했다.“김 대표님, 좀 비켜주세요.”김성혁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초윤이의 마음을 생각한 적이 있나요?”육지율은 남초윤을 껴안고 걸어가다 김성혁의 어깨를 세게 부딪혔다. 두 사람은 어깨를 스쳐 지나갔다.육지율은 오만한 자세로 말했다.“다른 부부가 어떻게 지내는지 무슨 상관인데요?”지금 이 분위기는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김성혁이 자리를 떴다.남초윤은 어디서 용기가 나왔는지 손을 들어 어깨너머의 손을 밀치며 말했다.“연기 다 했죠?”육지율은 눈빛이 음험하고 사나웠지만 심드렁한 말투로 말했다.“왜, 옛사랑이 다시 생각난 거야? 아직 저기 있어. 쫓아가도 돼.”남초윤은 눈시울을 붉혔다.“나도 따라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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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3화

배현수는 우아한 자태로 단상에 서 있었다.뒤에 있는 커다란 화이트보드에는 검은색 펜에 의해 쓰인 관련 주제들이 있었다. 금융학, 양적 투자, 채권의 양적 연구 등...마이크를 잡은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여유로웠다.“저는 여기 반 교장님에게 임시로 잡혀서 강연하러 왔습니다. 사전에 과제를 준비하지 못했어요. 양적 투자와 양적 거래는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이고, 당시 제가 주로 연구하던 분야입니다. 모르는 게 있으면 질문하세요.”무대 아래에서 후배들이 손을 들었다.“배 선배님, 방금 말한 이런 양적 거래들은 지금의 우리에게 심도가 너무 깊습니다. 선배님의 꿈을 어떻게 세웠는지 말해주실 수 있나요? 언제부터 자신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기 시작했나요? 끊임없이 노력하게 한 동력은 무엇인가요? 힘들 때마다 어떻게 버텼나요?”여자 후배의 질문은 정곡을 찔렀다.교실에서 또 한 명의 배짱이 있는 남자 후배가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맞아요.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듣고 싶은 것입니다! 어떻게 비즈니스 업계의 거물이 되었나요?”배현수는 펜을 들고 화이트보드에 글자를 썼다. 꿈을 세우는 것.그리고 학생들을 향해 돌아서며 담담하게 말했다.“처음 1학년 학생이 되었을 때, 나도 지금의 학생들처럼 막막했어요. 심지어 무지하기까지 해서 인생의 어떤 방향도 찾을 수 없었죠. 저는 아주 평범한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학생들보다 가정환경이 더 힘들었어요. 그때, 나는 책밖에 몰랐어요. 책을 끝까지 읽는 것이 내 삶의 유일한 탈출구였죠. 스물셋이 되기 전까지는 좋게 말하면 공부의 신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책벌레였어요. 그때는 창업할 생각도 전혀 없었어요. 목표는 간단하고 명확했죠. 높은 학력과 지능으로 최고의 기업에 입사하여 최고의 회사원이 되는 것, 이것이 그 당시 내가 생각한 것들이에요.”그러자 한 학생이 말했다.“무슨 계기로 갑자기 생각을 바꾸게 되었나요?”배현수의 시선은 교실 안의 사람들을 스쳤다. 그리고 계단교실 맨 뒷줄에 시선을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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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4화

배현수는 잠시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자조 섞인 어조로 말했다.“만약 당시의 계획이 변하지 않았다면 2년 후, 그러니까 그 사람이 법정 결혼 나이가 되었을 때, 우리는 결혼했을 거예요. 하지만 나에게 시집오라는 말을 할 수 없었어요. 자기 가족을 떠나는 것을 도울 수도 없었고.”이때 한 여자 후배가 말했다.“선배, 선배가 이렇게 잘생겼는데 같이 고생하려고 하지 않았나요?”“선배, 나와 사귀어요! 저는 큰 집에 살고 싶지 않아요.”배현수는 마이크에 대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주의를 주며 말했다.“학생 여러분, 말조심하세요. 제 약혼녀는 저기에 앉아 있어요.”큼지막한 계단식 교실이 다시 들썩였다.다들 서로를 번갈아 보며 사람을 찾았다.조유진은 엉겁결에 머리를 파묻고 책상 위에 엎드려 최대한 안 보이게 했다.배현수는 다시 한번 학생들의 주의를 이끌었다. 말투에는 그녀에 대한 사랑이 가득했다.“찾지 마세요. 또 찾으면 내 약혼녀가 놀라서 달아날 거예요.”학생들은 흥분하여 돌고래 소리를 냈다.배현수는 계속 말했다.“하나만 바로잡을게요. 그 사람이 나와 같이 힘든 삶을 살려 하지 않은 게 아니라 그녀가 힘든 삶을 사는 걸 내가 원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함께 있던 그해, 그 사람은 18살이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본 적이 없었죠. 그녀의 눈에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가장 좋은 남자 친구였어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남자 친구가 그녀를 월세방에서 지내게 하는 것을 도저히 용납이 안 되더라고요. 만약 그때 그 사람이 집안 형편대로 비슷한 집안 배경인 사람과 결혼했다면 감정은 없어도 물질적으로 넉넉하게 살았을 거예요. 예쁘고 똑똑하고 착해서 그녀를 좋아하는 남자가 많았거든요. 하지만 그 사람은 그때의 나를 선택했어요. 그 뜻은 더 험난한 삶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것이죠. 그녀의 선택이 옳다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는 원래 계획했던 것을 바꿔 그녀와 함께 더 어렵고 도전적인 삶을 살았죠. SY그룹, 이 회사는 6월 6일 그녀의 생일에 설립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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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5화

이 질문에 계단교실 맨 뒷줄에 앉은 조유진은 심장이 벌렁거렸다.남초윤이 다가와 빙그레 웃었다.“배 대표님, 이젠 실명을 거론할 때가 됐지?”조유진은 갑자기 대인기피증이 심해졌다.너무 큰 계단교실이 한눈에 봐도 온통 사람뿐이다. 적어도 500명은 된다.조유진이 물었다.“촬영 다 했어?”남초윤은 그녀의 마음을 한눈에 꿰뚫어 봤다.“다 찍었어, 왜, 도망가려고?”교탁 위에서 배현수는 맨 뒷줄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사람 머리 너머로 조유진과 배현수의 시선이 마주쳤다.배현수가 학생 질문에 답하려 할 때, 조유진은 남초윤은 허리를 숙인 채 도둑질하듯 뒷문으로 슬그머니 빠져나갔다.마이크를 들고 있는 배현수는 몰래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고 웃으며 대답했다.“우리 학교 학생이에요. 여러분들의 선배님입니다.”그러자 한 학생이 물었다.“선배님 이름이 뭐예요? 어느 학번 어느 학과인가요?”조유진은 ‘무사히’ 교실을 빠져나왔다.배현수는 웃으며 말했다.“구체적인 이름은 말하지 않을게요. 수줍어하는 편이라 유명해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추후 결혼생활이 상관없는 사람에게 방해받는 것도 원하지 않아요. 방금 말한 사적인 감정은 그저 재밌는 이야깃거리라고 생각하세요.”계단교실 안은 여유로운 분위기였지만 공부를 하는 곳에서 사랑 타령은 적절치 않았다....조유진과 남초윤은 계단교실을 나와 학교 커플 동산에 들러 연인들을 찍으러 갔다.학교 내부 도로를 건너자 검은 벤틀리 한 대가 그녀들 앞에 멈춰 섰다.뒷좌석 유리창이 천천히 내려왔다. 김성혁이다.남초윤을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시간 돼? 할 말이 있어.”남초윤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김 대표님, 제가 어떤 상황인지 방금 봤잖아요? 옛날이야기를 하는 것이 불편...”김성혁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녀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5년 전, 내가 왜 갑자기 대제주시를 떠났는지 궁금하지 않아?”남초윤은 목이 메었다. 순간 온몸이 얼어붙은 듯했다.망설이는 남초윤을 보자 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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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6화

조유진은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물은 사람이겠지.”이 말을 들은 방시아의 아버지 방지운은 얼굴이 굳어졌다.“학생, 무슨 욕을 그렇게 하나?”조유진이 대답했다.“방 구청장님, 따님이 먼저 저더러 남의 내연녀를 하라고 꼬드겼어요.”방지운은 딸을 바라보며 물었다.“정말이야?”“아빠, 그런 적 없어요! 평소에 아빠가 나를 얼마나 엄격하게 교육했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어요? 조유진이에요. 조유진은 열여덟 살에 남자랑 놀아나고 아이까지 가졌어요. 열여덟 살에 혼전임신을 한 여자예요. 아빠, 조유진은 교양이 없는 사람이에요. 조유진이 먼저 저를 욕했어요!”방지운은 당연히 자신의 귀한 딸을 믿는다.게다가 열여덟 살에 혼전임신을 했다는 얘기를 들은 방지운은 미덥지 않은 눈빛으로 조유진을 바라봤다.눈빛은 금세 변했고 그녀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다.방지운은 관리자로서 지휘하기를 좋아했다.너그러운 표정으로 조유진을 가리키며 말했다.“사과해, 이 일은 그러면 없던 것으로 할게. 우리 시아가 성격이 급해. 그쪽이 이해하지.”방시아는 방지운의 팔짱을 낀 채 턱을 치켜들었다. 눈빛은 득의양양했다.조유진은 피식 웃었다.“제가 왜 사과를 해야 하죠? 따님을 달래고 싶으시면 직접 사과하세요. 왜 제가 저렇게 큰 자이언트 베이비를 달래야 하나요?”방시아가 벌컥 화를 냈다.“조유진, 누가 자이언트 베이비라고!”방지운도 분을 삭이지 못했다. 관리자로서 그리고 어른으로서 지적했다.“학생, 지금 얘기하고 있잖아. 그게 무슨 태도야? 내가 오늘 대제주시에 온 이유도 우리 딸의 체면을 봐서 모교 축제에 참석하러 온 거야. 학교 관리자들과도 잘 알고 지내. 저녁에 모두 함께 식사도 할 거야. 같은 대제주시 대학을 졸업했는데 너는 왜 이렇게 교양이 없니?”방시아는 웃으며 말했다.“아빠, 농담하지 마세요. 조유진 신분상 저녁에 우리와 한 상에 앉아 밥 먹을 자격이 어디 있겠어요. 겨우 십만 원 기부했어요. 유명한 동문도 아니고 모교에서 조유진을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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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7화

방시아는 교만한 사람이지만 매우 대범하다.“그래. 우리 아버지께 얘기해서 학교에 말해 좌석 하나 더 달라고 할게. 젓가락 하나 더 놓는 일인데 뭘!”“시아야, 넌 정말 좋은 친구야!”방시아는 돈을 별로 기부하지 않았지만 대신 좋은 아버지를 뒀다.하지만 주명은은... 아버지도, 그녀 자신도 잘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엘리트들을 만나고 싶어 했다.예를 들면... 배현수 같은 거물에게 자신의 명함 한 장을 건네주거나, 배현수 옆에 서 있는 여자가 어떤 여신인지 보는 것이다.정말 너무 궁금했다.그때 조유진과 친한 이유도 조유진과의 이런 사이를 이용해 배현수를 몇 번 더 보기 위해서이다.한 번은 조유진이 배현수에게 책을 빌렸다. 돌려주기 전에 주명은은 몰래 가져가 그 사이에 연애편지를 끼워 배현수에게 돌려주었다.연애편지에 그녀는 배현수에 대한 애정을 잔뜩 담았다.조유진처럼 대담하기만 하면 배현수가 받아주지는 않더라도 자기를 쳐다볼 줄 알았다.그 연애편지를 보낸 후, 그녀는 뜨거운 가마솥 위의 개미처럼 초조하게 하루하루를 기다렸다...하지만 일주일 뒤 조유진과 같이 식당에서 배현수를 만났을 때, 식판을 들고 있는 배현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유진의 재잘거리는 말소리를 들으며 이따금 고기를 집어줬다.심지어 주명은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그저 주명은만 바늘방석에 앉아 안절부절못했다.지금까지도 주명은은 확실하지 않다. 배현수가 그 책을 다시 봤는지, 그 안에 숨겨진 연애편지를 보았는지...그렇게 뒤척이며 거의 한 달을 보냈지만 이 일은 결국 아무런 하이라이트 없이 끝났다.조유진도 그녀가 배현수에게 연애편지를 쓴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 후로도 같이 친하며 밥도 자주 먹었다.하지만 그녀가 조유진이었어도 당시의 주명은을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그때의 주명은은 까맣고 촌스러워서 조유진 옆에 서면 오징어가 된 것 같았다. 오히려 조유진이 더 돋보였고 예뻤다. 그러니 위협이 될 리가 있겠는가?당시 조유진이 자신의 팔을 잡는 것도 싫었다.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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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8화

반 교장은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정말 나를 속이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고요?”배현수는 피식 웃었다.“반 교장님을 왜 속이겠어요. 결혼식 하면 초대장 보내드릴게요. 꼭 오세요.”반 교장은 배현수와 저기 서 있는 여학생을 번갈아 보았다.그 여학생은 옅은 색의 캐주얼한 양모직 코트를 입고 있었다. 청순하면서도 대범해 보였고 온화하고 명랑해 보였다.그냥 예쁜 것이 아니라 너무 예뻤다.대제주대학의 몇 기수 퀸카보다 더 예뻤다.반 교장은 왠지 낯이 익은 느낌에 의아한 얼굴로 배현수에게 물었다.“우리 학교를 졸업했나요?”배현수는 손을 들어 조유진을 불렀다.조유진은 배현수가 학교 관리자와 이야기 하는 것을 보고 교실 뒤에서 서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배현수가 손짓하자 당당하게 걸어갔다.배현수는 조유진의 손을 잡은 뒤 반 교장에게 소개했다.“저의 약혼녀 조유진입니다.”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조유진을 바라봤다.“반 교장 선생님이야.”조유진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반 교장 선생님, 안녕하세요.”조유진을 보고 있는 반 교장은 순간 정신을 못 차렸다.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쉽네.”이렇게 좋은 사윗감이 남의 사위가 되다니.조유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뭐가 아쉽지?의심스러운 듯 배현수를 바라보았다.배현수는 바로 반응했다.“반 교장 선생님은 우리가 일찍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것이 아쉬운 것 같아.”반 교장은 얼른 웃으며 대꾸했다.“맞아요. 맞아요. 결혼식 날, 축의금 두둑이 챙겨가겠습니다. 참, 저녁에 학교 근처에 있는 주상 호텔에서 연회가 열릴 거예요. 와서 한잔하세요.”배현수는 조유진을 바라봤다.아내의 동의를 구하는 눈빛이었다.반 교장은 피식 비웃었다.“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벌써 아내 눈치를 보는 거예요. 조유진 학생, 얼른 허락해 주세요.”조유진은 그 농담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오늘은 개교기념일이다. 일이 많은 반 교장은 몇 마디 하고 자리를 떴다.아직 식사 시간이 되지 않아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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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9화

배현수는 노을을 등진 채 그녀를 안고 서서 한참 동안 입을 맞추었다.옆에는 행인이 가끔 지나갔다.조유진이 살짝 밀어도 멈추지 않았다.이곳은 커플 동산이다. 커플들이 키스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었기에 유별난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조유진은 배현수의 키스에 얼굴이 점점 시뻘게졌다. 점차 숨을 헐떡였다.배현수는... 점점 더 거칠고 방자해졌다.조유진은 문득 그들의 첫 키스 장면이 떠올랐다.처음엔 아주 딱딱했다. 하지만 남자는 이런 면에 선수인 것 같다.점점 배현수는 단순히 키스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통제 불능으로 만지기 시작했다.그때 어린 나이의 조유진은 이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욕망에 얼떨떨해하며 저도 모르게 그의 뺨을 때렸다.두 사람 모두 멍해졌다.이후 조유진은 며칠째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배현수만 보면 숨었다.참다못한 배현수는 여자 기숙사 아래층에서 그녀를 막아서며 진지한 얼굴로 사과했다.조유진이 물었다.“앞으로도 그럴 거예요?”배현수는 씩 웃으며 말했다.“뭘?”조유진은 목까지 시뻘게진 상태로 씩씩거리며 말했다.“키스할 거면 키스만 해요. 왜 갑자기 만지작거리는데요?”서로가 처음이었다.솔직히 말해서 조유진만 놀란 게 아니다.배현수 자신마저도 주체할 수 없는 무의식적인 욕망에 놀랐다.남자 기숙사에는 매일 같이 학생들이 야동을 보며 자위를 한다.조유진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배현수는 그들의 저급한 욕망에 비하면 본인은 상대적으로 마음이 비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정말 그녀와 마주쳤을 때, 통제하기 어려웠다.조유진이 저지하지 않았더라면 더 심하고 거칠었을 것이다.자신의 그런 욕망을 알아차린 배현수는 허탈했다.조유진은 화난 상태로 경고했다.“다시는 그러지 마세요!”배현수는 조유진을 뚫어지게 노려보며 솔직히 말했다.“장담 못 해.”조유진이 아무 대답을 하지 않자 배현수는 정색한 얼굴로 자기 의견을 말했다.“아니면 너도 나를 만질래?”그때 조유진은 화가 나서 3일 동안 그와 말을 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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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0화

김성혁은 그녀의 손가락이 가볍게 떨리는 것을 보았다.손을 뻗어 예전처럼 그녀의 손을 잡고 품속으로 끌어안고 달래고 싶었다.우스운 것은 더 이상 그에게는 그럴만한 신분과 입장이 없다.심호흡하고 침을 꿀꺽 삼켰다.“내가 잘못했어. 작별인사도 안 하고 떠나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헤어지는 게 아니었는데.”남초윤은 고개를 살짝 들더니 피식 웃었다.“인제 와서 이런 얘기 해봤자 의미 없어요. 하지만 성혁 씨의 말이 맞아요. 우리가 명확하게 끝낸 게 아니잖아요. 이제 확실히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되었죠. 안 그러면 뭔가 마무리가 안 된 것 같잖아요. 솔직히 말해봐요. 그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아니면 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었어요?”김성혁은 피식 웃었다.“더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 5년 전이나 5년 후인 지금이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단 한 명 너 남초윤이야. 나도 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어. 그러면 귀국해서 너를 찾아갈 필요도 없고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 네가 나처럼 5년 전의 감정에 머물러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김성혁의 한마디 한 글자는 남초윤의 심장을 쿡쿡 찌르는 것 같았다. 너무 아팠다.남초윤의 꼭 쥔 주먹 때문에 손톱이 손바닥을 찔렀다. 그 아픔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무표정하게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성혁 씨가 뭔데, 왜 내가 성혁 씨를 계속 기다릴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다가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 동안 사라지면...”김성혁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 가슴 아파하는 것을 그의 눈빛에서 볼 수 있었다.“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을 거야.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면 나도 마음이 아파 견딜 수 없어!”남초윤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고개를 들고 물었다.“무슨 뜻이에요?”그녀를 바라보는 김성혁도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때 너의 아빠가 그랬어. 현금 200억을 주면 우리 사이를 허락하겠다고. 그때의 나에게는 너무 큰 돈이라 당연히 어려웠어. 그래서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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