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다시 만나요의 모든 챕터: 챕터 701 - 챕터 710

967 챕터

제701화

“이 리스트의 물건이 다 팔리면 제가 어떻게 혼내는지 보세요!”조유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방금 우리가 본인을 해고하는 것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분명 배후에 누군가가 있을 거예요.”엄명월은 눈살을 찌푸렸다.“이미 다른 회사와 내통하고 있다는 말이에요?”조유진은 그녀의 옷깃을 잡아당겼다.“점심시간이 다 됐는데 공장 식당에서 먹는 게 어때요? 정보도 좀 알아볼 겸.”“옷이 더러워서 호텔 가서 샤워 좀 하고 싶어요...”호텔?오전 내내 바쁘게 돌아다닌 조유진은 그제야 ‘남자 모델'이 아직 호텔에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점심때 뭘 먹을지 물어보려고 전화하려 할 때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어디야?”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조유진이 말했다.“공장 쪽에 있어요. 식당에서 밥 먹고 가려고요. 이따가 음식을 싸서 호텔로 가져갈까요? 아니면 따로 배달 음식 주문할 거예요?”배현수의 성격상 절대 공장 식당 음식을 먹을 수 없을 것이다.전화기 너머로 바스락거리는 옷 입는 소리가 났다.“위치 보내줘. 그쪽으로 갈게.”조유진은 옆에 있는 엄명월을 곁눈질로 쳐다봤다.그러고는 돌아서서 손으로 수화기를 가렸다.“안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여기 식당 음식 별로 맛이 없어요.”게다가 지금은 사실 근무시간이다. 출장 중이라 시간이 자유로울 뿐이다.“너도 먹을 수 있는데 내가 왜 못 먹겠어? 혹시 엄명월과 같이 있는 거야?”“네.”배현수는 조롱 섞인 어조로 말했다.“나더러 오지 말라고 하고 몰래 엄명월과 같이 있으려고?”조유진은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전화를 끊은 후, 조유진이 말했다.“저희와 같이 식당에서 밥 먹겠다는 사람이 또 있네요.”엄명월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여기에 친구가 있어?”“네, 그냥 보통 친구예요.”엄명월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말했다.“아침에 호텔 방에 있던 그 남자 모델이야?”조유진은 묵인했다.엄명월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게 평범한
더 보기

제702화

옆에 식판을 든 근로자 두 명이 지나갔다.“이틀 동안 일하지 않아서 밥도 안 넘어가요.”“오늘 위에서 조사했다고 왔다고 하던데 우리 다 해고되는 거 아니에요?”“해고가 뭐가 두려워요? 우 공장장님이 얘기했잖아요. 해고되면 더한 공장으로 데려가겠다고요. 그쪽 월급이 이쪽보다 두 배나 높다고 하셨어요.”“우 공장장님 말이 믿을 수 있는 거예요? 진짜로 이렇게 좋은 일이 있다고요?”“어차피 우리는 우 공장장님만 따르면 되잖아요. 우 공장장님만 따르면 손해는 없을 거예요.”...엄명월은 젓가락을 테이블에 ‘탁’하고 내려놨다. 순식간에 식욕이 없어졌다.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 조유진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충동하지 마세요!”물을 사 오던 배현수도 이 상황을 발견했다.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내가 타이밍을 잘못 맞췄나?”조유진은 황급히 손을 뗐다.배현수가 생수병 뚜껑을 딴 후 조유진에게 건넸다.조유진은 한 모금 마신 후 말했다.“더한이라는 회사 왠지 귀에 익은 것 같아요. 혹시 예전에 나에게 얘기한 적 있어요?”엄명월은 한마디 귀띔했다.“지난번에 하민 건설의 장 주임의 주문 건이요. 그게 더한에서 빼앗아 온 거예요. 아마 우리에게 복수하려는 것 같아요.”조유진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하민 건설 계약서 하나 뺏긴 것 때문에 사람까지 붙여서 우리에게 복수한다고요?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엄명월이 말했다.“그저 경고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일단은 날뛰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어요. 지금 기술자들을 대신할 사람만 찾으면 바로 해고할 거니까.”조유진이 넋을 놓고 있는 모습에 배현수는 닭 다리를 집어서 조유진의 앞접시에 담았다. 그리고 접시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맛있게 먹어.”정신을 차린 조유진은 접시에 담긴 음식을 보며 말했다.“이렇게 많이는 다 못 먹어요.”“다 못 먹으면 천천히 먹어.”그의 목소리는 낮지만 상대방으로 하여금 대꾸할 수 없게 했다.진주에 온 목적이 그녀가 밥을 먹는 것을 감시하기 위한 것일까?밥을
더 보기

제703화

조유진은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배 대표님, 이건 억지 아니에요?”자기가 직접 복근을 만지게 해놓고 그것도 직접 자기 손으로 말이다.그런데 오히려 여자에게 실컷 만졌다고 말하고 있다.배현수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예전에 내 복근 만지는 거 좋아했잖아. 마음이 변한 거야? 이제 싫어?”눈빛에 한 가닥 서운함이 느껴졌다.조유진은 마음이 동요했다.“싫은 게 아니라 현수 씨가 여기에 있으니까 일에 집중이 안 되잖아요. 오후 내내 복근 만지는 것만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배현수는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날 쫓아내는 거야?”조유진은 당연히 그 뜻이 아니다.“아니, 그게 아니라 SY그룹 일도 많은데 여기 있으면 일을 못 하잖아요.”배현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주물럭거렸다.무슨 말을 하려 할 때 휴대폰이 울렸다.배현수는 침대 옆에 꼿꼿이 앉아 전화를 받았다.요양원 간병인에게서 온 전화다.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우물쭈물하는 소리는 꽤 불안해 보였다.한참 지나고 나서야 자초지종을 말했다.“배 대표님, 어머니가 요즘 한 옥패를 계속 주시하고 있어요. 귀중품일까 봐 잃어버리지 않도록 잘 보관해두려고 했는데 제가 뺏는 줄 알고 갑자기 확 앗아가다가 그만... 땅바닥 떨어뜨려... 깨졌어요.”“옥패요?”배현수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어떤 옥패인데요?”“여자 보살이 있는 옥패인데 보라색이에요. 에메랄드처럼 보여요. 컬러가 아주 투명하고요. 인터넷에서 흔히 말하는 유리종류인 것 같습니다.”보라색 여자 보살 옥패?배현수는 잠시 멍해졌다.전화기 사이로 침묵이 흐를수록 간병인은 전전긍긍했다.“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배상하라고 하시면... 내 한평생을 바쳐도 배상 못 해요...”간병인은 서 비서가 면접 보고 들어온 사람이다. 아마도 배현수가 얼마나 권력이 있는 사람인지 알고 있다. 만약 배현수가 강압적인 태도로 나오면 그녀는 서 비서를 찾아가 사정할 수밖에 없다.배현수가 입을 열었다.“사진 한 장 찍어서 보내줘요. 깨
더 보기

제704화

배현수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너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어.”조유진은 아쉬운 듯 말했다.“선유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우리 셋이 같이 설을 쇨 수 있잖아요.”배현수는 눈살을 찌푸렸다.“방해꾼은 싫어.”조유진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만약 아빠의 말을 선유가 들었다면 뽀로통해서 집을 나갔을 것이다....오후, 조유진은 계속 공장에 시찰하러 갔다.배현수는 간병인에게서 옥패 사진을 받았다.여자 보살 옥패가 두 동강이 났다. 하지만 사진을 통해서도 보라색 에메랄드가 유리처럼 맑고 빛깔이 균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이렇게 순수한 유리종류인 에메랄드는 시중에서 보기 드물다.하지만 엄준이 사람을 찾는 전단지에서 이 옥패를 본 적이 있다.다른 사람이 엄준의 친딸 엄환희를 데려갈 때 그녀의 목에 이런 옥패가 걸려 있었다.그런데 이 옥패가 어떻게 예지은의 손에 있을 수 있을까?사진을 보고 있던 배현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간병인에게서 또 전화가 걸려왔다.“여보세요. 배 대표님, 사진 보내드렸어요. 확인해보세요. 이 옥패... 복구할 수 있을까요?”하지만 옥패가 깨진 것을 배현수는 개의치 않았다. 이 옥패가 어디에서 왔는지 더 궁금해다.“어머니 기분은 어때요?”간병인이 사실대로 말했다.“방금 요양원 의사가 진찰하러 왔는데 별일 아니라고 했어요. 하지만 어머니가 깨진 옥패를 계속 쳐다보며 중얼거려요.”배현수의 눈빛이 잔뜩 어두워졌다.“뭐라고 하는데요?”“조씨 집안의 원수를 갚았다면서요. 자기가 악랄한 게 아니라고 그들이 먼저 사람을 괴롭혔다고 했어요. 계속 이런 말을 반복하면서 누군가의 이름을 언급해요. 이름이... 안정희?”배현수는 더욱 수상했다.“이런 말을 한 지 얼마나 됐나요?”“제가 돌보기 시작할 때부터 계속 얘기했어요.”“그전에 왜 말 안 했어요?”간병인은 우물쭈물했다.“어머니에게 여러 번 물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정신이 온전치 않아 그냥 헛소리하는 거
더 보기

제705화

예지은은 정신이 온전치 않다. 기억이 뒤죽박죽이어서 배현수를 어린애 취급을 하기도 하고 남편 육성준이라고 착각할 때도 있다.배현수도 친아버지의 사진을 봤다. 아버지와 아들이 많이 닮았다.특히 눈썹 모양이 매우 비슷했다.배현수가 계속 물었지만 예지은은 얼버무리며 철저히 방어했다. 그러다 보니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옥패는 예지은의 것이 아니며 유래가 꽤 복잡하다.배현수의 미간에 우울함이 묻어났다.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말했다.“이 옥패는 여자친구의 거예요. 그런데 지금 부숴버렸으니 혹시라도 알게 돼서 그녀가 화를 내면 어떡해요?”“뭐라고? 옥패가 너의 여자친구 것이라고? 여자친구가 누구인데?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 없어!”예지은은 격렬하게 반응했다.배현수가 더 말을 하려 하자 예지은은 핸드폰을 집어 던졌다. 정서가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한 듯했다.간병인이 말했다.“배 대표님, 어머니 상태가 안 좋으셔서 일단 보살펴 드려야 할 것 같아요. 나중에 다시 전화드릴게요.”배현수가 지시했다.“깨진 옥패는 잘 보관해 주세요. 가지러 갈게요.”“네, 배 대표님.”전화를 끊은 배현수 마음속의 의아함을 점점 더 감출 수 없었다.백소미도 옥패를 가지고 엄씨 사택에 들어갔지만 그 옥배는 아마 가짜일 것이다.무슨 일이든 다 하는 드래곤 파에게 비슷한 옥패 하나를 위조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예지은 손에 있는 것이 엄준이 처음 엄환희에게 준 것일 가능성이 크다.당시 성남으로 해독약을 전달하러 갔을 때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었고 배현수도 중독된 상태라 조유진의 신상에 대해 깊이 연구하지 않았다.당시 병상에 누워있던 엄준은 몸이 회복되지 않았다. 배현수는 유전자 검사 결과를 엄준에게 전달한 후 조유진이 병원에 도착했고 그 후로 엄준과 더 이상 교류하지 않았다.엄준에게만 조유진이 친딸이라고 말했다.엄창민의 입에서 진짜 엄환희의 등에 연청색 반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단지 의심이
더 보기

제706화

“엄창민보고 나와 백소미를 유전자 검사하라고 했어요. 아마 당시 드래곤 파의 사람들이 엄창민을 따라다녔을 거예요. 병원에 미리 얘기해둔 거죠. 백소미가 드래곤 파 사람이라며 이런 것들은 이상할 게 전혀 없어요. 그런데 그때 백소미를 보면서 어떻게 이 아가씨를 드래곤 파와 같은 조직이라고 연결시킬 수 있었겠어요? 옥패에도 별문제가 없고 유전자 검사도 친딸이라고 나와서 그냥 인정한 것이죠. 나중에 마음이 놓이지 않아 몰래 옥패를 전문기관에 가져가 감정했는데 내가 경매에서 산 옥패가 맞았어요. 증서도 있고요. 에메랄드도 진짜였고요. 옥패가 아무리 비슷하게 만들어졌다고 해도 이 세상에 똑같은 무늬의 옥이 두 개 있을 리 없잖아요. 하지만 감정 결과가 나온 후, 이 옥패가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다시 조사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중독되어 혼수상태에 빠졌고요. 애당초 환희는 나를 아니꼽게 보던 비즈니스 상대가 데려갔어요. 아마 그 과정에서 옥패를 진작 잃어버렸을 거예요. 지금까지도 행방이 묘연해요.”엄준은 잠시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그래도 배 대표님이 내 친딸을 찾아준 것은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그 감사의 표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할 수 있고요. 환희 평생의 행복으로 장난치고 싶지 않아요. 배 대표님이 이렇게 직접 전화를 했으니 나도 솔직하게 말할게요.”배현수가 입을 열었다.“말씀하세요.”“배 대표님을 인정하지 않는 게 아니에요. 비즈니스 분야에서의 능력은 충분히 인정해요. 그렇지 않았다면 SY그룹과 협력하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딸을 둔 아버지로서 사윗감은 아니에요. 아직까지 마음 놓고 환희를 줄 수 없어요. 배 대표님, 환희가 배 대표님에 대해 뭘 더 확인하려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아직 허락할 수 없어요.”“어르신, 귀띔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배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엄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강인하고 고집스러운 성격을 어르신들은 절대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사윗감으로는 속셈이 너무
더 보기

제707화

대제주시, 강하 컴퍼니.폭설이 내린 뒤의 대제주시는 티끌 한 점 없이 맑았다.엘리베이터에서 나온 심미경은 다시 이 회사에 다시 발을 들여놓자 만감이 교차했다.처음 입사했을 때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방황했던 기억이 났다.회사 사람들은 그녀가 퇴사 수속을 하러 왔다고만 생각할 뿐, 강이찬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모른다.어떤 동료가 물었다.“미경 씨, 왜 이렇게 오랫동안 출근을 안 했어요?”심미경은 가방을 든 채 웃으며 말했다.“한동안 아팠어요. 이제 다 나았고요. 오늘 퇴사 수속하러 왔어요.”임신한 후 교통사고가 나서 오랫동안 병가를 냈지만 회사는 그녀의 자리도 남겨두고 있었고 국민연금도 계속 내고 있었다.하지만 오늘, 그녀는 이것들을 처리하러 온 것만은 아니다.이혼 계약서에 사인 받으러 왔다.전에 여러 번 재촉했지만 강이찬은 계속 서명하지 않았다.바로 어젯밤, 강이찬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더니 변호사에게 이혼 합의서를 새로 작성하게 했다며 오늘 와서 보고 문제가 없으면 사인하자고 했다.그래서 심미경이 오늘 사무실로 온 것이다.사무실 문이 열리자 강이찬과 변호사는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그들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 다시 만난 강이찬은 약간 의기소침해 보였다.비서 진민우가 물었다.“사모님, 커피와 차, 어떤 것으로 드릴까요?”심미경은 담담하게 웃었다.“괜찮아요. 사인만 하고 바로 갈 거라 안 마실래요.”강이찬은 깊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듯했지만 결국 삼켜버렸다.이혼 합의서를 그녀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새로 작성한 거예요. 위자료 부분만 자세히 보면 될 거예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마든지 말해요. 변호사보고 추가하고 할게요.”심미경은 위자료 관련 조항을 자세히 보았다.강이찬은 재산의 거의 절반을 그녀에게 나누어줬다.심미경의 눈살이 점점 찌푸려졌다.“이 재산은 이찬 씨의 혼전 재산이에요. 내가 절반이나 나눠 가져가는 것은 도리가 아니에요. 내가 회사 일적으로 도운 것도 없는데요.”그녀는 이혼 합의
더 보기

제708화

손이 떨렸다. 만년필을 쥐고 있는 손가락이 하얗게 질렸다.큰 결심을 한 후 서명란에 드디어 사인했다.이 서명을 한순간 더는 되돌릴 길이 없다.강이찬이 다시 고개를 들자 눈꼬리가 붉게 물든 것이 보였다.심미경은 별말 없이 과감하게 이혼 합의서 중 하나를 가져갔다.심지어 웃으며 말했다.“사인했으니까 강 사장님 언제 시간 되실까요? 가정 법원에 서류 제출하러 가야 될 것 같은데 오늘 시간 있나요?”강이찬은 가슴이 아팠다. 그녀의 말에 대답 대신 한마디 물었다.“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이에요? 대제주시에서 있을 거예요? 아니면 원주 고향으로 돌아갈 거예요?”이혼 합의서를 가방에 쑤셔 넣은 심미경은 사실대로 말했다.“엄마 말이 맞았어요. 떠난 사람 곁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아니었어요. 대제주시와 원주는 나와 맞지 않아요. 전에 준 4천만 원, 엄마가 다시 보내줬어요. 이 돈으로 대선국에 가서 1년 더 전공을 공부할 계획이에요.”“4천만 원으로 되겠어요? 대선국은 소비가 꽤 센 편인데 돈이 부족하면...”“강이찬 씨, 이찬 씨의 가장 큰 약점이 무엇인지 알아요? 당신의 관심이 필요할 때 이찬 씨는 한번도 나에게 신경 쓴 적이 없어요. 하지만 이제 필요 없어졌을 때 오히려 이런 행동을 하고 있고요. 내가 못 된 것일까요? 아니면 이찬 씨가 잘못한 것일까요?”강이찬은 실소를 터뜨렸다.“이제 그럴 기회조차 없잖아요. 아니에요?”강이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들고 떠나려 했다.그러자 강이찬이 말했다.“내가 데려다줄게요.”심미경은 거절했다.“아니요. 어차피 얼마 후에 가정 법원에서 만나야 하잖아요. 우리 사이가 완전히 끝나는 날 그때 데려다줘요.”“그래요.”“가정 법원도 빨리 갔으면 좋겠어요. 비자가 나오면 바로 대제주시를 떠날 거라.”강이찬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지만 얼굴은 최대한 웃으며 말했다.“알겠어요.”심미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퇴사 수속을 마친 뒤 회사를 떠났다.차에 오른 그녀는 가볍게 숨을 들이마신 후 시동을 걸었다.고개를
더 보기

제709화

호텔에서 배현수는 한창 노트북 앞에서 볼일을 보고 있다.간병인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대표님, 큰일났어요. 어머니께서 계속 아버지를 찾으러 가겠다더니 미친 듯이 뛰어나가 계단에서 떨어졌어요!”배현수는 깜짝 놀랐다.“지금 어떤데요?!”“다리가 부러져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언제 돌아오세요? 요 며칠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저 혼자로서는 감당이 안 됩니다.”배현수는 휴대전화를 쥔 채 눈썹을 만졌다. 머리가 지끈거렸다.“내일 아침에 갈게요. 병원 주소와 병실을 문자로 보내주세요.”“네, 알겠습니다.”전화를 끊자마자 방문이 열렸다.조유진이 음식을 손에 든 채 들어왔다.“근처에서 마라탕 2인분을 샀어요.”배현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손에 있는 음식을 건네받았다.“왜 아직도 이런 걸 먹어? 저녁에 맛있는 거 사주려고 했는데.”“오랜만에 먹는 거예요.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밖에 나가기 싫어요.”조유진은 먼지투성이가 된 얼굴로 세수를 하고 욕실에서 나왔다.배현수는 음식 포장을 뜯고 있었다. 뚜껑을 열자 마라탕 향이 확 풍겨왔다.조유진이 앉자 배현수는 일회용 젓가락을 건넸다.그러나 한참 동안 배현수를 쳐다만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현수 씨, 나에게 말 안 한 비밀 같은 거 없어요?”“비밀?”있긴 있지만 서프라이즈를 줄 계획이었다.혹시 무엇이라도 발견한 것일까?조유진은 젓가락을 들고 무심한 얼굴로 마라탕을 먹었다.“먹고 얘기해요. 배고파 죽겠어요.”공장에서 오후 내내 바쁘게 일했더니 벌써 배가 고팠다.머리를 풀어헤치고 머리를 숙여 음식을 먹는 탓에 머리카락이 계속 흘러내렸다.손을 들어 몇 번이고 만지작거렸지만 젓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결국 짜증이나 무의식적으로 양미간을 약간 찡그렸다.배현수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책상 위의 머리띠를 집어 들더니 벌떡 일어나 그녀의 뒤에 섰다.어깨까지 늘어뜨린 그녀의 긴 머리를 큰 손으로 쓸어올렸다.하지만 동작이 미숙하고 머리카락이 너무 찰랑거려 여러 번 시도했지만 묶을 수 없
더 보기

제710화

조유진은 다시 고개를 가로젓더니 마라탕을 먹으며 말했다.“현수 씨가 하는 일인데요, 뭐.”조유진은 또다시 물었다.“강이찬 씨와 갈라진 이유도 강이진의 죽음 때문이에요?”배현수는 ‘응’이라고 대답했다.조유진은 마라탕 국물을 한 모금 마신 뒤 천천히 그를 올려다보았다. 맑은 눈으로 나긋하게 말했다.“내가 모르는 일이 또 있어요?”“유진아.”배현수는 왠지 모르게 목소리가 뻣뻣해졌다.“강이진의 일에 대해 말하지 않은 이유는 네가 혹시라도..”조유진이 갑자기 물었다.“혹시 잡혀들어갈 수도 있는 거예요?”“뭐라고?”조유진은 생각에 잠긴 듯 눈살을 찌푸렸다.“강이찬 씨가 강이진의 복수를 위해 현수 씨를 신고하면 더 큰 일이 생길 수도 있냐고요?”“아니. 강이진은 719부대 안에서 죽었어. 719부대는 징벌과 악을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어. 719 가 하는 일은 누구에게도 설명할 필요가 없어.”솔직히 말해서 719의 배후에는 한국의 대통령이 있다. 설립 백 년 동안 이 조직은 한국에 너무 많은 기여를 했다.좀 더 솔직히 말하면 719부대는 한국을 도와 공개적으로 할 수 없는 모든 일을 했다.조유진은 음식을 소화한 뒤 눈을 깜빡였다.“그래서 공해에서 사고 난 뒤 실종됐을 때도 719에서 회복 중이었어요?”“응.”“지난번에 백소미를 719부대 멤버로 만들겠다고 약속했잖아요. 그 말도 진심이에요?”배현수는 거침없이 대답했다.“진심이야.”조유진은 입술을 달싹였다.“719부대의 모든 행동은 전부 비밀리에 진행되는 거예요?”“응.”조유진은 머리가 멍해졌다.“그럼 앞으로 자주 죽을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 아니에요?”배현수는 가느다란 그녀의 손가락을 살짝 쥐며 다독였다.“그렇지 않아. 한국에 몰래 있던 드래곤 파 세력 대부분은 이미 철수했어. 당분간 그럴 일은 없어.”“앞으로 드래곤 파 같은 잔혹한 조직세력을 또 만날 수도 있다는 말이네요?”배현수도 솔직하게 대답했다.“응.”“총 쏘는 방법 좀 가르쳐 줄래요?”배현수가
더 보기
이전
1
...
6970717273
...
97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