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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다시 만나요의 모든 챕터: 챕터 711 - 챕터 720

967 챕터

제711화

배현수는 그녀의 뒤통수를 쓰다듬더니 깊은 검은 눈빛으로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 보답할 건데? 말로 보답하는 것은 성의가 없어 보여. 몸으로 보답하는 게 어때?”조유진은 단칼에 거절했다.“지금은 안 돼요.”배현수가 물었다.“왜 안 돼?”“90점이 되면 다시 얘기해요. 이제 겨우 15점이잖아요.”배현수는 입을 내밀며 조롱했다.“유진아, 연애는 내가 제일 못하는 과목이야.”이번 생에 시험에 합격한 적이 없다.15점, 아주 심각한 불합격이다.조유진은 그의 목을 껴안고 부드러운 입술로 가볍게 키스했다.“배현수는 뭐든 잘하잖아요. 기대할게요.”“아이를 달래는 건?”남자는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아 고개를 숙여 키스하려고 했다.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서정호에게서 걸려온 전화이다. 바로 전화를 받았다.“배 대표님, 도착했습니다.”“701호.”전화를 끊은 후, 조유진이 물었다.“서 비서도 오는 거예요?”배현수는 몇 초 동안 그녀를 올려다보다가 아쉬운 듯 말했다.“내일 아침 대제주시로 가야 할 것 같아. 서정호가 운전할 것이고.”“남아서 같이 설을 쇠자고 했잖아요?”“요양원 쪽에 일이 생겼어. 엄마가 다리가 부러져서 치료를 받아야 해.”그리고 돌아가서 옥패에 대한 일을 조사해야 했다.조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빨리 대제주시로 돌아가요. 앞으로 같이 설 쇨 날이 많으니까.”배현수는 무슨 말을 더 하려 했지만 다시 입을 다물었다.서프라이즈는 남겨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저녁, 조유진은 샤워하고 피곤한 몸으로 침대에 누워 배현수의 품에 안겼다.그를 등진 채 있었다. 조유진의 차갑고 가냘픈 등은 그의 따뜻한 가슴에 맞닿았다.남자의 가벼운 키스가 그녀의 뒷목에 이어졌다.조유진은 몸을 돌리지 않은 채 그의 팔베개를 베고 있었다. 뼈마디가 뚜렷한 큰 손을 잡고 가는 손가락으로 얇은 굳은살을 만졌다.이 두 손은 총을 쥔 적도 있고 사람을 향해 총을 쏜 적도 있다. 피로 물들였다.배현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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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배현수는 선과 악 사이를 걸었다.너무 많은 일을 짊어지고 있었고 돈 때문에 서로 죽이고 죽는 세상에서 온전하고 깨끗한 손으로 왕좌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손을 들어 조유진의 눈을 지그시 가리더니 웃으며 말했다.“그것들은 좋은 일도 아니고 자랑할 과거도 아니야. 유진아... 정말 듣고 싶어?”사실 과거의 좋지 않은 일들을 배현수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하지만 조유진이 정말 알고 싶어 한다면 들려주는 것쯤은 개의치 않다.신뢰를 쌓아야 했고 신뢰를 쌓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을 비참하게 만들었던 과거를 상대방에게 완전히 드러내 상대방이 자신을 완전히 간파하게 하는 것이다.조유진은 자기 눈을 가린 그의 손을 떼더니 맑은 눈동자로 단호하고 냉정하게 말했다.“알고 싶어요.”배현수의 눈빛은 무거웠지만 얼굴에는 담담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듣고 나면 잠이 안 올 거야.”얼마나 비참할지 조유진은 짐작이 간다.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담백하게 과거를 말했다. 적나라한 잔인함과 몸싸움이었다.조유진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심장에 뭉툭한 통증이 느껴졌다.이 사람은 성격이 오만하고 남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맞고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평범한 일이다.그의 밥상 앞에 있는 음식을 뒤집고 바닥에 있는 만두를 주워 먹으라고 강요하는 일은 사소하면서도 흔한 것이다.배현수는 그녀의 머리맡에 기대어 옆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07853은 내 번호야, 오랫동안 이 번호로 불렸어. 감옥에서 나와 처음 비즈니스 이야기를 하러 갔는데 육지율이 고객사와 어떻게 얘기했는지 오자마자 나에게 협박했어. 고객사가 07853을 외치자 나는 정말로 대답했어. 거의 무의식적으로. 고객사들은 아주 기뻐하더라고. 나 때문에. 사실 자존심 때문이라도 거래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결국에는 했어. 하지만 나중에는 뒤에서 조종해서 그 회사를 파산시켰고 ‘07853'이라는 번호를 부른 사람은 더 이상 내 비즈니스 영역에 나타나지 않았어. 그러고 나서 SY그룹이 커지면서 아무도 07853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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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이날 밤, 배현수는 조유진이 몰랐던 과거를 낱낱이 털어놓았다.그의 과거를 들은 조유진은 심장을 쥐어뜯는 듯 아팠다.그의 품에 기대어 한참을 가라앉히고서야 잠이 들었다.창밖에는 차가운 북풍이 불고 있다.방안에는 두 몸이 서로 부둥켜안은 채 잠들어 있었다.다음 날 아침, 배현수와 서정호는 진주시를 떠나 대제주시로 돌아갔다.병원에 도착하자 간병인이 깨진 보라색 옥패를 배현수에게 주었다.유심히 살펴본 배현수는 옥패를 주머니에 넣었다.“이 옥패의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세요.”간병인은 알지 못했지만 배현수의 미움을 사지 않기 위해 고개를 끄덕였다.“배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배현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우리 어머니를 돌보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당연한 일입니다.”배현수가 병실로 들어왔다.예지은은 다리가 부러져 깁스하고 병상에 누워있다. 거동이 불편해도 좀처럼 가만히 있지 못했다.어두웠던 눈빛도 배현수의 모습을 보자 바로 맑아졌다.“아들아, 왔구나!”배현수는 병상 옆 의자에 앉아 깁스한 다리를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왜 말을 안 들어요? 계속 이러시면 아버지가 보러 오시지 않을 거예요.”예지은은 그 말을 듣더니 입술을 달싹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성준 씨도 안 오고 아들도 안 오고... 너는 대들기까지 하고!”배현수의 말투는 늘 차갑고 부드럽지 않았다.정신 상태가 좋지 않은 예지은은 계속 횡설수설했다. 사랑이 부족하고 관심이 결핍해 아이같이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다.옆에 있던 간병인이 말했다.“배 대표님, 사모님이 평소에 외로워하시니 얘기 좀 잘 나누세요.”배현수는 그제야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대든 거 아니에요. 계속 말을 안 듣잖아요. 다리가 부러진 것은 안 아파요?”예지은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응, 아파.”“그럼 다음에도 그럴 거예요?”“나도 모르겠어. 아들아, 집에 데려다줘. 응? 너의 아버지와 너도 날 보러 오지도 않고, 나 혼자 여기 있는 것이 너무 외로워.”배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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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배현수는 깜짝 놀라 예지은의 어깨를 붙잡고 물었다.“안정희의 아이예요? 그 아이는 어디에 있어요?”예지은은 온통 눈물투성이가 된 채 배현수를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팔로 머리를 잡고 말했다.“나한테 묻지 마... 나도 몰라... 정말 몰라!”“그럼 엄준은요? 성남시 엄씨 집안 사람들과 관련이 있어요? 엄마가 엄준의 딸을 데려간 거예요?”예지은은 미친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묻지 마. 네가 말한 그런 사람, 나는 모르니까! 진짜 몰라...”배현수는 다시 한번 물었다.“엄준, 엄씨 집안! 정말 몰라요?”“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어! 나는 엄씨 성을 가진 사람을 몰라... 물어보지 마! 머리 아파!”예지은의 표정을 보니 거짓말이 아닌 것 같다.배현수는 약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예지은이 데려간 게 엄환희만 아니면 그게 누군지 상관없다.그런데 그 아이를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 아이가 안정희의 진짜 딸일까?배현수의 다급한 질문은 예지은을 자극했다.예지은은 배현수를 보기 싫은 듯 이불을 뒤집어쓰고 등을 돌렸다.“너 가, 가!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으니까! 나을 아껴주는 사람은 성준 씨뿐이야! 성준 씨가 있었다면 너를 반드시 혼냈을 거야!”배현수가 자리에 가만히 서 있자 예지은은 도자기 컵을 집어 들어 그에게 뿌렸다.“너와 같이 집에 가지 않을 거야! 너의 집은 우리 집이 아니야! 나는 육씨네 집으로 돌아갈 거야! 육씨 저택이야말로 나와 성준 씨의 집이니까...”말을 하던 예지은은 참을 수 없이 울었다.눈빛은 점점 흐트러졌다.“하지만 육씨 저택에도 성준 씨는 없어... 성준 씨, 어디 간 거야? 너무 보고 싶어...”도자기 컵이 바닥에 깨져 널브러졌다.배현수는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컵이 깨지는 소리를 들은 간병인이 문을 두드렸다.“배 대표님, 도와드릴까요?”배현수는 돌아서서 병실을 나가며 간병인에게 말했다.“저희 어머니가 이상한 소리 또 하면 한 마디도 빠짐없이 알려 주세요.”“예, 배 대표님.”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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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뒷좌석에 앉아 있는 배현수는 차갑고 늘씬한 손가락으로 약지의 플래티넘 반지를 돌렸다.사랑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같이 설을 쇠기로 약속했어. 어기고 싶지 않아.”“아 참, 셀리나가 그 핑크 다이아몬드를 보내왔어요. 배 대표님의 책상 위에 올려놨습니다. 설을 같이 쇨 거면 잊지 말고...”“필요 없어.”서정호는 새해 전야에 그가 청혼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아직도 그녀의 마음을 못 얻은 듯하다...진주시.더한의 자료를 뒤지던 조유진의 눈길에 실주주에게서 멈췄다.더한의 배후에 있는 실 주주는 자연인이 아니라 열오라는 회사이다.상장하지 않은 더한은 열오가 더한의 지분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열오... 이름이 익숙하다.조유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강이찬의 지분 10%를 사들여 SY그룹 주식시장에 이름을 올린 그 열오?조유진은 SY그룹의 현재 주주 구성을 살펴봤다. 열오라는 회사가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었다.회사소개서를 클릭해보니 같은 회사였다.왠지 불안한 마음에 배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배현수는 이제 막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왔다. 걸려온 전화를 보고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전화를 받자마자 먼저 입을 열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보고 싶어서 전화한 거야?”이제야 겨우 12시임을 확인한 조유진은 입을 달싹였다.“그게 아니라...”용건을 말하려는데 배현수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나 보고 싶은 거 아니야, 그럼 끊는다?”“잠깐만요.”조유진이 그를 불렀다.“현수 씨,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남자는 휴대전화를 손에 쥔 채 침대 옆에 앉아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럼 몸으로 보답하기로 한 거야?”조유진은 피식 웃었다.“업무적인 일이에요.”배현수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늦은 시간까지 일해?”조유진은 개의치 않고 대답했다.“현수 씨도 한두 시까지 자주 일하잖아요.”방금 목욕한 배현수는 몸이 나른한 상태라 약간 산만한 듯 보였다.“그건 예전에 지루해도 할 게 일밖에 없으니까.”조유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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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조유진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또 SY그룹과 성행을 목표로 온 거면... 혹시 드래곤 파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그럴 가능성이 크겠지. 작은 규모로 보이는 회사가 이렇게 자금력이 좋은 건 분명 어떤 세력을 등에 업고 있는 거야.”배현수의 말이 끝나자 조유진은 한참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잠자코 있었다.그러자 배현수가 위로했다.“걱정하지 마. 아무리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어. 아무리 그래도 이곳은 한국이야. 드래곤 파가 아무리 세력이 크다고 해도 그렇게 대놓고 날뛰지는 않을 거야.”“하지만 지난번에 SY그룹 빌딩을 폭파했어요. 현수 씨, 만약 이번에 또 위험에 처한다면 두 번 다시 독단적으로 행동하면 안 돼요”조유진은 말투가 센 편은 아니지만 진지했다.배현수는 얼떨떨해하더니 이내 대답했다.“내가 또 그러면 점수 다 깎아.”“농담 아니에요.”“나도 농담 아니야.”배현수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너와 관련된 일은 모두 진지해.”조유진은 입꼬리를 올렸다.“시간이 늦었어요. 빨리 쉬어요.”“일 얘기 끝났으니 이제 나 필요 없어진 거야?”조유진은 목을 만지작거렸다.“그럼 또 무슨 말을 할까요?”“얼굴 보여줘.”조유진은 순간 멈칫했다. 그러자 배현수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응, 너의 얼굴 보고 싶어.”단순히 얼굴만 보는 건지 아니면...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페이스 톡이 걸려왔다.조유진은 얼굴이 뜨거웠지만 이내 연결 버튼을 눌렀다.배현수는 그녀를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너무 뜨거운 눈빛에 조유진은 불편했다.“다 봤으니 이만 샤워하러 가야겠어요.”“휴대전화를 욕실에 가져가.”조유진은 귀까지 빨개졌다.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짐승!”‘띵!’하는 소리와 함께 영상이 끊겼다.배현수는 멍해진 채 휴대전화를 바라봤다. 눈빛에는 장난기가 가득 차 있었다.욕실에 가서 보이스 톡을 하자는 뜻이다. 이상한 생각을 한 사람이 대체 누구인지 모르겠다....다음 날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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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아닌 척하는 육지율이지만 꽤 부러운 듯 보였다.배현수는 한마디 보탰다.“어차피 넌 없잖아. 조용히 해. 그런데 왜 갑자기 나 찾으러 온 거야?”육지율은 코를 만지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그게... 여자가 카드를 돌려주고 너의 돈도 안 쓰려고 하는 것은 이혼하고 싶다고 뜻이겠지?”배현수는 가십거리를 만난 듯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남초윤이 너의 돈도 안 쓰려고 하는 거야? 그럼 누구의 돈을 쓰는데? 김성혁 씨?”이 말에 육지율은 목이 멘 듯 보였다. 얼굴이 굳어지더니 이내 한마디 했다.“가족 카드를 돌려줬어. 남씨 집안 사업에 돈을 안 보태도 된대.”배현수는 장난기 섞인 얼굴로 조롱했다.“처음 듣는 얘기네. 하지만 남씨 집안 사업에 투자하지 말라고 하면 돈을 아끼는 거 아니야? 그런데 왜 갑자기 화를 내?”남씨 집안은 사실 애초에 회사를 차릴 만한 자질이 못 된다.그런 곳에 돈을 투자하는 곳은 사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마찬가지였다. 50%의 수익률도 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는 물거품이다.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사업하는지도 모르겠다.이 투자금 때문에 육지율도 할아버지에게서 호출을 많이 받았다.육지율이 코웃음을 쳤다.“누가 화가 난대? 남씨 집안 회사 빨리 망했으면 좋겠네. 남재원 그 양반 혼내주게.”“그럼 뭐가 고민인데? 남초윤에게 걱정이 없어지면 이혼하려는 결심이 더 굳어질까 봐 그래?”육지율은 눈살을 찌푸렸다.“내 말 좀 들어봐. 요즘 퇴근하자마자 서재에 들어가서 문도 잠그고 나오지 않아. 안에 숨어서 몰래 무엇을 하는 것일까?”배현수는 잠시 어리둥절해서 하다가 이내 말했다.“숨어서 김성혁과 영상통화 하나?”육지율이 진짜로 이 말을 믿을 줄 몰랐다.“X발! 내가 몇 번이나 참았는데 이렇게 하는 것은 너무 상도덕에 어긋나지 않아?”본인을 너무 안중에 두지 않는 게 아닌가?배현수는 한마디 귀띔했다.“너와 이혼하자고 했다면서. 진작 너와 살고 싶지 않았겠지. 너는 알면서도 계속 미루었고. 다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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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전화기 저쪽은 육지율의 어머니 강란희다.육지율은 진작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다.“이 일 말고 다른 할 말은 없죠?”강란희가 계속 잔소리했다.“그렇게 자꾸 건들거리지 마. 네 할아버지, 이번에 진짜로 인내심이 바닥에 났으니까. 너 초윤이와 결혼한 지 거의 3년이 다 되었어. 그런데 어떻게 여전히 그 모양이야.”육지율은 손을 들어 넥타이를 잡아당겼다.“집에 가서 얘기해요. 전화기에서조차 이런 얘기 하면 어떻게 해요.”강란희의 말투는 진지했다.“너의 할아버지가 얘기하셨는데 애초에 네가 결혼하겠다고 한 여자야. 그런 여자와 같이 있어도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너의 사업에 도움을 줄 수 없는 데다가 심지어 아이까지 낳을 생각이 없으면 차라리 하루라도 빨리 헤어지는 게 나아. 너의 일에 간섭하고 싶지 않지만 너도 알다시피 할아버지가 한 말은 꼭 지키잖니.”육지율은 양미간을 찌푸렸다.“됐어요. 알았어요.”“생각 좀 하고 살아.”강란희는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육지율은 가죽 소파에 기대어 한숨을 내쉬었다.“어째서 어르신들은 매일 이렇게 나를 다그치시는 것일까? 손자를 괴롭히면 기분이 좋은 것일까?”배현수는 개의치 않은 듯 말했다.“할아버지도 다 너를 생각해서 그러는 것이잖아. 너 같은 망나니는 잘 다스려야 하니까.”“너 정말 친구 맞아?”말이 나온 김에 배현수도 더 이상 빙빙 돌리지 않았다.“할아버지가 너더러 집에 오라고 나에게 전화하셨어.”육지율은 멍하니 배현수를 바라보며 말했다.“무슨 뜻이야?”육지율은 코웃음을 쳤다.“너더러 빨리 올바른 길 찾아서 걸으라는 뜻 아니겠어? 원하지 않는다면 너를 협박하고 강요하는 것도 하겠다는 뜻이지.”육지율은 코웃음을 쳤다.“그러니까 지금 내가 하는 것들은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는 얘기네? 할아버지가 걸었던 그 길은 가기 싫다니까.”“할아버지가 걸었던 길을 가기 싫으면 성적을 내서 설득해야지. 지금 이렇게 되면 할아버지 눈에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거야.”배현수는 낮은 목소리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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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그러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어요.”불효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어르신은 지팡이를 집어 들더니 그의 등을 세게 내리쳤다.육지율은 혼잣말로 욕설을 퍼부었다.“X발! 진짜 때리네!”육성일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내가 때리지 않으면 누구를 때리겠어? 하루 종일 일은 하지 않고 매일 그런 술집에 박혀 있으니 말이야!”육지율은 팔뚝을 흔들었다. 등 근육이 뻐근했다.“술집에 박혀 있는 게 아니에요. 술집도 돈 잘 벌어요. 왜 이렇게 고집이 심하세요? 나중에 우리 바에 한 번 와보세요. 젊은이들의 삶이 어떤 것인지 체험시켜 드릴게요. 그럼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서 때리지 못할 거예요.”어르신은 지팡이를 들더니 또 몽둥이로 내리치려 했다.이번에는 육지율이 재빨리 피하는 바람에 때리지 못했다.“이리 오너라!”할아버지는 지팡이를 짚고 책상 맞은편에 있는 육지율을 가리켰다.육지율은 눈살을 찌푸렸다.“안 때리시면 갈게요.”어르신은 이를 악물었다.“때리지 않을 테니 이리 와봐.”“정말요?”인내심을 잃은 할아버지는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당장 오지 못할까?”육지율은 한숨을 내쉬었다.“할아버지가 내 할아버지라서 내가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것이지 만약 모르는 사람이 나를 이렇게 세게 때린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바로 조상 옆에 묻을 거니까!”퍽!지팡이는 더 독하고 더 센 힘을 싣고 그의 등에 꽂혔다.육지율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할아버지, 시...”발이라는 글자를 입 밖에 내기도 전에 육성일이 물었다.“시 뭐?”육지율은 너무 아파 이마에 식은땀까지 났다.몽둥이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그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몽둥이로 두 대 때리고 나니 어르신의 화가 많이 누그러졌다.손에 힘을 빼고 지팡이를 옆으로 던졌다.그는 육지율을 노려보며 말했다.“두 가지 선택지를 줄게. 하나, 한 달 안에 남초윤을 임신시켜 아이를 낳아. 너의 아비가 못난 것은 둘째치고 너라도 사람 노릇은 해야 할 거 아니야. 앞으로 너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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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육성일은 순간 얼어붙었다.두 눈이 마주친 순간 방 안의 분위기마저 얼음장으로 만들 것 같았다.육지율의 눈이 시뻘게졌다.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 손자예요. 원수가 아니에요. 하루 종일 이렇게 몰아붙이면 기분이 좋으세요?”육성일이 큰 소리로 호통쳤다.“형의 죽음 때문에 이렇게 의기소침한 거라면 너 육지율 정말 못난 놈이라고밖에 말 못 하겠네!”그러자 육지율도 바로 대꾸했다.“네, 제가 나쁜 놈이에요. 인정해요. 저 겁쟁이야, 그래서 내 아이도 겁쟁이일 거예요. 할아버지가 나를 키우지 못한 것처럼 내 자식도 키울 수 없어요. 그러니까 더 이상 몰아붙이지 마세요!”말투는 잔뜩 화가 나 있다.찰싹!육성일은 손으로 육지율 왼쪽 뺨을 세게 때렸다.육지율은 얼굴을 옆으로 돌린 채 한참 동안 고개를 들지 않았다.얼굴을 숙인 채 혀끝을 뺨에 대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형은 뭐든 다 잘하죠. 할아버지 말을 너무 잘 들어서 탈이에요. 하지만 나는 육지운이 아니에요. 저는 육지율이라고요. 할아버지, 마지막으로 말씀드리지만 저는 할아버지가 걸었던 그 길을 가고 싶지 않아요.”그 말을 들은 육성일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입을 열었다.“내가 걸었던 길을 가기 싫으면 너 스스로 새길 개척해서 보여줘. 지금처럼 일하지 않고 매일 빈둥빈둥 놀지만 말고. 계속 그러면 너도 더 이상 육씨 성을 가질 생각하지 말고! 그때는 와이프도 미처 챙겨주지 못할 거야!”육성일이 온 힘을 실어 때린 따귀에 육지율은 입안에 희미하게 피비린내가 느껴졌다. 그는 혀끝으로 피를 핥았다.“앞으로 밖에서 일할 때 두 번 다시 육씨 가문의 이름을 쓰지 않을게요. 할아버지 불편하지 않도록 손자라는 것도 얘기하지 않을게요.”육지율은 냉랭한 얼굴로 콧방귀를 뀌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래, 어디 말한 대로 하나 보자!”육지율은 고개를 숙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못하면 할아버지의 개가 되겠습니다.”육지율은 상당히 기분이 나쁜 듯 입술을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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