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에서 천화는 바로 동창 모임의 중심이 되었다. 천화의 모든 남녀 친구들은 호기심에 천화를 에워쌌고, 천화에게 동혁과 관련된 일들을 물어보았다. 이때 오수연도 다가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천화를 바라보며 몸을 꼬며 말했다. “천화야, 난 유재현이 너보다 성숙하지 못한 것 같아서, 유재현과 헤어지기로 결정했어…….” “오수연, 유재현과 헤어지는 게 대체 나랑 무슨 상관이냐? 그건 네가 재현이하고 따로 얘기해.” ‘천화, 이 답답한 놈, 지금 수연이를 보고도, 어떻게 무슨 말인지도 모를 수 있어?’. 친구들의 이상한 눈빛에 오수연은 수줍고 분해서 그 자리에서 도망갔다. 유진태가 동혁의 뒤를 따랐다. 룸에서 나오자마자 유진태가 말했다. “사장님, 방금 진 사장님도 여기 호텔에 식사하러 오셨습니다. 가란은행의 노광훈 행장을 초대한 거 같더군요. 노광훈 등 몇 명이 진 사장님을 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은 것이, 마음에 다른 뭔가 꿍꿍이가 있어 보였습니다.” 유진태는 여러 해 동안 호텔에 근무하면서, 상대의 낌새를 잘 파악할 줄 알았다. 유진태는 가란은행 노광훈 행장 일행이 호텔에 들어서자, 음흉한 눈으로 세화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유진태는 서둘러 룸에 가서 동혁에게 보고하려 한 것이다. “그들은 지금 어느 룸에서 식사를 합니까?” “위층 777 VIP룸입니다.” 유진태가 재빨리 대답했다. 유진태가 고개를 들자, 앞에 있던 동혁의 모습이 이미 보이지 않았다. 777 VIP룸. “노 행장님, 전 이미 행장님이 권하는 대로 술을 많이 마셨어요. 이제 그만 진성그룹의 대출을 승인해 주시지요?” 세화는 술에 취해 팔짱을 끼고 가란은행의 임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화 옆에 앉아 똑같이 곤드레만드레 취한 여자는 세화의 대학 동창인 수선화이다.수선화도 가란은행의 주요 관리자였다. 세화는 수선화에게 부탁해 대출을 승인해 주면 수선화에게 일정한 보수를 주겠다고 약속했고, 비로소 노광훈 등과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원래 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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