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화는 수선화가 자신을 배신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선화는 내 대학 동창이야.’ ‘천미 언니처럼 가까운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사이가 나쁘지 않은데?’ ‘거기다 어제 동혁 씨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선화도 노광훈 등의 사람들에게 짓밟혔을 거야.’ ‘그 일로 선화도 분명 화가 났었는데?’ ‘선화가 어떻게 나서서 내 잘못을 증언한다는 거지?’ 세화는 바로 그 자리에서 수선화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화야, 이 변호사가 내가 동혁 씨를 시켜 고의로 사람을 다치게 했다고 네가 증언하기로 했다고 하던데 사실이야?” [맞아, 무슨 문제라도 있어?] 수선화의 목소리가 나른한 것이 방금 잠에서 깬 것 같았다. 세화에게 수선화의 대답은 청천벽력이나 다름없었다. “선화야,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너도 알잖아? 그 사람들이 널 협박이라도 한 거야?” 세화는 여전히 화를 억누르고 있었다. 수선화가 정말로 자신을 배신할 것이라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선화는 분명 누군가로부터 압력을 받았을 거야.’ [세화야 날 어떻게 보고? 함부로 말하지 마! 난 정의를 위해 증인이 되기로 결정한 거야!] 수선화의 목소리가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분명 네가 노 행장과 잠자리를 함께해서 성상납을 한 다음, 노 행장이 진성그룹 대출을 승인하게 하려고 했잖아. 그러데 노 행장이 대답하지 않자, 네가 화가 나서, 네 그 바보 남편이 노 행장의 다리를 차서 부러뜨리고, 또 강제로 일행들에게 술까지 먹였어!] [세화야, 내가 정말 널 잘못 봤어. 네가 이런 사람인 줄 전혀 몰랐다고. 우리 친구 관계는 여기까지 하자.] 수선화는 말을 마치자 전화를 끊었다.세화의 몸이 떨렸다. 수선화가 한 말은 수선화가 세화의 잘못에 대한 증인을 하기로 했다는 결정보다 더 세화를 아프게 했다. ‘동혁 씨는 분명히 선화를 구했어.’ ‘그런데 선화가 어떻게 이렇게 쉽게 날 배신하고, 게다가 잔인하게 내게 누명까지 씌워서 모욕할 수 있지?’ 하지만 세화는 곧 깨달았다. ‘수선화, 도둑이
동혁이 크게 소리친 말에 돌아서 가던 직원들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직원들은 몸을 돌려 차갑게 비웃으며 동혁을 바라보았다. “하하, 3대 가문에게 미움을 샀는데 진성그룹에게 미래가 있겠어? 우리는 빨리 다음으로 의지할 직장을 찾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곧 우리가 타고 있던 진성그룹이라는 이 배가 완전히 뒤집힐 거고, 다음 일자리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질 뿐이야. 모두들 안 그래? 내 말이 맞잖아!” 제일 먼저 사표를 쓴 천강호가 말했다. “맞아!” 사직하려는 임원들과 일반 직원들이 잇달아 맞장구를 쳤다. “진 사장님, 잊지 말고 우리 월급이나 잘 정산해서 우리 각 계좌로 송금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진 사장님을 고소할 겁니다. 당신 죄만 더 무거워진다고요!” 천강호는 이 말을 내던지고, 의기양양하게 떠났다. 다른 사람들도 이어서 떠났다. ‘진성그룹이 가장 힘들었을 때 이들은 주저 없이 진성그룹을 버렸을 뿐만 아니라, 돕기는커녕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었어.’ 동혁은 떠나는 직원들을 외면한 채 멀찌감치 서서 이 모습을 보고 있는 다른 직원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걱정이 태산 같거나, 고민스러운 얼굴의 직원들이 보였다. 동혁은 큰소리로 외쳤다. “이런 시기에 진성그룹을 버리지 않은 사람의 월급은 3배로 오르고 연말 보너스는 2배로 지급될 겁니다. 자, 그래도 가든지 말든지 여러분 마음대로 하세요!” 세화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미 상황이 이렇게 안 좋은데, 동혁 씨가 이런 말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남아있던 직원들 역시 동혁의 말에 별 반응이 없었다.또다시 일부가 나갔고, 남은 사람들은 그저 지금 세화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세화의 노력을 직원들은 모두 눈여겨보았고, 평소에 직원들에게 잔소리도 없었다. ‘비록 진성그룹이 죽을 운명이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할 거야.’ “감사합니다. 제가 열심히 방법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마지막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을게요.” 세화는 눈시울을 붉히며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과
세화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화는 진한영의 파렴치한 조처에 놀랐다. 예전에 세화가 권력을 잡을 때를 대비해 그룹 사장 자리를 비워둘지언정 세화에게 그 자리를 맡기지 않았다. ‘지금 진성그룹이 곧 무너질 것 같으니, 나에게 모든 피해를 떠넘기기 위해 그룹을 강제로 내 소유로 돌린 거야.’ ‘덩달아 강제로 동혁 씨까지 여러 회사 법인의 주인을 만들다니!’ ‘무일푼에서 하루아침에 겉보기만 억만장자 사장님이 되었어!’ ‘이보다 더 파렴치한 게 또 있을까?’ “할아버지, 언제 동혁 씨의 신분증을 가지고 이런 일을 한 거예요? 동혁 씨가 동의는 했어요?” 세화가 분노하며 물었다. 진한영은 세화의 말이 불만스럽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흥, 잊지 마라. 그 바보가 여태 우리 진씨 가문에서 공짜로 먹고 마시고 잘 지냈잖아. 우리 진씨 가문에서 돌보지 않았으면 오래전에 죽었어. 그런데도 내가 무슨 일을 하려면 그 바보의 동의가 필요해?] 세화는 심호흡을 하며 침착함을 찾으려 했다. ‘할아버지가 모든 준비를 마친 이상 하늘 거울 저택이 팔린 것은 이미 막을 수 없어.’ 세화가 말했다. “그럼 할아버지, 그 400억 원을 진성그룹 계좌에 넣어주세요. 지금 마침 대출이 끊겨서, 그 400억 원이 있으면 한동안 버틸 수 있어요.” [그건 안된다. 그룹의 일은 네 스스로 방법을 생각해 봐. 이 400억 원은 네게 줄 수 없으니까!] 진한영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3대 가문의 미움을 샀으니, 진성그룹은 반드시 망할 거야.’ ‘400억 원을 던져도 절대 회생할 수 없어.’ 진시 가문의 사람들은 지금 진성그룹과 관계를 끊고, 가라앉고 있는 이 낡은 배에서 뛰어내리느라 바빴다.그 400억 원이 있어야 진씨 가문이 그나마 체면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진한영 등은 세화 가족의 생사를 전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좋은 것이 있으면 누구보다 가장 빨리 뺏고, 진성그룹이 무너질 것 같으니 다 잘라내다니 어떻게 그런 가족이 있을 수 있어?” 세화는 너무 분
모태현이 데리고 온 은행과 법원 직원들도 총부리에 맞아 모두 땅에 엎드렸다. 사실 그 직원들이 해야 할 어떤 검수 절차도 없었다. 단지 모태현에게 끌려와 허세를 부려 세화의 가족들을 놀라게 하고, 세화의 가족들이 즉시 이사하게 하려고 한 것이다. 늑대처럼 호랑이처럼 무서운 호야병단의 병사를 마주하고도, 은행과 법원의 직원들은 자신들의 고충을 말하지 못했다. “데려가!” 조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모태현은 병사들에 의해 팔이 꺾여 죽은 개처럼 끌려 나갔다. 모태현은 떠나며 독설을 퍼부었다. “진세화, 너희들이 언제까지나 항상 운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냐? 우리 형은 3대 가문을 등에 업고 있고, 형의 인맥은 너희들이 상상할 수 없는 정도야. 너희들의 진성그룹은 결국 고립되어 죽을 거야! 은행 대출 중단은 시작에 불과해!” “돈 갚지 않으면 하늘 거울 저택은 조만간 내 차지가 될 거야. 설 대도독이라 해도 그건 어쩔 수 없을…… 윽!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모태현은 또다시 배를 한 대 얻어맞았다. 모태범은 다시 소란을 피울 수 없었다. “모태범이 말한 건 사실이야. 돈을 갚지 않으면 우린 저택에서 나가야 하고, 진성그룹도 완전히 무너질 수 있어.” 세화는 얼굴에 수심이 깊어지며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가족이 쫓겨나갈 필요는 없어졌지만, 세화는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 ‘모태국의 압박이 너무 센데.’ ‘완전히 우리 가족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으려는 계산이야.’ ‘어쩌면, 우리 옛집마저 빼앗길지도 몰라.’ ‘그러면 온 가족이 모두 거리로 나앉겠지?’ 세화는 쉽게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매우 절망적이고 무기력했다. ‘모태국은 단지 3대 가문의 사위일 뿐인데, 우리에게 이런 치명적인 화를 가져다주다니.’“여보,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내가 있는 이상 아무도 당신을 무너뜨릴 수 없으니까!” 동혁은 휴대폰을 꺼내 세화 앞에서 황지강에게 전화를 걸었다. “진성그룹 이야기 들으셨죠?”[예, 들었습니다. 그럼 회장
모태현은 사람들을 데리고 등기소로 달려갔다. 등기소의 직원을 보자마자 모태현은 직접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나는 광도그룹 모태현 사장입니다. 가란은행 모태국 사장의 동생이자 3대 가문의 친척이지요. 제 소개는 충분한 거 같고, 그럼 5분 안에, 하늘 거울 저택을 제 명의로 바꾸세요!”모태현은 자신의 신분 배경을 밝히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었다. 과연, 현수진은 듣자마자 깜짝 놀라 서둘러 각종 자료를 찾아 처리하기 시작했다. 앞의 모태현쪽의 자료 처리는 모두 순조로웠다. 그런데 하늘 거울 저택 원래 소유주의 신원 자료를 열람하는 중에 문제가 생겼다. 현수진은 몇 번을 시도했지만 동혁의 신원 정보를 찾아낼 수 없었다. “뭐가 잘못됐습니까? 이렇게 꾸물거려요?” 현수진이 당황한 표정을 짓자, 모태현이 불만스럽게 물었다. 현수진이 말했다. “모 사장님, 사장님께서 주신 원래 소유주의 신원 자료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저희 데이터베이스에서 이동혁의 정보를 전혀 찾을 수 없…….” “무슨 헛소리!” 모태현은 현수진의 말을 끊으며 대답했다. “이동혁의 자료는 진씨 가문 사람들이 직접 내게 준 것인데, 어떻게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까? 진씨 가문 사람들이 아무리 대범해도 감히 나를 속일 수는 없다고!” “정보를 찾을 수 없는 이상, 저희도 어쩔 수가 없어요.” 현수진은 모태현의 흉악한 모습을 보고 곧 울 것 같았다. “그럼 당신 상사더러 대신 처리하라고 하세요.” 모태현은 일반 직원인 현수진과 더 이상 이야기하기 귀찮았다. 현수진은 서둘러 자신의 상사를 찾았지만, 여전히 아무 정보도 찾을 수 없었다. 동혁의 신분증을 몇 번이나 입력을 해도 여전히 실패했다.모태현이 계속 소란을 피우자 결국 등기소 박철민 소장에게까지 소식이 전해졌다. 소식을 들은 그는 깜짝 놀랐다. 박철민은 참지 못하고 화를 내며 말했다. “데이터베이스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야? 당장 기술자에게 직접 해보라고 해.”여러 사람들이 기계실에 가서 기술
“시장님, 저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박철민은 놀라서 어리둥절해하며 벌벌 떨었다. “자기가 무슨 일을 버린 줄도 몰라요?” 하세량은 화가 너무 나서 박철민의 뺨을 한 대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국가안전본부가 여기 등기소에서 범죄자가 기밀 등급이 SS인 중요 인물의 신원 정보를 열람하려고 했다고 말했어요.” “거기다 여러 차례 경고했는데도, 데이터베이스 해킹을 강행했다고 하더군요.” “상부에서는 국제 테러 세력이 그 중요 인물을 위해 하려는 것으로 의심되어 즉시 자폭 프로그램을 가동해 이곳의 데이터베이스를 삭제하고, H시 쪽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신들을 제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하세량이 소리치자 박철민 등은 모두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기밀 등급 SS의 중요 인물이라고?’ 박철민 등은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조차 들어본 적도 없는데, 그 사람의 정보를 열람하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등기소 아래층에 모인 큰 병력을 보면서 박철민 등은 믿지 않을 수 없었다. 화가 난 하세량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솔직히 말해요! 누구의 신원 정보를 열람하고 있습니까?” “하 시장님, 저희는 그 중요 인물에 대한 정보를 열람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이동혁이라는 일반인의 정보를 열람한 것뿐입니다. 그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로 H시에서 유명한 사람 있잖습니까?” 박철민이 억울한 듯 말했다. 하세량의 눈이 커지더니 갑자기 화를 내며 박철민의 뺨을 후려갈겼다. “당신 지금 이 선생을 일반인이라고 한 겁니까? 지금 일반인 하나가 국가안전본부를 놀라게 할 수 있다고요? 박 소장, 원래 이렇게 눈치가 없어요?” 하세량은 할 말이 끝나자 손을 내저었다. “이번 일에 관여한 모든 관련자들을 데려가서 위에서 파견한 사람들에게 넘기세요! 여기 당신들은 제발 자신이 깨끗하기를 기도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테러세력과 연루된 것이 밝혀지기라도 하면, 아무도 모르게 사라질 테니.” “아!” 박철민
“이동혁의 신원 정보는 우리가 정신병원에서 받은 자료입니다. 틀리다니요? 그건 불가능해요.” 돈을 돌려받으러 온 최명훈 등을 보고, 진씨 가문의 사람들도 모두 어리둥절해했다. 진한영은 화가 나서 진태휘의 얼굴을 한 대 때렸다. “이놈의 자식, 애초 어떻게 수속을 했길래, 지금 이런 큰 문제가 생겼어?” 진태휘가 얼얼한 얼굴을 감싸고 있었는데, 진태휘 자신도 무슨 이유인지 영문을 모르는 듯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시고, 이전 지급한 400억 원을 돌려주고, 당신들 때문에 모태현 사장님이 억울하게 국가안전본부에 잡혀간 것에 대한 보상으로 200억 원을 추가로 더 주셔야겠습니다.” 최명훈 등 은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갑자기 진한영의 집 전체에 땅에 떨어지는 바늘 소리도 들릴 정도의 정적이 흘렀다. 진한영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상대방의 살벌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최 실장님, 모 사장님께 말씀 좀 잘 해주세요. 우선 400억 원을 돌려드리고 나머지 200억 원은 나중에 갚겠습니다. 저희가 지금 정말 돈이 없습니다.” 진한영은 굽실거리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모태국는 곧 동의했고, 진씨 가문에 아직 미처 써보지도 못한 400억 원을 돌려달라고 했다.진한영은 두말없이 380억 원이 든 계좌를 넘겨주었다. 그리고 진한영은 진태휘와 진화란 남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20억 원, 다시 가져와!” 진태휘와 진화란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하늘 거울 저택을 모태현에게 판 건, 진태휘, 진화란 남매의 생각이었다. 400억 원을 받은 후, 진한영은 기뻐하며 그들 남매에게 20억 원을 상으로 주었다. 진태휘와 진화란은 그 즉시 각각 전액을 내고 슈퍼카를 샀고, 남은 돈도 곧 탕진했다. 진태휘와 진화란은 아직 슈퍼카를 타 본 적도 없었다. 진태휘와 진화란은 서둘러 슈퍼카 쪽으로 전화를 걸어 차가 필요 없다며 환불을 요구했다.그러나 상대방은 무뚝뚝한 말투로 답장을 했고, 이미 주문을 했기 때문에 돈을 환불할 수 없다고 답했다.
[어차피 이미 600억 원을 빚졌으니 빛이 조금 는다고 티도 안나. 200억 원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하늘 거울 저택. 진한영의 전화를 받은 세화는 이상할 정도로 평온했다. 진한영은 이 모든 일을 동혁이 사람을 때린 탓으로 돌렸고, 세화는 할 말이 없었다. 그때 갑자기 방 안의 류혜진이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도대체 누가 이런 헛소문을 낸 거야? 정말 너무해, 내 딸은 절대 이런 사람 아닌데. 이젠 우리 보고 다 죽으라는 건가? 흑흑.” 세화와 동혁이 서둘러 달려왔고, 천화도 왔다. 류혜진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울고 있었다. 세화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녀는 휴대폰을 세화에게 건넸다. “세화야 한번 봐!” 세화는 휴대폰을 보더니 갑자기 온몸을 떨었다. 세화 얼굴빛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진성그룹 진세화 부사장, 은행장에게 성접대가 실패하자 정신병을 앓고 있는 남편을 때려 중상을 입히다.” “가란은행 측은 가해자를 고소해 세 명의 피해자를 대신해 정의의 심판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진세화의 대학 동창 수선화 씨가 재판에서 증언하겠다고 선언하다, 정의의 천사!” 트위치와 같은 다양한 플랫폼에서 이미 세화와 관련된 여러 뉴스가 보도되고 있었다. 세화를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은 사진도 게시되었다. 미녀 사장이 은행장에게 뇌물을 줬다는 소식은 워낙 화제성이 있었다. 보도가 되자마자 각 플랫폼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이와 함께 세화의 악명이 인터넷을 타고 온라인 세계로 퍼져나갔고, 결국 현실 세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세화를 향한 욕설이 곳곳에서 들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실이 무엇인지 개의치 않고 마음껏 소문을 내며 수군거렸다. 세화를 악랄하게 비난하는 논평들을 세화는 한 번 보았을 뿐 감히 더 이상 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그와는 반대로. 세화에게 더러운 오명을 씌운 수선화는 오히려 정의의 화신이 되었다. 세화의 사건은 수선화가 트위치에 올린 짧은 동영상이 사람들의 폭발적인
그러나 오한민은 결국 그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지금의 자신에게는 동혁을 죽일 능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원래는 사정우와 동혁 사이를 이간질해서, 이 두 사람이 죽기 살기로 싸우게 하려고 했다.가장 좋은 결과는 사정우가 동혁을 해치우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손을 쓸 필요 없이.오한민이 알게 된 소식에 따르면, 동혁은 촬영장에 달려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세화를 마중한 뒤에는 확실히 블루라군 별장단지로 가서 사정우를 곤란하게 만들었다.오한민이 보기에,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죽음을 재촉하는 행동이다.그러나 놀랍게도 한 시간이 지난 뒤, 빅토리아병원에 멀쩡하게 나타난 동혁은 여전히 기세 등등하게 날뛰고 있었다.사정우는 H시의 한 이류 가문의 폐물에게 반죽음이 된 상태였다.사씨 가문에서는 당연히 이 창피한 소식이 퍼져 나가지 않게, 빨리 덮으려고 했다.그래서 오한민도 블루라군 별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길이 없었다.‘이동혁이 어떻게 조금도 다치지 않고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을까?’이런 의문들 때문에 오한민의 마음은 동혁에 대한 거리낌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오한민은 원래 신중하고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철저하게 계획한 뒤에 행동하는 걸 좋아했다. 여태까지 준비되지 않은 싸움은 하지 않았다.‘지금은 더더욱 경솔하게 이동혁에게 손을 대서는 안 돼.’[이동혁, 그럼 네가 며칠 더 날뛰는 모습을 지켜보겠어!]오한민의 이 말은 거의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내뱉었다. 공기 중에는 얼음 부스러기들이 가득한 것처럼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다.그러나 동혁에게 이런 말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동혁이 바닥에 널부러진 오태강을 발로 차서 나연지 앞으로 보내면서 말했다.“그놈을 데리고 꺼져. 빅토리아병원은 이제 문을 닫으니까 여기선 치료할 수 없어! 다른 병원으로 가서 치료해!”동혁 때문에 놀라서 간담이 서늘해진 사람들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핸드폰 화면을 통해 그 모습을 보고 분통이 터진 오
얼른 핸드폰을 받은 황성민은 동혁과 오태강에게 카메라를 맞췄다.“이동혁, 너 뭐 하려는 거야!”오태강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자, 도망치려고 힘껏 일어났다.펑! 한 발로 오태경을 발로 차서 바닥에 쓰러뜨린 뒤, 오태경의 앞에 간 동혁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오한민 잘 봐. 이게 바로 네가 나를 도발한 대가야.”[이동혁, 네가 감히!]오한민의 놀란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자기의 아들 오반석은 능력이 너무나 부족했다.그래서 오태강은 자신의 친조카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역점을 두고 계속 양성한 자신의 후계자였다. 그래서 사립병원들을 모두 조카인 오태강에게 맡긴 것이다.‘이동혁은 지난번에 반석이의 두 다리를 부러뜨렸는데, 지금은 또 태강이에게 손을 대려고 해.’‘이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이동혁, 네가 감히 태강이에게 손을 댄다면, 맹세하건대 나 오한민은 반드시 너와 끝장을 보겠어!]오한민이 분노하며 포효했다.이를 갈고 있는 모습은, 평소 TV 매체에서 항상 모든 걸 파악하고 자신감이 넘치던 투자계의 거물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더군다나 화면상의 위협은 동혁의 굳은 결심을 전혀 흔들 수가 없었다.“그럼 끝장을 보던가.”동혁의 냉혹하고 무자비한 목소리가 울리면서, 들어올린 다리로는 오태강의 한쪽 무릎을 힘껏 밟았다.“안 돼, 삼촌 살려주세요... 아악!”뼈가 부러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더불어.동혁에게 짓밟힌 오태강의 한쪽 다리는 무참하게 박살이 났다!처참한 비명소리가 병원 1층 전체에 울려 퍼지면서 오랫동안 메아리가 계속되었다.복도의 사람들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나연지, 소태란 등 빅토리아병원 사람들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창백해졌다.아까 자신들의 따귀를 때렸던 동혁의 모습과 지금 동혁이 보여준 무자비하고 잔인한 모습을 비교하면서, 마음속으로부터 깊은 공포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7개 부문의 수장들조차도 모두 멍하니 동혁을 바라볼 뿐이다.새로 부임한 이 시장 나
[사람은 살아가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마련이지. 친구 사이에도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운 법이야.]오한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이동혁, 네가 만약 나 오한민의 체면을 세워준다면, 나도 원한과 선입견에 전혀 개의치 않고 너를 친구로 사귀도록 하지.][반석이 부러진 다리는 치료하면 되고...]동혁조차도 오한민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좀 의아했다.‘그러나 내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닌데, 당연히 오한민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아. 이건 상대방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오한민처럼 순수하게 이익만 추구하는 괴물에게, 친구는 무슨 얼어 죽을 친구.’‘이익이 있다고 여기면, 언제든지 태도를 바꿔서 상대방을 칼을 찌를 수 있어.’“헐, 부모 자식 간의 도리가 정말 대단한 걸.”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오 부사장이 이렇게 갈수록 냉혹하게 변하니, 당신과 나는 친구가 되지 못할 것 같아.”[그럼 상의할 필요가 없는 건가?]미소를 갈무리한 오한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병원 간판을 내려.]말을 마치자, 화면 속의 오한민이 손을 뻗어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그는 아주 명석하게 분석했다.‘조카 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넘어간 이상, 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여전히 동혁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빅토리아병원이 문을 닫는 건 이미 확정된 거야.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어.’“잠깐.”동혁이 오히려 오한민을 부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오 부사장이 방금 사정우를 언급한 이상, 알고 싶은 문제가 있어.”[무슨 문제야?]오한민이 조용히 물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사정우가 우리 아내를 속여서 누드사진을 찍게 한 건, 네가 뒤에서 부추긴 거지?”잠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가, 오한민이 결국 입을 열었다.[오후에 비행기에서 뿌린 사진을 봤는데, 진세화 씨 누드사진은 찍지 못했던 모양이더군. 오히려 사정우의 애정 행각을 담은 사진을 보게 되었지.][나는 이동혁 네가 정말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
[너는... 이동혁?]오한민은 소스라치게 놀랐다.동혁과 실제로 만난 적이 없지만, 자료 속의 사진을 통해서 동혁의 얼굴을 알고 있다.더군다나 아들 오반석의 두 다리가 동혁에게 부러진 뒤, 그의 머릿속에는 더욱 자주 동혁의 얼굴이 떠올랐다.설사 동혁이 재로 변하더라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결국 투자계에서 잔뼈가 굵은 거물답게 잠시 놀랐던 오한민은 곧 평정심을 찾았다.오한민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동혁, 태강이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지?]지금 오한민의 마음속에는 무수한 추측이 떠올랐다.그러나 오태강이 동혁의 손에 넘어갔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현대 사회에서 핸드폰은 사람 몸에 달린 세 번째 손이나 다름없어.’‘이유 없이 태강이 핸드폰이 이동혁의 손에 떨어지지는 않았을 거야.’동혁은 카메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오태강을 비추면서 웃었다.“어, 당신 조카도 나하고 함께 있어. 조카는 큰 문제가 없으니까 오 부사장은 안심하시길.”오한민의 입가가 살짝 떨렸다.오태강의 양쪽 뺨에 난 새빨간 손바닥 자국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러나 이동혁의 말도 틀리지 않은 것 같은데.’‘확실히 큰 문제는 없어 보여.’‘적어도 내 아들 반석이 두 다리를 부러뜨린 것에 비하면 그래.’오한민의 말투도 평온했다.[이동혁, 우리는 공명정대한 사람들이니까 솔직하게 말해. 목적이 뭐야?]‘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떨어진 것도 이미 사실이기에, 더 이상 말해봤자 무의미해.’‘분노도 아무 의미가 없어.’‘이동혁의 목적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흥정하는 게 정도야.’전형적인 사업가의 마인드!“목적은 없어.”동혁이 느릿느릿 말했다.“바로 오 부사장의 빅토리아병원에 와서 한 바퀴 돌았다가, 마침 아주 불쾌한 일이 생겨서 여기 문을 닫게 만들 생각이야.” “지금은 단지 오 부회장에게 알려주는 거야.”핸드폰 화면 속의 오한민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병원 문을 닫기 전에, 또 특별히 전화를 걸어서 알려주는 거라고?’‘이동혁은 지금 대놓고 도발
부태서는 바로 그렇게 가 버렸다.뒤도 돌아보지 않고 깔끔하게!응급실 복도는 기이할 정도의 정적 속에 빠졌다.그동안 배경을 믿고 동혁에게 끊임없이 소란을 피웠던, 나연지나 소태란도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부천정의 손자까지 동혁에게 쫓겨났어. 이제 누가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는 걸 막을 수 있겠어?’“태강 씨, 빨리 방법을 생각해 봐요, 저 개새... 이동혁이 이렇게 병원 문을 닫게 해서는 안 돼요!”나연지는 오태강의 팔장을 끼고서 한껏 애교를 부렸다.오태강의 총애에 힘입어 겨우 빅토리아병원의 원장 자리에 올랐다.병원이 문을 닫게 된다면, 나연지가 제일 먼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꺼져, 귀찮게 하지 말고!”오태강은 참을 수가 없어서 소리를 질렀다. ‘지금 무슨 방법이 있단 말이야!’이때 동혁이 천천히 말했다.“오태강, 빅토리아병원에 또 무슨 대단한 주주가 있으면 모두 오라고 해. 시간을 절약하게 말이야.”동혁의 이 오만방자한 말을 듣자, 오태강의 표정은 극도로 일그러졌다.매섭게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이동혁, 너는 고작 2류인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에다가, H시 시민들이 모두 아는 폐물일 뿐이야.” “뭘 우쭐대면서 뭐가 만족스럽다는 거야!”오태강의 표정과 말투는 경멸로 가득 차 있지만, 마음은 오히려 씁쓸했다.그렇다. 동혁은 H시 사람들이 다 아는 폐물 데릴사위였다.그러나 바로 이 쓸모없는 인간이 지금 오태강을 물러설 수 없는 지경까지 몰아넣은 것이다.많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들 중에서 가장 사람들 앞에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전전 시장인 할아버지를 후원자로 둔 부태서였다.그러나 부태서는 동혁의 몇 마디 말에 쫓겨났고, 자신의 지분이 손실을 입는 것도 외면했다.오태강이 또 어떤 주주를 청할 수 있을까?동혁은 오태강의 욕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볍게 웃었다.“네가 주주를 찾을 수 없어? 그럼 내가 한 명 불러줄게.”말을 마친 동혁은 앞으로 나서면서 오태강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줘.”동혁의 말 뜻을 이
“나는 사람을 너무 업신여겨, 어쩔 건데?”동혁의 무심한 듯 말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기세를 담고 있었다.모두 어리둥절했다.‘부태서는 전전 시장 부천정의 손자지만, 이동혁은 진씨 가문의 폐물 데릴사위일 뿐이야.’‘두 사람의 신분과 지위는 하늘과 땅 차이야.’‘부태서가 국면을 전면적으로 장악하고 나서면, 이동혁은 그저 설설 기면서 모든 면에서 약세에 처할 수밖에 없을 텐데?’‘어떻게 저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완전히 정반대가 됐지?’동혁은 끝없이 날뛰는 반면에, 부태서는 상대방의 핍박에 직면하고도 모호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태서야, 너 어떻게 된 거야? 병이 나서 정신이 흐릿해진 거야?” “네 앞에 있는 자는 폐물이야! 네 대단한 실력으로 밟아버려!”오태강은 부태서를 자극하며 응원했다.오태강이 이렇게 자극하자, 부태서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두 눈에 쌍심지를 켠 부태서가 동혁을 노려보면서 소리쳤다.“이동혁, 이번에는 내가 너를 건드린 게 아니야.” “빅토리아병원에 내 지분이 있는데, 네가 일부러 문제를 일으킨 거 아니야!”부태서의 대답은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났다.이 말은 아무리 봐도 동혁에게 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부태서, 나는 빅토리아병원 간판을 내릴 거야. 네가 이곳의 주주인지 거와는 상관없어.”동혁도 눈살을 찌푸리면서 짜증을 냈다.“너한테 동의하는지 반대하는지 물은 거니까, 바로 대답하면 돼. 그런데 왜 성가시게 자꾸 딴 얘기만 하는 거야?”“네가 말해도 소용없지만 어쨌든 말해 봐.”“너 대신 네 할아버지가 결정해야 돼?”동혁이 부천정을 언급하자, 앞서 블루라군 별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면서 부태서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다.‘우리 할아버지는 H시에서는 가장 큰 권력을 가진 토착세력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런데 그 설씨라는 녀석의 호통에 할아버지는 제대로 대꾸도 하지 못했어. 그저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나를 데리고 도망쳤지.”‘별장을 떠나기 전에도 내가 또 따귀를 맞고 쓰러졌
동혁의 말은 모두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빅토리아병원의 주주인 부태서 앞에서 빅토리아병원 간판을 내리겠다고 큰소리쳤어.’ ‘게다가 상대방에게 의견을 묻다니!’‘이건 면전에서 따귀를 때리는 것하고 무슨 차이가 있어?’오태강은 곧바로 웃음을 터뜨렸다.“이 자식, 그 일을 부태서에게 왜 물어? 네가 부른 7개 부문의 수장들에게 물어야지.”“저 사람들에게 물어봐, 부태서 앞에서 저들이 감히 빅토리아병원을 봉쇄할 수 있겠어?”오태강은 비꼬는 말로 조롱하면서 동혁을 보고 비웃었다.“하하, 당연히 감히 할 수 없겠지. 부태서가 누군데 말이야!”“부태서는 우리 H시 전전 시장님의 친손자야. H시 넘버원 청년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지!”“H시에서 부 전전 시장님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데.” “저 7개 부문 수장들이 감히 우리 빅토리아병원을 건드릴 수 있다면, 내가 이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저 사람들을 아버지로 모시겠어!”“이동혁, 넌 웃음거리가 됐지만 그래도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돼.” “오늘 부태서 씨가 있으니까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어...”나연지, 소태란 등도 큰 소리로 비웃었다.‘전전 시장의 손자도 우리 병원 주주인데 뭐가 무서워.’‘7 개 부처가 연합해서 법을 집행해도 상관없어.’‘오늘 70개 부서가 오더라도 못 해!’사람들의 조롱에 7개 부서의 수장들은 난감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지금 황성민 같은 사람들조차도 동혁이 너무 서둘렀다는 생각이 들었다.‘비록 새 시장인 이동혁이 지위와 권력이 대단하다 해도.’‘부태서와 비교하면 확실히 평범한 수준이야.’‘부태서의 할아버지가 H시를 20년 동안 장악했던 전 시장 부천정이라는 걸 기억해야 해.’‘새로 부임한 시장이 부임하자마자, 현지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전 시장의 미움을 샀어.’‘정말 현명하지 못한 처사 아니야?’“나는 저 사람들에게 묻지 않았어.”차가운 눈빛으로 황성민 등을 힐끗 쳐다본 뒤, 동혁은 다시 부태서를
거들먹거리며 걸어오는 청년의 말투는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모두들 자기도 모르게 이 청년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오만하게 날뛰면서 걸핏하면 죽여버리겠다니, 도대체 누구야?’“부태서!”청년을 보자마자 황성민 등의 표정은 크게 변했다.온 청년은 뜻밖에도 전 시장 부천정의 손자 부태서!부천정은 H시에서 지 20년이나 시장을 지냈기에, 그의 손자가 누구인지 사람들은 당연히 잘 알고 있다.사람들의 반응을 본 오태강이 씩 웃었다.“보아하니 당신들 모두 부태서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모양이네.” “그래, 부태서도 여전히 우리 빅토리아병원의 주주야!”황성민 등의 표정은 안절부절 종잡을 수가 없었다.모두 부태서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라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었다.실제로 H시의 많은 회사들은 부태서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다. 그의 표면상의 신분은 한 투자회사의 사장으로, 여러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사실상 부태서의 투자회사가 이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할아버지 부천정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것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이 선생님.”골치아프게 됐다는 걸 깨달은 황성민이 재빨리 고개를 돌려 동혁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오늘 이 빅토리아병원의 간판을 내리게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저 부태서는 부천정 전전 시장의 손자입니다. 저희도 그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일 줄은 몰랐습니다.”황성민은 동혁에게 빅토리아병원 때문에 전전 시장 부천정과 충돌하지 말라고 일깨워준 것이다.이들은 부천정이 H시에서 가공할 만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훤히 알고 있었다.신구 시장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면, 누가 이기고 질지 정말 말하기 어렵다.“퇴직한 늙은이의 손자가 아주 대단하군요. 당신들 일도 그만두게 할 수 있겠어요?”동혁은 일곱 부서의 수장들을 향해서 싸늘하게 말했다.모두 동혁의 차가운 눈빛에 고개를 숙인 채 감히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마음속으로만 고통을 호소할 뿐!오태강과 어깨동무를 한 채 얘기를 나누던 부태서가 이
“엉엉, 태강 씨, 저 자식한테 또 맞았어!”나연지는 울며불며 오태강의 품속으로 달려들었다.“지금 그 녀석이 얼마나 날뛰는지 직접 봤지?”“당신 앞에서도 감히 나를 때렸어!”“저 자식은 내 얼굴을 때린 게 아니라, 분명히 태강 씨 얼굴을 때린 거야. 흑흑...”동혁에 대한 원한에 사무친 나연지는 끊임없이 오태강을 선동했다. 분노한 오태강이 손을 써서 동혁을 완전히 죽여버리도록!“됐어!”나연지의 울음소리에 짜증이 난 오태강이 나지막하게 소리쳤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동혁을 바라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새끼, 내가 방금 너한테 말했지. 나연지는 내 여자라고.”“감히 내 앞에서 내 여자를 때리다니, 나 오태강은 안중에도 없다는 거야?”오태강의 말투는 극도로 음산했다.정말 화가 났다는 것을 모두가 알 수 있었다.동혁이 씩 웃으며 말했다.“나는 너처럼 머리도 안 돌아가면서 시치미를 떼는 사람을 가장 싫어해. 나를 본 적도 없으면서, 무슨 수로 너를 눈에 넣는 걸 본다는 거야?”“네 면전에서 네 여자를 때렸는데도, 너는 여전히 이걸 물어보네.”“내가 티를 안 내서 그런 건가?”“그럼 내가 다시 네 면전에서 네 병원 간판을 내리게 해서 증명해 주겠어.”동혁의 이 말을 듣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숨을 들이마셨다.‘오태강이 아주 기고만장해서 날뛰는 건 자신이 여러 사립병원의 소유주이기 때문이야.’‘게다가 리성투자회사 사장 오한민의 친조카라서 밑천이 두둑하기 때문이자.’‘그러나 이동혁은 오히려 그보다 더 날뛰고 있어!’‘대놓고 오태강에게 나는 정말로 너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고 말했어!’‘이걸 오태강이 참을 수 있겠어?’과연 동혁의 말이 떨어지자, 오태강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마음이 평온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이를 악물고 있던 오태강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자 헛웃음을 터뜨렸다.“좋아, 좋아, 좋아! 네가 내 병원을 어떻게 문을 닫게 할 건지 내가 한번 보겠어!”“네가 7개 부서의 이 폐물들에게 시킬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