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701 - 챕터 710

853 챕터

제701화 널 가둬놓을 거야

한 교수는 신은지에게 모든 치료 과정을 설명해 줬다.“제가 일단은 간단한 최면술로 박태준 씨의 혼란스러운 기억을 정리해 줬으니, 예전보다 두통이 나아질 거예요. 복용하고 있는 약의 부작용 외에도 본연의 기억들과 인위적으로 삽입된 기억들이 서로 뒤섞이면서 두통과 기억 혼란을 유발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 앞으로 기억들이 뒤죽박죽되면서 더 혼란스러워질 것입니다.”전문적인 의학 용어들이 많아서 설명을 백 퍼센트 이해하지 못한 신은지는 다시 진지하게 되물었다.“교수님, 그러면 진실한 기억과 거짓된 기억을 서로 분리할 방법은 없나요?”“사람의 기억은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심오한 것이기 때문에 본인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진실한 기억과 거짓된 기억을 분리해 줄 방법은 없습니다. 게다가 기억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왜곡되는 경향도 있어서 점점 더 혼란스럽고 힘들 것입니다. 일단은 병세를 조금 더 지켜보다가 두통 증상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물리 치료와 정신 치료를 병행하면서 모든 기억을 지워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얼마 후, 최면에서 깬 박태준은 신은지의 손을 꼭 잡고 호텔을 나와 보행로를 천천히 걸었고 그들 뒤로 검은 차가 따라가면서 길을 환하게 비춰줬다.그는 진료가 끝나고 나서부터 신은지의 표정이 어둡고 대화를 나눌 때도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것 같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한 교수님께서 뭐라고 하셨어?”“...”하지만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신은지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고 박태준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7월의 무더운 밤에 산책하던 두 사람은 몇 분도 안 되어서 온몸이 땀에 젖었다.신은지가 갑자기 결심한 듯 걸음을 멈추더니 몸을 돌려 박태준을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태준아, 우리 치료받자.”“...”“네가 우리의 추억들을 잊어도 괜찮고 날 기억 못해도 괜찮으니까 우리 당장 치료받자. 치료가 끝나면 지금처럼 내가 항상 네 곁을 지킬게.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 나유성, 연우 도련님도 다 네 옆에 있을 거니까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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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2화 남자 친구를 소개해 줄게

진유라는 차에 타자마자 참았던 욕을 마음껏 퍼붓기 시작했다.“박태준 얍삽한 놈! 서른 살도 넘은 남자가 초등학생처럼 고자질이나 하고 내가 정말 은지 남자 친구만 아니었으면 절대 참지 않았을 거야!”진유라가 마음을 가라앉히려는 순간, 그녀의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어디서 만날래? 오늘 내가 살게.”진유라의 친구는 돈을 빌리려고 전화했다가 그녀의 저녁 약속에 흔쾌히 동의했다.“좋아, 어디서 만날래? 네가 정하면 그쪽으로 갈게.”진유라는 휴대폰을 들고 곰곰이 약속 장소를 생각했다.“엔조이 클럽 어때?”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곽동건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면서 몸서리쳤다.“요즘 새로 오픈한 곳이나 다른 핫한 곳은 없어?”그녀의 친구는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새로운 곳? 조금만 기다려, 내가 위치 보내줄게.”“진혁이 패거리도 같이 불러서 아예 큰 룸을 잡는 건 어때?”“알겠어, 네 말대로 다 준비해 놓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통화가 끝난 지 2분도 안 되어서 진유라의 친구는 클럽의 위치를 보내왔다.새로 오픈한 클럽 정문에는 검은 티셔츠를 입은 남성 웨이터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홀 안에도 큰 키에 잘생긴 외모, 근육질 몸매를 가진 남성 웨이터들밖에 없었다.진유라는 그들의 외모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얼굴까지 화끈거렸다.‘어떻게 이런 남자들만 모아놨을 수 있지? 정말 눈을 뗄 수가 없잖아! 코피까지 흘렸으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겠어!’이때 한 웨이터가 진유라에게 다가오면서 물었다.“누님, 예약하셨습니까?”진유라는 가까이 다가온 웨이터의 훤칠한 키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에 놀라서 제대로 눈도 못 마주쳤고 웨이터는 그녀를 유혹하려는 듯 환하게 웃으면서 윙크까지 날렸다.“...”“누님?”웨이터는 진유라가 계속 멍해서 대답이 없자, 더 가까이 다가가면서 다시 물었다.“예약하셨습니까?”웨이터한테서 풍기는 낯선 향기가 진유라의 코끝을 찔렀고 그녀는 감전이라도 된 듯 몇 걸음 뒤로 물러서면서 주변을 살피고는 안도의 한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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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누님

진유라는 룸 안에 들어온 사람이 곽동건이라는 것을 알고 다급하게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이때 곽동건이 진유라 쪽으로 저벅저벅 걸어오더니 자연스럽게 옆에 앉았다.진유라는 코끝에 익숙한 향기가 풍기자, 자기도 모르게 긴장하는 느낌이 들었고 등을 곧게 펴고는 얌전히 앉아 있었다.곽동건은 그녀의 반응이 재미있는지 웃음을 참으면서 먼저 말을 건넸다.“유라 누님?”진유라는 멋쩍게 웃으며 다급하게 그의 말을 반박했다.“누님이라뇨, 제가 어떻게 감히!”곽동건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웃는 듯 마는 듯 다시 물었다.“그러면 유라 동생이라고 부를까요?”당황한 진유라는 하마터면 곽동건의 얼굴에 마시고 있던 술을 뿜을 뻔했다.“동생이라뇨... 근데 여기는 왜 왔어요?”“오늘 유라 동생이 클럽에서 한턱낸다는 소문이 나한테까지 들려서 왔죠. 술도 많이 준비되어 있고 근육질 남자도 많은 데다가 도박까지 한다면서요?”진유라는 자기가 조금이라도 늦게 답하면 곽동건에게서 고소장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른 반박했다.“어디서 말도 안 되는 소문을 듣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전부 거짓이에요. 그냥 간만에 친구들과 만나서 춤추면서 술 마실 생각이었는데 무슨 도박이에요!”음악 소리가 없는 룸 안은 밖의 바람 소리가 생생하게 들릴 정도로 조용했고 누군가가 진유라에게 계속 신호를 보냈다.곽동건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많은 사람 중에서 누가 소리를 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당신 친구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요.”진유라는 고개를 돌리고 사장님 포스를 풍기면서 말했다.“죄를 지은 사람처럼 몰래 숨어서 말하지 말고 할 말 있으면 당당하게 말해!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어?”“...”룸 안에는 몇 초 동안 정적이 흘렀고 진유라의 옆에 앉아 있던 남자는 곽동건을 향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누님, 흥분하지 마!”잘못한 것이 없는 진유라는 등을 꼿꼿하게 세우면서 당당하게 말했다.“양심에 찔리는 짓도 하지 않았는데 뭘 조용히 해! 곽 변호사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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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조금 달라

창밖을 내다보던 곽동건을 다시 몸을 돌려 그녀를 보았다.“유라 씨가 날 쥐고 흔드는 게 아니라, 내가 당신을 좌지우지한다고요?”그는 손바닥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유라 씨, 당신한테 남자 친구가 있다는 걸 잊지 않았죠? 앞으로 오늘 같은 모임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요?”오늘 밤 일은 자기가 잘못했다는 걸 아는 진유라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주눅이 들어있다가 곽동건이 먼저 말을 꺼내자, 미안함에 더욱 움츠러들면서 말했다.“오늘 밤 일은 동건 씨가 오해했어요. 나도 모르는 남자들이 갑자기 무리 지어서 들어올 줄 몰랐단 말이에요...”“유라 씨, 나 아직도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요.”진유라는 어쩔 수 없이 곽동건을 부축해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곽동건은 한 손으로 진유라의 허리를 감싸고 그녀의 목에 입술을 갖다 댔다.“유라 씨...”그는 갑자기 진유라에게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고 그녀도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자연스럽게 그의 키스에 응했다.키스의 강도가 점점 거세지면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그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갔고 다른 한 손으로 묶여있던 그녀의 머리카락을 감쌌다.이어 그의 입술이 그녀의 뺨을 따라 가늘고 긴 목덜미까지 내려왔고 순식간에 그녀의 목에 붉은 키스 자국을 남겼다.격렬한 키스로 인해 온몸의 힘이 빠져버린 진유라는 중심을 잡기 위해 양팔로 그의 목덜미를 감싼 채 품에 기댔다.가까스로 이성을 되찾은 그녀는 손을 빼면서 그를 밀어냈다.“동건 씨, 늦었어요, 나 이만 돌아갈래요.”그러나 곽동건은 그녀의 가슴 위쪽에 키스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관능적인 목소리로 물었다.“유라 씨, 나 오늘 해도 돼요?”“...”사실 진유라도 야릇한 분위기에 이끌려 곽동건과 하룻밤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다. 게다가 그의 적극적인 행동이 싫지 않았기에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에 문득 그가 처음으로 자기를 유혹하려고 다가왔을 때 분위기를 그르칠까 봐 두려워 거절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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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죽음

강혜정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고 집 침대에 모든 것이 꿈이었다는 걸 알아채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며칠 동안 박태준이 잘못될까 봐 불안해서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비몽사몽 상태인 그녀는 몸을 좌우로 뒤틀며 휴대폰을 찾느라고 정신이 없었다.이때 박용선이 굳은 얼굴로 침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죽었어.”강혜정은 박용선은 어두운 표정과 그의 마지막 한 마디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죽... 죽었다고?”박용선은 얼굴이 창백해진 강혜정을 보고 놀라 그녀의 손을 얼른 잡았다.“혜정아, 왜 그렇게 놀라?”그녀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면서 박용선의 소매를 꽉 움켜쥔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박용선은 그녀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다급하게 침대 옆 서랍을 열고 약을 찾았다.“여보, 여보, 진정해! 죽었으면 죽었지, 그걸로 너무 화내지 마!”그는 한 손으로 약을 찾고 다른 한 손으로 강혜정을 부축하면서 다급한 목소리로 왕 씨 아주머니를 불렀다.“아줌마, 아줌마! 빨리 물 한 잔 따라줘요!”강혜정은 눈물까지 뚝뚝 떨구면서 간신히 입을 열었다.“주치의가 최고의 전문의라고 하지 않았어? 우리 태준이의 상태도 너무 심각하지 않다고 했는데 어떻게 수술에 실패할 수 있지? 내 휴대폰 어디 있어? 당장 은지한테 연락해서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봐야겠어!”“태준이의 수술이 실패했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다음 주 월요일에 예정되어 있던 거 아니었어?”“당신이 아까 태준이가 잘못됐다고...”강혜정은 그제야 박용선이 말한 사람이 박태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키며 물었다.“그럼, 누가 죽었다는 거야?”“기도윤이 죽었대.”공예지의 사망 사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시작되었고 압박을 견디지 못한 기도윤이 목을 매고 자살했다고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강혜정은 이불을 젖히고 슬리퍼도 신지 않은 채 거실로 뛰쳐나가면서 왕 씨 아주머니를 급하게 불렀다.“아줌마, 아줌마! 내가 작년에 사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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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6화 박태준은?

신은지는 화이트 하프 기장의 캐주얼 스웨터에 화이트 와이드 팬츠를 입고 팔에 코트를 걸친 채 크고 작은 트렁크들을 들고나오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빈손으로 출국장을 빠져나오고 있었다.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예상외로 아무도 없었다.진유라는 그 광경에 박태준이 정말로 모든 기억을 잃은 후, 신은지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닌지 궁금해서는 급하게 신은지한테로 뛰어가 손을 잡으면서 다급하게 물었다.“박태준은?”“그...”진유라가 더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신은지는 누군가의 손에 의해 그녀와 더 멀어지게 되었다.당황한 얼굴로 신은지가 끌려간 방향으로 응시하자, 박태준이 한 손으로 신은지의 가는 허리를 꼭 끌어안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진유라를 노려보고 있었다.진유라도 똑같이 박태준을 노려보다가 아무 기억도 없는 그와 실랑이를 벌여도 의미 없다고 판단하고 고개를 돌려 신은지에게 물었다.“은지야, 어떻게 된 거야? 태준 씨가 왜 날 노려봐?”진유라는 황당한 표정으로 박태준의 머리를 가리키며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동작을 취했다.신은지도 얼른 박태준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제지했다.“태준아, 괜찮아. 여기는 내 제일 친한 친구 진유라야.”그러고 나서 그녀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이 손 좀 놔봐, 사람들이 우리 둘만 쳐다보잖아.”박태준은 그제야 신은지의 허리를 두르고 있던 손을 내리고 한 걸음 옆으로 물러서면서 말했다.“아무리 네 친구라고 해도 다른 사람이 네 손을 잡는 건 용납 못 해! 넌 내 아내니까 오직 나만 네 손을 잡을 권리가 있어!”진유라와 곽동건은 180도 달라진 박태준의 태도에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신은지도 치료를 받고 난 후, 박태준이 그녀를 향한 소유욕이 얼마나 커졌는지 알고 있었기에 사태를 더 크게 키우지 않으려고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네 말이 다 맞아!”박태준은 그제야 환하게 웃으면서 투정 섞인 말투로 신은지에게 불쾌한 심정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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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다시 각성하다

진유라가 미리 신은지가 좋아하는 식당으로 예약해 놓았기 때문에 네 사람이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종업원이 그들을 각진 테이블로 안내했다.그녀는 박태준과 신은지가 같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종업원에게 테이블을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원형 테이블로 바꿔줄 수 있나요?”종업원이 원형 테이블로 안내하자, 진유라는 입꼬리가 휘어질 정도로 웃으면서 신은지의 오른쪽에 앉았다.한참 후 그녀는 곽동건과 박태준이 공적이 이야기를 나누는 틈을 타 신은지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낮은 소리로 물었다.“태준 씨가 너한테 왜 껌딱지처럼 붙어있는 거야? 난 사람이 갑자기 변해서 독이라도 타 먹인 줄 알았잖아!”“아마도 태준이가 수술을 마친 후 눈을 뜨고 본 첫 번째 사람이 나여서 그럴 거야. 게다가 회복하는 동안 나 말고 다른 사람을 만난 적이 없으니까 나한테 너 의지하는 거 아닐까?”진유라는 턱을 치켜들어 박태준을 가리키면서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물었다.“설마... 태준 씨가 널 엄마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켁!”물을 마시던 신은지는 진유라의 터무니 없는 소리에 놀라 사레가 들렸고 연신 기침하느라고 얼굴까지 빨개졌다.박태준은 신은지의 기침 소리에 곽동건과 나누던 대화를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녀의 등을 두드리면서 진유라를 계속 노려보았다.“우리 은지한테 무슨 말을 했죠?”진유라는 사나운 표정을 따져 묻는 박태준에게 화를 내려는 순간 신은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태준아, 유라랑 오래간만에 얘기하는 중이니까 끼어들지 마! 유라는 날 해칠 사람도 아니고, 나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는 사람은 더욱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진유라는 신은지가 편을 들어주는 것에 치밀어 올랐던 화가 가라앉았고 눈시울까지 붉어져서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은지야, 어떻게 네 남편이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두 사람 당장 헤어져!”마치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것 같은 진유라의 모습은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고도 남을 정도로 훌륭했다.하지만 박태준도 이에 질세라 패기 넘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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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그녀를 싫어하다

박태준은 신은지가 징그러운 곱창구이를 망설임 없이 먹던 장면이 떠올라 견디기 힘들었고 최대한 그녀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완곡한 표현까지 써가면서 용기 내 한 말이었다.신은지도 곧 박태준이 자기의 이마, 콧등과 눈을 바라보면서도 입술을 피하는 것을 발견하고 서운함을 느끼고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태준아, 이제 나 싫어?”“아니야.”박태준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신은지의 물음에 답했지만, 그녀는 아직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봤고 뒤이어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잡고 가까이 다가갔다.신은지의 몸에서 풍기는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스치자, 박태준은 무의식적으로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신은지는 이미 그의 얼굴을 잡을 채 까치발을 들고 키스하기 위해 부드러운 입술을 점점 가까이 들이밀고 있었다.박태준은 또다시 신은지가 곱창구이를 먹던 장면이 떠올라 반사적으로 그녀의 키스를 피하려고 몸을 뒤로 젖혔다.신은지는 한숨을 한번 쉬고는 실망과 섭섭함이 섞인 말투로 그에게 따졌다.“나 싫어하지 않는다면서!”“응...”“그럼, 내 키스 피하지 말고 똑바로 서 있어!”“...”신은지의 붉은 입술이 또다시 가까이 다가오자, 박태준의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그의 뇌리에 또 곱창구이가 스치면서 키스하고 싶던 마음이 완전히 사그라들었다.박태준은 몇 초 고민하다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은지야, 우리 먼저 돌아가서 양치질부터 하는 게 어때?”신은지는 이제 눈썹까지 축 늘어뜨리며 실망이 가득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그동안 내 키스를 거부한 적이 한 번도 던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나에 대한 감정이 식은 게 분명해.”박태준이 수술을 하고 회복하던 어느 날, 너무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깬 신은지는 정오에 발코니의 소파에 앉아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박태준은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신은지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녀를 탐구하고 있었고 방금 잠에서 깨어나 비몽사몽 상태였던 그녀는 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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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9화 세심하게 챙겨주다

강혜정은 신은지를 보자마자 굳어 있던 얼굴이 환하게 변햇고 양 팔까지 벌리면서 그녀를 환영했다.“은지야, 빨리 엄마한테 와!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 설마 태준이 이 나쁜 자식이 또 네 속을 썩인 거야?”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혜정은 매서운 눈빛으로 박태준을 노려보았다.“...”강혜정과 신은지는 친모녀처럼 서로 손을 잡고 마주보면서 웃었고 쉴새 없이 그 동안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집안으로 들어갔다.다정한 두 여자와는 달리 박용선과 박태준은 어색한 듯 한마디도 하지 않고 뒤를 따랐다.박태준은 몇 번이나 손을 뻗어 신은지를 붙잡으려 했지만, 강혜정이 그의 손을 찰싹 때리면서 꾸짖었다.“세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닌데 걸을 때마다 은지가 옆에서 손을 잡아줘야 해? 은지랑 할 말 많으니까 네 아버지 손이나 잡고 따라와.”“...”박태준은 강혜정의 말에 박용선을 힐끗 쳐다보았다.박용선은 옆으로 늘어뜨렸던 손을 바지 주머니에 자연스럽게 집어넣으면서 아무 말 없이 박태준의 옆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박태준도 몇 초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섭섭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어머니! 나 설마 주워온 자식이에요?”그제야 조용히 걷고 있던 박용선이 입을 열었다.“넌 우리 집이 고아원인 줄 알아? 줍긴 뭘 주워! 그리고 만약 우리가 자식을 주웠다면 너같이 하루종일 애만 썩이는 아들 말고 말 잘 듣는 착한 애를 주웠겠지.”박태준은 박용선의 직언에 마음이 상했지만, 딱히 반박할 수 있는 말이 생각나지 않아 그냥 조용히 집으로 따라 들어갔다.다음날 회사로 바로 복귀해야 했던 박태준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신은지와 말 한마디 하지도 못하고 박용선과 함께 위층 서재로 가서 그동안의 업무를 인수인계 받았다.물론 수술이 끝난 후 회복하는 중에도 간간히 통화로 업무얘기를 주고 받아 대체적인 상황은 알고 있었지만, 통화로는 말 못한 많은 중요한 일들이 남아있었다.천재적인 사업능력을 갖고 있는 박태준은 박용선과의 통화 몇 번에 웬만한 회사 일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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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형이라고 불러

박태준은 나유성이 신은지에게 다정하게 휴지를 건네는 장면이 몹시 거슬렸다.게다가 그는 아직 나유성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몰랐지만, 얼굴만 보고도 자기가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박태준은 자연스럽게 나유성과 신은지의 가운데 서면서 그녀의 옷에 묻은 붉은 얼룩을 보고 어깨에 손을 얹었다.“은지야, 집에 갈아입을 옷 있어? 올라가서 갈아입자.”고개를 푹 숙인 채 옷에 묻은 얼룩을 닦고 있던 신은지는 박태준이 질투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좋아.”나유성도 박태준을 차가운 얼굴로 바라보면서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강혜정은 신은지를 데리고 위층 옷방으로 향했고 거실에는 박태준, 나유성과 고연우가 남게 되었다.고연우가 박태준을 흥미롭게 바라보면서 먼저 말을 건넸다.“태준아,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경인에 돌아오기 전, 신은지는 박태준에게 그의 주변 사람에 대해 말해준 적이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그는 고연우와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을 정도의 의형제 사이었지만, 이전의 기억이 완전히 사라진 그에게는 그저 낯선 사람에 불과했다.박태준은 자기를 여기저기 훑어보는 고연우의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할 말 있으면 해.”고연우는 박태준의 다리를 한번 차면서 말했다.“얘가 뭐라는 거야? 형이라고 불러야지.”“뭐라고?”고연우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늘어놓았다.“네가 내 동생이니까 당연히 날 형이라고 불어야지! 예전에는 날 형이라면서 깍듯이 모시겠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기억상실을 핑계 삼아 발뺌하려는 거야?”박태준은 냉소를 지으면서 패기 넘치는 말투로 말했다.“절대 그럴 일 없어! 당신이 내 동생이었으면 몰라도 내가 당신을 형이라고 불렀을 리가 없어! 딱 봐도 반듯한 얼굴에 싸움 한 번 못 해본 것 같은 도련님이 내 앞에서 무슨 형님 타령이야!”고연우를 화내기는커녕 웃는 듯 마는 듯하면서 박태준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시 훑어보았다.“상처가 많은 사람이 형이라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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