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711 - 챕터 720

853 챕터

제711화 은지가 먹는 것이 아니야

박태준은 그녀가 말머리를 돌리는 게 못마땅했다.“아까 소개할 때 나한테 하지 않은 말이 없어?”“없어.”나유성과 복잡하게 뒤엉킨 관계에 대해서는 그에게 말할 생각이 없다. 이미 지나간 일이고 그가 지금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니 그에게 알려서 두 사람의 형제애에 영향을 줄 필요가 없다.박태준은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그 나유성이라는 사람이 널 좋아해.”“...”신은지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꼬집으며 뾰로통하게 말했다.“나유성과 말도 몇 마디 안 했는데, 말도 안 되는 상상하지 마.”“너를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았어.”그는 낮은 목소리로 울분을 토해냈다.“너도 걔를 유성이라고 친근하고 부르고.”“너랑 유성이 절친이고, 외할아버지와 어머니도 살아계실 때 그 집안과 가깝게 지냈었어. 그러니 성까지 붙여서 이름을 부를 수 없잖아. 사람들이 나를 교양 없다고 욕할 거야.”“외할아버지와 어머니도 걔를 알아? 그 집안과도 사이가 좋았다고? 왜 전에는 말하지 않았어?”“...”“그럼, 나와 걔 중에 누구랑 먼저 만났어?”박태준이 또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하자, 신은지는 급히 탁자 위의 보양탕을 들었다.“먼저 만났다고 좋아하게 되는 건 아니잖아. 난 지금 네 아내야. 계속 다른 남자와 연관 지으면 앞으로 손님방에 가서 잘 거야.”“어머니가 몸에 좋다고 특별히 너를 위해 끓인 거야. 얼른 먹어.”박태준은 보양탕이 한 그릇밖에 없는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너는 왜 없어?”신은지 때문에 강혜정에게 매를 맞았던 과거의 기억이 사라졌기에 그의 첫 반응은 엄마가 TV에 나오는 눈가림을 좋아하는 사람처럼 아들을 편애한다는 것이었다.하지만 신은지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어머니가 특별히 너를 위해 끓인 거라고 하셨어. 빨리 먹어. 곧 식을 거야.”이건 아마 박태준의 몸에 맞추어 의사가 특별히 처방한 약선요리일 것이다. 방금 들고 올 때 은은한 약 냄새가 났다.강혜정이 평소에 잘해주기 때문에 신은지는 이걸 받지 못한 것을 대수롭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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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괴롭히고 싶게 만들어

신은지가 막 돌아서려는데, 문이 열리더니 박태준이 손을 뻗어 그녀를 욕실로 끌어당겼다.수증기가 없는 욕실에 마주 서니 탈의한 박태준의 몸에 이리저리 얽혀 있는 흉터가 한눈에 보였다.이전보다 옅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생생한 이 흉터들을 볼 때마다 신은지는 폐창고에서 억지로 봤던 그 동영상이 생각나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학대를 당하면서도 고집스럽게 기민욱에게 순종하지 않던 박태준의 모습이 떠오른다.이 흉터들을 수없이 보고,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던 그의 모습을 수없이 떠올렸어도, 신은지는 매번 바늘에 쿡쿡 찔린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그래서 그녀는 슬쩍 보고 이내 시선을 돌렸다. 계속 보면 감정을 억제할 수 없어 박태준이 의심할 것 같았다.의사는 그의 기억이 천천히 회복될 것이라고 했지만 그녀는 그가 이 대목을 영원히 기억하지 못하길 바랐다.하지만 박태준은 신은지의 이 행동을 오해했다. 그는 입술을 오므린 채 속상하고 억울한 눈빛을 지었다.“너도 내 몸에 있는 흉터들이 싫어?”이 흉터들은 은지가 아내라는 것을 알기 전에 생긴 것이다. 부부라면 서로 사랑할 것이다. 그래서 단 한 번도 그녀가 싫어할 것이라는 의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고연우의 귀띔도 있고, 그녀가 얼핏 보고 재빨리 시선을 돌리는 것을 보고 이 생각은 더욱 강해졌다.신은지가 의아해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무슨 허튼소리 하는 거야?”“너 방금 내 몸을 힐끗 보고 무슨 못 볼 꼴을 본 것처럼 1초도 멈추지 않고 시선을 돌렸잖아.”“...”박태준의 이런 반응이 어이없었던 신은지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분명 마음 아파했는데, 그의 눈에는 싫어하는 것으로 보였다.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순간 욕실 안은 서로의 숨소리만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30초를 기다렸는데도 그녀가 대답이 없자 박태준이 조급해했다.“왜 말이 없어?”“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그는 이전에 이 흉터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샤워한 후 목욕 수건만 두르고 그녀의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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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박태준은 잠시 멍해졌다. 이 일이 본능이라고는 하지만 기억이 없는 그는 처음 해보는 것이고 아무 경험도 없는 풋내기다.처음 시작부터 이렇게 격하게 나오니 박태준은 조금 당황했다. 게다가 거울을 마주하고 서 있어서 고개만 들면 거울 속의 욕망으로 물든 자기 얼굴을 볼 수 있었다.그는 어찌할 바를 모르며 묶인 손을 풀었고 목젖이 움직이더니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은지야.”신은지는 박태준의 목을 끌어안고 세면대에서 내려온 후 고개를 들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박태준은 그녀에게 밀려 뒤로 물러섰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등이 차가운 타일에 닿았다. 갑작스러운 차가운 자극을 견디지 못한 그는 앓는 소리를 냈다.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방금까지 뜨거운 열정을 보이던 그녀가 전혀 미련 없이 몸을 빼더니 두 발짝 떨어진 위치로 물러났다.곧이어 차가운 물이 쏟아져 그의 몸을 적셨다. 신은지가 샤워기를 열었던 것이다.“서프라이즈!”계속 쏟아지는 물줄기를 사이에 두고 그녀는 장난스럽게 말했다.“천천히 씻어. 나갈게...”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태준이 손을 뻗어 신은지를 잡아당겼고, 그의 손을 묶었던 옷도 발 옆에 떨어졌다. 그는 그녀를 샤워헤드 아래로 끌어당겼다.“같이 씻자.”물이 좀 뜨거워지긴 했지만 아직 온도가 완전히 오르지 않은 상태라 흠뻑 젖은 신은지는 추워서 몸을 떨었다.샤워는 유난히 오래 걸렸는데, 끝난 후 그녀는 서지도 못해 박태준에게 안겨서 나왔다. 그의 품에 기댄 그녀는 열기 때문에, 그리고 지쳐서 잠이 몰려왔다.녹초가 된 그녀의 모습과 달리 박태준은 활기가 넘쳤고 심지어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짐짓 엄숙하게 말했다.“이게 서프라이즈지.”“...”신은지는 욕하고 싶었지만 너무 피곤하고 목도 아파 움직이기도 말하기도 싫었다.박태준은 그녀를 침대에 앉히고 불편할까 봐 베개를 가져다 허리춤에 받쳐주었다.“자지 마. 머리를 말려줄게.”“내가 할 테니 약이나 사다 줘.”그녀는 눈을 흘겼다.“너 방금 콘돔을 쓰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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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앞잡이

밥을 먹은 후, 박태준은 박용선과 함께 회사로 나갔다. 그는 신은지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필터링 없이 아무 말이나 내뱉는 그에게 잔뜩 화난 그녀는 전혀 곁을 주지 않았다.“너에게 회사 상황을 다 설명했고 인수인계도 이제 끝났어. 모르는 것이 있으면 오늘 오후에 내가 회사에 있을 때 얼른 물어봐.”한시라도 빨리 그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듯한 박용선의 말투에 그는 무심코 물었다.“내일 회사에 안 나와요?”“네가 회사 책임자야. 전에는 네가 치료를 받고 있어서 대신 관리했던 것이고, 이제 네가 돌아왔으니 당연히 돌려줘야지.”그는 당연한 듯 말했다.“네 엄마를 데리고 여행 갈 거야. 표도 다 예매했어. 내일 오전 11시에 떠나니 너한테 반나절밖에 시간이 없어. 오늘 밤을 꼬박 새워서라도 회사 업무를 철저히 파악해야 해. 여행을 하면서까지 시간을 내서 너의 숙제를 지도해주고 싶지 않아.”“...”딩동!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진영웅과 왕준서가 앞에 서 있었다. 그들은 박태준이 오늘 회사로 복귀한다는 것을 알고 특별히 여기서 기다렸다.그가 나오기도 전에 진영웅이 거의 달음박질해 박태준의 앞에 다가갔다.“대표님, 드디어 나오셨군요. 그동안 회사에 안 계셔서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정말 자나 깨나 대표님이 돌아오시기만을 기다렸습니다...”박태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쳐다보더니 전혀 망설임 없이 말했다.“진영웅?”“네.”그가 자기 이름을 부르자, 진영웅은 흥분한 표정으로 환하게 웃었다.“대표님, 저를 기억하세요?”‘대표님이 병을 치료하면서 과거의 기억을 잃었는데, 대번에 내 이름을 부르다니. 그의 마음속에서 요지부동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증거가 아닌가?’그가 미처 왕준서에게 자랑하기도 전에 박태준이 무자비하게 그의 뇌피셜을 박살 냈다.“은지가 말해줬어. 나한테 비서가 두 명 있는데, 멍청한 쪽이 진영웅이라고.”신은지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뜻은 비슷했다.진영웅은 말문이 막혔고, 왕준서는 참지 못하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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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보는 눈이 있군

“뭐가 기억나?”박태준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고 신은지는 자기가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실망하지도 않았다. 현재 상황에서 박태준이 과거의 기억이 돌아오든 말든 중요하지 않다.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네가 이전에도 앞잡이라고 불렀기에 기억난 줄 알았어.”박태준이 우쭐대며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이전에 눈이 멀어서 그런 엉큼한 자식과 형제로 지낸 줄 알았더니, 그 자식이 나쁜 놈이라는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네. 그와 친하게 지낸 것도 집안 어른들의 체면 때문일 거야.”“아니야.”신은지는 그가 기억 못 하고 또 오해로 인해 나유성과 사이가 나빠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너와 유성은 정말 생사를 같이한 절친이야. 너한테 일이 생길 때마다 군말 없이 도와줬어.”박태준은 표정이 여전히 어두웠지만 신은지가 전화 받는 것을 막지는 않았다.“그럼 스피커폰으로 해. 그 자식은 딱 봐도 착하고 순진한 척하면서 속에 꿍꿍이가 가득 찬 여우야. 뒤에서 내 험담을 하면서 우리 사이를 이간질할지도 몰라.”신은지는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결국 스피커폰으로 했다.“유성아.”“은지야.”나유성은 귀공자 스타일의 부드러운 음색을 가졌다.“진영웅이 나를 조사하고 있어. 태준이 시켰을 거야.”“...”그녀는 고개를 홱 돌려 옆에 있는 박태준을 쳐다보았다.“왜 유성을 조사해?”박태준은 ‘이것 봐, 내 말 맞지?’라는 표정을 지으며 자기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당당하게 하소연했다.“뒤로 호박씨 까는 놈이라고 했잖아. 정말 뒤에서 내 험담을 하고 있어.”나유성은 말을 잇지 못했다.그가 전화한 목적은 신은지에게 주의를 주기 위해서였다. 둘의 과거를 박태준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면 진영웅이 보고하기 전에 덮으라는 것이다.그런데 박태준이 옆에 있다가 이 말을 다 듣게 될 줄이야. 진짜... 잘하려다 일을 망쳤다.신은지는 그를 노려보며 화를 냈다.“진영웅한테 조사하라고 시키지 않았어? 유성이 억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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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시시각각 헤어지고 싶어

신은지는 속으로 역시 거짓 형제애라고 생각했다.그녀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아직 봐야 할 서류가 많이 남은 박태준도 일을 봤다. 다만 30분 후 왕준서가 문을 두드리더니 배달 음식 봉지를 들고 들어왔다.“대표님, 유성 도련님이 보낸 물건입니다.”그는 책상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뭐가 들어 있는지 감히 말하지 못한 채 물건을 놓고 황급히 돌아섰다.봉지가 밀봉되지 않은 까닭에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봤기 때문이다.박태준은 신은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물건을 봉지에서 꺼냈다. 예쁘게 포장된 찻잎이었고, 검은색 선물 상자에 차 이름이 적혀 있었다.“...”차 이름을 본 신은지가 참지 못하고 웃으면서 박태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잘 어울려. 고급... 차야.”“...”‘내가 욕하는 말인 걸 모를 줄 알아?’그는 찻잎을 한쪽에 내팽개치고 퇴근할 때까지 다시 건드리지 않았다....박태준이 회사로 복귀했고 건강에도 큰 문제가 없으니 신은지도 자기 일을 보기 시작했다. 이튿날 그녀는 박물관에 나가 휴가를 취소했다.그녀는 동료들을 위해 커피를 주문했고, 또 청소 담당 아주머니를 포함한 모든 동료에게 기념품을 선물했다. 조용하던 작업실이 갑자기 떠들썩해졌고, 동료들은 그녀에게 다가와 반년 동안 여행을 실컷 했냐고, 박태준과는 언제 결혼식을 올릴 거냐고 물었다.박태준이 아프다는 사실은 숨겼고, 신혼여행을 간다는 이유로 휴가를 냈다.“혼인신고는 했고 결혼식 날짜는 아직 미정이에요. 확정되면 알려드릴게요.”어떤 사람들은 부러워하면서도 질투했다.“나는 언제면 이렇게 운 좋게 재벌집 귀공자와 결혼할 수 있을까? 그때는 전 세계를 여행할 거야. 더 이상 할인 티켓을 위해 수많은 앱을 비교할 필요도 없겠지.”“은지가 시집을 잘 갈 수 있었던 게 단지 운이 좋아서만은 아니야. 능력이 있어서 박 대표님의 마음에 든 거지.”“...”휴가를 취소했지만 정식 출근은 다음 주 월요일부터다. 진유라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신은지는 동료들과 잠깐 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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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농담한 거예요

신은지는 진유라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듣지 않았지만 결국 그녀가 패배할 것임을 알기에 주문할 때 직접 4인분을 시켰다.곽동건이 재경그룹에서 온다면 박태준과 함께 올 가능성이 높다.예상한 바와 같이 진유라가 전화를 끊기도 전에 박태준에게서 문자가 왔다.“나랑 동건이 함께 갈 거니까 음식을 많이 시켜.”“알았어.”진유라가 두 손으로 턱을 괴고 축 처진 모습으로 한숨만 연달아 쉬었다.“곽동건이 오겠대.”“응, 주문했어.”“왜 전혀 놀라지 않아?”“곽 변호사 앞에서 언제 한 번 이겨본 적이 있어?”“...”진유라는 변명하려 했지만 입을 벌린 채 말을 내뱉지 못했다. 곰곰이 되짚어보니 그녀는 확실히 곽동건 앞에서 한 번도 당당했던 적이 없었다.그녀가 좀 떠벌리는 성격이긴 하지만 매번 그녀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그녀가 법을 모른다고 곽동건이 일부러 법률 조항으로 그녀를 단속하는 게 분명하다.두 사람이 30분 넘게 얘기를 나눈 후에야 박태준과 곽동건이 도착했다. 그녀들이 왔을 때 이미 늦었는데, 또 30분 지체되니 식당에는 몇 테이블만 남았다.진유라가 투덜거렸다.“직원들이 청소하고 있어요. 퇴근이 늦어질까 봐 이쪽을 흘끔거리면서. 둘이 아무 데서나 먹으면 안 되나요?”박태준이 신은지 옆에 앉았다.“은지는 내 아내니까 당연히 나랑 같이 먹어야죠. 동건이 왜 왔는지는 직접 물어보세요.”곽동건은 말을 아꼈다.“네.”“...”진유라가 쏘아붙였다.“당신에게 물어봤어요? 왜 대답해요? 빨리 밥이나 먹어요. 배고파요.”샤부샤부를 먹길 잘했다. 한식이었으면 이때쯤 다 식었을 것이다.그들에게 관심이 없는 박태준은 고개를 돌려 신은지에게 물었다.“쇼핑했어?”아까 밖에 있을 때 그녀의 옆에 있는 쇼핑백 더미가 보였다.“응, 쇼핑한 지 오래돼서 오늘 박물관에 휴가를 취소하러 나갔다가 오후에 마침 시간이 있어서 유라랑 쇼핑했어.”그녀가 출근한다는 말에 앞으로 낮에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박태준은 기분이 즉시 가라앉았다.“벌써 출근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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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정말 그렇게 헤어지고 싶어요?

순간 소년은 얼굴이 붉어지더니 더듬거리며 말했다.“제... 제 돈은 모두 카드에 있는데, 카드를 카카오페이에 등록하지 않아서...”곽동건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냉담하게 말했다.“아래층에 현금인출기가 있고, 내 차에 POS기가 있는데, 어떤 것이 편리할까요?”“...”소년은 몇 초 동안 멍해 있다가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진유라를 바라보았다.“진유라 씨...”잘생기고 어린 데다 몸매는 날씬하고 근육질이라 연예계에 진출하면 비주얼만으로도 수많은 누나 팬을 끌 것 같은 소년이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자 진유라도 마음이 안 좋았다.그녀는 곽동건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곽동건이 그녀에게 싸늘한 눈빛을 보내왔다.“할 말이 있어요?”그녀가 아까워하는 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잘생긴 남사친을 위해 화를 낼 만한 배짱이 없는데. 하물며 이 사람은 그녀의 남사친도 아니다. 얼굴 하나 때문에 곽동건에게 대드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래서 그녀는 단호하게 머리를 흔들었다.곽동건은 다시 소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갚을 거예요?”20대 청년은 한창 혈기가 왕성할 때다.“진유라 씨에게 빚진 돈인데,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당신이 뭔데 여기서 이래라저래라 합니까?”경인시에서 곽동건의 신분을 아는 사람이라면 감히 이렇게 말하지 못한다. 박태준을 건드리면 기껏해야 파산하겠지만 곽동건을 건드리면 감옥 가서 전과자가 되니까.진유라는 속으로 엄지손가락을 내들었다. 살아생전에 곽동건이 당하는 것을 보다니. 이렇게 통쾌할 수가. 그녀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을 때, 불똥이 그녀에게로 튕겼다.소년과 곽동건의 시선이 자기에게 쏠리자 진유라는 깜짝 놀랐다.“왜 다들 나를 쳐다봐요?”곽동건이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우리가 무슨 사이냐고 묻잖아요?”“당신에게...”물은 거 아니었어요?곽동건은 빛을 등지고 있어서 눈빛이 약간 차갑고 매서워 보였다. 그녀는 줏대 없이 침을 삼키고 말을 끝맺지 못한 채 답을 기다리는 소년에게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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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결혼 축하연?

아까 박태준이 그가 그녀를 차버릴 것이라고 말했을 때 그녀의 눈에 갑자기 밝은 빛이 감도는 것을 보았다. 분명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눈빛이었다.“...”아무리 고급 차라도 차 안의 공간은 제한적이다. 가뜩이나 좁은데, 무거운 얘기까지 나누면 더욱 숨이 막힌다.그녀는 허구한 날 곽동건과 헤어지기를 고대했지만 정말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왠지 모르게 긴장됐다.곽동건은 그녀를 지켜보았다. 그녀가 대답하지 않으면 줄곧 그러고 있을 것처럼.그녀를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은 엄숙하고 진지했다.진유라는 긴장한 듯 침을 삼키고 사실대로 말했다.“그렇게까지... 하지만 저는 따뜻한 남자친구를 찾고 싶어요. 입만 열면 원칙을 말하고 항상 저에게 법을 보급하는... 아버지가 아니라.”마지막 한 마디를 그녀는 잠깐 멈췄다가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지만 곽동건은 들었다.“...”후! 속마음을 털어놓고 나니 더 이상 겁낼 것 없는 진유라는 한꺼번에 쏟아냈다.“저는 스무 살까지 집에서 늦게 일어나면 아버지한테 혼나고...”진유라의 아버지는 원래 군인이었고, 진씨 가문에 돈도 많아서 일반 집안보다 규율이 엄했다.“이불을 개지 않으면 혼나고 일을 그르치면 혼나고 늦게 귀가해도 혼났어요. 어른이 된 후 겨우 독립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됐는데, 앞으로 40년 또 아버지 같은 사람과 살면서 매일 혼나고 싶지 않아요.”진유라는 멈추지 않고 불만을 늘어놓았다. 곽동건은 그녀의 말솜씨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그리고 그녀가 말하는 내용을 듣고 기가 막혔다.“그리고 우리가 정말 결혼해서 나중에 아이가 생긴다면 더 끔찍해요. 성격이 나 같으면 나처럼 매일 혼날 건데, 많이 혼난 아이는 우울증에 걸린대요. 성격이 당신 같으면 더 비참하죠. 저 혼자서 두 사람한테 혼날 거니까. 제가 오래 살아서 죽고 싶은 것도 아니고, 왜 그렇게 살겠어요?”불구덩이인 줄 뻔히 알면서도 눈을 가리고 뛰어드는 것은 연애에 올인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다. 그녀 같은 정교한 이기주의자는 절대 평생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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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재물을 탐내어 목숨을 해치다

이렇게 급하고 격식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볼 때 결혼 축하연일 가능성은 없다. 박태준이 반년 동안 경인시에 없었고, 또 급하게 떠났던 터라 상류층에서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이제 돌아왔으니 강혜정이 루머를 잠재우려고 연회를 마련했다. 이 기회를 빌려 박태준이 사람들의 얼굴을 익히게 하려는 목적도 있다.연회 장소는 신당동이었고, 신은지가 박태준 아내의 신분으로 그와 함께 사람들을 접대했다.그녀와 팔짱을 끼고 여유롭게 사람들과 인사하고 접대하는 모습에서 전혀 이상한 점이 보이지 않았다.연회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신은지는 어떻게 사람들 앞에서 감쪽같이 박태준에게 상대방의 신분을 알려줄지 고민했다. 그의 기억을 잃은 것에 대해 몇몇 가까운 사람들만 알고 있다. 오늘 온 사람들은 모두 지인들이라 알아보지 못하면 너무 난처할 것이다. 그런데 전혀 그녀가 필요하지 않았다.박태준은 사람들의 호칭을 알 뿐만 아니라 능숙하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해도 잘 받았다.“기억이 돌아온 거야?”신은지가 고개를 옆으로 젖히고 술잔으로 옆얼굴을 가린 후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아니.”박태준이 고개를 약간 숙이고 그녀의 모습을 흉내 내더니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미리 공부 좀 했어.”그는 진영웅한테 상류층 사람들의 자료를 사진, 배경, 취미, 인간관계까지 상세히 나열해 달라고 했다.두 사람의 혼인신고 소식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광경을 보고 사람들이 소곤거렸다.“박 대표님과 신은지 씨가 곧 좋은 일이 있을 것 같군요.”“그럴 때도 됐죠. 열애 사실을 공개한 지 언젠데요. 얼마나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에요?”시샘하는 사람도 있었다.“아직 혼인신고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죠. 내일 헤어질지도 몰라요. 그걸 누가 장담할 수 있겠어요? 게다가 전에 한 번 이혼했었잖아요. 혼인신고해도 확실하지 않은데, 신고도 하지 않은 지금이야 더 말할 것도 없죠.”축복, 부러움, 질투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담긴 이런 말들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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