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급하고 격식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볼 때 결혼 축하연일 가능성은 없다. 박태준이 반년 동안 경인시에 없었고, 또 급하게 떠났던 터라 상류층에서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이제 돌아왔으니 강혜정이 루머를 잠재우려고 연회를 마련했다. 이 기회를 빌려 박태준이 사람들의 얼굴을 익히게 하려는 목적도 있다.연회 장소는 신당동이었고, 신은지가 박태준 아내의 신분으로 그와 함께 사람들을 접대했다.그녀와 팔짱을 끼고 여유롭게 사람들과 인사하고 접대하는 모습에서 전혀 이상한 점이 보이지 않았다.연회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신은지는 어떻게 사람들 앞에서 감쪽같이 박태준에게 상대방의 신분을 알려줄지 고민했다. 그의 기억을 잃은 것에 대해 몇몇 가까운 사람들만 알고 있다. 오늘 온 사람들은 모두 지인들이라 알아보지 못하면 너무 난처할 것이다. 그런데 전혀 그녀가 필요하지 않았다.박태준은 사람들의 호칭을 알 뿐만 아니라 능숙하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해도 잘 받았다.“기억이 돌아온 거야?”신은지가 고개를 옆으로 젖히고 술잔으로 옆얼굴을 가린 후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아니.”박태준이 고개를 약간 숙이고 그녀의 모습을 흉내 내더니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미리 공부 좀 했어.”그는 진영웅한테 상류층 사람들의 자료를 사진, 배경, 취미, 인간관계까지 상세히 나열해 달라고 했다.두 사람의 혼인신고 소식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광경을 보고 사람들이 소곤거렸다.“박 대표님과 신은지 씨가 곧 좋은 일이 있을 것 같군요.”“그럴 때도 됐죠. 열애 사실을 공개한 지 언젠데요. 얼마나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에요?”시샘하는 사람도 있었다.“아직 혼인신고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죠. 내일 헤어질지도 몰라요. 그걸 누가 장담할 수 있겠어요? 게다가 전에 한 번 이혼했었잖아요. 혼인신고해도 확실하지 않은데, 신고도 하지 않은 지금이야 더 말할 것도 없죠.”축복, 부러움, 질투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담긴 이런 말들을 사
최신 업데이트 : 2024-07-16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