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 제712화 괴롭히고 싶게 만들어

Share

제712화 괴롭히고 싶게 만들어

Author: 선희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7-12 19:00:00
신은지가 막 돌아서려는데, 문이 열리더니 박태준이 손을 뻗어 그녀를 욕실로 끌어당겼다.

수증기가 없는 욕실에 마주 서니 탈의한 박태준의 몸에 이리저리 얽혀 있는 흉터가 한눈에 보였다.

이전보다 옅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생생한 이 흉터들을 볼 때마다 신은지는 폐창고에서 억지로 봤던 그 동영상이 생각나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학대를 당하면서도 고집스럽게 기민욱에게 순종하지 않던 박태준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 흉터들을 수없이 보고,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던 그의 모습을 수없이 떠올렸어도, 신은지는 매번 바늘에 쿡쿡 찔린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그녀는 슬쩍 보고 이내 시선을 돌렸다. 계속 보면 감정을 억제할 수 없어 박태준이 의심할 것 같았다.

의사는 그의 기억이 천천히 회복될 것이라고 했지만 그녀는 그가 이 대목을 영원히 기억하지 못하길 바랐다.

하지만 박태준은 신은지의 이 행동을 오해했다. 그는 입술을 오므린 채 속상하고 억울한 눈빛을 지었다.

“너도 내 몸에 있는 흉터들이 싫어?”

이 흉터들은 은지가 아내라는 것을 알기 전에 생긴 것이다. 부부라면 서로 사랑할 것이다. 그래서 단 한 번도 그녀가 싫어할 것이라는 의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고연우의 귀띔도 있고, 그녀가 얼핏 보고 재빨리 시선을 돌리는 것을 보고 이 생각은 더욱 강해졌다.

신은지가 의아해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허튼소리 하는 거야?”

“너 방금 내 몸을 힐끗 보고 무슨 못 볼 꼴을 본 것처럼 1초도 멈추지 않고 시선을 돌렸잖아.”

“...”

박태준의 이런 반응이 어이없었던 신은지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분명 마음 아파했는데, 그의 눈에는 싫어하는 것으로 보였다.

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순간 욕실 안은 서로의 숨소리만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30초를 기다렸는데도 그녀가 대답이 없자 박태준이 조급해했다.

“왜 말이 없어?”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

그는 이전에 이 흉터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샤워한 후 목욕 수건만 두르고 그녀의 앞에서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713화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박태준은 잠시 멍해졌다. 이 일이 본능이라고는 하지만 기억이 없는 그는 처음 해보는 것이고 아무 경험도 없는 풋내기다.처음 시작부터 이렇게 격하게 나오니 박태준은 조금 당황했다. 게다가 거울을 마주하고 서 있어서 고개만 들면 거울 속의 욕망으로 물든 자기 얼굴을 볼 수 있었다.그는 어찌할 바를 모르며 묶인 손을 풀었고 목젖이 움직이더니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은지야.”신은지는 박태준의 목을 끌어안고 세면대에서 내려온 후 고개를 들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박태준은 그녀에게 밀려 뒤로 물러섰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등이 차가운 타일에 닿았다. 갑작스러운 차가운 자극을 견디지 못한 그는 앓는 소리를 냈다.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방금까지 뜨거운 열정을 보이던 그녀가 전혀 미련 없이 몸을 빼더니 두 발짝 떨어진 위치로 물러났다.곧이어 차가운 물이 쏟아져 그의 몸을 적셨다. 신은지가 샤워기를 열었던 것이다.“서프라이즈!”계속 쏟아지는 물줄기를 사이에 두고 그녀는 장난스럽게 말했다.“천천히 씻어. 나갈게...”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태준이 손을 뻗어 신은지를 잡아당겼고, 그의 손을 묶었던 옷도 발 옆에 떨어졌다. 그는 그녀를 샤워헤드 아래로 끌어당겼다.“같이 씻자.”물이 좀 뜨거워지긴 했지만 아직 온도가 완전히 오르지 않은 상태라 흠뻑 젖은 신은지는 추워서 몸을 떨었다.샤워는 유난히 오래 걸렸는데, 끝난 후 그녀는 서지도 못해 박태준에게 안겨서 나왔다. 그의 품에 기댄 그녀는 열기 때문에, 그리고 지쳐서 잠이 몰려왔다.녹초가 된 그녀의 모습과 달리 박태준은 활기가 넘쳤고 심지어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짐짓 엄숙하게 말했다.“이게 서프라이즈지.”“...”신은지는 욕하고 싶었지만 너무 피곤하고 목도 아파 움직이기도 말하기도 싫었다.박태준은 그녀를 침대에 앉히고 불편할까 봐 베개를 가져다 허리춤에 받쳐주었다.“자지 마. 머리를 말려줄게.”“내가 할 테니 약이나 사다 줘.”그녀는 눈을 흘겼다.“너 방금 콘돔을 쓰지 않았

    Last Updated : 2024-07-13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714화 앞잡이

    밥을 먹은 후, 박태준은 박용선과 함께 회사로 나갔다. 그는 신은지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필터링 없이 아무 말이나 내뱉는 그에게 잔뜩 화난 그녀는 전혀 곁을 주지 않았다.“너에게 회사 상황을 다 설명했고 인수인계도 이제 끝났어. 모르는 것이 있으면 오늘 오후에 내가 회사에 있을 때 얼른 물어봐.”한시라도 빨리 그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듯한 박용선의 말투에 그는 무심코 물었다.“내일 회사에 안 나와요?”“네가 회사 책임자야. 전에는 네가 치료를 받고 있어서 대신 관리했던 것이고, 이제 네가 돌아왔으니 당연히 돌려줘야지.”그는 당연한 듯 말했다.“네 엄마를 데리고 여행 갈 거야. 표도 다 예매했어. 내일 오전 11시에 떠나니 너한테 반나절밖에 시간이 없어. 오늘 밤을 꼬박 새워서라도 회사 업무를 철저히 파악해야 해. 여행을 하면서까지 시간을 내서 너의 숙제를 지도해주고 싶지 않아.”“...”딩동!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진영웅과 왕준서가 앞에 서 있었다. 그들은 박태준이 오늘 회사로 복귀한다는 것을 알고 특별히 여기서 기다렸다.그가 나오기도 전에 진영웅이 거의 달음박질해 박태준의 앞에 다가갔다.“대표님, 드디어 나오셨군요. 그동안 회사에 안 계셔서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정말 자나 깨나 대표님이 돌아오시기만을 기다렸습니다...”박태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쳐다보더니 전혀 망설임 없이 말했다.“진영웅?”“네.”그가 자기 이름을 부르자, 진영웅은 흥분한 표정으로 환하게 웃었다.“대표님, 저를 기억하세요?”‘대표님이 병을 치료하면서 과거의 기억을 잃었는데, 대번에 내 이름을 부르다니. 그의 마음속에서 요지부동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증거가 아닌가?’그가 미처 왕준서에게 자랑하기도 전에 박태준이 무자비하게 그의 뇌피셜을 박살 냈다.“은지가 말해줬어. 나한테 비서가 두 명 있는데, 멍청한 쪽이 진영웅이라고.”신은지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뜻은 비슷했다.진영웅은 말문이 막혔고, 왕준서는 참지 못하고 웃음

    Last Updated : 2024-07-13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715화 보는 눈이 있군

    “뭐가 기억나?”박태준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고 신은지는 자기가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실망하지도 않았다. 현재 상황에서 박태준이 과거의 기억이 돌아오든 말든 중요하지 않다.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네가 이전에도 앞잡이라고 불렀기에 기억난 줄 알았어.”박태준이 우쭐대며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이전에 눈이 멀어서 그런 엉큼한 자식과 형제로 지낸 줄 알았더니, 그 자식이 나쁜 놈이라는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네. 그와 친하게 지낸 것도 집안 어른들의 체면 때문일 거야.”“아니야.”신은지는 그가 기억 못 하고 또 오해로 인해 나유성과 사이가 나빠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너와 유성은 정말 생사를 같이한 절친이야. 너한테 일이 생길 때마다 군말 없이 도와줬어.”박태준은 표정이 여전히 어두웠지만 신은지가 전화 받는 것을 막지는 않았다.“그럼 스피커폰으로 해. 그 자식은 딱 봐도 착하고 순진한 척하면서 속에 꿍꿍이가 가득 찬 여우야. 뒤에서 내 험담을 하면서 우리 사이를 이간질할지도 몰라.”신은지는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결국 스피커폰으로 했다.“유성아.”“은지야.”나유성은 귀공자 스타일의 부드러운 음색을 가졌다.“진영웅이 나를 조사하고 있어. 태준이 시켰을 거야.”“...”그녀는 고개를 홱 돌려 옆에 있는 박태준을 쳐다보았다.“왜 유성을 조사해?”박태준은 ‘이것 봐, 내 말 맞지?’라는 표정을 지으며 자기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당당하게 하소연했다.“뒤로 호박씨 까는 놈이라고 했잖아. 정말 뒤에서 내 험담을 하고 있어.”나유성은 말을 잇지 못했다.그가 전화한 목적은 신은지에게 주의를 주기 위해서였다. 둘의 과거를 박태준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면 진영웅이 보고하기 전에 덮으라는 것이다.그런데 박태준이 옆에 있다가 이 말을 다 듣게 될 줄이야. 진짜... 잘하려다 일을 망쳤다.신은지는 그를 노려보며 화를 냈다.“진영웅한테 조사하라고 시키지 않았어? 유성이 억측으로

    Last Updated : 2024-07-14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716화 시시각각 헤어지고 싶어

    신은지는 속으로 역시 거짓 형제애라고 생각했다.그녀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아직 봐야 할 서류가 많이 남은 박태준도 일을 봤다. 다만 30분 후 왕준서가 문을 두드리더니 배달 음식 봉지를 들고 들어왔다.“대표님, 유성 도련님이 보낸 물건입니다.”그는 책상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뭐가 들어 있는지 감히 말하지 못한 채 물건을 놓고 황급히 돌아섰다.봉지가 밀봉되지 않은 까닭에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봤기 때문이다.박태준은 신은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물건을 봉지에서 꺼냈다. 예쁘게 포장된 찻잎이었고, 검은색 선물 상자에 차 이름이 적혀 있었다.“...”차 이름을 본 신은지가 참지 못하고 웃으면서 박태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잘 어울려. 고급... 차야.”“...”‘내가 욕하는 말인 걸 모를 줄 알아?’그는 찻잎을 한쪽에 내팽개치고 퇴근할 때까지 다시 건드리지 않았다....박태준이 회사로 복귀했고 건강에도 큰 문제가 없으니 신은지도 자기 일을 보기 시작했다. 이튿날 그녀는 박물관에 나가 휴가를 취소했다.그녀는 동료들을 위해 커피를 주문했고, 또 청소 담당 아주머니를 포함한 모든 동료에게 기념품을 선물했다. 조용하던 작업실이 갑자기 떠들썩해졌고, 동료들은 그녀에게 다가와 반년 동안 여행을 실컷 했냐고, 박태준과는 언제 결혼식을 올릴 거냐고 물었다.박태준이 아프다는 사실은 숨겼고, 신혼여행을 간다는 이유로 휴가를 냈다.“혼인신고는 했고 결혼식 날짜는 아직 미정이에요. 확정되면 알려드릴게요.”어떤 사람들은 부러워하면서도 질투했다.“나는 언제면 이렇게 운 좋게 재벌집 귀공자와 결혼할 수 있을까? 그때는 전 세계를 여행할 거야. 더 이상 할인 티켓을 위해 수많은 앱을 비교할 필요도 없겠지.”“은지가 시집을 잘 갈 수 있었던 게 단지 운이 좋아서만은 아니야. 능력이 있어서 박 대표님의 마음에 든 거지.”“...”휴가를 취소했지만 정식 출근은 다음 주 월요일부터다. 진유라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신은지는 동료들과 잠깐 얘

    Last Updated : 2024-07-14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717화 농담한 거예요

    신은지는 진유라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듣지 않았지만 결국 그녀가 패배할 것임을 알기에 주문할 때 직접 4인분을 시켰다.곽동건이 재경그룹에서 온다면 박태준과 함께 올 가능성이 높다.예상한 바와 같이 진유라가 전화를 끊기도 전에 박태준에게서 문자가 왔다.“나랑 동건이 함께 갈 거니까 음식을 많이 시켜.”“알았어.”진유라가 두 손으로 턱을 괴고 축 처진 모습으로 한숨만 연달아 쉬었다.“곽동건이 오겠대.”“응, 주문했어.”“왜 전혀 놀라지 않아?”“곽 변호사 앞에서 언제 한 번 이겨본 적이 있어?”“...”진유라는 변명하려 했지만 입을 벌린 채 말을 내뱉지 못했다. 곰곰이 되짚어보니 그녀는 확실히 곽동건 앞에서 한 번도 당당했던 적이 없었다.그녀가 좀 떠벌리는 성격이긴 하지만 매번 그녀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그녀가 법을 모른다고 곽동건이 일부러 법률 조항으로 그녀를 단속하는 게 분명하다.두 사람이 30분 넘게 얘기를 나눈 후에야 박태준과 곽동건이 도착했다. 그녀들이 왔을 때 이미 늦었는데, 또 30분 지체되니 식당에는 몇 테이블만 남았다.진유라가 투덜거렸다.“직원들이 청소하고 있어요. 퇴근이 늦어질까 봐 이쪽을 흘끔거리면서. 둘이 아무 데서나 먹으면 안 되나요?”박태준이 신은지 옆에 앉았다.“은지는 내 아내니까 당연히 나랑 같이 먹어야죠. 동건이 왜 왔는지는 직접 물어보세요.”곽동건은 말을 아꼈다.“네.”“...”진유라가 쏘아붙였다.“당신에게 물어봤어요? 왜 대답해요? 빨리 밥이나 먹어요. 배고파요.”샤부샤부를 먹길 잘했다. 한식이었으면 이때쯤 다 식었을 것이다.그들에게 관심이 없는 박태준은 고개를 돌려 신은지에게 물었다.“쇼핑했어?”아까 밖에 있을 때 그녀의 옆에 있는 쇼핑백 더미가 보였다.“응, 쇼핑한 지 오래돼서 오늘 박물관에 휴가를 취소하러 나갔다가 오후에 마침 시간이 있어서 유라랑 쇼핑했어.”그녀가 출근한다는 말에 앞으로 낮에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박태준은 기분이 즉시 가라앉았다.“벌써 출근해야 해?

    Last Updated : 2024-07-15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718화 정말 그렇게 헤어지고 싶어요?

    순간 소년은 얼굴이 붉어지더니 더듬거리며 말했다.“제... 제 돈은 모두 카드에 있는데, 카드를 카카오페이에 등록하지 않아서...”곽동건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냉담하게 말했다.“아래층에 현금인출기가 있고, 내 차에 POS기가 있는데, 어떤 것이 편리할까요?”“...”소년은 몇 초 동안 멍해 있다가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진유라를 바라보았다.“진유라 씨...”잘생기고 어린 데다 몸매는 날씬하고 근육질이라 연예계에 진출하면 비주얼만으로도 수많은 누나 팬을 끌 것 같은 소년이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자 진유라도 마음이 안 좋았다.그녀는 곽동건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곽동건이 그녀에게 싸늘한 눈빛을 보내왔다.“할 말이 있어요?”그녀가 아까워하는 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잘생긴 남사친을 위해 화를 낼 만한 배짱이 없는데. 하물며 이 사람은 그녀의 남사친도 아니다. 얼굴 하나 때문에 곽동건에게 대드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래서 그녀는 단호하게 머리를 흔들었다.곽동건은 다시 소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갚을 거예요?”20대 청년은 한창 혈기가 왕성할 때다.“진유라 씨에게 빚진 돈인데,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당신이 뭔데 여기서 이래라저래라 합니까?”경인시에서 곽동건의 신분을 아는 사람이라면 감히 이렇게 말하지 못한다. 박태준을 건드리면 기껏해야 파산하겠지만 곽동건을 건드리면 감옥 가서 전과자가 되니까.진유라는 속으로 엄지손가락을 내들었다. 살아생전에 곽동건이 당하는 것을 보다니. 이렇게 통쾌할 수가. 그녀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을 때, 불똥이 그녀에게로 튕겼다.소년과 곽동건의 시선이 자기에게 쏠리자 진유라는 깜짝 놀랐다.“왜 다들 나를 쳐다봐요?”곽동건이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우리가 무슨 사이냐고 묻잖아요?”“당신에게...”물은 거 아니었어요?곽동건은 빛을 등지고 있어서 눈빛이 약간 차갑고 매서워 보였다. 그녀는 줏대 없이 침을 삼키고 말을 끝맺지 못한 채 답을 기다리는 소년에게 말했

    Last Updated : 2024-07-15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719화 결혼 축하연?

    아까 박태준이 그가 그녀를 차버릴 것이라고 말했을 때 그녀의 눈에 갑자기 밝은 빛이 감도는 것을 보았다. 분명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눈빛이었다.“...”아무리 고급 차라도 차 안의 공간은 제한적이다. 가뜩이나 좁은데, 무거운 얘기까지 나누면 더욱 숨이 막힌다.그녀는 허구한 날 곽동건과 헤어지기를 고대했지만 정말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왠지 모르게 긴장됐다.곽동건은 그녀를 지켜보았다. 그녀가 대답하지 않으면 줄곧 그러고 있을 것처럼.그녀를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은 엄숙하고 진지했다.진유라는 긴장한 듯 침을 삼키고 사실대로 말했다.“그렇게까지... 하지만 저는 따뜻한 남자친구를 찾고 싶어요. 입만 열면 원칙을 말하고 항상 저에게 법을 보급하는... 아버지가 아니라.”마지막 한 마디를 그녀는 잠깐 멈췄다가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지만 곽동건은 들었다.“...”후! 속마음을 털어놓고 나니 더 이상 겁낼 것 없는 진유라는 한꺼번에 쏟아냈다.“저는 스무 살까지 집에서 늦게 일어나면 아버지한테 혼나고...”진유라의 아버지는 원래 군인이었고, 진씨 가문에 돈도 많아서 일반 집안보다 규율이 엄했다.“이불을 개지 않으면 혼나고 일을 그르치면 혼나고 늦게 귀가해도 혼났어요. 어른이 된 후 겨우 독립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됐는데, 앞으로 40년 또 아버지 같은 사람과 살면서 매일 혼나고 싶지 않아요.”진유라는 멈추지 않고 불만을 늘어놓았다. 곽동건은 그녀의 말솜씨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그리고 그녀가 말하는 내용을 듣고 기가 막혔다.“그리고 우리가 정말 결혼해서 나중에 아이가 생긴다면 더 끔찍해요. 성격이 나 같으면 나처럼 매일 혼날 건데, 많이 혼난 아이는 우울증에 걸린대요. 성격이 당신 같으면 더 비참하죠. 저 혼자서 두 사람한테 혼날 거니까. 제가 오래 살아서 죽고 싶은 것도 아니고, 왜 그렇게 살겠어요?”불구덩이인 줄 뻔히 알면서도 눈을 가리고 뛰어드는 것은 연애에 올인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다. 그녀 같은 정교한 이기주의자는 절대 평생 그런

    Last Updated : 2024-07-16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720화 재물을 탐내어 목숨을 해치다

    이렇게 급하고 격식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볼 때 결혼 축하연일 가능성은 없다. 박태준이 반년 동안 경인시에 없었고, 또 급하게 떠났던 터라 상류층에서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이제 돌아왔으니 강혜정이 루머를 잠재우려고 연회를 마련했다. 이 기회를 빌려 박태준이 사람들의 얼굴을 익히게 하려는 목적도 있다.연회 장소는 신당동이었고, 신은지가 박태준 아내의 신분으로 그와 함께 사람들을 접대했다.그녀와 팔짱을 끼고 여유롭게 사람들과 인사하고 접대하는 모습에서 전혀 이상한 점이 보이지 않았다.연회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신은지는 어떻게 사람들 앞에서 감쪽같이 박태준에게 상대방의 신분을 알려줄지 고민했다. 그의 기억을 잃은 것에 대해 몇몇 가까운 사람들만 알고 있다. 오늘 온 사람들은 모두 지인들이라 알아보지 못하면 너무 난처할 것이다. 그런데 전혀 그녀가 필요하지 않았다.박태준은 사람들의 호칭을 알 뿐만 아니라 능숙하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해도 잘 받았다.“기억이 돌아온 거야?”신은지가 고개를 옆으로 젖히고 술잔으로 옆얼굴을 가린 후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아니.”박태준이 고개를 약간 숙이고 그녀의 모습을 흉내 내더니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미리 공부 좀 했어.”그는 진영웅한테 상류층 사람들의 자료를 사진, 배경, 취미, 인간관계까지 상세히 나열해 달라고 했다.두 사람의 혼인신고 소식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광경을 보고 사람들이 소곤거렸다.“박 대표님과 신은지 씨가 곧 좋은 일이 있을 것 같군요.”“그럴 때도 됐죠. 열애 사실을 공개한 지 언젠데요. 얼마나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에요?”시샘하는 사람도 있었다.“아직 혼인신고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죠. 내일 헤어질지도 몰라요. 그걸 누가 장담할 수 있겠어요? 게다가 전에 한 번 이혼했었잖아요. 혼인신고해도 확실하지 않은데, 신고도 하지 않은 지금이야 더 말할 것도 없죠.”축복, 부러움, 질투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담긴 이런 말들을 사

    Last Updated : 2024-07-16

Latest chapter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53화 미안하다

    정민아는 팔짱을 끼고는 고연우가 들고 있는 꽃을 무심하게 훑어보았다.“연우 도련님, 이건 또 무슨 의미야?”“공 비서가 오늘이 여성의 명절이라고 했어.”“그래서?”주위는 조용하고 잔잔한 음악 소리가 문을 통해 희미하게 들려왔다.고연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정민아, 우리 이혼하지 말자.”너무 진부한 이야기였다. 정민아는 더 이상 이 주제를 논의할 의욕조차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책상 위 담뱃갑을 더듬었다. 옆의 재떨이엔 얇은 층으로 쌓인 담배꽁초가 있었고 그 중 절반 이상이 정민아가 피운 것임을 립스틱 자국이 말해주고 있었다.고연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정민아가 담배를 피우는 걸 싫어하면서도 막지 않았다.얇게 피어오르는 연기가 정민아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담뱃불은 희미하게 밝아졌다가 사라지며 그녀의 눈을 비췄다. 그 순간, 눈 속의 차가운 무관심이 한층 누그러져 보였다. 은빛 실처럼 가늘게 펴지는 연기 너머로 정민아는 당당하고 제멋대로 미소 지었다. 그리고 정민아가 그렇게 웃을 때마다 고연우는 어김없이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다음 순간 정민아가 말했다.“고연우, 너 이상한 거 아니야?”“그렇지. 이상하지 않았다면 여기 서 있지도 않았을 거야.”고연우는 소매를 걷어 올리며 손목시계를 가리켰다.“시간 됐어. 레스토랑으로 가자. 예약해 놨어.”정민아는 이미 샘플 수정으로 지쳐 있었는데 고연우의 집요함이 정민아를 더욱 짜증 나게 했다. 고연우의 고급스러운 코트가 눈에 들어오자 정민아의 머릿속에 문득 나쁜 생각이 스쳤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담배꽁초를 그의 코트에 대고 눌렀다.‘치...’불꽃이 꺼지면서 연기가 피어오르자 타는 냄새가 코트에서 퍼져 나왔다.정민아는 차가운 얼굴로 꺼진 담배꽁초를 옆의 쓰레기통에 던졌다.“꺼져.”고연우는 자신이 입고 있는 코트의 타는 자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민아의 손을 잡았다.“이 코트는 가격이 6자리 숫자야. 디자인에서 완성까지 3개월이 걸렸어. 나와 저녁 정도는 함께 먹어줘야 하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52화 살인자

    고연우는 벨트를 풀며 말했다. 남자는 원래 이런 상황에서 승부욕이 강해지기 마련인데 특히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그 감정이 더욱 크게 드러났다.“그런 암흑 같은 분위기는 우리 상황과 맞지 않아.”정민아는 원래 고연우에게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 어둠 속에서 고연우는 마치 사나운 짐승처럼 보였을 것이니 고연우에게 흥미를 느끼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정민아는 그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고연우는 옷을 반쯤 벗었고 단단한 근육이 팽팽히 긴장되었으며 술기운에 물든 피부는 은은한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공기 중에는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고 마치 곧 무언가가 터질 듯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가끔 고연우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정민아가 말했다.“요즘 운동 안 했어?”고연우는 어이없었다.“?”정민아는 손바닥을 고연우의 가슴 아래쪽에 대고 살짝 눌러보았다. 그러고는 평가하듯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육이 좀 줄었네.”“...”정민아는 마치 중대한 결정을 앞둔 사람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확신에 찬 눈빛으로 고연우를 응시했다. 고연우는 모른 척하려 했지만, 결국 그녀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는 옷을 다시 입고 정민아의 손을 자기 몸에서 조심스레 떼어내더니 문을 향해 나가며 화가 난 듯 정민아를 한번 매섭게 쳐다보았다.“네가 이겼어.”완전히 흥미가 사라졌다....며칠 동안 고산그룹 대표실이 있는 층은 숨조차 크게 쉴 수 없을 만큼 무거운 분위기에 짓눌려 있었다.공민찬이 급한 서류 묶음을 들고 고연우에게 사인을 받으려 일어서던 순간, 엘리베이터에서 소리가 났다. 그때 최민영이 가방을 들고나와 미소를 지으며 공민찬에게 인사를 건넸다.“공 비서님.”공민찬은 다가서며 말했다.“최민영 씨.”최민영은 사무실 쪽을 가리키며 물었다.“연우 씨 사무실에 있나요?”“최민영 씨, 잠시만요”공민찬은 그녀를 막아섰다.“대표님께서 지금 바쁘십니다. 우선 접대 실에서 잠시 기다리시는 게 어떨까요?” “...”최민영은 눈썹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51화 전에 흥미가 없었던 건 불을 켜지 않아서야

    고연우는 짜증 내며 핸드폰을 테이블에 던지더니 미간을 꾹꾹 눌렀다. “나가세요. 나중에 송씨 아주머니한테 작업복 하나 달라고 하세요.”“도련님, 혹시 어디 불편하세요?”하린은 우유를 들고 테이블 앞으로 다가갔다. “저 예전에 마사지도 배운 적 있는데, 제가...”“그만 나가.” 고연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손을 피하다가 우유를 엎지르고 말았다. 우유가 쏟아지며 더럽혀진 셔츠를 내려다보며 그는 얼굴은 굳어진 채 입술을 오므렸다. 한참 후에야 한 마디 내뱉었다. “사모님께서 보낸 겁니까?”그는 이를 악물고 한 글자 한 글자 뱉어냈다.하린은 고연우의 차가운 눈빛에 그 자리에 굳어진 채 말을 더듬었다. “도련님, 정말로 사모님께 저를 보내셨습니다.”“나가세요. 앞으로 제 허락 없이는 서재에 들어오지 마세요.” 하린은 금수저 남편을 찾기 위해 가사 도우미로 취직했다. 이를 위해 매니저에게 봉투까지 건넸지만 고연우의 사늘한 태도에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품지 못했다. 서재를 나오자마자 난간에 기댄 채 그녀를 쳐다보는 정민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모님...”하린은 갑자기 발걸음 멈추더니 애써 태연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불순한 의도를 품었던 그녀는 사모님을 보면 본능적으로 불안했다. “도련님께서 드시지 않았어요...”비록 정민아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지만 하린은 괜히 자신을 평가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을 때 마침 정민아가 입을 열었다. “그럼 몇 번 더 가져다주세요.”하린은 정민아의 말에 담긴 뜻을 단번에 눈치챘다.그녀는 자신이 잘못 이해한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도대체 어떤 재벌 부인이 자신의 남편에게 여자를 찾아주는 걸까? 설사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돈이면 충분할 텐데, 그러다 사생아라도 생겨 상속 분배에서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면 어쩔 생각인지.’그녀는 다시 한번 확인했다. “도련님께서 송씨 아주머니한테 익숙해졌는지 저를 좀 꺼리시는 것 같아요. 아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50화 우유를 가져다주다

    다음 날.정민아와 사연희는 쇼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아야...”주소월이었다. 사연희는 정민아의 과거에 대해 완전히 알지는 못했지만 주소월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세상에 자식을 챙기지 않는 엄마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설령 절친이라도 남의 가정사에 깊이 개입하기는 어려웠다. 그녀는 노트북을 들고 일어나 말했다. “초대장 몇 개 빼놓고 못 보낸 것 같은데, 금방 보내고 올게. 쇼에 관한 건 나중에 다시 얘기해.”그녀는 주소월을 흘끗 쳐다보고는 인사도 하지 않은 채 돌아섰다. 정민아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주소월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그녀는 어젯밤에 충분히 더 이상 정씨 가문과 연관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생각했지만 주소월이 여전히 찾아올 줄은 몰랐다. “오늘 밤에 연회가 있는데, 같이 가겠니?” 정민아가 거절할까 봐 주소월은 서둘러 한 마디 덧붙였다. “너희가 쇼를 열잖아? 오늘 밤 연회에 너와 같은 나이의 사람들이 많이 올 거야. 잠재 고객을 몇 명 발전시킬 기회가 될 수도 있어.”“지금 그 무리에서 잠재 고객을 발전시키라는 말씀이세요?”그녀와 최민영의 갈등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집안이 최씨 가문보다 못한 사람은 그녀에게 다가가는 것을 꺼렸고 반면 집안이 최씨 가문보다 좋은 사람은 고아 때문에 굳이 적을 만들 필요도 없었다. 주소월은 정민아가 당했던 일을 떠올리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민아야, 미안해. 엄마가 너를 데려오긴 했지만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고 너한테 이렇게 상처만 줬네...”“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오히려 제가 고맙죠. 저를 정씨 가문으로 데려와 줘서 고마워요. 그 마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줘서, 그리고 또... 그 미친놈으로부터 구해줘서 고마워요.”마치 세월의 흔적을 덮은 한 자루의 칼처럼 서서히 그녀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민아야...” 주소월은 울먹거리며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처음 그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49화 입원

    정민아는 문을 열고 지친 몸으로 가방을 내려놓았다. 신발을 갈아신던 중 슬쩍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을 보았다.“아주머니, 제가 전화드렸잖아요. 저녁 먹고 온다고, 왜 이렇게 음식을 많이 차렸어요?”송씨 아주머니는 2층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도련님께서 아직 저녁을 드시지 않으셨습니다.”고연우라는 말을 듣자 정민아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뻐근한 목을 주무르며 2층으로 올라갔다. “아, 그렇군요.”“아가씨...”송씨 아주머니가 망설이며 그녀를 불렀다. “도련님께서 아가씨가 돌아오시면 같이 식사하자고 불러달라고 하셨습니다.”“제가요?” 정민아는 걸음을 멈추고 의아해하며 돌아봤다. “왜요?”“도련님께서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이셨는데... 두 분 혹시 싸우신 거 아닌가요?”“그 사람이 기분이 안 좋다고 제가 달래줘야 하나요? 그럼 왕자님, 저녁 드세요라고 말이라도 해야겠네요?” 정민아는 피식 웃더니 입가에 맴돌던 웃음이 갑자기 사라졌다. “먹든 안 먹든 마음대로 하라고 하세요. 먹기 싫으면 굶으면 되죠.”송씨 아주머니는 시선을 정민아 뒤쪽으로 옮기더니 표정이 조금 일그러진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 도련님...”정민아가 뒤돌아보자 고연우는 난간에 기댄 채 냉랭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방금 샤워를 끝냈는지 머리가 약간 젖어 있었고 외출복을 입고 있었다. 몸에 딱 맞는 셔츠에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은 채 단추는 몇 개 풀려 있었고 옷자락은 허리선에 맞춰 깔끔하게 넣었다. 넓은 어깨, 잘록한 허리에 긴 다리를 뽐내며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배경처럼 흐릿해 보이게 만들었다.고연우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같이 저녁 먹자.”사실 그는 조금 더 튕기고 싶었지만 계속 자존심을 부리다 이 무심한 여자는 그냥 가버릴 것 같았다.정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난 이미 먹었어.”“네가 장소 문제를 해결하라고 해서 해결해 줬더니, 겨우 도시락 하나 사주는 거냐? 정민아, 너 정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48화 다른 건 안 될까

    “난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한 적 없어.”정민아가 웃으며 고개를 옆으로 하자 덜 말려진 머리카락이 한쪽으로 치우치며 하얗고 맑은 어깨가 그대로 드러났는데 그 위에는 물방울까지 맺혀있어 고연우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그 어떤 뜨거운 것이 가슴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고 방안에 가득 찬 정민아의 향기가 그림자마냥 고연우의 주변을 맴도는 탓에 고연우는 흐릿해져 가는 정신을 부여잡으려 주먹을 말아쥐었다.술기운이 뒤늦게 밀려오는 것인지 아니면 저 고혹적인 자세 때문인지 고연우는 머리가 점점 더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그에 정민아는 문을 열고는 손님을 배웅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내가 불편해지면서까지 다른 사람한테 맞추긴 싫거든. 그러니까 일단 최민영부터 죽이고 와서 사랑 타령해.”“... 다른 건 안 될까?”“다른 거 뭐?”정민아의 산만한 시선이 고연우의 몸에 머물렀다. 사람이 아니라 상품을 보는 듯 곳곳을 훑어보고 있었다.“너한테 나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뭐 다른 게 있긴 해?”상처가 되는 말은 아니었지만 모욕적인 말임은 틀림없었다.하지만 웃긴 건 정민아의 말에 고연우가 고개를 숙여 제 몸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아무리 봐도 돈과 권력 외에는 정민아가 관심을 가질만한 게 없어 보이는 듯한 몸에 고연우는 고개를 들더니 그래도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그 기생오라비보다는 내가 더 잘생겼어.”정민아가 혹여 듣지 못할까 봐 고연우는 기생오라비라는 단어에 더 힘을 주며 말했다.어려서부터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았던 고연우는 저에게도 이렇게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어필하는 날이 올 줄 꿈에도 몰랐었다.하지만 정민아는 관심 없다는 듯 입꼬리를 움직이며 말했다.“얼굴 자랑 말고 가서 약이나 좀 사지 그래? 내가 너에 대한 흥미는 약의 자극을 받아야만 생길 것 같거든.”머리에 누가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이 아까의 설렘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도 입안에는 분노 가득한 험한 말들이 서러움과 함께 맴돌고 있었다.“넌 앞으로 그냥 말을 하지 마.”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47화 안 해봤잖아

    고연우의 질문에 정민아는 사실대로 대답했다.“대학 때 후배.”그 말에 고연우는 아까 정민아를 보던 임우빈의 이상한 눈빛을 떠올리며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물었다.“쟤가 너 좋아해?”“응.”“...”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인정을 해버리는 정민아에 말문이 막혀버린 고연우는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너 저렇게 기생오라비 같은 놈 좋아했었어?”정민아의 성격 때문에 좋아하는지 아닌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임우빈한테 유난히 관대한 것만은 보아낼 수 있었다.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정민아 앞에서 주책맞게 떠들어 댄 게 자신이었다면 정민아는 진작에 제 머리를 비틀어 화분으로 삼겠다고 협박했을 것이다.정민아는 언짢아 보이는 고연우를 보며 말했다.“기생오라비 같은 게 아니라 어린 거야. 턱선이 당신처럼 뚜렷하진 못해 그래서. 그리고 뒤에서 다른 사람 험담하는 건 격 떨어지는 일이야, 고연우 도련님.”고연우 도련님이라는 단어에 올라가는 억양을 붙인 게 아무리 봐도 조롱 같았던 고연우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턱선이 나보다 뚜렷하지 못하고 어려서 그렇다고? 그럼 뭐 나는 늙었다는 소리야? 그리고 내 앞에서 내 아내를 탐내는 데 내가 얼마나 격을 차려야 한다는 거지? 난...”고연우는 간신히 튀어나오려는 험한 말을 참아냈다.“곧 이혼할 건데 뭘.”“꿈 깨.”혈관 속에서 불꽃이 튀기는 것 같은 느낌에 원래도 나빴던 기분이 더 완벽히 잡쳐버린 고연우는 정민아를 노려보며 말했다.“난 이혼에 합의 안 할 거니까 그런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리 사이에 사별은 있어도 이혼은 없어.”고연우의 말에 정민아가 문고리를 잡아 내리며 대꾸했다.“그럼 아직 살아있으니까 납골함이라도 직접 골라. 귀신 돼서도 네가 직접 고른 집에 있으면 기분이라도 좋겠지.”“정민아, 너...”고연우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눈앞에서 문이 “펑” 소리를 내며 닫혀버린 탓에 하마터면 거기에 얼굴을 맞을 뻔한 고연우는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누가 이딴 식으로 짜증을 내고 들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46화 쟤는 누구야

    말을 안 하고 앉아있는 정민아에 기사는 정민아가 슬퍼하는 줄로 알았지만 그렇다고 한낱 외부인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 답답한지 기사는 의자에서 앞뒤로 움직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진심으로 좋아하면 시험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솔직하게 알려줘야죠. 이런 식이면 남자는 점점 더 밀려날 수밖에 없어요. 모든 남자들이 저런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저런 여자의 유혹을 당해낼 남자도 없어요.”“저도 남자예요, 믿어도 좋아요.”끊임없이 말하는 기사가 귀찮았는지 정민아는 고개를 돌리며 짧게 대꾸했다.“응, 믿으니까 출발해 빨리.”정민아가 고연우를 시험하는 건 그가 저를 사랑하는지 안 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주 씨 집안 간의 계약이 성사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서 그랬던 건데 지금 보니 이 길은 이미 글러 버린 것 같았다.임우빈은 한 손으로 좌석 등받이를 당기며 고개를 돌려 정민아를 바라보며 그 나이대 특유의 당찬 표정을 하고 말했다.“저렇게 양옆에 여자나 끼고 다니면서 여러 사람 홀려대는 남자는 믿음직스럽지 못하잖아요. 누나 관심을 받을 자격도 없죠. 저는 어때요?”임우빈은 제 이두근을 자랑하며 말했다.“젊고 잘생긴 데다가 체력도 좋고 무엇보다 일편단심이에요. 누나 말곤 아무도 안 봐요, 길가는 암컷 강아지한테 눈길 안 줄 자신 있는데.”“... 너희 엄마는 네가 자기보다 몇 살이나 많은 여자를 집안 며느리로 들이려 한다는 사실 아니?”정민아의 말에 임우빈은 툴툴대며 대답했다.“많이는 아니죠, 고작 세 살인데. 오버는 하지 말죠. 그리고 내가 정말 누나를 집에 데려가면 우리 엄마는 엄청 좋아할걸요. 적어도 앞으로 두 세대는 미모는 보장할 수 있으니까.”임우빈은 정민아의 대학교 후배였는데 1학년 때 운동장에서 정민아를 처음 본 순간 그녀에게 반해버려 결혼하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제대로 들이대 보지도 못하고 정민아가 퇴학을 해버리는 탓에 겨우겨우 수소문해서 정민아가 있다는 경인시까지 와서 대학원을 다니고 여기서 취직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45화 약점을 잡아서 하는 협박

    사연희는 잔뜩 감동한 얼굴로 정민아를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우리 가게 때문에 민아 씨만 고생했네요.”안 그래도 하룻밤 사이에 노 대표님의 생각을 바꿀만한 둘레의 허벅지를 찾는 건 너무 힘든 일인 것 같아 시간이 촉박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알고 보니 그 시간은 그저 노 대표님이 술을 깨기 위한 시간이었다.사연희가 오해한 걸 알아차린 정민아는 해명하기도 귀찮아져 그냥 사연희를 데리고 나가려 했는데 그때 공민찬이 나오면서 말했다.“고 대표님, 방금 룸까지 다 확인했습니다. 사모님의 머리카락 한 올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주위의 공기는 순식간에 어색해졌다.고연우는 공민찬을 흘겨보며 언짢은 듯 말했다.“너만 입 달렸어?”“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소릴 했네요.”공민찬은 사과 하나는 빨리하며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그런데 사모님께 말씀은 하셨어요?”“...”“대표님, 계속 이런 식으로 하시면 사모님 마음 못 돌려요. 사모님이 최민영 씨한테 괴롭힘 당할까 봐 문 앞에 사람까지 세워서 지키시면 뭐해요, 이런 건 대표님이 말씀 안 하시면 사모님은 영영 모르실 텐데요. 그럼 감동도 못 받으실 테고 사모님이 감동하지 못하시면...”그런 공민찬을 보던 사연희는 주먹을 말아쥐며 입술을 깨물더니 정민아에게 귓속말을 했다.“안 되겠어, 나 여기 더는 못 있겠어.”밖으로 나가기 전 사연희는 한 번 더 공민찬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사연희가 만약 공민찬처럼 말 많고 사실만 얘기하며 아픈 데를 콕콕 찌르는 비서를 뒀다면 얼마 참지 못하고 짜증을 냈을 텐데 무표정으로 듣기만 하는 고연우를 보니 허벅지 대표님의 성격은 꽤 차분해 보였다.“입 다물어.”그 차분한 고연우도 더는 듣기 싫었는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공민찬 손에 들려있던 차 키를 뺏어 들고는 정민아를 보며 말했다.“가자.”“응.”정민아의 대답을 들은 고연우의 발이 허공에 잠시 머물렀다가 한참 만에 땅에 닿았다.정민아의 조롱 섞인 거절이거나 분노는 너무나 익숙하고 오히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