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Chapter 731 - Chapter 740

853 Chapters

제731화 대표님이 기어코...

그때까지도 신은지가 왜 대답을 피했는지 생각하고 있던 박태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몰라. 잊어버렸어.”그러고는 고연우에 관한 자료에서 봤던 내용이 생각나서 한마디 덧붙였다.“너무 가깝게 지내지 마.”“왜?”그가 이렇게 말할수록 정민아에 대한 호기심은 커졌다. 이렇게 당부한 것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박태준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한참 후에야 적당한 표현을 생각해 냈다.“성질이 더럽고 사람을 때려.”“...”돌아가는 길에 박태준은 줄곧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다. 신은지가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그녀가 말하지 않으면 입을 다물고 있었다. 신당동에 돌아온 후에는 바로 2층 서재로 올라갔다. 말 없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신은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성격이 왜 이렇게 변덕스러울까? 여자라면 모르겠는데. 설마 남자도 매달 며칠씩 그런 날이 있는 건가?서재에서 박태준은 신은지와의 추억이 담긴 일기장을 들춰냈다. 하지만 일기는 기억이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지만,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는 일기 내용에서 자기가 이전에 어떤 면에서 은지한테 못되게 굴었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연우에게 전화를 걸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내가 이전에 은지한테 잘했어?”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친구라면, 자주 만났을 것이고 서로의 연애사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고연우는 정민아와 며칠째 연락이 끊겨서 기분이 안 좋았다. 다른 사람에게서 그녀가 사고 나거나 아프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직접 외국으로 날아갔을 것이다. 마침 이때 박태준이 전화를 걸어와 이렇게 바보 같은 질문을 했으니 총부리에 달려든 셈이다.“내가 너네 집에 카메라를 설치한 것도 아닌데, 네가 잘해줬는지 못해줬는지 어떻게 알아?”“... 우리가 오랜 친구라며. 내가 한 번도 은지를 데리고 너희랑 같이 식사한 적이 없었어?”박태준이 이렇게까지 비굴하게 나오자, 고연우는 끝내 조금이나마 형제애를 보였다.“왜 과거에 얽매여 있어? 잘했든 못했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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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2화 녹색머리 염색해

신은지의 말을 듣고 마음의 그늘이 절반 이상 걷힌 박태준은 그날 밤 꿈도 꾸지 않고 아주 잘 잤다.이튿날 눈을 뜨니 여인이 그의 옆에서 평온하게 잠자고 있었다. 약간 웨이브가 들어간 머리카락이 베개 위에 흐트러져 있고 몇 가닥은 얼굴에 붙어 있었다. 열기 때문인지 얼굴이 발그스름해지고 입술도 빨갛게 물들었다.박태준이 다가가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뽀뽀했지만 그녀는 깊은 잠에 빠져 전혀 깨어날 조짐이 없었다. 또 한 번 키스했지만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여러 번 반복되자, 여인의 긴 속눈썹이 떨리더니 눈을 찡그렸고 한참 후에야 겨우 눈을 떴다. 잠에서 덜 깨서 목소리가 많이 잠겨 있었다.“몇 시야?”박태준은 침대 협탁에 놓인 휴대폰을 가져다 얼굴 인식으로 화면 잠금을 해제한 후 시간을 확인했다.“9시 30분이야.”그녀의 질문에 대답한 후 박태준은 카톡 메시지 알림을 클릭해 얼핏 보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 메시지는 나유성이 보낸 것이다.“신랑 들러리에 나도 넣어줘.”그들이 결혼식을 올린다는 사실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양가 부모 외에 오직 진선호만 안다.박태준은 답장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카카오 스토리를 열었다. 그는 나유성이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모르지만 무의식적으로 이 일이 진선호와 관련이 있다고 추측했다.그는 과거의 기억이 없지만, 어제 잠깐의 만남으로도 진선호의 성격을 충분히 알 수 있었기에 무의식적으로 카카오 스토리를 연 것이다.운이 좋았는지, 아니면 카톡 친구가 적어서인지, 어쨌든 9장의 양복 사진과 함께 ‘연적의 결혼식에서 상대방을 납작하게 만들 수 있는 들러리복은?’이라는 제목의 스토리를 발견했다.글만 봐도 우쭐거리며 날뛰는 그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고, 거기 달린 댓글들도 가관이었다.[아무것도 입지 마. 반응이 뜨겁지 않으면 내가 앞으로 진형을 아버지로 모실게.][머리카락을 녹색으로 염색하고, 온몸에 너와 신부의 사진을 찍어.]박태준이 휴대폰을 신은지에게 건넸다.“이게 진선호야?”이름이 표기되어 있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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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3화 결혼 불안장애

자기가 그렇게 고대하던 결혼식에 들러리를 서겠다고 악착같이 달라붙는 두 남자 때문에 박태준은 기분이 안 좋아 연일 표정이 어두웠다. 그래서 회사 직원들은 불안에 떨었고 매일 옥신각신하는 진영웅과 왕준서마저 간만에 의견이 일치됐다. 대표님이 결혼 불안장애에 걸렸다는 것이다.가장 많이 욕먹은 진영웅이 서러워하며 탄식했다.“두 번째인데 왜 불안하지? 대표님은 안 되겠어.”왕준서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일어서면서 곁눈질로 문어귀를 보니 누군가가 서 있었다. 스타일이 아주 낯익은, 구두에 양복 차림의 남자였다. 그래서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대표님은 사모님을 너무 사랑해서 긴장하시는 거야. 네가 뭘 알아?”왕준서가 그를 디스하는 것은 일상이고, 평소 같으면 진영웅도 맞받아쳤겠지만 이 시각 그는 왠지 바로 말을 받지 않고 뒤를 돌아보았다.그의 직감은 너무 정확했다. 너무 늦었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탕비실 입구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박태준 대표였다.박태준이 차갑게 웃었다.“월급이 너무 많고 너무 배불러서 뒷담화할 힘이 있는 모양이구나. 진영웅은 올해 연말 보너스 취소야. 잠시 후, 스스로 재무팀에 가서 절차를 밟아.”그가 떠나자 왕준서는 즉시 친절한 표정으로 진영웅에게 커피를 따라주며 급소를 찌르는 말을 내뱉었다.“대표실 전체 직원을 대표해서 진 비서님의 아낌없는 후원에 감사를 표합니다. 덕분에 올해의 부서 회식은 사치를 부려도 될 것 같습니다.”직원의 실수로 깎인 월급은 부서 회식비로 적립된다.진영웅은 깝죽거리는 왕준서를 노려보았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모습은 마치 곧 도살될 황소 같았다. 1,000만 원 정도 되는 연말 보너스가 날아간 것을 생각하면 온몸이 아프지 않은 곳이 없는 것 같았다.“대표님이 문어귀에 있는 것을 알고 일부러 함정을 판 것이 아니야?”왕준서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그건 오해야. 네가 먼저 말을 꺼냈고, 나는 단지 사실에 근거해 한마디 대답했을 뿐이야.”진영웅이 왕준서와 알고 지낸 지 하루 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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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4화 꺼지라는 뜻일지도 몰라

입구에 도착하니 박태준이 옅은 회색 코트 차림으로 차 옆에 서서 누구랑 통화하고 있었는데, 올라간 소매 밑으로 손목시계가 보였다.오늘은 맑은 날이라 햇빛이 그의 몸에 내려앉아 금빛을 띠었다.줄곧 이쪽을 주시하던 그는 신은지와 강태민이 나오는 것을 보고 전화기 너머의 사람에게 몇 마디 말하고는 전화를 끊고 성큼성큼 걸어왔다.“아버님, 은지야.”강태민은 뼈다귀를 본 허스키처럼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이마를 짚으며 힘없이 시정했다.“벌써 그렇게 부를 필요 없어요.”만약 가능하다면, 그는 은지를 몇 년 더 곁에 두고 싶다. 강씨 집안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힘이 없는 것도 아닌데, 뭐가 부족한가? 남자는 딸이 풍족한 삶을 누리는 데 방해가 될 뿐이다. 지금 몸에 걸친 옷도 지난해 모델이다. 집에서 같이 산다면 각 매장의 신상품을 모조리 선물할 텐데. 어찌 이렇게 초라하게 살겠는가? 하지만 박태준은 옷, 손목시계, 허리띠, 신발 등 모든 것이 세련되고 잘 어울리는 귀공자 스타일이다.강태민은 속으로만 투덜거리지,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이미 혼인신고를 했기에 은근슬쩍 비꼬거나 정말 참을 수 없으면 몇 마디 하는 것으로 만족할 뿐이다.박태준은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 같았다.“며칠밖에 남지 않았잖아요. 아버님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예물로 뭘 원하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자가용차를 가지고 온 박태준이 뒷좌석의 문을 열자, 강태민이 허리를 굽혀 올라탔다. 신은지도 뒷좌석에 타려고 하자 그는 끌어당기며 나지막이 말했다.“조수석에 타.”그는 신은지의 귀에 대고 이 말을 했는데, 강태민은 못 들은 척하고 옆자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은지야, 타.”신은지는 박태준의 손을 뿌리치고 그를 살짝 밀었다.“운전하러 가.”겨울이라 손을 빼자마자 찬바람 때문에 그녀의 온도는 사라졌다. 박태준은 차 안의 강태민을 바라보며 은근히 이를 갈았다. 7일 남았다고 벼르면서.차 안에서 강태민이 신은지에게 물었다.“어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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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5화 창문에 기어올라

이 말은 박태준의 아픈 곳을 찔렀다. 문제는 그 역시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때는 은지와 분명 사이가 좋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몰래 따라갔을 리 없다. 그런 상황에서 어머님이 마음에 들어 하셨을 리 있겠는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박태준은 입술을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신은지는 큰 충격을 받은 듯이 풀이 죽은 그의 모습을 보고, 그가 또 터무니없는 상상을 할까 봐 엄지손가락으로 그의 손등을 어루만졌다.“아버지는 말만 저렇게 하셔. 일부러 놀리시는 거라고. 어머니가 지금 너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하셔.”“응.”박태준은 순둥순둥하게 대답하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이를 지켜보던 강태민은 눈을 까뒤집었다.‘상장회사 대표라는 놈이 바보처럼 이런 말도 안 되는 위로의 말을 믿는다고?’그가 속으로 비아냥거리고 있을 때 박태준이 갑자기 고개를 돌렸는데, 서로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의 눈에서 옅은 웃음기가 보였고 의기소침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자식이 불쌍한 척을 잘하네. 은지가 마음이 약해져서 아까워할 줄 알고.’산에서 내려오니 날이 어두워졌고, 하늘이 우중충한 것이 눈이 올 것 같았다. 차가 입구에 도착하자, 강태민은 박태준에게 차를 세우라고 했다.“여기서 세워요. 우리는 걸어서 들어갈게요.”박태준은 차를 세우지 않고 속도만 줄였다.“아버님, 결혼식까지 아직 일주일 남았는데 은지는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잘 자지 못합니다. 잘 자지 못하면 머리가 아프고. 요 며칠 신당동에 가 있고 결혼식 전날에 이쪽으로 건너오면 안 될까요?”강태민은 그를 째려보더니 말했다.“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요. 은지가 오늘 낮잠을 잘 때는 잠자리가 바뀌어도 괜찮던데, 박 대표랑 나갔다 오니 잠을 못 자요? 그렇다면 박 대표가 반성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은지한테 못되게 굴어서 잠을 잘 때 불안한 건 아닌지.”“...”박태준도 강태민이 은지를 돌려보낼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기에 한발 물러섰다.“그럼, 제가 여기 남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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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6화 결혼식 당일

“당연히...”박태준은 칭찬을 바라는 눈빛으로 신은지를 바라보다가 그녀의 안색이 어두워진 것을 눈치채고 급하게 화제를 돌렸다.“은지야, 너무 보고 싶었어.”별장 외벽은 베란다의 보호난간 외에 지탱할 만한 곳이 없었기에 힘들게 높이 뛰기로 벽을 타야만 했다. 만약 한 치의 오차라도 나면 바닥에 떨어져 발을 삐끗하거나 다리가 부러질 수 있었고 운이 더 나쁘면 큰 사고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신은지는 위험한 일을 하고 오히려 칭찬을 바라는 그를 보면서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어 따져 물었다.“어떻게 올라왔냐고!”박태준은 기가 죽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외벽을 타고 올라왔어...”신은지는 자기 때문에 그가 무모한 짓을 했다는 걸 알기에 간신히 화를 억누르면서 말했다.“다음부터는 이렇게 위험한 일 하지 마!”“알겠어.”신은지의 화가 수그러들자, 그는 기쁜 마음에 그녀를 꼭 껴안았다.날이 저물어 가는데도 돌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박태준에게 그녀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물었다.“오늘 밤 여기서 잘 생각이야?”“조금만 더 있다가 갈게.”“?”신은지는 평소 자기와 한시라도 떨어지지 않으려던 박태준이 자발적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니까 조금 놀랐고, 박태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은지야, 내가 가지 말았으면 좋겠어? 조금만 참아, 우리 결혼식만 끝나면 매일 붙어 있을 수 있어.”“평소답지 않게 왜 갑자기 점잖게 굴어?”“아버님께서 원래도 날 마땅치 않아 하시는데 내가 몰래 네 방에 들어온 걸 알면 더 싫어할 거야.”별장 주변 곳곳에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기에 강태민이 그가 들어온 걸 모를 리가 없었다.“아빠가 정말 모른다고 생각해?”그러나 박태준은 강태민이 노발대발하며 찾아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가 모른다고 판단하고 자신 있게 답했다.“절대 모르실 거야!”신은지는 위험하게 또 베란다 쪽으로 내려가려는 그를 붙잡으면서 말했다.“아빠가 잠들었을 시간이니까 안전하게 정문으로 가.”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는 방문을 열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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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7화 내가 개야

결혼식 뒤풀이가 끝난 후, 술에 흠뻑 취한 진유라는 신은지의 손을 잡고 쉴 새 없이 재잘댔다.“은지야, 너 꼭 행복해야 해! 만약 태준 씨가 널 괴롭히면 망설이지 말고 나한테 말해, 내가 너 대신 복수해 줄게.”“알겠어.”진유라는 신은지가 그동안 겪었던 아픔을 생각하면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다들 지난 일에 연연하지 말라고 하는데 넌 왜 계속 같은 구덩이에 빠지려고 해.”곽동건은 진유라가 예전 일을 들추려고 하자, 황급히 자기 품으로 끌어당겼다.“유라 씨가 술에 취해서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 우리 먼저 들어가 볼게요.”진유라는 자기가 취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노여운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내가 어딜 봐서 취했다는 거예요? 나 지금 한 병 더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엄청 멀쩡하다고요, 못 믿겠으면 봐봐요!”곽동건은 술에 취한 그녀한테 도리를 따져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에 순응했다.“유라 씨 말이 맞아요, 당신이 아니라 내가 취했어요. 우리 이제 들어갈까요?”진유라는 곽동건의 손을 매정하게 뿌리치면서 말했다.“난 은지랑 할 얘기가 많이 남았으니까 상관하지 말고 혼자 들어가요!”“내가 술에 취해 앞이 잘 안 보여서 유라 씨의 부축이 필요해요.”“천천히 걸어가면 되잖아요. 더 이상 나랑 은지의 시간을 방해하지 말아요.”진유라는 신은지의 팔을 꼭 껴안으며 곽동건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노려보았다.“당신 누구예요? 왜 나한테 부축해달라고 하는 거죠?”곽동건은 남자 친구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취한 진유라를 보면서도 화를 내지 않고 침착하게 말했다.“유라 씨, 시간도 늦었는데 오늘은 이만하고 내일 다시 얘기하는 건 어때요?”“싫어요!”“내일 은지 씨도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데, 당신 때문에 잠을 못 자서 힘들어하면 어떡해요!”“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네요. 은지가 피곤하면 안 되죠, 우리 들어가요!”진유라는 곽동건의 타이름에 쉽게 수그러들었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면서 신은지를 향해 힘껏 손을 흔들었다.신은지도 웃으면서 그녀를 향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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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8화 뭐라고요

곽동건은 편의를 위해 진유라를 안아서 세면대 위에 올려놓았고 클렌징 오일을 그녀의 얼굴에 펴 바르기 시작했다.진유라는 그의 거친 손길에 얼굴이 따끔거렸지만,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하게 있었다.얼마 뒤, 얼굴을 닦아주기 위해 그가 몸을 돌려 수건을 가지려는 순간, 진유라는 결국 참지 못하고 불만을 털어놓았다.“동건 씨, 화장을 지울 줄 몰라요? 미지근한 물로 씻어야 말끔하게 지워지죠.”“무슨 요구 사항이 이렇게도 많아요! 어떻게 지워야 한다고요?”진유라는 그에게 화장을 지우는 법을 차근차근 가르쳐주면서 계속 투덜댔다.“미지근한 물로... 잘 배워둬요, 그렇지 않으면 어느 여자가 당신한테 시집을 오려고 하겠어요!”“누구한테 배워요? 케빈 아니면 찰스?”“찰스는 너무 무뚝뚝해서 안 돼요.”농담으로 건넨 말에 진유라가 진지하게 받아치자,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둡게 변하면서 상처받은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누가 무뚝뚝하지 않고 자상해요?”진유라는 눈치 없이 흥분해서 여러 명의 이름을 말하다가 금세 풀이 죽어서는 몸을 축 늘어뜨렸다.“안 간 지 오래돼서 그 사람들이 아직 있는지 모르겠네요.”“너무 아쉬워하는 것 같은데요?”곽동건은 진유라가 머리를 푹 숙인 채 한참 동안 반응이 없자, 그녀의 턱을 잡아 머리를 들어 올렸고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이 불빛에 비쳐서 엷은 진홍빛을 띠었다.그녀는 정말로 잠든 것인지 아니면 잠든 척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때마침 욕조의 물이 가득 찼고, 곽동건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진유라를 깨우면서 안아 들었다.“유라 씨, 정신 차려봐요...”사귄 지 1년이 넘은 두 사람은 분위기에 취해서 선을 넘을 뻔한 적은 있었지만, 실제로 잔 적은 한 번도 없었다.진유라는 시끄러운 쇠에 눈썹을 찡그리며 천천히 눈을 떴고 초첨 없이 그의 얼굴을 쳐다봤고, 곽동건은 만취한 그녀가 혼자 샤워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어 한마디 했다.“유라 씨, 혼자 벗을 수 있어요? 내가 벗겨줄까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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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9화 우리 돌아가서 자요

결혼식 다음 날, 신은지는 정오가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났고 눈이 부신 햇살 때문에 눈이 따가웠지만 온몸이 시큰거려서 움직일 수 없었다.박태준은 언제 일어났는지 이미 방에 없었고, 그녀는 나른하게 기지개를 켜고는 커다란 침대에서 뒹굴었다.이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가사 도우미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진씨 성을 가진 아가씨가 지금 아래층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신은지는 진유라가 왔다는 말에 급하게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태준이는요?”“대표님도 아래층에 계십니다.”세수를 마치고 내려온 신은지는 진유라가 피곤한 얼굴과 화장으로도 가릴 수 없을 정도의 짙은 다크써클로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너무 피곤해 보이는데 어젯밤 뭐 했어?”가사 도우미는 따뜻한 꿀 대추차와 간식 몇 접시를 가져다주면서 말했다.“대표님께서 점심을 먹으려면 아직 20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먼저 간식을 드시라고 하시네요.”진유라는 기운이 없는 듯 나른하게 소파 등받이에 기대고 앉아 있다가 신은지의 귀에 대고 나지막한 소리로 몇 마디 했다.“그게...”때마침 차를 마시고 있던 신은지는 진유라의 말에 충격을 받아 사레에 걸려서 연신 기침까지 했다.“너 정말 대단해! 그래서 우리 집에 피신 온 거야?”진유라는 이를 드러내면서 환하게 웃었다.“은지야, 나 며칠만 여기 있게 해줘. 안방이랑 가장 멀리 떨어진 방에서 너희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도록 조용히 있을게.”어젯밤 진유라는 여기저기서 들은 팁으로 자기가 잠자리를 리드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만만했지만, 결국 곽동건의 뜨거운 욕망에 짓눌려 속수무책으로 끌려가야만 했다.밤새도록 곽동건의 거친 움직임을 받아들여야 했던 진유라는 온몸이 욱신거렸고 자기의 집과 호텔보다는 신당동이 안전할 것 같아 눈 뜨자마자 여기로 온 거였다.진유라는 어젯밤 일이 또다시 떠올라 얼굴을 붉히면서 신은지에게 불만을 털어놨다.“은지야, 어젯밤 동건 씨가 얼마나 날 거칠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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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0화 올라가서 자자

진유라는 곽동건이 너무 빨리 자기의 위치를 알아낸 것으로 보아 누군가가 그에게 알려줬다고 생각했다.“은지가 알려줬을 리는 없고, 설마 태준 씨가 당신한테 연락했어요?”“네.”곽동건의 너무 빠른 인정에 당황한 진유라가 비꼬는 말투로 다시 물었다.“당신이 이렇게 빨리 태준 씨를 팔았다는 걸 알면 얼마나 후회하겠어요!”“각자 필요한 것만 이용하는 거지, 팔아넘긴 건 아니죠.”진유라는 눈까지 희번덕거리며 침대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대화를 나누는 동안, 밖은 이미 어둑어둑해졌고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방안을 비추고 있어 두 사람의 표정이 흐릿하게 보였다.곽동건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신은지에게 물었다.“내가 바지까지 입혀 줄까요?”진유라는 어젯밤 아픔을 참지 못하고 곽동건에게 베개를 내던진 것이 생각났다.“당장 나가요!”“그러니까 얼른 옷 입어요,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요.”진유라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자, 그는 더 이상 그녀를 놀렸다가는 큰일이 날 것 같아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면서 한마디 했다.“유라 씨, 나 며칠 동안 지방 출장이 잡혔어요.”환한 조명 아래의 곽동건은 청춘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늘씬한 자태와 잘생긴 외모를 뽐내고 있었다.진유라는 어젯밤 자기가 술에 취해 주정을 부려서 곽동건의 욕구를 불러일으켰기에 다른 사람을 원망할 수도 없었고 자꾸만 야한 생각과 생동감 넘치는 야릇한 장면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졌다.그녀는 일부러 곽동건을 골탕 먹이려고 방에서 늦게 나온 것보다 움직일 때마다 온몸이 쑤셔서 빨리 행동할 수 없었다.게다가 곽동건을 피하고자 신당동을 온 거였는데, 그가 출장을 간다고 하니 더 이상 신은지와 박태준의 알콩달콩한 신혼 생활을 방해하면서까지 이곳에 머물 이유가 없었다.“가요.”곽동건은 그녀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얼굴까지 찡그리며 걱정되는 말투로 물었다.“아직도 아파요?”“동건 씨가 이런 걸 물어볼 자격이 있어요? 당신이 조금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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