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 제736화 결혼식 당일

공유

제736화 결혼식 당일

작가: 선희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7-24 19:00:00
“당연히...”

박태준은 칭찬을 바라는 눈빛으로 신은지를 바라보다가 그녀의 안색이 어두워진 것을 눈치채고 급하게 화제를 돌렸다.

“은지야, 너무 보고 싶었어.”

별장 외벽은 베란다의 보호난간 외에 지탱할 만한 곳이 없었기에 힘들게 높이 뛰기로 벽을 타야만 했다. 만약 한 치의 오차라도 나면 바닥에 떨어져 발을 삐끗하거나 다리가 부러질 수 있었고 운이 더 나쁘면 큰 사고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

신은지는 위험한 일을 하고 오히려 칭찬을 바라는 그를 보면서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어 따져 물었다.

“어떻게 올라왔냐고!”

박태준은 기가 죽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

“외벽을 타고 올라왔어...”

신은지는 자기 때문에 그가 무모한 짓을 했다는 걸 알기에 간신히 화를 억누르면서 말했다.

“다음부터는 이렇게 위험한 일 하지 마!”

“알겠어.”

신은지의 화가 수그러들자, 그는 기쁜 마음에 그녀를 꼭 껴안았다.

날이 저물어 가는데도 돌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박태준에게 그녀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물었다.

“오늘 밤 여기서 잘 생각이야?”

“조금만 더 있다가 갈게.”

“?”

신은지는 평소 자기와 한시라도 떨어지지 않으려던 박태준이 자발적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니까 조금 놀랐고, 박태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은지야, 내가 가지 말았으면 좋겠어? 조금만 참아, 우리 결혼식만 끝나면 매일 붙어 있을 수 있어.”

“평소답지 않게 왜 갑자기 점잖게 굴어?”

“아버님께서 원래도 날 마땅치 않아 하시는데 내가 몰래 네 방에 들어온 걸 알면 더 싫어할 거야.”

별장 주변 곳곳에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기에 강태민이 그가 들어온 걸 모를 리가 없었다.

“아빠가 정말 모른다고 생각해?”

그러나 박태준은 강태민이 노발대발하며 찾아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가 모른다고 판단하고 자신 있게 답했다.

“절대 모르실 거야!”

신은지는 위험하게 또 베란다 쪽으로 내려가려는 그를 붙잡으면서 말했다.

“아빠가 잠들었을 시간이니까 안전하게 정문으로 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는 방문을 열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737화 내가 개야

    결혼식 뒤풀이가 끝난 후, 술에 흠뻑 취한 진유라는 신은지의 손을 잡고 쉴 새 없이 재잘댔다.“은지야, 너 꼭 행복해야 해! 만약 태준 씨가 널 괴롭히면 망설이지 말고 나한테 말해, 내가 너 대신 복수해 줄게.”“알겠어.”진유라는 신은지가 그동안 겪었던 아픔을 생각하면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다들 지난 일에 연연하지 말라고 하는데 넌 왜 계속 같은 구덩이에 빠지려고 해.”곽동건은 진유라가 예전 일을 들추려고 하자, 황급히 자기 품으로 끌어당겼다.“유라 씨가 술에 취해서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 우리 먼저 들어가 볼게요.”진유라는 자기가 취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노여운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내가 어딜 봐서 취했다는 거예요? 나 지금 한 병 더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엄청 멀쩡하다고요, 못 믿겠으면 봐봐요!”곽동건은 술에 취한 그녀한테 도리를 따져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에 순응했다.“유라 씨 말이 맞아요, 당신이 아니라 내가 취했어요. 우리 이제 들어갈까요?”진유라는 곽동건의 손을 매정하게 뿌리치면서 말했다.“난 은지랑 할 얘기가 많이 남았으니까 상관하지 말고 혼자 들어가요!”“내가 술에 취해 앞이 잘 안 보여서 유라 씨의 부축이 필요해요.”“천천히 걸어가면 되잖아요. 더 이상 나랑 은지의 시간을 방해하지 말아요.”진유라는 신은지의 팔을 꼭 껴안으며 곽동건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노려보았다.“당신 누구예요? 왜 나한테 부축해달라고 하는 거죠?”곽동건은 남자 친구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취한 진유라를 보면서도 화를 내지 않고 침착하게 말했다.“유라 씨, 시간도 늦었는데 오늘은 이만하고 내일 다시 얘기하는 건 어때요?”“싫어요!”“내일 은지 씨도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데, 당신 때문에 잠을 못 자서 힘들어하면 어떡해요!”“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네요. 은지가 피곤하면 안 되죠, 우리 들어가요!”진유라는 곽동건의 타이름에 쉽게 수그러들었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면서 신은지를 향해 힘껏 손을 흔들었다.신은지도 웃으면서 그녀를 향해

    최신 업데이트 : 2024-07-25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738화 뭐라고요

    곽동건은 편의를 위해 진유라를 안아서 세면대 위에 올려놓았고 클렌징 오일을 그녀의 얼굴에 펴 바르기 시작했다.진유라는 그의 거친 손길에 얼굴이 따끔거렸지만,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하게 있었다.얼마 뒤, 얼굴을 닦아주기 위해 그가 몸을 돌려 수건을 가지려는 순간, 진유라는 결국 참지 못하고 불만을 털어놓았다.“동건 씨, 화장을 지울 줄 몰라요? 미지근한 물로 씻어야 말끔하게 지워지죠.”“무슨 요구 사항이 이렇게도 많아요! 어떻게 지워야 한다고요?”진유라는 그에게 화장을 지우는 법을 차근차근 가르쳐주면서 계속 투덜댔다.“미지근한 물로... 잘 배워둬요, 그렇지 않으면 어느 여자가 당신한테 시집을 오려고 하겠어요!”“누구한테 배워요? 케빈 아니면 찰스?”“찰스는 너무 무뚝뚝해서 안 돼요.”농담으로 건넨 말에 진유라가 진지하게 받아치자,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둡게 변하면서 상처받은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누가 무뚝뚝하지 않고 자상해요?”진유라는 눈치 없이 흥분해서 여러 명의 이름을 말하다가 금세 풀이 죽어서는 몸을 축 늘어뜨렸다.“안 간 지 오래돼서 그 사람들이 아직 있는지 모르겠네요.”“너무 아쉬워하는 것 같은데요?”곽동건은 진유라가 머리를 푹 숙인 채 한참 동안 반응이 없자, 그녀의 턱을 잡아 머리를 들어 올렸고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이 불빛에 비쳐서 엷은 진홍빛을 띠었다.그녀는 정말로 잠든 것인지 아니면 잠든 척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때마침 욕조의 물이 가득 찼고, 곽동건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진유라를 깨우면서 안아 들었다.“유라 씨, 정신 차려봐요...”사귄 지 1년이 넘은 두 사람은 분위기에 취해서 선을 넘을 뻔한 적은 있었지만, 실제로 잔 적은 한 번도 없었다.진유라는 시끄러운 쇠에 눈썹을 찡그리며 천천히 눈을 떴고 초첨 없이 그의 얼굴을 쳐다봤고, 곽동건은 만취한 그녀가 혼자 샤워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어 한마디 했다.“유라 씨, 혼자 벗을 수 있어요? 내가 벗겨줄까요?”

    최신 업데이트 : 2024-07-25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739화 우리 돌아가서 자요

    결혼식 다음 날, 신은지는 정오가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났고 눈이 부신 햇살 때문에 눈이 따가웠지만 온몸이 시큰거려서 움직일 수 없었다.박태준은 언제 일어났는지 이미 방에 없었고, 그녀는 나른하게 기지개를 켜고는 커다란 침대에서 뒹굴었다.이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가사 도우미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진씨 성을 가진 아가씨가 지금 아래층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신은지는 진유라가 왔다는 말에 급하게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태준이는요?”“대표님도 아래층에 계십니다.”세수를 마치고 내려온 신은지는 진유라가 피곤한 얼굴과 화장으로도 가릴 수 없을 정도의 짙은 다크써클로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너무 피곤해 보이는데 어젯밤 뭐 했어?”가사 도우미는 따뜻한 꿀 대추차와 간식 몇 접시를 가져다주면서 말했다.“대표님께서 점심을 먹으려면 아직 20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먼저 간식을 드시라고 하시네요.”진유라는 기운이 없는 듯 나른하게 소파 등받이에 기대고 앉아 있다가 신은지의 귀에 대고 나지막한 소리로 몇 마디 했다.“그게...”때마침 차를 마시고 있던 신은지는 진유라의 말에 충격을 받아 사레에 걸려서 연신 기침까지 했다.“너 정말 대단해! 그래서 우리 집에 피신 온 거야?”진유라는 이를 드러내면서 환하게 웃었다.“은지야, 나 며칠만 여기 있게 해줘. 안방이랑 가장 멀리 떨어진 방에서 너희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도록 조용히 있을게.”어젯밤 진유라는 여기저기서 들은 팁으로 자기가 잠자리를 리드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만만했지만, 결국 곽동건의 뜨거운 욕망에 짓눌려 속수무책으로 끌려가야만 했다.밤새도록 곽동건의 거친 움직임을 받아들여야 했던 진유라는 온몸이 욱신거렸고 자기의 집과 호텔보다는 신당동이 안전할 것 같아 눈 뜨자마자 여기로 온 거였다.진유라는 어젯밤 일이 또다시 떠올라 얼굴을 붉히면서 신은지에게 불만을 털어놨다.“은지야, 어젯밤 동건 씨가 얼마나 날 거칠게

    최신 업데이트 : 2024-07-26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740화 올라가서 자자

    진유라는 곽동건이 너무 빨리 자기의 위치를 알아낸 것으로 보아 누군가가 그에게 알려줬다고 생각했다.“은지가 알려줬을 리는 없고, 설마 태준 씨가 당신한테 연락했어요?”“네.”곽동건의 너무 빠른 인정에 당황한 진유라가 비꼬는 말투로 다시 물었다.“당신이 이렇게 빨리 태준 씨를 팔았다는 걸 알면 얼마나 후회하겠어요!”“각자 필요한 것만 이용하는 거지, 팔아넘긴 건 아니죠.”진유라는 눈까지 희번덕거리며 침대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대화를 나누는 동안, 밖은 이미 어둑어둑해졌고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방안을 비추고 있어 두 사람의 표정이 흐릿하게 보였다.곽동건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신은지에게 물었다.“내가 바지까지 입혀 줄까요?”진유라는 어젯밤 아픔을 참지 못하고 곽동건에게 베개를 내던진 것이 생각났다.“당장 나가요!”“그러니까 얼른 옷 입어요,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요.”진유라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자, 그는 더 이상 그녀를 놀렸다가는 큰일이 날 것 같아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면서 한마디 했다.“유라 씨, 나 며칠 동안 지방 출장이 잡혔어요.”환한 조명 아래의 곽동건은 청춘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늘씬한 자태와 잘생긴 외모를 뽐내고 있었다.진유라는 어젯밤 자기가 술에 취해 주정을 부려서 곽동건의 욕구를 불러일으켰기에 다른 사람을 원망할 수도 없었고 자꾸만 야한 생각과 생동감 넘치는 야릇한 장면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졌다.그녀는 일부러 곽동건을 골탕 먹이려고 방에서 늦게 나온 것보다 움직일 때마다 온몸이 쑤셔서 빨리 행동할 수 없었다.게다가 곽동건을 피하고자 신당동을 온 거였는데, 그가 출장을 간다고 하니 더 이상 신은지와 박태준의 알콩달콩한 신혼 생활을 방해하면서까지 이곳에 머물 이유가 없었다.“가요.”곽동건은 그녀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얼굴까지 찡그리며 걱정되는 말투로 물었다.“아직도 아파요?”“동건 씨가 이런 걸 물어볼 자격이 있어요? 당신이 조금만

    최신 업데이트 : 2024-07-26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741화 문제는 너한테 있어

    5월, 신은지는 한 프로그램의 녹화를 한 적이 있었다.강혜정은 지인들과 집에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고, 그중 한 명이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돌리다가 신은지가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보고 흥분해서 언성을 높였다.“빨리 이거 봐봐요! 방송에 나오는 사람이 혜정 씨 며느리가 맞죠?”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던 강혜정은 고개를 돌려 TV를 응시했고, 지인의 말대로 신은지가 문화재 복구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 방송되고 있었다.“평범한 사람은 출연도 못 하는 프로그램에 나온 걸 보면 너무 대단하지 않아요?”강혜정은 사실 신은지가 방송 출연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어서 무슨 프로그램인지 전혀 몰랐지만, 과장된 표현까지 써가면서 자랑하기에 바빴다.그중 한 명의 지인이 조심스럽게 화제를 전환했다.“태준이랑 은지가 결혼한 지도 꽤 됐는데 아이는 언제 가질 생각이래요?”강혜정도 두 사람이 아이를 빨리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아 먼저 말을 꺼내지 않고 있었다.“맞아요,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아이를 가지기도 힘들고 출산 후유증도 많은 데다가 회복도 느리잖아요.”“내 친정 조카딸은 올해 둘째를 낳자마자 셋째를 계획하고 있대요. 아직 어려서인지 임신과 출산을 연달아 해도 회복이 빠르고 힘든 기색이 하나도 없더라고요.”“맞아요! 여자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아이를 낳아야 해요. 내 남편의 동료는 젊었을 때 사업에 몰두하느라고 아이를 가지는 시기를 놓쳤는데 30대가 되어서 낳으려고 하니까 뱃속 태아를 지키는 데만 몇십만 원이나 들었대요.”강혜정은 그녀들의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이 더 복잡하고 불안해졌지만 애써 태연한 척했다.“두 사람은 아직 둘만의 시간이 좋대요. 그리고 은지가 올해 겨우 26살이니까 적어도 2년은 더 놀아도 괜찮아요.”그녀의 말에 한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요즘 젊은이들은 우리랑 다르게 자기주장이 센 편이죠. 부모님이 아무리 잔소리해도 들으려고 하지 않잖아요!”“월명사가 용하다고 하던데 우리 오늘 다른

    최신 업데이트 : 2024-07-27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742화 만약 아이가 없으면

    그 이후로 박태준과 신은지는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그는 불안한 눈빛으로 신은지의 배를 힐끔힐끔 쳐다봤다.시간이 조금 흐른 뒤, 신은지도 그의 시선을 알아채고 대뜸 물었다.“아이를 갖고 싶어?”박태준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좌우로 가로저었다.사실 그에게 있어서 아이를 가지는 것보다는 자기가 불임인지 아닌지가 더 중요했고 신은지가 자기한테 실망할까 봐 더욱 걱정되었다.이런 불안한 나날들이 두 달 동안 계속되었고, 박태준은 결국 남몰래 비뇨기과 검진을 예약했고 모자와 마스크로 중무장을 한 후,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그는 샘플을 채취한 용기를 실험실에 맡겼고, 담당 간호사는 바쁜 나머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여기 샘플 보관함에 두시고 오후 3시에 검진 보고서를 찾으러 오시면 됩니다.”수상쩍은 남자가 창가 구석에서 주위를 살피다가 박태준이 떠나자마자 박태준의 샘플을 자기의 샘플 용기에 부은 다음 빈 용기를 가지고 태연하게 화장실로 향했다.사실 그 수상쩍은 남자는 결혼 6년이 지나도 임신 소식이 없자, 1년 안에 임신하지 못하면 이혼하라는 처가의 최후통첩에 자기가 불임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검사를 받으러 온 거였다.그러나 그 남자는 자기가 불임이라는 직감이 강하게 들었고 편안한 데릴사위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샘플을 바꿔치기하기로 마음먹고 오전 내내 건장한 남자를 물색했다. 결국 박태준이 그의 타깃이 되었고, 모두를 철두철미하게 속이기 위해 미리 경비실까지 매수한 상황이었다....박태준이 차에 올라타자마자 신은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지만, 그는 마음이 복잡한 나머지 화면을 한참 동안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은지야...”“뭐해?”“나...”박태준의 시선은 무의식적으로 병원을 향하면서 여러 가지 변명을 생각했지만, 막상 입을 열었을 때는 머릿속이 하얘져서 대충 둘러댔다.“일이 있어서 밖에 나왔어, 왜 그래?”“그럼, 점심에 회사로 들어와? 너랑 점심을 먹으려고 지

    최신 업데이트 : 2024-07-27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743화 청천벽력

    “저도 검사받으러 왔는데 결과가 아직 안 나와서 좀 긴장돼요.”말하고 나서 그는 떨리는 손을 박태준에게 보여주었다.“미리 공부하려고 그래요. 많이 보면 제 차례가 됐을 때 긴장되지 않을 것 같아서요. 다 남자니까 이해해요.”그는 박태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따뜻한 인사를 건네려고 손을 뻗었지만 박태준이 피했다. 남자는 민망해하지도 않고 가까이 다가와 나지막이 말했다.“이런 일은 남자들이 알지 여자들은 비웃기만 해요. 우리는 낯선 사람이니 문을 나서면 다시 볼일도 없잖아요. 정말 뭐가 있으면 제가 당신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줄게요.”그는 티 나지 않게 신은지를 훑어보았다. 옷부터 가방, 신발까지 명품 아니면 슈퍼 VIP만이 받을 수 있는 신상품이었다. 마지막에 그녀의 얼굴에 시선이 닿자 그는 눈이 번쩍 뜨였다.아내의 몸매와 외모가 그녀의 10분의 1이라도 된다면 그는 밥만 축내는 등처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못해도 자기 힘으로 노력해서 양말 한 켤레라도 사 주었을 것이다.손에 들고 있는 휴대폰이 윙윙 진동했다. 그의 부자 아내에게서 걸려 온 전화다. 마음이 급한 그는 박태준을 향해 눈을 찡긋했다. 무슨 뜻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제가 한의사를 아는데 위로 3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궁중의 어의...”박태준은 그에게 현혹되지 않았다. 박씨 집안에서 자란 그는 어릴 때부터 사기 식별 공부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이 사람이 친절하게 굴수록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신은지 앞을 막아섰다.“가세요. 계속 이러면 경비원을 부를 거예요.”남자는 표정이 굳어지더니 달갑지 않은 듯 욕지거리를 하면서 혹시라도 박태준이 마음을 바꾸지는 않을까 싶어 계속 뒤를 돌아보았다.이 소동이 있고 나서 박태준은 더 답답했고 심지어 불길한 예감까지 들었다. 그 남자가 계단을 내려가는 것을 보고 그는 검사결과지를 들고 의사를 찾아갔다.의사는 검사결과지를 훑어본 후 박태준을 쳐다보면서 콧등의 안경을 쓸어올리고 입을 열었다.“사정자증이에요. 살아

    최신 업데이트 : 2024-07-28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744화 변호사와 얘기하세요

    익숙한 병원 이름을 들은 박태준은 외래 병동의 번쩍이는 로고를 올려다보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맞는데요. 무슨 일이죠?”“박태준 씨, 정말 죄송합니다. 방금 경비원이 CCTV를 보다가 수상한 사람이 당신들을 따라다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조사해 보니 그 사람이 박태준 씨의 검사 샘플을 바꿔치기했어요. 언제 시간 되면 다시 와서 검사받으실래요?”“샘플을 바꿔치기했다고요?”“죄송합니다. 우리 병원의 부주의로 생긴 일이니 이번에 낸 비용은 3배로 보상해 드리겠습니다. 다음번 검사 비용은 전액 면제하고 후속 치료가 필요하다면 그것도 무료로 해드리겠습니다. 혹시 다른 배상을 요구하시면 얘기하셔도 됩니다. 제때에 발견되어 아직 심각한 결과는 초래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책임을 회피하는 이 변명을 들은 박태준은 쓴웃음만 나왔다.“됐습니다. 뒷일은 변호사가 당신들 책임자와 얘기할 것입니다.”차가운 한마디를 내뱉고 그는 직접 전화를 끊었다.신은지는 입술을 너무 꽉 깨물어서 새하얘졌다. 그녀는 이미 최대한 참고 있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키득키득 웃었다. 방금 조성됐던 애틋한 분위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박태준은 구차해서 얼굴이 붉어졌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부드럽고 사랑 넘쳤다. 그녀가 눈물까지 흘리면서 웃는 것을 보고 다정하게 손수건까지 건네주었다.“그렇게 웃겨?”“아니, 웃기지 않아.”그녀가 웃긴다고 말하면 박태준은 틀림없이 화를 낼 것이다.귀가 도중에 곽동건이 정리된 영상과 함께 그 등처가의 자료를 보내왔다.“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에요?”오후에 본 얼굴이라 박태준은 낯설지 않았다. 검사결과지를 뽑을 때 이 사람이 이상할 정도로 친절하게 다가와서 다른 병원의 의료 브로커인 줄 알았다.화면 속 남자는 슬금슬금 검사 창구로 가서 샘플을 바꿔치기했는데, 수법이 서툴러 딱 봐도 초보였다. 의사, CCTV실 중 어느 한 곳이 직무에 충실했다면 바꿔치기에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자가 진료실 밖에 숨어서 결과를 듣는 장면도 있었다.그 사람은 자기

    최신 업데이트 : 2024-07-28

최신 챕터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53화 미안하다

    정민아는 팔짱을 끼고는 고연우가 들고 있는 꽃을 무심하게 훑어보았다.“연우 도련님, 이건 또 무슨 의미야?”“공 비서가 오늘이 여성의 명절이라고 했어.”“그래서?”주위는 조용하고 잔잔한 음악 소리가 문을 통해 희미하게 들려왔다.고연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정민아, 우리 이혼하지 말자.”너무 진부한 이야기였다. 정민아는 더 이상 이 주제를 논의할 의욕조차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책상 위 담뱃갑을 더듬었다. 옆의 재떨이엔 얇은 층으로 쌓인 담배꽁초가 있었고 그 중 절반 이상이 정민아가 피운 것임을 립스틱 자국이 말해주고 있었다.고연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정민아가 담배를 피우는 걸 싫어하면서도 막지 않았다.얇게 피어오르는 연기가 정민아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담뱃불은 희미하게 밝아졌다가 사라지며 그녀의 눈을 비췄다. 그 순간, 눈 속의 차가운 무관심이 한층 누그러져 보였다. 은빛 실처럼 가늘게 펴지는 연기 너머로 정민아는 당당하고 제멋대로 미소 지었다. 그리고 정민아가 그렇게 웃을 때마다 고연우는 어김없이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다음 순간 정민아가 말했다.“고연우, 너 이상한 거 아니야?”“그렇지. 이상하지 않았다면 여기 서 있지도 않았을 거야.”고연우는 소매를 걷어 올리며 손목시계를 가리켰다.“시간 됐어. 레스토랑으로 가자. 예약해 놨어.”정민아는 이미 샘플 수정으로 지쳐 있었는데 고연우의 집요함이 정민아를 더욱 짜증 나게 했다. 고연우의 고급스러운 코트가 눈에 들어오자 정민아의 머릿속에 문득 나쁜 생각이 스쳤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담배꽁초를 그의 코트에 대고 눌렀다.‘치...’불꽃이 꺼지면서 연기가 피어오르자 타는 냄새가 코트에서 퍼져 나왔다.정민아는 차가운 얼굴로 꺼진 담배꽁초를 옆의 쓰레기통에 던졌다.“꺼져.”고연우는 자신이 입고 있는 코트의 타는 자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민아의 손을 잡았다.“이 코트는 가격이 6자리 숫자야. 디자인에서 완성까지 3개월이 걸렸어. 나와 저녁 정도는 함께 먹어줘야 하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52화 살인자

    고연우는 벨트를 풀며 말했다. 남자는 원래 이런 상황에서 승부욕이 강해지기 마련인데 특히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그 감정이 더욱 크게 드러났다.“그런 암흑 같은 분위기는 우리 상황과 맞지 않아.”정민아는 원래 고연우에게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 어둠 속에서 고연우는 마치 사나운 짐승처럼 보였을 것이니 고연우에게 흥미를 느끼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정민아는 그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고연우는 옷을 반쯤 벗었고 단단한 근육이 팽팽히 긴장되었으며 술기운에 물든 피부는 은은한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공기 중에는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고 마치 곧 무언가가 터질 듯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가끔 고연우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정민아가 말했다.“요즘 운동 안 했어?”고연우는 어이없었다.“?”정민아는 손바닥을 고연우의 가슴 아래쪽에 대고 살짝 눌러보았다. 그러고는 평가하듯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육이 좀 줄었네.”“...”정민아는 마치 중대한 결정을 앞둔 사람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확신에 찬 눈빛으로 고연우를 응시했다. 고연우는 모른 척하려 했지만, 결국 그녀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는 옷을 다시 입고 정민아의 손을 자기 몸에서 조심스레 떼어내더니 문을 향해 나가며 화가 난 듯 정민아를 한번 매섭게 쳐다보았다.“네가 이겼어.”완전히 흥미가 사라졌다....며칠 동안 고산그룹 대표실이 있는 층은 숨조차 크게 쉴 수 없을 만큼 무거운 분위기에 짓눌려 있었다.공민찬이 급한 서류 묶음을 들고 고연우에게 사인을 받으려 일어서던 순간, 엘리베이터에서 소리가 났다. 그때 최민영이 가방을 들고나와 미소를 지으며 공민찬에게 인사를 건넸다.“공 비서님.”공민찬은 다가서며 말했다.“최민영 씨.”최민영은 사무실 쪽을 가리키며 물었다.“연우 씨 사무실에 있나요?”“최민영 씨, 잠시만요”공민찬은 그녀를 막아섰다.“대표님께서 지금 바쁘십니다. 우선 접대 실에서 잠시 기다리시는 게 어떨까요?” “...”최민영은 눈썹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51화 전에 흥미가 없었던 건 불을 켜지 않아서야

    고연우는 짜증 내며 핸드폰을 테이블에 던지더니 미간을 꾹꾹 눌렀다. “나가세요. 나중에 송씨 아주머니한테 작업복 하나 달라고 하세요.”“도련님, 혹시 어디 불편하세요?”하린은 우유를 들고 테이블 앞으로 다가갔다. “저 예전에 마사지도 배운 적 있는데, 제가...”“그만 나가.” 고연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손을 피하다가 우유를 엎지르고 말았다. 우유가 쏟아지며 더럽혀진 셔츠를 내려다보며 그는 얼굴은 굳어진 채 입술을 오므렸다. 한참 후에야 한 마디 내뱉었다. “사모님께서 보낸 겁니까?”그는 이를 악물고 한 글자 한 글자 뱉어냈다.하린은 고연우의 차가운 눈빛에 그 자리에 굳어진 채 말을 더듬었다. “도련님, 정말로 사모님께 저를 보내셨습니다.”“나가세요. 앞으로 제 허락 없이는 서재에 들어오지 마세요.” 하린은 금수저 남편을 찾기 위해 가사 도우미로 취직했다. 이를 위해 매니저에게 봉투까지 건넸지만 고연우의 사늘한 태도에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품지 못했다. 서재를 나오자마자 난간에 기댄 채 그녀를 쳐다보는 정민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모님...”하린은 갑자기 발걸음 멈추더니 애써 태연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불순한 의도를 품었던 그녀는 사모님을 보면 본능적으로 불안했다. “도련님께서 드시지 않았어요...”비록 정민아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지만 하린은 괜히 자신을 평가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을 때 마침 정민아가 입을 열었다. “그럼 몇 번 더 가져다주세요.”하린은 정민아의 말에 담긴 뜻을 단번에 눈치챘다.그녀는 자신이 잘못 이해한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도대체 어떤 재벌 부인이 자신의 남편에게 여자를 찾아주는 걸까? 설사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돈이면 충분할 텐데, 그러다 사생아라도 생겨 상속 분배에서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면 어쩔 생각인지.’그녀는 다시 한번 확인했다. “도련님께서 송씨 아주머니한테 익숙해졌는지 저를 좀 꺼리시는 것 같아요. 아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50화 우유를 가져다주다

    다음 날.정민아와 사연희는 쇼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아야...”주소월이었다. 사연희는 정민아의 과거에 대해 완전히 알지는 못했지만 주소월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세상에 자식을 챙기지 않는 엄마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설령 절친이라도 남의 가정사에 깊이 개입하기는 어려웠다. 그녀는 노트북을 들고 일어나 말했다. “초대장 몇 개 빼놓고 못 보낸 것 같은데, 금방 보내고 올게. 쇼에 관한 건 나중에 다시 얘기해.”그녀는 주소월을 흘끗 쳐다보고는 인사도 하지 않은 채 돌아섰다. 정민아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주소월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그녀는 어젯밤에 충분히 더 이상 정씨 가문과 연관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생각했지만 주소월이 여전히 찾아올 줄은 몰랐다. “오늘 밤에 연회가 있는데, 같이 가겠니?” 정민아가 거절할까 봐 주소월은 서둘러 한 마디 덧붙였다. “너희가 쇼를 열잖아? 오늘 밤 연회에 너와 같은 나이의 사람들이 많이 올 거야. 잠재 고객을 몇 명 발전시킬 기회가 될 수도 있어.”“지금 그 무리에서 잠재 고객을 발전시키라는 말씀이세요?”그녀와 최민영의 갈등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집안이 최씨 가문보다 못한 사람은 그녀에게 다가가는 것을 꺼렸고 반면 집안이 최씨 가문보다 좋은 사람은 고아 때문에 굳이 적을 만들 필요도 없었다. 주소월은 정민아가 당했던 일을 떠올리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민아야, 미안해. 엄마가 너를 데려오긴 했지만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고 너한테 이렇게 상처만 줬네...”“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오히려 제가 고맙죠. 저를 정씨 가문으로 데려와 줘서 고마워요. 그 마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줘서, 그리고 또... 그 미친놈으로부터 구해줘서 고마워요.”마치 세월의 흔적을 덮은 한 자루의 칼처럼 서서히 그녀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민아야...” 주소월은 울먹거리며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처음 그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49화 입원

    정민아는 문을 열고 지친 몸으로 가방을 내려놓았다. 신발을 갈아신던 중 슬쩍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을 보았다.“아주머니, 제가 전화드렸잖아요. 저녁 먹고 온다고, 왜 이렇게 음식을 많이 차렸어요?”송씨 아주머니는 2층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도련님께서 아직 저녁을 드시지 않으셨습니다.”고연우라는 말을 듣자 정민아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뻐근한 목을 주무르며 2층으로 올라갔다. “아, 그렇군요.”“아가씨...”송씨 아주머니가 망설이며 그녀를 불렀다. “도련님께서 아가씨가 돌아오시면 같이 식사하자고 불러달라고 하셨습니다.”“제가요?” 정민아는 걸음을 멈추고 의아해하며 돌아봤다. “왜요?”“도련님께서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이셨는데... 두 분 혹시 싸우신 거 아닌가요?”“그 사람이 기분이 안 좋다고 제가 달래줘야 하나요? 그럼 왕자님, 저녁 드세요라고 말이라도 해야겠네요?” 정민아는 피식 웃더니 입가에 맴돌던 웃음이 갑자기 사라졌다. “먹든 안 먹든 마음대로 하라고 하세요. 먹기 싫으면 굶으면 되죠.”송씨 아주머니는 시선을 정민아 뒤쪽으로 옮기더니 표정이 조금 일그러진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 도련님...”정민아가 뒤돌아보자 고연우는 난간에 기댄 채 냉랭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방금 샤워를 끝냈는지 머리가 약간 젖어 있었고 외출복을 입고 있었다. 몸에 딱 맞는 셔츠에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은 채 단추는 몇 개 풀려 있었고 옷자락은 허리선에 맞춰 깔끔하게 넣었다. 넓은 어깨, 잘록한 허리에 긴 다리를 뽐내며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배경처럼 흐릿해 보이게 만들었다.고연우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같이 저녁 먹자.”사실 그는 조금 더 튕기고 싶었지만 계속 자존심을 부리다 이 무심한 여자는 그냥 가버릴 것 같았다.정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난 이미 먹었어.”“네가 장소 문제를 해결하라고 해서 해결해 줬더니, 겨우 도시락 하나 사주는 거냐? 정민아, 너 정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48화 다른 건 안 될까

    “난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한 적 없어.”정민아가 웃으며 고개를 옆으로 하자 덜 말려진 머리카락이 한쪽으로 치우치며 하얗고 맑은 어깨가 그대로 드러났는데 그 위에는 물방울까지 맺혀있어 고연우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그 어떤 뜨거운 것이 가슴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고 방안에 가득 찬 정민아의 향기가 그림자마냥 고연우의 주변을 맴도는 탓에 고연우는 흐릿해져 가는 정신을 부여잡으려 주먹을 말아쥐었다.술기운이 뒤늦게 밀려오는 것인지 아니면 저 고혹적인 자세 때문인지 고연우는 머리가 점점 더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그에 정민아는 문을 열고는 손님을 배웅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내가 불편해지면서까지 다른 사람한테 맞추긴 싫거든. 그러니까 일단 최민영부터 죽이고 와서 사랑 타령해.”“... 다른 건 안 될까?”“다른 거 뭐?”정민아의 산만한 시선이 고연우의 몸에 머물렀다. 사람이 아니라 상품을 보는 듯 곳곳을 훑어보고 있었다.“너한테 나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뭐 다른 게 있긴 해?”상처가 되는 말은 아니었지만 모욕적인 말임은 틀림없었다.하지만 웃긴 건 정민아의 말에 고연우가 고개를 숙여 제 몸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아무리 봐도 돈과 권력 외에는 정민아가 관심을 가질만한 게 없어 보이는 듯한 몸에 고연우는 고개를 들더니 그래도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그 기생오라비보다는 내가 더 잘생겼어.”정민아가 혹여 듣지 못할까 봐 고연우는 기생오라비라는 단어에 더 힘을 주며 말했다.어려서부터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았던 고연우는 저에게도 이렇게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어필하는 날이 올 줄 꿈에도 몰랐었다.하지만 정민아는 관심 없다는 듯 입꼬리를 움직이며 말했다.“얼굴 자랑 말고 가서 약이나 좀 사지 그래? 내가 너에 대한 흥미는 약의 자극을 받아야만 생길 것 같거든.”머리에 누가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이 아까의 설렘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도 입안에는 분노 가득한 험한 말들이 서러움과 함께 맴돌고 있었다.“넌 앞으로 그냥 말을 하지 마.”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47화 안 해봤잖아

    고연우의 질문에 정민아는 사실대로 대답했다.“대학 때 후배.”그 말에 고연우는 아까 정민아를 보던 임우빈의 이상한 눈빛을 떠올리며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물었다.“쟤가 너 좋아해?”“응.”“...”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인정을 해버리는 정민아에 말문이 막혀버린 고연우는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너 저렇게 기생오라비 같은 놈 좋아했었어?”정민아의 성격 때문에 좋아하는지 아닌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임우빈한테 유난히 관대한 것만은 보아낼 수 있었다.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정민아 앞에서 주책맞게 떠들어 댄 게 자신이었다면 정민아는 진작에 제 머리를 비틀어 화분으로 삼겠다고 협박했을 것이다.정민아는 언짢아 보이는 고연우를 보며 말했다.“기생오라비 같은 게 아니라 어린 거야. 턱선이 당신처럼 뚜렷하진 못해 그래서. 그리고 뒤에서 다른 사람 험담하는 건 격 떨어지는 일이야, 고연우 도련님.”고연우 도련님이라는 단어에 올라가는 억양을 붙인 게 아무리 봐도 조롱 같았던 고연우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턱선이 나보다 뚜렷하지 못하고 어려서 그렇다고? 그럼 뭐 나는 늙었다는 소리야? 그리고 내 앞에서 내 아내를 탐내는 데 내가 얼마나 격을 차려야 한다는 거지? 난...”고연우는 간신히 튀어나오려는 험한 말을 참아냈다.“곧 이혼할 건데 뭘.”“꿈 깨.”혈관 속에서 불꽃이 튀기는 것 같은 느낌에 원래도 나빴던 기분이 더 완벽히 잡쳐버린 고연우는 정민아를 노려보며 말했다.“난 이혼에 합의 안 할 거니까 그런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리 사이에 사별은 있어도 이혼은 없어.”고연우의 말에 정민아가 문고리를 잡아 내리며 대꾸했다.“그럼 아직 살아있으니까 납골함이라도 직접 골라. 귀신 돼서도 네가 직접 고른 집에 있으면 기분이라도 좋겠지.”“정민아, 너...”고연우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눈앞에서 문이 “펑” 소리를 내며 닫혀버린 탓에 하마터면 거기에 얼굴을 맞을 뻔한 고연우는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누가 이딴 식으로 짜증을 내고 들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46화 쟤는 누구야

    말을 안 하고 앉아있는 정민아에 기사는 정민아가 슬퍼하는 줄로 알았지만 그렇다고 한낱 외부인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 답답한지 기사는 의자에서 앞뒤로 움직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진심으로 좋아하면 시험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솔직하게 알려줘야죠. 이런 식이면 남자는 점점 더 밀려날 수밖에 없어요. 모든 남자들이 저런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저런 여자의 유혹을 당해낼 남자도 없어요.”“저도 남자예요, 믿어도 좋아요.”끊임없이 말하는 기사가 귀찮았는지 정민아는 고개를 돌리며 짧게 대꾸했다.“응, 믿으니까 출발해 빨리.”정민아가 고연우를 시험하는 건 그가 저를 사랑하는지 안 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주 씨 집안 간의 계약이 성사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서 그랬던 건데 지금 보니 이 길은 이미 글러 버린 것 같았다.임우빈은 한 손으로 좌석 등받이를 당기며 고개를 돌려 정민아를 바라보며 그 나이대 특유의 당찬 표정을 하고 말했다.“저렇게 양옆에 여자나 끼고 다니면서 여러 사람 홀려대는 남자는 믿음직스럽지 못하잖아요. 누나 관심을 받을 자격도 없죠. 저는 어때요?”임우빈은 제 이두근을 자랑하며 말했다.“젊고 잘생긴 데다가 체력도 좋고 무엇보다 일편단심이에요. 누나 말곤 아무도 안 봐요, 길가는 암컷 강아지한테 눈길 안 줄 자신 있는데.”“... 너희 엄마는 네가 자기보다 몇 살이나 많은 여자를 집안 며느리로 들이려 한다는 사실 아니?”정민아의 말에 임우빈은 툴툴대며 대답했다.“많이는 아니죠, 고작 세 살인데. 오버는 하지 말죠. 그리고 내가 정말 누나를 집에 데려가면 우리 엄마는 엄청 좋아할걸요. 적어도 앞으로 두 세대는 미모는 보장할 수 있으니까.”임우빈은 정민아의 대학교 후배였는데 1학년 때 운동장에서 정민아를 처음 본 순간 그녀에게 반해버려 결혼하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제대로 들이대 보지도 못하고 정민아가 퇴학을 해버리는 탓에 겨우겨우 수소문해서 정민아가 있다는 경인시까지 와서 대학원을 다니고 여기서 취직

  •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제845화 약점을 잡아서 하는 협박

    사연희는 잔뜩 감동한 얼굴로 정민아를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우리 가게 때문에 민아 씨만 고생했네요.”안 그래도 하룻밤 사이에 노 대표님의 생각을 바꿀만한 둘레의 허벅지를 찾는 건 너무 힘든 일인 것 같아 시간이 촉박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알고 보니 그 시간은 그저 노 대표님이 술을 깨기 위한 시간이었다.사연희가 오해한 걸 알아차린 정민아는 해명하기도 귀찮아져 그냥 사연희를 데리고 나가려 했는데 그때 공민찬이 나오면서 말했다.“고 대표님, 방금 룸까지 다 확인했습니다. 사모님의 머리카락 한 올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주위의 공기는 순식간에 어색해졌다.고연우는 공민찬을 흘겨보며 언짢은 듯 말했다.“너만 입 달렸어?”“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소릴 했네요.”공민찬은 사과 하나는 빨리하며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그런데 사모님께 말씀은 하셨어요?”“...”“대표님, 계속 이런 식으로 하시면 사모님 마음 못 돌려요. 사모님이 최민영 씨한테 괴롭힘 당할까 봐 문 앞에 사람까지 세워서 지키시면 뭐해요, 이런 건 대표님이 말씀 안 하시면 사모님은 영영 모르실 텐데요. 그럼 감동도 못 받으실 테고 사모님이 감동하지 못하시면...”그런 공민찬을 보던 사연희는 주먹을 말아쥐며 입술을 깨물더니 정민아에게 귓속말을 했다.“안 되겠어, 나 여기 더는 못 있겠어.”밖으로 나가기 전 사연희는 한 번 더 공민찬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사연희가 만약 공민찬처럼 말 많고 사실만 얘기하며 아픈 데를 콕콕 찌르는 비서를 뒀다면 얼마 참지 못하고 짜증을 냈을 텐데 무표정으로 듣기만 하는 고연우를 보니 허벅지 대표님의 성격은 꽤 차분해 보였다.“입 다물어.”그 차분한 고연우도 더는 듣기 싫었는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공민찬 손에 들려있던 차 키를 뺏어 들고는 정민아를 보며 말했다.“가자.”“응.”정민아의 대답을 들은 고연우의 발이 허공에 잠시 머물렀다가 한참 만에 땅에 닿았다.정민아의 조롱 섞인 거절이거나 분노는 너무나 익숙하고 오히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