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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3화 청천벽력

“저도 검사받으러 왔는데 결과가 아직 안 나와서 좀 긴장돼요.”

말하고 나서 그는 떨리는 손을 박태준에게 보여주었다.

“미리 공부하려고 그래요. 많이 보면 제 차례가 됐을 때 긴장되지 않을 것 같아서요. 다 남자니까 이해해요.”

그는 박태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따뜻한 인사를 건네려고 손을 뻗었지만 박태준이 피했다. 남자는 민망해하지도 않고 가까이 다가와 나지막이 말했다.

“이런 일은 남자들이 알지 여자들은 비웃기만 해요. 우리는 낯선 사람이니 문을 나서면 다시 볼일도 없잖아요. 정말 뭐가 있으면 제가 당신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줄게요.”

그는 티 나지 않게 신은지를 훑어보았다. 옷부터 가방, 신발까지 명품 아니면 슈퍼 VIP만이 받을 수 있는 신상품이었다. 마지막에 그녀의 얼굴에 시선이 닿자 그는 눈이 번쩍 뜨였다.

아내의 몸매와 외모가 그녀의 10분의 1이라도 된다면 그는 밥만 축내는 등처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못해도 자기 힘으로 노력해서 양말 한 켤레라도 사 주었을 것이다.

손에 들고 있는 휴대폰이 윙윙 진동했다. 그의 부자 아내에게서 걸려 온 전화다. 마음이 급한 그는 박태준을 향해 눈을 찡긋했다. 무슨 뜻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

“제가 한의사를 아는데 위로 3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궁중의 어의...”

박태준은 그에게 현혹되지 않았다. 박씨 집안에서 자란 그는 어릴 때부터 사기 식별 공부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이 사람이 친절하게 굴수록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신은지 앞을 막아섰다.

“가세요. 계속 이러면 경비원을 부를 거예요.”

남자는 표정이 굳어지더니 달갑지 않은 듯 욕지거리를 하면서 혹시라도 박태준이 마음을 바꾸지는 않을까 싶어 계속 뒤를 돌아보았다.

이 소동이 있고 나서 박태준은 더 답답했고 심지어 불길한 예감까지 들었다. 그 남자가 계단을 내려가는 것을 보고 그는 검사결과지를 들고 의사를 찾아갔다.

의사는 검사결과지를 훑어본 후 박태준을 쳐다보면서 콧등의 안경을 쓸어올리고 입을 열었다.

“사정자증이에요.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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