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로 박태준과 신은지는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그는 불안한 눈빛으로 신은지의 배를 힐끔힐끔 쳐다봤다.시간이 조금 흐른 뒤, 신은지도 그의 시선을 알아채고 대뜸 물었다.“아이를 갖고 싶어?”박태준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좌우로 가로저었다.사실 그에게 있어서 아이를 가지는 것보다는 자기가 불임인지 아닌지가 더 중요했고 신은지가 자기한테 실망할까 봐 더욱 걱정되었다.이런 불안한 나날들이 두 달 동안 계속되었고, 박태준은 결국 남몰래 비뇨기과 검진을 예약했고 모자와 마스크로 중무장을 한 후,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그는 샘플을 채취한 용기를 실험실에 맡겼고, 담당 간호사는 바쁜 나머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여기 샘플 보관함에 두시고 오후 3시에 검진 보고서를 찾으러 오시면 됩니다.”수상쩍은 남자가 창가 구석에서 주위를 살피다가 박태준이 떠나자마자 박태준의 샘플을 자기의 샘플 용기에 부은 다음 빈 용기를 가지고 태연하게 화장실로 향했다.사실 그 수상쩍은 남자는 결혼 6년이 지나도 임신 소식이 없자, 1년 안에 임신하지 못하면 이혼하라는 처가의 최후통첩에 자기가 불임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검사를 받으러 온 거였다.그러나 그 남자는 자기가 불임이라는 직감이 강하게 들었고 편안한 데릴사위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샘플을 바꿔치기하기로 마음먹고 오전 내내 건장한 남자를 물색했다. 결국 박태준이 그의 타깃이 되었고, 모두를 철두철미하게 속이기 위해 미리 경비실까지 매수한 상황이었다....박태준이 차에 올라타자마자 신은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지만, 그는 마음이 복잡한 나머지 화면을 한참 동안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은지야...”“뭐해?”“나...”박태준의 시선은 무의식적으로 병원을 향하면서 여러 가지 변명을 생각했지만, 막상 입을 열었을 때는 머릿속이 하얘져서 대충 둘러댔다.“일이 있어서 밖에 나왔어, 왜 그래?”“그럼, 점심에 회사로 들어와? 너랑 점심을 먹으려고 지
최신 업데이트 : 2024-07-27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