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Chapter 691 - Chapter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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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1화 그의 입에 쑤셔 넣어

처음에는 그녀가 걱정할까 봐 일부러 이렇게 말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잠시 지켜보니 정말 다리가 나른해진 것 같았다.“...”그녀는 웃음을 참으며 그의 안전 벨트를 풀어주었다.“내가 부축해 줄게. 할 수 있겠어?”‘할 수 있겠냐’는 말은 박태준의 마음속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을 찔렀다. 입술을 깨물며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다소 애처로워 보였다. 그는 목젖이 오르락내리락 하더니 한참 후에야 외마디 대답을 했다.“응.”신은지는 민망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지만 박태준은 사람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태연하고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직원이 이미 출구를 열어놓았다. 박태준은 계단을 내려가다가 두 발을 엇디뎌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하하하...”신은지는 한 손으로 난간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그를 부축하며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녀는 박태준이 롤러코스터를 탄 후유증이 이렇게 클 줄은 정말 몰랐다.그녀가 환하게 웃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 그는 그녀를 품에 끌어안고 어이없는 듯 물었다.“웃겨?”“아니.”신은지는 웃음을 멈추고 정색하며 그와 시선을 맞추었다.“허!”하지만 딱 봐도 웃음을 참는 모습이다. 그는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다른 거 타러 갈래? 아니면 먼저 뭘 좀 먹을래?”점심쯤에 와서 두 개 놀이기구를 타고 내려오니 벌써 4시가 넘었다.“이 놀이공원에는 대형 롤러코스터만 네 가지가 있대. 방금 우리가 탄 것은 내뿜는 형식이라 속도는 빠르지만 경사는 크지 않았어. 그 외에도 매달리거나 하늘을 날거나 음악이 나오거나 가족끼리 타는 등등 여러 가지가 있대...”박태준은 괜찮아졌던 다리가 또다시 나른해졌다. 아까 너무 심하게 흔들려 지금도 머리가 어지럽고 토할 것 같다.그는 신은지의 말을 끊고 아래위로 흔들리는 작은 비행기를 가리켰다.“아니면 저거 타러 갈래? 줄 선 사람이 적네.”신은지는 그의 팔을 잡은 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포복절도했다.“좋아.”작은 비행기를 탄 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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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욕조가 싫어

차에 오를 때까지도 신은지는 불꽃쇼의 분위기에 빠져 있었다.“우리 둘의 이름을 다 넣지 그랬어?”놀이공원 폐장 시간이라 주차장 출구에 차가 많이 밀렸다. 박태준은 온통 브레이크 등이 켜진 앞 차들을 바라보면서 대답했다.“네가 그렇게 이목을 끄는 방식을 싫어할 줄 알았지.”“성씨 이니셜만 쓰면 되잖아. 아무도 우리라는 걸 몰라.”“...”맨 처음 설계할 때 그도 그렇게 하려 했었다. 하지만 은지의 성씨 뒤에 자기 성씨를 넣고 보니 너무 이상한 단어가 되어 그 생각은 철저히 접었다.그는 얼굴에 살짝 어색한 기색이 감돌았지만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미안해. 미처 생각 못 했어.”신은지에게는 이름이 있고 없고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해본 소리일 뿐이다.집에 돌아온 신은지는 가방을 탁자 위에 던지고는 소파에 축 늘어졌다.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난 데다 놀이공원에 가서 오후 내내 놀았더니 온몸이 나른해서 꼼짝도 하기 싫었다.박태준은 전화를 받더니 2층 서재로 올라갔다.“여 형사님.”그에게 전화한 건 공예지 사건을 담당한 형사였다. 여 형사는 사건 해결에 진전이 있는 듯 흥분한 말투였다.“박태준 씨, 사람을 찾았고 공예지 사건도 타살로 확정됐습니다. 우리가 이미 그 사람과 기도윤 사이의 관계를 파악했으니 조만간 결과가 있을 겁니다.”“수고하셨습니다.”“별말씀을요. 저희가 해야 할 일인데요. 오히려 저희가 감사를 드려야죠. 박태준 씨가 초아 씨를 통해 후반부 동영상을 확보하고 그분이 경찰서에 와서 다시 진술하도록 설득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 사건 때문에 언제까지 골머리를 썩여야 했을지 모릅니다.”참고인 조사를 받던 날 열이 나는 상태로, 파김치가 되어 축 처져 있던 초아는 경찰관을 보고 벌벌 떨며 이내 동영상을 내놓았다. 경찰은 동영상에 편집 흔적이 없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자, 그녀가 너무 놀라서 그렇게 떠는 줄 알았다. 신은지가 사람을 물에 빠뜨리는 장면을 목격했는데 이튿날 그 사람이 죽었다고 하니 그럴 만도 했다. 그래서 중요한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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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복근이 죽인다

박태준은 뒤에서 손을 뻗어 휴대폰을 넘겨받았다.“내가 해줄 테니 좀 더 자.”신은지의 알람이 울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니 그녀가 끄덕끄덕 졸며 임 관장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아니야.”그가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그녀는 잠기가 싹 사라졌다. 특히 그의 손이 부잡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하자, 신은지는 용수철 튕기듯 벌떡 일어나 앉은 후 뒹굴다시피 해서 침대에서 내려갔다.“이제 졸리지 않아. 휴가는 남겼다가 신혼여행 때 쓸 거야.”박태준은 손에 힘을 쓰지도 못한 채 그녀가 허겁지겁 욕실로 뛰어 들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어이없는 듯 가볍게 웃었다.“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주물러 주려는 것뿐인데, 무슨 생각한 거야?”“...”그녀가 씻고 나오니 이미 옷을 갈아입은 박태준이 거울을 보며 커프스단추를 채우고 있었다. 몸매가 좋고 잘생긴 남자가 이 동작을 하니 더 눈 호강이다.함께 계단을 내려온 후 신은지는 신발을 갈아 신고 말했다.“나는 오늘 유라랑 콘서트 보러 가야 해서 저녁에 늦게 돌아올 거야. 졸리면 기다리지 말고 일찍 자.”박태준이 미간을 찌푸렸다.“곽동건은? 여자친구랑 같이 안 간대?”“모든 자리에 남자친구랑 같이 갈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콘서트는 당연히 취미가 서로 맞는 사람끼리 가야지. 곽 변호사처럼 빈틈없는 사람과 콘서트에 같이 가면 고등학교 교감 선생님과 디스코 추러 가는 거랑 무슨 차이가 있어?”감히 움직이지도 못할 텐데, 미친 듯이 뛰고 소리 지르고 야광봉을 흔드는 것은 생각도 못 하겠지.박태준은 입술을 오므렸다. 신은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진유라한테 빼앗겨서 못마땅했지만 여전히 관심을 보였다.“어느 구역 티켓을 예매했어?”“일반 구역.”진유라가 며칠 전 어떤 스타의 팬이 됐는데, 마침 경인시에서 콘서트를 한다고 급히 티켓을 예매했다. 하지만 너무 늦어서 일반 구역 티켓밖에 없었다.“어느 가수야? 진영웅한테 부탁해서 VIP 좌석을 구해줄게.”신은지가 가수 이름을 말하자, 휴대폰을 들고 진영웅에게 전화하려던 박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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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기억나지 않는다

신은지가 박태준에게 좌석이 구석에 있다고 말했는데, 이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자리에 앉기까지 ‘죄송합니다’, ‘좀 비켜주세요’를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모른다.무대에서 스태프가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는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머리, 몸, 팔다리를 구분할 수 있어 그게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을 뿐 더 자세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맥이 빠져 한숨을 쉬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목숨을 반쯤 잃은 것 같았다.“다시는 콘서트 오지 않을 거야. 오빠는 역시 TV에서 보는 게 제맛이야. 롱샷, 클로즈업이 번갈아 바뀌고 고화질 버전이라 얼굴에 주름이 몇 개 있는지까지 똑똑히 보이거든.”“... 현장에서 복근을 보는 게 더 좋다며?”“너무 멀어서 그냥 살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잖아. 복근, 흉근 심지어 맥주배도 분간이 안 되는데 뭐가 좋아?”“...”잠시 후 콘서트가 시작되고 주인공이 등장하자 객석에서는 지붕이 날아갈 것 같은 즐거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신은지는 초록색 불빛이 반짝이는 응원판을 안고 턱을 그 위에 얹어 하얀 피부가 시퍼렇게 물들었다.진유라는 조금 전까지도 풀이 죽어 다시는 보러 오지 않겠다더니 이내 분위기에 이끌려 비명을 질러댔다.신은지는 어이가 없다는 듯 그런 그녀를 쳐다보았다.콘서트가 진행된 두 시간 동안 진유라는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질렀지만 기대했던 하이라이트는 없었다. 복근은 고사하고 오늘 밤은 아예 유교보이 컨셉으로 바꿨는지, 쇄골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하지만 춤을 추느라 땀을 너무 많이 흘려 공연복이 흠뻑 젖었고, 흰색 와이셔츠가 몸에 착 달라붙으면서 보일 듯 말 듯 살색이 드러나 금욕과 절제의 미를 보여주었다.그러자 비명이 더 커졌다.역시 여자들은 직접적인 노출보다는 이런 아련한 느낌을 더 좋아한다.신은지는 이 같은 고주파 소음 공해에 시달리며 간신히 콘서트가 끝날 때까지 견뎠고 마지막에는 귀까지 먹먹했다.그들이 맨 마지막에 나왔는데, 진유라는 말을 못 할 정도로 목이 쉬었지만 여전히 스스로 만든 수화로 신은지와 소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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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몸을 적실 수 있어요

하지만 그녀는 식당을 나서기도 전에 곽동건에게 붙잡혔다.“이렇게 급하게 어디 가는 거예요?”“...”진유라는 운명의 뒷덜미를 잡힌 듯 그 자리에 꼿꼿이 서 있다가 한참 뒤에야 돌아서서 입꼬리를 올리며 헛웃음을 지었다.“저는 다 먹었어요. 먼저 들어갈 테니 천천히 드세요.”“저도 다 먹었어요. 같이 가요.”“이렇게 가는 건 좀 그렇잖아요. 인사는 하고 가야죠?”그녀는 아직 곽동건과 얼굴을 마주하고 있지만 발을 천천히 뒤로 빼며 언제든지 도망갈 준비를 했다.“제가 가서 인사하면 좋아할 것 같아요?”진유라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가? 전혀 좋아하지 않을 게 뻔하다.그녀는 문 앞에 주차된 자기 차를 가리켰다.“제 차는 바로 앞에 있으니 기껏해야 같이 문을 나서게 되겠네요.”이번 판은 이겼다고 생각한 진유라는 턱을 살짝 쳐들며 살짝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작은 표정들 때문에 유달리 생동감 있는 그녀의 얼굴은 꼬집고 싶은 충동을 자극했다.곽동건은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비비며 갑자기 떠오른 이 생각을 내리눌렀다. 아직 식당 안인데, 그녀를 잘못 건드렸다가 달아나 버리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그는 매너 있게 문을 열고 옆으로 비켜서서 먼저 나가라고 했다.“제가 차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그러는데, 성가신 대로 좀 태워주세요.”“누굴 속여요? 방금 식당에 올 때 차를 운전하고 왔잖아요?”“그건 태준 씨 차예요.”진유라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딱딱하게 말했다.“너무 늦어서 졸려요. 멀리 돌아서 가고 싶지 않으니까 택시 타세요.”“그 스타에 대해 물어볼까 봐 이렇게 피하는 거예요?”“콘서트를 보러 갔을 뿐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 아래에 앉아 있었는데, 문제 될 게 뭐가 있어요?”그녀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기 때문에 조금도 켕기는 게 없었다. 오늘 콘서트 때문에 곽동건을 차단했었는데, 그가 이걸 따질까 봐 단둘이 있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진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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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의사를 찾아 치료받자

다음날 박태준은 공예함이 말한 주소로 갔다. 일부러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노크하자마자 문이 열렸다. 소녀는 문 뒤에 서서 황급히 편지 한 통을 그에게 건네준 후 문을 닫았다.지금 여름인데, 공예함은 긴팔을 입고 있었다. 얼핏 봤지만 더러운 소매 밑에 상처가 살짝 보였다. 꽤 큰 그 상처는 빨갛게 부어오르고 물집까지 생긴 것으로 보아 화상 같았다.박태준은 차에 오른 후 기사에게 출발 지시를 내리지 않고 공예지가 남긴 편지부터 뜯었다.성씨 저택에서 공예지를 죽인 그 미스터리한 남자는 이미 잡혔고, 납치 사건도 해결됐다. 경찰에 의하면, 그 남자가 납치를 사주했고, 그 외에도 몇 개 범죄 사건과 연관이 있다. 아직 기도윤을 불지 않았지만 조만간 끝날 것이다.경찰은 이미 두 사람이 서로 알고 연락도 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실형을 받는 건 확정된 일이지만, 박태준의 목표는 기도윤이 사형을 선고받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영원히 못 나오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범죄 증거를 많이 확보할수록 좋다.봉투를 뜯으니, 안에 USB가 들어 있었다. 컴퓨터에 연결해서 열어보니 공예지와 기도윤이 그동안 주고받은 모든 메시지와 얼마 전에 만난 동영상이었다. 이런 건 다 쓸모없다. 문자를 보낸 번호는 가상번호였고, 동영상에도 기도윤의 얼굴이 나오지 않았다. 스스로 신분을 밝히는 말은 더더욱 없었다. 유일하게 유용한 것은 몰래 찍은 동영상이었다.동영상에서 기도윤은 어떤 남자에게 음료수 몇 박스를 선물하고 있었는데, 매우 큰 병에 담긴 무명 브랜드 음료수였다. 그 남자는 박태준이 아는 사람인데, 경인시 정치계에서 지위가 높고 권력이 큰 사람이었다.그런 사람에게 무명 브랜드 음료수를 선물하는 것은 정말 괴상한 일이다. 하지만 그는 이내 이유를 알았다. 병에 담긴 것이 음료수가 아니라 전부 돈이었던 것이다.공예지가 이 동영상을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지만 이것이 그녀가 죽은 원인일 것이다. 기도윤의 죄목이 하나 더 추가됐다. 그 관료를 파헤쳐서 기도윤과 어떤 거래를 했는지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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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다 잊었다

박태준은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이미 여러 의사를 찾아봤고 치료 방안을 제시한 의사도 있었지만 그는 줄곧 결심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였다.그 방안의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렵게 신은지와 결실을 보게 된 시점에 어떤 이유로든 더 이상 사달이 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하지만 그녀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마주한 박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병원 가자.”신은지는 그제야 만족했다.“아직도 아파?”남자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자세히 살펴보니 안색은 여전히 안 좋았지만 확실히 아프지는 않은 것 같았다.“어떤 의사들을 찾아봤어?”박태준은 인상 깊은 몇몇 의사 이름을 말하고, 방안을 제시한 의사는 일부러 생략했다.의학 전공자가 아닌 신은지는 이들 의사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지만 박태준이 찾은 의사라면 틀림없이 업계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일 것이다.“이렇게 많은 의사가 다 방법이 없대?”“...응.”박태준은 피곤한 듯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눈을 감았다.그의 이런 모습에 신은지는 또 마음을 졸였다.“왜? 아직도 아파? 아니면 휴게실에 가서 좀 누울래? 내가 마사지해 줄게.”“그래.”박태준은 이제 머리가 아프지 않았지만 신은지와 더 가까이 있고 싶어 그녀가 말하자마자 동의했다. 하지만 그가 일어나기도 전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진영웅의 목소리가 문틈으로 새어 들어왔다.“대표님, 유성 도련님이 오셨어요.”“...”박태준은 미간을 찌푸렸고, 얼굴에 갑자기 튀어나온 이 방해꾼에 대한 싫은 기색이 역력했다.“안 만나.”말이 끝나자마자 나유성이 직접 문을 밀고 들어왔다. 그는 신은지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오늘 출근하지 않았어요?”“출근했다가 진 비서님이 태준이 아프다고 해서 휴가를 내고 왔어요.”박태준은 입술을 오므리고 시큰둥한 얼굴로 물었다.“넌 뭐 하러 왔어?”신은지가 오자 나유성이 뒤따라왔고, 그를 찾아왔다면서 들어오자마자 은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태준은 심지어 이 앞잡이 같은 자식이 자기를 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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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성질 더러운 두 사람

박태준은 그녀가 아까처럼 화를 내지 않고 태도가 누그러든 것을 보고 급히 약속했다.“다른 의사를 찾아서 다른 치료 방법이 없는지 알아볼 거야. 평생 아프지 않을 거야.”신은지는 화가 가라앉은 것이 아니라 생각에 잠겨 정신을 딴 데 팔았을 뿐이다. 정말 그의 말처럼 간단한 일이라면 나유성이 직접 달려오지도 않았을 것이다.“유성아, 이 병을 계속 치료하지 않고 놔두면 앞으로 어떻게 돼?”“그럼 아마 밧줄을 찾아서 묶어놓아야 할걸. 그렇지 않으면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을 찾지 못할 거야. 기억력이 감퇴해 계산을 못하고, 말을 더듬고, 걸을 때 비틀거리고, 한마디로 치매 환자와 같은 모습일 가능성이 높아.”신은지는 할 말을 잃었고 박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헛소리하는 거야?”치매는 그가 반올림해서 얼떨결에 얼버무린 것이다.“은지야, 그렇게까지 심하지 않아. 저 자식이 헛소리하는 거 듣지 마.”“치매라고 말한 사람은 너잖아? 어떻게 내가 헛소리하는 게 됐지?”박태준은 지금 그가 너무 눈에 거슬린다.“넌 왜 아직도 안 가니?”“나는 뭐 화난 네 얼굴을 보기 좋아서 여기 있는 줄 아니?”신은지는 아까 들어오면서 책상 위에 내려놓은 가방을 들었다.“머리가 아프지 않다면 난 박물관에 일하러 갈게.”말하고 나서 박태준이 잡기도 전에 그냥 가버렸다.박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나유성을 노려보았다. 그가 오기 전에 신은지는 휴게실에 가서 마사지까지 해주겠다고 했는데, 그가 오니 마사지는커녕 말도 쌀쌀맞게 했다.나유성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의사가 이게 현재 유일하게 실행 가능한 치료 방안이라고 하던데, 정말 해보지 않을 거야?”박태준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다시 의자에 앉았다. 연기 뒤 그의 표정은 쓸쓸해 보였다.“성공률이 얼마인지는 너한테 말했어?”나유성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박태준은 그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40%야.”이 말을 할 때 그는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유성아, 난 결혼했어. 치료하다가 실패하면 죽어. 하지만 치료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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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좀 더 고민해봐야

메시지를 보낸 지 2초 만에 강태민이 영상통화를 걸어왔다.“아버지...”연결되자마자 건너편에서 반백 살 넘은 남자가 그녀를 훑어보며 다급하게 물었다.“은지야, 어떻게 된 거야? 왜 갑자기 의사를 찾아? 어디 아파? 정신과 의사를 찾는 거야? 신경과 의사를 찾는 거야? 이름은 비슷하지만 치료하는 병은 달라.”말이 너무 빨라서 신은지는 겨우 중간에 끼어들 틈을 찾았다.“저 말고 태준이 아파요.”“오.”강태민의 격앙된 감정은 이내 가라앉았고, 얼굴에 글자만 쓰지 않았지 ‘그럼 괜찮아’라는 뜻이 뚜렷했다.“어디가 아픈데 의사를 둘이나 찾아? 돈이 너무 많아서 아픈 것도 다른 사람들과 다르대?”신은지가 박태준의 상황을 대충 얘기하자, 강태민은 잠시 머뭇거렸다.“내가 알아볼게.”“고마워요, 아버지.”그녀는 또 걱정되는 듯 강태민에게 몸은 괜찮은지 물었다. 전화를 끊기 전에 강태민이 갑자기 말했다.“내가 전에 보낸 사진 속 사람들을 좀 고려해 볼래? 많이 보고 다른 기회도 열어둬. 기민욱이 죽은 지 언젠데 이제야 후유증이 나타났어. 만약 이후에 또 다른 증상이 나타나면...”강태민이 사진 얘기를 꺼내자, 박태준은 즉시 귀를 기울여 들었고 머릿속에 신은지의 앨범에 저장돼 있던 눈꼴사나운 사진들이 떠올랐다.‘장인어른은 감상 수준이 왜 이 모양인지? 끔찍해.’‘그중에 은지와 어울릴 만한 사람이 어디 하나라도 있는가?’이런 생각을 하며 자세히 듣던 박태준은 안색이 점점 안 좋아졌다. 그가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도 다른 남자를 찾으라고 꼬드기는데, 그가 죽으면 장례식이 끝나기 바쁘게 그녀의 재혼 결혼식을 치르는 게 아닌가?신은지는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아버지, 그 사람을 자극하지 마세요. 우리는...”그녀는 둘이 이미 결혼했다고 말하려 했지만 강태민이 말을 가로챘다.“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이잖아. 아직 결혼 전인데 병이 났으니 신중하게 고려해야지. 만약 그 사람이 이후에 바보가 되면...”박태준이 벌떡 일어나 신은지 쪽으로 성큼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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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치료할 수 있는 건가?

업무 처리 속도가 빠른 진영웅은 박태준이 지시해서 5일 만에 공예함을 폭력남의 손에서 넘겨받았다.그리고 공예함의 의견을 물은 후 지난 한 달 보육원에 다녀간, 입양 의향이 있는 가정 리스트를 정리해 냈다.그 남자는 진작부터 이 애물단지를 버리려 했다. 전에는 공예지와 함께 살아 만나는 일이 없었고, 그의 돈도 쓰지 않았기에 아무 탈 없이 사이좋게 지냈다. 공예지가 죽은 후 그는 공예함을 버리려 했지만 매번 경찰이 돌려보냈다.그런데 공예함을 데려가겠다고 하자, 폭력남이 2억을 내놓으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제기할 줄이야.이 일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신은지는 모른다. 돈은 분명히 주지 않았다. 심지어 폭력남이 마지막에는 애를 데려가 달라고 진영웅에게 사정했다고 한다.진영웅은 입양 의향이 있는 가정 명단을 신은지에게 보냈다.“사모님이 정하라고 하십니다.”신은지는 그때 근무 중이었는데, 대충 훑어보니 모든 가정이 흠잡을 데가 없는 것 같았다.“알아서 정하라고 하세요.”“대표님께서 의심받을 만한 일은 피하겠다고 하셨습니다.”“...”신은지는 이 대답을 듣고 웃었다.“태준이 직접 한 말이에요?”“맹세할 수 있습니다. 거짓말을 보탰다면 평생 대표님의 머슴으로 살겠습니다.”이러면 잘릴 염려가 없다.신은지는 몸을 뒤로 젖히고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그럼 그 사람한테 물어봐요. 그때 나 몰래 그 아이 언니랑 약혼식에 갈 때는 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그때는 무식해서 그런 걸 몰랐대요?”그녀는 웃으면서 장난쳤지만 이내 올라갔던 입꼬리가 내려왔다. 박태준은 요즘 상태가 더 안 좋고, 심지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여자는 역시 지난 일을 들추어내기 좋아하는 동물이다. 그는 감히 말을 잇지 못했다.“사모님, 제발 살려주세요. 지금 회의가 없으니 무슨 일이 있으면 직접 대표님께 전화해서 물어보실래요?”그래서 결국 신은지가 결정하게 됐다. 선택한 후, 그녀는 직접 공예함을 데리고 입양 가족과 하루를 함께 보낸 후 공예함이 원하는지 확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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