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Chapter 681 - Chapter 690

853 Chapters

제681화 생각해 볼게

신은지는 박태준의 말에 콧방귀를 뀌고 씻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났다.“붕어보다도 못한 기억력으로 뭘 기억하겠다는 거야, 내일이면 다 까먹을 거잖아!”박태준은 섭섭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그녀의 뒤를 따라 화장실로 향했다.“오늘 한 말들 하나도 까먹지 않고 머릿속에 기억하고 일기장에도 꼼꼼히 적어 놓을게. 그러니까 자꾸 뭐라고 하지 마...”신은지는 손을 씻으려던 행동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면서 물었다.“일기장?”박태준은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은지야, 나한테 생각할 시간을 주면 안 될까? 이른 시일 내에 너에게 답을 줄게.”신은지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아무런 말도 없이 다 씻은 후, 아침을 먹기 위해 1층 주방으로 향했다.식탁에 신은지가 좋아하는 음식들로만 준비되어 있었지만, 그녀는 고맙다는 말 대신 쌀쌀맞은 표정으로 머리를 푹 숙인 채 조용히 먹는 것에만 집중했다.냉랭한 분위기에 박태준은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신은지의 눈치를 힐끔힐끔 살피다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은지야...”신은지는 박태준을 쳐다보지도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경찰서에 가봐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 빨리 밥 먹어, 자꾸 쳐다보면 내가 밥을 편하게 먹을 수가 없잖아!”경찰서.담당 경찰관은 박태준과 신은지에게 공예지의 집을 수색하던 중에 찾아낸 물건을 보여주면서 말했다.“공예지 씨의 집을 수색하던 중, 두 분이 전예진 씨와 함께 찍은 사진이 발견됐습니다.”이어 경찰관은 사진 뒤에 적혀있는 메모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사진 뒤쪽을 보시면 두 분의 배경과 성격이 적혀 있고 특히 신은지 씨의 성격에 관해서 상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그러면 두 분은 이 사진 속의 여성분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경찰관이 보여준 또 다른 사진에는 열여섯 정도 나이로 추정되는 여자애가 있었다.사진 속 앳돼 보이는 여자애의 외모는 눈이 부실 정도로 예쁜 건 아니었지만 볼수록 매력이 있는 스타일이었다.박태준과 신은지는 처음 보는 낯선 여자애의 사진에 고개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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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2화 동영상 뒷부분

신은지를 진유라의 가게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가던 박태준은 왕준서에게서 걸려 온 연락을 받았다.“박 대표님, 목격자의 위치를 파악했습니다.”박태준은 재빠르게 차를 갓길에 세우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알겠어, 내가 있는 위치를 보내줄 테니까 일단 여기로 와서 같이 가지.”얼마 뒤, 박태준이 보내준 주소에 도착한 왕준서는 시동도 끄지 않은 차 뒷좌석에 앉아서 눈을 감고 있는 박태준을 발견했다.“박 대표님?”“왔어? 출발하지.”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어느 상가 건물의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하지만 박태준은 피곤함에 잠이 든 건지 두통 때문에 힘든 건지 눈을 감은 채 좀처럼 차에서 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왕준서도 아무런 기척을 내지 못하고 백미러를 통해 그를 힐끔힐끔 쳐다보기만 했다.무표정한 얼굴이던 박태준이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고 가쁜 숨소리를 내쉬었으며 뒤이어 그의 이마에 땀까지 송골송골 맺혔다.그 모습에 놀란 왕준서는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대표님, 머리가 또 아프십니까? 제가 안마해 드리겠습니다. 물론...”그는 하려던 말을 멈추고 운전석에서 내려 뒷자리로 가서 공예지가 가르쳐준 방법대로 박태준의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짧은 기간에 일취월장한 왕준서의 안마 실력은 전문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박태준은 두통이 가라앉자, 눈을 천천히 뜨면서 말했다.“이제 괜찮아졌어. 그만하고 올라가지.”두 사람은 곧이어 건물 4층에 있는 고급 여성 의류 매장에 도착했다.가게 휴게실에서 한 무리의 여자들이 둘러앉아 디저트를 먹으며 다른 매장에 어떤 신상품이 들어왔는지를 얘기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그러던 와중에 값비싼 옷차림에 멀끔하게 생긴 박태준이 등장하자, 모두 하던 얘기를 멈추고 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박태준의 신분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가 풍기는 카리스마에 시선을 빼앗겨서는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그는 여자들의 뜨거운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가게로 성큼성큼 들어가서는 한 여자 앞에 멈춰 섰다.“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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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3화 병원에 혼자 간 박태준

박태준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도로 집어넣으면서 답했다.“아마도?”불빛 때문에 영상이 다소 흐릿했지만, 생존본능을 억누르면서까지 수심 1.5m밖에 되지 않은 얕은 수영장에서 스스로 익사하는 공예지의 모습이 생생하게 찍혀있었다.신은지는 문득 그날 밤 공예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날 협박하려고 예지 씨를 이용한 것 같아요. 아마도...”박태준은 신은지가 더 이상 기도윤에 관한 일을 떠올리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손을 뻗어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다.“사건을 조사하는 것도, 인질을 구하는 것도 경찰이 해야 할 일이야. 우리는 경찰서에 가서 이 영상을 제출하고 네 혐의만 벗으면 돼.”신은지는 박태준을 따라서 가게를 나가려다가 고개를 돌려 진유라를 향해 말했다.“나 먼저 경찰서에 갔다 올게.”두 사람이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진유라는 아무 말 없이 다리를 꼬고 소파에 기대앉아 있었다.“저녁은 내가 알아서 먹을게. 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안달복달하는 사람이 눈에 안 보여?”진유라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을 이어 나갔다.“내 풍성한 머리카락이 그 뜨거운 시선을 견딜 수 있어야 말이지.”“...”박태준은 대뜸 휴대폰을 꺼내 들고는 곽동건에게 전화를 걸었다.“곽 변호사님, 당신 여자 친구가 밥 친구를 찾고 있는데요?”곽동건은 요즘 여러 개 사건의 변호를 동시에 맡게 되어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들을 보느라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그런 사정을 알 리 없는 박태준은 곽동건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발언을 이어 나갔다.“오늘 저녁 당신 여자 친구가 엔조이 클럽에 간다는데 괜찮겠어요?”진유라는 말도 안 되는 박태준의 소리에 노발대발했다.“박태준 씨, 내가 언제 엔조이 클럽에 간다고 했어요! 그리고 엔조이 클럽 투자자가 가게 관리는 어떻게 하는 거예요, 거기 음식들 어떻게 그 정도로 맛없을 수 있죠?”박태준이 곽동건과의 통화를 끊고 가게를 나가려는 순간, 진유라의 벨 소리가 울렸다.발신자의 이름을 확인한 진유라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가게 문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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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4화 살살할게

신은지는 아직도 불신이 가득한 눈빛으로 박태준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날 또 속이면 그때는 이 약혼반지가 이별 반지로 변할 줄 알아.”박태준은 화내는 신은지가 귀여운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내가 너를 왜 속여, 근데 검사결과지를 봐도 네가 이해하지 못할걸.”“그런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말고 빨리 보고서나 가지고 와.”박태준은 얼른 신발을 갈아신고 위층 서재로 가서 검사결과지를 들고 내려왔다.때마침 신은지가 무채색의 앞치마를 두르고 머리핀으로 머리를 고정한 채 주방에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따스한 노란 불빛 아래에서 채소를 다듬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썰렁하기만 했던 집에서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 같았다.박태준은 자기의 등장으로 인해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가 깨질까 봐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그는 문득 예전에 신은지가 자기를 위해 죽을 끓여주었던 장면이 떠올랐고 저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졌다.그 무렵 냉장고 문을 열려던 신은지가 자기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박태준을 보고 퉁명스럽게 말했다.“거기 멍하니 서서 뭐 해? 빨리 와서 도와줘.”“알겠어.”박태준은 행복에 젖은 미소를 지으면서 신은지에게 다가갔다.이어 그는 검사 보고서를 신은지에게 건네줬고 식칼을 건네받아 채소들을 능숙하게 썰었다.검사 보고서를 받아 든 신은지는 내용을 꼼꼼하게 훑어보았지만, 검사 날짜를 제외하고는 수많은 데이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도무지 알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내일 의사한테 직접 물어보기로 하고 보고서를 한쪽에 내려놓았다.이때, 채소들을 썰던 박태준이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먹어봤어.”“응?”“아까 문득 네가 만들어준 요리를 먹어봤던 기억이 떠올랐어.”박태준은 동작을 멈추고 신은지를 지그시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내가 집에 늦게 들어왔던 날, 넌 이미 잠들어 있었고 식탁에는 네가 먹고 남은 음식들이 놓여 있었어. 그 남은 음식들을 내가 먹었던 기억이 문득 났어.”“...”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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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5화 이혼 합의서에 서명해

1층 주방에 내려온 신은지는 싱크대 위에 썰다 만 채소들과 바닥에는 그녀와 박태준의 옷들이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그녀는 조금 전 야릇했던 분위기가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고 얼른 손으로 붉어진 얼굴을 가리고는 허리를 굽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옷들을 하나씩 주워들었다.그러다 박태준의 양복이 무겁다는 생각이 들어서 호기심에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었고 이어 손바닥만 한 크기의 일기장을 발견했다.일기장의 표지는 크라프트지의 질감으로 두껍지 않은 편이었고 자주 사용한 흔적이 보였다.신은지는 문득 전날 아침 박태준이 일기장을 언급했던 것이 생각났고 곧바로 일기장을 들고 거실 소파에 앉았다.그녀는 소파 옆의 스탠드를 켜고 양반다리 자세로 앉아 한 장 한 장 펼쳐보았다.박태준의 일기장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적혀있었다.「은지가 새엄마와 여동생에게 괴롭힘을 당했는지 얼굴에 긁힌 상처가 있는 채로 등교했다. 자리에 앉은 그녀는 나한테 아침을 먹었냐고 퉁명스럽게 물었고 나는 이미 먹었음에도 먹지 않았다고 거짓말했다. 이어 그녀는 손에 든 만두를 나에게 건네주었다.」「나유성에게 아침을 주려고 기다리던 은지는 결국 그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다가 영어과 얼짱에게 험한 소리를 들었다.」「...」「은지가 사채업자들에게 빚 독촉을 받고 있고 신씨 가문의 별장도 압류당해서 값싼 임대료의 지하실에서 머물고 있다.」「가온 커피숍에서 나의 끈질긴 강요에 끝에 은지가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결혼을 동의했다.」「은지가 낙하산으로 회사에 들어왔다는 소문이 퍼져 동료들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그걸 지켜보는 것이 힘들었던 나는 그 소문을 공론화하기 위해 사람들 앞에서 은지와 함께 본가에 가서 밥을 먹자고 했다. 그날 저녁, 은지가 내 사무실로 찾아오기를 두 시간 동안이나 기다렸지만, 알고 보니 나 몰래 혼자 본가에 가서 밥을 먹었다.」「은지가 나한테 이혼을 요구했다.」「...」일기장은 시간 순서에 따라 서술 형식으로 쓰여 있었고 신기한 것은 모두 신은지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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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6화 이번에는 달라

신은지를 기다리는 동안, 박태준은 닫혀있는 구청 대문을 바라보며 몇 년 전 그녀와 혼인신고를 하러 왔던 장면이 떠올랐다.그때 두 사람은 지금과 달리 따로 구청에 왔었고 서로 무표정한 표정으로 한마디의 대화도 나누지 않고 각자 인적 사항 표를 작성하고 혼인신고서를 받았었다.그러나 오늘은 여느 커플들처럼 옷도 깔끔하게 맞춰 입고 다정하게 깍지를 낀 채 순서를 기다릴 수 있다는 생각에 그의 가슴이 벅찼다.그는 오늘따라 유난히 화사하게 차려입은 신은지가 걸어오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고 배시시 웃으면서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아니, 돈 주고 샀어.”“돈을 주고 자리를 샀다고?”신은지는 첫 번째로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구청에 나와 줄을 선 커플이 돈 몇 푼에 자리를 내어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돈을 주니까 자리를 내어주던데?”박태준은 떨리는 마음을 신은지에게 들키기라도 할까 봐 말을 될수록 아꼈다.‘처음 겪는 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떨리는 거지?’신은지는 첫 순서를 내어준 커플을 찾으려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바로 뒤에서 나라를 잃은 표정으로 풀이 죽어서 서 있는 커플과 눈이 마주쳤다.여자는 남자의 허리를 꼬집으며 험상궂은 표정과 달리 애교 섞인 말투로 투덜댔다.“내가 일찍 와서 줄 서자고 했지, 오빠가 머리만 안 말리고 왔으면 2천만 원을 우리가 가질 수도 있었잖아. 그 돈이면 신혼여행을 몰디브로 가고도 남았을 텐데.”남자는 아픈 듯 비명을 질렀고 여자의 공격을 피하고자 몸을 비틀면서 답했다.“정말 미안해, 오늘 이런 일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진작 알았다면 내가 한 달 전부터 먼저 와서 줄을 섰을 거야!”신은지는 아웅다웅하던 커플과 눈이 마주쳤고 두 사람은 멋쩍은 듯 얼른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신은지는 그제야 혼인신고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나와 줄을 섰던 커플이 흔쾌히 자지를 내어준 이유를 알게 되었고 고개를 돌려 장난기 하나 없는 표정으로 있는 힘껏 박태준의 허리를 꼬집었다.“너 미쳤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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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7화 남편을 찾는 게 아니야

신은지는 강혜정에게 정중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어머니.”그녀는 크고 작은 물건들을 들고 불쌍한 표정으로 두 여자의 뒤를 따라오는 박태준의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으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어머니, 집에 아직 제가 쓸 화장품이 많이 남아있어요, 그건 어머니께서 집에 두고 천천히 쓰세요.”하지만 강혜정은 단호하게 신은지의 말을 부정했다.“은지야, 여자한테 화장품은 옷과도 같은 존재라 아무리 많이 쟁여놔도 늘 부족한 법이지.”이때 뒤에서 따라오던 박태준이 눈치 없이 두 여자의 대화에 끼어들었다.“어머니께서 사들인 화장품이 지금 한쪽 벽을 다 차지하고도 남아, 아마 평생을 써도 남을 거야! 지금 유통기한이 지날까 봐 너한테 주는 거잖아!”강혜정은 몸을 돌려 박태준의 머리를 한 대 때리고는 말했다.“여자들의 대화에 네가 왜 끼어들어, 누구를 닮아서 하루 종일 말도 안 되는 말만 하는 거야? 너 때문에 내가 화가 나서 미치겠어!”박태준은 그녀의 매정한 말에 신은지가 친딸이고 자기는 오히려 주워 온 자식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까지 들었다.이어 점심을 하기 위해 주방으로 들어간 박태준은 연기가 거실로 새어 나갈까 봐 문까지 닫았다.강혜정은 신은지의 손을 잡아끌고 소파에 앉으면서 물었다.“은지야, 태준이랑은 언제 재혼할 거야?”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는 신은지가 부담감을 느끼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에 설명을 덧붙였다.“너한테 강요할 생각으로 꺼낸 말은 아니니까 부담 갖지 마. 난 그냥 너희 둘이 화해한 지도 꽤 된 것 같아서 물어본 것뿐이야. 은지가 재혼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하기 싫으면... 천천히 생각해도 괜찮아.”강혜정은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말을 이어 나가다가 박태준이 이번에도 바보처럼 신은지를 놓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신은지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답했다.“저희 두 사람 오늘 아침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 했어요. 어머님, 아버님께 이 기쁜 소식을 제일 처음 알려드리려고 급하게 온 거예요.”강혜정은 그녀의 말이 믿기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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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반 시간 내내 울다

점심을 먹은 후 신은지와 오붓하게 쇼핑을 즐기려던 강혜정의 계획은 박태준의 한마디로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어머니, 오늘같이 소중한 날에 나한테서 은지를 뺏어가면 어떡해요! 오늘은 둘이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놔주면 안 될까요?”강혜정은 섭섭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박태준에게 말했다.“그래, 네가 이겼어! 너한테서 은지를 뺏지 않을 테니까 재미있는 시간 보내!”강혜정은 신은지의 팔짱을 끼고 있던 손을 풀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혼인신고도 했는데 이제 결혼식 날짜도 빨리 정해야지. 무당한테 날을 받는다고 한때가 언제인데 왜 아직도 소식이 없어? 대체 얼마나 좋은 날짜를 받아오려고 이렇게 뜸 들이는 거야!”그녀는 박태준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내뱉고는 박용선의 팔짱을 끼고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갔다.이어 차에 탄 그녀는 인스타 스토리에 우리 예쁜 며느리라는 문구와 함께 신은지의 사진과 혼인신고서 사진을 올렸다.몇 분 후, 강혜정의 휴대폰은 불이 날 정도로 울렸고 신은지의 존재에 대해서 모르는 그녀의 지인들은 비꼬는 억양으로 메시지를 보내왔다.「태준이한테 여자 친구가 있다는 얘기도 듣지 못했는데 갑자기 혼인신고를 했어요? 모임에서도 못 본 얼굴인데 어느 가문의 딸이에요? 하긴 요즘 애들은 우리 때랑은 달라서 자유로운 연애를 추구한다는 핑계로 어른들이 소개해 주는 사람은 만나려고 하지 않잖아요. 물론 태준이 정도의 능력으로는 소개가 없어도 주위에 여자가 많으니까요.」평소 각종 모임에 참석하는 것을 꺼리는 신은지였기에 모여서 수다를 떠는 것이 전부인 부잣집 사모님들이 그녀를 모르는 것은 몹시 놀랄 일도 아니었다.그러나 강혜정은 정확히 누군지도 모르고, 각별한 관계도 아닌 지인들이 신은지를 하찮게 생각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기에 똑같이 비꼬는 말투로 답장을 보냈다.「우리 며느리가 중요한 파트너사들이 주최하는 업무 관련 세미나와 연회에만 가끔 참석하고 시끌벅적하기만 하고 쓸모없는 모임은 참석하기를 꺼려서 말이죠. 충분히 모르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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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진작에 애정이 변했다

박태준은 3년 전 신은지와 결혼했던 동안 그가 언제 집에 들어왔고 그녀에게 어떤 말들을 했었는지 모두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기분이 묘했다. 게다가 신은지가 일기장에 그가 그녀와 함께 혼잡한 지하 복싱장에 있는 고리대금업자를 찾아가 그녀의 빚을 갚아주던 모습이 빛날 멋있었다고 쓴 것을 보고 기분이 날아갈 듯이 기뻤다.한편, 신은지는 오래전 놀이공원에서 울었던 것을 다시 회상하면서 박태준에게 투덜댔다.“너 바보야? 한밤중에 자지도 않고 내가 우는 걸 왜 몰래 지켜봐.”“한밤중에 인적도 드문 놀이공원에서 여자애가 혼자서 서럽게 울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혼자 두고 갈 수 있었겠어.”“그럼, 내가 그렇게 오랫동안 우는데도 넌 다가와서 휴지를 건네주거나 위로의 말도 하지 않았단 말이야?”박태준은 말문이 막혀 잠시 입술을 오므리다가 반박하기 시작했다.“너한테 밤새 울어도 남을 정도의 휴지가 있었으니까 그냥 지켜봤지.”신은지는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박태준을 바라보다가 실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그때 멀리서 지켜보지 않고 슬픔에 잠겨있는 나한테 적극적으로 다가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면 지금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을지도 모르지. 그때는 너의 행동 하나에 우리의 미래가 바뀔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신은지는 엄마가 죽고 아빠인 신지하가 새로운 여자를 집에 들이면서 그에게 버려졌고 외롭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었다.그녀는 만약 박태준이 그 무렵에 적극적으로 다가와서 지금 같은 사랑을 쏟아부어 줬다면 진작 그에게 모든 걸 내어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박태준은 순식간에 얼굴이 굳어졌고 싸늘한 목소리로 답했다.“그때 너의 눈에는 나유성밖에 보이지 않았잖아.”그때 신씨 가문은 거액의 고리대금이 없는 상황이었고 죽마고우였던 신은지와 나유성 사이도 엄청 좋았다.그 무렵, 신은지의 눈에는 나유성이 너무나 멋지고 완벽한 사람으로 보였고 신지연이 다른 사람들을 동원해 그녀를 괴롭히고 고립시켜도 옆에 나유성만 있어도 큰 물의를 일으키지 못했다.게다가 박태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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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화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박태준이 롤러코스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어서 신은지가 그의 표정을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잡은 그의 손이 계속 떨리고 있는 것을 느끼고 걱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무서워?”박태준은 애써 담담하게 답했다.“아니, 괜찮아.”신은지는 까치발을 들고 목을 길게 빼면서 그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진짜로 괜찮겠어?”박태준은 신은지가 넘어질까 봐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으면서 말했다.“정말로 괜찮아.”앞 팀의 순서가 끝났는지 사람들이 하나둘씩 앞으로 이동했고 박태준도 그녀의 허리를 껴안은 채 앞으로 움직이면서 말했다.“똑바로 서, 넘어지겠어!”롤러코스터는 한 번에 20여 명밖에 탈 수 없었고 아무리 VIP 표를 산 두 사람이라고 해도 길게 늘어선 대기 줄 때문에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박태준은 긴 대기 줄을 보면서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위험한 놀이기구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았고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여전히 박태준의 품에 안겨있는 신은지는 롤러코스터를 탈 생각에 흥분해서 가만히 서 있지 못했다.“무서워? 왜 한숨을 계속 쉬는 것 같지?”박태준은 신은지의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기에 얼른 고개를 돌리고 가까이 들이미는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가리면서 말했다.“그럴 리가, 네 생각이 틀렸어.”신은지도 평소 하늘이 무너진다고 해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을 냉혈인이 놀이기구 하나를 무서워할 리 없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두 사람 뒤에 서 있는 몇 명의 대학생들은 졸업하면 무엇을 할지에 대해 열정적으로 토론하고 있었고 신은지는 사회초년생들의 패기 넘치는 포부들을 엿들으면서 자기의 열정도 되살아나는 기분이 들었다.하지만 찜통더위로 인해 그들의 열띤 토론도 20분을 넘기지 못했다.그도 그럴 것이 뜨거운 여름날, 대기 줄에는 햇빛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사람들이 너무 붐비는 탓에 현기증이 날 정도로 더웠기 때문이었다.신은지도 손을 들어 연신 부채질하면서 투덜댔다.“더워 죽겠네!”박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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