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87화 남편을 찾는 게 아니야

신은지는 강혜정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어머니.”

그녀는 크고 작은 물건들을 들고 불쌍한 표정으로 두 여자의 뒤를 따라오는 박태준의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으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어머니, 집에 아직 제가 쓸 화장품이 많이 남아있어요, 그건 어머니께서 집에 두고 천천히 쓰세요.”

하지만 강혜정은 단호하게 신은지의 말을 부정했다.

“은지야, 여자한테 화장품은 옷과도 같은 존재라 아무리 많이 쟁여놔도 늘 부족한 법이지.”

이때 뒤에서 따라오던 박태준이 눈치 없이 두 여자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어머니께서 사들인 화장품이 지금 한쪽 벽을 다 차지하고도 남아, 아마 평생을 써도 남을 거야! 지금 유통기한이 지날까 봐 너한테 주는 거잖아!”

강혜정은 몸을 돌려 박태준의 머리를 한 대 때리고는 말했다.

“여자들의 대화에 네가 왜 끼어들어, 누구를 닮아서 하루 종일 말도 안 되는 말만 하는 거야? 너 때문에 내가 화가 나서 미치겠어!”

박태준은 그녀의 매정한 말에 신은지가 친딸이고 자기는 오히려 주워 온 자식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까지 들었다.

이어 점심을 하기 위해 주방으로 들어간 박태준은 연기가 거실로 새어 나갈까 봐 문까지 닫았다.

강혜정은 신은지의 손을 잡아끌고 소파에 앉으면서 물었다.

“은지야, 태준이랑은 언제 재혼할 거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는 신은지가 부담감을 느끼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에 설명을 덧붙였다.

“너한테 강요할 생각으로 꺼낸 말은 아니니까 부담 갖지 마. 난 그냥 너희 둘이 화해한 지도 꽤 된 것 같아서 물어본 것뿐이야. 은지가 재혼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하기 싫으면... 천천히 생각해도 괜찮아.”

강혜정은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말을 이어 나가다가 박태준이 이번에도 바보처럼 신은지를 놓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신은지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답했다.

“저희 두 사람 오늘 아침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 했어요. 어머님, 아버님께 이 기쁜 소식을 제일 처음 알려드리려고 급하게 온 거예요.”

강혜정은 그녀의 말이 믿기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