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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욕조가 싫어

차에 오를 때까지도 신은지는 불꽃쇼의 분위기에 빠져 있었다.

“우리 둘의 이름을 다 넣지 그랬어?”

놀이공원 폐장 시간이라 주차장 출구에 차가 많이 밀렸다. 박태준은 온통 브레이크 등이 켜진 앞 차들을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네가 그렇게 이목을 끄는 방식을 싫어할 줄 알았지.”

“성씨 이니셜만 쓰면 되잖아. 아무도 우리라는 걸 몰라.”

“...”

맨 처음 설계할 때 그도 그렇게 하려 했었다. 하지만 은지의 성씨 뒤에 자기 성씨를 넣고 보니 너무 이상한 단어가 되어 그 생각은 철저히 접었다.

그는 얼굴에 살짝 어색한 기색이 감돌았지만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미안해. 미처 생각 못 했어.”

신은지에게는 이름이 있고 없고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해본 소리일 뿐이다.

집에 돌아온 신은지는 가방을 탁자 위에 던지고는 소파에 축 늘어졌다.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난 데다 놀이공원에 가서 오후 내내 놀았더니 온몸이 나른해서 꼼짝도 하기 싫었다.

박태준은 전화를 받더니 2층 서재로 올라갔다.

“여 형사님.”

그에게 전화한 건 공예지 사건을 담당한 형사였다. 여 형사는 사건 해결에 진전이 있는 듯 흥분한 말투였다.

“박태준 씨, 사람을 찾았고 공예지 사건도 타살로 확정됐습니다. 우리가 이미 그 사람과 기도윤 사이의 관계를 파악했으니 조만간 결과가 있을 겁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별말씀을요. 저희가 해야 할 일인데요. 오히려 저희가 감사를 드려야죠. 박태준 씨가 초아 씨를 통해 후반부 동영상을 확보하고 그분이 경찰서에 와서 다시 진술하도록 설득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 사건 때문에 언제까지 골머리를 썩여야 했을지 모릅니다.”

참고인 조사를 받던 날 열이 나는 상태로, 파김치가 되어 축 처져 있던 초아는 경찰관을 보고 벌벌 떨며 이내 동영상을 내놓았다. 경찰은 동영상에 편집 흔적이 없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자, 그녀가 너무 놀라서 그렇게 떠는 줄 알았다. 신은지가 사람을 물에 빠뜨리는 장면을 목격했는데 이튿날 그 사람이 죽었다고 하니 그럴 만도 했다. 그래서 중요한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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