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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몸을 적실 수 있어요

하지만 그녀는 식당을 나서기도 전에 곽동건에게 붙잡혔다.

“이렇게 급하게 어디 가는 거예요?”

“...”

진유라는 운명의 뒷덜미를 잡힌 듯 그 자리에 꼿꼿이 서 있다가 한참 뒤에야 돌아서서 입꼬리를 올리며 헛웃음을 지었다.

“저는 다 먹었어요. 먼저 들어갈 테니 천천히 드세요.”

“저도 다 먹었어요. 같이 가요.”

“이렇게 가는 건 좀 그렇잖아요. 인사는 하고 가야죠?”

그녀는 아직 곽동건과 얼굴을 마주하고 있지만 발을 천천히 뒤로 빼며 언제든지 도망갈 준비를 했다.

“제가 가서 인사하면 좋아할 것 같아요?”

진유라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가? 전혀 좋아하지 않을 게 뻔하다.

그녀는 문 앞에 주차된 자기 차를 가리켰다.

“제 차는 바로 앞에 있으니 기껏해야 같이 문을 나서게 되겠네요.”

이번 판은 이겼다고 생각한 진유라는 턱을 살짝 쳐들며 살짝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작은 표정들 때문에 유달리 생동감 있는 그녀의 얼굴은 꼬집고 싶은 충동을 자극했다.

곽동건은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비비며 갑자기 떠오른 이 생각을 내리눌렀다. 아직 식당 안인데, 그녀를 잘못 건드렸다가 달아나 버리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그는 매너 있게 문을 열고 옆으로 비켜서서 먼저 나가라고 했다.

“제가 차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그러는데, 성가신 대로 좀 태워주세요.”

“누굴 속여요? 방금 식당에 올 때 차를 운전하고 왔잖아요?”

“그건 태준 씨 차예요.”

진유라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딱딱하게 말했다.

“너무 늦어서 졸려요. 멀리 돌아서 가고 싶지 않으니까 택시 타세요.”

“그 스타에 대해 물어볼까 봐 이렇게 피하는 거예요?”

“콘서트를 보러 갔을 뿐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 아래에 앉아 있었는데, 문제 될 게 뭐가 있어요?”

그녀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기 때문에 조금도 켕기는 게 없었다. 오늘 콘서트 때문에 곽동건을 차단했었는데, 그가 이걸 따질까 봐 단둘이 있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진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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