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Chapter 561 - Chapter 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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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1화

이서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대체 뭐야? 감히 받아들일 수 없는 거야, 아님, 신분도 지위도 너보다 못한 나한테 졌다는 게 분한 거야?”은철의 인내심이 극에 달했다. “그만해, 윤이서! 난 오늘 그저 좋은 마음으로 널 보러 온 거야. 교훈을 들으러 온 게 아니라!”“봤으니 그만 돌아가.”평소의 은철이었다면 곧바로 병실을 박차고 나갔을 것이다.그러나 오늘은 두 다리가 바닥에 뿌리라도 내린 듯 한 걸음도 떼지 않았다.몇 차례 숨을 깊게 들이마신 은철이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너한테 진 건 확실한 사실이야. 근데, 서로 칼까지 겨눌 필요는 없잖아? 우리는 얼마든지 친구가 될 수 있어.”이서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은철은 이를 보고 매섭게 눈살을 찌푸렸다.“설마 친구 단계를 건너뛰고 부부가 될 생각이야?”“…….”“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은철이 눈썹을 비틀며 흥정했다.“수정이 일 먼저 해결해야 해.”이서가 눈을 떴다.“하은철, 사람 말 못 알아들어?” “무슨 뜻이야?” 은철이 화가 나서 물었다.“난 내 남편하고 사이가 아주 좋아. 이혼할 일은 절대 없다는 말이지.”“그러니 더 이상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난 결혼하고 단 한 번도 너랑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었어.”은철이 오랫동안 눈썹을 비틀다가 풀었다.“윤이서, 이제 그만 네 결혼이 실패했다는 걸 인정해. 부끄러워 말고.”“네 남편이 쓸모없는 병신이라는 걸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네 남편이 병신이 아니었다면, 네가 지금 여기에 누워 있었을까?”이서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듯했다.“나가줘.”이서가 문을 가리켰다.은철은 아예 침대 옆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는 눈썹을 찡그린 채 이서를 빤히 바라보았다.“이서야, 네 인생은 너 자신의 것이야.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네 인생을 멋대로 휘두르게 두지 마.”“네 남편은 너한테 어울리지 않아.”이서가 되받아쳤다.“그러는 너는, 너는 어울려?”은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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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2화

말을 마친 이서가 한숨을 내쉬며 눈썹을 높게 치켜든 채 은철을 바라보았다.“이제 알겠니? 내 남편은 내 마음속의 영웅이야.”“그리고 우리 두 사람의 사이는 너무도 좋아, 이렇게 좋은 건, 너 같은 사람은 평생 이해하지 못할 거야.”“그러니 부탁 하나만 하자. 앞으로는 우리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이간질하지 마.”“네 입만 아플 뿐이야.”은철은 말문이 막히는 듯했다.한참 후에야 은철이 한숨을 내쉬었다.“이서야, 내가 말한 건 다 너를 위해서야.”“어쨌든, 네가 똑바로 생각해서 집착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은철이 몸을 돌려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돌려 이서를 바라보았다.“맞다, 뭐 하나 알려준다는 걸 깜빡했네.”이서가 물었다.“무슨 말이야?”“요즘 할아버지께서 몸이 편찮으셔. 시간이 있으면 많이 뵈러 가. 그리고 할아버지께서는 우리가 함께 하기를 간절히 바라시니, 오늘 일은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붉은 입술을 오므리고 있던 이서는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어르신 뵈러 갈게.”은철은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이서의 말이 달갑지 않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기에 몸을 돌려 병실을 떠나는 은철이었다.은철이 엘리베이터 입구에 다다르자, 복도 반대편에서 유유히 걸어오는 지환이 보였다.지환을 본 은철은 매우 놀랐다.“작은 아빠, 왜 여기 계세요?”“이서 보러 왔어.”지환의 말투와 표정은 아주 담담했다. 오직 두 눈만이 숨김이 없었다.기분이 가라앉은 은철이 지환에게 말했다.“작은 아빠, 저랑 좀 걸으실래요?”지환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읊조리듯 대답했다.“응.”두 사람은 함께 화원에 도착했다.은철이 혼란스럽다는 듯 두 손으로 뺨을 감싸며 말했다. “작은 아빠, 저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이서와 함께하라고 하셨을 때는 제가 뜻이 없었어요.”“그런데 지금은 이서가 다른 남자와 함께한다는 걸 생각하니 마음 한편이 너무도 불편해요.”지환이 말했다.“사람은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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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3화

병원을 떠난 후에도 은철의 마음은 가벼워지지 않았다. 은철은 중요한 것이라도 잃어버린 듯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았으나,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는 끝내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리고 사라지지 않는 이 불안감을 도저히 해소할 방법이 없었다.같은 시각, 병실.“여보.”지환이 병실의 문을 열었다.인기척을 들은 이서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왔어? 어디 갔었어? 다치지는 않았지?”이서의 연이은 세 가지 질문에 지환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지환은 침대 옆에 앉아 한 손으로 이서의 허리를 껴안았다.“겨우 잠깐 못 봤을 뿐인데, 그렇게 보고 싶었어?”환자복이 얇았던 탓에 지환의 뜨거운 손바닥이 곧바로 이서의 허리에 닿는 듯했다.지환의 뜨겁고 큰 손바닥이 이서를 화끈거리게 했다.볼이 빨갛게 달아오른 이서가 고개를 숙인 채 수줍어하며 말했다.“누가 보고 싶었다고 그래?”“아직도 우기는 거야? 누가 그러던데, 우리 두 사람의 사이는 너무도 좋아. 어떻게 해도 갈라놓을 수 없어.”이서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 마치 저녁노을이 이서의 볼에 뜬 듯했다. 발그레한 것이 무척이나 귀여워 보였다.지환이 참지 못하고 이서의 볼을 살짝 깨물었다.화가 난 이서가 주먹을 들어 지환의 가슴을 가볍게 쳤다.“다 들었어?”“들으려고 한 건 아니었어.”지환이 이서의 볼에 살며시 입을 맞췄다.“우리 마누라한테 내가 그런 의미인 줄은 몰랐네.”“까불지 마.”이서가 지환의 입맞춤을 피했다.“지난번 일, 아직 용서하지는 않았어. 확실히…… 지환 씨 잘못은 아니었지만, 나를 그렇게 오랫동안 슬프게 했으니, 나도 쉽게 풀지는 않을 거야.”지환은 두 손을 이서의 양 볼에 올린 채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이내 코끝을 이서의 코 끝에 댄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 벌 줄 생각이야?”지환의 입에서 나온 벌이라는 한 글자가 이서에게는 형용할 수조차 없을 만큼 온화하게 들렸다. 이서가 침을 삼켰다. “여보…….” 지환이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이서의 붉은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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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화

“항상 여기 있을게.”은철의 말에 스르륵 잠이 든 이서였다. 꿈속에서 이서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세 아이는 모두 대단히 예쁘고 잘생겨서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세 아이들이 이서를 에워싼 채 말했다.“엄마.”이서는 자신을 엄마라고 칭하는 세 아이의 부름 속에서 차츰차츰 자신을 잃어갔다.이서가 행복에 젖어 있던 바로 그때, 순식간에 자라난 세 아이들의 손에는 칼이 한 자루씩 들려있었다. 칼끝은 모두 이서를 향해 있었으며, 귀엽던 세 아이의 얼굴 또한 악귀의 얼굴로 바뀌어 있었다. 그 악귀들은 하나둘씩 떠들어댔다.“우리가 이렇게 된 건 다 엄마 잘못이야.”“엄마가 우리를 잘 가르치지 못한 탓이지.”“빨리 돈이나 주세요, 할머니!”이서가 화들짝 놀라며 눈을 떴다.이서의 격렬한 동작을 느낀 지환 역시 눈을 뜨고 이서를 바라보았다.“여보, 왜 그래?”이서가 고개를 들어 지환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그냥 악몽을 좀 꿨어.”“물 한잔 떠 줄게.”지환이 말했다.“괜찮아.” 이서가 다급하게 지환의 손을 잡은 채 몸을 웅크려 지환의 품에서 자신을 녹이려 했다. 이렇게 해야만 몸 안의 한기를 풀 수 있을 것 같았다.지환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여보, 나랑 하고 싶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여도 될까?”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이서가 무언가를 말을 하려던 찰나, 이서의 전화가 울렸다.낯선 번호인데다가, 외국에서 걸려온 전화였다.이서가 머뭇거리며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에서 낯설고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서 씨? 내가 막 새 작품을 다 썼는데, 한번 읽어보지 않을래요?”2초간 멍하니 있던 이서는 이내 수화기 너머의 여자가 하이먼 스웨이 여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시계를 본 이서는 바로 납득할 수 있었다. 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있는 곳은 아직 낮이었다. 그래서 H국이 늦은 밤이라는 것을 모르는 듯했다.하이먼 스웨이 여사의 성격은 대단히 시원시원했다.“물론이죠, 지금 바로 보내주시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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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5화

이서가 인터넷 검색창의 열어 하이먼 스웨이 여사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그러고는 인터넷에 게시되어 있는 하이먼 스웨이 여사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훑기 시작했다. 한 기사에 따르면, 하이먼 스웨이 여사는 젊었을 적 아주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딸이 유괴된 이후, 하이먼 스웨이 여사의 행복은 산산조각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였다. 하이먼 스웨이 여사는 유명인이 되어 자신을 알아본 딸이 자신의 곁으로 돌아오기를 희망했다. 계속해서 여러 기사를 읽어 내려가던 이서의 눈을 사로잡는 기사의 제목이 있었다. [하이먼 스웨이, 일찍이 아이를 잃은 것도 모자라 다른 여자와 눈이 맞은 남편에게 버림받다.]옷을 걷고 기사를 보던 이서의 마음속에는 하이먼 스웨이 여사를 향한 안타까움이 솟아났다. ‘날카롭게만 보였던 하이먼 스웨이 여사님께 이런 비참한 과거가 있었다니…….’하지만 그 누구도 이런 경험과 하이먼 스웨이 여사를 함께 연상하지 않을 것이었다. [죄송합니다.]이서가 타이핑을 망설였다. [제가 작가님의 아픔을 건드린 것 같습니다.]하이먼 스웨이 여사는 한참 후에야 답장을 보내왔는데, 아마 감정을 다잡을 시간이 필요한 듯했다. [괜찮아요, 제가 오랫동안 이 일을 언급하지 않았던 탓인걸요.]이서는 다시 한번 문자로 사과의 이모티콘을 보냈다. 한참이 지나서야 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답장을 보내왔다.[방금 시간을 찾아보니, H국은 이미 새벽 3시가 넘었더군요. 왜 아직도 깨어 있는 거예요? 혹시, 제가 방해한 건가요?] 악마라고 불리는 하이먼 스웨이 여사가 이리도 친절한 인사를 건네다니.이서는 괜스레 웃음이 났다.이 거물이 소문처럼 무서운 사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이서를 대할 때만큼은 매우 친절하고 부드러웠다.하이먼 스웨이 여사님처럼 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시차를 알아차렸으니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는 듯했다. 사실, 이서는 하이먼 스웨이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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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6화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지환은 이서를 손쉽게 들어올렸다. 도저히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누르는 지환의 힘때문에 결국 이서는 지환에게 징징거리며 앙탈을 부렸다.이서의 어떠한 저항도 소용이 없었고, 오히려 그런 저항은 지환을 더욱 자극할 뿐이었다.두 사람은 엎치락 뒤치락 쉴새없이 서로의 몸을 탐하다가 다음날 새벽녘이 다 되어서야 비로소 이서는 지환의 품에 안겨 깊이 잠들었다.……이서는 컨디션이 많이 회복되어 금방 퇴원하게 되었다. 퇴원 축하 겸 몸보신을 위해 임하나는 이서에게 함께 샤브샤브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이서는 서나나, 자신의 비서인 심소희, 기사인 임현태까지 그 자리에 초대했다.일곱 명이 모여 왁자지껄하게 시간을 보내기 좋은 큰 룸에 모였다.메뉴를 고르고 주문할 때 이서는 임하나가 술을 열 두병씩이나 주문한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도수가 상당히 높은 소주로.이서는 하나를 보며 물었다.“하나 너 이거 잘못 주문한 거 아니야?”하나가 이서에게 눈을 살짝 흘기며 말했다.“아니거든?”“이렇게 많이 주문해서 마시면, 내가 알코올 중독 될까봐 그래?”하나는 이서의 목을 팔로 껴안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오늘같이 기쁜 날, 맘 편히 마시자. 내 평소 주량 넘기지는 않을게.”술을 많이 마시지 않겠다는 하나의 말이 썩 미덥지는 않았지만 이서는 그냥 나머지 음식을 마저 주문했다. 음식 주문이 끝나자 지환의 친구 이상언이 문을 밀고 느릿느릿 방 안으로 들어섰다. 여러 사람들이 이미 와있는 것을 보고 상언은 멋쩍게 사과했다.“늦어서 죄송합니다. 막 나오려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요.”자리에 있던 모두가 웃으며 상언에게 괜찮다고 이야기했다.상언은 방에 있던 사람들에게 한사람씩 눈인사를 건네다 지환을 발견했다. 지환 옆에는 임현태가 앉아있었다.상언은 현태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현태 씨, 이 자리는…….”현태는 그닥 눈치가 없는 편이라 상언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상언의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보았다.“네, 이 선생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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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7화

방 안의 모든 사람들이 즐겁게 식사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한쪽에서는 소희가 나나의 곁에 앉아 내내 자기가 궁금했던 연예계의 이런 저런 뒷담화를 꼬치꼬치 캐물어보고 있었다.나나는 소희의 계속되는 질문에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면서 다른 연예인들의 스캔들보다는 자신에 관련된 이야기 위주로 대화했다.하나는 옆에 앉은 현태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현태는 술이 센 편이라 똑같이 마시더라도 하나의 얼굴에 먼저 취기가 벌겋게 올라왔다.이서는 상언이 하나와 현태의 대화에 끼려다 몇 번이나 멈칫멈칫 주저하는 것을 눈치챘다.이서가 지환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이 선생님이 하나에게 여전히 관심 있는 것 같은데 아직도 안 그런 척 숨기고 계시네, 참 안타깝다.”지환이 이서에게 샤브샤브 국물 속 양고기 한 점을 집어 건넸다.“그냥 내버려둬. 젊은 사람들이 자기들 일인데 어련히 알아서 하려고.”“지환씨는 뭐 나이가 얼마나 많다고 아주 어른처럼 그렇게 말해?”“저 사람들과 비교해서 나이가 많다는 게 아니고, 성숙한 거지.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아서 해결하잖아.”“에효, 또 시작이네. 칭찬은 남이 해주는 거야. 겸손하세요, 하지환 씨!”이서와 지환이 서로 속삭이며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며 하나가 다가왔다.“정다운 두 분이 정답게 대화 다 하셨으면 이제 이서는 제가 좀 빌려갈…….”누가 봐도 만취상태인 임하나는 혀까지 꼬여 무슨 말 하는지도 알아듣기 힘든 상태였다.“하나, 너 벌써 많이 취했다.”“아니거든? 한병밖에 안마셨는데 설마 벌써 취하겠어?”임하나는 이서의 팔을 잡고 흔들며 말했다.“나 화장실 좀 같이 가줘.”“그래.”이서 역시 하나를 화장실에 혼자 보내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이서는 소희를 불렀다.“소희 씨, 이리 와서 같이 하나 좀 부축해줘. 화장실 같이 다녀오자.”“그래요.”소희가 곧바로 와서 함께 하나의 다른 쪽 팔을 잡았다.이서와 소희는 비틀거리며 힘겹게 하나를 부축하여 화장실로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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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8화

“이 선생님 때문은 아니야.”소희는 놀라워하며 말했다.“그럼 하나 언니가…… 이 선생님을 찬 거예요?”“그런 거 아니라니깐.”이서는 소희에게 하나의 집안일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하고 싶지 않았다. 소희랑 아무리 친한 사이가 되었다 해도 다른 친구의 비밀까지 공유하고 싶지는 않았다.“아니면 왜 그러는 건데요? 서로 좋아하는 두 사람이 왜 함께 할 수 없는 거죠”소희는 의아해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만약 현태오빠도 나를 좋아했다면 나는 아마 이 선생님 대신 현태 오빠를 선택했을 거야.’이서는 소희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웃었다.“으이구, 이 바보야. 너도 나중에 현태 씨랑 사귀게 되면 사랑이 동화 속 이야기같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될거야. 이해하기 힘든 수많은 일들이 있을 거고, 그게 그렇게 간단치가 않아.”소희는 이서를 바라보며 울상을 지었다.“언니가 그렇게 말하니까 연애하기 겁나요.”“하하하, 정말? 너 현태 씨랑 사귀고 싶은 거 아니야?”“언니도 참!”소희는 발을 동동 구르며 얼굴을 붉혔다.“진짜로 말해봐. 두 사람 지금 어떻게 된 건데?”소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뭐가 어떻게 될 것도 없어요. 현태 오빠 뇌구조는 보통 사람과 차원이 달라요. 매일 우리집에 와서 같이 밥 먹고 그러니까 주위 사람들이 내 새 남친인 줄 알았대요. 근데 그 때마다 사람들한테 굳이 오빠 동생 사이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다들 나한테 덩치 좋은 오빠가 있는 줄 안다니까요. 내 손가락 하나 안건드려요.”여기까지 말하면서 소희는 심지어 자랑스러운 표정까지 지었다.“그런 건 좋은 거 아니야?”이서가 말하자 소희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얼굴이 빨개져서 푸념을 늘어놓았다.“좋긴 뭐가 좋아요. 널린 게 오빤데. 고향집에 가면 오빠가 열댓명이예요. 오빠 하나 더해서 뭐에 쓰게요.”“그럼, 내가 너 도와줄 테니까 현태씨 좀 테스트해보자.” “어떤 테스트요?”소희의 심장이 두근거렸다.“너는 그냥 지켜보기만 해. 근데 미리 약속해야돼. 만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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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화장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상언은 조금도 망설임없이 바로 화장실 안으로 뛰어들었다.“무슨 일이예요?”화장실 안쪽에 쓰러져 있는 하나를 보고 상언은 잔뜩 긴장한 채 하나 쪽으로 다가갔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기척도 없어서 화장실 문을 열어보니 하나가 이미 기절했더라고요. 너무 취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상언은 하나를 제 등에 업고 말했다.“아무래도 제가 하나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할 것 같아요.”“저도 같이 갈게요.”이서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상언은 하나를 업고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이서는 눈이 휘둥그레진 소희를 붙잡고 부탁했다.“나는 이 선생님이랑 함께 하나 데리고 병원에 갈거니까 네가 나 대신 다른 사람들 배웅 좀 해줘.”“그럴게요.”소희가 대답했다.이서는 상언의 빠른 걸음에 맞춰 뒤따라 빠르게 움직였다.건물 1층 입구에 도착하자 이서가 말했다.“제가 운전할게요.”상언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서는 차를 몰고 상언의 곁에 도착했다.이서는 자기 차를 몰고 와서 상언의 앞에 차를 세우고 창문을 열었다.“얼른 타세요.”상언이 뒷좌석 차문을 열고 하나를 내려놓고 자신도 곧바로 옆좌석에 올라탔다.차에 시동이 걸렸다.상언은 뒷좌석에서 좀처럼 기운을 차리지 못하는 하나의 손과 발을 계속해서 주물렀다.이서가 백미러로 상언과 하나의 모습을 흘끔 보고는 안심하고 병원으로 차를 몰았다.상언이 의사이기 때문에 이서는 상언을 100% 믿고 맡길 수 있었다.병원 이름이 저 멀리서 보였다. 병원에 거의 도착할 무렵 뒷좌석에서 하나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내가 왜 차에 타고 있어? 나는 지금 식당에서 샤브샤브 먹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하나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이서가 뒤돌아보고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하나야, 깨어났구나!”하나는 일어나 앉았지만 아직 정신이 덜 든 얼굴로 이서를 쳐다보았다.“이서야, 나 왜 차에 있는 거야?”하나는 말이 끝나자마자 자기 옆에 상언이 앉아있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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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0화

“이 선생님…… 이제 더 이상 제 일에 신경쓰지 않기로 하셨잖아요.”하나는 고개를 들어 상언을 쳐다보고 웃으며 말했다.“근데 왜 제가 기절했을 때 …….”상언은 웃는 얼굴로 말했다.“우리가 더 이상 가까워질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친구 아닌가요? 친구가 어려움을 겪을 때는 당연히 도와주는 거죠.”“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친구인 거네요.”하나는 상언의 눈을 보며 한 단어 한 단어 또박또박 말했다.상언은 하나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그렇죠.”하나는 기운내서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확실히 하는 게 저도 좋아요. 연인사이보다는 친구사이가 더 오래 가기 마련이거든요.”“나도 같은 생각입니다.”상언이 창밖을 보면서 대답했다.“그럼 이제 우리 다시 돌아가도 되는 거죠?”“이서씨가 어떻게 할지 모르겠네. 물어봅시다.”상언은 통화를 끝내고 온 이서를 돌아보며 말했다.이서는 차에 오르며 하나와 상언에게 말했다.“지환씨가 좀 있다가 저 픽업하러 올거래요. 두 사람 중 누가 이 차 운전해서 돌아갈 사람?”하나와 상언은 서로 눈이 마주쳤는데도 이번에는 곧장 피하지는 않았다.“내가 할게. 이번 일은 다 나 때문인 것 같으니까.”“하나 너는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셔놓고 운전까지 하겠다고? 내 생각에 너는 한번 병원 들어가서 이것 저것 검사 좀 받아봐야 할 것 같다.”하나는 이서의 팩트로 때리는 말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그러면 운전할 사람 저네요.”상언이 마치 학생인 듯한 손을 들어올리며 말했다.이서는 하나를 돌아보며 물었다.“어떻게 갈거야? 너 정 불편하면 나랑 지환씨가 차로 너 데려다 줄 수도 있어.”“됐어. 내가 그 자리에 왜 끼냐? 커플 사이에서 들러리 안합니다요. 있다가 나 혼자 택시로 가면 돼.”하나는 뒷좌석 등받이에 기대어 앉아 말하자 이서가 대답했다.“이 동네 택시 잘 안잡혀.”“내가 가는 길에 하나씨 내려줄게요.”이서가 눈을 흘기며 웃었다.“그러면 되겠다. 이 선생님이 하나를 데려다 주시면 저도 마음이 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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