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의 모든 사람들이 즐겁게 식사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한쪽에서는 소희가 나나의 곁에 앉아 내내 자기가 궁금했던 연예계의 이런 저런 뒷담화를 꼬치꼬치 캐물어보고 있었다.나나는 소희의 계속되는 질문에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면서 다른 연예인들의 스캔들보다는 자신에 관련된 이야기 위주로 대화했다.하나는 옆에 앉은 현태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현태는 술이 센 편이라 똑같이 마시더라도 하나의 얼굴에 먼저 취기가 벌겋게 올라왔다.이서는 상언이 하나와 현태의 대화에 끼려다 몇 번이나 멈칫멈칫 주저하는 것을 눈치챘다.이서가 지환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이 선생님이 하나에게 여전히 관심 있는 것 같은데 아직도 안 그런 척 숨기고 계시네, 참 안타깝다.”지환이 이서에게 샤브샤브 국물 속 양고기 한 점을 집어 건넸다.“그냥 내버려둬. 젊은 사람들이 자기들 일인데 어련히 알아서 하려고.”“지환씨는 뭐 나이가 얼마나 많다고 아주 어른처럼 그렇게 말해?”“저 사람들과 비교해서 나이가 많다는 게 아니고, 성숙한 거지.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아서 해결하잖아.”“에효, 또 시작이네. 칭찬은 남이 해주는 거야. 겸손하세요, 하지환 씨!”이서와 지환이 서로 속삭이며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며 하나가 다가왔다.“정다운 두 분이 정답게 대화 다 하셨으면 이제 이서는 제가 좀 빌려갈…….”누가 봐도 만취상태인 임하나는 혀까지 꼬여 무슨 말 하는지도 알아듣기 힘든 상태였다.“하나, 너 벌써 많이 취했다.”“아니거든? 한병밖에 안마셨는데 설마 벌써 취하겠어?”임하나는 이서의 팔을 잡고 흔들며 말했다.“나 화장실 좀 같이 가줘.”“그래.”이서 역시 하나를 화장실에 혼자 보내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이서는 소희를 불렀다.“소희 씨, 이리 와서 같이 하나 좀 부축해줘. 화장실 같이 다녀오자.”“그래요.”소희가 곧바로 와서 함께 하나의 다른 쪽 팔을 잡았다.이서와 소희는 비틀거리며 힘겹게 하나를 부축하여 화장실로 걸어
“이 선생님 때문은 아니야.”소희는 놀라워하며 말했다.“그럼 하나 언니가…… 이 선생님을 찬 거예요?”“그런 거 아니라니깐.”이서는 소희에게 하나의 집안일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하고 싶지 않았다. 소희랑 아무리 친한 사이가 되었다 해도 다른 친구의 비밀까지 공유하고 싶지는 않았다.“아니면 왜 그러는 건데요? 서로 좋아하는 두 사람이 왜 함께 할 수 없는 거죠”소희는 의아해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만약 현태오빠도 나를 좋아했다면 나는 아마 이 선생님 대신 현태 오빠를 선택했을 거야.’이서는 소희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웃었다.“으이구, 이 바보야. 너도 나중에 현태 씨랑 사귀게 되면 사랑이 동화 속 이야기같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될거야. 이해하기 힘든 수많은 일들이 있을 거고, 그게 그렇게 간단치가 않아.”소희는 이서를 바라보며 울상을 지었다.“언니가 그렇게 말하니까 연애하기 겁나요.”“하하하, 정말? 너 현태 씨랑 사귀고 싶은 거 아니야?”“언니도 참!”소희는 발을 동동 구르며 얼굴을 붉혔다.“진짜로 말해봐. 두 사람 지금 어떻게 된 건데?”소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뭐가 어떻게 될 것도 없어요. 현태 오빠 뇌구조는 보통 사람과 차원이 달라요. 매일 우리집에 와서 같이 밥 먹고 그러니까 주위 사람들이 내 새 남친인 줄 알았대요. 근데 그 때마다 사람들한테 굳이 오빠 동생 사이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다들 나한테 덩치 좋은 오빠가 있는 줄 안다니까요. 내 손가락 하나 안건드려요.”여기까지 말하면서 소희는 심지어 자랑스러운 표정까지 지었다.“그런 건 좋은 거 아니야?”이서가 말하자 소희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얼굴이 빨개져서 푸념을 늘어놓았다.“좋긴 뭐가 좋아요. 널린 게 오빤데. 고향집에 가면 오빠가 열댓명이예요. 오빠 하나 더해서 뭐에 쓰게요.”“그럼, 내가 너 도와줄 테니까 현태씨 좀 테스트해보자.” “어떤 테스트요?”소희의 심장이 두근거렸다.“너는 그냥 지켜보기만 해. 근데 미리 약속해야돼. 만약에
화장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상언은 조금도 망설임없이 바로 화장실 안으로 뛰어들었다.“무슨 일이예요?”화장실 안쪽에 쓰러져 있는 하나를 보고 상언은 잔뜩 긴장한 채 하나 쪽으로 다가갔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기척도 없어서 화장실 문을 열어보니 하나가 이미 기절했더라고요. 너무 취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상언은 하나를 제 등에 업고 말했다.“아무래도 제가 하나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할 것 같아요.”“저도 같이 갈게요.”이서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상언은 하나를 업고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이서는 눈이 휘둥그레진 소희를 붙잡고 부탁했다.“나는 이 선생님이랑 함께 하나 데리고 병원에 갈거니까 네가 나 대신 다른 사람들 배웅 좀 해줘.”“그럴게요.”소희가 대답했다.이서는 상언의 빠른 걸음에 맞춰 뒤따라 빠르게 움직였다.건물 1층 입구에 도착하자 이서가 말했다.“제가 운전할게요.”상언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서는 차를 몰고 상언의 곁에 도착했다.이서는 자기 차를 몰고 와서 상언의 앞에 차를 세우고 창문을 열었다.“얼른 타세요.”상언이 뒷좌석 차문을 열고 하나를 내려놓고 자신도 곧바로 옆좌석에 올라탔다.차에 시동이 걸렸다.상언은 뒷좌석에서 좀처럼 기운을 차리지 못하는 하나의 손과 발을 계속해서 주물렀다.이서가 백미러로 상언과 하나의 모습을 흘끔 보고는 안심하고 병원으로 차를 몰았다.상언이 의사이기 때문에 이서는 상언을 100% 믿고 맡길 수 있었다.병원 이름이 저 멀리서 보였다. 병원에 거의 도착할 무렵 뒷좌석에서 하나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내가 왜 차에 타고 있어? 나는 지금 식당에서 샤브샤브 먹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하나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이서가 뒤돌아보고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하나야, 깨어났구나!”하나는 일어나 앉았지만 아직 정신이 덜 든 얼굴로 이서를 쳐다보았다.“이서야, 나 왜 차에 있는 거야?”하나는 말이 끝나자마자 자기 옆에 상언이 앉아있는 것을 깨달았다.
“이 선생님…… 이제 더 이상 제 일에 신경쓰지 않기로 하셨잖아요.”하나는 고개를 들어 상언을 쳐다보고 웃으며 말했다.“근데 왜 제가 기절했을 때 …….”상언은 웃는 얼굴로 말했다.“우리가 더 이상 가까워질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친구 아닌가요? 친구가 어려움을 겪을 때는 당연히 도와주는 거죠.”“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친구인 거네요.”하나는 상언의 눈을 보며 한 단어 한 단어 또박또박 말했다.상언은 하나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그렇죠.”하나는 기운내서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확실히 하는 게 저도 좋아요. 연인사이보다는 친구사이가 더 오래 가기 마련이거든요.”“나도 같은 생각입니다.”상언이 창밖을 보면서 대답했다.“그럼 이제 우리 다시 돌아가도 되는 거죠?”“이서씨가 어떻게 할지 모르겠네. 물어봅시다.”상언은 통화를 끝내고 온 이서를 돌아보며 말했다.이서는 차에 오르며 하나와 상언에게 말했다.“지환씨가 좀 있다가 저 픽업하러 올거래요. 두 사람 중 누가 이 차 운전해서 돌아갈 사람?”하나와 상언은 서로 눈이 마주쳤는데도 이번에는 곧장 피하지는 않았다.“내가 할게. 이번 일은 다 나 때문인 것 같으니까.”“하나 너는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셔놓고 운전까지 하겠다고? 내 생각에 너는 한번 병원 들어가서 이것 저것 검사 좀 받아봐야 할 것 같다.”하나는 이서의 팩트로 때리는 말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그러면 운전할 사람 저네요.”상언이 마치 학생인 듯한 손을 들어올리며 말했다.이서는 하나를 돌아보며 물었다.“어떻게 갈거야? 너 정 불편하면 나랑 지환씨가 차로 너 데려다 줄 수도 있어.”“됐어. 내가 그 자리에 왜 끼냐? 커플 사이에서 들러리 안합니다요. 있다가 나 혼자 택시로 가면 돼.”하나는 뒷좌석 등받이에 기대어 앉아 말하자 이서가 대답했다.“이 동네 택시 잘 안잡혀.”“내가 가는 길에 하나씨 내려줄게요.”이서가 눈을 흘기며 웃었다.“그러면 되겠다. 이 선생님이 하나를 데려다 주시면 저도 마음이 놓이
“콰당!”상언의 품으로 넘어진 하나는 잠시 어리둥절했다.잠시 후 하나가 입을 열었다.“이런 건…… 친구가 해줄 만한 일은 아닌데…….”“그럼요.”상언은 하나의 여우 같은 눈매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친구는 다른 친구의 옷 속에 손 넣는 일 따위도 하지 않죠.”하나는 피식 웃으며 상언의 몸에 지탱하고 천천히 일어났다. 두 팔은 여전히 상언의 목에 두르고 있는 상태였다.“라면 먹고 갈래요?”하나가 몸을 밀착해오자 상언은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상언과 하나의 관계는 바로 이 말 한마디로 시작되었다.지나간 기억이 물밀듯이 밀려왔다.다만, 지난번에 먼저 질문한 사람은 상언이었는데 이번에는 하나가 질문했다.“그래요.”뭐라고 대답할지 생각하기도 전에 상언의 입이 먼저 하나의 제안을 승낙해 버렸다.하나가 자신의 입술을 상언의 입에 갖다 대자 뜨거운 입김을 느끼기 시작했다.“그럼 같이 올라가요.”두 사람은 함께 하나의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상언은 하나의 허리를 깊게 껴안고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하나의 붉은 입술에 마침내 키스하기 시작했다.하나의 달콤한 입술에 상언은 그동안 참고 참아왔던 자신을 더 이상 멈출 수 없었다.하나는 차가운 엘리베이터 벽에 몸을 기댄 채 고개를 살짝 들고 열정적으로 상언의 키스를 받아들이고 있었다.엘리베이터는 순식간에 하나의 집이 있는 층에 도착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지만 상언과 하나는 서로의 몸을 밀착한 채 집 문 앞까지 왔다.하나가 한 손으로는 상언을 끌어안은 채 나머지 한 손으로 주머니를 더듬어 현관 열쇠를 꺼내 바로 문을 열었다.집 안에 들어서자 상언이 벽을 더듬어 불을 켜려고 했지만 하나가 상언의 손을 잡았다.“불 켜지 마세요.”상언은 하나의 입술에 계속 키스를 퍼부으며 말했다.“알았어요.”어둠은 늘 모든 이들에게 사랑 앞에서 무모해질 수 있는 용기를 준다.두 사람은 이 어둠 속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미래에 대한 걱정 따위는 전혀 하지 않는다.
예솔은 지호의 손을 인정사정 없이 뿌리쳤다.“오빠 같은 괴물을 도울 순 없어요.”지호의 얼굴빛이 매우 어두워졌다. 하지만 금새 표정을 바꿔 봄바람처럼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생각할 시간을 줄게. 나랑 힘을 합칠 것인지 아니면 쭉 저런 비뚤어진 인간들 편에 설건지.”예솔은 파르르 떨릴 정도로 두 주먹을 단단히 쥐고 CCTV 속에서 울고 있는 이서정을 보며 심란해했다.이서정은 민씨 집안의 도움으로 이서를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이서정의 행동은 이 상황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서에게 조금도 타격을 입히지 못했을 뿐 아니라 덕분에 지환과 이서의 감정이 급속도로 깊어지게 되었다.예솔은 이서와 지환이 오늘 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파티하는 장면을 상상하고는 분통을 터뜨리며 자신이 직접 가서 이서를 죽일 수 없는 것이 한스러웠다.예솔은 차마 그럴 수 없었다.지환는 예솔에게 도저히 어길 수 없는 명령을 내렸다. 예솔이 화영에 나타난다면 아마 박씨 집안과 하씨 집안의 관계는 그대로 끝나버릴 것이다.‘그렇게 되면 지환 씨와는 이대로 끝인 거잖아.’예솔은 몇번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지호를 비웃듯 바라보았다.“맘 접으세요. 저는 앞으로도 오빠랑 같이 편먹을 생각 없으니까요.”이 말을 남기고 예솔은 밖으로 나갔다.지호는 밖으로 나가는 예솔의 뒷모습을 보고 천천히 입꼬리를 올리며 웃기 시작했다.“예솔이 너 혼자 힘으로는 윤이서를 상대할 수 없는데 그걸 모르네.”지호가 서류 위에 놓인 이서의 사진을 내려다보았다. 지호는 이를 더 악 물었다.‘평소에는 여자에 별 관심도 없던 네가 지금 이 사진 속 여자를 그렇게 필사적으로 지키고 싶다는 거지? 그럼 그게 네 약점이 되는 거고, 나는 그걸 이용할 수 있는 거고.’꿈 속에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던 이서가 갑자기 눈을 떴다. 밖은 여전히 날이 새기 전이었다.“무슨 일이야?”이서가 눈을 뜨자마자 지환이 함께 잠에서 깨며 물었다.“별일 아니에요.”그녀는 꿈 속에서
누워있던 이서가 다시 눈을 뜨고 지환을 바라보았다.“왜요?”그녀의 예쁘고 깨끗한 눈동자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지환은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아무것도 아니야, 자.”이서는 지환이 좋아하는 달달한 미소를 지으며 지환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당신한테 비밀 하나 말해줄게요.”지환은 재빨리 하연 쪽으로 다가왔다.이서가 고개를 살짝 들더니 지환의 얼굴에 순식간에 뽀뽀를 했다.“자, 이제 안심되죠?”이 말을 하면서 이서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지환의 눈에 이제야 불안이 사라졌다. 이서가 혹시 은철과 만나려는 것은 아닌가 걱정했던 것이다.천진난만한 이서의 웃는 눈을 보자 지환의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한결 가벼워졌다.‘처음부터 다 말했으면 좋았을 것을.’그는 천천히 다시 누워서 이서를 꼭 껴안았다.온 힘을 다해 이서를 자기 몸의 일부분으로 새겨 넣고 싶은 마음이었다.……날이 밝았다.아침식사 후 이서는 출근길에 올랐다.이서는 어제 심소희를 도와 임현태를 시험해 보겠다고 했던 약속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차에 오르자마자 현태에게 말했다.“현태 씨, 제가 할 말이 있는데요.”“말씀하세요.”“제가 소희 씨 남자친구 찾는 거 도와주려고 하는데요, 소희 씨 같은 성격은 어떤 남자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이서는 이 말을 하며 현태를 계속 지켜보았다.현태의 표정은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심소희 씨는 어째서 갑자기 남자친구를 찾는 건데요?”“소희가 올해 22살밖에 안됐지만, 좋은 남자는 임자가 빨리 나타나는 법이니까요. 안그러면 25살 돼서 다른 사람들이 다 주워가고 남은 사람 중에 고를 수밖에 없잖아요.”현태는 잠시 진지하게 생각하고 말했다.“아가씨, 이런 일은 본인에게 직접 물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겠죠.”이서가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창문에 기댔다.“그러면, 소희가 손 부장님 같은 사람과 가정을 꾸리며 사는 건 어때요?”현태
“좋아, 확실히 괜찮아 보이네.”“나가주세요!”이서가 나가달라고 하는 말에 성지영은 곧 안색이 변하여 눈물을 쏟기 직전이었다.“이서야, 이 윤씨 집안은 네 혈육이잖니, 네 할아버지, 네 아빠를 비롯한 몇 대째 가족들의 피와 땀으로 일군 건데 너는 어떻게 엄마를 보자마자 나가라고 할 수 있어?”이서는 어머니와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어머니가 나가지 않으면 사람 불러서 끌어낼 거예요.”이서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체면도 전혀 신경 써주지 않고 무안을 주자 두 손을 허리에 얹고 잔뜩 화가 나서 소리쳤다.“네가 믿건 말건 나는 윤씨 집안 재산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다 거둬들일 수도 있어.” 이서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어머니가 무슨 수로요? GM 그룹이 지금 어머니 손에서 어떻게 되고 있는지 보세요! 한번 따져 보시라고요. 어머니 시대에의 피땀으로 이룬 건 맞지만 지금 발전하고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고요!”“너! 너 잘 들어. GM 그룹은 윤씨 가문 소유야, 네가 다 물려받을 걸로 착각하지 마!”“작은어머니!”윤수정이 문 밖에서 성지영의 목소리를 듣고 한달음에 달려들어와 성지영을 잡았다. 갑자기 나타난 윤수정 때문에 성지영은 하던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성지영과 윤수정이 오늘 회사에 온 것은 며칠 전에 하은철이 이서를 찾아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은철을 다시 만나거나 다른 마음을 품으면 안된다고 경고하기 위해 일부러 이서에게 온 것이다.잘 지내고 있는 이서를 곤경에 빠뜨리려는 속셈이었다.생각지도 않게 수정이 화장실에 갔을 때 성지영은 이서의 실제 상황을 말해버릴 뻔했다.수정은 이런 모습의 성지영에게 할 말을 잃었다.성지영은 급하게 자기 입을 틀어막았다. 하마터면 큰 실수를 할뻔한 것을 알고 수정을 쳐다보았다.수정은 이서에게 화풀이하기에는 주변에 보는 눈들이 너무 많아서 겨우 말 한마디밖에 할 수 없었다.“언니, 오랜만이예요.”이서는 수정과 안부를 전하며 이야기하는 것이 시간낭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