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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화

예솔은 지호의 손을 인정사정 없이 뿌리쳤다.

“오빠 같은 괴물을 도울 순 없어요.”

지호의 얼굴빛이 매우 어두워졌다. 하지만 금새 표정을 바꿔 봄바람처럼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생각할 시간을 줄게. 나랑 힘을 합칠 것인지 아니면 쭉 저런 비뚤어진 인간들 편에 설건지.”

예솔은 파르르 떨릴 정도로 두 주먹을 단단히 쥐고 CCTV 속에서 울고 있는 이서정을 보며 심란해했다.

이서정은 민씨 집안의 도움으로 이서를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이서정의 행동은 이 상황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서에게 조금도 타격을 입히지 못했을 뿐 아니라 덕분에 지환과 이서의 감정이 급속도로 깊어지게 되었다.

예솔은 이서와 지환이 오늘 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파티하는 장면을 상상하고는 분통을 터뜨리며 자신이 직접 가서 이서를 죽일 수 없는 것이 한스러웠다.

예솔은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지환는 예솔에게 도저히 어길 수 없는 명령을 내렸다. 예솔이 화영에 나타난다면 아마 박씨 집안과 하씨 집안의 관계는 그대로 끝나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환 씨와는 이대로 끝인 거잖아.’

예솔은 몇번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지호를 비웃듯 바라보았다.

“맘 접으세요. 저는 앞으로도 오빠랑 같이 편먹을 생각 없으니까요.”

이 말을 남기고 예솔은 밖으로 나갔다.

지호는 밖으로 나가는 예솔의 뒷모습을 보고 천천히 입꼬리를 올리며 웃기 시작했다.

“예솔이 너 혼자 힘으로는 윤이서를 상대할 수 없는데 그걸 모르네.”

지호가 서류 위에 놓인 이서의 사진을 내려다보았다.

지호는 이를 더 악 물었다.

‘평소에는 여자에 별 관심도 없던 네가 지금 이 사진 속 여자를 그렇게 필사적으로 지키고 싶다는 거지? 그럼 그게 네 약점이 되는 거고, 나는 그걸 이용할 수 있는 거고.’

꿈 속에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던 이서가 갑자기 눈을 떴다. 밖은 여전히 날이 새기 전이었다.

“무슨 일이야?”

이서가 눈을 뜨자마자 지환이 함께 잠에서 깨며 물었다.

“별일 아니에요.”

그녀는 꿈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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