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311 - 챕터 320

1033 챕터

제311화

“허튼소리 하지 마!”전연우는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 침대에 던졌다. 그 바람에 그녀의 머리가 침대 머리에 강하게 부딪혔다. 옅게 빛나는 달빛이 남자의 건장한 몸집을 비췄다. 그는 외투를 벗어 던지고 그녀의 몸을 짓눌렀다.“불꽃놀이 좋았어? 나도 네 기억을 되살려줄까?”장소월은 손을 짚고 일어나려 했으나 종아리가 눌리는 바람에 다시 누워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또다시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고 이어 그녀의 목을 사정없이 깨물었다.“너 질투해? 전연우! 네가 무슨 자격으로 질투하는 거야? 오늘 아빠가 너한테 한 말 잊지 마! 너도 나랑 강영수가 이어지길 바라는 아빠의 생각을 읽었잖아! 강영수한테 들키는 게 두렵지도 않아? 그때가 되면 강씨 집안은 물론이고 아빠도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 똑똑히 알아둬. 넌 지금 일시적인 충동 때문에 네가 공들여 쌓은 탑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걸!”그가 몸을 들어 올리고는 어두운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했다. 이어 그의 얼굴에 악마같이 잔혹한 미소가 걸렸다.“그래서 뭐? 지금 하려는 것이 내가 원하는 일에 전혀 방해되지 않는데?”그 순간 그는 그녀를 거칠게 몰아붙여 고통스럽게 눈물을 흘리며 살려달라고 빌게 하고 싶었다.하지만 아직 붙잡고 있는 한 가닥의 이성이 그 충동을 억눌렀다.몸 안에 들끓는 욕망을 분출하는 방법엔 오직 삽입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수백 가지의 방식으로 그녀의 몸을 끊임없이 탐할 수 있다.그는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힘으로 그녀의 목을 조르고 귓가에 속삭였다.“강영수와 잤다는 말이 내 귀에 들어오면 3일 내내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할 줄 알아. 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거든!”“전연우... 넌 쓰레기야.”그녀는 힘껏 그의 어깨를 깨물었다.남자가 통증에 얼굴을 찌푸렸다.두 시간 뒤...장소월의 피부는 온천이라도 한 듯 온몸이 붉어져 있었다. 그녀는 분노 어린 눈으로 침대 옆에서 바지를 입고 있는 남자를 쏘아보았다.전연우는 확실히 자신의 욕구를 만족했다. 하지만... 장소월은 온몸에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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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전연우! 그런 말을 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아?”“착하지.”욕실 안에서 한 시간을 넘게 출렁인 끝에 드디어 그녀도 만족을 얻었다. 이어 남자가 온몸이 나른해져 욕조에 기대어 있는 장소월을 안아 물에서 꺼내고는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주었다.장소월은 이불 속에 들어가 침대 중앙에 누웠다.그녀는 밤새 몸이 너무 뜨거워 이불을 박찼다. 하지만 시원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뜨거운 화로를 끌어안은 것처럼 달아올랐다. 그럼에도 너무 피곤해 움직일 수 없어 그대로 잠들었다...다음날 새벽, 부드러운 햇살이 커튼 틈 사이로 쏟아져 들어왔다.침대 옆 인기척을 느낀 장소월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안으로 파고 들어가 다시 잠을 청했다.전연우는 옷을 입으며 둥둥 부어오른 이불을 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러시아에서 출발해 서울에 도착하는 비행기가 여덟 시에 착륙했다.아홉 시, 강용은 비행기에서 내린 뒤 병원으로 향했다.병원 로비에 꽃집이 있어 꽃 한 다발을 사 들고 입원 병동으로 걸어 들어갔다.15층에 도착하자 간호사가 다가와 말했다.“도련님.”“깼어요?”“아직이요. 환자분은 오늘 새벽 네 시에 잠드셨어요.”강용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일 보세요.”“네. 도련님.”심유는 시시때때로 발작하는 병을 앓고 있다. 최근 날이 추워진 탓에 하룻밤 사이에 쓰러진 것이다.소식을 들은 강용은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돌아왔다.그는 병실로 들어가 꽃다발을 내려놓고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잠시 후 소파에 누우니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었다.얼마가 지났을까, 옆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그녀가 깨어났다.심유의 창백하고 허약한 얼굴을 본 강용이 자리에 일어나 앉았다.“언제 깼어요?”가디건을 걸치고 부드러운 긴 머리를 늘어뜨린 심유의 모습은 영락없는 귀부인이었다.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그의 옆에 앉아 바닥에 떨어진 담요를 주워 그의 다리에 덮어주었다.“조금 전에 깼어. 널 걱정시켰네. 그냥 늘 앓던 고질병일 뿐이니 앞으론 이렇게 급히 돌아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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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뭐 볼 게 있다고요? 여전하겠죠 뭐.”강용이 껍질을 깎은 사과를 먹기 좋게 잘라 접시에 담고 포크를 꽂아 심유에게 건넸다. 자신은 자르고 남은 사과 씨 부분을 베어 물었다.“어찌 됐든 영수는 네 형이야. 명절이니 너도 집에 가야지.”“형은 예전에 살던 집에 갔어요.”그 말에 심유의 낯빛이 어두워졌다.강일주는 전부인과 이혼한 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심유를 집에 들였다. 심유는 예전 시골 출신의 연극배우였다. 16살 때 시골에 내려와 학생을 가르치던 23살의 청년 강일주를 만났다.두 사람은 서로 한눈에 반했다.두 사람이 사귄 지 2년째 되던 해에 강일주는 서울로 돌아갔다.이후 심유는 3년 동안 그를 기다렸다. 그 사이에 강일주는 한 번 그녀를 보러 돌아왔었는데 그때 잠자리를 했고 3개월 후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했다.하지만 이후 강일주는 이미 다른 여자와 결혼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는 인씨 집안 아가씨와 3년 동안 결혼 생활을 이어오고 있었고 아이도 한 명 낳았는데 그 아이가 바로 강영수였다.강씨 집안에선 그녀와 강일주가 첫눈에 반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녀의 저급한 신분 때문에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또한 인씨 집안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그녀에게 거액의 돈을 줘 강일주와의 인연을 깨끗이 끊어내게 하려 했다.심유는 그 돈을 거절하고 혼자 실망감에 저려진 채 강일주의 곁을 떠났었다.하지만 그녀도 자신과 강일주 사이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그들의 아이는 강영수보다 3,4살 더 어렸다.심유는 미혼모로 살며 온갖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견뎌냈다. 아름다운 미모로 남자를 꼬드기다가 처참히 버려진 꽃뱀으로 여겨 모두들 곱지 않은 눈초리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부모님들도 그녀를 집에서 쫓아냈다. 하여 그녀는 혼자의 몸으로 강용을 데리고 어렸을 때부터 살던 마을을 떠나 서울의 한 어촌에 자리 잡았다. 그곳에서 그녀는 매일 허드렛일을 하며 네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를 키워냈다. 하루하루 힘들게 입에 풀칠만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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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강용이 말했다.“아버진 엄마를 보러 오셨어요?”심유가 따뜻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요즘 밤낮으로 내 옆에서 지켜줬어. 네 아버지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 쉬어야 해. 그래서 내가 집에 보냈어.”“의사 선생님께서 저녁에 다시 검사하러 오셔. 별다른 문제 없으면 퇴원해도 된대.”“감히 엄마한테 잘해주지 않으면 가만 놔두지 않을 거예요.”“됐어. 얼른 가봐. 나도 아래에 내려가야겠어. 저녁엔 우리 용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줄 거야.”“간호사와 함께 가세요.”“알았어.”강용은 몇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 하여 심유의 침대에 눕자마자 곧바로 잠들었다.심유는 간호사와 함께 아래층에 내려가 참았던 기침을 터뜨렸다. 손에 들고 있던 하얀색 손수건이 피로 얼룩졌다.“사모님...”심유는 평온한 얼굴로 덤덤히 말했다.“고질병일 뿐이에요. 괜히 쓸데없는 걱정을 할 수도 있으니 용이한테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네. 사모님.”심유는 피가 묻은 손수건을 쓰레기통에 버렸다.장소월은 12시가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났다. 영혼이 모두 빠져나간 듯한 모습이었다.어젯밤 일을 생각하니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역겨움이 밀려왔다.나쁜 자식!전연우는 새벽에 더럽혀진 침대 시트를 새것으로 갈았다. 장소월은 바닥에서 나뒹구는 시트를 주워 휴지통에 집어넣었다.하지만 만에 하나 다른 사람이 발견하고 이상한 생각을 할까 봐 다시 꺼내 더럽혀진 자국을 깨끗이 씻어낸 뒤 다시 던져넣었다.그때 은경애가 들어왔다.“아가씨, 입었던 옷을 저에게 주세요. 빨래하려고요.”“제가 할게요. 참, 아버지와 오빠는요?”이 아이는 왜 아직도 그 나쁜 놈에게 관심을 보이는 걸까?은경애는 자신의 속내를 숨기며 말했다.“어르신과 도련님은 장기를 두고 계십니다.”장소월이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늦게 일어난 걸로 아버지가 화를 내진 않으셨어요?”“오늘 아침 식사를 할 때엔 별말씀 없으셨어요. 하지만... 이상한 일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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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장소월은 문을 잠그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엄격히 금지시키고 있었기에 몰래 그려야만 했다.30분 뒤,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다급히 도구를 숨기고 문을 열었다.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본 순간 그녀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무슨 일이야?”전연우가 말했다.“내려와서 밥 먹어.”“알았어. 옷 갈아입고 내려갈게”그녀가 문을 닫으려는 순간 무언가 문에 끼어 내려다보니 전연우의 발이었다.“왜 이래?”“소월아, 오빠가 잠시 들어가서 앉을까?”그가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미쳤어? 곧 밥 먹는다며. 앉긴 뭘 앉아.”장소월이 그와 시선을 마주하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됐어. 마음대로 해.”그녀는 옷장에서 자주 입는 원피스를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집엔 따뜻하게 보일러를 틀었고 스타킹도 신었으니 춥지 않을 것이다. 옷을 갈아입은 뒤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고 귀 옆으로 몇 가닥의 머리카락을 내려놓았다.전연우는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그녀의 책을 한장 한장 펼쳐보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장소월은 어이가 없었다. 저 연기하는 것 좀 봐. 볼 게 뭐가 있다고.오늘 전연우는 연한 색 스웨터를 입고 있었는데 성숙한 남자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또한 남성미 짙은 그의 뚜렷한 오관이 눈에 띄었는데 특히 인상 깊은 건 무수한 비밀을 담고 있는 듯한 그의 한 쌍의 눈동자였다.이런 사람은 자신의 속내와 욕망을 숨기는 데에 능하다.예전 장소월도 수많은 파티에 참석해 적지 않은 준수한 외모의 모델이나 연예인들을 만나보았다.그들과 비교했을 때, 전연우의 외모는 그리 빼어난 편이 아니다. 하지만 전연우에겐 그만의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전연우와 시선을 마주해본 사람이라면 그는 셀 수 없이 많은 경험을 해온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느끼게 된다.그는 다른 사람이 갖고 있지 않는 살기를 풍기고 있어 사람들로 하여금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분위기 하나만으로 상대를 두려움에 떨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다.이런 사람은 그 누구를 상대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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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먼저 가세요, 신발만 갈아신고 바로 나갈게요.”장소월은 신발장 앞으로 가서, 굽 낮은 흰색 캐시미어 신발을 신었다. 아주 따뜻했고, 슬리퍼로 신어도 가능했다.아래층에 도착하자, 장해진은 이미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고, 찻상에 봉투가 여러 개 놓여있었다.규칙에 따르면 새해 첫날, 장소월은 순서대로 장해진에게 새해인사를 해야 했다.장해진은 전연우에게 그리 많은 규칙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장소월에게는 항상 엄격했다.하지만 백윤서는...그녀는 장해진이 집적 입양한 자식이 아니었으니, 장가에서 당연히 집안의 규칙을 지킬 필요가 없었다.장소월은 장해진의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아버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에는 더 건강하세요.”“일어나거라!”장해진은 두툼한 봉투를 건넸다.장소월이 두 손으로 봉투를 받으니, 적어도 200만 원의 두께였다.“감사합니다.”장소월은 진심에서 우러나는 미소를 지었다.전연우도 양복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냈다.“세뱃돈.”“괜찮아. 아버지가 이미 주셨어. 오빠 돈 벌기 쉽지 않잖아.”“윤서한테도 이미 줬어.”장소월은 백윤서를 쳐다보았다.백윤서는 웃으며 말했다.“받아, 연우 오빠도 꽤 많이 줬어!”장소월은 그의 봉투를 받았지만, 전연우는 손을 놓지 않았다.“새해 인사는 없어?”장소월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빠가 오래오래 살기를 바라고, 빨리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해서 내년엔 아버지가 손자를 볼 수 있기를 바랄게.”말을 마친 그녀는 거리낌 없이 한 손으로 봉투를 빼고 홱 돌아서 자리를 떠났다.돈 봉투를 만져보니 세뱃돈이 아니라 카드 같은 딱딱한 물건인 것 같았다.식사를 마친 장소월은 방으로 돌아가 장해진이 준 봉투를 뜯어보니 자그마치 200만 원은 들어 있었다.전연우가 준 봉투를 뜯어보니 안에는 은행 카드 한 장이 있었다!무슨 뜻일까?장소월은 불쾌해서 한쪽에 버렸다.단돈 1원 한 장이라도, 전연우의 돈은 구역질이 났다.장소월은 충전된 휴대폰을 켜고 메시지를 확인했다.어젯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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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일 봐. 다음에 통화하자.”강영수는 다시 장소월에게 집중했다.“내가 뭐하러 가는지 안 물어봐?”장소월은 어리둥절했다. 강영수가 무슨 일을 하든 자신에게 말할 필요는 없었다.게다가 장소월은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캐묻는 습관도 없었다.장소월은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얼른 일 봐. 비행기 늦겠어.”“응, 돌아오면 새해 선물 줄게.”휴대폰 속 남자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감정도 들어있지 않았다.장소월은 서둘러 말했다.“괜찮아. 이미 나한테 많은 걸 줬어. 더 이상 받을 수 없어.”“소월아, 우리 사이에 꼭 이렇게 예의를 차려야 해?”그의 목소리가 좀 가라앉았다.무엇을 하든 그녀는 항상 거절하기만 했다.어젯밤의 일로 그들 사이는 전보다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다.지금은 한 통의 전화 때문에, 원래 기분이 좋았던 강영수는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치는 것 같았다.장소월은 옷깃을 꽉 잡으며 말했다.“미안해. 그냥 네가 나한테 너무 많은 걸 준 것 같아서. 더 이상 받으면...”장소월의 미안하다는 말에 강영수는 기분이 좀 사그라들었다. 방금 그의 말투가 너무 사나웠다.매번 이런 식이었다. 그는 자신의 기분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강영수는 미간을 문지르며 말했다.“요즘 약을 잘 안 먹어서 말이 심했어. 미안해. 고의가 아니었어.”“아무리 바빠도 약은 제때 챙겨 먹어야지. 불필요한 술자리는 가지 마. 네 몸이 제일 우선이야.”사실, 강영수가 가장 듣고 싶었던 것은 그녀의 간단한 관심 인사뿐이었다.순간 정적이 흘렀다.장소월은 어색해진 분위기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강영수는 책상 위의 사진들을 보며 말했다.“곧 돌아가. 3일이면 돼.”“그래, 몸조심해.”“일이 있어서 이만 끊을게.”“응.”장소월은 전화를 끊은 후, 그제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고개를 돌려 이미 잠긴 문을 보았다. 이제 아무도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방으로 올라오기 전에 별일 없으면 방해하지 말라고 당부했다.장소월은 책을 챙겨 베란다로 향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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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백윤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며칠 전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분명 문제집을 챙겨왔어. 책상에 놓았는데 사라졌어. 학교에 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미안, 진짜 기억이 안 나.”백윤서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고, 전연우는 그녀의 긴 머리를 쓰다듬었다.“설 쇠고 나서 선생님께 하나 더 달라고 할까?”“전화해서 물어봤는데 고 선생님은 이미 싱가포르로 돌아갔어. 그리고... 꼭 완성해야 할 숙제가 있어. 아니면... 미안, 다 나 때문이야. 매번 오빠를 귀찮게 하네.”굳게 닫힌 문에 백윤서를 바라보는 전연우의 눈은 점점 깊어지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정 못 찾으면 내가 인씨네 집에 다녀올게.”백윤서는 즉시 전연우의 옷을 움켜쥐더니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나 오빠가 시윤이 만나는 거 싫어. 나 걔 싫단 말이야.”전연우는 백윤서의 손을 뿌리치고 손목을 들어 시간을 보더니 말했다.“저녁 식사 전에 돌아올게.”“오빠!”백윤서는 황급히 쫓아갔다.하지만 전연우는 멈추지 않고 큰 발걸음으로 나갔다.백윤서의 눈빛이 갑자기 싸늘해지더니,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밖의 상황을 알 리 없는 장소월은 책을 얼굴에 걸치고 깊은 잠에 빠졌다.바로 이때, 장소월은 돌멩이가 굴러떨어지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처음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지만 또 쿵 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멀쩡하던 화분이 갑자기 베란다에서 땅으로 떨어져 부서졌다.장소월은 얼른 일어나 상황을 살폈다. 베란다 가장자리에 이르니 갑자기 눈 부신 빛이 그녀의 눈을 비추었다. 장소월은 손으로 빛을 막고 눈을 가늘게 떴다.할 짓이 없어 돌로 남의 집 화분을 깨뜨리고, 또 반사경으로 그녀의 눈을 비춘 사람을 찾으려 했다.장소월은 고개를 숙이고 아래를 한참이나 쳐다보다가 집 뒷마당 담벼락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았다.강용 이 자식은, 검은색 바람막이를 입고, 선글라스를 귀에 건 채로 그녀를 쳐다보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손에는 여전히 거울을 들고 놀고 있었다.장소월은 황급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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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뭐해? 얼른 타!”장소월은 입을 오므렸다.“강용, 나 사실 외출하고 싶지 않아.”“집에서 바보처럼 있을래? 얼른 타! 나 얼어 죽겠어!”“어디 가는데?”“좋은데...”장소월은 결국 그의 차에 올라탔다. 그녀는 한 번도 이런 차를 탄 적이 없었다.강용은 고개를 돌려 그녀의 얼굴을 보더니 눈썹을 찡그렸다.그의 시선에 장소월은 이상해서 물었다.“왜?”강용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 고무줄을 잡아당겼고, 헬멧을 씌웠다. 떼어낸 고무줄을 자신의 손목에 맸다.“꽉 안아!”‘뭐라고?’장소월은 그의 말 때문인지, 날씨 때문인지 귀가 조금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장소월은 두 손으로 그의 옷 양옆을 살짝 잡았다.“꽉 잡았어. 출발해.”“말도 참 안 들어.”강용은 가죽장갑을 낀 손을 뒤로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고는 자신의 허리춤에 걸쳤다.“여기, 꽉 잡으라고.”다른 각도에서 보면, 장소월이 그와 친밀한 행동을 하고 있고, 딱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장소월은 그의 허리를 안고 있던 손을 옷자락으로 옮겼다.강용은 고개를 숙인 채 웃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액셀을 밟고 달려갔다.장소월은 바로 비명을 질렀다.“악!”그의 등에 부딪혀 놀란 나머지 장소월은 그의 허리를 필사적으로 끌어안았다. “강용. 속도 줄여!”“뭐라고? 안 들려.”“천천히... 천천히!”“뭐? 더 빨리? 좋아!”‘아’하는 소리와 함께 장소월은 날아갈 뻔했다.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고, 코너를 돌 때 장소월은 놀라서 감히 눈을 뜨지 못했고 떨어질까 봐 강용을 죽도록 껴안았다.강용이 일부러 이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귓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와 자동차 정적소리만 들렸다.장소월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가벼운 비웃음 소리가 들렸다.“언제까지 끌어안고 있을 거야? 계속 이러면 비용을 청구할지도 몰라.”장소월은 서둘러 자신의 손을 놓았다.“내려.”헬멧을 벗고 발을 땅에 디디는 순간, 두 다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강용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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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두 사람은 거리에 들어섰다. 길가의 원숭이 재롱을 보고 장소월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누군가 그릇에 돈을 주면, 원숭이는 돈을 가득 채운 그릇을 사장에게 주었고, 그 돈은 모두 사장의 호주머니에 들어갔다.어떤 사람이 500원짜리 동전을 주면, 원숭이는 그 돈을 받아 사장에게 깍듯이 인사를 했다.장소월은 순간 흥미를 느꼈다.“강용, 원숭이 설마 사람 말 알아듣는 거 아니야?”강용은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장소월을 보더니, 강제로 그녀를 끌고 갔다.“강용, 뭐 하는 거야! 아직 다 못 봤단 말이야!”“그냥 사기꾼이야. 원숭이 재롱이 뭐가 재밌다고. 가자.”“조금만 더 볼래.”“재미없어.”“한 번도 본 적 없단 말이야.”강용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손을 놓았다.“진짜 보고 싶어?”장소월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조금만!”“좋아, 5분만 시간 줄게. 아니면 오늘 여기 구경 다 못해. 오늘이 지나면 여기 노점상들 다 떠나.”“넌 역시 좋은 사람이야. 혹시 돈 좀 챙겼어?”‘원숭이에게 돈까지 주려고? 이 아가씨 참 보살이야.’강용은 주머니에 손을 넣어 지갑을 꺼냈다. 장갑을 입에 물고 벗은 뒤, 지갑을 열어 보지도 않고 5만 원짜리 지폐 두 장을 뽑아 그녀에게 주었다.“가서 체험해 봐.”장소월은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체험하는 데 10만 원이나 준다고? 강용, 너희 집 돈은 하늘에서 떨어져?”5만 원 짜리 지폐가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지금, 시장에서 보기 어려운 지폐였다. 그런데 단번에 두 장이나 주다니.딱 봐도 힘든 생활을 해본 적이 없는 도련님이었다. 너무 사치스러웠다.“잔돈 없어?”강용은 지갑을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면 아무거나 사서 거스름돈을 찾아올까?”“됐어. 귀찮게.”강용은 갑자기 지갑 밑에서 남은 동전 하나를 찾았다.“500원 있는데, 줄까?”“좋아.”장소월은 기뻐하며 동전을 받고, 몸을 돌려 원숭이 그릇에 넣었다.‘쯧쯧, 남에게 돈을 갖다 주는 어리석은 짓을 하다니, 장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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