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331 - 챕터 340

1033 챕터

제331화

남자가 결국 그녀의 몸에서 손을 떼고 운전석에 자리를 고쳐앉았다.“꺼져!”장소월은 단정히 옷을 입은 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차에서 내렸다. 병원에서 받아온 약도 차에 남겨둔 채 말이다.거실 청소를 하고 있던 오 아주머니의 눈에 다급히 집으로 들어오는 장소월의 모습이 들어왔다. 운 것 같았다.“소월 아가씨, 무슨 일 있었어요?”장소월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단 난간에 몸을 의지하며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날 밤이 지나고, 설날 당일, 심지어 그 후 연속 4, 5일이 지나도록 전연우를 만나지 않았다.전연우와 장소월이 장씨 저택을 떠나는 그 날, 장소월은 한창 집에 인사 온 친척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녀는 아버지가 그들을 배웅하라고 할까 봐 두려워 못 본 척 황급히 주방에 숨었다.그렇게 그녀는 평온한 설날 연휴를 보냈다.올해 장해진이 직접 주최한 회사 연말 파티에서 그녀는 남천 그룹의 영애로서 아버지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파티장에서 장소월은 단연 가장 돋보이는 미모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곳엔 남천 그룹의 협력 회사 대표들도 여러 명 참석했다. 회사 연말 파티라는 명목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의 또 다른 목적은 바로 장소월에게 남편감을 선택해주는 것이었다. 만약 강씨 가문과의 혼사가 성사되지 않는다면 남천 그룹과 우호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 협력 회사 가문과 혼약을 맺는 것도 꽤나 괜찮은 길일 것이다.강씨 가문의 규모는 장씨 가문의 열 배를 훨씬 뛰어넘는다. 때문에 장씨 가문에게 있어 강영수는 확실히 오르기 힘든 나무다.장소월의 자태에 매혹되지 않는 남자는 없다. 심지어 장해진과 비슷한 지극한 나이의 큰아버지 벌 되는 사람들의 눈빛도 예사롭지 않았다.장소월은 이런 자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에겐 선택권이 없었다.파티가 진행되는 동안 그녀는 여러 명의 명문 가문 도련님들과 연락처를 교환했고 파티가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장소월이 술 냄새가 진동하는 차에 올라탔다. 어둡게 굳은 장해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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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다른 용건 있어? 나 지금 밥 먹는 중이라 없으면 이만 끊을게.”“그래? 강영수 씨랑 같이 있는 거야?”장소월이 강영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그녀를 바라보던 강영수와 눈이 마주쳤다.“응.”“소월아, 나 연우 오빠랑 사귀기로 했어!”“그래. 축하해!”장소월의 덤덤한 목소리에선 그 어떤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우릴 축하해 줄 거지?”“응.”“고마워, 소월아!”드디어 백윤서와 결혼하고 싶었던 꿈을 이룬 건가?장소월은 이유 모를 씁쓸함이 밀려왔다.이제 보니 전연우는 한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그가 손에 쥔 것들을 모두 포기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단연 백윤서 단 한 사람뿐이다.전연우는 충분히 인시윤을 아내로 맞이하여 인씨 집안을 등에 업고 자신만의 상업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그랬다면 아마 강씨 집안과도 어깨를 나란히 했을 것이다.또한 인씨 집안이 버티고 있으니 더이상 온몸에 구정물을 뒤집어쓰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백윤서를 선택했다. 이는 전연우는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사람임을 의미한다.처음부터 알았어야 했다.사실 장소월은 아버지가 그녀에게 물었을 때 이미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챘었다.그녀는 이번 생에선 전연우와 백윤서가 순조롭게 사랑을 이어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랐다.전생에서의 백윤서에 대한 죄책감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장소월은 당시 아버지의 반응을 떠올리며 말했다.“두 사람이 사귀고 있다는 거 아버지가 아셔. 많이 화나신 것 같아. 조심해.”“걱정하지 마. 연우 오빠가 날 보호해 줄 거야.”보호라는 두 글자를 듣는 순간, 장소월의 머릿속에 백윤서의 얼굴에 피어난 환희와 행복감이 떠올랐다. 그녀는 이제 더이상 전연우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래.”전화를 끊은 뒤 그녀는 자리로 돌아왔다.강영수가 물었다.“빨리 집에 오라고 하셔?”장소월이 핸드폰을 내려놓고 고개를 저었다.“아니. 윤서 언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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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공부 분위기는 한껏 더 고조되어 개학 첫날부터 시험을 봤다.시험을 끝마친 뒤 이른 시간인 3시,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제운 고등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서울에서 살고 있어 학교 기숙사에 머무르는 학생은 몇 명 되지 않았다.지방에서 온 학생들까지도 학교 외부에서 셋방을 맡는 것을 선택했다.장소월이 물건을 정리하고 교실을 나서려고 할 때 고건우가 그녀를 사무실로 불렀다.사무실 안.“고 선생님,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잠깐 기다려.”고건우가 서랍을 뒤져 가장 밑에 깔려있던 시험지를 꺼냈다.“장소월 학생, 올림피아드 팀에 아직 관심 있어? 다음 달에 시합이 있어서 특별 티오를 신청할 수 있거든. 시합에 참가하고 싶다면 내가 널 시험장에 들여보낼 수 있어.”“모든 학교를 통틀어 이번 특별 티오는 단 한 명뿐이야. 넌 성적도 좋고 머리도 좋잖아. 너같이 훌륭한 학생이 참가하지 못한다면 선생님은 밤에 두 다리를 뻗고 편히 잠들 수 없을 것 같아.”장소월이 말했다.“만약 제가 거기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다면 서울대에 입학할 자격이 주어지는 건가요?”“당연하지!”그녀가 동의하자 고건우는 흥분하며 의자를 그녀의 앞으로 끌고 가 앉았다.“내 말 잘 들어! 정상적으로 실력 발휘만 한다면 넌 모든 학비를 면제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학금도 받을 수 있어... 또한 1년 동안의 해외 교환생 자격도 가질 수 있어. 만약 계속하여 해외에서 발전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돼.”“지금 조금 힘든 건 참아내면 돼... 대학교에 들어가면 하루에 수업이 4개 정도밖에 없으니까 많이 편해 질 거야. 하고 싶은 일들 모두 할 수 있어!”장소월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제가 뭘 해야 하나요?”“특별반에 들어가기만 하면 돼. 이 특별반은 다른 학교 학생들과 함께 꾸려진 거야. 기간은 올림피아드 시합 이틀 전까지야. 그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학생들 중에서 1등만 하면 돼. 네 실력이라면 분명 할 수 있을 거야.”“네.”장소월은 고건우의 사무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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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강용이 손에 쥐고 있던 꼬치로 접시를 툭툭 내리쳤다.“말 돌리지 말고 내 질문에나 대답해!”“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오빠가 위가 불편하다고 해서 같이 병원에 간 거야.”장소월은 거짓말을 할 때 항상 고개를 숙이고 상대의 눈을 피한다.그것을 모를 리 없는 강용은 단번에 이유를 추측해낼 수 있었다.야시장에서 그렇게 많이 먹고 저녁에 병원에 갔으니, 아마 위병이 났을 것이다.강용이 사장님을 향해 소리쳤다.“남은 건 취소할게요.”“왜 그래! 나 아직 배도 안 불렀단 말이야!”“다른 맛있는 거 사줄게.”“그럼 나한테 좀 남겨줘야 해!”강용은 한 손 가득 들고 도망쳐버렸다. 장소월에게는 먹다 남긴 소시지 반쪽만 남기고 말이다.사장님이 그들이 음식값을 지불하지 않고 도망칠까 봐 다급히 달려왔다.“아가씨, 아직 계산 안 했어요!”“괜찮아요. 제가 할게요. 얼마죠?”사장님이 말했다.“5천 원이에요.”장소월은 지갑을 꺼내 돈을 지불한 뒤 강용을 따라갔다.강용이 그녀를 기다리는 듯 속도를 늦추었다. 평소 이곳엔 많은 학생들이 와 음식을 즐긴다. 강용과 장소월이 함께 꼬치구이를 먹는 모습을 본 학생들은 자연히 두 사람이 연인 사이라고 생각했다.“저 둘 사귀는 거 아니야?”“그런 것 같아. 저번 학기에 강용은 하루가 멀다 하고 장소월을 만나러 1반에 갔잖아.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함께 도서관에 갔고.”“두 사람 잘 어울리는 것 같아.”“하지만 우리 아빠 말로는 장씨 집안과 강씨 집안을 이어준 사람이 바로 강한 그룹의 후계자라던데? 당시 장소월이 학교에서 정학 처분을 받고 잠깐 나오지 못하다가 다시 등교하던 날 함께 온 사람이 바로 그 강한 그룹 후계자였잖아.”“정말이야? 장소월 진짜 대단하네! 서울에서 제일가는 명문가 집안을 손에 넣고 주무르고 있잖아!”강용은 그녀를 데리고 환경이 비교적 좋은 생선 요리 가게에 갔다. 안엔 거의 모든 종류의 생선이 있었고 요리 방식도 다양했다.다 주문하고 나니 5만 원 정도 되는 가격이었고 강용이 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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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식사를 마치고 나니 4시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마침 강씨 집안의 운전기사가 장소월을 데리러 학교에 도착했다. 그녀가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갈 때 호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이 진동했다.강영수가 보내온 문자였다.「최근 기온이 떨어져서 추우니까 옷 많이 껴입고 다녀. 저녁에 오 집사한테 두꺼운 이불로 바꿔주라고 할까?」장소월은 문자를 보고는 곧바로 답장했다.「괜찮아. 아직은 별로 안 추워.」강영수는 더는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장소월은 문자를 하나 더 보냈다.「나 학교 끝났어. 먼저 집에 갈게.」「오늘 왜 이렇게 일찍 끝난 거야? 운전기사한테 말해뒀어.」「그래. 새 교과서를 받고 시험 하나 보고 나서 끝났어. 조금 전엔 강용을 만나 밥 먹었어.」강영수는 어두워진 눈동자로 화면을 보다가 답장했다.「알았어. 난 회의하러 들어가야 해. 저녁에 봐.」「그래.」장소월은 곧바로 강씨 저택으로 갔다. 흥취반 수업은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끝마쳤다.시간을 아껴 공부에 투자하기 위함이었다.강씨 저택.오부연이 마당에서 새로 온 도우미들에게 주의 사항을 일러주고 있었다.장소월이 차에서 내리자 십여 명의 도우미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소월 아가씨.”장씨 저택에선 이런 광경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장씨 저택은 별로 크지 않아 도우미가 4명 밖에 없었으니 강씨 저택과는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장소월은 긴장되는 마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그녀의 불편함을 눈치챈 오부연이 말했다.“다들 일하러 가세요.”“네.”도우미들이 자리를 떠난 뒤 오부연이 장소월에게 다가갔다.“아가씨, 평소보다 3시간 일찍 집에 오셨네요. 간식 준비해 드릴까요?”“아니에요. 이미 먹어서 배가 별로 안 고파요. 집사님 전 공부를 해야 해서 바로 방에 들어갈게요.”오부연이 공손히 웃으며 말했다.“그래요.”장소월은 몇 걸음 걷다가 고개를 돌렸다.“참, 집에 농어 있어요?”“아가씨, 농어를 드시고 싶으세요?”“저녁에 제가 농어 요리를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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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영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저도 몰라요.”장소월은 도우미로부터 답을 듣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진봉에게 전화를 걸었다.한참의 시간이 흘러서야 진봉이 전화를 받았다.“소월 아가씨?”“아직도 야근하고 있는 거예요?”진봉은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있는 남자를 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대표님께선 지금 회의 중이시라 늦은 시간에 퇴근하실 거예요. 아가씨는 내일 일찍 학교에 가셔야 하니 오늘 밤엔 기다리지 말고 먼저 주무세요.”진봉의 목소리는 확실히 평소와 달랐다. 또한 그녀는 핸드폰 너머로 누군가의 울음소리도 들었다....저녁 열한 시.“소월 아가씨, 기다리지 마세요. 도련님께서 하루 정도 집에 돌아오지 않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에요. 늦은 시간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으면 몸이 망가져요.”장소월은 소파에 앉아 문제를 풀며 말했다.“괜찮아요. 30분만 더 기다릴게요. 먼저 주무세요.”마지막 도우미가 방에 돌아가려던 순간, 현관에 서 있는 검소한 옷차림의 백발이 성성한 노부인을 발견했다. 그녀는 지팡이를 짚고 서서 집안에 앉아있는 장소월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도우미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사모님!”“영수가 데려온 아가씨가 바로 저 아이야?”“네.”“지금 뭐 하고 있어?”“도련님이 아직 안 들어오셔서 기다리고 있어요.”“알았어. 이만 가봐.”“네. 사모님.”장소월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노인 한 명이 흙으로 얼룩진 옷을 입고 지팡이를 짚고 들어오고 있었다.장소월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깥엔 희미한 가로등만 길을 밝히고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그녀는 한 번도 이 노부인을 본 적이 없다. 게다가 12시가 거의 되어가는 시간에 불쑥 나타난 사람이다.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최근 보았던 공포 영화가 떠올랐다.‘시골 귀신’“할머니... 시간이 늦었는데 왜 아직 집에 돌아가지 않으셨어요? 길을 잃은 거예요?”땅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본 순간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가씨, 날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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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장소월은 생선과 국물을 그릇에 담고 숟가락을 얹은 뒤 노부인에게 가져다주었다.“방금 꺼낸 거라 뜨거워요. 조심하세요.”“맛있네요.”“할머니, 길을 잃으신 거죠? 집이 어딘지 기억나세요?”바로 그때, 밖에서 차 소리가 들려왔다. 장소월이 내다보니 포르쉐 한 대가 문 앞에 정차되어 있었다.강영수가 병색이 완연한 얼굴로 차에서 내렸다. 아직 거실 불이 켜져 있었다.장소월이 아직도 안 자는 건가?그때 문이 열리더니 그녀가 하얀색 잠옷 차림으로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달빛이 그녀의 얼굴을 은은하게 비추었다.그녀를 본 순간, 가슴 속에서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피어올랐다.강영수는 큰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왜 아직도 안 자고 있어?”장소월이 살짝 긴장하며 치맛자락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이내 예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나 생선 요리를 만들었어. 아직 냄비에 있는데 한 번 맛볼래?”“나 먹이려고 만든 거야?”그 순간 진봉이 말했다.“소월 아가씨.”“진봉!”강영수가 눈짓을 하자 진봉은 즉시 입을 닫았다.장소월은 자신이 모르는 무슨 일이 생겼음을 감지했다.하지만 강영수가 그녀가 알게 되는 걸 원하지 않는 눈치라 묻지 않았다.강영수가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들어가자.”“참, 깜빡하고 말 안 했네. 안에 이상한 할머니 한 분이 계셔. 길을 잃어버리셨나 봐.”“그래?”강영수는 현관에 들어가 집안을 들여다보았다. 식탁에 앉아 국을 마시고 있는 노부인을 본 순간 화들짝 놀랐다.노부인이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도련님 오셨어요?”강씨 저택의 사람이었어? 말투를 들으니 강씨 저택의 하인이었던 것 같았다.“내가 국을 떠줄게.”장소월이 주방에 들어가 냄비를 들고 나왔다.강영수는 그릇을 꺼낸 뒤 젓가락 하나를 장소월에게 건네주었다.“고마워.”“아가씨, 고마웠어요. 난 강씨 저택의 도우미였어요. 나이가 들어 길을 잃고 헤매다가 여기까지 왔네요.”장소월이 말했다.“제가 모셔다드릴게요.”강영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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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강영수는 그레이 색 셔츠와 조끼 차림으로 손에 정장 재킷을 걸치고 이마를 짓누르며 내려왔다. 어젯밤 푹 쉬지 못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아직 식탁에 앉아 천천히 아침을 먹고 있는 장소월의 모습에 조금 놀랐다. 평소라면 이 시간이면 이미 학교에 갔을 테니 말이다.장소월이 그에게 인사했다.“좋은 아침이야!”“그래, 좋은 아침. 왜 아직도 안 갔어?”장소월이 덤덤히 말했다.“깜빡하고 핸드폰 충전을 못 했거든. 알람이 울리지 않아 일찍 깨지 못했어. 하지만 괜찮아. 이미 선생님한테 얘기했어.”“아침밥 먹을래? 오늘 죽 맛있어.”강영수가 그릇을 들고 힐끗 시간을 보고는 말했다.“그래.”이어 외투를 의자에 걸쳐놓았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강영수는 차를 몰고 장소월을 학교에 데려다주었다.마침 첫 번째 수업이 시작되는 시간이었다.강영수는 몸을 기울여 장소월의 안전벨트를 풀어주었다.“고마워. 그럼 난 갈게.”“하교 시간은 여전히 평소와 같은 그 시간이야? 내가 데리러 올까?”장소월이 대답했다.“나도 잘 모르겠어. 고 선생님께서 날 특별반에 넣어주셨거든. 그래서 저녁엔 수업하러 가야 해. 몇 시에 끝나는지는 아직 몰라.”강영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끝나면 나한테 문자를 보내. 저녁에 나도 야근할 테고 마침 방향도 같으니 함께 집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장소월이 말했다.“그래.”차에서 내린 뒤 장소월은 다시 몸을 돌렸다. 강영수가 그녀를 바라보며 차 창문을 내렸다.“왜?”장소월은 책가방 끈을 꽉 쥐며 말했다.“강영수, 매일 꼭 끼니를 챙겨 먹어야 해.”그녀가 물건을 차에 두고 내렸을 거라 생각한 강영수는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지극히 일반적인 걱정어린 당부였지만 정말 기뻤다.강영수의 검은 눈동자에서 따뜻함이 더 짙게 일렁였다.“알았어.”“갈게!”장소월이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집을 나설 땐 그녀가 가장 늦게 등교하는 사람일 거라 생각했지만 학교에 도착해보니 그녀보다 늦게 온 사람이 한 명 더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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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그때 밖에서 농구를 치던 남학생 몇 명이 걸어왔다.강용은 이마에 검은색 머리띠를 한 채 농구공을 안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공표란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본 순간, 강용은 손에 들고 있던 농구공을 휙 던져버렸다. 방서연이 곧바로 공을 받아안았다.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들을 버려두고 장소월에게 가는 강용의 모습에 한 아이가 중얼거렸다.“대체 장소월이 어디가 좋다는 거야? 술집에 안 가는 건 그렇다고 쳐. 심지어 게임까지 끊었어. 저번 학기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니까? 나 진짜 강용의 몸에 다른 누군가의 영혼이 들어온 건 아닌지 의심이 들어.”허철이 콧등에 걸린 안경을 올리며 못마땅한 듯 말했다.그는 그저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갈 뿐이다.좋아하는 사람이 이토록 훌륭한데 강용이 어떻게 노력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만약 장소월을 햇살에 비유한다면 강용은 해를 따라가는 해바라기와도 같다.“이봐, 아가씨... 날 못 믿어서 직접 확인하는 거야?”강용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난 그저 내 성과를 보고 싶었을 뿐이야. 잘했어. 계속 노력해.”장소월은 칭찬 한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뜨려 했다.“그냥 이렇게 가려고? 상은 안 줘?”장소월이 몸을 돌리고 걸어갔다.“상은 이제 매일 아침 자습을 할 수 있다는 거야! 난 이만 수업하러 갈게!”참 장소월 다운 말이다.점심엔 전교에서 대이동이 진행되었다.강용은 단번에 1층 교실에서 장소월의 옆 반에 옮겨왔다.그가 문신이 새겨진 길고 곧게 뻗은 손으로 한창 문제를 풀고 있는 장소월의 책상을 두드렸다.“아가씨, 밥 먹으러 안 가?”장소월이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난 됐어. 혼자 먹으러 가. 난 아까 매점에서 빵을 사 왔으니까 대충 먹으면 돼. 아직 몇 문제 남았어.”그때 화장실에서 나온 백윤서가 창문에 몸을 기대고 있는 강용을 발견했다.“강용, 이번 시험 잘 봤더라? 축하해!”백윤서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소월이랑 밥을 먹으려고 온 거야? 우리 같이 가자!”장소월은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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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서울 강남 병원으로 가. 도착하면 전연우한테 연락해. 수술할 때 보호자의 사인이 필요해.”“알았어.”장소월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서철용을 불렀다.수술 전, 서철용은 검사를 진행했다. 그녀의 자궁에서 감염이 일어나 큰 출혈이 생긴 것이었다.“왜 이제야 온 거예요. 이미 감염이 일어났잖아요.”장소월은 수술대에 누워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이게 바로 당신들이 원했던 거잖아요.”서철용이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전연우는 소월 씨를 너무 많이 봐줬어요. 나였다면... 그 정도 약으론 턱없이 부족했을 거예요.”그가 고개를 돌려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는 말했다.“환자복으로 갈아입으면 수술을 시작할 수 있어요. 잘 생각해요. 자궁을 들어내면 영원히 임신할 수 없어요.”장소월이 처량하게 미소를 지었다.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려 머리카락을 적셨다.“... 나한테 다른 선택은 없잖아요.”당장 목숨이 끊어져도 이상할 것 없는 나약한 모습이었다. 그때 서철용의 머릿속에 예전 그 여자가 떠올랐다. 그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시름시름 앓다가 2년도 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었다.전연우가 소식을 듣고 수술실로 급히 달려와 동의서에 사인을 했다.“어떻게 됐어?”“지금으로선 적출 수술을 제외하고 아무런 방법도 없어.”그때 강용은 벽에 기대어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며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당신들 장소월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장씨 집안 아가씨가 굴러온 돌에 처참히 당하다니. 이봐, 전씨... 대단하네!”서철용이 그를 힐끗 보고는 다시 전연우에게 시선을 돌려 물었다.“아는 사람이야?”전연우의 깊은 눈동자엔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강용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수술은 언제 끝나?”“한 시간 정도 뒤면 끝나.”서철용이 빙그레 웃으며 강용에게 말했다.“간단한 맹장 수술이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여자친구는 곧 나올 거예요.”“내가 바본 줄 알아요? 대체 누가 맹장염으로 그렇게 많은 피를 흘려요!”휴. 이 아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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