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341 - 챕터 350

1151 챕터

제341화

더러워진 수술 도구를 폐기하러 소각실로 향하던 간호사는 안에서 들려오는 싸움 소리에 다급히 멀리 몸을 피했다.사무실 안엔 옅은 피비린내가 가득 차 있었다.용기 안에 들어있는 이상한 모양의 붉은 고깃덩어리엔 감염 흔적이 확연히 드러나 있었다. 바로 장소월의 몸에서 나온 기형 자궁이었다.“처음에 아직 되돌릴 기회가 있다고 했던 건 널 위로하는 말일 뿐이었어. 이걸 좀 봐. 이미 감염이 진행됐어. 본래의 모양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잖아. 계속 장소월의 몸에 남아있으면 악화만 될 뿐이야. 빨리 적출해내지 않는다면 목숨도 보장하지 못해.”서철용이 용기를 들어 전연우에게 보여주고는 덤덤히 휴지통에 던져버렸다.“아이를 낳지 못하면 입양하면 되잖아. 불임임에도 불구하고 장소월에게 목맬 남자는 많을 텐데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게 그렇게 중요해?”서철용이 그의 검은 눈동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의 몸에선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오싹한 분위기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왜 그래? 마음이 약해졌어? 아니면 후회라도 하는 거야?”서철용이 책상 위 담뱃갑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는 돌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전연우, 너 설마 장소월한테 다른 감정이 생긴 거야? 그런 장난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너와 장소월이 연인이 되면 하느님도 노할 거라고!”“쓸데없는 말 하지 마.”전연우는 짧게 한 마디 내뱉고는 방에서 걸어 나가다가 입구에서 다시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일을 깨끗이 처리해야 해. 아무도 이번 일을 알아선 안 돼.”“날 믿지 못하는 거야?”서철용은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담뱃불을 끄고는 이어 흰 의사 가운을 벗고 개인 휴식실에 들어갔다. 안엔 실 한 오리 걸치지 않은 아름다운 여자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듯 눈을 감고 있었다.서철용은 그녀가 자든 말든 개의치 않고 곧바로 이불을 들어 올린 뒤 여자의 몸을 뒤집고는 애무 하나 거치지 않고 곧바로 여자의 가장 깊은 곳으로 비집고 들어갔다.그때 잠에서 깬 여자는 두 다리를 남자의 허리에 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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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장소월은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죄책감에 눈을 피했다. 그녀는 왜 이런 죄책감에 사로잡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를 이용했다는 생각 때문일까? 아니면 그를 속였다는 것 때문에?강영수가 말했다.“의사 선생님께서 간단한 맹장 수술이니까 곧 몸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했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넌 그냥 병원에서...”장소월은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침대 머리에 기대어 앉아 눈을 내리깔고 이불 위 강영수의 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백옥같이 하얗던 그녀의 얼굴은 가엽도록 창백해져 있었다.“맹장 수술이 아니라 자궁 적출 수술이야.”강영수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솔직히 털어놓자 장소월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와 눈을 맞추지는 못했다.“맹장 수술이라고 한 건 아버지를 속이기 위함이야. 하지만 난 너까지 속이고 싶지 않아.”강영수가 물었다.“왜 그래야 하는데?”장소월은 용기를 한껏 끌어 올려서야 그와 시선을 맞출 수 있었다. 그녀가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아버지가 아신다면 난 애를 낳는 도구가 될 수 없어. 난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할 거고 대학에도 들어가지 못할 거야... 아마 누군가에게 팔려 가겠지.”결혼한 늙은 남자한테 팔려갈 가능성이 컸다. 그 연령대 사람은 이미 아이가 있으니 장소월이 아이를 낳든 말든 상관이 없을 테니 말이다.젊음과 아름다운 미모야말로 그녀의 최고의 자본이고 무기였다.“난 그러고 싶지 않아. 그래서 숨기려는 거야.”장씨 집안에서 그런 대접을 받으며 살았던 거였어?강영수가 그녀의 얼음장같이 차가운 손을 잡아주었다.“소월아, 두 사람이 정말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아이는 중요하지 않아!”하지만 장소월은 여전히 심장이 저려왔다. 의연히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의 눈동자 속엔 슬픔이 가득 담겨 있었다.“날 위로해줄 필요 없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 아무리 감정이 깊다고 해도 언젠가는 틈이 벌어지는 도화선으로 작용할 거야.”“영수야, 내가 강씨 집안에 가기로 결정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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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강씨 집안의 개인 의사는 우리 병원 의사 선생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실력 있는 선생님들이에요.”“그리고 환자분이 직접 요청해 퇴원한 거예요. 그래서 저희도 별다른 수가 없었어요.”백윤서가 손에 쥐고 있던 꽃다발을 내려놓았다.“아쉽네요. 소월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을 사 왔는데 정작 소월이는 이곳에 없네요.”“하지만 강 대표님 좋은 분 같았어요. 그분과 함께라면 환자분은 분명 행복할 거예요.”백윤서는 전연우의 무표정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바다같이 깊은 그의 눈동자에선 한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병실에서 나갔다.그렇게 소리 없이 사라진 장소월은 2주 동안 다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그 사이 강영수는 줄곧 그녀의 옆에서 회복을 도왔다. 완전히 나아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을 때까지 말이다.따사로운 햇살이 창문 옆 장소월의 침대를 비추었다. 얇은 잠옷 치마를 입은 장소월의 손목은 햇볕 아래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정교하고 예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살짝 컬이 들어간 머리카락은 하나로 묶어 왼쪽 어깨에 늘어뜨렸고 달 모양 목걸이는 그녀의 매혹적인 쇄골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얼굴색도 거의 회복해 생기가 돌았고 입술은 붉은 꽃물이라도 들인 듯 눈길을 사로잡았다.창밖 나무에 무성히 뻗은 가지 곳곳엔 파릇파릇 아지랑이가 돋아나왔다.개인 의사가 장소월의 몸을 살피고는 청진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소월 아가씨, 몸은 완전히 회복되었습니다.”“감사해요. 선생님.”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별말씀을요.”강영수는 장소월의 곁에 앉아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손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장씨 집안 쪽은 잘 처리했으니까 걱정하지 마. 학교엔... 내일 갈 거야?”장소월이 그의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그럼 내일 가는 거로 하자! 그전에 밖에 나가서 좀 걷고 싶어. 오랫동안 나가지 못했잖아.”“그래. 나랑 같이 가자.”강씨 저택 후원에 많은 희귀한 품종들이 심어져 있었다. 강영수가 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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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그녀가 강영수를 선택한 것인가?정확히 말하면 강영수가 그녀를 선택한 것이다.강영수가 사귀자는 말을 꺼냈을 때, 장소월은 전생의 비극이 반복될까 봐 두려워 잠시 망설였었다.떠나는 것과 남는 것을 두고 끊임없이 고민하기도 했다.하지만 그녀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할 시간을 주겠다는 강영수의 말이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다. 또한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겠다는 말도 했었다.그의 자상함과 세심함은 조금씩 그녀가 세운 방어막을 허물고 있었다.그녀는 종래로 이런 사랑받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강영수로부터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다.그녀가 어떤 잘못을 하든 강영수는 늘 옆을 지키며 괜찮다고 말하고는 해결해줄 것 같았다.그가 그녀의 자유에 간섭하지 않는다면 한 번 기대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오부연이 예전에 말한 적이 있다. 강영수는 한 여자를 오랫동안 사랑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 여자는 강영수가 차 사고를 당하자마자 그를 배신하고 다른 남자와 함께 해외에 가버렸다.그 후 지금까지도 아무런 소식도 없다.강씨 저택에 오기 전, 오부연은 그녀에게 강영수를 도와 당시의 트라우마 속에서 걸어 나오게 해달라고 부탁했었다. 하지만 그녀가 강씨 저택에 온 건 오로지 숨을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장소월은 아직 자신에 대한 강영수의 감정이 정말 사랑인지, 아니면 그녀에게 기대고 싶은 건지, 그것도 아니면 전 여자친구의 대체품으로 생각하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게 뭐든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이 취하고 싶은 것을 얻으면 되는 것이다.시간을 계산해보니 전연우도 곧 장해진에게 손을 쓸 것이다.그녀는 아무나 칼질을 해댈 수 있는 도마 위의 생선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게 살길은 도망치는 것 외엔 강영수의 곁에 머무르는 것밖에 없었다.장소월은 수술대에 오른 그 순간 이미 결심을 내렸어야 했다. 그녀는 처음으로 오직 자신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려고 마음먹었다.장소월은 집에서 몸을 회복하는 동안에도 학업을 놓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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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돈으로 맺어진 관계라면 떳떳하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그게 아니기에 장소월은 당당히 강영수와의 관계를 드러낼 수 있었다. 신문에 강한 그룹과 장씨 집안이 손을 잡고 중요한 몇 개의 계약을 맺었다는 기사가 실렸다.장해진이 딸 덕분에 강씨 집안이라는 거대한 배에 올라타게 된 것이다.이제 장소월의 앞에선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감히 함부로 말하지 못했다.인시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오랫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올림피아드 팀 쪽엔 여전히 한 자리를 점하고 있었다.시험 시간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장소월은 남는 시간이면 과외 선생님의 건의에 따라 영어로 된 소설책을 펼쳤다. 처음엔 한 권을 읽는 것도 힘들었지만 이젠 책의 내용을 대부분 이해할 수 있었다.점심시간, 장소월이 가져온 도시락을 꺼냈을 때 백윤서가 책을 안고 걸어왔다.“소월아... 그동안 잘 지냈어? 저번에 연우 오빠와 함께 병원에 갔었는데 넌 이미 퇴원했더라고. 그 후 널 보러 강씨 저택에도 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었어. 미안해.”장소월은 고개를 숙인 채 책을 펼치며 말했다.“난 잘 지내고 있어. 너도 오빠도 내 걱정은 할 필요 없어.”백윤서는 영문자가 가득 찍혀있는 장소월의 책을 보고는 물었다.“너 무슨 책을 보는 거야?”“war and peace. 전쟁과 평화.”백윤서가 약간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소월아, 아직은 이런 책을 볼 때가 아닌 것 같아.”“너 한동안 학교에 나오지 못했잖아. 내가 다 필기했으니까 가져가서 봐.”장소월이 말했다.“고마워... 난...”“그럼 여기에 놓고 갈게. 난 올림피아드 팀 수업에 가야 해.”백윤서가 필기장을 책상에 둔 채 교실을 나갔다.장소월의 말은 채 끝나지 않았다. 실은 그녀는 필요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그녀는 이번 특별반 시험에서 반드시 1등의 자리를 쟁취해야 한다.그 후 올림피아드 시합에서도 1등을 한다면 서울대에 직행할 수 있다.그녀는 강씨 집안에도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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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한 손으로 다 셀 수 없을 정도였다.그들이 함께 이렇게 많은 일을 했다니!장소월은 뭔가를 깨달은 표정이었다.“친구 사이에 이 정도는 정상 아니야? 밥 먹고 쇼핑하고, 전에... 너희도 윤서랑 하던 거 아니야?”과외를 해준 일은... 해변에서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강용이라는 걸 몰랐을 때, 그녀는 거절했다.거절한 이유는 간단했다. 강용이 그녀에 대한 태도 때문이었다.고등학교 2년 동안 강용은 항상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겼고 괴롭혔다. 그래서 6반 친구들이 하나둘씩 그녀와 멀어지고 따돌리게 했다.이것이 그녀의 성격이 괴팍해진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다른 사람과 왕래하지 않고 늘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졌다.그녀와 강용의 사이는 확실히 전보다 완화되었다.남들 눈에는 두 사람의 사이가 아주 가까워 보이지만, 2년 동안 강용이 그녀에게 한 나쁜 짓을 두 사람은 잊고 있었다.왜 백윤서를 해치려고 하냐며 그녀의 목을 조르던 강용...장소월은 그때 백윤서를 향한 그의 마음을 알게 되었고, 만약 그때 윤서를 해치려 한다고 인정했다면, 남자는 자신을 진짜 목졸라 죽였을지도 모른다.‘하지만 방금 방서연의 말은 강용이 날 좋아한다고 오해한 것 같은데? 아니면 내가 강용을 좋아한다는 뜻인가?’어떤 오해를 했든 간에, 모두 황당한 일이었다.강용과 백윤서는 단둘이 도원촌의 해변에 가서 한 지붕 아래에 묵었었다.백윤서가 막 전학 왔을 때, 두 사람에 대한 스캔들이 난무했고, 전교생이 그들의 관계를 알고 있을 정도였다.장소월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스러운 표정으로 방서연을 보았다.“강용은 계속 윤서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나랑 뭔 상관이야? 네가 방금 말한 일들은 모두 나를 구해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한 것일 뿐 다른 감정은 전혀 없어. 강용에게도 진작 말한 부분이고.”장소월은 방서연의 말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하!”강용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방서연이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니, 강용은 딱딱한 벽을 주먹으로 내리쳤다.갈라진 벽 틈에 옅은 핏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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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여학생은 마침 문 앞에서 지나가는 장소월과 마주쳤다.장소월은 입구에서 소리를 들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쓰러진 의자를 보고 장소월은 다가가 일으켜 세웠고, 방서연과 허철의 시선이 그녀에게 떨어졌다.방서연은 속으로 아직도 여기 올 낯이 있냐고 나무랐다.장소월은 그들을 보고, 또 온몸에 포악한 기운이 가득한 강용을 보았다. 손가락을 따라 내려온 피는 땅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 갑자기 폭발하는 강용의 모습을 그녀는 6반에 있을 때 이미 본적이 있었다.‘이 자식은 분명 조울증일 거야!’장소월은 더 묻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노트를 그의 책상에 올려놓았다.“이건 윤서가 나한테 준 노트야. 다 베껴쓰면 돌려줘. 그리고 의무실에 꼭 가봐.”말을 마친 그녀는 교실을 떠났다.옆에 있던 두 사람은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강용의 안색이 더 어두워졌으니, 지금 입을 열면 죽은 목숨이었다.강용은 핑크색 노트를 집어 들고 펼쳐보니, 확실히 장소월의 필체가 아니었다. 첫 페이지에 백윤서의 이름이 쓰여있었다.그는 가차 없이 노트를 반으로 찢어 쓰레기통에 버렸다.학교가 끝날 때까지 장소월은 노트가 찢어진 사실을 몰랐지만, 옆 반에서 백윤서에 관한 안 좋은 소문이 퍼졌다.장소월은 복도 옆의 창턱에 앉아 화장실에 가는 2반 여학생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오늘 누가 쓰레기통에서 백윤서 노트를 봤대. 그것도 반으로 찢어진 채로!”“그 두 사람 대체 무슨 상황이야! 휴, 우리는 시험이나 걱정하자! 강용이 왔으니 나도 이젠 꼴찌를 면하겠네.”강용이 백윤서의 노트를 찢었다?망했다!장소월은 고개를 돌려 뒷줄에 앉아 있는 백윤서를 보고 망설였다.마지막 교시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장소월은 2반으로 갈 생각이었다.청소하는 아주머니는 매일 교실에 아무도 없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와서 청소하곤 했다.학생들이 거의 교실을 떠나고 백윤서는 두 손을 뒤로하고 장소월에게 다가가더니 갑자기 바나나 우유를 건넸다.“오늘 네 것까지 챙겨왔어. 수업도 끝났는데 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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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고건우의 교무실에 가서 자료를 받고 특수반으로 향했다.특수반이라기보다는 변태반에 가까웠다.원래 3시간 수업으로 9시에 하교할 수 있었지만 기어코 10시까지 질질 끌었다.그들을 가르치는 사람은 돋보기를 낀 60~70대 노인이었다.남은 시간 1시간 30분으로 시험지를 풀어야 했고, 다 풀지 못하면 떠날 수 없었다.시험지를 빨리 푼다고 해도 먼저 갈 수 없었고, 끝까지 앉아 있어야 했다.장소월은 입을 가리고 하품을 하며 문밖의 사람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소월 아가씨 고생이 많으시네요. 매일 아침 7시에 등교해서 저녁 10시에 하교하고, 집에 돌아가 또 숙제를 12시까지 하시다니.”강영수는 창문을 통해 그녀를 바라보며 검은 눈동자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가득했다.“단지 이 나이에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야. 소월이는 늘 훌륭했어. 안 그래?”진봉은 고개를 끄덕였다.어떤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공부에 재능이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천부적인 재능이 아닌 자신의 노력으로 얻어야만 한다.이때 누군가 문밖의 사람을 발견했고, 적지 않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저 사람 누구야?”“설마 강영수 아니야?”“그럴 리가. 강한 그룹 대표가 왜 여기 와?”특수반에는 다른 학교 학생 말고도 지방 학교의 학생들도 있었다.강한 그룹의 대표는 10대 영향력 있는 표지 잡지에 실린 인물로 외모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는지 모른다.평소에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장소월은 손으로 이마를 짚고 눈을 가늘게 뜨고는 잠시 잠이 들었다. 교실 안의 소리를 듣고 궁금해서 문밖을 내다보았다.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을 보고 장소월은 흠칫 놀랐다.‘언제 돌아왔지?’교단에 앉아 돋보기를 끼고 있는 선생님은 눈을 치켜뜨고 기침을 몇 번 했다.이러면 학생들이 조용해질 줄 알았는데, 누군가 먼저 뛰쳐나갔다.“대박!”하나둘씩 뛰쳐나가기 시작했다.장소월의 책상이 하마터면 밀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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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왜 학교에 왔어?”장소월은 가슴을 감싸고 숨을 헐떡였다.“오 집사한테 전화하니까 네가 아직 집에 안 돌아갔다고 하더라고. 또 학교에 있겠구나 싶어서 걱정돼서 와 봤지.”강영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여기 학생들이 이렇게 열정적일 줄은 몰랐어.”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장소월은 아직 내려오지 않은 진봉을 걱정했다.“네가 어디 보통 사람이야? 다음부터는 그냥 나한테 전화해.”“전화가 안 통하는 걸 어떡해?”장소월은 ‘아’하고 그제서야 생각났다.“시험 보느라 전화를 꺼놨어. 미안! 앞으로 나 기다리지 않아도 돼. 회사 일도 바쁠 텐데.”“널 혼자 두고 내가 어떻게 마음이 놓여?”장소월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지금까지 그녀에게 이렇게 잘해주는 사람은 없었다.“진봉이 차를 학교 앞에 세웠어. 좀 걸어야 하는데, 내가 업어줄까?”장소월은 고개를 가로저었다.“괜찮아. 나 안 힘들어. 그냥 좀 졸려. 우리 가자.”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영수는 몸을 구부려 그녀의 두 다리를 잡고 가로로 안았다. 장소월은 놀라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아직 수업 안 끝났어. 다른 애들이 봐.”“보면 어때? 내 여자친구를 안는데 누가 뭐라 하겠어?”장소월은 아직 완쾌되지 않은 그의 다리가 걱정되었다.“힘들면 그냥 내려줘.”“아니, 안 힘들어.”한적한 오솔길, 길가에 불빛이 비치고 광선이 마치 하얀 눈송이처럼 떨어졌다.강영수는 천천히 걸으며 이 길을 최대한 오래 걷고 싶었다...함박눈이 어깨에 떨어졌고, 그는 고개를 젖혔다.“소월아, 눈 와.”고개를 숙여 품에 안긴 여자를 보니, 그녀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까마귀 깃털처럼 긴 속눈썹에 하얀 눈이 떨어지고, 피부는 마치 눈송이처럼 하얗고 부드러웠다. 동화 속에 나오는 잠자는 미녀와 꼭 닮은 모습이었다.학교를 나서니, 진봉은 이미 차를 몰고 다가왔다.반대편 멀지 않은 곳, 검은색 승용차가 한 대 서있었다.“저거 설마 소월이예요? 이 시간에 왜 아직도 학교에 있죠?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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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그렇다, 감기로 사람이 죽지는 않는다. 다음날 하인이 열이 40도까지 오른 걸 발견하지 않았다면, 아마 그는 의사를 부를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때 이후로, 장소월은 풍습을 앓게 되었고 매일 많은 보약을 마셔야 했다. 약은 모두 독성을 가진 데다 오랜 지병을 앓고 있었기에 장소월의 몸은 점차 망가졌다.알고 보니... 사실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를 관심하고 있는 사람이 존재하고 있었다.다음날, 장소월은 역시나 늦게 깨어났다.아침 자습에 계속 참여하지 않으면 한 선생님이 그녀를 찾아와 담화를 나눌지도 모른다.그러니 내일은 절대 지각을 해서는 안 된다.“아가씨, 도련님이랑 같이 내려오지 않으셨어요?”장소월은 약에 꿀을 넣어 마셨더니, 그다지 쓰지 않았다.“아직 안 깨어나셨어요? 도련님이 내려오는 걸 못 봤어요.”“제가 올라가 볼게요.”위층에 올라간 장소월은 문이 닫히지 않은 것을 보고 손을 들어 두드리자 문이 휙 열렸다.웃옷을 입지 않은 그의 건장한 몸에는 근육이 가득했고, 손등부터 목까지 문신이 새겨졌다. 처음으로 완전한 문신 모양을 본 장소월은 모양이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어떤 짐승의 무늬는 아닌 듯 보였다.장소월은 이내 시선을 돌렸고, 강영수도 그제야 그녀가 뒤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침대 위의 회색 셔츠를 입고 단추를 채웠다.“학교 지각하는 거 아니야?”“오늘은 너도 왜 늦게 일어났어?”“해성에 일주일 동안 출장 갈 거야. 내가 없는 동안 오 집사가 너 약 잘 챙겨 먹는지 감독할 거니까 절대 거르지 마.”“그럼... 내가 출장 가서 입을 옷 좀 챙겨줄까?”강영수가 그녀를 위해 많은 일을 했으니, 그녀도 무언가 해주고 싶었다.“당연히 좋지.”이미 지각했으니, 몇 분 더 늦는 것도 두렵지 않았다.출장 짐을 싸는 건 장소월에게 아주 익숙한 일이었다. 트렁크 지퍼를 잠그고 일어서는데, 강영수가 갑자기 허리를 끌어안았고, 그녀는 몸이 굳어졌다.“왜... 왜 그래?”“네가 빨리 컸으면 좋겠다.”그는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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