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학교에 왔어?”장소월은 가슴을 감싸고 숨을 헐떡였다.“오 집사한테 전화하니까 네가 아직 집에 안 돌아갔다고 하더라고. 또 학교에 있겠구나 싶어서 걱정돼서 와 봤지.”강영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여기 학생들이 이렇게 열정적일 줄은 몰랐어.”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장소월은 아직 내려오지 않은 진봉을 걱정했다.“네가 어디 보통 사람이야? 다음부터는 그냥 나한테 전화해.”“전화가 안 통하는 걸 어떡해?”장소월은 ‘아’하고 그제서야 생각났다.“시험 보느라 전화를 꺼놨어. 미안! 앞으로 나 기다리지 않아도 돼. 회사 일도 바쁠 텐데.”“널 혼자 두고 내가 어떻게 마음이 놓여?”장소월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지금까지 그녀에게 이렇게 잘해주는 사람은 없었다.“진봉이 차를 학교 앞에 세웠어. 좀 걸어야 하는데, 내가 업어줄까?”장소월은 고개를 가로저었다.“괜찮아. 나 안 힘들어. 그냥 좀 졸려. 우리 가자.”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영수는 몸을 구부려 그녀의 두 다리를 잡고 가로로 안았다. 장소월은 놀라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아직 수업 안 끝났어. 다른 애들이 봐.”“보면 어때? 내 여자친구를 안는데 누가 뭐라 하겠어?”장소월은 아직 완쾌되지 않은 그의 다리가 걱정되었다.“힘들면 그냥 내려줘.”“아니, 안 힘들어.”한적한 오솔길, 길가에 불빛이 비치고 광선이 마치 하얀 눈송이처럼 떨어졌다.강영수는 천천히 걸으며 이 길을 최대한 오래 걷고 싶었다...함박눈이 어깨에 떨어졌고, 그는 고개를 젖혔다.“소월아, 눈 와.”고개를 숙여 품에 안긴 여자를 보니, 그녀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까마귀 깃털처럼 긴 속눈썹에 하얀 눈이 떨어지고, 피부는 마치 눈송이처럼 하얗고 부드러웠다. 동화 속에 나오는 잠자는 미녀와 꼭 닮은 모습이었다.학교를 나서니, 진봉은 이미 차를 몰고 다가왔다.반대편 멀지 않은 곳, 검은색 승용차가 한 대 서있었다.“저거 설마 소월이예요? 이 시간에 왜 아직도 학교에 있죠? 오빠..
그렇다, 감기로 사람이 죽지는 않는다. 다음날 하인이 열이 40도까지 오른 걸 발견하지 않았다면, 아마 그는 의사를 부를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때 이후로, 장소월은 풍습을 앓게 되었고 매일 많은 보약을 마셔야 했다. 약은 모두 독성을 가진 데다 오랜 지병을 앓고 있었기에 장소월의 몸은 점차 망가졌다.알고 보니... 사실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를 관심하고 있는 사람이 존재하고 있었다.다음날, 장소월은 역시나 늦게 깨어났다.아침 자습에 계속 참여하지 않으면 한 선생님이 그녀를 찾아와 담화를 나눌지도 모른다.그러니 내일은 절대 지각을 해서는 안 된다.“아가씨, 도련님이랑 같이 내려오지 않으셨어요?”장소월은 약에 꿀을 넣어 마셨더니, 그다지 쓰지 않았다.“아직 안 깨어나셨어요? 도련님이 내려오는 걸 못 봤어요.”“제가 올라가 볼게요.”위층에 올라간 장소월은 문이 닫히지 않은 것을 보고 손을 들어 두드리자 문이 휙 열렸다.웃옷을 입지 않은 그의 건장한 몸에는 근육이 가득했고, 손등부터 목까지 문신이 새겨졌다. 처음으로 완전한 문신 모양을 본 장소월은 모양이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어떤 짐승의 무늬는 아닌 듯 보였다.장소월은 이내 시선을 돌렸고, 강영수도 그제야 그녀가 뒤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침대 위의 회색 셔츠를 입고 단추를 채웠다.“학교 지각하는 거 아니야?”“오늘은 너도 왜 늦게 일어났어?”“해성에 일주일 동안 출장 갈 거야. 내가 없는 동안 오 집사가 너 약 잘 챙겨 먹는지 감독할 거니까 절대 거르지 마.”“그럼... 내가 출장 가서 입을 옷 좀 챙겨줄까?”강영수가 그녀를 위해 많은 일을 했으니, 그녀도 무언가 해주고 싶었다.“당연히 좋지.”이미 지각했으니, 몇 분 더 늦는 것도 두렵지 않았다.출장 짐을 싸는 건 장소월에게 아주 익숙한 일이었다. 트렁크 지퍼를 잠그고 일어서는데, 강영수가 갑자기 허리를 끌어안았고, 그녀는 몸이 굳어졌다.“왜... 왜 그래?”“네가 빨리 컸으면 좋겠다.”그는 여
백윤서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장소월의 노트를 보고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소월아. 노트는 너한테 빌려준 건데 왜 강용에게 줬어? 지금 학교에서 다들 내가...”이것 때문이었구나!장소월은 재빨리 말했다.“미안해요. 언니 노트를 강용에게 주는 게 아니었어요. 베끼어 쓰라고 줬는데 찢을 줄 몰랐어요.”“소월아, 나도 너한테 이런 말 하고 싶지 않아. 다만 연우 오빠가 오해할까 봐 두려워. 너도 알다시피 우리 어렵게 사귀게 되었는데 이런 오해로 오빠 기분 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아.”“알아요, 만약 오빠가 오해하면, 제가 설명할게요.”백윤서는 그녀 책상 위에 있는 문제집을 보고는 물었다.“이 문제집 네가 샀어?”“고 선생님이 줬어요.”“그래? 올해 새로 나온 문제집인 것 같은데?”“그래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언니 필요하면 제가 복사해 놓을게요. 올림피아드 팀에서 풀던 문제보다 조금 더 어려울 거예요. 이제 겨우 절반밖에 못 풀었어요.”때마침 수업 종이 울렸다.장소월은 이 문제집을 먼저 그녀에게 빌려주고 오후에 돌려달라고 했다. 오전 마지막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자유 활동 휴강이었다.오늘은 1, 2, 3반에 주어졌다. 장소월은 여전히 교실에 앉아 패션 잡지를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잡지들은 모두 교실 뒤의 책장에서 아무거나 가져온 것이다.“장소월?”소리를 들은 장소월은 고개를 돌려 유리창을 두드리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 완자 머리를 묶고 얼굴이 약간 통통한 여학생이었는데, 좀 낯익은 얼굴이었다.“너?”“나 기억해? 옆 반 소현아야. 너 괜찮아? 오랫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아서 다시 안 돌아오는 줄 알았어. 너 괜찮은 거 확인했으니 됐어!”그녀의 눈은 크고 동그랗고, 단순하고 무해한 것이 마치 사슴 같았고, 웃을 때 눈이 초승달 모양으로 구부러져 더욱 귀여웠다.“저번엔 고마웠어!”“아니야. 참. 너 왜 아직도 교실에 있어? 농구 경기가 있는데, 잘생긴 오빠들 엄청 많대!”장소월은 빙긋 웃었다.“난 아
강용은 한 손으로 여자의 허리를 끌어안고 다른 손으로는 펜을 들고 문제를 보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그럼 무릎 꿇고 깨끗이 닦으라고 하면 되지.”다른 사람들은 모두 웃으며 재미난 구경을 하고 있었다.설채윤은 더러워진 발을 치켜들고 비웃으며 말했다.“뭘 봐? 무릎 꿇고 깨끗이 닦으라는 말 못 들었어?”“그.. 그래.”소현아는 서울 사람이 아니라 시골에서 올라왔다. 돼지고기를 팔아 많은 돈을 벌었고 나중에 서울로 이사와 고등학교 2학년 때 전학 온 것이다.하지만 이 학교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처럼 전학생에게 친절하지 않았고, 오히려 반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그녀의 집에서 돼지고기를 팔았기 때문이다.돼지고기뿐만 아니라, 인삼도 있고 녹용도 있고 다양한 장사를 하지만 친구들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고 계속 비웃기만 했다.“무슨 신발이 2천 만 원씩이나 하지?”문 어구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은 소현아는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이 미소를 지었다.“소월아!”방금 옆 반에서 장소월은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장소월은 다가가 값비싼 신발을 보았다. 확실히 최근 출시한 전 세계에 단 다섯 켤레밖에 없는 한정판이었다. 하지만... 장소월은 이것이 가짜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왜냐하면 그 다섯 켤레가 모두 그녀의 신발장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소월은 굳이 까발리지 않았다.“현아가 더럽힌 신발 세탁비는 내가 물어줄게.”장소월은 지갑에서 5만 원을 꺼냈다.“이거면 충분하지. 남은 돈은 택시 타고 다녀와.”“장소월? 왜 남의 일에 참견이야? 고작 5만 원만 주고 퉁치겠다? 이 신발이 얼마나 비싼 줄 알아?”설현아는 화가 나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지만, 장소월보다 머리 하나는 작았다.그녀는 돈을 장소월의 얼굴에 던졌다.“지금 뒤에 백이 생겼다고 내가 널 어떻게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은 마. 남의 일에 신경 끄고 꺼져.”“현아는 날 도와준 적이 있으니, 이 일은 꼭 참견해야겠어.”강영수라는 든든한 백이 없다고 해도 장소월은 이런 상황에서 돕
‘강용 전에는 멀쩡하더니 지금은 왜 미친놈처럼 굴지? 본성이 나쁜 애는 아닌데 대체 왜 저렇게 화가 났지? 내가 무슨 자격으로 저 자식을 상관하겠어? 계속 저러면 자기만 손해지!’올림피아드 시험이 곧 다가왔으니 소월은 다른 건 생각할 수 없었다.학교가 끝나고 장소월은 특수반에 갔다. 어젯밤 그 시험은 자격시험이었고, 결국 세 명 만 남았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칠판에는 어젯밤 시험 성적이 붙어있었고, 장소월은 단연 1등이었다.“누구는 든든한 백 있어서 좋겠다. 보름 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1등을 하고. 우리는 쟤 들러리야 뭐야? 기차를 몇 시간이나 타고 왔는데, 결국 내일 돌아가야 하잖아.”“됐어. 우리는 능력 있는 남자친구가 없잖아. 우리처럼 가난한 애들은 여기 와본 것만으로도 영광이지.”“쉿, 그만해!”여러 명의 시선이 장소월에게 쏠리더니, 그녀가 오는 것을 보고 즉시 입을 다물었다.비꼬는 말들, 그리고 곱지 않은 시선들, 모두 무언가를 조롱하고 있는 것 같았다.장소월은 담담하게 주위를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난 분명 내 실력으로 시험에 합격했어. 그런데 너희는 뭐가 불만이지? 지난번 시험이 불공평하다고 느끼면 한 번 더 보면 되겠네.”몇몇 남학생이 나서서 장소월의 편을 들었다.“그래도 전교 2등 하던 소월이가 굳이 이런 시험에서 불공정한 수단을 썼겠어? 거기 지방 애들, 수업도 제대로 안 듣고 땡땡이치고 쇼핑하러 가지 않겠나. 그 정성을 공부에 쏟았으면 남의 성적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겠네.”원래 수군대던 몇몇 여학생들의 얼굴은 갑자기 창백해지더니 아무 말도 못하고 가방을 메고 교실을 나갔다.떠나는 길모퉁이에서 갑자기 한 사람과 부딪혔다.백윤서가 들고 있던 자료는 모두 바닥에 떨어졌다.“미안, 미안. 고의가 아니었어.”“괜찮아. 너무 어두워서 내가 주의하지 못했어.”백윤서는 귓가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는 몸을 구부린 채 책을 주웠다.특수반에서 막 나온 몇몇 여학생들은 모두 멍하니 여자 옆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우리는 강한 그룹 대표 같은 남친이 없는 걸 어떡해!”두 사람은 아주 천천히 걸었고, 백윤서도 마침 뒤에 있던 여학생들의 말을 들었다. ‘소월이가 요즘 특수반에 있어서 집에 늦게 돌아갔구나. 그럼 진짜 올림피아드 팀에 다시 들어오려나?’장소월은 스테이플로 자료를 정리하다가 갑자기 검지에서 강렬한 따끔거림이 느껴졌다. 가늘고 하얀 손가락 사이에 새빨간 피가 맺히고 눈꺼풀이 동시에 뛰면서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다행히 녹슬지 않아서 따로 파상풍 치료를 할 필요가 없었다.저녁 9시 30분이 되어서야 수업이 끝났고, 장소월은 화장실에 갔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뒤를 보았지만 컴컴한 것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공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지, 왠지 누군가 몰래 그녀를 주시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장소월은 손에 남은 물기를 털고 교실로 돌아와 가방을 들고 떠날 준비를 했다.엘리베이터 앞에서 누군가 그녀를 잡아당기더니 비상계단으로 끌고 갔다. 장소월이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강한 술 냄새가 코를 찔렀고 음성 감지 제어 등이 켜졌다. 눈앞의 사람을 본 장소월은 순식간에 평온해졌다.강용은 술에 취했는지 그녀를 끌어안고, 자신의 온몸을 여자의 몸에 기대고 있었다. 뒤에 벽이 없었다면 장소월의 허리는 끊어졌을 것이다.“강용, 뭐 하는 거야!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변했어. 장소월, 너 번했어!”그의 말투는 사나웠지만 약간의 슬픔이 담겨있었다.“강용, 이거 놔! 이러면 곤란해!”장소월은 그의 얼굴을 밀었지만, 남자의 힘이 너무 셌다. 그녀의 허리를 꽉 껴안고 있어 꼼짝도 할 수 없었다.“여자친구도 생겼는데 이러는 건 좀 아니지?”장소월은 차갑게 말했다.“가짜야!”장소월은 흠칫 놀랐다.“뭐라고?”“여자친구 아니라고. 너 열 받으라고.”남자를 밀어내던 장소월의 손은 천천히 내려갔다. 순간 두 사람 모두 침묵을 지켰고, 귓가에 그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남자의 몸에서는 향수 냄새가 섞여 있었다...그녀는 뭐라 말하고
그녀는 강용을 힘겹게 부축해서 학교 밖으로 나갔다.강씨 집안의 기사가 차를 몰고 다가왔다.장소월과 함께 있는 사람을 보고 기사는 즉시 차에서 내려 그를 차에 태웠다.“아가씨, 왜 둘째 도련님과 같이 있는 거죠?”장소월은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설명하자면 길어요. 일단 먼저 돌아가요!”“죄송합니다. 일전에 노부인께서 허락 없이는 둘째 도련님을 절대 강씨 집안에 들이지 말라고 명하셨습니다.”장소월은 이 일을 잊고 말았다!“그럼 일단 셋집으로 가요.”장소월은 조수석 뒷자리에 강용을 태우고, 그에게 안전벨트를 매주고는 조수석에 앉아 길을 안내했다.어느새 한 골목에 도착했다. 장소월이 한동안 머물던 이곳은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장소월과 기사는 함께 인사불성이 된 강용을 부축하여 올라갔다.화단 밑에 숨겨둔 열쇠를 꺼내 문을 열고 벽 뒤의 등불을 만져 켜보니 집안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처럼 지저분하지 않고 깔끔했다. 계속 누군가 머물렀던 집 같았다.테이블 위에는 남은 반찬이 있었다.‘설마... 강용이 계속 여기서 지냈나?’강용을 침대에 눕히고, 기사는 그의 신발과 양말을 벗기고는 이불을 덮어주었다.장소월은 침대 위에 있는 사람을 보고 말했다.“제가 여기서 돌봐주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와서 봐 줄 만한 사람이 있을까요?”“사모님은 이 시간에 분명 잠드셨을 겁니다.”“그럼 됐어요. 제가 좀 더 생각해볼게요. 혼자 여기에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요.”강용의 어머니는 아주 아름답고 온화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지만 좀 몸이 약해 보였다.강용도 분명 어머니께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아가씨, 안심하세요. 둘째 도련님 별일 없을 거예요. 우리는... 아무래도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만약 큰 도련님께서 아신다면 분명 화내실 겁니다.”“그럼 우린 돌아가죠!”장소월은 강용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방의 불을 끄고 문을 닫았다.강용은 그녀에게 생명의 은인이자 좋은 친구이지만, 결코 남녀 관계가 될 수는 없었다.그녀가 좋
전생에 전연우와 살면서 깨우친 사실이다.장소월은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휴대폰을 켰다. 강영수가 여러 통의 전화를 걸어왔지만 그녀는 받지 못했다. 창문가에 서서 잠옷을 입고 머리카락은 약간 젖은 채로 강영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곧 연결되었고, 전화기 너머에서는 익숙한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직 안 잤어?”그녀는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았다. 그녀의 목에 있는 것과 같은 모양의 초승달이었다.“언제 돌아와?”남자는 피식 웃었다.“소월아, 아직 하루밖에 안 지났어. 정확히 말하면 15시간 12분밖에 안 지났다고. 왜? 학교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장소월은 긴장한 듯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자신의 심장박동 소리까지 들렸다.“너... 보고 싶어!”이 한마디를 하기 위해 그녀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머릿속에는 그녀가 전연우에게 수없이 이런 말을 했던 전생이 떠올랐다. 돌아오는 건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소리뿐이었다. 그가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가지는 소리! 더이상 방해하지 말라는 내연녀의 목소리!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장소월은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았고, 피가 뚝뚝 떨어졌지만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었다.강영수는 책상에서 벌떡 일어나 넥타이를 잡아당기고는 창가로 갔다.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고개를 들어 밝은 달을 바라보았다.“이쪽 일이 끝나면 바로 돌아갈게. 늦었어. 어서 자.”“끊지 마. 조금만 더 통화하면 안 될까?”“그래, 너 잠드는 거 기다릴게.”부스럭대는 소리, 그리고 이불 소리. 아마 잠자리에 든 모양이다.장소월은 이불 속에 누워 손을 머리에 베고는 머리맡에 휴대폰을 놓으니 여전히 통화 중으로 표시되어 있었다.“잤어? 아니면 아직도 바빠?”“방금 샤워했어. 조금 있다가 잘 거야.”“영수야... 나 이야기 들려주면 안 돼? 한 번도 자기 전에 누군가 이야기를 해준 적이 없어.”장소월의 어머니는 그녀를 낳은 후 바로 세상을 떠났다.어릴 때부터 오 아주머니가 그녀를 키웠고, 아버지는 그녀를 거의 안은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