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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뭐 볼 게 있다고요? 여전하겠죠 뭐.”

강용이 껍질을 깎은 사과를 먹기 좋게 잘라 접시에 담고 포크를 꽂아 심유에게 건넸다. 자신은 자르고 남은 사과 씨 부분을 베어 물었다.

“어찌 됐든 영수는 네 형이야. 명절이니 너도 집에 가야지.”

“형은 예전에 살던 집에 갔어요.”

그 말에 심유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강일주는 전부인과 이혼한 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심유를 집에 들였다. 심유는 예전 시골 출신의 연극배우였다. 16살 때 시골에 내려와 학생을 가르치던 23살의 청년 강일주를 만났다.

두 사람은 서로 한눈에 반했다.

두 사람이 사귄 지 2년째 되던 해에 강일주는 서울로 돌아갔다.

이후 심유는 3년 동안 그를 기다렸다. 그 사이에 강일주는 한 번 그녀를 보러 돌아왔었는데 그때 잠자리를 했고 3개월 후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강일주는 이미 다른 여자와 결혼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인씨 집안 아가씨와 3년 동안 결혼 생활을 이어오고 있었고 아이도 한 명 낳았는데 그 아이가 바로 강영수였다.

강씨 집안에선 그녀와 강일주가 첫눈에 반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녀의 저급한 신분 때문에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또한 인씨 집안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그녀에게 거액의 돈을 줘 강일주와의 인연을 깨끗이 끊어내게 하려 했다.

심유는 그 돈을 거절하고 혼자 실망감에 저려진 채 강일주의 곁을 떠났었다.

하지만 그녀도 자신과 강일주 사이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

그들의 아이는 강영수보다 3,4살 더 어렸다.

심유는 미혼모로 살며 온갖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견뎌냈다. 아름다운 미모로 남자를 꼬드기다가 처참히 버려진 꽃뱀으로 여겨 모두들 곱지 않은 눈초리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부모님들도 그녀를 집에서 쫓아냈다. 하여 그녀는 혼자의 몸으로 강용을 데리고 어렸을 때부터 살던 마을을 떠나 서울의 한 어촌에 자리 잡았다.

그곳에서 그녀는 매일 허드렛일을 하며 네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를 키워냈다. 하루하루 힘들게 입에 풀칠만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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