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881 - 챕터 890

1202 챕터

제881화

배준우는 고은영이 지나치게 관심하는 것을 듣고 마음속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중요하지 않아. 그걸로 네가 뭘 하려고?”고은영이 뭘 할 수 있을까? 그녀는 땅을 살 수조차 없다. 땅을 사려면 투자금이 정말 많이 들었기에 그런 큰돈이 고은영에게 있을 리가 없었다.고은영은 헛기침하면서 조금 민망한 듯 물었다.“그럼 팔 거예요?”배준우는 그제야 그녀의 뜻을 이해했다.‘이 계집애가 나한테 전화하기 전에 안지영하고 전화했겠네. 도대체 나태웅은 안지영을 얼마나 화나게 한 거야?’배준우가 말했다.“응 팔 계획이야. 적당한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한테.”판다는 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은 마음이 한결 놓였다. 안지영도 이미 동영 그룹에서 그 땅을 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이렇게 됐으니 고은영은 돌려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지영이가 그 땅을 사고 싶대요. 준우 씨가 가격을 얘기해 봐요.”“안지영이?”“네. 가격이 적당하면 준우 씨 지영이한테 땅을 팔아요.”가격은 고은영도 잘 몰랐지만 적당한 가격의 선에서 먼저 안지영을 생각해 주면 되는 것이었다.누구에게 팔든 팔면 되는 것이 아닌가?배준우는 바로 고은영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물었다.“방금 나태현이 다녀간 거 너도 알고 있지?”“네 알아요. 청아 씨가 나한테 말해줬어요. 그래서 병원에 오기 전에 준우 씨한테 말하지 않은 거예요.”배준우가 말했다.“나태현이 와서 그 땅을 사겠다고 했어.”“그럼 두 사람 얘기가 끝난 거예요?”고은영은 순간 긴장되었다.안지영이 고은영에게 부탁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전에 고은영을 그렇게 많이 도와줬으면서도 안지영은 이번에 처음으로 고은영에게 부탁한 것이었다.배준우가 말했다.“아직 아니야. 만약 안지영이 정말 필요하다면 오늘 안에 모든 서류를 준비해서 오라고 해.”아내와 친구 사이에서 배준우는 과감하게 아내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 이유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라 땅을 파는 것은 누구에게 팔든 다 똑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고은영의 전화를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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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2화

나태현은 불만이 있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화를 끊기 전에 배준우는 한 마디 덧붙였다.“이 일은 태웅이한테 처리하라고 해요.”배준우는 나태현에게 숨길 생각도 하지 않았다.나태웅이 처리하도록 하라는 말은 의심할 여지 없이 나태현에게 문제가 어디서 발생했는지 알려주는 것이었다.나태현이 대답했다.“그래. 고마워.”이 일에 대해 배준우를 탓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나태현도 더 말하지 않았다.‘근데 배준우가 나태웅이 처리하도록 하라고 해도 그 자식이 처리할 수 있겠어?’나태현은 이에 깊은 의문을 품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이 전에 안지영과 죽기 살기로 싸웠던 장면이 떠올랐다.두 사람은 몇 마디 더 주고받다가 전화를 끊었다.그런 다음 나태현은 바로 나태웅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때 나태웅은 회사에서 어제 안열의 일 때문에 아직도 화가 안 풀린 상태였다.나태웅은 방금 왕여에게서 하늘 그룹에서 장부 조사를 끝냈다는 소식을 듣고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다.나태현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보고 나태웅은 조금 짜증스럽게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너 어디야?”핸드폰에서 차가운 나태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태웅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회사에 있어. 왜?”“동성에 땅 배준우가 하늘 그룹에 팔기로 했대.”“뭐?”그 말을 듣고 나태웅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거친 숨을 뱉어냈다.하늘 그룹에서 하는 사람에 그 땅이 필요할 리가 없었다.그리고 안지영은 왜 하필 이 타이밍에 그 땅을 사려고 하는지 조금만 생각해도 문제가 뭔지 알 수 있었다.나태웅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나태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게 다 네가 저지른 일이야.”나태웅은 할 말이 없었다.“네가 무슨 수를 쓰든 그 땅 꼭 갖고 와야 해. 회사에서 그 땅에 대한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기획했다는 걸 알지?”그렇게 말한 뒤 나태현은 화를 내며 핸드폰을 던져 버리려다가 안심할 수 없어 전화를 끊기 전에 다시 소리를 질렀다.“여자는 네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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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3화

말할 필요도 없이 배준우의 추측이 맞았다.나태웅은 지금 너무 화가 나서 사무실에서 안지영에게 수십 통의 전화를 걸었다.안지영이 받지 않는 것을 보고 나태웅은 바로 하늘 그룹으로 달려 갔지만 안지영은 회사에 없었다.왕여는 나태웅의 뒤를 따라왔다가 프런트 직원에게서 안지영이 한 시간 전에 이미 회사를 떠났다는 말을 듣고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왕여는 진장된 목소리로 물었다.“안 비서님도 같이 갔어요?”“네. 안 비서님과 대표님께서는 함께 떠나셨습니다.”두 사람이 함께 떠났다는 것은 어디로 가서 뭘 할지 이 순간 더 물어볼 필요도 없이 알 수 있었다.나태웅은 안지영이 이렇게 빨리 움직일지 생각도 하지 못했다.그는 위험한 분위기를 뿜어내며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의 눈은 안지영을 찢어버릴 정도로 위험하게 빛났다.“동영 그룹으로 가.”“네.”왕여는 등 전체에 식은땀을 잔뜩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차에 타자마자 나태웅은 배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더욱 괴로운 일은 배준우에게 여러 번 전화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차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세 회사가 다 다른 지역에 있었기에 나태웅이 먼저 하늘 그룹에 왔다가 다시 동영 그룹으로 가려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결국 길을 돌아가다 보니 나태웅이 배씨 가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12시 반이었다.회사 직원들은 모두 무리 지어 점심을 먹으러 가고 있었다.나태웅은 바로 대표 사무실에 도착했지만 진청아가 안지영과 안열을 정중하게 사무실 밖으로 안내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그들의 뒤에는 재무팀, 실무팀 그리고 법무팀까지 함께 있었다.세 부서의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것은 방금 사무실 안에서 어떤 절차를 끝냈는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안지영은 기쁜 얼굴로 말했다.“감사합니다 진 비서님. 함께 점심이라도 할까요? 회사 아래에서요.”“안 대표님 별말씀을요. 저는 아직 처리해야 할 업무가 남아서 같이 못 갈 것 같습니다.”안지영도 강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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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4화

안지영은 거리낌 없이 진흙 속에 몸을 던져 나태웅이 그림자조차 밟을 수 없게 만들었다.나태웅은 숨이 막혀왔다.“그래 안지영 대단하네. 아주 독해.”“허.”안지영은 비웃음을 날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내가 독하다고? 너 같은 사람을 상대하면서 어떻게 독해지지 않을 수 있겠어?’’도대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 나태웅을 상대하기 위해 안지영은 하나를 깨달은 것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독해지는 것이었다.안지영은 이미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난 나태웅을 보고 더는 그와 얘기하고 싶지 않아 안열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동영 그룹에서 나오자마자 안열은 복잡한 얼굴로 안지영의 옷소매를 잡았다. 안지영은 발걸음을 멈추고서는 안열을 바라보았다.“왜 그래요?”“방금 대표님의 말씀은 틀렸어요.”“뭐가요?”안지영은 이해하지 못했다. 방금 나태웅 그 자식에게 조금 많이 욕을 퍼부었기에 도대체 어느 말이 틀렸는지 알 수 없었다.안열은 헛기침하며 말했다.“성공적으로 상대에게 욕을 하는 건 상대를 개로 만드는 것이지 자기가 개가 되는 게 아니에요.”안지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이 사림이.’나태웅이 안열을 매번 공격할 때마다 실제로 나태웅은 얻은 것이 별로 없었다.전에 안열을 개라고 욕했다가 안열은 나태웅을 함께 물고 늘어졌다.두 번째로 안열을 개라고 불렀을 때는 바로 안열에게 귀에 피가 나도록 욕을 먹었다. 아무튼 안열은 한마디 욕을 들어도 참지 않았다.방금 안지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안열이 나태웅에게 욕을 해줬을 것이다.그러나 안지영이 입을 열자 안열과 안지영은 함께 개가 되었고 심지어 나태웅 그 자식에게 진 느낌이 들었다.방금 안지영은 이 문제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았었지만 지금 안열의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어 다시 화가 났다.안지영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내가 가서 욕해주고 돌아올게요.”방금 나태웅을 위협하려고 그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사이 자기도 모르게 자신을 나태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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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5화

동시에 와이프라는 말은 나태웅의 신경을 직접적으로 자극했다. 나태웅은 분노를 참으며 배준우를 바라보았다.‘정말 남자는 결혼하고 나면 완전히 달라진다더니.’나태웅은 너무 화가 났지만 배준우의 앞에서는 분노를 표출할 수 없었다.결국 그는 분노를 참으며 배준우의 사무실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동영 그룹에서 나오자 왕여는 겁에 질려 나태웅의 뒤를 따랐다.“이 일은 이렇게 끝내는 건가요?”끝내다니?동성의 땅은 항상 천락 그룹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었고 배준우도 이 사실에 대해 알고 있었다.하지만 전에도 천락 그룹에 팔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었다.그래서 나태웅은 오늘 나태현이 배준우를 찾아가서 땅의 소유권을 문제를 완전히 담판 짓고 왔을 줄 알았다.그런데 이런 변수가 생길 줄은 몰랐다.그들은 수없이 계산했지만 배준우의 와이프가 안지영의 가장 친한 친구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그리고 더욱더 배준우가 이 정도로 고은영을 싸고돌 줄은 몰랐다.“허 됐어.”나태웅은 차가운 비웃음을 날렸고 말투에는 비꼬는 뜻이 가득했다.왕여는 그의 말투를 듣고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도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야?’나태웅의 근심보다 지금 더 분위기가 안 좋은 곳이 있었으니 바로 진윤이었다. 진윤은 진정훈이 량천옥의 차에 치여 문이 떨어져 나간 차를 몰고 그를 만나러 온 것을 보고 너무 화가 났다.그는 진정훈의 초췌한 모습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게 어떻게 된 거야?”진정훈이 말했다.“그 미친 여자가 그런 거야. 량천옥은 왜 죽지도 않아?”량천옥의 흉악한 모습이 잊혀 지지 않아 진정훈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오는 길 내내 량천옥을 저주했다.량천옥처럼 악독한 여자를 왜 하늘은 살려두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진정훈이 화가 난 표정을 본 진윤은 얼굴이 어두워졌다.“네가 량천옥을 또 건드린 거야?”“내가 어딜 가서 량천옥을 건드려? 난 그냥 배준우를 찾아갔는데 그 미친 여자가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바로 찾아왔어.”진정훈은 말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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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6화

이 얘기를 꺼내는 진정훈의 말투는 아주 무거웠다.배준우가 그들에게 보여준 결과는 고은영이 량천옥의 딸이었지만 진정훈이 직접 가서 한 결과는 아니었다. 배준우가 그들에게 샘플을 줬을 때는 당연히 확인했기에 줬을 텐데 어떻게 결과가 다를 수 있을까?그렇다면 이 결과는 정말로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것일까?진정훈은 머릿속이 점점 더 복잡해졌다.이 순간 진정훈은 이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고은영과 량천옥의 검사 결과가 일치한다면 그가 계속 고집할 이유가 있을까?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진씨 가문에서 도대체 누가 감정 결과를 조작했냐는 것이다.설마 정말로 누군가는 그들의 여동생이 집으로 돌아오는 걸 원하지 않는 것일까?“형 난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일이 뭔가 이상한 것 같아. 배준우는 분명 우리한테 뭔가를 숨기고 있어.”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형도 봤잖아. 배준우가 고은영이 량천옥의 딸이라고 대답할 때 얼마나 망설이는지. 정말 문제가 없었다면 배준우가 망설일 필요가 있어? 도대체 왜 망설인 건데?”이 일은 혼란스러워 보였지만 사실 문제의 핵심을 진정훈은 단번에 파악했다.배준우의 태도로 보아 고은영은 확실히 진씨 가문과 관련이 있었다.게다가 그들에게 건네준 샘플은 고은영의 것이든 량천옥의 것이든 모두 배준우의 손을 거쳤으니 그 샘플로 얻은 검사 결과가 일치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그러니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진씨 가문의 누군가가 샘플에 손을 댄 것이 확실했다.진윤은 차가운 눈빛으로 진정훈을 훑어보았다.“지금 중요한 건 배준우의 태도 문제가 아니야.”“그럼 뭔데?”“진씨 가문에서 도대체 누가 샘플에 손을 댔는지 네가 밝혀내야 해. 그렇지 않으면 그 아이를 찾아도 아무 의미가 없어.”진정훈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진씨 가문에 대해 말하자 진정훈의 심정은 더욱 복잡해졌다. 도대체 누가 그들이 여동생을 찾는 걸 바라지 않는 걸까?진정훈은 할머니의 차가운 태도가 떠 올랐다.“넌 가서 이 일이니 처리해.”진윤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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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7화

오후에 나태현은 회사에 도착해 나태웅을 사무실로 부르려고 했지만 그는 회사에 없었다.이에 나태현는 마음속에 분노가 일어났지만 어디에 풀 수 있는 곳이 없었다.이지훈은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찾으셨어요?”나태현이 말했다."고은지의 딸이 치료받는 그 정신과 의사 전화번호 있어?”“있습니다.”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정신과 의사는 당시 그들이 소개해 준 것이기에 당연히 번호를 갖고 있었다.단지 지금 나태현이 고은지를 묻는 것은 그렇다 해도 왜 고은지의 딸에 관해 묻는 것일까?‘아니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이 동성의 땅이 아니라는 거야?’이지훈도 나태웅 때문에 하늘 그룹에서 동성의 땅을 뺏어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나태웅이 오후에 회사에 없는 것을 보니 분명 그 땅을 되찾으러 갔을 것이다.하지만 그들은 안지영의 성격을 알고 있었기에 땅을 되찾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나태현은 미간을 문지르며 말했다.“아이 상황에 관해 물어봐.”비록 이틀 동안 고희주는 고은영의 옆에서 잘 지내고 있었지만 그래도 나태현은 물어보고 싶었다.이지훈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심으로 걱정하는 거야?’그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나태현의 눈치를 살피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물어보겠습니다.”이지훈은 나갔다가 5분쯤 뒤에 다시 사무실로 들어왔다.“의사의 말로는 고 비서님 딸은 회복이 잘 되고 있지만 아직 1달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하셨어요.”“회복이 잘 되고 있다고?”“네.”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말이 끝나자 사무실 안의 무거웠던 공기가 훨씬 가벼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다음 순간 나태현이 계속 물었다.“그럼 고은지한테 전화해서 출근하라고 해.”“네?”‘출. 출근?’이지훈은 순간 충격을 받았다. ‘농담하는 거 아니겠지? 대표님이 직접 기존 직원을 재고용하겠다는 건가? 이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는데?’이지훈이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것을 보고 나태현은 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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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8화

“엄마 일어났어? 어때? 아픈 데는 없어?”고은지가 깨어난 것을 본 고희주는 연달아 몇 가지 질문을 했다.고희주의 울먹이는 목소리를 들은 고은지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왜 울고 있어? 우리 희주 울지 마.”“엄마.”고희주는 눈물을 방울방울 떨궜다.고희주는 한 번도 고은지가 이렇게 아픈 것을 본 적이 없었기에 많이 놀랐을 것이다.고은영은 상황을 보더니 얼른 앞으로 가서 고희주를 품에 안았다.“희주 착하지. 괜찮아. 울지 마.”“나 어떻게 된 거야?”고은지는 고은영이 아직도 있는 것을 보고 자기가 얼마나 잤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고은영이 말했다.“언니 계속 열이 났었어. 어디 아픈 곳은 없어?”“힘이 없어. 몸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고은지는 말할 힘도 없었다.그 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것 같았다.그리고 이렇게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각통이 느껴지는 것은 의심할 필요도 없이 감기 증상이었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제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더 자 알겠지?”“그래 희주는 며칠 너한테 부탁할게.”고은영이 말했다.“부탁은 뭐가 부탁이야. 언니는 지금 아무 생각도 하지 마. 내가 있으니까.”어렸을 때 고은지는 수년 동안 고은영을 남몰래 챙겨줬었다. 이제는 마침내 고은영이 고은지에게 보답할 기회가 온 것이다.고은지는 정말 아팠다.어제 병원에 왔을 때 열이 나리지 않았지만 다들 일반적인 감기인 줄 알았다.하지만 이제 보지 일반적인 감기가 아닐 수도 있었다.방금 잠시 깨어났던 고은지는 또다시 깊은 잠이 들었다.고은지가 평화롭게 눈을 감고 잠에 든 모습을 본 고희주의 작은 얼굴이 찌푸려졌다.“이모 엄마 괜찮은 거지?”“걱정하지 마. 괜찮을 거야.”사실 이 순간 고은영도 확신은 없었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고희주를 위로했다.고은영의 머릿속에는 예전에 할머니가 평소에 잔병치레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큰 병에 걸리지 않고 오히려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 한번 아프면 크게 아프다고 했던 말이 떠 올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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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9화

고은영의 혼란스러운 표정을 본 의사는 몇 가지 수치를 짚어 주며 그녀에게 말했다.“현재 검사 결과에 따르면 이 영역의 수치가 너무 높게 나오는데 저희는 환자분이 급성 백혈병에 걸렸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것은 추가 검사를 해야 알 수 있습니다.”고은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고 머릿속이 윙윙거리면서 터질 것 같았다.그녀는 흔들리는 동공으로 의사를 바라보았고 안색이 조금씩 창백해졌다.입술을 움직이며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이 순간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백혈병?’이 병이 어떤 병인지 고은영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백혈병은 듣기만 해도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생명을 위협하는 병이었다.그런데 고은지가 왜 이런 병에 걸린 것일까?고은영은 곧 질식할 것 같은 표정으로 의사를 바라보았다.“백혈병이요?”“네. 지금 당장 환자분을 데리고 추가 검사를 해주세요. 저희는 환자분에 대한 치료 방법을 논의해 보겠습니다.”고은영은 의사의 말에 온몸이 떨렸다.추가 검사와 치료 계획이라는 아주 익숙한 단어들이 무섭게 들렸다.당시 할머니가 아프셨을 때도 의사는 그녀에게 똑같은 말을 했었지만 할머니는 결국 그렇게 병원에서 돌아가시고 말았다.“가능한 한 환자에게 자신의 상태를 알리지 말아주세요. 지금은 환자분이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의사가 고은영에게 당부했다.고은영은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며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혼이 나갔다는 말이 아마도 지금 그녀를 놓고 하는 말일 것이다.배준우는 퇴근 후 고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태현과 오늘 저녁 약속이 있어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없으니 일을 다 보면 일찍 집에 돌아가라는 말을 전해주려고 했다.하지만 배준우의 전화를 받는 순간 고은영은 감정을 완전히 주체할 수 없었다.“준우 씨 어디예요?”전화를 받자마자 고은영은 울먹거리는 말투로 말했다.그 순간 사무실에 있던 배준우는 고은영의 말투에서 분명히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배준우는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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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0화

나태현은 룸 밖에서 들어오는 이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오늘 고은지한테 전화했어?”“아니요. 아직 전화는 하지 않았습니다.”이지훈은 고개를 저었다.‘왜 이렇게 다급해하시지?’나태현의 가라앉은 표정을 본 이지훈은 원래 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 때문에 이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그래. 대표님이 하신 말씀이 언제 빈말이었던 적이 있었나? 업무 효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야.’이지훈이 변명을 하기도 전에 나태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가서 고은지한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봐.”이지훈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정말 이렇게 급한 일이었어?’이지훈은 바로 머리를 끄덕였다.“지금 당장 알아보겠습니다.”그렇게 말한 뒤 서둘러 몸을 돌려 룸을 나갔다.혼자 남겨진 나태현은 순간 긴장하고 있는 자기 자신이 스스로 낯설게 느껴져 더욱 짜증 났다.한편 병원.고은영은 창백한 얼굴로 벽에 기댄 채 핸드폰을 쥔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그녀의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가득했고 그 모습이 너무 불쌍하고 무력해 보였다.배준우는 도착하자마자 고은영의 모습을 보고서는 재빨리 앞으로 나아가 그녀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은영아.”배준우의 따뜻한 품과 익숙한 향기가 느껴지자 고은영은 감정을 억누를 수 없어 엉엉 소리 내 울었다.고은영은 원래도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배준우의 옆에 있을 때도 비서실에서 가장 연약한 존재였다.그러니 오늘 그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을 것이다.“도대체 왜 그래? 응?”배준우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위로하며 머리를 쓰다듬었다.고은영이 입을 열었다.“언니가 언니가.”여기까지 말한 고은영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고은영은 할머니의 죽음을 직접 목격하지 못해서 그런지 지금까지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고 그녀와 전화 통화를 했었고 물건을 보내줬었던 사람이 왜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 것일까?사람들은 그녀에게 할머니가 병원에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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