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와이프라는 말은 나태웅의 신경을 직접적으로 자극했다. 나태웅은 분노를 참으며 배준우를 바라보았다.‘정말 남자는 결혼하고 나면 완전히 달라진다더니.’나태웅은 너무 화가 났지만 배준우의 앞에서는 분노를 표출할 수 없었다.결국 그는 분노를 참으며 배준우의 사무실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동영 그룹에서 나오자 왕여는 겁에 질려 나태웅의 뒤를 따랐다.“이 일은 이렇게 끝내는 건가요?”끝내다니?동성의 땅은 항상 천락 그룹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었고 배준우도 이 사실에 대해 알고 있었다.하지만 전에도 천락 그룹에 팔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었다.그래서 나태웅은 오늘 나태현이 배준우를 찾아가서 땅의 소유권을 문제를 완전히 담판 짓고 왔을 줄 알았다.그런데 이런 변수가 생길 줄은 몰랐다.그들은 수없이 계산했지만 배준우의 와이프가 안지영의 가장 친한 친구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그리고 더욱더 배준우가 이 정도로 고은영을 싸고돌 줄은 몰랐다.“허 됐어.”나태웅은 차가운 비웃음을 날렸고 말투에는 비꼬는 뜻이 가득했다.왕여는 그의 말투를 듣고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도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야?’나태웅의 근심보다 지금 더 분위기가 안 좋은 곳이 있었으니 바로 진윤이었다. 진윤은 진정훈이 량천옥의 차에 치여 문이 떨어져 나간 차를 몰고 그를 만나러 온 것을 보고 너무 화가 났다.그는 진정훈의 초췌한 모습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게 어떻게 된 거야?”진정훈이 말했다.“그 미친 여자가 그런 거야. 량천옥은 왜 죽지도 않아?”량천옥의 흉악한 모습이 잊혀 지지 않아 진정훈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오는 길 내내 량천옥을 저주했다.량천옥처럼 악독한 여자를 왜 하늘은 살려두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진정훈이 화가 난 표정을 본 진윤은 얼굴이 어두워졌다.“네가 량천옥을 또 건드린 거야?”“내가 어딜 가서 량천옥을 건드려? 난 그냥 배준우를 찾아갔는데 그 미친 여자가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바로 찾아왔어.”진정훈은 말하다가
이 얘기를 꺼내는 진정훈의 말투는 아주 무거웠다.배준우가 그들에게 보여준 결과는 고은영이 량천옥의 딸이었지만 진정훈이 직접 가서 한 결과는 아니었다. 배준우가 그들에게 샘플을 줬을 때는 당연히 확인했기에 줬을 텐데 어떻게 결과가 다를 수 있을까?그렇다면 이 결과는 정말로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것일까?진정훈은 머릿속이 점점 더 복잡해졌다.이 순간 진정훈은 이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고은영과 량천옥의 검사 결과가 일치한다면 그가 계속 고집할 이유가 있을까?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진씨 가문에서 도대체 누가 감정 결과를 조작했냐는 것이다.설마 정말로 누군가는 그들의 여동생이 집으로 돌아오는 걸 원하지 않는 것일까?“형 난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일이 뭔가 이상한 것 같아. 배준우는 분명 우리한테 뭔가를 숨기고 있어.”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형도 봤잖아. 배준우가 고은영이 량천옥의 딸이라고 대답할 때 얼마나 망설이는지. 정말 문제가 없었다면 배준우가 망설일 필요가 있어? 도대체 왜 망설인 건데?”이 일은 혼란스러워 보였지만 사실 문제의 핵심을 진정훈은 단번에 파악했다.배준우의 태도로 보아 고은영은 확실히 진씨 가문과 관련이 있었다.게다가 그들에게 건네준 샘플은 고은영의 것이든 량천옥의 것이든 모두 배준우의 손을 거쳤으니 그 샘플로 얻은 검사 결과가 일치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그러니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진씨 가문의 누군가가 샘플에 손을 댄 것이 확실했다.진윤은 차가운 눈빛으로 진정훈을 훑어보았다.“지금 중요한 건 배준우의 태도 문제가 아니야.”“그럼 뭔데?”“진씨 가문에서 도대체 누가 샘플에 손을 댔는지 네가 밝혀내야 해. 그렇지 않으면 그 아이를 찾아도 아무 의미가 없어.”진정훈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진씨 가문에 대해 말하자 진정훈의 심정은 더욱 복잡해졌다. 도대체 누가 그들이 여동생을 찾는 걸 바라지 않는 걸까?진정훈은 할머니의 차가운 태도가 떠 올랐다.“넌 가서 이 일이니 처리해.”진윤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
오후에 나태현은 회사에 도착해 나태웅을 사무실로 부르려고 했지만 그는 회사에 없었다.이에 나태현는 마음속에 분노가 일어났지만 어디에 풀 수 있는 곳이 없었다.이지훈은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찾으셨어요?”나태현이 말했다."고은지의 딸이 치료받는 그 정신과 의사 전화번호 있어?”“있습니다.”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정신과 의사는 당시 그들이 소개해 준 것이기에 당연히 번호를 갖고 있었다.단지 지금 나태현이 고은지를 묻는 것은 그렇다 해도 왜 고은지의 딸에 관해 묻는 것일까?‘아니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이 동성의 땅이 아니라는 거야?’이지훈도 나태웅 때문에 하늘 그룹에서 동성의 땅을 뺏어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나태웅이 오후에 회사에 없는 것을 보니 분명 그 땅을 되찾으러 갔을 것이다.하지만 그들은 안지영의 성격을 알고 있었기에 땅을 되찾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나태현은 미간을 문지르며 말했다.“아이 상황에 관해 물어봐.”비록 이틀 동안 고희주는 고은영의 옆에서 잘 지내고 있었지만 그래도 나태현은 물어보고 싶었다.이지훈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심으로 걱정하는 거야?’그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나태현의 눈치를 살피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물어보겠습니다.”이지훈은 나갔다가 5분쯤 뒤에 다시 사무실로 들어왔다.“의사의 말로는 고 비서님 딸은 회복이 잘 되고 있지만 아직 1달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하셨어요.”“회복이 잘 되고 있다고?”“네.”이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말이 끝나자 사무실 안의 무거웠던 공기가 훨씬 가벼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다음 순간 나태현이 계속 물었다.“그럼 고은지한테 전화해서 출근하라고 해.”“네?”‘출. 출근?’이지훈은 순간 충격을 받았다. ‘농담하는 거 아니겠지? 대표님이 직접 기존 직원을 재고용하겠다는 건가? 이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는데?’이지훈이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것을 보고 나태현은 더 이
“엄마 일어났어? 어때? 아픈 데는 없어?”고은지가 깨어난 것을 본 고희주는 연달아 몇 가지 질문을 했다.고희주의 울먹이는 목소리를 들은 고은지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왜 울고 있어? 우리 희주 울지 마.”“엄마.”고희주는 눈물을 방울방울 떨궜다.고희주는 한 번도 고은지가 이렇게 아픈 것을 본 적이 없었기에 많이 놀랐을 것이다.고은영은 상황을 보더니 얼른 앞으로 가서 고희주를 품에 안았다.“희주 착하지. 괜찮아. 울지 마.”“나 어떻게 된 거야?”고은지는 고은영이 아직도 있는 것을 보고 자기가 얼마나 잤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고은영이 말했다.“언니 계속 열이 났었어. 어디 아픈 곳은 없어?”“힘이 없어. 몸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고은지는 말할 힘도 없었다.그 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것 같았다.그리고 이렇게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각통이 느껴지는 것은 의심할 필요도 없이 감기 증상이었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제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더 자 알겠지?”“그래 희주는 며칠 너한테 부탁할게.”고은영이 말했다.“부탁은 뭐가 부탁이야. 언니는 지금 아무 생각도 하지 마. 내가 있으니까.”어렸을 때 고은지는 수년 동안 고은영을 남몰래 챙겨줬었다. 이제는 마침내 고은영이 고은지에게 보답할 기회가 온 것이다.고은지는 정말 아팠다.어제 병원에 왔을 때 열이 나리지 않았지만 다들 일반적인 감기인 줄 알았다.하지만 이제 보지 일반적인 감기가 아닐 수도 있었다.방금 잠시 깨어났던 고은지는 또다시 깊은 잠이 들었다.고은지가 평화롭게 눈을 감고 잠에 든 모습을 본 고희주의 작은 얼굴이 찌푸려졌다.“이모 엄마 괜찮은 거지?”“걱정하지 마. 괜찮을 거야.”사실 이 순간 고은영도 확신은 없었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고희주를 위로했다.고은영의 머릿속에는 예전에 할머니가 평소에 잔병치레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큰 병에 걸리지 않고 오히려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 한번 아프면 크게 아프다고 했던 말이 떠 올랐
고은영의 혼란스러운 표정을 본 의사는 몇 가지 수치를 짚어 주며 그녀에게 말했다.“현재 검사 결과에 따르면 이 영역의 수치가 너무 높게 나오는데 저희는 환자분이 급성 백혈병에 걸렸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것은 추가 검사를 해야 알 수 있습니다.”고은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고 머릿속이 윙윙거리면서 터질 것 같았다.그녀는 흔들리는 동공으로 의사를 바라보았고 안색이 조금씩 창백해졌다.입술을 움직이며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이 순간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백혈병?’이 병이 어떤 병인지 고은영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백혈병은 듣기만 해도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생명을 위협하는 병이었다.그런데 고은지가 왜 이런 병에 걸린 것일까?고은영은 곧 질식할 것 같은 표정으로 의사를 바라보았다.“백혈병이요?”“네. 지금 당장 환자분을 데리고 추가 검사를 해주세요. 저희는 환자분에 대한 치료 방법을 논의해 보겠습니다.”고은영은 의사의 말에 온몸이 떨렸다.추가 검사와 치료 계획이라는 아주 익숙한 단어들이 무섭게 들렸다.당시 할머니가 아프셨을 때도 의사는 그녀에게 똑같은 말을 했었지만 할머니는 결국 그렇게 병원에서 돌아가시고 말았다.“가능한 한 환자에게 자신의 상태를 알리지 말아주세요. 지금은 환자분이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의사가 고은영에게 당부했다.고은영은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며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혼이 나갔다는 말이 아마도 지금 그녀를 놓고 하는 말일 것이다.배준우는 퇴근 후 고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태현과 오늘 저녁 약속이 있어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없으니 일을 다 보면 일찍 집에 돌아가라는 말을 전해주려고 했다.하지만 배준우의 전화를 받는 순간 고은영은 감정을 완전히 주체할 수 없었다.“준우 씨 어디예요?”전화를 받자마자 고은영은 울먹거리는 말투로 말했다.그 순간 사무실에 있던 배준우는 고은영의 말투에서 분명히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배준우는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으
나태현은 룸 밖에서 들어오는 이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오늘 고은지한테 전화했어?”“아니요. 아직 전화는 하지 않았습니다.”이지훈은 고개를 저었다.‘왜 이렇게 다급해하시지?’나태현의 가라앉은 표정을 본 이지훈은 원래 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 때문에 이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그래. 대표님이 하신 말씀이 언제 빈말이었던 적이 있었나? 업무 효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야.’이지훈이 변명을 하기도 전에 나태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가서 고은지한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봐.”이지훈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정말 이렇게 급한 일이었어?’이지훈은 바로 머리를 끄덕였다.“지금 당장 알아보겠습니다.”그렇게 말한 뒤 서둘러 몸을 돌려 룸을 나갔다.혼자 남겨진 나태현은 순간 긴장하고 있는 자기 자신이 스스로 낯설게 느껴져 더욱 짜증 났다.한편 병원.고은영은 창백한 얼굴로 벽에 기댄 채 핸드폰을 쥔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그녀의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가득했고 그 모습이 너무 불쌍하고 무력해 보였다.배준우는 도착하자마자 고은영의 모습을 보고서는 재빨리 앞으로 나아가 그녀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은영아.”배준우의 따뜻한 품과 익숙한 향기가 느껴지자 고은영은 감정을 억누를 수 없어 엉엉 소리 내 울었다.고은영은 원래도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배준우의 옆에 있을 때도 비서실에서 가장 연약한 존재였다.그러니 오늘 그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을 것이다.“도대체 왜 그래? 응?”배준우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위로하며 머리를 쓰다듬었다.고은영이 입을 열었다.“언니가 언니가.”여기까지 말한 고은영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고은영은 할머니의 죽음을 직접 목격하지 못해서 그런지 지금까지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고 그녀와 전화 통화를 했었고 물건을 보내줬었던 사람이 왜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 것일까?사람들은 그녀에게 할머니가 병원에서 돌
나태현이 온 것을 보고 고은영과 배준우는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준우가 그에게 물었다.“형이 여기는 어쩐 일이에요?”배준우는 방금 병원에 오는 길에 나태현에게 전화로 고은지의 상황을 말했었다. 하지만 나태현이 이렇게 병원에 나타날 이유가 있을까?같은 남자로서 배준우는 분명 뭔가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배준우는 무의식적으로 옆에 있는 고은영을 바라보았다.고은영은 지금 고은지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기에 나태현이 왜 병원에 왔는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그냥 병원에 누군가를 보러왔겠거니 생각하는 것 같았다.나태현이 말했다.“친구 보러 왔어요.”‘친구? 허.’배준우는 더 이상 따져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저희는 상황이 조금 급해서 먼저 가볼게요.”그렇게 말한 뒤 고은영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하지만 나태현은 상황이 급하다는 배준우의 말을 듣는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다.병실 안에서 고은지는 열이 내려갔는지 아까보다 덜 힘들어 보였다.고은영은 병실에 도착했을 때 고은지가 깨어있는 것을 발견했다.“은영아 너 아직도 안 갔어?”“응. 결과 받으러 선생님께 갔었어.”고은영은 마음속으로 심장이 요동쳤지만 억누르며 침착한 척했다.의사가 이런 환자에게는 마음의 안정을 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했기에 이 순간 고은영은 고은지의 앞에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결과가 어떤데? 문제없지?”“의사 선생님이 검사 결과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해서 다시 검사받으러 가야 해.”“오류가 있다고?”오류가 났다는 말을 들은 고은지는 기분이 조금 안 좋았다.‘이 병원에서 사람을 너무 힘들게 하네?’고은영이 말했다.“언니는 지금 좀 어때?”“많이 피곤한 느낌이야. 수액을 맞아도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아.”고은지가 말했다.수액이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다는 말에 고은영의 호흡이 가빠졌다.고은지가 말했다.“걱정하지 말고 준우 씨하고 돌아가.”“난 지금 언니 데리고 검사받으러 가고 싶은데?”지금 이 순간 고은영
하지만 고은지는 고은영에게 빨리 돌아가 보라고 재촉했다. 그리고 그녀가 계속 여기에 있으면 고은지가 의심할 수도 있었다.결국 간호사에게 부탁한 뒤 고은영과 배준우는 고희주를 데리고 함께 란완리조트로 돌아갔다.고은지가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이 고은영에게는 너무 갑작스러운 충격이었다.란완리조트에 돌아와서도 고은영은 밥을 한 숟가락도 넘길 수 없었다.그 모습을 보고 배준우가 말했다.“희주는 똑똑한 아이라 네가 이런 모습을 보이면 금방 눈치챌 거야.”고희주의 얘기를 꺼내자 고은영은 더욱 마음이 아팠다.하늘은 왜 고은지에게 이러는 것일까? 고은지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참 많은 고생을 했다. 그런 역경 속에서도 그녀는 항상 착한 심성을 유지하며 살아왔다.그런데 왜 하늘은 착하디착한 고은지에게 하필 이런 타이밍에 또 시련을 주는 것일까?딸인 고희주는 거의 죽을 뻔하고 이제는 엄마인 고은지가 또 쓰러졌다.고은영은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너무 아파 또 울음을 터트렸다.결국 고은영은 말을 이을 수 없을 정도로 울먹였다.한바탕 눈물을 흘린 고은영은 집에 들어가기 전 눈물을 닦고 고희주와 함께 밥을 먹기 위해 정신을 차렸다.하지만 고은영이 아무리 감정을 잘 추슬러도 고희주는 한눈에 고은영이 울었다는 것을 눈치챘다.“이모 울었어?”고희주는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그 모습을 본 순간 고은영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조심스러워하는 고희주를 보고 고은영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우리 희주 어떻게 해.’불행은 항상 연속으로 찾아온다고 했던가. 고은지는 이미 바람을 피웠다는 누명 때문에 고생했고 지난번에는 하마터면 딸을 잃을 뻔했다. 그런데 이제는 고은지 본인의 차례가 온 것일까?고은영은 심호흡하며 입을 열었다.“안 울었어. 방금 날벌레가 눈에 들어가서 아파서 운 거야.”“그런 거야?”“그럼.”고은영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고희주의 앞에서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고희주는 예민한 아이였기에 뭔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