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901 - 챕터 910

1202 챕터

제901화

배준우는 고은영이 순간적으로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고 물었다.“넌 찾고 싶지 않아?”“찾고 싶지 않아요.”“왜?”이런 질문을 배준우는 지금까지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지만 지금 이렇게 말을 꺼냈으니 배준우도 고은영이 자신의 친부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다.배준우가 이유를 묻자 고은영은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그녀는 다시 한번 앞에 놓인 오렌지 주스를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좋든 나쁘든 난 이미 혼자서 이렇게 컸어요. 부모님의 보호가 가장 필요했을 때는 어디에 있었는지도 모를 사람들 난 이제 필요 없어요.”사실 고은영은 지금까지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지만 할머니와 함께 절망적인 날들을 겪을 때 그녀는 마음속으로 자신의 친부모를 많이 원망했다.그런 원망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 뿌리를 내렸다.그래서 이제 고은영은 친부모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본능적으로 그들의 존재를 거부했다.량천옥과 량일은 레스토랑에 들어왔을 때 고은영이 마지막으로 한 말을 들어버렸다. 특히 고은영의 필요 없다는 말이 량일과 량천옥의 가슴을 깊게 찔렀다.그 결과 원래 식사를 하러 왔던 두 사람은 배준우와 고은영이 자신들을 발견하기 전에 레스토랑에서 몰래 빠져나왔다.“엄마 들었어? 은영이가 나를 미워해. 은영이가 정말 날 원망하고 있어.”량천옥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원래도 고은영과의 재회에 별로 자신이 없었던 량천옥은 이제 고은영의 원망 가득한 말을 들으니 마음이 더욱 찢어질 듯 아팠다.량일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량천옥에 비해 량일은 직접 손녀를 버린 사람이었기에 이 순간 마음이 더욱 고통스러웠다.“천옥아.”“은영이가 날 정말 미워해. 은영이가 날 미워하고 있어.”량천옥은 감정이 격해지기 시작했고 량일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답답함을 느꼈다.“은영이가 우리를 미워하는 건 당연한 거야.”량천옥은 이 말을 듣자마자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텅 빈 눈으로 량일을 바라보았다.량일은 깊은 한숨을 쉬며 떨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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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2화

량천옥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그 아이가 지금 이 정도로 그녀를 미워하는데 그녀가 어떻게 다시 그 아이를 만날 수 있을까?고은영은 미친 듯한 량천옥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떨렸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다.“저 사람 왜 저래요?”“별일 아닐 거야. 가자.”배준우는 고개를 저으며 고은영의 손을 잡고 주차장 방향으로 걸어갔다.고은영은 저런 상태의 량천옥을 처음 봤다. 하지만 지난번 회사에서도 이런 적이 있었다. 이유는 그녀도 몰랐지만 량천옥은 미친 것처럼 행동했다.차에 오른 뒤 고은영은 망설이는 듯한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저택에 또 새로운 여자가 들어와서 살고 있죠?”사실 고은영은 시아버지 배항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했다.그녀가 남을 쉽게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기도 했지만 시아버지에 대해 그녀는 마음속으로 여러 번 불만은 품은 적이 있었다.배준우의 어머니와 량천옥 그리고 지금은 또 김다정이라는 여자까지 나타났다.어찌 됐든 상황이 너무 혼란스럽고 더럽게 느껴졌다.배준우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어디서 들었어?”고은영은 투덜거리며 말했다.“밀크티 사러 갔을 때 들었어요.”비록 이 일을 란완리조트의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고은영의 앞에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하지만 고은영이 밖으로 나갔을 때 시아버지가 지금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사람들은 배항준이 노년의 나이에 자기 자식들과 나이가 비슷한 여자를 아내로 맞이했다고 했다.배준우가 대답했다.“맞아. 그런 일이 있지.”“그래서 량천옥이 저렇게 미쳐버린 거예요?”고은영이 물었다.이어서 배준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는 혼잣말을 이었다.“아니지. 량천옥의 성격이라면 이런 식으로 슬퍼하진 않을 텐데? 량천옥이라면 배씨 저택에 찾아가서 그 여자를 찢어버려야 맞죠. 저렇게 미친 것처럼 우는 건 량천옥답지 않아요.”량천옥에 대한 고은영의 평가를 들은 배준우는 어이없다는 듯이 그녀를 한 번 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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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3화

고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렇게 할 거야.”고은지는 꼭 그렇게 하리라고 다짐했다. 긍정적인 멘탈을 유지하며 병원에서 꼭 살아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희주는 괜찮아?”간호사에게서 그녀가 이틀 동안 혼수 상태에 빠져 있었다는 말을 듣고 고은지는 희주가 놀라진 않았을지 걱정했다.고은영이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 언니는 지금 치료에만 집중해야 해. 알겠지?”고은지가 말했다.“그래 알겠어.”그녀는 정서적으로 지난번보다 비교적 안정되어 보였고 이미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 같았다.하지만 한 가지 마음 놓을 수 없는 것이었었으니 바로 고희주의 친아빠를 찾는 것이었다.자기가 백혈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 고은지의 첫 번째 반응은 누가 자기와 골수 이식을 할 수 있을까도 아니고 자기 혈육을 찾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오직 희주의 친아빠를 반드시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은지는 먼저 희주의 친아빠를 찾아서 어떤 사람인지 확인한 후에야 희주에 대한 다음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비록 백혈병도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지만 고은지는 지금 최악의 결과에 대비해야 했다.“은영아. 그 사람 일 빨리 서둘러야 해.”“알겠어.”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고은지가 말을 이었다.“난 지금 가장 걱정되는 게 희주야.”희주의 말을 꺼내자 고은지는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진심으로 딸을 걱정하고 있었다.고은영은 앞으로 다가가 미음을 그녀에게 먹여주며 말했다.“알겠어. 나도 언니 마음 다 이해해.”고은지를 위로하고 있었지만 사실 지금 고은영도 마음이 너무 슬퍼서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 울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더 말하면 할수록 울어버릴 것 같아 차라리 하려던 말을 꾹 참았다.량일과 량천옥은 겨우 집에 도착했지만 두 사람은 이상할 정도로 서로 침묵을 지켰다. 고은영이 배준우에게 한 몇 마디에 두 사람은 큰 충격을 받았다.두 사람 사이의 무거운 분위기를 깬 것은 전화 한 통이었다. 바로 배항준의 전화였다.핸드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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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4화

기사 제목은 ‘배씨 가문의 세 번째 부인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 두 번째 부인은 밖에서 슬픔에 젖어 오열.’이었다.제목을 보자마자 량천옥은 숨이 막히는 듯했다.아래로 스크롤을 내리자 그녀의 사진과 더불어 김다정이 병원에서 아이를 안고 침대에 누워 있는 사진이 나왔다.김다정의 얼굴은 행복으로 가득 차 있었고 량천옥의 슬픔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었다.량천옥은 그제야 방금 배항준에게서 온 전화가 떠올라 기가 찬 웃음을 터트렸다.“이것 때문에 나한테 따진 거구나.”댓글 창은 이미 난리가 났다.김다정을 비난하는 동시에 량천옥을 동정하는 댓글이 대부분이었는데 이것이 바로 배항준이 그토록 분노한 이유였다.그리고 이 시점에서 배항준은 아이를 공개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늦둥이인 만큼 배항준의 입장에서는 축복을 받을 만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배준우가 배씨 가문의 모든 것을 장악한 상황에서 배항준은 이 늦둥이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다들 김다정을 비난할 뿐만 아니라 태어난 아이를 웃음거리로 만들었고 심지어 배씨 가문 전체를 조롱했다.그러나 량일의 걱정은 량천옥과는 다른 것이었다.“지금 사람들이 배항준과 김다정을 욕하면서 배씨 가문이 강성 전체에서 웃음거리가 되었는데 배준우가 네 탓을 하진 않을까?”량일이 걱정하는 것은 배준우였다.배준우에 관해 얘기를 꺼내니 량천옥은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량천옥은 배씨 가문 사람들이 어떤 일을 겪든 상관하지 않았지만 배준우가 오해해서 고은영에게 화를 낼까 봐 두려웠다. 그녀는 바로 핸드폰을 들어 배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배준우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준우야. 네가 믿을지 모르겠지만 이 기사는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어. 난 배씨 가문을 떠난 뒤로 더 이상 배씨 가문에 대해 아무런 미련도 없고 네 아버지에 대해서도 더 이상 아무런 환상도 없어.”배준우도 이미 기사를 봐서 내용을 알고 있었다.레스토랑에서 량천옥을 마주쳤을 때 배준우는 당연히 어떻게 된 일인지 짐작하고 있었다.량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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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5화

한편 량천옥이 걱정하는 진씨 가문.진정훈이 다시 진씨 가문으로 돌아왔을 때 그의 태도는 뭔가 심상치 않았다.저녁 식사 자리의 분위기는 더욱 이상했다.진정훈은 계속 진성택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진유경이 몇 번이나 말을 걸어도 진성택이 그녀의 말에 대답해 줄 뿐 진정훈은 그녀에게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이에 진호영과 할머니도 진정훈이 진유경에 대한 태도 변화를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진유경은 식사 내내 억지로 버티고 있었다.마침내 식사가 끝날 무렵 할머니가 진정훈을 자신의 곁으로 불렀다.“너 도대체 무슨 일이야?”진정훈이 물었다.“무슨 일이냐니 왜 그러세요?”그의 말투는 방금 진성택과 이야기할 때와 완전히 달랐다.할머니는 그의 목소리에서 전혀 따뜻함을 느낄 수 없었다.“아니. 이 자식아. 너 할머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그럼 어떻게 말해야 하는데요?”진정훈의 말투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어제 집에 돌아온 뒤 진정훈은 친자 검사 결과에 누가 손을 댔는지 조사했고 의심의 여지도 없이 그는 바로 단서를 찾아냈다.그날 진정훈이 샘플을 보냈을 때 할머니 옆에서 시중을 드는 도우미 장미선이 그 뒤를 따랐고 장미선이 떠나자 이어서 또 한 사람이 나타났는데 바로 진유경의 기사였다.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진정훈은 이미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이것이 바로 진씨 가문의 참모습이었다.오직 진정훈 혼자서 오랫동안 진씨 가문을 화목한 집이라고 믿어왔다.할머니는 진정훈이 자기에게 버릇없이 얘기하자 순간 화가 났다.“이 자식이 이제 다 컸다는 거니?”할머니의 분노에 진정훈은 더 이상 예전처럼 할머니를 달래지 않았고 그저 돌아서 방을 나갔다.할머니는 단호하게 떠나는 진정훈의 뒷모습을 보고 호흡이 가빠졌다.‘아니 저 자식이. 도대체 나한테 이게 무슨 버릇이야. 내가 80이 넘었는데 저놈이.’진호영은 할머니가 진정훈을 방으로 부르는 것을 보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진정훈이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나오는 것을 보고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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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6화

진정훈이 물었다.“형 지금 어디야?”“완도에 있어.”“금방 갈게.”“네가 왜 와?”진윤의 말투는 아주 선명하게 차가웠다.진정훈은 대답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한편 완도에서 진윤은 윤설과 함께 식사하고 있었다.식탁의 분위기는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윤설이 좋아하는 흰 장미로 장식되어 있었다.진윤이 전화를 받았을 때 그는 마침 윤설의 손을 잡고 반지를 꺼내려던 참이었다.하지만 기가 막힌 타이밍에 진정훈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었다.게다가 진정훈이 지금 이곳에 온다는 말에 진윤은 얼굴이 어두워졌다.윤설은 안색이 좋지 않은 진윤을 보고 물었다.“둘째 도련님이 또 사고 쳤어?”윤설이 보기에 그동안 진정훈이 자꾸 문제를 일으켜 진윤이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다.진윤이 말했다.“어. 금방 여기로 온대.”그렇게 말한 뒤 그는 준비해 두었던 반지 케이스를 꺼내 윤설에게 건넸다.윤설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빨간 벨벳 케이스를 보고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이거 나한테 주는 선물이야?”“설아 우리 결혼하자.”진윤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비록 진정훈이 금방이라도 들이닥칠 것 같았지만 진윤은 자신의 결심을 더는 미루고 싶지 않았다.윤설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뭐라고?”‘결. 결혼?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 진윤이 나한테 결혼하자고 한 거야? 진짜 결혼을?’하지만 그들 사이의 계약은 한 달 뒤에 끝났다.‘그래 계약서.’윤설은 당시 할머니의 병원비 6천만 원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을 진윤에게 5년 동안 팔았다.그것도 정말 싼 값에 넘긴 편이다.하지만 당시 윤설은 6천만 원이 필요했고 다른 방법이 없었다.이제 한 달만 있으면 그녀는 이 비참한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지금 이건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진윤은 윤설을 전례 없이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결혼하자. 응?”“너...”“난 너하고 돌려 말하고 싶지 않아. 너도 이제 나이가 어리지 않고 나도 결혼할 때가 됐어.”“근데 왜 하필 나야? 난...”윤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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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7화

윤설은 숨이 막혀왔고 가슴을 세게 두들겨 맞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면서 갑자기 가슴에서 뭔가가 불타오르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네가 받아주면 우리 내일 가서 혼인신고 하자. 결혼식은 네가 원하는 대로 내가 준비할게.”진윤의 목소리가 너무 따뜻하고 부드러워 마치 뜨거운 태양 아래의 구름처럼 마음을 뜨겁게 만드는 것 같았다.평소에는 아주 카리스마 넘치고 강압적인 남자에게서 지금 이 순간 윤설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이미 다 생각해 둔 거야?”윤설은 마음속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분명 프러포즈를 한 사람은 진윤이었지만 지금 오히려 그녀가 여러 차례 확인하고 있었다.진윤이 말했다.“미안해.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된 프러포즈를 준비할 시간이 없었어.”사실 진윤이 말하진 않았지만 최근 그의 주변은 보기만 해도 혼란스러워 보였다.장선명의 큰형 장서경과 지금 나태웅까지 모두 그에게 경고하고 있었다.좋은 여자가 있고 또 그 여자가 익숙하고 심지어 좋아하는 감정이 있다면 당장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특히 나태웅을 보고 진윤은 많은 것을 느꼈다. 모두 나태웅이 안지영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나태웅이 안지영을 장선명에게 넘겨줘 버려놓고서는 지금 다시 찾으려고 하니 얼마나 일들이 복잡하게 얽혀 버렸는가?하지만 나태웅에게 포기하라고 하면 나태웅은 또 아쉬워했다.이렇게 너무나 명확한 예시가 있었기에 진윤은 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그와 윤설의 계약은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이전에는 이런 문제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제 그는 일단 윤설을 자기 여자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하나만 갖고 있었다.윤설은 진윤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지만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고 그녀의 마음은 이미 완전히 무너졌다.그녀는 이제야 확실히 이 남자가 자신에게 청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단 한 번도 진윤과 결혼하겠다는 사치스러운 꿈을 꾼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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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8화

‘아니 이 형 너무 막무가내인 거 아니야? 내가 오기 전에 전화도 했는데 왜 내 탓을 하는 거야?’윤설은 진윤의 품에 얼굴을 파묻은 채 도무지 얼굴을 들지 못했다.진윤은 위로하듯 윤설의 등을 다독였다.“먼저 방으로 가서 기다려. 응?”진윤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부드러웠다.윤설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정훈을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방으로 달려갔다.그녀가 떠나자 진윤은 싸늘한 얼굴로 진정훈을 바라바았다.“정말 중요한 일이여야 할 거야.”진정훈은 한숨을 쉬더니 머릿속이 너무 혼란스러워 자기가 왜 여기에 왔는지 순간적으로 잊어버렸다.그는 한참이나 생각한 끝에 진윤이 인내심을 완전히 잃으려는 순간 드디어 기억해 냈다.“형 나한테 알려줘. 형이 왜 그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았는지. 혹시 할머니하고 관련된 거야?”진윤은 진정훈이 할머니 얘기를 꺼내자 표정이 더욱 싸늘해졌다.진정훈은 그제야 몇 년 동안 진윤이 명절은 물론 할머니와 아버지의 생일에 단 한 번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렸다.진윤이 관계를 끊겠다는 태도가 너무나 명확하게 드러났다.“이틀 동안 조사해 놓고 결국 나한테 이런 의미 없는 질문을 하러 여기까지 온 거야?’“형.”진정훈은 초조해했다.고작 이틀이지만 이 이틀 동안 진정훈은 할머니와 진유경의 수상한 점을 알아냈다.진윤은 차가운 눈빛으로 진정훈을 한 번 째려보고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즉 말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이었다.진정훈은 진윤이 예전처럼 어떤 일에 대해서도 입을 꾹 닫는 모습을 보고 눈을 감았다.“내가 이번에 샘플을 갖고 돌아갔을 때 할머니하고 유경이한테 말했었어.”“그래서?”“샘플을 검사 기관에 보냈을 때 할머니 옆에서 시중을 드는 장 아줌마가 따라갔고 그 뒤에는 비밀스럽게 유경이의 기사도 따라갔어.”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직 샘플에 손을 댄 게 할머니와 유경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두 사람이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진정훈은 점점 더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진윤은 할머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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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9화

진씨 가문은 오래전 진성택이 진윤을 위해 정해준 결혼 상대가 있었다. 얼마 가지 않아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이씨 가문의 셋째 딸 이안나를 진윤의 약혼자로 정했다.소문에 따르면 이안나는 아주 대단한 여자라고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가 더욱 강력한 사람이라고 한다. 비록 이씨 가문의 후처이지만 이씨 가문의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었다. 전처의 자녀들마저도 그녀의 눈치를 보며 매달 용돈을 받는다고 한다. 그런 여자의 교육 아래서 자란 이안나의 성격이 얼마나 버릇없고 오만할지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현재 외국에서 유학 중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안나를 잔뜩 돈을 들여 유학을 보낸 것도 모두 진씨 가문에 시집을 보낼 준비를 한 것이다.하지만 진정훈의 기억에 이안나는 아직 1년 후에나 돌아올 예정이라고 했다. 약혼자가 국내에 없는데 진윤은 도대체 누구와 결혼한다는 것일까?“윤설. 너도 봤지. 앞으로 설이 보면 형수님이라고 불러.”진정훈은 순간 할 말을 잃고 그대로 얼어붙었다.‘윤설? 형이 윤설과 결혼한다고? 6천만 원을 주고 사 온 여자와?’“형 지금 농담하는 거지?”진윤이 말했다.“내가 농담하는 것처럼 보여?”“아버지와 할머니가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거야.”진정훈은 생각도 하지 않고 말했다.‘윤설과 결혼? 진씨 가문에서 형이 윤설을 6천만 원에 샀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그냥 즐기는 거라면 형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겠지만 결혼이라면 말이 다르지.’진정훈의 허락하지 않을 거라는 말에 진윤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그저 차가운 뒷모습만 보일 뿐이었다.진정훈은 진윤의 차가우면서도 진지한 태도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지금 모든 일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엉망진창이 되는 것 같았다.진윤이 집 안으로 들어가자 윤설은 이미 샤워를 마치고 불안한 표정으로 거실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진윤은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차가운 손을 잡아 단번에 힘주어 품에 안았다. 윤설이 말할 틈도 없이 진윤의 입술이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다.예전에 진윤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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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0화

“여동생의 일이에요.”진정훈은 지난 이틀 동안 있었던 상황을 진성택에게 서둘러 설명했다. 그는 조급한 나머지 지금 진성택이 자극을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을 잊은 듯했다.진성택은 원래도 진윤이 윤설과 결혼한다는 말에 큰 자극을 받았는데 지금 진정훈에게서 또 샘플에 관한 얘기를 들으니 너무 분노하여 심장이 심하게 쿵쾅거렸다.“샘플? 누가 조작했다고?”“네. 제가 돌아와서 할머니와 유경이한테 말했는데 제가 샘플을 보낸 뒤에 할머니 옆에 있는 장 아줌마가 뒤를 따라가고 또 비밀리에 유경이의 기사도 따라갔어요.”진성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전 조작한 사람이 둘 중의 한 명이라고 생각해요”진정훈은 다급하게 말했다.그는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진씨 가문 내부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단순히 이 한 가지 일만으로도 진정훈이 수년간 가졌던 가족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부숴버릴 수 있었다.진성택은 진정훈을 바라보았다.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에 진성택은 듣는 것만으로도 진윤의 일보다 백 배는 더 충격을 받았다.진성택은 순간 머리가 하얘지는 것 같았고 심장이 쉼없이 요동치니 동공이 끊임없이 수축하였다.하지만 진정훈은 아직 진성택의 이상을 감지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진윤과 진유경 그리고 할머니 등 사람들의 잘못을 말했다.그가 말하고 있는데 갑자기 털썩하는 소리가 들렸다.그 뒤로 진성택은 이미 눈을 감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계속 말하던 진정훈의 목소리도 순간적으로 멈췄다.곧 이어 진정훈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누구 없어? 빨라 와.”이미 평온함이 깨졌던 진씨 가문은 이 밤에 더욱 큰 혼란에 빠졌다.한편 완도에서 진윤은 윤설을 안은 채 씻기고 돌아와 그녀에게 옷을 입혀주고 있었다. 바로 이때 누군가 방문을 노크했다.“무슨 일이야?”진윤이 입을 열자 얼음 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밖에 있던 도우미는 감히 들어가지 못하고 문밖에 서서 말했다.“대표님. 둘째 도련님 전화인데 아버님께서 지금 병원에 입원하셨으니 빨리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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