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우는 고은영이 순간적으로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고 물었다.“넌 찾고 싶지 않아?”“찾고 싶지 않아요.”“왜?”이런 질문을 배준우는 지금까지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지만 지금 이렇게 말을 꺼냈으니 배준우도 고은영이 자신의 친부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다.배준우가 이유를 묻자 고은영은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그녀는 다시 한번 앞에 놓인 오렌지 주스를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좋든 나쁘든 난 이미 혼자서 이렇게 컸어요. 부모님의 보호가 가장 필요했을 때는 어디에 있었는지도 모를 사람들 난 이제 필요 없어요.”사실 고은영은 지금까지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지만 할머니와 함께 절망적인 날들을 겪을 때 그녀는 마음속으로 자신의 친부모를 많이 원망했다.그런 원망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 뿌리를 내렸다.그래서 이제 고은영은 친부모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본능적으로 그들의 존재를 거부했다.량천옥과 량일은 레스토랑에 들어왔을 때 고은영이 마지막으로 한 말을 들어버렸다. 특히 고은영의 필요 없다는 말이 량일과 량천옥의 가슴을 깊게 찔렀다.그 결과 원래 식사를 하러 왔던 두 사람은 배준우와 고은영이 자신들을 발견하기 전에 레스토랑에서 몰래 빠져나왔다.“엄마 들었어? 은영이가 나를 미워해. 은영이가 정말 날 원망하고 있어.”량천옥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원래도 고은영과의 재회에 별로 자신이 없었던 량천옥은 이제 고은영의 원망 가득한 말을 들으니 마음이 더욱 찢어질 듯 아팠다.량일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량천옥에 비해 량일은 직접 손녀를 버린 사람이었기에 이 순간 마음이 더욱 고통스러웠다.“천옥아.”“은영이가 날 정말 미워해. 은영이가 날 미워하고 있어.”량천옥은 감정이 격해지기 시작했고 량일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답답함을 느꼈다.“은영이가 우리를 미워하는 건 당연한 거야.”량천옥은 이 말을 듣자마자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텅 빈 눈으로 량일을 바라보았다.량일은 깊은 한숨을 쉬며 떨리는
최신 업데이트 : 2024-08-19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