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Chapter 911 - Chapter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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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1화

고은영은 처음에는 진정훈을 알아보지 못했다.이곳은 병원이었기에 구급차가 오가며 환자를 실어 오는 일은 아주 정상적인 일이라 누구인지 자세히 보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진정훈을 보고 고은영은 깜짝 놀랐다.“그쪽은.”배준우도 진정훈을 발견하고서는 시선을 내려 차가운 눈빛으로 진정훈이 잡은 고은영의 손을 바라보았다.진정훈이 말했다.“고은영 씨 지금 나하고 같이 가요.”‘뭐 같이 가자고? 이 남자가 미쳤나? 우리가 무슨 관계라고 지금 같이 가자는 거야?’고은영의 시선은 이미 환자용 침대에 누워 병원으로 밀려들어 가는 사람에게 향했다.‘설마 아픈 가족을 안심하게 하려고 이러는 거야? 제 정신인가? 설마 전에 나한테 진정훈이 질척거린 것도 진유경 때문이 아니라 자기 가족을 위해서 그런 거야?’고은영이 진정훈에게 미쳤냐고 말하기도 전에 배준우가 먼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 손 놔.”“배준우 우리 아버지가 지금...”“내가 말했지. 그 손 놓으라고.”배준우는 싸늘한 시선으로 진정훈을 바라보았는데 그 눈빛이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위험해 보였다. 그러나 진정훈은 손을 놓지 않았고 오히려 고은영의 손목을 더 세게 잡았다. 고은영은 잡힌 손목이 아픈 것도 있었지만 이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웠다.‘이 남자 정말 제정신이 아니구나.’동시에 고은영은 배준우에 대한 믿음도 별로 없었다. 비록 그가 한두 번은 믿지 않았지만 계속 진정훈이 이렇게 집착하면 결국 배준우도 의심할 것 같았다.여기까지 생각한 고은영의 마음은 더욱 불편했다.“그쪽 정말 미쳤어요?”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진정훈의 손을 힘주어 뿌리쳤다. ‘뭐 아버지? 자기 아버지가 죽는데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야?’“고은영.”진정훈은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이 상황을 지켜본 배준우는 너무 화가 나서 당장이라도 진정훈을 때려눕히고 싶었다.당황한 고은영은 손을 뻗어 배준우의 팔짱을 꼈다.“여보 우리 빨리 가요.”그녀의 목소리는 불안에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진정훈을 무슨 전염병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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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2화

고은영을 배준우가 모를 리가 없었다.“내가 진정훈의 말을 뭘 믿는다는 거야?”“준우 씨가 안 믿으면 됐어요.”고은영은 여전히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지금 그녀는 고은지의 일 때문에 마음이 많이 불편한데 진정훈까지 또다시 끼어드니 정말 살고 싶지 않았다.진씨 가문의 혼란에 비해 더욱 마음이 복잡한 사람이 바로 나태웅이었다.그는 고집스럽게 하늘 그룹에서 안지영을 하루 종일 기다렸지만 그 결과 안지영은 정말 하루 종일 돌아오지 않았다.게다가 조금 전 왕여가 나태웅에게 말하길 안지영이 오후 2시에 비행기를 타고 장선명과 함께 매하리로 떠났다는 것이다.‘안지영이 장선명과 함께 매하리로 갔다고? 지난번 플라자 온천에 갔다 온 것도 모자라 이제는 매하리까지 간다고?”왕여는 불안한 눈빛으로 나태웅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리고 그 땅은 안지영 씨가 우리에게 돌려줄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안지영이 동영 그룹과 계약을 체결해서 땅을 넘겨받은 뒤 아무리 그들이 연락해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전화도 통하지 않았고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이것만으로도 이미 태도가 너무 명확하게 보였다.게다가 왕여가 보기에는 이 모든 것은 안열을 탓해야 할 것 같았다. 안지영이 지금까지 한일중 모든 것은 안열과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나태웅은 위험한 분위기를 뿜어내며 눈을 감았다.“바로 매하리로 가는 티켓 예매해.”“네? 직접 매하리로 가시려고요? 그건 안 될 것 같은데...”안열은 긴장한 목소리로 걱정스럽게 물었다.매하리가 어떤 곳인가? 비록 유명한 관광지였지만 그곳은 너무 대자연이 광활한 곳이었다.관광 명소가 너무 많은데 지금 안지영과 장선명이 매하리로 갔다는 것 외에는 매하리의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안지영과 장선명이 비행기에서 내린 뒤 도대체 어디로 갈지 조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매하리는 원시적인 곳이었기에 사람을 찾는 것이 쉬운 곳은 아니었다.“지금 당장 예매해.”나태웅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이 빌어먹을 여자가 정말. 설마 장선명하고 진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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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3화

하지만 장선명이 검은 셔츠 하나만 입고 있는 모습을 보자 안지영은 망설였다.“안 추워요?”“남자는 체온이 높아서 괜찮아. 가자.”춥지 않다는 그의 말은 거짓말이었다.매하리는 설산이 있는 곳이었기에 아침저녁의 기온 차가 매우 컸고 밤에는 영하로 온도가 떨어졌다.안지영은 빠른 발걸음으로 장선명을 따라갔다.차에 타자마자 그녀는 얼어붙은 손을 비비며 중얼거렸다.“왜 별일도 없는데 여기까지 온 거예요?”장선명은 그녀를 바라보더니 빨갛게 얼어붙은 작은 코를 사랑스럽게 꼬집으며 말했다.“한 번 맞혀 봐.””내가 어떻게 맞혀요?”안지영은 장선명 같은 사람이 굳이 왜 이런 광활한 대자연에 온 것인지 이유를 예측할 수 없었다.하지만 여행 시즌이라 그런지 매하리에 온 사람이 꽤 많았다.방금 두 사람이 탄 비행기도 만석이었다.‘근데 장선명은 이렇게 조용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잖아? 밤마다 시끄러운 클럽 같은 곳에 있는 사람인데.’장선명은 그녀의 얼어붙은 작은 손을 손바닥으로 따뜻하게 감싸며 녹여주었다. 그 행동에 그녀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순간 장선명이 말했다.“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나와 널 흑과 백이라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잖아?”“네?”‘무슨 뜻이지? 흑과 백?’하지만 뒤에 이어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에 안지영은 그 뜻을 이해했다.강성에서는 모두 장씨 그룹의 사업이 깨끗하지 않다고들 말했다.아무도 그들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 일단 그들을 건드리면 그들은 아주 처참한 복수를 해왔기에 다들 그 결과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안지영의 안씨 가문은 사업 규모가 큰 것은 아니었지만 깨끗한 사업을 이어왔다.그래서 장선명과 안지영을 두고 흑과 백이라고 말했다.그런데 지금.“그럼 선명 씨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요?”안지영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장선명을 바라보았다.장선명은 그녀의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을 보고 입꼬리가 올라가며 미소를 지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그의 타고난 매력은 숨길 수 없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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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4화

‘바로 거절해야 하는 걸까?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어쨌든 안지영이 먼저 찾아가서 부탁한 것이었기에 지금 거절하면 조금 말이 안 되는 것 같았다.하지만 바로 수락하기에는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안지영의 마음속에서 그녀와 장선명의 관계는 오직 계약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그녀는 장선명을 위해 장씨 가문에서 오는 결혼 압박을 막아주었고 장선명은 그녀를 도와 배준우의 위협을 해결해 주었다.그런데 지금 갑자기 계약서를 없애고 진지하게 사귀자고 한다.미안하지만 그녀는 지금 너무 당황한 나머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멍하니 있는 안지영의 모습을 보고 장선명은 가벼운 웃음을 터트렸다.“나태웅이 너한테 어떤 마음인지 너도 알지?”‘아니 이런 상황에 왜 갑자기 그 재수 없는 놈 얘기를 꺼내는 거야?’안지영은 순간 우울해졌다.축 처진 안지영의 표정을 본 장선명은 웃으며 말했다.“나태웅이 확실히 인간은 아니지. 하지만 그 자식의 목적은 너무 뻔해.”“그 인간 얘기 안 하면 안 돼요?”안지영은 정말 불쾌했다. 그 미친 자식의 이름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빠졌다.장선명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얘기 안 할게. 근데 내가 너한테 말해주고 싶은 건 넌 똑똑한 사람이니까 누가 정말 너한테 잘해주는지 누가 정말 함께 살아갈 사람인지 알 거라고 생각해. 인생은 길어. 네가 어떤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는지 확실히 정해야 해.”장선명의 말은 다소 뜻이 깊었지만 안지영은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나태웅의 방식? 그는 조금만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었다.확실히 안지영은 이미 나태웅이 그녀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 공포스러운 일이었다.나태웅 같은 인간을 그녀는 백 번 죽여도 시원치 않았다. 그런데 그런 사람과 함께 산다는 건 차라리 자기 수명을 줄이는 거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며칠 만에 화병으로 죽을지도 모를 일이다.하지만 장선명과 함께하는 동안 그는 그녀에게 최선을 다했다.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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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5화

나태웅도 그렇게 좋은 남자가 아니었다.“할 말 더 있어? 없으면 나 먼저 간다.”나태웅은 더 말하고 싶지 않았다.지금은 오직 안지영이 장선명과 단둘이 매하리에 갔다는 것만 생각해도 나태웅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나태현이 말했다.“경고하는데 안 가는 게 좋을 거야.”“형.”“내가 여자라도 장선명을 선택했을 거야.”나태웅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원래도 좋지 않았던 얼굴이 지금 나태현의 말을 듣고 더욱 어두워졌다.‘이 사람이 정말 내 형 맞아? 어떻게 나한테 이런 말을 할 수 있어? 장선명이 어떤 인간인데? 설마 형은 모르는 거야?’나태현은 나태웅의 싸늘한 시선을 마주 보며 지금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고 있었다.나태현은 차가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피그스 라벤더 장원에서 돌아온 뒤로 네가 저지른 일들을 돌아봐. 그리고 장선명은 또 어떻게 했는지 생각해 봐. 안지영이 제정신이라면 절대 널 선택하지 않을 거야.”이런 일들은 제삼자가 더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하지만 나태웅은 인정하지 않았다.“내가 뭘 어떻게 했는데? 내가 안지영 아빠를 위해서 전문가팀을 구해줬는데도 안지영이 거부했어. 장선명이 지영이를 위해서 해준 일은 나도 해줄 수 있다고.”그럼 이게 지금 누구의 잘못일까?나태웅의 말을 들은 나태현은 두통이 느껴졌다.원래는 계속 설득하려고 했지만 나태웅의 태도를 보고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너 가.”‘이 자식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그래 직접 가서 장선명한테 정신이 번쩍 들 때까지 실컷 맞아 봐.’나태웅도 더할 말이 없었기에 바로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가려고 했다.그런데 두 걸음도 채 걷기도 전에 나태현이 또 그를 불러 세웠다.“잠깐.”나태웅은 걸음을 멈췄다.“왜?”나태현이 말했다.“내가 너라면 난 바로 포기했을 거야.”나태현이 보기에 나태웅이 안지영에게 저지른 일들과 안지영의 현재 태도로 봤을 때 두 사람은 완전히 적이 되었다.나태웅이 억지로 안지영과 장선명의 관계를 망쳐 놓더라도 안지영이 나태웅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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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6화

하지만 나태웅은 오히려 천락 그룹에 돌아와서 도움이 되기는커녕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나태현은 그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나태웅의 뒤를 따라다니며 문제를 수습해 주느라 바빴다. 지금은 동성의 땅도 나태웅 때문에 하늘 그룹에 빼앗겼다.이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땅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확정할 수 없었다.‘이제 보니 둘째 도련님은 동영 그룹에서 그동안 경영 관리는 물론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 같네. 지금 이게 다 무슨 상황이야? 천락 그룹에 돌아와서 사회의 쓴맛을 보려고 하는 건가?’매하리의 밤은 정말 추웠지만 그래도 낮에는 독특한 풍경이 있었다.안지영은 바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통나무집 창가에 서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설산을 바라보았다.어젯밤 장선명은 그녀와 함께 어두운 곳으로 들어갈 수 없으니 함께 밝은 곳으로 가겠다고 말했다.안지영은 그 말인즉 그가 어둠에서 벗어나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떳떳할 수 있는 사업을 하겠다는 뜻임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장선명은 매하리의 여행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띵동 하고 방의 초인종이 울렸다.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서는 몸을 돌려 방문을 열었다.장선명은 손에 아침 식사를 들고서는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단정한 옷차림을 보고 안지영은 깜짝 놀랐다.“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너도 일찍 일어났네?”장선명은 가볍게 웃으며 말하고서는 방 안으로 들어와 아침 식사를 작은 테이블에 올려 놓았다.그는 그릇을 놓으며 말했다.“여기 별로 먹을 게 없어서 우리 대충 먹어야 할 것 같아.”안지영은 따뜻한 물을 끓이려다가 장선명의 말을 듣고서는 주전자를 들려던 손을 멈칫했다. ‘강성의 장씨 가문 넷째 도련님이 지금 나한테 대충 때우라고 한 거야? 난 동영 그룹에 있을 때 그런대로 참는 것에 익숙해졌는데 장선명이 대충 때울 수 있을까?’안지영은 장선명이 가져온 아침 식사를 보고 입꼬리가 자기도 모르게 떨렸다.이건 정말 대충 때워야 할 상황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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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7화

안지영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아니에요. 난 그냥 라면 먹고 싶어요.”안지영은 전에 매하리에 와본 적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는 이곳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이곳의 국수는 그냥 안 먹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라면은 영양가 없잖아. 그래도 국수를 끓여오라고 할게.”안지영은 아무것도 모르는 장선명을 보고서는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장선명은 안지영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몸을 일으켜 민박 사장에게 국수를 부탁하고 왔다.민박 사장은 아주 열정적으로 곧바로 끓여주겠다고 말했다.그런데 곧바로 끓여주겠다던 국수는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도 나오지 않았다.장선명도 밀크티와 빵이 입맛에 맞지 않았는지 국수를 끓여달라고 부탁한 뒤로 더 먹지 않았지만 오래 기다려도 국수가 나오지 않자 그는 불만스럽게 말했다.“내가 가서 볼게. 무슨 돌을 끓이는 것도 아니고.”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이곳의 음식은 돌을 끓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장선명은 아래층에 내려갔을 때 금방 완성된 국수를 발견했다.게다가 고압 가마에서 면을 건져내는 것을 보고 처음 보는 면을 끓이는 방식에 그는 깜짝 놀랐다.사장은 미소를 지으며 국수를 장선명에게 건넸다.“점심에 돌아와서 식사할 건가요?”“왜 그러세요?”장선명은 이해하지 못했다.‘아침도 아직 못 먹었는데 왜 벌써 점심을 묻는 거지?’사장은 이해하지 못한 장선명을 보고 설명해 줬다.“만약 점심에 돌아와서 식사하시면 제가 미리 준비해 두려고요. 보셔서 아시겠지만 여기서 식사 준비를 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서요.”장선명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손에 들린 면을 한 번 보고 다시 사장이 면을 끓은 고압 가마를 바라보더니 상황을 조금 이해한 눈치였다.이곳은 기후 때문에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것은 고사하고 제대로 익히는 것조차 어려웠다. 장선명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돌아와서 먹을 거예요.”“네. 그럼 뭐 드시고 싶으세요? 양고기? 아니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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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8화

계단이 꽤 좁아서 안지영이 앞에서 가고 장선명이 그 뒤를 따랐다.마침 두 번째 계단을 밟는 순간 눈 알갱이를 밟아 안지영은 그대로 앞으로 쭉 미끄러졌다.온몸이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안지영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장선명이 빠르게 그녀를 잡아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그대로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을 것이다.안정된 안지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난간을 잡고 일어났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고개를 숙여보니 장선명의 넓은 손바닥이 그녀의 가슴을 잡고 있었다.그 순간 안지영은 할 말을 잃고서는 작은 얼굴이 새빨개졌다.‘이 상황에서 비명을 질러야 하는 거야?’장선명은 그녀가 당황해하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녀의 몸을 바로 세워주며 말했다.“조심해.”안지영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였다.그녀가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장선명은 바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너무 놀라 얼어붙은 작은 손은 그 순간 장선명의 따뜻한 손바닥에 감싸여 온기를 되찾았고 그녀도 가슴 속에서 이상한 감정이 흘러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정말 깜짝 놀랐어요.”방금 자기가 정말로 계단에서 굴러떨어질 뻔했다는 생각에 안지영은 아찔했다. 비록 2층 계단 높이였지만 굴러떨어졌다면 분명 아팠을 것이다.장선명이 말했다.“내가 잡아줄게.”이번에는 안지영도 거절하지 않았다. ‘계단이 이렇게 미끄러운데 이 남자는 방금 국수를 들고 어떻게 위로 올라온 거야?’집을 나설 때 장선명은 사장이 벌써 소고기를 고압가마에 넣고 끓이는 것을 발견하고서는 속으로 감탄했다. 이곳에서는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힘들어 방금 식사를 마쳤는데 바로 다음 끼니를 준비해야 했다.안지영은 장선명이 계획한 여행 일정이 이곳의 높은 산이 아니라 한 도시를 포함한 것인 줄 알았는데 그녀가 장씨 가문 사람들의 야망을 과소평가한 것이었다.장선명이 계획한 것은 전체 매하리의 관광 노선이었다.등산이라고 말했지만 두 사람은 오전 내내 차를 타고 움직였다.그런 다음 한 루트에서 다른 루트로 이동하자 그 들은 한 가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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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9화

배준우는 그 말을 듣고 발걸음을 멈췄다.“이렇게 빨리?’요즘 나태웅이 저지른 엉망진창인 일들을 볼 때 배준우도 이 일이 가장 믿을 만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진청아는 확실히 능력이 좋았다.5년 전의 일인데도 조사를 하니 정말로 파헤쳤다.진청아는 배준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진재한과 기성훈이 다 나서서 어렵게 CCTV 영상을 복구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옆모습과 뒷모습뿐이지만 제가 보기에 그 사람의 모습이 꽤 익숙한 느낌이었습니다.”그래서 그 사람을 찾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진청아의 말을 듣고 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최대한 빨리 확인해.”“알겠습니다.”이제 확인만 하면 끝이기에 진청아에게는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며칠 내로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이지훈은 나태현의 뒤를 따라가다 자신의 대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기운을 느꼈다.‘또 무슨 일이야?’“대표님 핸드폰이 계속 울리고 있습니다.”핸드폰이 울리는 것을 보고 이지훈은 나태현에게 알려주지 않을 수 없었다.나태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전화를 꺼내보니 안열에게서 온 전화였다.그는 바로 이지훈에게 전화를 던졌다.“네가 받아.”이지훈은 재빨리 전화를 잡았다. 안열에게서 온 전화인 것을 확인하고 얼른 구석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나태현은 아버지의 병실로 향하면서 머릿속으로는 계속해서 고은지 방에 있던 남자를 떠올렸다.‘고은지가 그 남자를 찾고 있는 거야? 그 남자를 찾고 있는 이유가 뭐지? 그 남자가 딸인 고희주의 아버지라서?’고은지와 관련된 정보가 그의 신경을 얼마나 자극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이 순간 나태현의 눈은 차가운 분위기로 가득했다.요 며칠 고은영은 시간이 날 때마다 고희주에게 달려갔다.고은지의 정신상태는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었기에 이제는 항암 치료 단계에 접어들었다.심각할 때는 머리가 빠지고 구토를 했다.배준우는 고은지의 주치의를 만난 뒤 고은영을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고희주 아빠에 관한 소식이 있다고 전했다.진청아가 이미 CCTV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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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0화

고은지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고은영은 그런 고은지를 보고 마음이 조금 쓰려왔다.“은영아 나 한 가지만 더 도와줄래?”고은지는 마침내 침묵을 깨고 말했다.고은영이 말했다.“말해 봐.”고은지의 부탁이라면 고은영은 무엇이든지 다 들어줄 것이다.고은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희주 나 때문에 지금 정상적으로 학교에 들어갈 수 없잖아.”여기까지 말했을 때 고은지의 목소리는 점점 더 울컥하는 것 같았다.그동안 고희주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일만 생각하면 고은지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조영수와 함께 산 세월 동안 비록 조씨 가문의 경제 상황이 부유하진 않았지만 고은지와 고희주는 정말 가난하게 살았다.그래도 고은지는 자신이 훌륭한 아내이자 엄마 그리고 며느리인 줄 알았다.그녀는 집안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희주도 아주 잘 키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녀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착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고은지는 자기 자신도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 연달아 큰 사건들을 겪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고희주까지 연루되게 했다.고은영은 고은지의 울먹거리는 목소리를 듣고 물었다.“언니 준우 씨한테 좋은 학교 찾아 달라고 그러는 거지? 계속 희주가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사실 고은영은 이 의견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았다.비록 아이가 지금 학교에 다닐 나이이긴 했지만 희주 마음의 병은 이제 막 회복 단계였기 때문에 고은영은 걱정이 많았다.고은지도 고희주를 학교에 보내겠다고 말하면서도 그녀의 눈빛은 전례 없는 고통이 드러났다.원래 고은지는 고희주를 데리고 강성을 떠나려고 했다.그러나 갑작스러운 병으로 인해 고은지가 원래 세웠던 계획이 틀어졌다.이 순간 고은영이 아이를 학교에 보내겠냐는 말에 고은지의 마음도 함께 떨렸다.“아니. 학교에 보내겠다는 건 아니야.”고은지는 고민도 하지 않고 말했다.아이들이 많은 환경은 항상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희주는 심리적으로 이미 심각한 문제가 생겼는데 고은지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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