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태웅은 오히려 천락 그룹에 돌아와서 도움이 되기는커녕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나태현은 그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나태웅의 뒤를 따라다니며 문제를 수습해 주느라 바빴다. 지금은 동성의 땅도 나태웅 때문에 하늘 그룹에 빼앗겼다.이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땅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확정할 수 없었다.‘이제 보니 둘째 도련님은 동영 그룹에서 그동안 경영 관리는 물론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 같네. 지금 이게 다 무슨 상황이야? 천락 그룹에 돌아와서 사회의 쓴맛을 보려고 하는 건가?’매하리의 밤은 정말 추웠지만 그래도 낮에는 독특한 풍경이 있었다.안지영은 바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통나무집 창가에 서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설산을 바라보았다.어젯밤 장선명은 그녀와 함께 어두운 곳으로 들어갈 수 없으니 함께 밝은 곳으로 가겠다고 말했다.안지영은 그 말인즉 그가 어둠에서 벗어나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떳떳할 수 있는 사업을 하겠다는 뜻임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장선명은 매하리의 여행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띵동 하고 방의 초인종이 울렸다.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서는 몸을 돌려 방문을 열었다.장선명은 손에 아침 식사를 들고서는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단정한 옷차림을 보고 안지영은 깜짝 놀랐다.“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너도 일찍 일어났네?”장선명은 가볍게 웃으며 말하고서는 방 안으로 들어와 아침 식사를 작은 테이블에 올려 놓았다.그는 그릇을 놓으며 말했다.“여기 별로 먹을 게 없어서 우리 대충 먹어야 할 것 같아.”안지영은 따뜻한 물을 끓이려다가 장선명의 말을 듣고서는 주전자를 들려던 손을 멈칫했다. ‘강성의 장씨 가문 넷째 도련님이 지금 나한테 대충 때우라고 한 거야? 난 동영 그룹에 있을 때 그런대로 참는 것에 익숙해졌는데 장선명이 대충 때울 수 있을까?’안지영은 장선명이 가져온 아침 식사를 보고 입꼬리가 자기도 모르게 떨렸다.이건 정말 대충 때워야 할 상황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저
안지영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아니에요. 난 그냥 라면 먹고 싶어요.”안지영은 전에 매하리에 와본 적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는 이곳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이곳의 국수는 그냥 안 먹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라면은 영양가 없잖아. 그래도 국수를 끓여오라고 할게.”안지영은 아무것도 모르는 장선명을 보고서는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장선명은 안지영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몸을 일으켜 민박 사장에게 국수를 부탁하고 왔다.민박 사장은 아주 열정적으로 곧바로 끓여주겠다고 말했다.그런데 곧바로 끓여주겠다던 국수는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도 나오지 않았다.장선명도 밀크티와 빵이 입맛에 맞지 않았는지 국수를 끓여달라고 부탁한 뒤로 더 먹지 않았지만 오래 기다려도 국수가 나오지 않자 그는 불만스럽게 말했다.“내가 가서 볼게. 무슨 돌을 끓이는 것도 아니고.”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이곳의 음식은 돌을 끓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장선명은 아래층에 내려갔을 때 금방 완성된 국수를 발견했다.게다가 고압 가마에서 면을 건져내는 것을 보고 처음 보는 면을 끓이는 방식에 그는 깜짝 놀랐다.사장은 미소를 지으며 국수를 장선명에게 건넸다.“점심에 돌아와서 식사할 건가요?”“왜 그러세요?”장선명은 이해하지 못했다.‘아침도 아직 못 먹었는데 왜 벌써 점심을 묻는 거지?’사장은 이해하지 못한 장선명을 보고 설명해 줬다.“만약 점심에 돌아와서 식사하시면 제가 미리 준비해 두려고요. 보셔서 아시겠지만 여기서 식사 준비를 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서요.”장선명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손에 들린 면을 한 번 보고 다시 사장이 면을 끓은 고압 가마를 바라보더니 상황을 조금 이해한 눈치였다.이곳은 기후 때문에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것은 고사하고 제대로 익히는 것조차 어려웠다. 장선명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돌아와서 먹을 거예요.”“네. 그럼 뭐 드시고 싶으세요? 양고기? 아니면
계단이 꽤 좁아서 안지영이 앞에서 가고 장선명이 그 뒤를 따랐다.마침 두 번째 계단을 밟는 순간 눈 알갱이를 밟아 안지영은 그대로 앞으로 쭉 미끄러졌다.온몸이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안지영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장선명이 빠르게 그녀를 잡아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그대로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을 것이다.안정된 안지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난간을 잡고 일어났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고개를 숙여보니 장선명의 넓은 손바닥이 그녀의 가슴을 잡고 있었다.그 순간 안지영은 할 말을 잃고서는 작은 얼굴이 새빨개졌다.‘이 상황에서 비명을 질러야 하는 거야?’장선명은 그녀가 당황해하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녀의 몸을 바로 세워주며 말했다.“조심해.”안지영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였다.그녀가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장선명은 바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너무 놀라 얼어붙은 작은 손은 그 순간 장선명의 따뜻한 손바닥에 감싸여 온기를 되찾았고 그녀도 가슴 속에서 이상한 감정이 흘러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정말 깜짝 놀랐어요.”방금 자기가 정말로 계단에서 굴러떨어질 뻔했다는 생각에 안지영은 아찔했다. 비록 2층 계단 높이였지만 굴러떨어졌다면 분명 아팠을 것이다.장선명이 말했다.“내가 잡아줄게.”이번에는 안지영도 거절하지 않았다. ‘계단이 이렇게 미끄러운데 이 남자는 방금 국수를 들고 어떻게 위로 올라온 거야?’집을 나설 때 장선명은 사장이 벌써 소고기를 고압가마에 넣고 끓이는 것을 발견하고서는 속으로 감탄했다. 이곳에서는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힘들어 방금 식사를 마쳤는데 바로 다음 끼니를 준비해야 했다.안지영은 장선명이 계획한 여행 일정이 이곳의 높은 산이 아니라 한 도시를 포함한 것인 줄 알았는데 그녀가 장씨 가문 사람들의 야망을 과소평가한 것이었다.장선명이 계획한 것은 전체 매하리의 관광 노선이었다.등산이라고 말했지만 두 사람은 오전 내내 차를 타고 움직였다.그런 다음 한 루트에서 다른 루트로 이동하자 그 들은 한 가지
배준우는 그 말을 듣고 발걸음을 멈췄다.“이렇게 빨리?’요즘 나태웅이 저지른 엉망진창인 일들을 볼 때 배준우도 이 일이 가장 믿을 만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진청아는 확실히 능력이 좋았다.5년 전의 일인데도 조사를 하니 정말로 파헤쳤다.진청아는 배준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진재한과 기성훈이 다 나서서 어렵게 CCTV 영상을 복구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옆모습과 뒷모습뿐이지만 제가 보기에 그 사람의 모습이 꽤 익숙한 느낌이었습니다.”그래서 그 사람을 찾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진청아의 말을 듣고 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최대한 빨리 확인해.”“알겠습니다.”이제 확인만 하면 끝이기에 진청아에게는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며칠 내로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이지훈은 나태현의 뒤를 따라가다 자신의 대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기운을 느꼈다.‘또 무슨 일이야?’“대표님 핸드폰이 계속 울리고 있습니다.”핸드폰이 울리는 것을 보고 이지훈은 나태현에게 알려주지 않을 수 없었다.나태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전화를 꺼내보니 안열에게서 온 전화였다.그는 바로 이지훈에게 전화를 던졌다.“네가 받아.”이지훈은 재빨리 전화를 잡았다. 안열에게서 온 전화인 것을 확인하고 얼른 구석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나태현은 아버지의 병실로 향하면서 머릿속으로는 계속해서 고은지 방에 있던 남자를 떠올렸다.‘고은지가 그 남자를 찾고 있는 거야? 그 남자를 찾고 있는 이유가 뭐지? 그 남자가 딸인 고희주의 아버지라서?’고은지와 관련된 정보가 그의 신경을 얼마나 자극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이 순간 나태현의 눈은 차가운 분위기로 가득했다.요 며칠 고은영은 시간이 날 때마다 고희주에게 달려갔다.고은지의 정신상태는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었기에 이제는 항암 치료 단계에 접어들었다.심각할 때는 머리가 빠지고 구토를 했다.배준우는 고은지의 주치의를 만난 뒤 고은영을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고희주 아빠에 관한 소식이 있다고 전했다.진청아가 이미 CCTV
고은지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고은영은 그런 고은지를 보고 마음이 조금 쓰려왔다.“은영아 나 한 가지만 더 도와줄래?”고은지는 마침내 침묵을 깨고 말했다.고은영이 말했다.“말해 봐.”고은지의 부탁이라면 고은영은 무엇이든지 다 들어줄 것이다.고은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희주 나 때문에 지금 정상적으로 학교에 들어갈 수 없잖아.”여기까지 말했을 때 고은지의 목소리는 점점 더 울컥하는 것 같았다.그동안 고희주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일만 생각하면 고은지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조영수와 함께 산 세월 동안 비록 조씨 가문의 경제 상황이 부유하진 않았지만 고은지와 고희주는 정말 가난하게 살았다.그래도 고은지는 자신이 훌륭한 아내이자 엄마 그리고 며느리인 줄 알았다.그녀는 집안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희주도 아주 잘 키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녀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착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고은지는 자기 자신도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 연달아 큰 사건들을 겪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고희주까지 연루되게 했다.고은영은 고은지의 울먹거리는 목소리를 듣고 물었다.“언니 준우 씨한테 좋은 학교 찾아 달라고 그러는 거지? 계속 희주가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사실 고은영은 이 의견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았다.비록 아이가 지금 학교에 다닐 나이이긴 했지만 희주 마음의 병은 이제 막 회복 단계였기 때문에 고은영은 걱정이 많았다.고은지도 고희주를 학교에 보내겠다고 말하면서도 그녀의 눈빛은 전례 없는 고통이 드러났다.원래 고은지는 고희주를 데리고 강성을 떠나려고 했다.그러나 갑작스러운 병으로 인해 고은지가 원래 세웠던 계획이 틀어졌다.이 순간 고은영이 아이를 학교에 보내겠냐는 말에 고은지의 마음도 함께 떨렸다.“아니. 학교에 보내겠다는 건 아니야.”고은지는 고민도 하지 않고 말했다.아이들이 많은 환경은 항상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희주는 심리적으로 이미 심각한 문제가 생겼는데 고은지는
고은영은 량일과 량천옥이 어디서 고은지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용산을 조사할 때 그녀들은 당연히 고은지가 어렸을 때부터 어떻게 고은영을 챙겨줬는지 알게 되었다.고은지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량천옥은 고은영이 분명 걱정할 것을 알기에 초조해하고 있었다.그러나 고은영이 자신을 그렇게 미워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차마 고은영을 만날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량일이 고은영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이 순간 량일이 고은지의 골수 이식 얘기를 꺼내니 고은영은 가슴이 철렁했다.고은영은 몸이 머리보다 먼저 반응하며 량일의 손을 꽉 잡았다.“그쪽이 우리 언니와 일치하는 골수를 찾아줄 수 있어요?”고은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량일을 바라보았다.심지어 고은영은 이 순간 머릿속에 량천옥과 량일의 공포스러운 모습이 떠올랐지만 량일이 언니와 일치한 골수를 얘기하니 마음속으로 기뻤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두렵기도 했다.전에는 배준우가 고은영의 옆에 있었기에 량천옥의 계획에 많은 방해가 되었을 텐데 이번에는 량일이 그녀에게 복수를 하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었다.량일은 고은영의 간절한 시선을 마주하고서는 한숨을 쉬었다.“얘기 좀 나누겠니?”“그러죠. 원하는 게 뭐죠? 조건을 얘기하세요.”고은영은 다급하게 물었다. 마치 이 순간 량일이 어떤 요구를 하더라도 무조건 들어줄 것만 같았다.심지어 량천옥과 량일이 그녀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해도 그녀는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자기와 무관한 일이고 잘못한 일이 아니더라도 고은영은 지금 그런 것을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지금 그녀의 자존심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고은영은 고은지가 살아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고 싶었다.량일은 고은영이 자기가 말을 바꿀까 봐 두려워하는 눈빛을 보며 심장을 칼이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고은지가 너한테 정말 중요한 사람인가 보구나.”이 말을 하며 량일은 힘없이 한숨을 쉬었다.심지어 량일은 량천옥이 고은영의 마음속에서 10분의 1이라도 자리 잡고
지금 량일이 조보은을 언급하자 고은영은 자기도 모르게 긴장했다.“사모님. 만약 제 언니를 위해서 매칭 검사를 해주신다면 당연히 감사 인사를 드릴 겁니다. 어떤 요구가 있다면 제가 최선을 다해 들어드릴게요. 하지만 지금 이건...”“내가 뭘 원한다고 생각하니?”고은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량일은 바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 이 순간 량일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슬픔이 담겨 있었다.‘은영이는 지금 내가 또다시 조보은을 이용해서 자기에게 상처를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하지만 고은영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과거 량천옥이 저지른 대부분의 일들은 량일이 아이디어를 준 것들이었기 때문이다.고은영은 량일을 긴장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비록 과거에 그들의 얼마나 사악했던지 고은영은 지금 이 순간 뭐라고 할 수 없었다.량일은 고은영이 참고 있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더욱 안 좋았다.그러다 다시 물었다.“조보은이 네 친엄마가 아니라는 걸 알고 넌 친부모님을 찾아볼 생각은 안 했니?”고은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량일의 말을 듣는 순간 고은영은 머리가 윙하고 울리면서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이 질문은 어제 배준우도 그녀에게 물었던 것인데 왜 량일이 지금 또 묻는 것일까?‘난 필요 없는데. 어린 시절 가장 어려운 시기를 스스로 이겨냈는데 이제 와서 굳이 찾을 필요가 있나?’그러나 지금 량일이 왜 이런 개인적인 질문을 하는지 고은영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물론 대답하고 싶지도 않았다.량일은 고은영이 침묵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물었다.“넌 그 사람들을 원망하니?”고은영은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원망하냐고? 사실 난 잘 모르겠는데.’조보은이 친엄마가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으니 어쩌면 원망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고은영에게는 딱히 필요한 존재들이 아니었다.가장 부모님의 사랑을 바랄 나이에 이미 그런 사랑에 대한 기대를 버렸으니 이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사모님 왜 저한테 이런
량일은 이 모든 과정에서 감정이 매우 격해졌다.말하면 할수록 과거에도 지금에도 량일이 가장 신경 쓰는 사람은 사실 자기 딸 량천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량천옥은 밤낮으로 어떻게 딸과 만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날 우연히 고은영이 한 말을 듣고 모든 용기를 잃은 것 같았다. 량천옥은 그 이후로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도 못하고 밥도 먹지 못했다.점점 야위어가는 딸을 보며 량일도 다급해졌다. 하지만 이 순간 자신의 외손녀를 마주하고 나니 그녀도 마음이 아팠다. 이 모든 것이 그녀 때문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고은영은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마치 이 순간 깊은 절망에 빠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배준우는 오후에 회사에서 회의하고 있었다. 민초희는 어제부터 고은영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 회의가 끝나자 진청아는 앞으로 다가가 정중하게 말했다.“배 대표님 사모님께 한 번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언니한테 또 문제 생겼어?”배준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진청아를 바라보았다.진청아는 고개를 저었다.“고은지 씨의 문제가 아니라 량일 여사가 병원에 다녀간 뒤로 사모님께서 계속 멍한 상태로 계신다고 합니다.”배준우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의 눈빛이 어둡게 번쩍였다.진청아와 배준우는 모두 무슨 상황인지 대략 눈치챈 것 같았다.고은영과 량천옥 그리고 진씨 가문의 친자 확인에 관한 일은 진청아와 배준우가 아직 감추고 있었지만 여전히 조사 중이었다.그리고 량천옥은 진유경과 배준우 사이의 문제 때문에 미친 것처럼 고은영을 보호하며 끊임없이 진씨 가문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었다.진유경은 다리를 다치게 만들고 진정훈 차의 문을 박살 내 버렸다.비록 량천옥이 미친 짓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한 엄마로서는 아주 대단한 모성애였다.“뒤에 일정은 알아서 조정해.”배준우는 그렇게 말한 뒤 곧장 밖으로 나갔다.한편 병원에서 고은영은 병원 복도 벤치에 앉아 있었고 민초희가 그녀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가져다주었다.“이것 좀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
안열은 본능적으로 나태웅의 얼굴을 발로 차버리려고 했다.하지만 발을 드는 순간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에 안열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다리를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너 이 새끼...”나태웅에게 욕을 퍼부어주려는데 나태웅은 이미 엘리베이터에 타 있었다.나태웅은 아까 안열의 발을 부숴버리려고 했다.화가 치밀어오른 안열이 나태웅을 잡으려고 했지만 결국 발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발등은 지방이 적어서 아주 취약한 부분이다. 나태웅은 바로 그 부분을 노린 것이다.확인해보니 발등에는 이미 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안열은 표정이 어두워져서 안지영의 사무실로 들어가 얘기했다.“나태웅은 정말 악질이에요. 반드시 고소해서 승소하고 감옥에 처넣으세요!”안열이 씩씩대면서 얘기했지만 안지영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이상함을 눈치챈 안열이 안지영을 쳐다보았다. 안지영은 테이블 위에 놓인 무언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왜 그래요?”안열이 다가가서 물었다.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안열을 바라보았다.그러다가 안열의 발등이 퍼렇게 멍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게 무슨 일이에요? 누가 때렸어요?”“나태웅이요! 그 개같은 자식...”안열이 울분에 받쳐서 얘기했다.안지영은 약간 놀랐다.“나태웅이 때렸다고요? 안열 씨, 나태웅이랑 싸우면 못 이겨요?”“못 이겨요.”안지영은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저번에도 비슷한 대답을 들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반드시 나태범을 감옥에 넣어주세요.”안열이 이를 꽉 깨물었다.안지영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런 모습의 안열을 보니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나태웅을 감옥에 넣으라고요?”“네! 살인미수잖아요. 꼭 승소하고 콩밥을 먹게 해야 해요!”안열은 여전히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마치 지금 당장 나태웅을 끌고 교도소에 갈 사람 같았다.“...”나태웅을 감옥에 보낸다니.그것보다 더 좋은 결말은 없을
마주한 시선 속에서 안지영은 나태웅에게서 위험을 느꼈다.숨을 깊게 들이쉰 안지영이 시선을 돌리고 얘기했다.“난 너랑 죽도록 싸우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너도 그렇고, 너희 가문도 그렇고, 정말 선을 넘었어.”그 말에 분위기가 점점 차가워졌다.나태범이 한 짓들은 자꾸만 안지영을 화나게 했다.나태웅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내가 알려줬던 거 같은데. 장선명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장선명이 왜 너랑 결혼하려고 하는 것 같아?”“이유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곧 결혼한다는 사실이야.”안지영은 나태웅 같은 사람 앞에서 더욱 굳건해졌다.안지영은 애매모호한 사람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한쪽에 올인하는 쪽이다.그러니 지금 본인이 누구를 원하고 누구를 좋아하는지 아주 잘 알았다. 장선명을 두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그리고 성격상으로도 동시에 두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처음부터 장선명과 비즈니스 관계로 시작했고 선을 넘지 않고 거리를 잘 유지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안지영은 장선명과 정말 한 쌍의 부부가 될 것이다.차가운 안지영의 태도에 나태웅이 차갑게 웃었다.“하, 정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도대체 뭐라는 거야.”안지영은 본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태웅이 너무 싫었다. 분명 중요하지 않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또 물으니 말이다.나태웅은 가방에서 사진을 꺼내 사무실 위에 올려놓더니 안지영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안지영은 눈썹을 찌푸리고 물었다.“이게 뭔데...”“직접 확인해봐.”“...”“잘 확인해. 네가 사랑하는 그 남자가 정말 너만의 것인지.”“...”안지영은 호흡마저 거칠어졌다.“지금 이간질하려는 거야? 하지만 이제 쓸모없어!”“두려워?”나태웅이 눈썹을 까딱이면서 물었다.안지영은 나태웅을 당장이라 씹어먹을 듯한 눈빛으로 나태웅을 노려보았다.나태웅은 미간을 찌푸리고 사진을 향해 눈짓했다. 안지영은 이를 꽉 깨물고 사진을 들어 확인했다.그 사진은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