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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5화

나태웅도 그렇게 좋은 남자가 아니었다.

“할 말 더 있어? 없으면 나 먼저 간다.”

나태웅은 더 말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오직 안지영이 장선명과 단둘이 매하리에 갔다는 것만 생각해도 나태웅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태현이 말했다.

“경고하는데 안 가는 게 좋을 거야.”

“형.”

“내가 여자라도 장선명을 선택했을 거야.”

나태웅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원래도 좋지 않았던 얼굴이 지금 나태현의 말을 듣고 더욱 어두워졌다.

‘이 사람이 정말 내 형 맞아? 어떻게 나한테 이런 말을 할 수 있어? 장선명이 어떤 인간인데? 설마 형은 모르는 거야?’

나태현은 나태웅의 싸늘한 시선을 마주 보며 지금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고 있었다.

나태현은 차가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피그스 라벤더 장원에서 돌아온 뒤로 네가 저지른 일들을 돌아봐. 그리고 장선명은 또 어떻게 했는지 생각해 봐. 안지영이 제정신이라면 절대 널 선택하지 않을 거야.”

이런 일들은 제삼자가 더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태웅은 인정하지 않았다.

“내가 뭘 어떻게 했는데? 내가 안지영 아빠를 위해서 전문가팀을 구해줬는데도 안지영이 거부했어. 장선명이 지영이를 위해서 해준 일은 나도 해줄 수 있다고.”

그럼 이게 지금 누구의 잘못일까?

나태웅의 말을 들은 나태현은 두통이 느껴졌다.

원래는 계속 설득하려고 했지만 나태웅의 태도를 보고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너 가.”

‘이 자식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그래 직접 가서 장선명한테 정신이 번쩍 들 때까지 실컷 맞아 봐.’

나태웅도 더할 말이 없었기에 바로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두 걸음도 채 걷기도 전에 나태현이 또 그를 불러 세웠다.

“잠깐.”

나태웅은 걸음을 멈췄다.

“왜?”

나태현이 말했다.

“내가 너라면 난 바로 포기했을 거야.”

나태현이 보기에 나태웅이 안지영에게 저지른 일들과 안지영의 현재 태도로 봤을 때 두 사람은 완전히 적이 되었다.

나태웅이 억지로 안지영과 장선명의 관계를 망쳐 놓더라도 안지영이 나태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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