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은 량일과 량천옥이 어디서 고은지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용산을 조사할 때 그녀들은 당연히 고은지가 어렸을 때부터 어떻게 고은영을 챙겨줬는지 알게 되었다.고은지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량천옥은 고은영이 분명 걱정할 것을 알기에 초조해하고 있었다.그러나 고은영이 자신을 그렇게 미워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차마 고은영을 만날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량일이 고은영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이 순간 량일이 고은지의 골수 이식 얘기를 꺼내니 고은영은 가슴이 철렁했다.고은영은 몸이 머리보다 먼저 반응하며 량일의 손을 꽉 잡았다.“그쪽이 우리 언니와 일치하는 골수를 찾아줄 수 있어요?”고은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량일을 바라보았다.심지어 고은영은 이 순간 머릿속에 량천옥과 량일의 공포스러운 모습이 떠올랐지만 량일이 언니와 일치한 골수를 얘기하니 마음속으로 기뻤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두렵기도 했다.전에는 배준우가 고은영의 옆에 있었기에 량천옥의 계획에 많은 방해가 되었을 텐데 이번에는 량일이 그녀에게 복수를 하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었다.량일은 고은영의 간절한 시선을 마주하고서는 한숨을 쉬었다.“얘기 좀 나누겠니?”“그러죠. 원하는 게 뭐죠? 조건을 얘기하세요.”고은영은 다급하게 물었다. 마치 이 순간 량일이 어떤 요구를 하더라도 무조건 들어줄 것만 같았다.심지어 량천옥과 량일이 그녀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해도 그녀는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자기와 무관한 일이고 잘못한 일이 아니더라도 고은영은 지금 그런 것을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지금 그녀의 자존심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고은영은 고은지가 살아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고 싶었다.량일은 고은영이 자기가 말을 바꿀까 봐 두려워하는 눈빛을 보며 심장을 칼이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고은지가 너한테 정말 중요한 사람인가 보구나.”이 말을 하며 량일은 힘없이 한숨을 쉬었다.심지어 량일은 량천옥이 고은영의 마음속에서 10분의 1이라도 자리 잡고
지금 량일이 조보은을 언급하자 고은영은 자기도 모르게 긴장했다.“사모님. 만약 제 언니를 위해서 매칭 검사를 해주신다면 당연히 감사 인사를 드릴 겁니다. 어떤 요구가 있다면 제가 최선을 다해 들어드릴게요. 하지만 지금 이건...”“내가 뭘 원한다고 생각하니?”고은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량일은 바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 이 순간 량일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슬픔이 담겨 있었다.‘은영이는 지금 내가 또다시 조보은을 이용해서 자기에게 상처를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하지만 고은영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과거 량천옥이 저지른 대부분의 일들은 량일이 아이디어를 준 것들이었기 때문이다.고은영은 량일을 긴장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비록 과거에 그들의 얼마나 사악했던지 고은영은 지금 이 순간 뭐라고 할 수 없었다.량일은 고은영이 참고 있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더욱 안 좋았다.그러다 다시 물었다.“조보은이 네 친엄마가 아니라는 걸 알고 넌 친부모님을 찾아볼 생각은 안 했니?”고은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량일의 말을 듣는 순간 고은영은 머리가 윙하고 울리면서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이 질문은 어제 배준우도 그녀에게 물었던 것인데 왜 량일이 지금 또 묻는 것일까?‘난 필요 없는데. 어린 시절 가장 어려운 시기를 스스로 이겨냈는데 이제 와서 굳이 찾을 필요가 있나?’그러나 지금 량일이 왜 이런 개인적인 질문을 하는지 고은영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물론 대답하고 싶지도 않았다.량일은 고은영이 침묵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물었다.“넌 그 사람들을 원망하니?”고은영은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원망하냐고? 사실 난 잘 모르겠는데.’조보은이 친엄마가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으니 어쩌면 원망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고은영에게는 딱히 필요한 존재들이 아니었다.가장 부모님의 사랑을 바랄 나이에 이미 그런 사랑에 대한 기대를 버렸으니 이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사모님 왜 저한테 이런
량일은 이 모든 과정에서 감정이 매우 격해졌다.말하면 할수록 과거에도 지금에도 량일이 가장 신경 쓰는 사람은 사실 자기 딸 량천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량천옥은 밤낮으로 어떻게 딸과 만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날 우연히 고은영이 한 말을 듣고 모든 용기를 잃은 것 같았다. 량천옥은 그 이후로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도 못하고 밥도 먹지 못했다.점점 야위어가는 딸을 보며 량일도 다급해졌다. 하지만 이 순간 자신의 외손녀를 마주하고 나니 그녀도 마음이 아팠다. 이 모든 것이 그녀 때문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고은영은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마치 이 순간 깊은 절망에 빠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배준우는 오후에 회사에서 회의하고 있었다. 민초희는 어제부터 고은영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 회의가 끝나자 진청아는 앞으로 다가가 정중하게 말했다.“배 대표님 사모님께 한 번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언니한테 또 문제 생겼어?”배준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진청아를 바라보았다.진청아는 고개를 저었다.“고은지 씨의 문제가 아니라 량일 여사가 병원에 다녀간 뒤로 사모님께서 계속 멍한 상태로 계신다고 합니다.”배준우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의 눈빛이 어둡게 번쩍였다.진청아와 배준우는 모두 무슨 상황인지 대략 눈치챈 것 같았다.고은영과 량천옥 그리고 진씨 가문의 친자 확인에 관한 일은 진청아와 배준우가 아직 감추고 있었지만 여전히 조사 중이었다.그리고 량천옥은 진유경과 배준우 사이의 문제 때문에 미친 것처럼 고은영을 보호하며 끊임없이 진씨 가문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었다.진유경은 다리를 다치게 만들고 진정훈 차의 문을 박살 내 버렸다.비록 량천옥이 미친 짓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한 엄마로서는 아주 대단한 모성애였다.“뒤에 일정은 알아서 조정해.”배준우는 그렇게 말한 뒤 곧장 밖으로 나갔다.한편 병원에서 고은영은 병원 복도 벤치에 앉아 있었고 민초희가 그녀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가져다주었다.“이것 좀
‘어떻게 그런 사람이 내 엄마일 수 있어?’배준우도 고은영이 이전에 용기 있게 량천옥과 맞서 싸우긴 했지만 사실 그녀가 마음속으로 얼마나 량천옥을 무서워했는지 알고 있었다.량천옥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강성 전체가 알고 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먼저 이 일은 그만 생각해. 응?”배준우는 고은영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 고은영의 마음은 다시 한번 떨렸다.량천옥이 예전에 고은영을 죽이고 싶어 한 만큼 배준우와도 여러 차례 량천옥과 싸웠기 때문이다. 수년간의 생사를 건 싸움을 고은영은 모두 직접 목격했다.그런데 지금 와서 량일이 갑자기 그녀에게 그녀를 죽일 뻔했던 여자가 그녀의 남편에게서 재산을 뺏으려 했던 여자가 그녀의 엄마라고 했다.“량천옥이 정말...”‘량천옥이 뭐라고?’고은영은 배준우를 바라보며 물으려고 했지만 어디서부터 물어야 할지 몰랐다.배준우가 말했다.“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 그럼 그냥 말하지 마. 응?”“그 여자가 정말 내 엄마예요?”배준우의 이미 알고 있는 듯한 표정을 보고 고은영은 울먹이며 물었다.배준우가 말했다.“현재 의학적인 결과로는 그렇다고 나와.”고은영은 할 말을 잃었다.‘정말 사실이라고? 어떻게 나한테 그런 엄마가 있을 수 있어?’방금 병원 맞은 켠 카페에서 량일이 고은영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을 때 그녀가 얼마나 정신을 차릴 수 없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심지어 어떻게 병원으로 돌아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고 이 모든 것을 배준우에게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술길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단지 고은영은 배준우가 그녀보다 먼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배준우가 말했다.“너무 슬퍼하지 마. 응?”배준우가 고은영을 위로하자 그녀는 더욱 슬프게 울었다.고은영은 방금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배준우가 얼마나 량천옥을 미워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량일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을 때 그녀는 이제 끝이라고
배준우가 량일이 도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 묻자 고은영은 모든 일을 그대로 전했다.량일은 량천옥과 함께 고은지를 위해 골수 매칭 검사를 받겠다고 하면서 고은영에게 량천옥을 만났을 때 너무 차갑게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량천옥이 자극을 받을 수 있는 말은 더욱 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그 말을 할 때 량일의 목소리에 간절함이 가득 담겨 있는 것을 보고 고은영은 처음 보는 량일의 모습에 당황스러웠다.예전에 량일이 어떤 사람이었나? 거만하고 누구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량천옥 또한 그런 량일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었다.고은영은 배준우의 옆에 그동안 함께 있으면서 량천옥과 량일이 그동안 얼마나 강도 같은 행동을 해왔는지 직접 보고 겪었었다.두 사람의 마음에 든 것은 무엇이든 반드시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동영 그룹과 천의도 배준우가 큰 힘을 들여 겨우 되찾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량천옥은 마치 미친개처럼 배준우를 물어뜯으려 했고 심지어 배준우를 지배하려고까지 했다.“흑. 내 엄마가 어떻게 그런 사람일 수 있어요? 이건 말도 안 돼요. 그 여자가 날 속인 건 아니에요?”“현재로써는 량천옥이 널 속이진 않았어.”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은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량천옥과 량일은 고은영의 마음속에 남긴 트라우마가 너무 컸기에 그녀는 도저히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배준우가 말했다.“그만 울어. 네가 원한다면 받아들이고 원하지 않으면 그만두면 돼.”‘받아들이라고?’이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든데 고은영이 어떻게 량천옥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고은영은 지금 온통 혼란스러웠다. 머릿속에 온갖 좋지 않은 기억들이 가득 떠올랐다. 배준우도 그녀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량천옥이 고은영에게 조금도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기 때문에 고은영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도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한편 량일은 별장에 돌아와서 량천옥이 점심도 얼마 먹
“그냥 돌아가라고 해.”량일은 진유경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량천옥이 말했다.“들여보내요.”“천옥아.”“난 그 계집애가 뭘 하려는 건지 봐야겠어.”량천옥의 말을 들은 량일도 더 이상 뭐라고 하지 못하고 도우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도우미가 내려가는 것을 보고 량일은 량천옥을 바라보며 말했다.“진유경을 만나서 뭐 해? 그 계집애가 어떤 사람인지 알잖아.”전에 두 사람은 서로에게 자신의 밑바닥을 보였으니 사실상 관계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면 될 것이다. 량일이 보기에 진유경과 량천옥은 더 이상 만날 필요가 없었다.량천옥이 말했다.“만나야 해. 최소한 진유경이 또 무슨 짓을 꾸미려는 건지는 알아야지.”진유경이 꾸미려는 짓은 모두 그녀의 딸을 물어뜯으려는 것이었다.그러니 량천옥은 미리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량일은 량천옥의 말을 듣고 그녀가 왜 이렇게 말하는지 이해했다.사람들은 여전히 배준우의 아내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리고 재벌가에서도 이제 배씨 가문과의 관계를 포기하려는 가문은 거의 없었다. 배씨 가문과 연을 맺게 되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배준우처럼 새로 일어선 힘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주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모두 그와 연을 맺고 싶어 했다.현재 배준우의 아내 자리를 아무런 권력도 배경도 없는 고은영이 차지하고 있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질투하고 있을까?고은영은 배준우의 옆에서 존경을 받는 자리에 올랐지만 그만큼 많은 위험에 둘러싸여 있었다. 진유경도 그중 하나였다.진유경은 도우미의 안내를 받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못 본 사이 진유경은 더욱더 자신만만한 분위기를 풍기가 있었다.그녀는 탁자 위에 놓은 아기용품을 보고 의미심장하게 량천옥을 바라보면서 량천옥이 배준우에게 잘 보이려 노력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했다.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뭔가 량천옥 답지 않았다.량천옥의 무거운 얼굴을 보고 진유경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아
진유경이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는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이 순간 량천옥은 그녀를 마치 우스꽝스러운 광대처럼 바라봤다. 마치 과거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분명 자신의 것도 아닌데 량천옥은 미친 것처럼 그것들을 가지려고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혐오했을까? 하지만 그때는 그런 시선들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지금 이렇게 진유경을 보니 량천옥은 그때 자신이 얼마나 역겨운 행동을 했는지 깨닫게 되었다.량천옥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진유경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배씨 가문은 사모님께 너무 차가웠지만 진씨 가문은 앞으로 사모님께 많은 힘이 되어드릴 거예요.”량천옥은 다시 비웃음을 터트렸다.“진씨 가문에서 나한테 힘이 되어줄 수 있다고? 그걸 진씨 가문에서 네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거니?”그 뒤에 이어진 말은 특히나 더욱 조롱의 뜻이 담겨 있었다.그리고 조롱 섞인 량천옥의 말에 진유경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다.사람들은 모두 진씨 가문의 큰아들이 몇 년 전 집을 나가 독립했다고 말하며 진씨 가문과 관계를 끊었다고 말했지만 진유경은 잘 알고 있었다. 큰아들이 진씨 가문을 떠날 때 아버지가 좋은 것들을 그에게 많이 챙겨줬다는 것을.이제 진씨 가문의 사업이 아무리 커 보여도 결국 모두 둘째 오빠가 물려받게 될 것이다. 전에는 둘째 오빠와 셋째 오빠 중 누가 가문을 이어받게 될지 신경 썼지만 이제는 딱히 상관하지 않았다.하지만 갑작스러운 둘째 오빠의 태도에 진유경은 완전히 당황했다.그래서 그녀는 더욱 빨리 결혼하고 싶었고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 했다.“제가 비록 진씨 가문에서 입양한 딸이지만 그동안 진씨 가문에서 저한테 어떻게 해줬는지 다들 보셔서 아시지 않나요?”입양한 딸이라는 신분을 이렇게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을 량천옥은 처음 봤다.‘이 계집애가 나보다 더 뻔뻔하네.’“왜 갑자기 내가 널 돕지 않는지 알고 있니?”“왜죠?”진유경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량천옥이 갑자기 묻자 진유경은 무의식적으로 되물
진유경이 몸을 일으킨 순간 량천옥의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나도 네가 진씨 가문에서 어떤 상황인지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배준우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포기해. 이건 내가 너한테 마지막으로 말로 하는 경고야.”량천옥은 그 뒤에 불쾌한 말들은 더 이상 하지 않았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인 뜻이 전달되었다. 진유경은 창백해진 얼굴로 감히 아무 말도 못 한 채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량천옥이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진유경이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고은영이 량천옥의 딸인데 량천옥이 어떻게 자기 딸의 행복을 파괴하려는 진유경을 도울 수 있을까?‘역시 그래서 그동안 배준우한테 그렇게 잘해줬던 거구나. 이제 보니 여기에 진짜 문제가 있었어.’별장에서 나온 진유경은 집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동영 그룹을 향해 차를 돌렸다.별장 안에서 량일은 량천옥에게 말했다.“왜 그렇게 한 거야?”량일은 량천옥이 고은영과의 관계를 말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이제 강성에서 이 일에 대해 다 알게 생겼으니 배준우와 량천옥의 사이는 결국 더 안 좋아 질 것이다.만약 이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 량일은 여론의 압박 속에서 버틸 고은영이 걱정되었다.“만약 진유경이 이 사실을 퍼뜨리려고 한다면 그건 진유경이 무시하던 유청의 심기를 건드리게 될 거야.”이 일에 대해 배지영과 유청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이렇게 잠잠한 걸까?그것은 배씨 가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명성이기 때문이다.유청도 자기 아들이 가장 미워하는 여자의 딸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량일이 말했다.“그렇다고 해도...”“그 계집애가 조급해하는 걸 눈치채지 못했어?”량일이 말을 끝내기도 전이 량천옥이 말을 끊어버렸다.량일은 그녀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렇긴 한 것 같네.’량천옥이 이어서 말했다.“진씨 가문은 수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친딸을 찾았어. 최근에 진전이 있었다고 한 것 같은데.”이
고은영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태현 씨는 량천옥이 언니의 생모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당연히 알고 있지.” 이 일은 병원에서도 크게 떠들썩하게 된 사건이라 나태현 쪽에서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배준우는 고은영을 쳐다보며 이어서 말했다. “네가 말한 대로 나태현과 고은지의 거래가 량천옥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지?” “맞아요. 언니가 천락 그룹으로 돌아간다고 말할 때 량천옥이 아직도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것에 불만을 토로했었는데 그 말투에 분노가 가득했어요.” 고은영은 고은지의 분노에 대해 말을 꺼내면서 마음속이 더욱더 쥐어짜이는 것 같았다. 나태현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지금 상황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고은영은 머릿속이 완전히 엉켜버렸다. 그녀가 이렇게 혼란스러워하는 것처럼 배준우도 지금은 완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준우 씨가 나태현 씨에게 언니와 한 거래가 무엇인지 물어봐 줄 수 있어요? 그리고 희주가 본인 딸인 걸 알고 지신혜 씨와 약혼도 할 건데 왜 언니를 천락 그룹으로 돌아가게 하려고 하는지도 물어봐 줘요.”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고은영은 공포감을 느꼈다. 그녀는 고은지에게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적어도 이 시점에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지금은 량천옥에 대해 강한 증오를 느끼고 있더라도 말이다. “내가 나태현 형에게 물어볼게. 너는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기다려.” “언니에게 말하고 싶어요.” “지금은 안 돼. 내가 먼저 나태현이랑 얘기하고 나서 말해.” 배준우는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고은영이 말한 대로 지금은 최소한 나태현이 고은지를 천락 그룹으로 돌아가게 만든 계기가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그럼 빨리 물어봐요.” “응, 알았어.” 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은영은 여전히 마음이 불안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금 그녀는 거대한 음모가 고은지를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진윤은 밖에서 시간을 확인했고 배준우가 10분 내로 나오지 않으면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담배를 반쯤 피웠을 때 문득 고은영이 대문 쪽에서 들어오는 모습을 봤다. 급하게 뛰어오는 모습에 거리가 꽤 있었음에도 진윤은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을 보고 그녀가 얼마나 급하게 뛰어왔는지 알 수 있었다. 고은영이 가까워졌고 그녀는 진윤을 발견하고 잠시 멈칫했다. “큰오빠.” ‘큰오빠’라는 단 한 마디에 진윤의 마음은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준우 찾으러 온 거야?” 고은영은 너무 오랫동안 뛰어왔는지 호흡이 가빠졌고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안에 있어요?” “응, 안에 있어. 지금은 들어가지 마.” “왜요?” 고은영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진윤은 조용히 말했다. “지금 나태웅이랑 얘기 중이야.” “네? 나태웅이요?” 그 이름이 나오자 고은영의 말투도 달라졌다. 그녀는 전에 나태웅과의 영상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그에게 상당히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가 최근 동안 안지영을 괴롭힌 일이 떠올랐다. 고은영과 안지영의 관계를 고려할 때 당연히 말할 필요도 없이 안지영이 화가 나면 고은영도 같이 화를 내주었다. 진윤은 그녀가 나태웅을 언급할 때의 그 표정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나태웅을 싫어해?” “싫어해요!” 고은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어?’ 전에 그녀가 배준우와의 일에 그렇게 괴로워했던 건 대부분 나태웅 탓이었다. 정말 그땐 너무 힘들었다. 지금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고은영은 그 당시 어떻게 버텼는지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이 배준우는 이미 안에서 나왔다. 고은영을 보고 잠시 멈칫한 뒤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바로 왔어?” “준우 씨 찾으려고요. 급한 일이 있는데 전화도 안 받았잖아요.” 고은영은 불만을 섞어 말했다. 배준우는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윤을 한번 쳐다보았다. 그것을 본
나태웅이 혼자 남았을 때 그의 세계는 조용해졌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 고요함은 더 큰 괴로움이 되었다. 그는 전화를 꺼내어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상대로 전화는 바로 차단되었다. 그는 다시 안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시각, 사무실에서 안열은 겨우 안지영을 달래놓은 상태였다. 전화의 진동에 안열은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그리고 안지영도 전화를 확인하고 또다시 통제불능이 되었다. 안열은 안지영이 또 움직일 것 같아 황급히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너무 흥분하지 마요. 바로 차단할게요.” “받아요. 이 미친놈이 뭐라는지 봐야겠어요.” 안지영은 이를 갈며 말했다. 안열은 입꼬리를 떨구며 말했다. “그냥 받지 말죠?” 안지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받아요!” ‘이 사람은 진짜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을지 걱정하지 않는 건가?’ 하지만 안지영의 말에 그녀는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안열은 안지영을 한 번 쳐다보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지영 지금 옆에 있나요?” “없어요!” ‘없어요’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지영은 나태웅의 차가운 목소리를 듣고 전화를 뺏으려 했다. 그녀는 그를 욕하고 나씨 가문이 망하길 저주했다. 하지만 손을 뻗자마자 안열이 그녀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한 마디만 전해줘요.” “말하세요.” “안지영은 두 가지 선택이 있어요. 첫 번째는 오늘 밤 킹덤 타운을 떠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오늘 밤 하주원에게 사과를 하는 겁니다.” “이틀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안열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마음을 바뀌었어요.” 안열은 더 이상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안지영은 분노에 가득 찼고 자신의 입을 막고 있던 안열의 손을 떼며 전화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나태웅, 너 이 미친놈! 꿈도 꾸지 마!” “그래, 그럼 하늘 그룹이 네 손에서 얼마나 있을지 지켜보자고!” “너 이 자식, 내가 너의 조상을 건드렸나 보다! 그래서 나한테 복수하는 거네!” 안열은 안지영의 욕설을 듣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하주원에게 손을 대지 말았어야 했다고?’ 배준우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아니, 너 지금 이 상황이 도대체 뭐냐고?” 항상 사고가 명확하던 배준우가 지금은 나태웅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와 오랫동안 함께한 나태웅인데 지금 그를 보니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 안지영이 하주원에게 손을 댄 문제를 신경 써야 하는 걸까? 그와 안지영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을 아직 명확히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나태웅은 대답하지 않고 담배를 달라고만 말했다. 배준우는 담배 한 개비를 던져주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태웅은 자신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했다. 그는 아직까지 안지영과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이가 틀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어리석은 여자...!’ 만약 그때, 그녀가 자신에게 도와달라고 말을 했다면 그는 결코 그녀가 배준우 앞에서 창피를 당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준우의 사람들에게 의지하려 했었다. 배준우는 잠시 생각한 뒤 물었다. “너는 안지영과 장선명이 결혼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하주원 문제에서는 하주원을 도와주고 있잖아?” 그가 잠시 고심한 끝에 결국 핵심을 짚어냈다. “그건 전혀 다른 얘기지!”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목소리에는 날카로운 기운이 맴돌았다. 배준우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다르다고?’ 원래는 명확하게 사고하는 배준우였지만 나태웅의 말에 혼란스러워졌다. 나태웅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우리가 어떤 관계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하주원 문제에서 안지영이 반드시 사과해야 해.” 이 말을 듣고 배준우는 머리가 아팠다. 나태웅은 이 상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 배준우는 담배를 다 피운 후 천천히 말했다. “너는 이걸 두 가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여자들 세계에서는 이것은 분명히 한 가지 문제야.” “안지영은 도
방금 안열이 장선명더러 처리하라고 했을 때의 그 걱정은 이제 안지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문제가 생기든 말든 지금은 나태웅을 찾아서 해결하지 않으면 진짜 미칠 것 같았다. 한편, 캘리포니아 반도의 한 장소에서는 배준우와 나태웅이 함께 있었고 진윤과 육범수도 그 자리에 있었다. 몇 달 만에 다시 모인 이들이 장선명이 아닌 나태웅을 부른 이유는 사실 그들 모두 나태웅이 미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태웅을 불러내 대화를 나누어 보기로 했다. 육범수가 패를 내자 나태웅은 손에 들고 있던 패를 툭 치며 말했다. “난 끝났어.” 배준우는 그의 얼굴을 보고 찡그리며 물었다. “방금 그 전화, 안지영이었지?” 방금 나태웅은 나가서 전화를 했다. 그리고 들어오자마자 다시 전화가 걸려온 것은 안지영이었다. 배준우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응.” “너 또 안지영 건드린 거야?” 사실 오늘 배준우가 여기 온 이유는 장선명의 부탁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니 장선명은 나태웅과 장씨 가문과의 관계가 더 나빠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태웅이 이렇게 계속 안지영을 괴롭힌다면 일이 커질 것이다. 장선명은 본래 도리를 따지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나태웅의 이 일에 대해서는 배준우를 생각해서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지금 하주원의 문제도 있고 나태웅의 행동이 점점 더 미쳐 가는 상황이라 걱정이 컸다. 나태웅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육범수에게 말했다. “너 나한테 만 이천 원 줘야 돼.” 배준우는 말문이 막혔다. 육범수도 나태웅이 안지영에 대해선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진윤은 본래 남의 일을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는 성격이다. 본인의 가문 일도 충분히 골치 아팠기에 그동안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둘째 형이 얘기하잖아. 말 좀 해봐. 대체 안지영에 대해 어떻게 할 생각이야?” 하지만 육범수는 달랐다. 그는 직설적인 성격이기에
안지영은 화가 나서 전화를 부수고는 바로 사무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안열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다급하게 앞으로 나가서 잡았다. “어디 가시는 거예요?” “나태웅을 죽여야겠어요!” ‘아, 진짜 더는 참을 수 없어.’ 나태웅은 정말 죽어 마땅하다. 지금 당장이라도 손으로 그를 찢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대표님은 아직 근육도 제대로 안 키우셨잖아요. 나태웅을 찢어낼 힘이 있을까요?” 원래도 화가 치밀어 올랐는데 안열의 말에 더 화가 나버렸다.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정말 더는 못 참겠어!’ 안열은 안지영이 방향을 잃고 분노만 가득한 상태를 보고 바로 말했다. “이건 결국 넷째 도련님께 말씀드려야 할 문제예요.” “또 장선명 씨더러 처리하라고요?” 장선명의 수법은 이미 잘 봤다. 그는 가장 잔인한 방법을 써서 그녀조차도 반응할 틈 없이 모든 것을 정리해버린다. 그래서 만약 이 문제를 장선명이 처리하면 또다시 피비린내 나는 일들이 벌어질 게 뻔하다. “그건, 안돼요!” 안지영은 손을 휙휙 내저었다. 장선명은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조건 밀어붙일 것이다. 그건 안 된다. “왜요?” “그거 기억 안 나요? 지난번에 장선명 씨가 그렇게 처리했을 때 그 몇 억을 가지고 나태웅을 미쳐버리게 만들었잖아요. 이제 나태웅은 진짜 미친 사람이에요.” 특히 지금 그의 행동들은 안지영 마음속에 그가 정말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확신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라, 이 이유가 참 적합하네.’ 안열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안지영이 계속해서 말했다. “이번에도 강하게 나가면 그 사람은 진짜 미칠거예요. 그럼 우리 모두 큰일 난다니까요!” “혹시 대표님은 무서운 건가요?” “무섭지 않아요. 그런 문제는 제가 감당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안지영은 화가 나서 말투가 거칠어졌다. 아까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나태웅의 집안까지 욕을 해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이미 화가 나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말해봐, 정말이야?” 다시 입을 열었고 그의 말투에는 위험한 기운이 감돌았다. 전화가 아니라 만약 눈앞에 있었다면 안지영은 나태웅이 자신을 바로 목 졸라 죽일 것 같았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야?” “안지영!” “난 장선명 씨와 약혼한 상태야. 네가 무슨 상관이야? 너는 네 사촌 걱정이나 해. 내가 너희 나씨 가문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나 보네. 여자는 불여우처럼 순수한 척, 남자는 정신병자에 하나도 좋은 게 없어. 그 뿌리가 다 썩었어!” 그녀는 작은 입술로 욕을 퍼부었다. 안열은 그 모습을 보며 입술이 저절로 떨렸다. 아까는 화가 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더니 지금은 완전히 미친 듯이 말하고 있었다. 안지영은 정말로 미친 듯이 화가 난 상태였다. “사과하라고? 대체 누가 누구한테 사과해야 하는 건데! 내 아버지는 아직 병원에 누워 있고 네 사촌은 와서 날 때렸는데 나더러 사과하라고? 너희 나씨 가문 집안 교육이 이 모양이야? 다 멍청이들이야?” 이제는 나태웅의 조상까지 욕을 먹었다. 안지영의 이 폭발적인 성격에 안열은 이제야 제대로 실감했다. 안지영은 욕하는 건 진짜 잘했다. 이제는 나씨 가문이나 하씨 가문, 심지어 그들의 조상까지도 욕을 먹었다. 그녀의 거침없는 욕설을 들으며 나태웅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갔다. 그리고 안지영의 입은 더 이상 멈출 수 없는 폭풍처럼 계속 퍼부어졌다. 한참 동안 욕을 쏟아내고 겨우 숨을 골랐다. “더 욕할 거야?” 그의 말투는 안지영의 폭발적인 분노와는 대조적으로 매우 차갑고 차분했다. “하, 왜? 더 듣고 싶은 거야? 너...” “더 욕할 거 없으면 내일 병원에 같이 가자.” 그의 말투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고 냉랭했다. ‘젠장, 이 사람은 정말 사람 말을 못 알아듣나?’ “나더러 사과하라고? 생각도 하지 마! 꿈도 꾸지 마!” 꿈속에서도 사과할 일 없을 것이다. “그럼, 한 가지 말할 게 있어.” “뭔데
안지영과의 대화를 끝낸 후 고은영은 마침내 자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더 이상 불안하게 이리저리 쫓기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안지영은 여전히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고은영을 달래고 나서도 심장이 가라앉을 틈도 없이 나태웅의 전화가 집 전화로 걸려왔다. 그녀는 번호를 볼 수 없어서 그냥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이틀 남았어.” 그 한 마디에 안지영의 화가 폭발했다. “뭐라는 거야?” “주원이에게 사과해!” 안지영은 입을 다물었다. ‘이 미친놈! 끝까지 이러는 거야?’ 만약 예전 같았으면 안지영은 그에게 말도 안 되는 반격을 했겠지만 지금은 화가 나서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다. 안열이 들어왔을 때 안지영은 얼굴이 새카맣게 변해 있었다. “배씨 부인 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안열은 안지영이 이렇게 감정적으로 불안한 이유가 결국 고은영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감정은 조금 달랐다. 안지영은 고은영으로 인해 말문만 막힐 정도였고 다른 사람 때문이라면 분명 엄청 화를 낼 것이다. “아니에요!” 사실 고은영에게 생긴 일도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녀의 세상은 너무나 복잡했고 고은영이 또 울기 시작할지도 몰랐다. 안열은 안지영의 목소리에서 누그러지지 않는 화를 느끼며 궁금해했다. 고은영이 아니라면 또 누가 그녀를 이렇게 만든 것인지 궁금했다. “그럼 도대체 무슨 일이죠?” “나태웅이 나더러 하주원에게 사과하라고 했어요. 이틀밖에 안 남았다면서요.” ‘이 사람이...!’ 나태웅에게 욕을 할 만큼 다 했는데도 그를 물리칠 수 없었다. 지금 안지영은 연달아 욕할 힘조차 없었다. 그의 존재를 설명할 만한 적절한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미친놈? 병신?’ 안열은 놀라며 물었다. “뭐라고요? 사과요?” ‘정말 이 사람 끝까지 그러는 거야?’ 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요. 제가 왜 사과를 해야 하죠? 제가 뭘 잘못했는데요?” 얼마 전 나태웅의 집착과 하주원
안지영은 잠시 침묵했다. 이렇게 큰일이면 분석하는 데 얼마나 큰 두뇌 용량이 필요할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고은영이 울려고 할 정도로 급해진 게 이해가 갔다. 자신이라도 정말 울고 싶을 정도였다. ‘이게 도대체 뭐야, 진짜?’ “그럼 나태현은 량천옥이 너희 언니의 친엄마라는 걸 알아?” “그건 나도 몰라.” 상황이 이미 너무 복잡해서 이젠 고은영조차 잘 모르겠다고 하는 게 너무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나태현과 고은지가 거래를 했다는 것만 봐도 그의 동기는 좀 의심스럽다. 하지만 어쨌든 그는 이제 지신혜와 결혼을 약속했고 고은지를 천락 그룹에 다시 데려가려 했다. 그동안 고은지가 천락 그룹에서 일했던 전력도 있으니 나태현의 속셈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게 분명했다. 안지영은 고민하다가 말했다. “음, 난 네가 차라리 네 언니에게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지금 말해?” “그럼, 무조건 말해야지! 량천옥이 아무리 미워도 네 언니의 친엄마잖아.” 진실을 알게 된 후 고은지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그녀의 자유다. 하지만 지금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 계속 숨기면 만약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고은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태현이 구희주의 아빠라는 사실은?” “그건, 생각 좀 해볼게!” ‘이건 말을 해야 할까 아니면 말하지 말아야 할까?’ 안지영은 바로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지금 일은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태현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역시 나씨 가문 사람이야. 어쩜 다들 이렇게 나쁜 자식이지?’ 전에는 나태현이 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와 보니 하나같이 나쁜 자식들이었다. “그래도 얘기하는 게 좋겠어!” 이렇게 큰일을 말 안 하면 나중에 얼마나 큰일로 번질지 알 수 없었다. 안지영은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었다. 그래서 고은영더러 고은지에게 모든 일들을 잘 설명해 주라고 말했다. 어차피 고은지는 지금 모든 결정을 내린 상황이었고 아무런 일도 모르는 전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