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영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아니에요. 난 그냥 라면 먹고 싶어요.”안지영은 전에 매하리에 와본 적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는 이곳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이곳의 국수는 그냥 안 먹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라면은 영양가 없잖아. 그래도 국수를 끓여오라고 할게.”안지영은 아무것도 모르는 장선명을 보고서는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장선명은 안지영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몸을 일으켜 민박 사장에게 국수를 부탁하고 왔다.민박 사장은 아주 열정적으로 곧바로 끓여주겠다고 말했다.그런데 곧바로 끓여주겠다던 국수는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도 나오지 않았다.장선명도 밀크티와 빵이 입맛에 맞지 않았는지 국수를 끓여달라고 부탁한 뒤로 더 먹지 않았지만 오래 기다려도 국수가 나오지 않자 그는 불만스럽게 말했다.“내가 가서 볼게. 무슨 돌을 끓이는 것도 아니고.”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이곳의 음식은 돌을 끓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장선명은 아래층에 내려갔을 때 금방 완성된 국수를 발견했다.게다가 고압 가마에서 면을 건져내는 것을 보고 처음 보는 면을 끓이는 방식에 그는 깜짝 놀랐다.사장은 미소를 지으며 국수를 장선명에게 건넸다.“점심에 돌아와서 식사할 건가요?”“왜 그러세요?”장선명은 이해하지 못했다.‘아침도 아직 못 먹었는데 왜 벌써 점심을 묻는 거지?’사장은 이해하지 못한 장선명을 보고 설명해 줬다.“만약 점심에 돌아와서 식사하시면 제가 미리 준비해 두려고요. 보셔서 아시겠지만 여기서 식사 준비를 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서요.”장선명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손에 들린 면을 한 번 보고 다시 사장이 면을 끓은 고압 가마를 바라보더니 상황을 조금 이해한 눈치였다.이곳은 기후 때문에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것은 고사하고 제대로 익히는 것조차 어려웠다. 장선명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돌아와서 먹을 거예요.”“네. 그럼 뭐 드시고 싶으세요? 양고기? 아니면
계단이 꽤 좁아서 안지영이 앞에서 가고 장선명이 그 뒤를 따랐다.마침 두 번째 계단을 밟는 순간 눈 알갱이를 밟아 안지영은 그대로 앞으로 쭉 미끄러졌다.온몸이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안지영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장선명이 빠르게 그녀를 잡아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그대로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을 것이다.안정된 안지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난간을 잡고 일어났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고개를 숙여보니 장선명의 넓은 손바닥이 그녀의 가슴을 잡고 있었다.그 순간 안지영은 할 말을 잃고서는 작은 얼굴이 새빨개졌다.‘이 상황에서 비명을 질러야 하는 거야?’장선명은 그녀가 당황해하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녀의 몸을 바로 세워주며 말했다.“조심해.”안지영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였다.그녀가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장선명은 바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너무 놀라 얼어붙은 작은 손은 그 순간 장선명의 따뜻한 손바닥에 감싸여 온기를 되찾았고 그녀도 가슴 속에서 이상한 감정이 흘러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정말 깜짝 놀랐어요.”방금 자기가 정말로 계단에서 굴러떨어질 뻔했다는 생각에 안지영은 아찔했다. 비록 2층 계단 높이였지만 굴러떨어졌다면 분명 아팠을 것이다.장선명이 말했다.“내가 잡아줄게.”이번에는 안지영도 거절하지 않았다. ‘계단이 이렇게 미끄러운데 이 남자는 방금 국수를 들고 어떻게 위로 올라온 거야?’집을 나설 때 장선명은 사장이 벌써 소고기를 고압가마에 넣고 끓이는 것을 발견하고서는 속으로 감탄했다. 이곳에서는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힘들어 방금 식사를 마쳤는데 바로 다음 끼니를 준비해야 했다.안지영은 장선명이 계획한 여행 일정이 이곳의 높은 산이 아니라 한 도시를 포함한 것인 줄 알았는데 그녀가 장씨 가문 사람들의 야망을 과소평가한 것이었다.장선명이 계획한 것은 전체 매하리의 관광 노선이었다.등산이라고 말했지만 두 사람은 오전 내내 차를 타고 움직였다.그런 다음 한 루트에서 다른 루트로 이동하자 그 들은 한 가지
배준우는 그 말을 듣고 발걸음을 멈췄다.“이렇게 빨리?’요즘 나태웅이 저지른 엉망진창인 일들을 볼 때 배준우도 이 일이 가장 믿을 만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진청아는 확실히 능력이 좋았다.5년 전의 일인데도 조사를 하니 정말로 파헤쳤다.진청아는 배준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진재한과 기성훈이 다 나서서 어렵게 CCTV 영상을 복구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옆모습과 뒷모습뿐이지만 제가 보기에 그 사람의 모습이 꽤 익숙한 느낌이었습니다.”그래서 그 사람을 찾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진청아의 말을 듣고 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최대한 빨리 확인해.”“알겠습니다.”이제 확인만 하면 끝이기에 진청아에게는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며칠 내로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이지훈은 나태현의 뒤를 따라가다 자신의 대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기운을 느꼈다.‘또 무슨 일이야?’“대표님 핸드폰이 계속 울리고 있습니다.”핸드폰이 울리는 것을 보고 이지훈은 나태현에게 알려주지 않을 수 없었다.나태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전화를 꺼내보니 안열에게서 온 전화였다.그는 바로 이지훈에게 전화를 던졌다.“네가 받아.”이지훈은 재빨리 전화를 잡았다. 안열에게서 온 전화인 것을 확인하고 얼른 구석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나태현은 아버지의 병실로 향하면서 머릿속으로는 계속해서 고은지 방에 있던 남자를 떠올렸다.‘고은지가 그 남자를 찾고 있는 거야? 그 남자를 찾고 있는 이유가 뭐지? 그 남자가 딸인 고희주의 아버지라서?’고은지와 관련된 정보가 그의 신경을 얼마나 자극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이 순간 나태현의 눈은 차가운 분위기로 가득했다.요 며칠 고은영은 시간이 날 때마다 고희주에게 달려갔다.고은지의 정신상태는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었기에 이제는 항암 치료 단계에 접어들었다.심각할 때는 머리가 빠지고 구토를 했다.배준우는 고은지의 주치의를 만난 뒤 고은영을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고희주 아빠에 관한 소식이 있다고 전했다.진청아가 이미 CCTV
고은지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고은영은 그런 고은지를 보고 마음이 조금 쓰려왔다.“은영아 나 한 가지만 더 도와줄래?”고은지는 마침내 침묵을 깨고 말했다.고은영이 말했다.“말해 봐.”고은지의 부탁이라면 고은영은 무엇이든지 다 들어줄 것이다.고은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희주 나 때문에 지금 정상적으로 학교에 들어갈 수 없잖아.”여기까지 말했을 때 고은지의 목소리는 점점 더 울컥하는 것 같았다.그동안 고희주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일만 생각하면 고은지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조영수와 함께 산 세월 동안 비록 조씨 가문의 경제 상황이 부유하진 않았지만 고은지와 고희주는 정말 가난하게 살았다.그래도 고은지는 자신이 훌륭한 아내이자 엄마 그리고 며느리인 줄 알았다.그녀는 집안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희주도 아주 잘 키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녀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착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고은지는 자기 자신도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 연달아 큰 사건들을 겪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고희주까지 연루되게 했다.고은영은 고은지의 울먹거리는 목소리를 듣고 물었다.“언니 준우 씨한테 좋은 학교 찾아 달라고 그러는 거지? 계속 희주가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사실 고은영은 이 의견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았다.비록 아이가 지금 학교에 다닐 나이이긴 했지만 희주 마음의 병은 이제 막 회복 단계였기 때문에 고은영은 걱정이 많았다.고은지도 고희주를 학교에 보내겠다고 말하면서도 그녀의 눈빛은 전례 없는 고통이 드러났다.원래 고은지는 고희주를 데리고 강성을 떠나려고 했다.그러나 갑작스러운 병으로 인해 고은지가 원래 세웠던 계획이 틀어졌다.이 순간 고은영이 아이를 학교에 보내겠냐는 말에 고은지의 마음도 함께 떨렸다.“아니. 학교에 보내겠다는 건 아니야.”고은지는 고민도 하지 않고 말했다.아이들이 많은 환경은 항상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희주는 심리적으로 이미 심각한 문제가 생겼는데 고은지는
고은영은 량일과 량천옥이 어디서 고은지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용산을 조사할 때 그녀들은 당연히 고은지가 어렸을 때부터 어떻게 고은영을 챙겨줬는지 알게 되었다.고은지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량천옥은 고은영이 분명 걱정할 것을 알기에 초조해하고 있었다.그러나 고은영이 자신을 그렇게 미워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차마 고은영을 만날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량일이 고은영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이 순간 량일이 고은지의 골수 이식 얘기를 꺼내니 고은영은 가슴이 철렁했다.고은영은 몸이 머리보다 먼저 반응하며 량일의 손을 꽉 잡았다.“그쪽이 우리 언니와 일치하는 골수를 찾아줄 수 있어요?”고은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량일을 바라보았다.심지어 고은영은 이 순간 머릿속에 량천옥과 량일의 공포스러운 모습이 떠올랐지만 량일이 언니와 일치한 골수를 얘기하니 마음속으로 기뻤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두렵기도 했다.전에는 배준우가 고은영의 옆에 있었기에 량천옥의 계획에 많은 방해가 되었을 텐데 이번에는 량일이 그녀에게 복수를 하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었다.량일은 고은영의 간절한 시선을 마주하고서는 한숨을 쉬었다.“얘기 좀 나누겠니?”“그러죠. 원하는 게 뭐죠? 조건을 얘기하세요.”고은영은 다급하게 물었다. 마치 이 순간 량일이 어떤 요구를 하더라도 무조건 들어줄 것만 같았다.심지어 량천옥과 량일이 그녀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해도 그녀는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자기와 무관한 일이고 잘못한 일이 아니더라도 고은영은 지금 그런 것을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지금 그녀의 자존심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고은영은 고은지가 살아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고 싶었다.량일은 고은영이 자기가 말을 바꿀까 봐 두려워하는 눈빛을 보며 심장을 칼이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고은지가 너한테 정말 중요한 사람인가 보구나.”이 말을 하며 량일은 힘없이 한숨을 쉬었다.심지어 량일은 량천옥이 고은영의 마음속에서 10분의 1이라도 자리 잡고
지금 량일이 조보은을 언급하자 고은영은 자기도 모르게 긴장했다.“사모님. 만약 제 언니를 위해서 매칭 검사를 해주신다면 당연히 감사 인사를 드릴 겁니다. 어떤 요구가 있다면 제가 최선을 다해 들어드릴게요. 하지만 지금 이건...”“내가 뭘 원한다고 생각하니?”고은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량일은 바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 이 순간 량일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슬픔이 담겨 있었다.‘은영이는 지금 내가 또다시 조보은을 이용해서 자기에게 상처를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하지만 고은영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과거 량천옥이 저지른 대부분의 일들은 량일이 아이디어를 준 것들이었기 때문이다.고은영은 량일을 긴장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비록 과거에 그들의 얼마나 사악했던지 고은영은 지금 이 순간 뭐라고 할 수 없었다.량일은 고은영이 참고 있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더욱 안 좋았다.그러다 다시 물었다.“조보은이 네 친엄마가 아니라는 걸 알고 넌 친부모님을 찾아볼 생각은 안 했니?”고은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량일의 말을 듣는 순간 고은영은 머리가 윙하고 울리면서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이 질문은 어제 배준우도 그녀에게 물었던 것인데 왜 량일이 지금 또 묻는 것일까?‘난 필요 없는데. 어린 시절 가장 어려운 시기를 스스로 이겨냈는데 이제 와서 굳이 찾을 필요가 있나?’그러나 지금 량일이 왜 이런 개인적인 질문을 하는지 고은영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물론 대답하고 싶지도 않았다.량일은 고은영이 침묵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물었다.“넌 그 사람들을 원망하니?”고은영은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원망하냐고? 사실 난 잘 모르겠는데.’조보은이 친엄마가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으니 어쩌면 원망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고은영에게는 딱히 필요한 존재들이 아니었다.가장 부모님의 사랑을 바랄 나이에 이미 그런 사랑에 대한 기대를 버렸으니 이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사모님 왜 저한테 이런
량일은 이 모든 과정에서 감정이 매우 격해졌다.말하면 할수록 과거에도 지금에도 량일이 가장 신경 쓰는 사람은 사실 자기 딸 량천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량천옥은 밤낮으로 어떻게 딸과 만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날 우연히 고은영이 한 말을 듣고 모든 용기를 잃은 것 같았다. 량천옥은 그 이후로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도 못하고 밥도 먹지 못했다.점점 야위어가는 딸을 보며 량일도 다급해졌다. 하지만 이 순간 자신의 외손녀를 마주하고 나니 그녀도 마음이 아팠다. 이 모든 것이 그녀 때문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고은영은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마치 이 순간 깊은 절망에 빠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배준우는 오후에 회사에서 회의하고 있었다. 민초희는 어제부터 고은영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 회의가 끝나자 진청아는 앞으로 다가가 정중하게 말했다.“배 대표님 사모님께 한 번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언니한테 또 문제 생겼어?”배준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진청아를 바라보았다.진청아는 고개를 저었다.“고은지 씨의 문제가 아니라 량일 여사가 병원에 다녀간 뒤로 사모님께서 계속 멍한 상태로 계신다고 합니다.”배준우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의 눈빛이 어둡게 번쩍였다.진청아와 배준우는 모두 무슨 상황인지 대략 눈치챈 것 같았다.고은영과 량천옥 그리고 진씨 가문의 친자 확인에 관한 일은 진청아와 배준우가 아직 감추고 있었지만 여전히 조사 중이었다.그리고 량천옥은 진유경과 배준우 사이의 문제 때문에 미친 것처럼 고은영을 보호하며 끊임없이 진씨 가문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었다.진유경은 다리를 다치게 만들고 진정훈 차의 문을 박살 내 버렸다.비록 량천옥이 미친 짓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한 엄마로서는 아주 대단한 모성애였다.“뒤에 일정은 알아서 조정해.”배준우는 그렇게 말한 뒤 곧장 밖으로 나갔다.한편 병원에서 고은영은 병원 복도 벤치에 앉아 있었고 민초희가 그녀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가져다주었다.“이것 좀
‘어떻게 그런 사람이 내 엄마일 수 있어?’배준우도 고은영이 이전에 용기 있게 량천옥과 맞서 싸우긴 했지만 사실 그녀가 마음속으로 얼마나 량천옥을 무서워했는지 알고 있었다.량천옥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강성 전체가 알고 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먼저 이 일은 그만 생각해. 응?”배준우는 고은영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 고은영의 마음은 다시 한번 떨렸다.량천옥이 예전에 고은영을 죽이고 싶어 한 만큼 배준우와도 여러 차례 량천옥과 싸웠기 때문이다. 수년간의 생사를 건 싸움을 고은영은 모두 직접 목격했다.그런데 지금 와서 량일이 갑자기 그녀에게 그녀를 죽일 뻔했던 여자가 그녀의 남편에게서 재산을 뺏으려 했던 여자가 그녀의 엄마라고 했다.“량천옥이 정말...”‘량천옥이 뭐라고?’고은영은 배준우를 바라보며 물으려고 했지만 어디서부터 물어야 할지 몰랐다.배준우가 말했다.“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 그럼 그냥 말하지 마. 응?”“그 여자가 정말 내 엄마예요?”배준우의 이미 알고 있는 듯한 표정을 보고 고은영은 울먹이며 물었다.배준우가 말했다.“현재 의학적인 결과로는 그렇다고 나와.”고은영은 할 말을 잃었다.‘정말 사실이라고? 어떻게 나한테 그런 엄마가 있을 수 있어?’방금 병원 맞은 켠 카페에서 량일이 고은영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을 때 그녀가 얼마나 정신을 차릴 수 없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심지어 어떻게 병원으로 돌아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고 이 모든 것을 배준우에게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술길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단지 고은영은 배준우가 그녀보다 먼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배준우가 말했다.“너무 슬퍼하지 마. 응?”배준우가 고은영을 위로하자 그녀는 더욱 슬프게 울었다.고은영은 방금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배준우가 얼마나 량천옥을 미워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량일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을 때 그녀는 이제 끝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