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웅도 그렇게 좋은 남자가 아니었다.“할 말 더 있어? 없으면 나 먼저 간다.”나태웅은 더 말하고 싶지 않았다.지금은 오직 안지영이 장선명과 단둘이 매하리에 갔다는 것만 생각해도 나태웅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나태현이 말했다.“경고하는데 안 가는 게 좋을 거야.”“형.”“내가 여자라도 장선명을 선택했을 거야.”나태웅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원래도 좋지 않았던 얼굴이 지금 나태현의 말을 듣고 더욱 어두워졌다.‘이 사람이 정말 내 형 맞아? 어떻게 나한테 이런 말을 할 수 있어? 장선명이 어떤 인간인데? 설마 형은 모르는 거야?’나태현은 나태웅의 싸늘한 시선을 마주 보며 지금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고 있었다.나태현은 차가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피그스 라벤더 장원에서 돌아온 뒤로 네가 저지른 일들을 돌아봐. 그리고 장선명은 또 어떻게 했는지 생각해 봐. 안지영이 제정신이라면 절대 널 선택하지 않을 거야.”이런 일들은 제삼자가 더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하지만 나태웅은 인정하지 않았다.“내가 뭘 어떻게 했는데? 내가 안지영 아빠를 위해서 전문가팀을 구해줬는데도 안지영이 거부했어. 장선명이 지영이를 위해서 해준 일은 나도 해줄 수 있다고.”그럼 이게 지금 누구의 잘못일까?나태웅의 말을 들은 나태현은 두통이 느껴졌다.원래는 계속 설득하려고 했지만 나태웅의 태도를 보고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너 가.”‘이 자식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그래 직접 가서 장선명한테 정신이 번쩍 들 때까지 실컷 맞아 봐.’나태웅도 더할 말이 없었기에 바로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가려고 했다.그런데 두 걸음도 채 걷기도 전에 나태현이 또 그를 불러 세웠다.“잠깐.”나태웅은 걸음을 멈췄다.“왜?”나태현이 말했다.“내가 너라면 난 바로 포기했을 거야.”나태현이 보기에 나태웅이 안지영에게 저지른 일들과 안지영의 현재 태도로 봤을 때 두 사람은 완전히 적이 되었다.나태웅이 억지로 안지영과 장선명의 관계를 망쳐 놓더라도 안지영이 나태웅과
하지만 나태웅은 오히려 천락 그룹에 돌아와서 도움이 되기는커녕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나태현은 그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나태웅의 뒤를 따라다니며 문제를 수습해 주느라 바빴다. 지금은 동성의 땅도 나태웅 때문에 하늘 그룹에 빼앗겼다.이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땅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확정할 수 없었다.‘이제 보니 둘째 도련님은 동영 그룹에서 그동안 경영 관리는 물론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 같네. 지금 이게 다 무슨 상황이야? 천락 그룹에 돌아와서 사회의 쓴맛을 보려고 하는 건가?’매하리의 밤은 정말 추웠지만 그래도 낮에는 독특한 풍경이 있었다.안지영은 바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통나무집 창가에 서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설산을 바라보았다.어젯밤 장선명은 그녀와 함께 어두운 곳으로 들어갈 수 없으니 함께 밝은 곳으로 가겠다고 말했다.안지영은 그 말인즉 그가 어둠에서 벗어나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떳떳할 수 있는 사업을 하겠다는 뜻임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장선명은 매하리의 여행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띵동 하고 방의 초인종이 울렸다.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서는 몸을 돌려 방문을 열었다.장선명은 손에 아침 식사를 들고서는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단정한 옷차림을 보고 안지영은 깜짝 놀랐다.“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너도 일찍 일어났네?”장선명은 가볍게 웃으며 말하고서는 방 안으로 들어와 아침 식사를 작은 테이블에 올려 놓았다.그는 그릇을 놓으며 말했다.“여기 별로 먹을 게 없어서 우리 대충 먹어야 할 것 같아.”안지영은 따뜻한 물을 끓이려다가 장선명의 말을 듣고서는 주전자를 들려던 손을 멈칫했다. ‘강성의 장씨 가문 넷째 도련님이 지금 나한테 대충 때우라고 한 거야? 난 동영 그룹에 있을 때 그런대로 참는 것에 익숙해졌는데 장선명이 대충 때울 수 있을까?’안지영은 장선명이 가져온 아침 식사를 보고 입꼬리가 자기도 모르게 떨렸다.이건 정말 대충 때워야 할 상황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저
안지영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아니에요. 난 그냥 라면 먹고 싶어요.”안지영은 전에 매하리에 와본 적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는 이곳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이곳의 국수는 그냥 안 먹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라면은 영양가 없잖아. 그래도 국수를 끓여오라고 할게.”안지영은 아무것도 모르는 장선명을 보고서는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장선명은 안지영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몸을 일으켜 민박 사장에게 국수를 부탁하고 왔다.민박 사장은 아주 열정적으로 곧바로 끓여주겠다고 말했다.그런데 곧바로 끓여주겠다던 국수는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도 나오지 않았다.장선명도 밀크티와 빵이 입맛에 맞지 않았는지 국수를 끓여달라고 부탁한 뒤로 더 먹지 않았지만 오래 기다려도 국수가 나오지 않자 그는 불만스럽게 말했다.“내가 가서 볼게. 무슨 돌을 끓이는 것도 아니고.”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이곳의 음식은 돌을 끓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장선명은 아래층에 내려갔을 때 금방 완성된 국수를 발견했다.게다가 고압 가마에서 면을 건져내는 것을 보고 처음 보는 면을 끓이는 방식에 그는 깜짝 놀랐다.사장은 미소를 지으며 국수를 장선명에게 건넸다.“점심에 돌아와서 식사할 건가요?”“왜 그러세요?”장선명은 이해하지 못했다.‘아침도 아직 못 먹었는데 왜 벌써 점심을 묻는 거지?’사장은 이해하지 못한 장선명을 보고 설명해 줬다.“만약 점심에 돌아와서 식사하시면 제가 미리 준비해 두려고요. 보셔서 아시겠지만 여기서 식사 준비를 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서요.”장선명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손에 들린 면을 한 번 보고 다시 사장이 면을 끓은 고압 가마를 바라보더니 상황을 조금 이해한 눈치였다.이곳은 기후 때문에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것은 고사하고 제대로 익히는 것조차 어려웠다. 장선명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돌아와서 먹을 거예요.”“네. 그럼 뭐 드시고 싶으세요? 양고기? 아니면
계단이 꽤 좁아서 안지영이 앞에서 가고 장선명이 그 뒤를 따랐다.마침 두 번째 계단을 밟는 순간 눈 알갱이를 밟아 안지영은 그대로 앞으로 쭉 미끄러졌다.온몸이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안지영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장선명이 빠르게 그녀를 잡아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그대로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을 것이다.안정된 안지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난간을 잡고 일어났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고개를 숙여보니 장선명의 넓은 손바닥이 그녀의 가슴을 잡고 있었다.그 순간 안지영은 할 말을 잃고서는 작은 얼굴이 새빨개졌다.‘이 상황에서 비명을 질러야 하는 거야?’장선명은 그녀가 당황해하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녀의 몸을 바로 세워주며 말했다.“조심해.”안지영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였다.그녀가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장선명은 바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너무 놀라 얼어붙은 작은 손은 그 순간 장선명의 따뜻한 손바닥에 감싸여 온기를 되찾았고 그녀도 가슴 속에서 이상한 감정이 흘러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정말 깜짝 놀랐어요.”방금 자기가 정말로 계단에서 굴러떨어질 뻔했다는 생각에 안지영은 아찔했다. 비록 2층 계단 높이였지만 굴러떨어졌다면 분명 아팠을 것이다.장선명이 말했다.“내가 잡아줄게.”이번에는 안지영도 거절하지 않았다. ‘계단이 이렇게 미끄러운데 이 남자는 방금 국수를 들고 어떻게 위로 올라온 거야?’집을 나설 때 장선명은 사장이 벌써 소고기를 고압가마에 넣고 끓이는 것을 발견하고서는 속으로 감탄했다. 이곳에서는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힘들어 방금 식사를 마쳤는데 바로 다음 끼니를 준비해야 했다.안지영은 장선명이 계획한 여행 일정이 이곳의 높은 산이 아니라 한 도시를 포함한 것인 줄 알았는데 그녀가 장씨 가문 사람들의 야망을 과소평가한 것이었다.장선명이 계획한 것은 전체 매하리의 관광 노선이었다.등산이라고 말했지만 두 사람은 오전 내내 차를 타고 움직였다.그런 다음 한 루트에서 다른 루트로 이동하자 그 들은 한 가지
배준우는 그 말을 듣고 발걸음을 멈췄다.“이렇게 빨리?’요즘 나태웅이 저지른 엉망진창인 일들을 볼 때 배준우도 이 일이 가장 믿을 만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진청아는 확실히 능력이 좋았다.5년 전의 일인데도 조사를 하니 정말로 파헤쳤다.진청아는 배준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진재한과 기성훈이 다 나서서 어렵게 CCTV 영상을 복구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옆모습과 뒷모습뿐이지만 제가 보기에 그 사람의 모습이 꽤 익숙한 느낌이었습니다.”그래서 그 사람을 찾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진청아의 말을 듣고 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최대한 빨리 확인해.”“알겠습니다.”이제 확인만 하면 끝이기에 진청아에게는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며칠 내로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이지훈은 나태현의 뒤를 따라가다 자신의 대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기운을 느꼈다.‘또 무슨 일이야?’“대표님 핸드폰이 계속 울리고 있습니다.”핸드폰이 울리는 것을 보고 이지훈은 나태현에게 알려주지 않을 수 없었다.나태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전화를 꺼내보니 안열에게서 온 전화였다.그는 바로 이지훈에게 전화를 던졌다.“네가 받아.”이지훈은 재빨리 전화를 잡았다. 안열에게서 온 전화인 것을 확인하고 얼른 구석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나태현은 아버지의 병실로 향하면서 머릿속으로는 계속해서 고은지 방에 있던 남자를 떠올렸다.‘고은지가 그 남자를 찾고 있는 거야? 그 남자를 찾고 있는 이유가 뭐지? 그 남자가 딸인 고희주의 아버지라서?’고은지와 관련된 정보가 그의 신경을 얼마나 자극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이 순간 나태현의 눈은 차가운 분위기로 가득했다.요 며칠 고은영은 시간이 날 때마다 고희주에게 달려갔다.고은지의 정신상태는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었기에 이제는 항암 치료 단계에 접어들었다.심각할 때는 머리가 빠지고 구토를 했다.배준우는 고은지의 주치의를 만난 뒤 고은영을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고희주 아빠에 관한 소식이 있다고 전했다.진청아가 이미 CCTV
고은지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고은영은 그런 고은지를 보고 마음이 조금 쓰려왔다.“은영아 나 한 가지만 더 도와줄래?”고은지는 마침내 침묵을 깨고 말했다.고은영이 말했다.“말해 봐.”고은지의 부탁이라면 고은영은 무엇이든지 다 들어줄 것이다.고은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희주 나 때문에 지금 정상적으로 학교에 들어갈 수 없잖아.”여기까지 말했을 때 고은지의 목소리는 점점 더 울컥하는 것 같았다.그동안 고희주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일만 생각하면 고은지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조영수와 함께 산 세월 동안 비록 조씨 가문의 경제 상황이 부유하진 않았지만 고은지와 고희주는 정말 가난하게 살았다.그래도 고은지는 자신이 훌륭한 아내이자 엄마 그리고 며느리인 줄 알았다.그녀는 집안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희주도 아주 잘 키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녀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착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고은지는 자기 자신도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 연달아 큰 사건들을 겪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고희주까지 연루되게 했다.고은영은 고은지의 울먹거리는 목소리를 듣고 물었다.“언니 준우 씨한테 좋은 학교 찾아 달라고 그러는 거지? 계속 희주가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사실 고은영은 이 의견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았다.비록 아이가 지금 학교에 다닐 나이이긴 했지만 희주 마음의 병은 이제 막 회복 단계였기 때문에 고은영은 걱정이 많았다.고은지도 고희주를 학교에 보내겠다고 말하면서도 그녀의 눈빛은 전례 없는 고통이 드러났다.원래 고은지는 고희주를 데리고 강성을 떠나려고 했다.그러나 갑작스러운 병으로 인해 고은지가 원래 세웠던 계획이 틀어졌다.이 순간 고은영이 아이를 학교에 보내겠냐는 말에 고은지의 마음도 함께 떨렸다.“아니. 학교에 보내겠다는 건 아니야.”고은지는 고민도 하지 않고 말했다.아이들이 많은 환경은 항상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희주는 심리적으로 이미 심각한 문제가 생겼는데 고은지는
고은영은 량일과 량천옥이 어디서 고은지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용산을 조사할 때 그녀들은 당연히 고은지가 어렸을 때부터 어떻게 고은영을 챙겨줬는지 알게 되었다.고은지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량천옥은 고은영이 분명 걱정할 것을 알기에 초조해하고 있었다.그러나 고은영이 자신을 그렇게 미워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차마 고은영을 만날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량일이 고은영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이 순간 량일이 고은지의 골수 이식 얘기를 꺼내니 고은영은 가슴이 철렁했다.고은영은 몸이 머리보다 먼저 반응하며 량일의 손을 꽉 잡았다.“그쪽이 우리 언니와 일치하는 골수를 찾아줄 수 있어요?”고은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량일을 바라보았다.심지어 고은영은 이 순간 머릿속에 량천옥과 량일의 공포스러운 모습이 떠올랐지만 량일이 언니와 일치한 골수를 얘기하니 마음속으로 기뻤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두렵기도 했다.전에는 배준우가 고은영의 옆에 있었기에 량천옥의 계획에 많은 방해가 되었을 텐데 이번에는 량일이 그녀에게 복수를 하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었다.량일은 고은영의 간절한 시선을 마주하고서는 한숨을 쉬었다.“얘기 좀 나누겠니?”“그러죠. 원하는 게 뭐죠? 조건을 얘기하세요.”고은영은 다급하게 물었다. 마치 이 순간 량일이 어떤 요구를 하더라도 무조건 들어줄 것만 같았다.심지어 량천옥과 량일이 그녀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해도 그녀는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자기와 무관한 일이고 잘못한 일이 아니더라도 고은영은 지금 그런 것을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지금 그녀의 자존심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고은영은 고은지가 살아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고 싶었다.량일은 고은영이 자기가 말을 바꿀까 봐 두려워하는 눈빛을 보며 심장을 칼이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고은지가 너한테 정말 중요한 사람인가 보구나.”이 말을 하며 량일은 힘없이 한숨을 쉬었다.심지어 량일은 량천옥이 고은영의 마음속에서 10분의 1이라도 자리 잡고
지금 량일이 조보은을 언급하자 고은영은 자기도 모르게 긴장했다.“사모님. 만약 제 언니를 위해서 매칭 검사를 해주신다면 당연히 감사 인사를 드릴 겁니다. 어떤 요구가 있다면 제가 최선을 다해 들어드릴게요. 하지만 지금 이건...”“내가 뭘 원한다고 생각하니?”고은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량일은 바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 이 순간 량일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슬픔이 담겨 있었다.‘은영이는 지금 내가 또다시 조보은을 이용해서 자기에게 상처를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하지만 고은영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과거 량천옥이 저지른 대부분의 일들은 량일이 아이디어를 준 것들이었기 때문이다.고은영은 량일을 긴장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비록 과거에 그들의 얼마나 사악했던지 고은영은 지금 이 순간 뭐라고 할 수 없었다.량일은 고은영이 참고 있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더욱 안 좋았다.그러다 다시 물었다.“조보은이 네 친엄마가 아니라는 걸 알고 넌 친부모님을 찾아볼 생각은 안 했니?”고은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량일의 말을 듣는 순간 고은영은 머리가 윙하고 울리면서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이 질문은 어제 배준우도 그녀에게 물었던 것인데 왜 량일이 지금 또 묻는 것일까?‘난 필요 없는데. 어린 시절 가장 어려운 시기를 스스로 이겨냈는데 이제 와서 굳이 찾을 필요가 있나?’그러나 지금 량일이 왜 이런 개인적인 질문을 하는지 고은영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물론 대답하고 싶지도 않았다.량일은 고은영이 침묵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물었다.“넌 그 사람들을 원망하니?”고은영은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원망하냐고? 사실 난 잘 모르겠는데.’조보은이 친엄마가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으니 어쩌면 원망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고은영에게는 딱히 필요한 존재들이 아니었다.가장 부모님의 사랑을 바랄 나이에 이미 그런 사랑에 대한 기대를 버렸으니 이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사모님 왜 저한테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