량천옥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그 아이가 지금 이 정도로 그녀를 미워하는데 그녀가 어떻게 다시 그 아이를 만날 수 있을까?고은영은 미친 듯한 량천옥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떨렸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다.“저 사람 왜 저래요?”“별일 아닐 거야. 가자.”배준우는 고개를 저으며 고은영의 손을 잡고 주차장 방향으로 걸어갔다.고은영은 저런 상태의 량천옥을 처음 봤다. 하지만 지난번 회사에서도 이런 적이 있었다. 이유는 그녀도 몰랐지만 량천옥은 미친 것처럼 행동했다.차에 오른 뒤 고은영은 망설이는 듯한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저택에 또 새로운 여자가 들어와서 살고 있죠?”사실 고은영은 시아버지 배항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했다.그녀가 남을 쉽게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기도 했지만 시아버지에 대해 그녀는 마음속으로 여러 번 불만은 품은 적이 있었다.배준우의 어머니와 량천옥 그리고 지금은 또 김다정이라는 여자까지 나타났다.어찌 됐든 상황이 너무 혼란스럽고 더럽게 느껴졌다.배준우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어디서 들었어?”고은영은 투덜거리며 말했다.“밀크티 사러 갔을 때 들었어요.”비록 이 일을 란완리조트의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고은영의 앞에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하지만 고은영이 밖으로 나갔을 때 시아버지가 지금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사람들은 배항준이 노년의 나이에 자기 자식들과 나이가 비슷한 여자를 아내로 맞이했다고 했다.배준우가 대답했다.“맞아. 그런 일이 있지.”“그래서 량천옥이 저렇게 미쳐버린 거예요?”고은영이 물었다.이어서 배준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는 혼잣말을 이었다.“아니지. 량천옥의 성격이라면 이런 식으로 슬퍼하진 않을 텐데? 량천옥이라면 배씨 저택에 찾아가서 그 여자를 찢어버려야 맞죠. 저렇게 미친 것처럼 우는 건 량천옥답지 않아요.”량천옥에 대한 고은영의 평가를 들은 배준우는 어이없다는 듯이 그녀를 한 번 쳐다
고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렇게 할 거야.”고은지는 꼭 그렇게 하리라고 다짐했다. 긍정적인 멘탈을 유지하며 병원에서 꼭 살아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희주는 괜찮아?”간호사에게서 그녀가 이틀 동안 혼수 상태에 빠져 있었다는 말을 듣고 고은지는 희주가 놀라진 않았을지 걱정했다.고은영이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 언니는 지금 치료에만 집중해야 해. 알겠지?”고은지가 말했다.“그래 알겠어.”그녀는 정서적으로 지난번보다 비교적 안정되어 보였고 이미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 같았다.하지만 한 가지 마음 놓을 수 없는 것이었었으니 바로 고희주의 친아빠를 찾는 것이었다.자기가 백혈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 고은지의 첫 번째 반응은 누가 자기와 골수 이식을 할 수 있을까도 아니고 자기 혈육을 찾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오직 희주의 친아빠를 반드시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은지는 먼저 희주의 친아빠를 찾아서 어떤 사람인지 확인한 후에야 희주에 대한 다음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비록 백혈병도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지만 고은지는 지금 최악의 결과에 대비해야 했다.“은영아. 그 사람 일 빨리 서둘러야 해.”“알겠어.”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고은지가 말을 이었다.“난 지금 가장 걱정되는 게 희주야.”희주의 말을 꺼내자 고은지는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진심으로 딸을 걱정하고 있었다.고은영은 앞으로 다가가 미음을 그녀에게 먹여주며 말했다.“알겠어. 나도 언니 마음 다 이해해.”고은지를 위로하고 있었지만 사실 지금 고은영도 마음이 너무 슬퍼서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 울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더 말하면 할수록 울어버릴 것 같아 차라리 하려던 말을 꾹 참았다.량일과 량천옥은 겨우 집에 도착했지만 두 사람은 이상할 정도로 서로 침묵을 지켰다. 고은영이 배준우에게 한 몇 마디에 두 사람은 큰 충격을 받았다.두 사람 사이의 무거운 분위기를 깬 것은 전화 한 통이었다. 바로 배항준의 전화였다.핸드폰으로
기사 제목은 ‘배씨 가문의 세 번째 부인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 두 번째 부인은 밖에서 슬픔에 젖어 오열.’이었다.제목을 보자마자 량천옥은 숨이 막히는 듯했다.아래로 스크롤을 내리자 그녀의 사진과 더불어 김다정이 병원에서 아이를 안고 침대에 누워 있는 사진이 나왔다.김다정의 얼굴은 행복으로 가득 차 있었고 량천옥의 슬픔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었다.량천옥은 그제야 방금 배항준에게서 온 전화가 떠올라 기가 찬 웃음을 터트렸다.“이것 때문에 나한테 따진 거구나.”댓글 창은 이미 난리가 났다.김다정을 비난하는 동시에 량천옥을 동정하는 댓글이 대부분이었는데 이것이 바로 배항준이 그토록 분노한 이유였다.그리고 이 시점에서 배항준은 아이를 공개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늦둥이인 만큼 배항준의 입장에서는 축복을 받을 만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배준우가 배씨 가문의 모든 것을 장악한 상황에서 배항준은 이 늦둥이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다들 김다정을 비난할 뿐만 아니라 태어난 아이를 웃음거리로 만들었고 심지어 배씨 가문 전체를 조롱했다.그러나 량일의 걱정은 량천옥과는 다른 것이었다.“지금 사람들이 배항준과 김다정을 욕하면서 배씨 가문이 강성 전체에서 웃음거리가 되었는데 배준우가 네 탓을 하진 않을까?”량일이 걱정하는 것은 배준우였다.배준우에 관해 얘기를 꺼내니 량천옥은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량천옥은 배씨 가문 사람들이 어떤 일을 겪든 상관하지 않았지만 배준우가 오해해서 고은영에게 화를 낼까 봐 두려웠다. 그녀는 바로 핸드폰을 들어 배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배준우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준우야. 네가 믿을지 모르겠지만 이 기사는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어. 난 배씨 가문을 떠난 뒤로 더 이상 배씨 가문에 대해 아무런 미련도 없고 네 아버지에 대해서도 더 이상 아무런 환상도 없어.”배준우도 이미 기사를 봐서 내용을 알고 있었다.레스토랑에서 량천옥을 마주쳤을 때 배준우는 당연히 어떻게 된 일인지 짐작하고 있었다.량천옥
한편 량천옥이 걱정하는 진씨 가문.진정훈이 다시 진씨 가문으로 돌아왔을 때 그의 태도는 뭔가 심상치 않았다.저녁 식사 자리의 분위기는 더욱 이상했다.진정훈은 계속 진성택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진유경이 몇 번이나 말을 걸어도 진성택이 그녀의 말에 대답해 줄 뿐 진정훈은 그녀에게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이에 진호영과 할머니도 진정훈이 진유경에 대한 태도 변화를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진유경은 식사 내내 억지로 버티고 있었다.마침내 식사가 끝날 무렵 할머니가 진정훈을 자신의 곁으로 불렀다.“너 도대체 무슨 일이야?”진정훈이 물었다.“무슨 일이냐니 왜 그러세요?”그의 말투는 방금 진성택과 이야기할 때와 완전히 달랐다.할머니는 그의 목소리에서 전혀 따뜻함을 느낄 수 없었다.“아니. 이 자식아. 너 할머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그럼 어떻게 말해야 하는데요?”진정훈의 말투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어제 집에 돌아온 뒤 진정훈은 친자 검사 결과에 누가 손을 댔는지 조사했고 의심의 여지도 없이 그는 바로 단서를 찾아냈다.그날 진정훈이 샘플을 보냈을 때 할머니 옆에서 시중을 드는 도우미 장미선이 그 뒤를 따랐고 장미선이 떠나자 이어서 또 한 사람이 나타났는데 바로 진유경의 기사였다.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진정훈은 이미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이것이 바로 진씨 가문의 참모습이었다.오직 진정훈 혼자서 오랫동안 진씨 가문을 화목한 집이라고 믿어왔다.할머니는 진정훈이 자기에게 버릇없이 얘기하자 순간 화가 났다.“이 자식이 이제 다 컸다는 거니?”할머니의 분노에 진정훈은 더 이상 예전처럼 할머니를 달래지 않았고 그저 돌아서 방을 나갔다.할머니는 단호하게 떠나는 진정훈의 뒷모습을 보고 호흡이 가빠졌다.‘아니 저 자식이. 도대체 나한테 이게 무슨 버릇이야. 내가 80이 넘었는데 저놈이.’진호영은 할머니가 진정훈을 방으로 부르는 것을 보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진정훈이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나오는 것을 보고 진
진정훈이 물었다.“형 지금 어디야?”“완도에 있어.”“금방 갈게.”“네가 왜 와?”진윤의 말투는 아주 선명하게 차가웠다.진정훈은 대답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한편 완도에서 진윤은 윤설과 함께 식사하고 있었다.식탁의 분위기는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윤설이 좋아하는 흰 장미로 장식되어 있었다.진윤이 전화를 받았을 때 그는 마침 윤설의 손을 잡고 반지를 꺼내려던 참이었다.하지만 기가 막힌 타이밍에 진정훈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었다.게다가 진정훈이 지금 이곳에 온다는 말에 진윤은 얼굴이 어두워졌다.윤설은 안색이 좋지 않은 진윤을 보고 물었다.“둘째 도련님이 또 사고 쳤어?”윤설이 보기에 그동안 진정훈이 자꾸 문제를 일으켜 진윤이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다.진윤이 말했다.“어. 금방 여기로 온대.”그렇게 말한 뒤 그는 준비해 두었던 반지 케이스를 꺼내 윤설에게 건넸다.윤설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빨간 벨벳 케이스를 보고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이거 나한테 주는 선물이야?”“설아 우리 결혼하자.”진윤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비록 진정훈이 금방이라도 들이닥칠 것 같았지만 진윤은 자신의 결심을 더는 미루고 싶지 않았다.윤설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뭐라고?”‘결. 결혼?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 진윤이 나한테 결혼하자고 한 거야? 진짜 결혼을?’하지만 그들 사이의 계약은 한 달 뒤에 끝났다.‘그래 계약서.’윤설은 당시 할머니의 병원비 6천만 원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을 진윤에게 5년 동안 팔았다.그것도 정말 싼 값에 넘긴 편이다.하지만 당시 윤설은 6천만 원이 필요했고 다른 방법이 없었다.이제 한 달만 있으면 그녀는 이 비참한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지금 이건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진윤은 윤설을 전례 없이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결혼하자. 응?”“너...”“난 너하고 돌려 말하고 싶지 않아. 너도 이제 나이가 어리지 않고 나도 결혼할 때가 됐어.”“근데 왜 하필 나야? 난...”윤설
윤설은 숨이 막혀왔고 가슴을 세게 두들겨 맞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면서 갑자기 가슴에서 뭔가가 불타오르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네가 받아주면 우리 내일 가서 혼인신고 하자. 결혼식은 네가 원하는 대로 내가 준비할게.”진윤의 목소리가 너무 따뜻하고 부드러워 마치 뜨거운 태양 아래의 구름처럼 마음을 뜨겁게 만드는 것 같았다.평소에는 아주 카리스마 넘치고 강압적인 남자에게서 지금 이 순간 윤설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이미 다 생각해 둔 거야?”윤설은 마음속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분명 프러포즈를 한 사람은 진윤이었지만 지금 오히려 그녀가 여러 차례 확인하고 있었다.진윤이 말했다.“미안해.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된 프러포즈를 준비할 시간이 없었어.”사실 진윤이 말하진 않았지만 최근 그의 주변은 보기만 해도 혼란스러워 보였다.장선명의 큰형 장서경과 지금 나태웅까지 모두 그에게 경고하고 있었다.좋은 여자가 있고 또 그 여자가 익숙하고 심지어 좋아하는 감정이 있다면 당장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특히 나태웅을 보고 진윤은 많은 것을 느꼈다. 모두 나태웅이 안지영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나태웅이 안지영을 장선명에게 넘겨줘 버려놓고서는 지금 다시 찾으려고 하니 얼마나 일들이 복잡하게 얽혀 버렸는가?하지만 나태웅에게 포기하라고 하면 나태웅은 또 아쉬워했다.이렇게 너무나 명확한 예시가 있었기에 진윤은 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그와 윤설의 계약은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이전에는 이런 문제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제 그는 일단 윤설을 자기 여자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하나만 갖고 있었다.윤설은 진윤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지만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고 그녀의 마음은 이미 완전히 무너졌다.그녀는 이제야 확실히 이 남자가 자신에게 청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단 한 번도 진윤과 결혼하겠다는 사치스러운 꿈을 꾼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비
‘아니 이 형 너무 막무가내인 거 아니야? 내가 오기 전에 전화도 했는데 왜 내 탓을 하는 거야?’윤설은 진윤의 품에 얼굴을 파묻은 채 도무지 얼굴을 들지 못했다.진윤은 위로하듯 윤설의 등을 다독였다.“먼저 방으로 가서 기다려. 응?”진윤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부드러웠다.윤설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정훈을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방으로 달려갔다.그녀가 떠나자 진윤은 싸늘한 얼굴로 진정훈을 바라바았다.“정말 중요한 일이여야 할 거야.”진정훈은 한숨을 쉬더니 머릿속이 너무 혼란스러워 자기가 왜 여기에 왔는지 순간적으로 잊어버렸다.그는 한참이나 생각한 끝에 진윤이 인내심을 완전히 잃으려는 순간 드디어 기억해 냈다.“형 나한테 알려줘. 형이 왜 그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았는지. 혹시 할머니하고 관련된 거야?”진윤은 진정훈이 할머니 얘기를 꺼내자 표정이 더욱 싸늘해졌다.진정훈은 그제야 몇 년 동안 진윤이 명절은 물론 할머니와 아버지의 생일에 단 한 번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렸다.진윤이 관계를 끊겠다는 태도가 너무나 명확하게 드러났다.“이틀 동안 조사해 놓고 결국 나한테 이런 의미 없는 질문을 하러 여기까지 온 거야?’“형.”진정훈은 초조해했다.고작 이틀이지만 이 이틀 동안 진정훈은 할머니와 진유경의 수상한 점을 알아냈다.진윤은 차가운 눈빛으로 진정훈을 한 번 째려보고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즉 말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이었다.진정훈은 진윤이 예전처럼 어떤 일에 대해서도 입을 꾹 닫는 모습을 보고 눈을 감았다.“내가 이번에 샘플을 갖고 돌아갔을 때 할머니하고 유경이한테 말했었어.”“그래서?”“샘플을 검사 기관에 보냈을 때 할머니 옆에서 시중을 드는 장 아줌마가 따라갔고 그 뒤에는 비밀스럽게 유경이의 기사도 따라갔어.”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직 샘플에 손을 댄 게 할머니와 유경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두 사람이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진정훈은 점점 더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진윤은 할머니와
진씨 가문은 오래전 진성택이 진윤을 위해 정해준 결혼 상대가 있었다. 얼마 가지 않아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이씨 가문의 셋째 딸 이안나를 진윤의 약혼자로 정했다.소문에 따르면 이안나는 아주 대단한 여자라고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가 더욱 강력한 사람이라고 한다. 비록 이씨 가문의 후처이지만 이씨 가문의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었다. 전처의 자녀들마저도 그녀의 눈치를 보며 매달 용돈을 받는다고 한다. 그런 여자의 교육 아래서 자란 이안나의 성격이 얼마나 버릇없고 오만할지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현재 외국에서 유학 중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안나를 잔뜩 돈을 들여 유학을 보낸 것도 모두 진씨 가문에 시집을 보낼 준비를 한 것이다.하지만 진정훈의 기억에 이안나는 아직 1년 후에나 돌아올 예정이라고 했다. 약혼자가 국내에 없는데 진윤은 도대체 누구와 결혼한다는 것일까?“윤설. 너도 봤지. 앞으로 설이 보면 형수님이라고 불러.”진정훈은 순간 할 말을 잃고 그대로 얼어붙었다.‘윤설? 형이 윤설과 결혼한다고? 6천만 원을 주고 사 온 여자와?’“형 지금 농담하는 거지?”진윤이 말했다.“내가 농담하는 것처럼 보여?”“아버지와 할머니가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거야.”진정훈은 생각도 하지 않고 말했다.‘윤설과 결혼? 진씨 가문에서 형이 윤설을 6천만 원에 샀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그냥 즐기는 거라면 형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겠지만 결혼이라면 말이 다르지.’진정훈의 허락하지 않을 거라는 말에 진윤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그저 차가운 뒷모습만 보일 뿐이었다.진정훈은 진윤의 차가우면서도 진지한 태도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지금 모든 일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엉망진창이 되는 것 같았다.진윤이 집 안으로 들어가자 윤설은 이미 샤워를 마치고 불안한 표정으로 거실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진윤은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차가운 손을 잡아 단번에 힘주어 품에 안았다. 윤설이 말할 틈도 없이 진윤의 입술이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다.예전에 진윤은 정말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
안열은 본능적으로 나태웅의 얼굴을 발로 차버리려고 했다.하지만 발을 드는 순간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에 안열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다리를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너 이 새끼...”나태웅에게 욕을 퍼부어주려는데 나태웅은 이미 엘리베이터에 타 있었다.나태웅은 아까 안열의 발을 부숴버리려고 했다.화가 치밀어오른 안열이 나태웅을 잡으려고 했지만 결국 발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발등은 지방이 적어서 아주 취약한 부분이다. 나태웅은 바로 그 부분을 노린 것이다.확인해보니 발등에는 이미 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안열은 표정이 어두워져서 안지영의 사무실로 들어가 얘기했다.“나태웅은 정말 악질이에요. 반드시 고소해서 승소하고 감옥에 처넣으세요!”안열이 씩씩대면서 얘기했지만 안지영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이상함을 눈치챈 안열이 안지영을 쳐다보았다. 안지영은 테이블 위에 놓인 무언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왜 그래요?”안열이 다가가서 물었다.안지영은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안열을 바라보았다.그러다가 안열의 발등이 퍼렇게 멍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게 무슨 일이에요? 누가 때렸어요?”“나태웅이요! 그 개같은 자식...”안열이 울분에 받쳐서 얘기했다.안지영은 약간 놀랐다.“나태웅이 때렸다고요? 안열 씨, 나태웅이랑 싸우면 못 이겨요?”“못 이겨요.”안지영은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저번에도 비슷한 대답을 들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반드시 나태범을 감옥에 넣어주세요.”안열이 이를 꽉 깨물었다.안지영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런 모습의 안열을 보니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나태웅을 감옥에 넣으라고요?”“네! 살인미수잖아요. 꼭 승소하고 콩밥을 먹게 해야 해요!”안열은 여전히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마치 지금 당장 나태웅을 끌고 교도소에 갈 사람 같았다.“...”나태웅을 감옥에 보낸다니.그것보다 더 좋은 결말은 없을
마주한 시선 속에서 안지영은 나태웅에게서 위험을 느꼈다.숨을 깊게 들이쉰 안지영이 시선을 돌리고 얘기했다.“난 너랑 죽도록 싸우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너도 그렇고, 너희 가문도 그렇고, 정말 선을 넘었어.”그 말에 분위기가 점점 차가워졌다.나태범이 한 짓들은 자꾸만 안지영을 화나게 했다.나태웅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내가 알려줬던 거 같은데. 장선명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장선명이 왜 너랑 결혼하려고 하는 것 같아?”“이유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곧 결혼한다는 사실이야.”안지영은 나태웅 같은 사람 앞에서 더욱 굳건해졌다.안지영은 애매모호한 사람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한쪽에 올인하는 쪽이다.그러니 지금 본인이 누구를 원하고 누구를 좋아하는지 아주 잘 알았다. 장선명을 두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그리고 성격상으로도 동시에 두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래서 처음부터 장선명과 비즈니스 관계로 시작했고 선을 넘지 않고 거리를 잘 유지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안지영은 장선명과 정말 한 쌍의 부부가 될 것이다.차가운 안지영의 태도에 나태웅이 차갑게 웃었다.“하, 정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도대체 뭐라는 거야.”안지영은 본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태웅이 너무 싫었다. 분명 중요하지 않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또 물으니 말이다.나태웅은 가방에서 사진을 꺼내 사무실 위에 올려놓더니 안지영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안지영은 눈썹을 찌푸리고 물었다.“이게 뭔데...”“직접 확인해봐.”“...”“잘 확인해. 네가 사랑하는 그 남자가 정말 너만의 것인지.”“...”안지영은 호흡마저 거칠어졌다.“지금 이간질하려는 거야? 하지만 이제 쓸모없어!”“두려워?”나태웅이 눈썹을 까딱이면서 물었다.안지영은 나태웅을 당장이라 씹어먹을 듯한 눈빛으로 나태웅을 노려보았다.나태웅은 미간을 찌푸리고 사진을 향해 눈짓했다. 안지영은 이를 꽉 깨물고 사진을 들어 확인했다.그 사진은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