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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1화

배준우는 고은영이 순간적으로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고 물었다.

“넌 찾고 싶지 않아?”

“찾고 싶지 않아요.”

“왜?”

이런 질문을 배준우는 지금까지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지만 지금 이렇게 말을 꺼냈으니 배준우도 고은영이 자신의 친부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다.

배준우가 이유를 묻자 고은영은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다시 한번 앞에 놓인 오렌지 주스를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

“좋든 나쁘든 난 이미 혼자서 이렇게 컸어요. 부모님의 보호가 가장 필요했을 때는 어디에 있었는지도 모를 사람들 난 이제 필요 없어요.”

사실 고은영은 지금까지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지만 할머니와 함께 절망적인 날들을 겪을 때 그녀는 마음속으로 자신의 친부모를 많이 원망했다.

그런 원망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 뿌리를 내렸다.

그래서 이제 고은영은 친부모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본능적으로 그들의 존재를 거부했다.

량천옥과 량일은 레스토랑에 들어왔을 때 고은영이 마지막으로 한 말을 들어버렸다. 특히 고은영의 필요 없다는 말이 량일과 량천옥의 가슴을 깊게 찔렀다.

그 결과 원래 식사를 하러 왔던 두 사람은 배준우와 고은영이 자신들을 발견하기 전에 레스토랑에서 몰래 빠져나왔다.

“엄마 들었어? 은영이가 나를 미워해. 은영이가 정말 날 원망하고 있어.”

량천옥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원래도 고은영과의 재회에 별로 자신이 없었던 량천옥은 이제 고은영의 원망 가득한 말을 들으니 마음이 더욱 찢어질 듯 아팠다.

량일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량천옥에 비해 량일은 직접 손녀를 버린 사람이었기에 이 순간 마음이 더욱 고통스러웠다.

“천옥아.”

“은영이가 날 정말 미워해. 은영이가 날 미워하고 있어.”

량천옥은 감정이 격해지기 시작했고 량일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답답함을 느꼈다.

“은영이가 우리를 미워하는 건 당연한 거야.”

량천옥은 이 말을 듣자마자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텅 빈 눈으로 량일을 바라보았다.

량일은 깊은 한숨을 쉬며 떨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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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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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순
이제는 하나씩 밝혀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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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순
량천옥과 량일 고은영. 딱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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