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1 - 챕터 120

1216 챕터

제111화

여리여리하고 연약해 보이는 그의 첫사랑, 고은영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그 눈빛.고은영은 생각할수록 분했다.배준우는 낮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이래도 고자질한 게 아니야?”“진짜로 나한테 못되게 굴었다고요.”고은영은 구시렁거렸다.그녀의 말이 다 사실인데도 배준우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로 일관했다.배준우가 말했다.“그래 네 말이 다 맞아, 됐지?”무슨 뜻이지?마치 고집부리는 어린아이를 달래는 듯한 말투로 말이다. 사실이 뭐든 그다지 중요치 않은 듯한, 지금 배준우의 말투가 고은영에겐 그런 의미로 들렸다.배준우는 고은영을 안아 차에 태웠다. 배준우가 다시 병원으로 돌아갈 거라는 고은영의 예상과는 달리 배준우도 같이 차에 탔다.고은영이 물었다.“다시 안 가보세요...?”“내가 갔으면 좋겠어?”배준우는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흘겨보았다.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에 고은영은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그녀는 배준우가 왜 항상 이런 차가운 모습인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설령 회장님이 좋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자기 인생을 허비하면서까지 불행하게 살 필요는 없지 않을까?친모와 자신의 관계처럼 말이다. 고은영은 친모의 얘기가 나올 때마다 화가 나는 것 외에는 평소에는 잘 먹고 잘 자고, 집도 장만하여 잘살고 있었다. 자신에게 안 좋은 영향만 끼치는 사람에게 영향받으며 불행하게 사는 게 싫었다.배준우의 날카로운 눈빛에 고은영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아까 의사들이 엄청 많이 왔길래 상황이 좀 심각한 것 같아서요.”배준우의 물음에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았다.자신은 단지 어떤 상황인지만 전달하고 갈지 말지는 배준우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배준우는 고은영의 우물쭈물한 태도에 코웃음치고는 나태웅에게 말했다.“하원 별장으로 가.”“네.”나태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대로 차가 출발하자 고은영은 깜짝 놀랐다. 배준우가 아예 안 가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도대체 회장님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크면 이럴까? 하긴 량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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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고은영은 이 돈을 기분 좋게 받았다.고은영이 좋아하는 모습에 배준우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병원에서의 어두운 기운도 많이 사라졌다.병원. 이미월과 량일은 제자리에 서서 오랫동안 배준우를 기다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수없이 열리고 닫혔지만, 배준우의 모습은 도통 보이지가 않았다. 이미월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자, 량일은 재빨리 위로를 건넸다.“거봐, 전에 천옥이가 말했었잖니, 걔가 보통 애가 아니라고. 네가 내 말을 곧이 듣지 않고 계속 외국에서 시간 낭비한 거야.”이미월은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얼굴이 창백해질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까 배준우 앞에서 보여준 여리고 연약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차갑고 오만한 모습뿐이었다. 이 모습을 보고 량일은 또 한마디 했다.“걔들 결혼식 날도 얼마 안 남았어.”결혼식?결혼식이란 세글자가 이미월의 가슴을 더욱 세게 찔렀다. 이미월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예전에 제가 예술을 한다고 마음에 안 들어 하셨죠. 근데 지금은 웬 시골 계집애가 배 씨 가문 사모님 자리를 넘보고 있으니 더 안타까우시겠네요?”“너...”순간 량일의 표정이 굳어졌다.이미월의 말도 틀린 건 없었다.고은영이 나타나기 전까지 량천옥에게 이미월은 아무 쓸모도 없는 그저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 배준우와 고은영의 사이가 점점 깊어지는 걸 막기 위해서는 이미월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고은영과 이미월 사이에서 굳이 선택한다면.... 당연히 이미월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월은 차가운 비웃음만 남기고 몸을 돌려 응급실 쪽으로 걸어갔다.오만한 이미월의 뒷모습에 량일의 얼굴엔 음험한 기운이 드리웠다. 하지만 별말 않고 이미월의 뒤를 따라 응급실로 갔다. 량천옥이 혼자 응급실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이미월과 량일이 돌아오자 량천옥이 물었다.“그 계집애 쫓아 보냈어?”아까는 열심히 배항준의 곁을 지키느라 병실 문 앞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다. 배준우가 왔다 갔다는 것도 말이다. 지금 고은영을 쫓아 보냈는지에 대한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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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하원 별장으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배준우는 밖으로 나갔다.고은영은 그가 이미월을 찾아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늘 그의 가족들 앞에서의 보여줬던 그의 태도가 아주 명확했기 때문이다.오늘 받은 4000만원에 전에 모아둔 돈까지 하면 거의 6000만 원이다. 새로 산 집도 이미 열쇠를 받았고, 인테리어도 마쳤다. 하지만 아직 가전제품은 없는 상태다. 그래서 이 돈으로 가전제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전에는 돈이 없어서 가전제품은 생각도 못 했다. 하지만 지금은 6000만 원이라는 거액을 쥐고 있다...!이때 걸려온 안지영의 전화가 고은영의 계획을 방해했다.고은영이 전화를 받았다.“지영아.”“배 대표님 쪽에서 동영상 훼손한 사람이랑 남성 사건이랑 동일 인물이라고 의심하는 것 같아. 회사 내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고은영은 침묵했다.‘......”내부에서 찾는다고?이 일이 아직도 안 끝났다고?전에 남성 사건 때 그들은 오랫동안 그 사건에 매달렸다.이제 회사 내부 사람이라고 의심하고 있으니 절대 포기하지 않을게 뻔했다. 이 생각을 하니 고은영이 머리 아팠다.“그럼, 우리 이제 어떡해?”정말 진퇴양난이었다.안지영이 이어서 말했다.“우리 아빠는 나 회사 못 그만두게 하셔.”안지영의 말투에서 절망감이 느껴졌다.고은영의 표정도 굳어있었다. 순간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주방 쪽을 쳐다보았다.진 씨 아주머니가 주방에 있는 걸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방으로 걸어갔다.문을 닫고 낮은 소리로 안지영에게 물었다.“너 안 아저씨한테 그냥 솔직하게 말하면 안 돼?”고은영은 안진섭이 이 둘이 큰 사고를 친 사실을 알면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자 안지영이 흥분했다.“절대 안 돼!”“왜?”안지영이 말했다.“만약 우리가 사고 친 걸 알게 되시면 날 호적에서 파버리려고 하실 거야. 그리고 배대표님이 조사하기도 전에 먼저 조사 들어가실걸..?“고은영은 할 말이 없었다.“.......”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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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고은영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물었다. 만약 배준우가 아이를 원한다면, 그날 밤 남성에서의 일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생각할수록 머리가 아팠다.“똑똑똑”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전 씨 아주머니 였다.“사모님 주무세요?”고은영은 재빨리 일어나 문을 열며 말했다.“무슨 일이에요 아주머니?”“대표님이 웨딩드레스를 보내 오셨어요. 입어 보셔야 할 것 같아요.”고은영 고개를 내밀자 거실 저쪽에 검은색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여러 명 있었고, 두 줄로 늘어선 옷걸이에는 여려벌의 웨딩드레스가 걸려있었다.그의 첫사랑이 돌아왔는데, 이 와중에 결혼식을 한다고?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고은영은 머리가 너무 아팠다. 하지만 배준우가 이미 결정한 일이니,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네.”“대표님도 금방 오신다고 하셨어요. 먼저 고르시고 계시라고.”전 씨 아주머니는 그녀를 거실로 데리고 나갔다.고은영이 깜짝 놀랐다.“네? 다시 돌아오신다고요?”오랫동안 배준우 곁에서 그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가 얼마나 바쁜지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방금 그의 첫사랑을 만나러 가지 않았나? 돌아와서 함께 웨딩드레스를 고를 시간이 있을까?전 씨 아주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이 사모님 안목에 자신이 없으신가 봐요.”이런 말을 이렇게 친절하게 전달하시다니!옆에 서 있던 직원들도 부러움에 미소를 지었다.순간 고은영의 얼굴이 빨개졌다. 배준우 앞에서 그녀는 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기 때문이다. 일도 요리도.웨딩드레스 피팅 수석 담당자는 어깨까지 오는 단발머리에 깔끔한 메이크업을 한 세련된 여성이었다. 그녀는 살짝 앞으로 나서서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안녕하세요, 사모님. 저는 이번 웨딩드레스 피팅 담당자 리나라고 합니다. 여기 있는 모든 드레스가 배 대표님이 직접 사모님을 위해서 맞춤 제작한 드레스예요. 한 벌씩 입어보시겠어요?”“저를 위해서 제작했다고요?”고은영은 또 한 번 놀랐다.그냥 결혼식일 뿐인데 이렇게 많은 드레스를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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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리나는 어려 보였지만 사실은 서른다섯, 여섯 살 정도 됐다. 그녀에게는 성숙한 여성의 매력이 있었고 어린 소녀들과는 다른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 같이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는 날, 그녀는 신부의 기분을 망치게 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직원들이 그녀를 두려워하는 듯 했다. 그녀가 한번 눈치를 주자 바로 시선을 옮겼다.이때 배준우가 물었다.“다른 것도 입어볼래?”“네.”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이쁘다는 배준우의 말을 들은 순간 고은영의 마음속에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달콤함이 가득했다.웨딩드레스와 그냥 드레스 각각 스무 벌 정도 준비 되어 있었다.그냥 드레스는 배준우가 가장 보수적인 걸로 몇 번 골라 주었다. 웨딩드레스는 그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걸로 골랐다.고은영 다리가 조금 드러난 웨딩드레스를 보며 말했다.“웨딩드레스는 다리가 노출되면 안되지 않아요?’“너무 진부하잖아.”“이런 스타일이 좋아요?”배준우가 고은영을 쳐다보았다.그러자 고은영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드레스 안에 바지라도 입을 수는 없잖아요.”배준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의 애교 섞인 말투에 순간 모두가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배준우와 고은영을 번갈아 보며 숨죽이고 있었다. 배준우가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걸 보자, 그제야 다들 숨을 쉬었다.이때 리나가 서둘러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사모님. 결혼식장도 다 저희 회사가 맡았어요. 사모님 춥지 않게 식장 난방도 빵빵하게 틀어드릴게요.”하지만 고은영은 긴 드레스가 입고 싶었다. 무릎까지 오는 미니 드레스는 평소에 치마를 별로 입지 않는 그녀에게 조금 불편했기 때문이다. 배준우는 담배를 물고 그녀에게 손짓했다.“이리 와.”고은영이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배준우는 그녀의 팔을 끌어당겨 자기 무릎에 앉혔다.고은영은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다. 손으로 그를 살짝 밀치며 말했다.“이거 놔줘요.”배준우가 고은영을 대하는 모습에 다들 멍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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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고은영은 고개를 숙여 보일 듯 말 듯 나온 자기 아랫배를 쳐다보았다.어쩌지...!고은영은 심장이 떨렸다.“요즘 입맛이 좋아 많이 먹어서 그런가봐요.”어떻게든 침착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다.그러자 배준우가 말했다.“너 요즘 많이 안 먹잖아.”많이 먹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요즘 입덧 때문에 속도 좋지 않았다.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온몸이 완전히 경직되었다. 배준우의 의도치 않은 팩트폭행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떻게 이 상황을 설명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배준우의 핸드폰이 울렸다.핸드폰을 보니 미월이라는 두 글자가 보였다.고은영은 순간 자기 허리를 두르고 있던 손이 무거워졌다는 것을 느꼈다. 배준우는 이내 손을 풀어 그녀를 소파에 앉히고, 베란다로 걸어갔다.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리지는 않았고, 배준우의 미간이 찌푸려지는 것만 보였다. 얼마지나지 않아 바로 배준우의 말소리도 들렸다.“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전화를 끊고 고은영에게 다가갔다. 코트를 걸치고 있는 고은영을 쳐다보았다.진짜 추위를 많이 타나 보다. 이미 보일러를 빵빵하게 틀었는데도 추위를 느끼는 걸 보면.자신을 쳐다보는 배준우의 시선을 느낀 고은영이 물었다.“나가려고요?”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은 그가 이미월한테 간다는 것을 알고도 고개를 끄덕였다.“얼른 가봐요.”배준우의 눈빛이 어두웠다. 고은영도 배준우의 기분을 느꼈다. 다만 왜 또 화가 났는지 알 수 없었다. 분명히 별말 안 했는데 말이다.고은영이 눈을 피하는 모습에 더욱더 화가 난 배준우는 몸을 돌려 나가버렸다.“쾅.”하는 소리와 함께 보안 문이 닫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배준우의 현재 기분을 더 잘 드러냈다.고은영은 구시렁거렸다.“왜 또 화가 난 거야.”고은영은 저 남자의 마음이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다. 전 씨 아주머니가 집에 돌아왔을 때 배준우가 집에 없는 걸 보고 고은영에게 물었다. “도련님 점심은 준비 안 해도 되는 건가요?”고은영이 대답했다.“네.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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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이었다.고은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완벽하게 못 지웠다고? 너 원래 이런 거 처리 잘하는 애잖아..”“지금 이런 말 다 소용없어. 나 진짜로 다 못 지웠다고!”안지영은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고은영의 얼굴도 잿더미처럼 창백했다.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단순히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거의 정신을 잃기 직전의 상태였다.안지영이 초조하게 말했다.“어떡해, 이제 어떡해?”“나도...”고은영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안지영의 초조한 모습에 고은영도 다리에 힘이 풀렸다. 고은영은 잠시 고민하다 이를 악물고 말했다.“아니면 내가 지금 회사로 갈까?”“네가 회사에 가서 뭐 하게?”안지영은 어이가 없었다.지금 진재한과 기성훈, 두 사람 다 회사에 가 있으니, 만약 영상이 복구되면, 고은영과 안지영이 끝이었다. 두 사람이 저지른 일이 까딱하면 만천하에 공개될 운명이었다.고은영은 긴장한 말투로 한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만약 너한테 물어보면, 나 대신 뭐 가지러 갔다고 하면 되잖아. 내가 급한 일이 있어서.”진짜 말도 안 되는 이유였다.여기서 또 문제가 생겼다.“그래서 네가 생각한 급한 일이 도대체 뭔데?”안지영이 직설적으로 물었다.고은영은 대답하지 못했다.“......”안지영이 고은영을 위해 배준우의 차를 부술만큼 급한일이 도대체 뭘까.고은영이 또다시 말했다.“내가 그날이라 실수로 차를 더럽혔다고 하면?”안지영이 물었다.“너 진심이야?”“응. 그렇게 하자.”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말도 안 되는 핑계지만, 적어도 꼬치꼬치 캐묻지는 않을 것이다. 고은영과 안지영은 그저 이 일이 빨리 지나기만 바라고 있다.안지영이 말했다.“그래 알겠어. 만약 물어보면 네가 시켜서 차를 부쉈다고 말할게.”고은영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당장 말을 바꾸고 싶었지만, 안지영이 이미 전화를 끊은 상태였다.안지영과의 통화 후 고은영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마음을 졸이며 배준우가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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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하지만 그녀가 정 씨 어르신을 무서워하는 걸 보면, 배준우는 그녀의 소심함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소위 말하는 이익이란, 사람의 마음속에 조금 남아있는 지푸라기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 특히 고은영은 더 심각하게 생각했다.그녀가 유일하게 의지하던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친모와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이다. 정 씨 어르신에게 얹혀살면서 혹시 굶지는 않을까 항상 두려웠다.그리고 지금 배준우의 곁에 있으면서 그 이익의 관계가 조금 더 복잡해졌다.그녀가 산 집의 대출금도 어마어마했다.고은영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다.“지영이 용서해 주시면 안 돼요?”배준우의 날카로운 눈빛에 고은영은 알았다, 동영상이 이미 복구됐다는 것을. 그리고 그 결과가 배준우의 귀에 들어갔다는 것도.고은영은 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악물고 이어 말했다.“사실 제가 그날이어서, 그래서 지영이가...!”“팍!” 소리가 났다.고은영의 말이 배준우의 젓가락을 내려 놓는 소리에 끊어졌다. 배준우는 몸을 돌려 그녀의 턱을 움켜쥐며 말했다.“아니. 그 이유가 아니야.”이 말을 듣자마자 고은영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어떻게 알았는지 묻고 싶었다.하지만 이내 생각이 났다. 그녀가 감기에 걸렸을 때, 배준우가 그의 몸을 닦아준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 몸까지 닦아 줬는데 그날인지 아닌지 당연히 알 수밖에 없었다.고은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배준우의 눈빛은 더욱 더 날카로워졌다. 그의 거친 손끝이 그녀의 섬세한 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사실대로 다 말해줘, 알겠지?”전에 나태웅이 차고 영상과 남성 영상은 같은 사람의 짓이라고 했었다.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급하게 처리한 탓에 흔적을 깨끗이 제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안지영이 이미 회사에서 인정했다. 영상을 본인이 훼손했다고 말이다.그는 자신의 회사에 이런 숨겨진 해커가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이유도 고은영이 말한 것과 똑같은 이유였다. 이 모든 것이 이 두 여자의 수작이었다.고은영은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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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배준우는 그녀의 턱을 세게 들어 올려 강제로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다.고은영이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자 배준우가 강압적인 말투로 말했다.“눈 떠.”고은영은 눈을 감고도 현재 배준우의 눈빛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었다.그를 쳐다볼 용기가 없었다.배준우가 다시 말했다.“눈 뜨라고!”고은영은 그의 강압적인 태도에 더 이상 저항할 수 없었다. 눈을 뜨고 배준우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너무 겁이 나서 다시 감으려 하자 배준우가 경고하듯 말했다.“눈 감기만 해봐.”고은영은 눈을 감을 수 없었다. 배준우는 그녀의 순종적인 모습에 마음이 조금 진정되었지만,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는 낮은 소리로 물었다.“말해봐. 무슨 이유로 속였는데?!”고은영의 심장이 심하게 뛰었다.정말 사실대로 다 인정해야 할까?다 인정하면, 그 대가는?새로 장만한 집은? 어렵게 모아둔 돈들은?오만가지 생각이 스쳤다. 그러고는 작정한 듯 말했다.“나 아파요. 아주 심각하게요.”그녀의 턱을 잡은 배준우의 손이 조여졌다.“뭐라고?”고은영도 결국 자신이 또 거짓말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큰일이다!도저히 인정할 수 없어서 또 다른 거짓말을 했다.입 밖으로 내뱉은 이 말을 다시 되돌릴 수는 있을까?고은영은 배준우와 눈이 마주치자, 코를 훌쩍였다.“나 아파요. 이래도 대표님 아내가 되어서 돈 벌어야 돼요?”배준우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했다. 그는 더욱더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무슨 병인데?”무슨 병이라고 해야 할까?고은영은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하지만 배준우의 강압적인 눈을 보니 무슨 말이라도 뱉어야 할것만 같았다. “위암이요!”순간 배준우는 멍해졌다.“....”공기마저 조용했다.위암?배준우가 물었다.“진짜야?”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진짜 위암이에요. 검사 보고서는 지영이한테 있어요.”또 다시 조용해졌다.그녀를 바라보는 배준우의 눈빛이 더욱더 날카로워졌다. 그의 눈빛에 조금 겁이 났지만, 감히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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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만약 지금 인정해버리면,고은영은 집과 모아둔 돈, 모두 다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근데 안지영의 대답이 더 끔찍했다.“아무리 거짓말을 해야 한대도 아프다는 핑계는 대지 말았어야지. 네가 아프다고 하면 대표님이 가장 최고의 의사를 불러서 널 치료해 줄 게 뻔하잖아. 너 임신한 거 들켜버리면 어쩌려고 그래?””고은영은 머리가 진짜 터져버릴 것 같았다.그렇다!만약 진짜 의사를 부르면? 바로 들켜버릴 게 뻔하잖아.고은영은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나도 다른 핑곗거리가 생각이 안 났서 어쩔수가 없었어..”그 두려운 상황에서 더 좋은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안지영이 소리 질렀다.”너 진짜!”이제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고은영도 덩달아 소리 질렀다.“그럼, 어떡해 이제!”“가서 다 인정해!”안지영은 더 이상 거짓말하기 싫었다.계속 이러다간 매일 밥도 잘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항상 불안에 떨며 살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배준우가 남성의 일을 순순히 넘어갈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조사해서 알아내는 건 시간문제다.이 생각을 하니, 안지영은 그냥 포기하고 싶었다.고은영은 다급했다.“안돼. 만약 내가 인정하면 대표님이....”“그럼, 너가 알아서 해. 난 이제 안 도와줄거야!”안지영은 포기했다.고은영이 언제까지 버틸지 이젠 그녀 혼자의 일이 되었다.버틸 때까지 버티든지, 아니면 그냥 운명에 맡기든지.고은영은 간절했다.“지영아...”“위암 진단서는 구해줄게. 근데 이게 마지막이야.”안지영은 이미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듯한 상태였다. 그 빌어먹을 거짓말 때문에 미칠 지경이었다!그런 안지영의 태도에 고은영은 더욱 긴장이 됐다.사실 이전의 고은영 같으면 다 인정하고 홀가분해지는 것을 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새로 산 집에 예쁜 커튼, 통장에 찍혀있는 어마어마한 액수를 보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인정하는 순간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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