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물었다. 만약 배준우가 아이를 원한다면, 그날 밤 남성에서의 일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생각할수록 머리가 아팠다.“똑똑똑”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전 씨 아주머니 였다.“사모님 주무세요?”고은영은 재빨리 일어나 문을 열며 말했다.“무슨 일이에요 아주머니?”“대표님이 웨딩드레스를 보내 오셨어요. 입어 보셔야 할 것 같아요.”고은영 고개를 내밀자 거실 저쪽에 검은색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여러 명 있었고, 두 줄로 늘어선 옷걸이에는 여려벌의 웨딩드레스가 걸려있었다.그의 첫사랑이 돌아왔는데, 이 와중에 결혼식을 한다고?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고은영은 머리가 너무 아팠다. 하지만 배준우가 이미 결정한 일이니,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네.”“대표님도 금방 오신다고 하셨어요. 먼저 고르시고 계시라고.”전 씨 아주머니는 그녀를 거실로 데리고 나갔다.고은영이 깜짝 놀랐다.“네? 다시 돌아오신다고요?”오랫동안 배준우 곁에서 그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가 얼마나 바쁜지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방금 그의 첫사랑을 만나러 가지 않았나? 돌아와서 함께 웨딩드레스를 고를 시간이 있을까?전 씨 아주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이 사모님 안목에 자신이 없으신가 봐요.”이런 말을 이렇게 친절하게 전달하시다니!옆에 서 있던 직원들도 부러움에 미소를 지었다.순간 고은영의 얼굴이 빨개졌다. 배준우 앞에서 그녀는 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기 때문이다. 일도 요리도.웨딩드레스 피팅 수석 담당자는 어깨까지 오는 단발머리에 깔끔한 메이크업을 한 세련된 여성이었다. 그녀는 살짝 앞으로 나서서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안녕하세요, 사모님. 저는 이번 웨딩드레스 피팅 담당자 리나라고 합니다. 여기 있는 모든 드레스가 배 대표님이 직접 사모님을 위해서 맞춤 제작한 드레스예요. 한 벌씩 입어보시겠어요?”“저를 위해서 제작했다고요?”고은영은 또 한 번 놀랐다.그냥 결혼식일 뿐인데 이렇게 많은 드레스를 준비
리나는 어려 보였지만 사실은 서른다섯, 여섯 살 정도 됐다. 그녀에게는 성숙한 여성의 매력이 있었고 어린 소녀들과는 다른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 같이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는 날, 그녀는 신부의 기분을 망치게 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직원들이 그녀를 두려워하는 듯 했다. 그녀가 한번 눈치를 주자 바로 시선을 옮겼다.이때 배준우가 물었다.“다른 것도 입어볼래?”“네.”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이쁘다는 배준우의 말을 들은 순간 고은영의 마음속에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달콤함이 가득했다.웨딩드레스와 그냥 드레스 각각 스무 벌 정도 준비 되어 있었다.그냥 드레스는 배준우가 가장 보수적인 걸로 몇 번 골라 주었다. 웨딩드레스는 그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걸로 골랐다.고은영 다리가 조금 드러난 웨딩드레스를 보며 말했다.“웨딩드레스는 다리가 노출되면 안되지 않아요?’“너무 진부하잖아.”“이런 스타일이 좋아요?”배준우가 고은영을 쳐다보았다.그러자 고은영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드레스 안에 바지라도 입을 수는 없잖아요.”배준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의 애교 섞인 말투에 순간 모두가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배준우와 고은영을 번갈아 보며 숨죽이고 있었다. 배준우가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걸 보자, 그제야 다들 숨을 쉬었다.이때 리나가 서둘러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사모님. 결혼식장도 다 저희 회사가 맡았어요. 사모님 춥지 않게 식장 난방도 빵빵하게 틀어드릴게요.”하지만 고은영은 긴 드레스가 입고 싶었다. 무릎까지 오는 미니 드레스는 평소에 치마를 별로 입지 않는 그녀에게 조금 불편했기 때문이다. 배준우는 담배를 물고 그녀에게 손짓했다.“이리 와.”고은영이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배준우는 그녀의 팔을 끌어당겨 자기 무릎에 앉혔다.고은영은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다. 손으로 그를 살짝 밀치며 말했다.“이거 놔줘요.”배준우가 고은영을 대하는 모습에 다들 멍해졌
고은영은 고개를 숙여 보일 듯 말 듯 나온 자기 아랫배를 쳐다보았다.어쩌지...!고은영은 심장이 떨렸다.“요즘 입맛이 좋아 많이 먹어서 그런가봐요.”어떻게든 침착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다.그러자 배준우가 말했다.“너 요즘 많이 안 먹잖아.”많이 먹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요즘 입덧 때문에 속도 좋지 않았다.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온몸이 완전히 경직되었다. 배준우의 의도치 않은 팩트폭행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떻게 이 상황을 설명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배준우의 핸드폰이 울렸다.핸드폰을 보니 미월이라는 두 글자가 보였다.고은영은 순간 자기 허리를 두르고 있던 손이 무거워졌다는 것을 느꼈다. 배준우는 이내 손을 풀어 그녀를 소파에 앉히고, 베란다로 걸어갔다.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리지는 않았고, 배준우의 미간이 찌푸려지는 것만 보였다. 얼마지나지 않아 바로 배준우의 말소리도 들렸다.“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전화를 끊고 고은영에게 다가갔다. 코트를 걸치고 있는 고은영을 쳐다보았다.진짜 추위를 많이 타나 보다. 이미 보일러를 빵빵하게 틀었는데도 추위를 느끼는 걸 보면.자신을 쳐다보는 배준우의 시선을 느낀 고은영이 물었다.“나가려고요?”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은 그가 이미월한테 간다는 것을 알고도 고개를 끄덕였다.“얼른 가봐요.”배준우의 눈빛이 어두웠다. 고은영도 배준우의 기분을 느꼈다. 다만 왜 또 화가 났는지 알 수 없었다. 분명히 별말 안 했는데 말이다.고은영이 눈을 피하는 모습에 더욱더 화가 난 배준우는 몸을 돌려 나가버렸다.“쾅.”하는 소리와 함께 보안 문이 닫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배준우의 현재 기분을 더 잘 드러냈다.고은영은 구시렁거렸다.“왜 또 화가 난 거야.”고은영은 저 남자의 마음이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다. 전 씨 아주머니가 집에 돌아왔을 때 배준우가 집에 없는 걸 보고 고은영에게 물었다. “도련님 점심은 준비 안 해도 되는 건가요?”고은영이 대답했다.“네. 아마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이었다.고은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완벽하게 못 지웠다고? 너 원래 이런 거 처리 잘하는 애잖아..”“지금 이런 말 다 소용없어. 나 진짜로 다 못 지웠다고!”안지영은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고은영의 얼굴도 잿더미처럼 창백했다.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단순히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거의 정신을 잃기 직전의 상태였다.안지영이 초조하게 말했다.“어떡해, 이제 어떡해?”“나도...”고은영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안지영의 초조한 모습에 고은영도 다리에 힘이 풀렸다. 고은영은 잠시 고민하다 이를 악물고 말했다.“아니면 내가 지금 회사로 갈까?”“네가 회사에 가서 뭐 하게?”안지영은 어이가 없었다.지금 진재한과 기성훈, 두 사람 다 회사에 가 있으니, 만약 영상이 복구되면, 고은영과 안지영이 끝이었다. 두 사람이 저지른 일이 까딱하면 만천하에 공개될 운명이었다.고은영은 긴장한 말투로 한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만약 너한테 물어보면, 나 대신 뭐 가지러 갔다고 하면 되잖아. 내가 급한 일이 있어서.”진짜 말도 안 되는 이유였다.여기서 또 문제가 생겼다.“그래서 네가 생각한 급한 일이 도대체 뭔데?”안지영이 직설적으로 물었다.고은영은 대답하지 못했다.“......”안지영이 고은영을 위해 배준우의 차를 부술만큼 급한일이 도대체 뭘까.고은영이 또다시 말했다.“내가 그날이라 실수로 차를 더럽혔다고 하면?”안지영이 물었다.“너 진심이야?”“응. 그렇게 하자.”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말도 안 되는 핑계지만, 적어도 꼬치꼬치 캐묻지는 않을 것이다. 고은영과 안지영은 그저 이 일이 빨리 지나기만 바라고 있다.안지영이 말했다.“그래 알겠어. 만약 물어보면 네가 시켜서 차를 부쉈다고 말할게.”고은영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당장 말을 바꾸고 싶었지만, 안지영이 이미 전화를 끊은 상태였다.안지영과의 통화 후 고은영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마음을 졸이며 배준우가 돌아
하지만 그녀가 정 씨 어르신을 무서워하는 걸 보면, 배준우는 그녀의 소심함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소위 말하는 이익이란, 사람의 마음속에 조금 남아있는 지푸라기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 특히 고은영은 더 심각하게 생각했다.그녀가 유일하게 의지하던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친모와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이다. 정 씨 어르신에게 얹혀살면서 혹시 굶지는 않을까 항상 두려웠다.그리고 지금 배준우의 곁에 있으면서 그 이익의 관계가 조금 더 복잡해졌다.그녀가 산 집의 대출금도 어마어마했다.고은영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다.“지영이 용서해 주시면 안 돼요?”배준우의 날카로운 눈빛에 고은영은 알았다, 동영상이 이미 복구됐다는 것을. 그리고 그 결과가 배준우의 귀에 들어갔다는 것도.고은영은 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악물고 이어 말했다.“사실 제가 그날이어서, 그래서 지영이가...!”“팍!” 소리가 났다.고은영의 말이 배준우의 젓가락을 내려 놓는 소리에 끊어졌다. 배준우는 몸을 돌려 그녀의 턱을 움켜쥐며 말했다.“아니. 그 이유가 아니야.”이 말을 듣자마자 고은영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어떻게 알았는지 묻고 싶었다.하지만 이내 생각이 났다. 그녀가 감기에 걸렸을 때, 배준우가 그의 몸을 닦아준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 몸까지 닦아 줬는데 그날인지 아닌지 당연히 알 수밖에 없었다.고은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배준우의 눈빛은 더욱 더 날카로워졌다. 그의 거친 손끝이 그녀의 섬세한 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사실대로 다 말해줘, 알겠지?”전에 나태웅이 차고 영상과 남성 영상은 같은 사람의 짓이라고 했었다.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급하게 처리한 탓에 흔적을 깨끗이 제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안지영이 이미 회사에서 인정했다. 영상을 본인이 훼손했다고 말이다.그는 자신의 회사에 이런 숨겨진 해커가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이유도 고은영이 말한 것과 똑같은 이유였다. 이 모든 것이 이 두 여자의 수작이었다.고은영은 갑자기
배준우는 그녀의 턱을 세게 들어 올려 강제로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다.고은영이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자 배준우가 강압적인 말투로 말했다.“눈 떠.”고은영은 눈을 감고도 현재 배준우의 눈빛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었다.그를 쳐다볼 용기가 없었다.배준우가 다시 말했다.“눈 뜨라고!”고은영은 그의 강압적인 태도에 더 이상 저항할 수 없었다. 눈을 뜨고 배준우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너무 겁이 나서 다시 감으려 하자 배준우가 경고하듯 말했다.“눈 감기만 해봐.”고은영은 눈을 감을 수 없었다. 배준우는 그녀의 순종적인 모습에 마음이 조금 진정되었지만,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는 낮은 소리로 물었다.“말해봐. 무슨 이유로 속였는데?!”고은영의 심장이 심하게 뛰었다.정말 사실대로 다 인정해야 할까?다 인정하면, 그 대가는?새로 장만한 집은? 어렵게 모아둔 돈들은?오만가지 생각이 스쳤다. 그러고는 작정한 듯 말했다.“나 아파요. 아주 심각하게요.”그녀의 턱을 잡은 배준우의 손이 조여졌다.“뭐라고?”고은영도 결국 자신이 또 거짓말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큰일이다!도저히 인정할 수 없어서 또 다른 거짓말을 했다.입 밖으로 내뱉은 이 말을 다시 되돌릴 수는 있을까?고은영은 배준우와 눈이 마주치자, 코를 훌쩍였다.“나 아파요. 이래도 대표님 아내가 되어서 돈 벌어야 돼요?”배준우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했다. 그는 더욱더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무슨 병인데?”무슨 병이라고 해야 할까?고은영은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하지만 배준우의 강압적인 눈을 보니 무슨 말이라도 뱉어야 할것만 같았다. “위암이요!”순간 배준우는 멍해졌다.“....”공기마저 조용했다.위암?배준우가 물었다.“진짜야?”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진짜 위암이에요. 검사 보고서는 지영이한테 있어요.”또 다시 조용해졌다.그녀를 바라보는 배준우의 눈빛이 더욱더 날카로워졌다. 그의 눈빛에 조금 겁이 났지만, 감히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더 이상
만약 지금 인정해버리면,고은영은 집과 모아둔 돈, 모두 다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근데 안지영의 대답이 더 끔찍했다.“아무리 거짓말을 해야 한대도 아프다는 핑계는 대지 말았어야지. 네가 아프다고 하면 대표님이 가장 최고의 의사를 불러서 널 치료해 줄 게 뻔하잖아. 너 임신한 거 들켜버리면 어쩌려고 그래?””고은영은 머리가 진짜 터져버릴 것 같았다.그렇다!만약 진짜 의사를 부르면? 바로 들켜버릴 게 뻔하잖아.고은영은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나도 다른 핑곗거리가 생각이 안 났서 어쩔수가 없었어..”그 두려운 상황에서 더 좋은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안지영이 소리 질렀다.”너 진짜!”이제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고은영도 덩달아 소리 질렀다.“그럼, 어떡해 이제!”“가서 다 인정해!”안지영은 더 이상 거짓말하기 싫었다.계속 이러다간 매일 밥도 잘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항상 불안에 떨며 살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배준우가 남성의 일을 순순히 넘어갈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조사해서 알아내는 건 시간문제다.이 생각을 하니, 안지영은 그냥 포기하고 싶었다.고은영은 다급했다.“안돼. 만약 내가 인정하면 대표님이....”“그럼, 너가 알아서 해. 난 이제 안 도와줄거야!”안지영은 포기했다.고은영이 언제까지 버틸지 이젠 그녀 혼자의 일이 되었다.버틸 때까지 버티든지, 아니면 그냥 운명에 맡기든지.고은영은 간절했다.“지영아...”“위암 진단서는 구해줄게. 근데 이게 마지막이야.”안지영은 이미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듯한 상태였다. 그 빌어먹을 거짓말 때문에 미칠 지경이었다!그런 안지영의 태도에 고은영은 더욱 긴장이 됐다.사실 이전의 고은영 같으면 다 인정하고 홀가분해지는 것을 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새로 산 집에 예쁜 커튼, 통장에 찍혀있는 어마어마한 액수를 보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인정하는 순간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안지영에게 전화를 건 후.고은영은 심장이 더 떨려 미칠 것 같았다!그녀는 그때…… 너무 급해서 어쩔 수 없었다.이제 망했어. 언제든 들킬 수 있는 이런 거짓말을 하다니!아마 안지영이 전화로 비꼰 것처럼, 자신의 집이 팔릴 때까지 기다릴 수 없겠지?고은영은 방 안에 숨어 있다가, 두 시간이 지나서야 나왔다.방문을 열자, 멀리 배준우가 화상미팅을 마치고 소파에 앉아 전화하는 모습이 보였다.그녀가 문을 여는 것을 보고, 배준우는 상대방에게 말했다. “그래요, 바로 오세요.”그리고 전화를 끊었다.문 뒤에 몸을 반쯤 숨기고 있는 고은영에게 손짓했다."이리 와."고은영은 애완동물을 부르는 듯한 배준우의 모습을 보고는 더욱 가슴이 떨려왔다.무의식적으로 방에 숨고 싶었지만, 배준우의 날카로운 눈빛에 그녀는 감히 숨을 수 없었다.움츠러든 채 방에서 나와 배준우에게 다가갔다.고은영은 1미터 떨어진 곳에 작은 손을 꽉 잡고 서 있었다. "배, 배 대표님?"그녀가 반응도 하기 전에, 배준우가 당겨 품에 안았다.고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아~!" 다음 순간, 배준우가 고은영의 턱을 세게 잡고 말했다."아직도 내가 그렇게 무서워?""아, 아니에요!"고은영은 애써 부인했다.지금 거짓말이 들통 날 것을 생각하니 무서워 죽을 것 같았다.배준우. "너 무서우면 말을 더듬어."배준우는 이 점을 철저히 간파한 셈이다.고은영은 무섭지 않을 때만 유창하게 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제 안 무서워한 적이나 있어?자연히 어떠한 이익 관계가 없을 때, 무서워하지 않았다.이 또한 그녀가 감히 량천옥과 배항준에게 정면 반박을 할 수 있는 이유이다!고은영은 조심스럽게 배준우를 바라보았다. 한번 보고…… 놀라서 얼른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다음 순간 배준우는 다시 그녀의 턱을 잡고 들어 올렸다."내가 사람을 잡아먹기라도 해?""……."잡아먹을까?잡아먹을 거야!남성에서의 그날 밤을 생각하면, 고은영은 여전히 심장이 떨렸다.그날 밤 그는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