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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하지만 그녀가 정 씨 어르신을 무서워하는 걸 보면, 배준우는 그녀의 소심함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소위 말하는 이익이란, 사람의 마음속에 조금 남아있는 지푸라기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 특히 고은영은 더 심각하게 생각했다.

그녀가 유일하게 의지하던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친모와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이다. 정 씨 어르신에게 얹혀살면서 혹시 굶지는 않을까 항상 두려웠다.

그리고 지금 배준우의 곁에 있으면서 그 이익의 관계가 조금 더 복잡해졌다.

그녀가 산 집의 대출금도 어마어마했다.

고은영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다.

“지영이 용서해 주시면 안 돼요?”

배준우의 날카로운 눈빛에 고은영은 알았다, 동영상이 이미 복구됐다는 것을. 그리고 그 결과가 배준우의 귀에 들어갔다는 것도.

고은영은 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악물고 이어 말했다.

“사실 제가 그날이어서, 그래서 지영이가...!”

“팍!” 소리가 났다.

고은영의 말이 배준우의 젓가락을 내려 놓는 소리에 끊어졌다. 배준우는 몸을 돌려 그녀의 턱을 움켜쥐며 말했다.

“아니. 그 이유가 아니야.”

이 말을 듣자마자 고은영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어떻게 알았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이 났다. 그녀가 감기에 걸렸을 때, 배준우가 그의 몸을 닦아준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 몸까지 닦아 줬는데 그날인지 아닌지 당연히 알 수밖에 없었다.

고은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배준우의 눈빛은 더욱 더 날카로워졌다. 그의 거친 손끝이 그녀의 섬세한 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사실대로 다 말해줘, 알겠지?”

전에 나태웅이 차고 영상과 남성 영상은 같은 사람의 짓이라고 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급하게 처리한 탓에 흔적을 깨끗이 제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안지영이 이미 회사에서 인정했다. 영상을 본인이 훼손했다고 말이다.

그는 자신의 회사에 이런 숨겨진 해커가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이유도 고은영이 말한 것과 똑같은 이유였다. 이 모든 것이 이 두 여자의 수작이었다.

고은영은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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