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이었다.고은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완벽하게 못 지웠다고? 너 원래 이런 거 처리 잘하는 애잖아..”“지금 이런 말 다 소용없어. 나 진짜로 다 못 지웠다고!”안지영은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고은영의 얼굴도 잿더미처럼 창백했다.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단순히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거의 정신을 잃기 직전의 상태였다.안지영이 초조하게 말했다.“어떡해, 이제 어떡해?”“나도...”고은영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안지영의 초조한 모습에 고은영도 다리에 힘이 풀렸다. 고은영은 잠시 고민하다 이를 악물고 말했다.“아니면 내가 지금 회사로 갈까?”“네가 회사에 가서 뭐 하게?”안지영은 어이가 없었다.지금 진재한과 기성훈, 두 사람 다 회사에 가 있으니, 만약 영상이 복구되면, 고은영과 안지영이 끝이었다. 두 사람이 저지른 일이 까딱하면 만천하에 공개될 운명이었다.고은영은 긴장한 말투로 한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만약 너한테 물어보면, 나 대신 뭐 가지러 갔다고 하면 되잖아. 내가 급한 일이 있어서.”진짜 말도 안 되는 이유였다.여기서 또 문제가 생겼다.“그래서 네가 생각한 급한 일이 도대체 뭔데?”안지영이 직설적으로 물었다.고은영은 대답하지 못했다.“......”안지영이 고은영을 위해 배준우의 차를 부술만큼 급한일이 도대체 뭘까.고은영이 또다시 말했다.“내가 그날이라 실수로 차를 더럽혔다고 하면?”안지영이 물었다.“너 진심이야?”“응. 그렇게 하자.”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말도 안 되는 핑계지만, 적어도 꼬치꼬치 캐묻지는 않을 것이다. 고은영과 안지영은 그저 이 일이 빨리 지나기만 바라고 있다.안지영이 말했다.“그래 알겠어. 만약 물어보면 네가 시켜서 차를 부쉈다고 말할게.”고은영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당장 말을 바꾸고 싶었지만, 안지영이 이미 전화를 끊은 상태였다.안지영과의 통화 후 고은영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마음을 졸이며 배준우가 돌아
하지만 그녀가 정 씨 어르신을 무서워하는 걸 보면, 배준우는 그녀의 소심함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소위 말하는 이익이란, 사람의 마음속에 조금 남아있는 지푸라기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 특히 고은영은 더 심각하게 생각했다.그녀가 유일하게 의지하던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친모와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이다. 정 씨 어르신에게 얹혀살면서 혹시 굶지는 않을까 항상 두려웠다.그리고 지금 배준우의 곁에 있으면서 그 이익의 관계가 조금 더 복잡해졌다.그녀가 산 집의 대출금도 어마어마했다.고은영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다.“지영이 용서해 주시면 안 돼요?”배준우의 날카로운 눈빛에 고은영은 알았다, 동영상이 이미 복구됐다는 것을. 그리고 그 결과가 배준우의 귀에 들어갔다는 것도.고은영은 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악물고 이어 말했다.“사실 제가 그날이어서, 그래서 지영이가...!”“팍!” 소리가 났다.고은영의 말이 배준우의 젓가락을 내려 놓는 소리에 끊어졌다. 배준우는 몸을 돌려 그녀의 턱을 움켜쥐며 말했다.“아니. 그 이유가 아니야.”이 말을 듣자마자 고은영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어떻게 알았는지 묻고 싶었다.하지만 이내 생각이 났다. 그녀가 감기에 걸렸을 때, 배준우가 그의 몸을 닦아준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 몸까지 닦아 줬는데 그날인지 아닌지 당연히 알 수밖에 없었다.고은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배준우의 눈빛은 더욱 더 날카로워졌다. 그의 거친 손끝이 그녀의 섬세한 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사실대로 다 말해줘, 알겠지?”전에 나태웅이 차고 영상과 남성 영상은 같은 사람의 짓이라고 했었다.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급하게 처리한 탓에 흔적을 깨끗이 제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안지영이 이미 회사에서 인정했다. 영상을 본인이 훼손했다고 말이다.그는 자신의 회사에 이런 숨겨진 해커가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이유도 고은영이 말한 것과 똑같은 이유였다. 이 모든 것이 이 두 여자의 수작이었다.고은영은 갑자기
배준우는 그녀의 턱을 세게 들어 올려 강제로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다.고은영이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자 배준우가 강압적인 말투로 말했다.“눈 떠.”고은영은 눈을 감고도 현재 배준우의 눈빛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었다.그를 쳐다볼 용기가 없었다.배준우가 다시 말했다.“눈 뜨라고!”고은영은 그의 강압적인 태도에 더 이상 저항할 수 없었다. 눈을 뜨고 배준우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너무 겁이 나서 다시 감으려 하자 배준우가 경고하듯 말했다.“눈 감기만 해봐.”고은영은 눈을 감을 수 없었다. 배준우는 그녀의 순종적인 모습에 마음이 조금 진정되었지만,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는 낮은 소리로 물었다.“말해봐. 무슨 이유로 속였는데?!”고은영의 심장이 심하게 뛰었다.정말 사실대로 다 인정해야 할까?다 인정하면, 그 대가는?새로 장만한 집은? 어렵게 모아둔 돈들은?오만가지 생각이 스쳤다. 그러고는 작정한 듯 말했다.“나 아파요. 아주 심각하게요.”그녀의 턱을 잡은 배준우의 손이 조여졌다.“뭐라고?”고은영도 결국 자신이 또 거짓말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큰일이다!도저히 인정할 수 없어서 또 다른 거짓말을 했다.입 밖으로 내뱉은 이 말을 다시 되돌릴 수는 있을까?고은영은 배준우와 눈이 마주치자, 코를 훌쩍였다.“나 아파요. 이래도 대표님 아내가 되어서 돈 벌어야 돼요?”배준우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했다. 그는 더욱더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무슨 병인데?”무슨 병이라고 해야 할까?고은영은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하지만 배준우의 강압적인 눈을 보니 무슨 말이라도 뱉어야 할것만 같았다. “위암이요!”순간 배준우는 멍해졌다.“....”공기마저 조용했다.위암?배준우가 물었다.“진짜야?”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진짜 위암이에요. 검사 보고서는 지영이한테 있어요.”또 다시 조용해졌다.그녀를 바라보는 배준우의 눈빛이 더욱더 날카로워졌다. 그의 눈빛에 조금 겁이 났지만, 감히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더 이상
만약 지금 인정해버리면,고은영은 집과 모아둔 돈, 모두 다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근데 안지영의 대답이 더 끔찍했다.“아무리 거짓말을 해야 한대도 아프다는 핑계는 대지 말았어야지. 네가 아프다고 하면 대표님이 가장 최고의 의사를 불러서 널 치료해 줄 게 뻔하잖아. 너 임신한 거 들켜버리면 어쩌려고 그래?””고은영은 머리가 진짜 터져버릴 것 같았다.그렇다!만약 진짜 의사를 부르면? 바로 들켜버릴 게 뻔하잖아.고은영은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나도 다른 핑곗거리가 생각이 안 났서 어쩔수가 없었어..”그 두려운 상황에서 더 좋은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안지영이 소리 질렀다.”너 진짜!”이제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고은영도 덩달아 소리 질렀다.“그럼, 어떡해 이제!”“가서 다 인정해!”안지영은 더 이상 거짓말하기 싫었다.계속 이러다간 매일 밥도 잘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항상 불안에 떨며 살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배준우가 남성의 일을 순순히 넘어갈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조사해서 알아내는 건 시간문제다.이 생각을 하니, 안지영은 그냥 포기하고 싶었다.고은영은 다급했다.“안돼. 만약 내가 인정하면 대표님이....”“그럼, 너가 알아서 해. 난 이제 안 도와줄거야!”안지영은 포기했다.고은영이 언제까지 버틸지 이젠 그녀 혼자의 일이 되었다.버틸 때까지 버티든지, 아니면 그냥 운명에 맡기든지.고은영은 간절했다.“지영아...”“위암 진단서는 구해줄게. 근데 이게 마지막이야.”안지영은 이미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듯한 상태였다. 그 빌어먹을 거짓말 때문에 미칠 지경이었다!그런 안지영의 태도에 고은영은 더욱 긴장이 됐다.사실 이전의 고은영 같으면 다 인정하고 홀가분해지는 것을 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새로 산 집에 예쁜 커튼, 통장에 찍혀있는 어마어마한 액수를 보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인정하는 순간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안지영에게 전화를 건 후.고은영은 심장이 더 떨려 미칠 것 같았다!그녀는 그때…… 너무 급해서 어쩔 수 없었다.이제 망했어. 언제든 들킬 수 있는 이런 거짓말을 하다니!아마 안지영이 전화로 비꼰 것처럼, 자신의 집이 팔릴 때까지 기다릴 수 없겠지?고은영은 방 안에 숨어 있다가, 두 시간이 지나서야 나왔다.방문을 열자, 멀리 배준우가 화상미팅을 마치고 소파에 앉아 전화하는 모습이 보였다.그녀가 문을 여는 것을 보고, 배준우는 상대방에게 말했다. “그래요, 바로 오세요.”그리고 전화를 끊었다.문 뒤에 몸을 반쯤 숨기고 있는 고은영에게 손짓했다."이리 와."고은영은 애완동물을 부르는 듯한 배준우의 모습을 보고는 더욱 가슴이 떨려왔다.무의식적으로 방에 숨고 싶었지만, 배준우의 날카로운 눈빛에 그녀는 감히 숨을 수 없었다.움츠러든 채 방에서 나와 배준우에게 다가갔다.고은영은 1미터 떨어진 곳에 작은 손을 꽉 잡고 서 있었다. "배, 배 대표님?"그녀가 반응도 하기 전에, 배준우가 당겨 품에 안았다.고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아~!" 다음 순간, 배준우가 고은영의 턱을 세게 잡고 말했다."아직도 내가 그렇게 무서워?""아, 아니에요!"고은영은 애써 부인했다.지금 거짓말이 들통 날 것을 생각하니 무서워 죽을 것 같았다.배준우. "너 무서우면 말을 더듬어."배준우는 이 점을 철저히 간파한 셈이다.고은영은 무섭지 않을 때만 유창하게 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제 안 무서워한 적이나 있어?자연히 어떠한 이익 관계가 없을 때, 무서워하지 않았다.이 또한 그녀가 감히 량천옥과 배항준에게 정면 반박을 할 수 있는 이유이다!고은영은 조심스럽게 배준우를 바라보았다. 한번 보고…… 놀라서 얼른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다음 순간 배준우는 다시 그녀의 턱을 잡고 들어 올렸다."내가 사람을 잡아먹기라도 해?""……."잡아먹을까?잡아먹을 거야!남성에서의 그날 밤을 생각하면, 고은영은 여전히 심장이 떨렸다.그날 밤 그는 정말
포기한 이유로 안지영의 태도도 대법하고 오만했졌다.회사에서 나올 때.안지영은 나태웅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폈다.하늘도 알다시피, 그동안 이 말도 안 되는 일이 가슴을 짓눌렀다. 이전의 그녀는 나태웅과 배준우를 보면 무의식적으로 멀리 숨었다.하지만 이제는 피하고 싶지 않아졌다!나태웅의 옆을 지나갈 때, 안지영은 고개를 들고 가슴을 폈다. 오랜만에 고개를 들고 걷는 기분을 느끼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을 스쳐 지나갈때, 나태웅이 불렀다."안지영씨, 제 사무실로 오세요."안지영이 발걸음을 멈췄다!나태웅의 날카롭고 위협감이 깃든 말투를 듣고, 방금 쌓아 올린 오만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젠장…….뜨끔한 건 어쩔 수 없었다. 포기하면 영혼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그 거짓말은... 족쇄였다!일단 네가 거짓말을 하기로 선택했다면, 절대로 자유를 바라면 안 됐다.안지영은 고개를 돌리며, 입가에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네!"나태웅은 날카롭게 그녀를 한 번 쳐다보더니, 바로 엘리베이터로 걸음을 돌렸고, 안지영은 입을 삐죽거리며 서둘러 따라갔다.그동안 김연화의 이직 때문에 비서실 전체가 전전긍긍하며 각자의 책임을 다했다.안지영은 부서를 지나갈 때, 업무 태도의 억압과 긴박함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태웅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안지영은 불안한 표정으로 나태웅을 바라보았다."나 실장님, 저를 무슨 일로 찾으셨나요?"나태웅은 차가운 눈동자로 그녀를 흘겨보며, 바로 말을 하지 않았다!책상 위의 담뱃갑을 집어 들고 담배를 한 대 꺼내어 불을 붙이고, 세게 한 모금 피웠다.안지영은 심장이 떨렸다…….나태웅이 도대체 무엇을 물어보려고 하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젠장……!안지영은 이제 고은영이 왜 배준우를 그토록 두려워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마음이 찔리기 때문에 무서워하고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나태웅은 몇 분이 지나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모습에 안지영의 마음속 방어선이
하원 별장.지금 매 순간이 고은영에게는 괴로움이었다.배준우는 소파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고, 진 씨 아주머니는 그녀에게 과일을 깎아 주셨지만, 그녀는 입맛이 없었다.시곗바늘은 곧 한 시간이 다가왔다, 고은영은 배준우의 옆모습을 보며 애가 탔다."딩동! 딩동!"초인종 소리가 울리자 고은영은 깜짝 놀라 온몸을 떨었다.손에 들고 있던 유리로 된 과일 접시가 전부 카펫 위에 그대로 떨어져 '쾅~'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배준우는 눈을 치켜들고 차갑게 고은영을 바라보았다.고은영은 그의 날카로운 눈빛에 더욱 몸을 떨었다."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진 씨 아주머니는 이미 문을 열어주러 갔다.흰 머리의 어르신이 입구에 들어오자, 진 씨 아주머니는 공손하게 맞이했다."백 선생님, 오셨습니다. 어서 들어오세요!"백 선생님은 배씨 가문의 개인의사로, 배씨 가문에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고은영은 의사가 왔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더욱 조여와서 얼른 몸을 굽혀 떨어진 것을 치우려고 했다.배준우는 책망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쳐다봤다."치우지 마."고은영은 이제 손과 발이 같이 움직이는 것처럼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백 선생이 들어왔다!배준우가 있는 것을 보고 자애롭게 불렀다."도련님."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백 아저씨."백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였다.배준우는 고은영 봤다."안 오고 뭐 해?" 고은영은 눈동자가 떨리더니, 배준우를 보고, 또 백 선생님을 보았다.배준우는 그녀가 놀라 바보가 된 모습을 보고, 무겁게 말했다."인사해.""백, 백 아저씨 안녕하세요.."고은영이 가냘프게 말했는데, 그 소리가 너무 작아서 그녀 자신도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백 선생님은 여전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사정은 도련님이 전화로 모두 말했으며 안
그의 어머니가 아직 살아있다고!?그녀가 회사에 출근한 후 부터, 배 회장님은 현재 부인인 량천옥을 후처로 맞이했다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배준우의 어머니가 이미 돌아가신 줄 알았다!이렇게 보면 회장님은 정말 쓰레기 같았다.아니야, 전에 배 부인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아니면 배 대표님이 말했었나?아니면…… 홧김에?이건 도대체 얼마나 원망스럽길래..!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그녀의 어머니에 대해 묻는다면, 그녀는 조보은이 죽었다고 말하고 싶었다.세상에는 이해가 안되는 엄마로 된 여자들이 있었다.자신의 어머니를 언급하자, 배준우의 미간에 매서운 기운이 감돌았다.그는 그저 고개를 흔들었다."그때 떠날 때, 다시는 강성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했어요."백 어르신은 그 말을 듣고,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그래요, 그때 떠나실 때 바로 강성의 모든 것을 내려놓았죠!"완전히 내려놓았으니, 강성에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그 결과는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고은영은 이 무거운 대화를 듣고, 끼어들 수 없었다.가족의 파탄은 가장 가슴 아픈 일이다.곧 백 어르신이 준비되었다.고은영에게 말했다."피를 뽑아야 합니다."고은영은 배준우를 바라보았다!조그마한 얼굴을 찌푸리고, 협조하고 싶지 않아 보였다.고은영은 지금 너무 혼란스러웠다. 곧 들통 날 것을 생각하면, 고은영은…….배준우는 고은영이 협조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엄숙하게 말했다."손!"반박할 수 없는 그의 말투에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지며 온통 서러움 범벅이 되었다. 그녀는 정말 싫었다!배준우의 엄숙한 위협에, 고은영은 자신의 작은 손을 내밀었다.파란색 주삿바늘이 손가락에 꽂히는 순간, 고은영은 아파서 '습~!'하고 소리를 냈다"됐어요!"백 어르신이 웃으며 말했다.분명히 고은영이 아파하는 걸 웃고 있었다.백 어르신은 기계를 들고 조작하기 시작했고 고은영은 심장이 미치도록 뛰었다.시간은, 않았다!하지만 고은영에
결국 진호영이 다가가서 말했다.“할머니, 지금 이 장소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진윤과 진정훈이 오늘 오지 않은 것에 대해 약간 실망하긴 했지만 두 사람이 오지 않은 이유도 명백했다.진성택이 두 사람을 너무 크게 실망시켰기 때문이다.진유경은 진호영이 진윤과 진정훈의 편을 들어주는 것을 보면서 더욱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호영 오빠, 진윤 오빠랑 정훈 오빠한테 연락해주면 안 돼요? 적어도 아버지 보내드리는 길은 보고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은영이도요... 아버지는 은영이를 가장 예뻐했잖아요.”“그만 떠들어.”진유경이 말을 마치자마자 진호영이 싸늘하게 얘기했다.다른 건 몰라도 이 상황에서 고은영의 얘기를 꺼내다니.진호영은 진유경에게서 이례 없는 메스꺼움을 느꼈다.진유경은 진호영의 반응에 멍해졌다.하지만 사람들의 화제는 이미 고은영으로 넘어가 버렸다.다들 고은영을 불효녀라고, 은혜도 모르는 매정한 여자라고 욕했다.진호영은 그 말을 들으면서 진유경을 노려보며 얘기했다.“너 때문에 은영이는 집에 돌아오지도 못했어. 아버지가 은영이를 가장 예뻐했다고? 도대체 뭘 보고 그렇게 생각한 거야? 네 눈은 장식이야?”예뻐한 적이 있었나?한 번도 없었다.진성택이 고은영에게 조금이라도 잘해줬다면 고은영이 진씨 가문 문턱을 넘어보지 못하는 일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아니, 그게 아니라...”“아버지는 남은 주식을 모두 너한테 남겨줬어. 하지만 친딸인 은영이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잖아. 그런데 아버지가 은영이를 가장 예뻐하셨다고?”진호영이 모든 것을 까밝히자 진유경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호영 오빠, 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진유경은 더욱 크게 울먹이면서 눈물을 흘렸다.진유경은 지금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진호영은 진유경의 편이었는데 지금은 왜...‘이게 다 고은영 때문이야! 대체 무슨 수로 꼬드겼기에 오빠들이 다 고은영의 편을 들어주는 거냐고!’“왜 이러냐고? 우리 어머니가 은영이에게 남겨준
이윽고 고은영의 핸드폰이 울렸다. 진호영이 전화를 건 것이었다.고은영이 진씨 가문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진 후 진호영과 고은영은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진호영은 보통 직접 찾아와서 문제를 얘기하는 편이기에 전화를 잘 걸지 않았다.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 진호영이 전화를 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고은영은 잘 알고 있었다.진윤에게 전화하자마자 또 고은영에게 전화하다니.고은영이 전화를 받기도 전에 진윤이 고은영의 전화를 빼앗아갔다.“오빠...”진윤은 바로 전화를 꺼버렸다.“꺼버리면 어떡해요. 혹시 언니가 전화라도 하면...”“걱정하지 마. 네 언니는 너한테 연락하지 않을 거야.”“...”그렇다고 해도 마음대로 핸드폰을 꺼버리는 건 좀...게다가 고은지가 정말 무슨 일이 생겨서 고은영을 찾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진윤은 자연스럽게 고은영의 핸드폰을 호주머니에 넣으며 돌려주지 않았다.“오빠.”“오늘은 나한테 집중해.”그 말투는 아주 강압적이었다.“...”마치 그동안 진윤에게 신경 써주지 않아 삐진 것만 같았다.하지만 고은영도 어쩔 수 없었다.고희주와 고은지에게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으니까 말이다.사실 고은영도 알고 있었다. 고은지는 고은영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을 말이다.하지만 고희주의 일 때문에 고은지는 언제든지 화를 낼 수 있었다.“그래요.”“...”“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너한테 뭘 좀 사주려고.”“...”사준다고?고은영은 진윤의 목적을 알 수 없었다.진성택이 죽었다.장례식에 안 가는 건 이해가 되지만 굳이 고은영을 데리고 나와 쇼핑을 하는 목적은 뭘까.두 사람이 차에서 내렸다. 그때 윤설의 전화가 걸려왔다.진윤은 부드러운 목소리와 다정한 말투로 전화를 받았다.그런 진윤을 보면서 고은영은 진윤이 참 좋은 남자라고 생각했다.진윤과 비교하면 나태현은 정신병이 틀림없었다....진성택은 오늘 화장하게 된다.김영희, 진유경과 진호영은 검은색 상복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진윤과 진정훈은 결국
숨을 깊게 내쉰 나태현이 얘기했다.“량천옥이 나씨 가문에 무슨 짓을 했는지 알면서 지금...”“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죠.”배준우가 나태현의 말을 끊었다.그때 나씨 가문 내부는 부글부글 끓었었다. 게다가 량천옥을 죽이려는 사람도 있었다.나태현의 할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갔고 나태현의 어머니도 그 시기에 돌아갔다.그 모든 모순의 시작은 량천옥이었다.그래서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나씨 가문은 여전히 량천옥과 원한이 있었다.다들 그저 그 원함을 꾹 참고 있었는데 고은지가 나타났다.량천옥의 딸이면서 나태현의 딸 엄마인 고은지 때문에 나씨 가문과 량천옥의 전쟁이 다시금 시작되었다.“이번에는... 어쩔 수 없어요.”우정과 사랑 중에서 배준우는 당연히 사랑이었다.게다가 이번 일에는 나씨 가문에서 숨기는 것이 너무 많았다.또 나태현이 회사의 일에 신경 쓸 시간이 없다 보니 프로젝트가 위험했다.나태현은 화가 나서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 소리를 들은 배준우는 핸드폰을 소파에 툭 던졌다....다른 한편.고은영과 진윤은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진윤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나씨 가문과 엮인 프로젝트를 모두 엎어버리라고 명령했다.옆에 있는 고은영은 그 말을 들으면서 걱정했다. 진윤이 또 다른 사람에게 전화하려고 할 때 고은영이 진윤의 손을 잡았다.“오빠, 그렇게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나씨 가문이 밉긴 하지만 진윤의 일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았다.진윤이 계약을 많이 해지할수록 진윤에게 영향이 더 클 테니까 말이다.진윤은 본인을 걱정해주는 고은영을 보면서 마음이 누그러졌다.부드러운 고은영의 머리를 쓰다듬은 진윤이 얘기했다.“다 필요 없는 것들이야. 나태현은 지금 당장 귀국해야 해.”그 말을 들은 고은영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머릿속에는 병원에 있는 고은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고은지는 나태현이 돌아오지 않기를 바랐다.진윤은 그런 고은영의 생각을 눈치채고 얘기했다.“지금 나태현과 량천옥이 해외에서 서로 죽이고 난리가 났어. 만
화가 난 나태범을 보면서 집사는 안절부절못했다.“지금 상황이 조금 복잡합니다.”생각하던 집사가 말을 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 쪽도 걱정해야 합니다.”“진씨 가문? 거기는 왜.”나태현과 량천옥이 싸우는 것만으로도 나태범은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이러다가는 정말 창피해서 죽을 것 같았다.게다가 배씨 가문에서 계약까지 해지했지...이러다가는 그룹이 파산될지도 몰랐다.“배준우 씨 아내가 진윤 씨와 진정훈 씨의 친여동생입니다. 그러니 이 세 사람 다 그 고은지 씨의 동생을 위해 움직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나태범은 처음 듣는 얘기였다. 그저 진씨 가문에서 친딸을 찾았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진성택이 친딸보다 양딸을 더욱 아낀다는 것까지 말이다.배준우가 고은영과 결혼할 때 강성의 사람들은 배준우가 많이 아깝다고 생각했다.일반적인 신분으로는 배준우의 옆에 설 수 없으니까 말이다.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고은영이 진짜 진씨 가문의 친딸이었다.나태범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이튿날 아침.고은영이 아침을 다 먹자마자 진윤이 도착했다.그리고 조카를 위한 선물도 가득 가져왔다.고용인들이 진윤이 가져온 물건을 보관해주었다.약간 붉어진 고은영의 눈가를 보면서, 진윤이 배준우한테 물었다.“어젯밤 계속 운 거예요?”배준우도 머리가 약간 아팠다.“제대로 자지 못했어요.”진윤이 다가가서 고은영을 마주 보더니 고은영이 입고 있는 귀여운 잠옷으로 눈을 돌렸다.배준우는 정말 딸을 키우는 것처럼 고은영을 보호해주는 것만 같았다.고은영은 원래도 키가 작은 편이어서 배준우와 함께 있을 때면 아주 작아보였다.“옷 갈아입고 나갈 준비 하자.”“정말 나가야 해요?”고은영이 올망졸망한 눈으로 진윤을 쳐다보았다.고은영은 병원에 가서 고은지를 보고 싶었다.고은지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되었다.진윤은 그런 고은영의 생각을 진작 알아차렸다는 듯이 얘기했다.“병원 쪽에는 내가 사람들을 깔아놨어. 무슨 일 없을 거야. 가자.”진윤의 말을 들은
하지만 진윤이 내일 고은영을 데리고 나가는 것의 목적을 떠올리면 고은영은 어쩔 수 없었다.“당연한 거 아닌가요?”진윤이 당당하게 얘기한 후 전화를 끊었다.배준우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한숨을 쉬더니 고은영을 쳐다보았다.“이미 다 들었지?”“네.”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진성택은 사망했다.진정훈은 고은영이 장례식에 올 것인지 안 올 것인지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하지만 진윤은 장례식에 가지 말고 나가서 쇼핑하자고 했다.그것도 웃으면서 말이다.“넌 어떻게 하고 싶어?”“안 가도 돼요?”고은영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나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웃으면서 쇼핑해야 한다니. 고은영에게 있어서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배준우도 짐작하고 있었다.고은영의 머리를 쓰다듬은 배준우가 얘기했다.“아마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아. 쇼핑이 최종 목적이 아닐 거야.”“위로하는 거예요?”진윤은 배준우더러 고은영을 잘 위로해주라고 했다.“위로하는 게 아니라 그저 네 큰형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하는 말이야. 단순하게 쇼핑하는 게 목적일 리 없어.”배준우가 확신하면서 얘기했다.그 말을 들은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배준우는 허락하는 고은영을 보면서 한숨을 돌렸다.그리고 고은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얘기했다.“걱정하지 마. 다 지나갈 거야.”“나씨 가문 쪽은...”거기까지 말한 고은영은 고개를 들고 배준우를 쳐다보았다.고희주의 일로 마음 아팠지만 배준우를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배준우는 고은영이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고은영에게 짧게 키스한 배준우가 이어서 얘기했다.“나씨 가문과 협업하는 프로젝트 두 개가 있었는데 이미 계약을 해지했어.”“주주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요?”고은영이 걱정하면서 물었다.“그 두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겨서 다들 발을 빼는 분위기야. 아마도 량천옥 씨가 한 일 같은데.”그래서 배준우도 큰 문제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다.지나간 일에 대해 배준우는 뭐라고 할 수 없
진정훈이 전화를 건 것은 진정훈에게도 계획이 있어서였다.“진유경을 조심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진유경에게 남긴 주식이 있는데 꼭 되찾아올 겁니다.”진유경이라...진정훈은 진유경이 왜 계속 고은영을 끌어내리려는지 깨달았다.그건 바로 진유경이 아직 자기 위치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러니 이제라도 제대로 알게 해줘야 했다.배준우는 진정훈의 말을 알아듣고 얘기했다.“네. 알겠습니다.”“장례식은 와도 되고 안 와도 괜찮다고 전해줘요.”“네.”진정훈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은영의 뜻을 존중해주었다.하지만 장례식에 고은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수군거릴 것이 뻔했다.“장례식은 언제입니까.”“이틀 뒤입니다.”“알겠습니다.”이틀 뒤라니. 생각보다 장례를 서두르는 모습에 배준우는 약간 의아했다.진정훈은 그저 이 일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그래서 그동안 배준우가 고은영을 잘 지켜줄 수 있도록 전화를 건 것이다....진정훈과의 통화를 마치고 배준우가 핸드폰을 내려놓으려는데 핸드폰이 또다시 울렸다.이번에는 진정훈이 아닌 진윤이 걸어온 전화였다.배준우는 고은영을 안고 소파에 앉았다. 영원히 고은영과 떨어지기 싫어하는 것처럼 고은영을 꼭 안고 있었다.“여보세요.”배준우는 진윤을 존경하는 편이었다.진윤은 정말 가문의 도움 없이 지금 그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이다.“은영이는요? 연락이 안 돼서.”“기분이 안 좋아요. 무슨 일이죠?”“왜 기분이 안 좋은 거죠?”“고은지 씨한테 일이 좀 생겨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요.”고은지의 상황을 전해 들은 진윤은 머리가 아팠다.지금 고은영에게는 모든 일이 설상가상이었다.“내일 오전 아홉 시에 내가 데리러 간다고 전해줘요.”“내일이요?”“네.”진윤이 대답했다.배준우는 진윤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렸다.진윤은 모든 사람들에게 진씨 가문이 얼마나 엉망인지 광고할 셈이었다.진윤이 진성택의 장례식에도 나서지 않고 친여동생인 고은영을 데리고 밖에서 돌아다닌다면...“어디로 갈 겁
그 처참한 울음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진호영과 진정훈은 갑자기 심장이 내려앉았다.두 사람이 달려가 보니 병실의 문은 반쯤 열려있었다. 김영희는 눈물을 흘리면서 진성택을 껴안고 있었고 진유경도 진성택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침대 위의 진성택은 이미 눈을 감았다.의사와 간호사들도 두 사람의 소리를 듣고 얼른 달려왔다.5분 후. 의사는 고개를 저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안타깝게도 환자분은 이미 숨을 거두셨습니다.”“아버지... 제발 눈 좀 떠봐요! 이대로 가지 마요! 안 돼요!”진유경이 눈물범벅으로 얘기했다.김영희도 눈물을 훔치면서 얘기했다.“성택아, 이렇게 우리를 두고 가면 어떡하니! 나와 유경이는 어떻게 해...”“그러게요, 아버지. 저랑 할머니는 아버지뿐이에요. 제발 가지 마요. 눈 좀 떠보세요.”두 사람은 그렇게 울면서 밖을 흘깃거렸다.진호영이 다가가려고 할 때 진정훈이 진호영의 손목을 잡았다.진호영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진정훈을 쳐다보았다.진성택의 사망에 진호영도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다.하지만 진정훈의 얼굴에는 슬픔보다도 짜증이 더욱 많았다.진성택의 죽음이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하지만 김영희와 진유경의 뻔한 연기를 보고 있자니 속이 뒤집혔다.진성택은 진유경을 평생 아껴왔지만 진정훈에게 있어서 진유경은 아무것도 아니다.진호영은 그런 진정훈을 보고 약간 정신을 차렸다. 진호영은 증오심이 가득 묻은 두 눈으로 진유경을 쳐다보았다.진유경이 눈물을 흘리는 건 진성택의 죽음 때문이 아니다.진성택의 죽음으로 인해 전에 누리던 것을 누리지 못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진성택은 죽기 직전까지도 진유경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보고 있었다. 진유경이 남은 생을 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말이다.하지만 결국 아무도 진유경을 받아주지 않았다.진유경은 양딸인 데다가 진윤과 진정훈에게서 호감을 사지 못했기에 다른 가문에서는 진유경과 혼사를 맺고 싶지 않아 했다.유일하게 진유경을 받아들이는 허씨 가문은 진유경이 싫어했다.이젠 진
고은영이 엘리베이터 앞까지 왔을 때 진정훈과 진호영이 돌아왔다.두 사람은 고은영을 보고 다가와 물었다.“은영아, 뭐라고 하셨어?”진정훈이 먼저 물었다. 진호영은 어두워진 고은영의 표정을 보면서 감히 물을 수 없었다.고은영은 진정훈을 보고 또다시 진호영을 쳐다보았다.지금 고은영의 표정은 진호영이 고은영을 끌고 올 때보다 더욱 어두웠다.“나한테 진유경을 부탁한다고 하셨어.”“...”“...”두 사람은 고은영의 말을 듣자마자 표정이 굳어버렸다. 진정훈은 싸늘한 눈으로 진호영을 쳐다보았다.“중요한 얘기라는 게, 저런 거였어?”고은영에게 진유경을 맡기는 것. 그게 죽기 직전에 하고 싶은 말이었다니.어떻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지? 진호영의 표정이 금세 어두워졌다.진호영은 고은영을 보면서 얘기했다.“미안해. 난 아버지가 그런 일로 널 부를 줄 몰랐어.”고은영은 진호영의 사과를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진정훈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그리고 진유경에게 주식을 남겨주었으니 진유경의 주식을 정훈 오빠한테 빼앗기지 않게 챙겨주라고 했어.”“...”“...”두 사람은 또 그대로 얼어붙었다.정말 진유경 때문에 고은영을 부른 것이었다니.도대체 얼마나 진유경을 아끼기에 죽기 직전에도 친딸을 불러 양딸을 맡기려 하는 것인지, 두 사람은 알 수가 없었다.고은영은 당장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먼저 갈게.”“그래. 잘 가.”진정훈이 고개를 저으면서 얘기했다.고은영은 그대로 떠났다.진씨 가문에 아무 기대도 하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마음이 공허하고 적적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진호영은 떠나는 고은영의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 아파했다.진정훈이 진호영을 보면서 말했다.“이제야 안 거야?”“난 전혀 몰랐어... 아버지가 진유경의 일로 은영이를 부른 걸 알았다면 은영이를 불러오지 않았을 거야.”진호영은 정말 후회했다.진호영은 그저 고은영이 진성택의 친딸이니까... 친딸에게 해줄 말이 있을 줄 알고 데려온 것인데.결국 진성택은 모든 것을 진유경에게
거기까지 들은 고은영의 표정은 잿빛이 되었다.진성택도 그걸 알아차리고 잠시 말을 끊었다.그리고 어두워진 고은영의 눈을 보면서 이어서 얘기했다.“나도 일이 이 지경이 될 줄은 몰랐다만. 하지만 은영아, 난 정말 유경이가 걱정돼. 그러니 네가 유경이를 잘 챙겨줘. 그럴 수 있지?”진성택이 어렵게 말을 꺼냈다.고은영을 되찾아온 다음부터 진성택은 고은영 앞에서 진유경을 잘 챙겨주라는 말을 했다.죽기 전까지도 말이다.“나한테 부탁하는 거예요, 준우 씨한테 부탁하는 거예요?”그 말투는 아주 차가웠다.전에 김영희가 진유경을 데리고 배준우를 찾아왔을 때도 고은영은 그저 묵묵히 참았다.하지만 진성택이 또 이런 말을 꺼내다니.뭘 어떻게 챙겨주라는 건지.고은영이 무슨 능력으로 챙겨주라는 건지.“은영아, 그게 아니라...”진성택이 말을 더듬었다.고은영은 손을 빼내고 얘기했다.“뭐가 아니라는 거예요? 그렇게 진유경이 걱정되면 데려가면 되잖아요. 죽어서도 계속 돌봐주면 되겠네요.”“...”고은영의 말을 들은 진성택은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내 말을 오해한 것 같은데... 배준우한테 도움을 청하는 건 아니야.”“...”“전에 정훈이 뭐라고 해서 네 엄마가 남겨준 주식을 너와 유경이한테 나눠줬잖아. 정훈이가 유경이 몫을 빼앗아가지 않게 잘 좀 챙겨줘.”고은영은 그 말을 들으면서 화가 끓어올랐다.죽기 직전까지도, 진성택은 진유경을 걱정하고 있었다.하지만 고은영은 그 정도로 마음 약해지는 사람이 아니었다.아무리 고은영이 나약해 보이고 연약해 보여도 마음만은 단단한 사람이었다.“제가 그래야 할 이유를 모르겠네요. 그리고 정훈 오빠가 진유경의 주식을 빼앗을까 봐 걱정하시는데... 그건 원래 진유경 몫이 아니었어요. 결국 주인에게로 돌아가게 될 거예요.”진성택이 진유경에게 주식을 남겨뒀을 줄은 몰랐다.진정훈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고은영이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은영아, 잠깐만...”진성택은 밖으로 나가려는 고은영을 보면서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