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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작가: 송언희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11-29 12:14:15
고은영은 고개를 숙여 보일 듯 말 듯 나온 자기 아랫배를 쳐다보았다.

어쩌지...!

고은영은 심장이 떨렸다.

“요즘 입맛이 좋아 많이 먹어서 그런가봐요.”

어떻게든 침착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그러자 배준우가 말했다.

“너 요즘 많이 안 먹잖아.”

많이 먹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요즘 입덧 때문에 속도 좋지 않았다.

배준우의 말에 고은영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온몸이 완전히 경직되었다. 배준우의 의도치 않은 팩트폭행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떻게 이 상황을 설명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배준우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을 보니 미월이라는 두 글자가 보였다.

고은영은 순간 자기 허리를 두르고 있던 손이 무거워졌다는 것을 느꼈다. 배준우는 이내 손을 풀어 그녀를 소파에 앉히고, 베란다로 걸어갔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리지는 않았고, 배준우의 미간이 찌푸려지는 것만 보였다. 얼마지나지 않아 바로 배준우의 말소리도 들렸다.

“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

전화를 끊고 고은영에게 다가갔다. 코트를 걸치고 있는 고은영을 쳐다보았다.

진짜 추위를 많이 타나 보다. 이미 보일러를 빵빵하게 틀었는데도 추위를 느끼는 걸 보면.

자신을 쳐다보는 배준우의 시선을 느낀 고은영이 물었다.

“나가려고요?”

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은영은 그가 이미월한테 간다는 것을 알고도 고개를 끄덕였다.

“얼른 가봐요.”

배준우의 눈빛이 어두웠다. 고은영도 배준우의 기분을 느꼈다. 다만 왜 또 화가 났는지 알 수 없었다. 분명히 별말 안 했는데 말이다.

고은영이 눈을 피하는 모습에 더욱더 화가 난 배준우는 몸을 돌려 나가버렸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보안 문이 닫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배준우의 현재 기분을 더 잘 드러냈다.

고은영은 구시렁거렸다.

“왜 또 화가 난 거야.”

고은영은 저 남자의 마음이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다.

전 씨 아주머니가 집에 돌아왔을 때 배준우가 집에 없는 걸 보고 고은영에게 물었다. “도련님 점심은 준비 안 해도 되는 건가요?”

고은영이 대답했다.

“네.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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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태웅이 혼자 남았을 때 그의 세계는 조용해졌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 고요함은 더 큰 괴로움이 되었다. 그는 전화를 꺼내어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상대로 전화는 바로 차단되었다. 그는 다시 안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시각, 사무실에서 안열은 겨우 안지영을 달래놓은 상태였다. 전화의 진동에 안열은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그리고 안지영도 전화를 확인하고 또다시 통제불능이 되었다. 안열은 안지영이 또 움직일 것 같아 황급히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너무 흥분하지 마요. 바로 차단할게요.” “받아요. 이 미친놈이 뭐라는지 봐야겠어요.” 안지영은 이를 갈며 말했다. 안열은 입꼬리를 떨구며 말했다. “그냥 받지 말죠?” 안지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받아요!” ‘이 사람은 진짜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을지 걱정하지 않는 건가?’ 하지만 안지영의 말에 그녀는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안열은 안지영을 한 번 쳐다보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지영 지금 옆에 있나요?” “없어요!” ‘없어요’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지영은 나태웅의 차가운 목소리를 듣고 전화를 뺏으려 했다. 그녀는 그를 욕하고 나씨 가문이 망하길 저주했다. 하지만 손을 뻗자마자 안열이 그녀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한 마디만 전해줘요.” “말하세요.” “안지영은 두 가지 선택이 있어요. 첫 번째는 오늘 밤 킹덤 타운을 떠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오늘 밤 하주원에게 사과를 하는 겁니다.” “이틀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안열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마음을 바뀌었어요.” 안열은 더 이상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안지영은 분노에 가득 찼고 자신의 입을 막고 있던 안열의 손을 떼며 전화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나태웅, 너 이 미친놈! 꿈도 꾸지 마!” “그래, 그럼 하늘 그룹이 네 손에서 얼마나 있을지 지켜보자고!” “너 이 자식, 내가 너의 조상을 건드렸나 보다! 그래서 나한테 복수하는 거네!” 안열은 안지영의 욕설을 듣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99화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하주원에게 손을 대지 말았어야 했다고?’ 배준우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아니, 너 지금 이 상황이 도대체 뭐냐고?” 항상 사고가 명확하던 배준우가 지금은 나태웅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와 오랫동안 함께한 나태웅인데 지금 그를 보니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 안지영이 하주원에게 손을 댄 문제를 신경 써야 하는 걸까? 그와 안지영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을 아직 명확히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나태웅은 대답하지 않고 담배를 달라고만 말했다. 배준우는 담배 한 개비를 던져주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태웅은 자신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했다. 그는 아직까지 안지영과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이가 틀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어리석은 여자...!’ 만약 그때, 그녀가 자신에게 도와달라고 말을 했다면 그는 결코 그녀가 배준우 앞에서 창피를 당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준우의 사람들에게 의지하려 했었다. 배준우는 잠시 생각한 뒤 물었다. “너는 안지영과 장선명이 결혼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하주원 문제에서는 하주원을 도와주고 있잖아?” 그가 잠시 고심한 끝에 결국 핵심을 짚어냈다. “그건 전혀 다른 얘기지!”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목소리에는 날카로운 기운이 맴돌았다. 배준우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다르다고?’ 원래는 명확하게 사고하는 배준우였지만 나태웅의 말에 혼란스러워졌다. 나태웅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우리가 어떤 관계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하주원 문제에서 안지영이 반드시 사과해야 해.” 이 말을 듣고 배준우는 머리가 아팠다. 나태웅은 이 상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 배준우는 담배를 다 피운 후 천천히 말했다. “너는 이걸 두 가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여자들 세계에서는 이것은 분명히 한 가지 문제야.” “안지영은 도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98화

    방금 안열이 장선명더러 처리하라고 했을 때의 그 걱정은 이제 안지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문제가 생기든 말든 지금은 나태웅을 찾아서 해결하지 않으면 진짜 미칠 것 같았다. 한편, 캘리포니아 반도의 한 장소에서는 배준우와 나태웅이 함께 있었고 진윤과 육범수도 그 자리에 있었다. 몇 달 만에 다시 모인 이들이 장선명이 아닌 나태웅을 부른 이유는 사실 그들 모두 나태웅이 미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태웅을 불러내 대화를 나누어 보기로 했다. 육범수가 패를 내자 나태웅은 손에 들고 있던 패를 툭 치며 말했다. “난 끝났어.” 배준우는 그의 얼굴을 보고 찡그리며 물었다. “방금 그 전화, 안지영이었지?” 방금 나태웅은 나가서 전화를 했다. 그리고 들어오자마자 다시 전화가 걸려온 것은 안지영이었다. 배준우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응.” “너 또 안지영 건드린 거야?” 사실 오늘 배준우가 여기 온 이유는 장선명의 부탁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니 장선명은 나태웅과 장씨 가문과의 관계가 더 나빠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태웅이 이렇게 계속 안지영을 괴롭힌다면 일이 커질 것이다. 장선명은 본래 도리를 따지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나태웅의 이 일에 대해서는 배준우를 생각해서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지금 하주원의 문제도 있고 나태웅의 행동이 점점 더 미쳐 가는 상황이라 걱정이 컸다. 나태웅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육범수에게 말했다. “너 나한테 만 이천 원 줘야 돼.” 배준우는 말문이 막혔다. 육범수도 나태웅이 안지영에 대해선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진윤은 본래 남의 일을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는 성격이다. 본인의 가문 일도 충분히 골치 아팠기에 그동안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둘째 형이 얘기하잖아. 말 좀 해봐. 대체 안지영에 대해 어떻게 할 생각이야?” 하지만 육범수는 달랐다. 그는 직설적인 성격이기에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97화

    안지영은 화가 나서 전화를 부수고는 바로 사무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안열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다급하게 앞으로 나가서 잡았다. “어디 가시는 거예요?” “나태웅을 죽여야겠어요!” ‘아, 진짜 더는 참을 수 없어.’ 나태웅은 정말 죽어 마땅하다. 지금 당장이라도 손으로 그를 찢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대표님은 아직 근육도 제대로 안 키우셨잖아요. 나태웅을 찢어낼 힘이 있을까요?” 원래도 화가 치밀어 올랐는데 안열의 말에 더 화가 나버렸다.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정말 더는 못 참겠어!’ 안열은 안지영이 방향을 잃고 분노만 가득한 상태를 보고 바로 말했다. “이건 결국 넷째 도련님께 말씀드려야 할 문제예요.” “또 장선명 씨더러 처리하라고요?” 장선명의 수법은 이미 잘 봤다. 그는 가장 잔인한 방법을 써서 그녀조차도 반응할 틈 없이 모든 것을 정리해버린다. 그래서 만약 이 문제를 장선명이 처리하면 또다시 피비린내 나는 일들이 벌어질 게 뻔하다. “그건, 안돼요!” 안지영은 손을 휙휙 내저었다. 장선명은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조건 밀어붙일 것이다. 그건 안 된다. “왜요?” “그거 기억 안 나요? 지난번에 장선명 씨가 그렇게 처리했을 때 그 몇 억을 가지고 나태웅을 미쳐버리게 만들었잖아요. 이제 나태웅은 진짜 미친 사람이에요.” 특히 지금 그의 행동들은 안지영 마음속에 그가 정말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확신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라, 이 이유가 참 적합하네.’ 안열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안지영이 계속해서 말했다. “이번에도 강하게 나가면 그 사람은 진짜 미칠거예요. 그럼 우리 모두 큰일 난다니까요!” “혹시 대표님은 무서운 건가요?” “무섭지 않아요. 그런 문제는 제가 감당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안지영은 화가 나서 말투가 거칠어졌다. 아까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나태웅의 집안까지 욕을 해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96화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이미 화가 나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말해봐, 정말이야?” 다시 입을 열었고 그의 말투에는 위험한 기운이 감돌았다. 전화가 아니라 만약 눈앞에 있었다면 안지영은 나태웅이 자신을 바로 목 졸라 죽일 것 같았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야?” “안지영!” “난 장선명 씨와 약혼한 상태야. 네가 무슨 상관이야? 너는 네 사촌 걱정이나 해. 내가 너희 나씨 가문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나 보네. 여자는 불여우처럼 순수한 척, 남자는 정신병자에 하나도 좋은 게 없어. 그 뿌리가 다 썩었어!” 그녀는 작은 입술로 욕을 퍼부었다. 안열은 그 모습을 보며 입술이 저절로 떨렸다. 아까는 화가 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더니 지금은 완전히 미친 듯이 말하고 있었다. 안지영은 정말로 미친 듯이 화가 난 상태였다. “사과하라고? 대체 누가 누구한테 사과해야 하는 건데! 내 아버지는 아직 병원에 누워 있고 네 사촌은 와서 날 때렸는데 나더러 사과하라고? 너희 나씨 가문 집안 교육이 이 모양이야? 다 멍청이들이야?” 이제는 나태웅의 조상까지 욕을 먹었다. 안지영의 이 폭발적인 성격에 안열은 이제야 제대로 실감했다. 안지영은 욕하는 건 진짜 잘했다. 이제는 나씨 가문이나 하씨 가문, 심지어 그들의 조상까지도 욕을 먹었다. 그녀의 거침없는 욕설을 들으며 나태웅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갔다. 그리고 안지영의 입은 더 이상 멈출 수 없는 폭풍처럼 계속 퍼부어졌다. 한참 동안 욕을 쏟아내고 겨우 숨을 골랐다. “더 욕할 거야?” 그의 말투는 안지영의 폭발적인 분노와는 대조적으로 매우 차갑고 차분했다. “하, 왜? 더 듣고 싶은 거야? 너...” “더 욕할 거 없으면 내일 병원에 같이 가자.” 그의 말투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고 냉랭했다. ‘젠장, 이 사람은 정말 사람 말을 못 알아듣나?’ “나더러 사과하라고? 생각도 하지 마! 꿈도 꾸지 마!” 꿈속에서도 사과할 일 없을 것이다. “그럼, 한 가지 말할 게 있어.” “뭔데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95화

    안지영과의 대화를 끝낸 후 고은영은 마침내 자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더 이상 불안하게 이리저리 쫓기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안지영은 여전히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고은영을 달래고 나서도 심장이 가라앉을 틈도 없이 나태웅의 전화가 집 전화로 걸려왔다. 그녀는 번호를 볼 수 없어서 그냥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이틀 남았어.” 그 한 마디에 안지영의 화가 폭발했다. “뭐라는 거야?” “주원이에게 사과해!” 안지영은 입을 다물었다. ‘이 미친놈! 끝까지 이러는 거야?’ 만약 예전 같았으면 안지영은 그에게 말도 안 되는 반격을 했겠지만 지금은 화가 나서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다. 안열이 들어왔을 때 안지영은 얼굴이 새카맣게 변해 있었다. “배씨 부인 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안열은 안지영이 이렇게 감정적으로 불안한 이유가 결국 고은영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감정은 조금 달랐다. 안지영은 고은영으로 인해 말문만 막힐 정도였고 다른 사람 때문이라면 분명 엄청 화를 낼 것이다. “아니에요!” 사실 고은영에게 생긴 일도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녀의 세상은 너무나 복잡했고 고은영이 또 울기 시작할지도 몰랐다. 안열은 안지영의 목소리에서 누그러지지 않는 화를 느끼며 궁금해했다. 고은영이 아니라면 또 누가 그녀를 이렇게 만든 것인지 궁금했다. “그럼 도대체 무슨 일이죠?” “나태웅이 나더러 하주원에게 사과하라고 했어요. 이틀밖에 안 남았다면서요.” ‘이 사람이...!’ 나태웅에게 욕을 할 만큼 다 했는데도 그를 물리칠 수 없었다. 지금 안지영은 연달아 욕할 힘조차 없었다. 그의 존재를 설명할 만한 적절한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미친놈? 병신?’ 안열은 놀라며 물었다. “뭐라고요? 사과요?” ‘정말 이 사람 끝까지 그러는 거야?’ 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요. 제가 왜 사과를 해야 하죠? 제가 뭘 잘못했는데요?” 얼마 전 나태웅의 집착과 하주원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94화

    안지영은 잠시 침묵했다. 이렇게 큰일이면 분석하는 데 얼마나 큰 두뇌 용량이 필요할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고은영이 울려고 할 정도로 급해진 게 이해가 갔다. 자신이라도 정말 울고 싶을 정도였다. ‘이게 도대체 뭐야, 진짜?’ “그럼 나태현은 량천옥이 너희 언니의 친엄마라는 걸 알아?” “그건 나도 몰라.” 상황이 이미 너무 복잡해서 이젠 고은영조차 잘 모르겠다고 하는 게 너무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나태현과 고은지가 거래를 했다는 것만 봐도 그의 동기는 좀 의심스럽다. 하지만 어쨌든 그는 이제 지신혜와 결혼을 약속했고 고은지를 천락 그룹에 다시 데려가려 했다. 그동안 고은지가 천락 그룹에서 일했던 전력도 있으니 나태현의 속셈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게 분명했다. 안지영은 고민하다가 말했다. “음, 난 네가 차라리 네 언니에게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지금 말해?” “그럼, 무조건 말해야지! 량천옥이 아무리 미워도 네 언니의 친엄마잖아.” 진실을 알게 된 후 고은지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그녀의 자유다. 하지만 지금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 계속 숨기면 만약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고은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태현이 구희주의 아빠라는 사실은?” “그건, 생각 좀 해볼게!” ‘이건 말을 해야 할까 아니면 말하지 말아야 할까?’ 안지영은 바로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지금 일은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태현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역시 나씨 가문 사람이야. 어쩜 다들 이렇게 나쁜 자식이지?’ 전에는 나태현이 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와 보니 하나같이 나쁜 자식들이었다. “그래도 얘기하는 게 좋겠어!” 이렇게 큰일을 말 안 하면 나중에 얼마나 큰일로 번질지 알 수 없었다. 안지영은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었다. 그래서 고은영더러 고은지에게 모든 일들을 잘 설명해 주라고 말했다. 어차피 고은지는 지금 모든 결정을 내린 상황이었고 아무런 일도 모르는 전제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93화

    어떤 실수는 한 번 저지르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예전에 량천옥은 악행을 저지르며 두려움 없이 살아왔고 아무런 후회도 없었다. 그 누구도 그녀에게 아무런 방법을 쓰지 못했으며 그녀는 자신이 어떤 대가를 치를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그때는 아무도 그녀에게 손을 쓸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런 강력한 여자가 자발적으로 모든 심판을 받겠다고 결심했다. “나태현이 구희주가 자신의 딸인 걸 알았다고 했지?”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량천옥은 눈을 떴고 그녀의 눈빛은 이제 완전히 맑아졌다. 그리고 그 안에는 강한 분노와 증오가 서려 있었다. 구희주가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는 다른 여자와 결혼을 약속하고 자신과 고은지를 거래로 고은지를 자신의 곁에 두려고 하다니. 도대체 그는 무엇을 하려는 걸까? 이 모든 상황은 나태현의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량천옥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알았다. 이 일은 내가 처리할게.” 그녀는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자신의 딸, 고은지는 여전히 그녀를 증오하고 있으며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녀의 온몸에서 풍기는 슬픔은 과거 그녀의 손에 고통받았던 고은영조차도 압도할 정도였다. 결국, 두 사람은 어떻게 헤어졌는지 모르겠다. 고은영은 원래 배준우를 만나러 가려고 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안지영을 찾게 되었다. 안지영은 본래 회의를 가려고 했지만 고은영이 찾아오자 30분을 미뤘다. “왜 이렇게 걱정이 많아 보여? 배준우가 너 괴롭혔어?” 고은영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지영아, 내 뇌가 부족한 것 같아.” 안지영은 웃으며 말했다. “너 뇌가 부족한 건 항상 있는 일 아니었어?” 그녀는 장난스럽게 고은영을 놀리며 말했다. 하루 이틀 있는 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죽상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고은영이 이 말을 듣고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192화

    이 순간, 고은지는 예전과는 다른 집요함을 보였다. 나태현이 그녀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그것이 그녀를 이렇게 단단히 만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량천옥은 계속해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고은영이 차에 올라타자마자 량천옥은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됐어? 은지가 왜 일을 하겠다고 했지? 돈은 줬어?” 량천옥은 상황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고은지가 돈 때문에 일을 하러 간다고 믿고 있었다. 돈만 주면 고은지가 편안하게 몸을 회복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고은영은 그녀를 바라보며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언니가 천락 그룹에서 일하겠다고 했어요.” “뭐?” 고은지가 천락 그룹에서 일한다는 말을 들은 순간 량천옥은 숨이 막힐 정도로 놀랐다. 고은지가 예전에 천락 그룹에서 일했던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나태현이 고희주의 아버지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량천옥은 고은영을 바라보았다. “안 가면 안 돼?” “나태현이 언니와 거래를 한 것 같아요!” “무슨 거래?” 거래라는 말에 량천옥은 갑자기 경계심을 드러냈다. 남자와 여자가 거래를 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일까? 그녀는 몇 년 동안 배씨 가문에서 여러 가지 남자의 모습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 속에 숨겨진 더러운 진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나태현이 지씨 가문과의 결혼 소식이 보도되었음을 알았다. ‘약혼도 한 마당에 고은지를 천락 그룹으로 돌아오게 한다는 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결혼도 하기 전에 외도를 하겠다는 건가?’ 량천옥은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고은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결국엔 말을 꺼냈다. “나태현이 구희주의 아빠예요.” “뭐?” 량천옥은 고은영의 말을 듣고 잠시 말문이 막혔다. 구희주의 아빠라니, 그 말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구희주가 우울증에 걸린 이유는 자신이 조영수의 딸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학교의 아이들은 그녀를 그 문제로 계속해서 괴롭혔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나태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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