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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화려한 돌싱맘의 모든 챕터: 챕터 411 - 챕터 420

692 챕터

제411화 여우로 태자를 바꾸다

그의 동작은 아주 빠르고 또 터프했다. 그가 아주 급박한 것을 보아낼 수 있었는데 김우연이 배현우의 여자를 이렇게 거칠게 미는 것을 보고 나는 조금 놀랐다. 그리고 나에게 당부했다. “한 대표님, 죄송하지만 안에 들어가서 조금 숨어있으세요. 밖이 잠잠해지면 얼른 피하시고 병원에 온 사실은 비밀로 하세요.”말을 마치고는 곧바로 우리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이해월이 병실을 둘러보니 확실히 작은 방이 있었다. 그녀는 얼른 나를 데리고 안으로 숨었다. 곧바로 밖의 복도에서 소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렸는데 나와 이해월은 누가 여기로 찾아올까 봐 숨소리도 크게 내지 못했다. 나는 밖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없었지만 배현우가 하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일단 따랐다. 머릿속에서는 그가 이렇게 한 이유를 줄곧 생각했다. 나와 이해월은 밖이 잠잠해질 때까지 안에 숨어있었다. 밖이 조용해지자 우리는 조심스럽게 나와 이해월이 복도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그제야 밖에 나가 병원을 떠나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한소연 옷에서 나는 향수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팠고 도대체 이게 뭐가 좋은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다행히 사무실에 여분의 옷이 있어서 나는 얼른 한소연의 치마를 갈아입었다. 내가 옷을 갈아입고 휴식실에서 나오자 이해월이 전화를 들고 재빠르게 걸어들어왔다.“대표님, 이것 좀 보세요.”그녀는 급박하게 손의 전화기를 나에게 주었고 받아서 확인해 보니 배현우가 내 옷을 입은 한소연을 보호하며 나가는 영상이었다. 영상 속의 한소연은 병약하고 얼굴이 창백한 모습으로 배현우에게 기대어 있었는데 진짜 좋은 배우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병실에서 나오자마자 기자들에게 포위되어 걷기도 힘들었지만 기자들은 끊임없이 두 사람에게 질문을 건넸다. 후에 여러 명의 경호원이 와서 포위하고 있는 기자들을 강제로 떼어내고 두 사람을 문 앞까지 보호했다. 문 앞에는 배현우의 마이바흐가 세워져 있었는데 그들은 차를 타고 쏜살같이 떠나갔다. 나는 눈을 조금 찡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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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시비의 땅에서 만남을 약속하다

나도 전화를 받아 확인하자 역시나 새로운 내용이 있었는데 한소연이 급성 담낭염이라는 내용이었고 주치의의 인터뷰도 있었다.이것을 보고 나는 배현우가 나를 보호하고 이 일에서 나를 배제하려고 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외부 사람들에게 아픈 사람이 한소연이고 나랑은 상관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한다는 것을 쉽게 보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가 이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만약 그와 내가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고 그가 나를 병원으로 데리고 온 것을 숨기고 싶었다면 내 병까지 숨길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검사한 의사도 바꾸다니, 중요한 일이 아닌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내 병을 외부 사람들이 아는 것이 뭐 어때서? 그리고 내 증상은 병이 아니라 단순 기억상실일뿐인데. 갑자기 내 마음이 움찔했다, 설마 내가 기억을 잃은 것과 상관있는 건가?설마?여기까지 생각한 나는 눈앞에 어릴 적 일들에 관한 여러 가지 가설들이 화면으로 나타났고 임윤아와 이세림의 사진, 오토바이에서 떨어지던 화면 등이 떠올랐다. 그 화면들이 전부 괴이해서 또 머리가 은근히 아파졌다. 나는 또 극심한 두통이 생길까 봐 얼른 심호흡하며 기분을 컨트롤했다. 그 통증은 너무 두려워서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눈앞에 점차 나타나는 화면이 나를 왠지 두렵고 불안하게 했다. 내 낯빛이 어두운 것을 본 도혜선이 얼른 말했다. “다른 주제로 바꾸자. 너 문기태 만나고 싶다며?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아.”그녀가 말하지 않았으면 나는 이 일을 까먹을뻔했다. 이것도 지금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왜?”나는 도혜선을 바라봤다. “이 사람의 행적이 너무 은밀해서 그와 연락이 닿는 사람이 별로 없어.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도혜선이 나에게 말했다. “낯선 번호로 그와 약속을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 내가 보기에는 힘들 것 같아.”“아직 시도도 안 해보고 어떻게 알아? 그 사람 번호만 알게 된다면 내가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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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얼굴을 마주보고 물어보다

문기태가 방에 들어왔을 때 나는 이미 차를 끓여놓고 이 우아하면서도 세월과 경험이 담겨있는 눈빛을 가진 남자를 담담히 바라봤다. 내가 전혀 놀라지 않는 것을 본 그는 담담히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저희 만난 적 있죠?”나도 담담한 척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네, 만난 적 있어요. 이미연의 절친, 한지아라고 합니다.”“들은 적 있어요.”그의 담담함에 나는 조금 긴장되어 손에 힘을 꽉 줬다. 어쨌든 이 사람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 깊고 차가운 호수처럼 알 수 없는 사람이었고 나는 그저 자기 친구를 보호하고 싶은 소녀로서 레벨 차이가 너무 컸다. 우리 모두 자리에 앉았고 꽤나 평온한 마음가짐이었지만 어딘가 조금 거리감이 느껴져 급히 입을 열지 않았다. 사실 나는 입을 떼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이런 사람을 겪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말을 떼야 할지 몰랐다. 나는 직접 차를 따라주고 말했다. “문기태 씨, 차 한잔 드세요.”“한지아 씨가 저와 무슨 용건으로 만나자고 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오히려 그가 먼저 입을 열어 용건을 물었다. “이미연이요.”나는 직접적으로 말하고 그를 바라봤다. 마음속으로 ‘내가 당신과 할 얘기가 이미연 말고 뭐가 있겠어? 왜 모른 척이야?’ 라고 생각했다. 이때의 나는 문기태를 신비한 사람이 아닌 그저 내 절친이 평생을 바쳐 함께하고 싶은 남자로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가벼웠다. 어차피 그도 사람인지라 칠정육욕의 고비는 넘기기 어려울 것이다. “경청해서 들을게요.” 그는 더 이상 묻지도 대답하지도 않고 겸손하게 대답했다. “저는 이미연의 절친이에요. 이미 이미연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거라고 믿어요. 몇 년간 이미연이 줄곧 저를 보살펴줘서 그녀의 모든 것이 저와도 긴밀히 연관되어 있고 이미 제 가족이랑 다름없어요.”내가 한 말은 전혀 과장되지 않았다. 사실 이미연은 내 가족 이상으로 일생 중에 없으면 안 되는 존재이다. 문기태도 나를 빤히 바라보며 눈동자 속에 고민하는 눈빛이 보였는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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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진실된 비교

사실 그가 나를 이렇게 바라보는 게 나는 조금 두려웠다. 그의 잘생긴 두 눈은 심연처럼 깊었고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검은 눈동자가 더욱 깊어져 나의 표정을 탐색하듯 바라봤다. “한지아 씨, 이미연에 대해서 저는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어요.”그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간단히 대답했는데 처음에는 가볍게 느껴졌던 말이 문기태처럼 진중한 사람에게는 또 아주 무겁고 진지한 듯 했다. “포기할 거예요?”나는 여전히 그를 몰아붙였다. “그녀를 품에 안았을 때부터 그녀를 놓을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그는 아주 단호하게 말했고 마치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 같았다. 왜인지 그 순간 나는 조금 감동하였다. 이런 말은 원래 여자를 감동하게 하는 유리한 무기인데 더군다나 문기태가 이런 말을 하다니. 나는 말없이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동태를 살폈다. 무엇을 더 물어볼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원래 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이런 남자에게 차마 입을 뗄 수 없었다.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나는 차갑게 말했다. “솔직히 대답이 마음에 안들어요. 당신에게는 아주 무거운 말일지 몰라도 저는 가볍게 느껴졌어요.”“모든 일이 다 순식간에 변하고, 또 남미주 쪽에 변수가 너무 많아요. 만약 어느 날 당신에게서 이미연의 목숨을 달라고 하면 당신은 보호할 수 없을 거예요. 저는 이런 모험은 하고 싶지 않아요. 이미연이 당신을 위해 죽을 수 있다고 해도 제가 그걸 어떻게 두고 보겠어요.”나는 내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았던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언뜻 그와 이미연을 쟁탈하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문기태는 깊은 두 눈을 무의식적으로 내리깔더니 정교한 찻잔을 한번 바라보고 길쭉하고 흰 손가락으로 찻잔을 돌리며 말했다.“그럼 한지아 씨가 원하는 건 맹세예요?”“아마 저도 여자여서 맹세를 받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나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지아 씨의 총명함이라면 어떠한 맹세도 허황한 것이라는 걸 잘알 텐데요? 특히 제 맹세는. 당신이 말했다시피 남미주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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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흑 아니면 백

내가 동문서답하자 도혜선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조금 어안이 벙벙했다. “그게 무슨 뜻이야?”그녀는 내 옆에 앉아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아마 내가 갑자기 한 말에 그녀가 일시적으로 반응하지 못한 것 같다. “만약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사람을 만난다면 이렇게 고난을 겪지 않아도 되잖아. 너, 나, 그리고 이번에는 이미연! 왜 우리 모두 알맞은 타이밍에 운명적인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까?”나는 도혜선을 바라보며 내 말을 해석했다. 도혜선은 바로 내 말뜻을 이해했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만약 그때 내가 옆에 있는 장영식을 알아보고 순풍에 돛단 듯이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았다면 우리를 평범하고 따뜻한 날들을 보냈을 거야. 얼마나 행복한 일이야.”내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너는 알맞은 타이밍에 서강민을 만났다면 서로 더 아끼고 사랑했을 것 같아. 얼마나 행복했겠어. 이미연도 만약 알맞은 타이밍에 문기태를 만났더라면 지금처럼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됐잖아.”나는 마음이 심란해서 다리를 뻗고 벽에 기대 앉았다. “너는 어떻게 이게 알맞은 타이밍이 아니라고 확신해?”도혜선이 내 말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 사람의 감정을 일반적으로 첫눈에 반하는 것과 시간이 지나서 애정이 생기는 것, 두 가지로 나뉘잖아. 우리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어서 두 가지 감정 모두 피할 수 없었던 거야.”그녀도 나와 같이 기대왔다. “우리 중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이었어. 어떤 감정이든지 요약하면 다 이 두 가지에 속하는 것 같아.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애정이 생긴 경우고, 이미연은 첫눈에 반한 경우야. 넌... 아마 너도 첫눈에 반한 경우인 것 같아. 첫눈에 반한 건 능동적인 거고,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이 생긴 건 피동적인 거야. 그런데 능동적이든지 피동적이든지 마지막에 남는 건 정밖에 없어.”그녀는 해탈한 듯한 말투로 말했다.“그가 ‘나와 이미연은 서로 부속된 것이 아니라 생명이에요.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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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전혀 딴사람 같았다.

콩이의 문제가 나를 말문이 막히게 하여 나는 대충 얼버무리고 얼른 일어섰다. “아가야, 엄마가 오늘은 바빠서 못 데려다주겠어. 외할머니랑 천천히 산책하면서 유치원에 가.”“엄마, 그러면 언제 돌아와요? 우리 언제 섬에 가요?”의자에서 내려온 후 엉덩이를 씰룩거리면서 뛰어 오는 콩이의 눈빛에 기대가 가득 차 있었다. 함부로 대답하면 끊임없는 질문 세례를 받을 것이 뻔해서 나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나는 하마터면 자신의 입을 때릴뻔했다, 이놈의 입!아무 이유 없이 그걸 왜 말했는지. 가더라도 서프라이즈로 갑자기 가는 게 좋았을 텐데. 이미 말을 꺼냈는데 지키지 못하면 어떡하지?지키지 못하면 콩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꼭 지켜야 한다. 흥분된 콩이의 작은 얼굴을 보고 나는 몸을 숙여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가 울산에서 돌아오면 가자.”저번에는 신호연때문에 난리가 나서 못 갔는데 마침 엄마, 아빠를 모시고 쉬어야 할때가 된 것 같다. 나는 울산에 가기 위해 준비한 작은 캐리어를 트렁크에 넣고 콩이에게 인사를 한 뒤, 차를 타고 출근했다. 그런데 내 차가 금방 골드 빌리지 앞을 지날 때 대문 앞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을 봤는데 머리는 희끗희끗하고 얼굴은 초췌했으며 몸집도 많이 야위었다. 그녀는 수시로 대문 안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초조하고 긴장한 것 같았다. 너무 익숙하지만 이미 남이 된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넋을 잃었다.그 사람은 바로 신호연의 엄마이자 콩이의 할머니인 김향옥이었다. 아침부터 여기에 찾아와 수시로 안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보아 우리 집의 사람을 기다리는 게 확실했다. 정확히 말하면 콩이를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눈빛에 드러난 갈망으로 보아 그녀는 아주 급박해 보였다. 내 차가 바로 그녀의 옆으로 지나갔는데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여전히 목을 길게 뻗고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원래 그냥 그녀의 존재를 무시하고 그냥 차를 타고 지나가려고 했는데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내가 차를 바꾼 사실을 전혀 모르는 듯 했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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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불쌍한 사람의 증오

내말을 듣고 그녀는 제자리에 입을 벌리고 굳어버렸다. 마치 내가 진심으로 한 말인지 내 표정을 관찰했고 내 상냥한 얼굴이 믿기지 않는듯 했다. 나는 속으로 불쌍한 사람에게 꼭 증오심도 있다고 남몰래 투덜거렸다.한참동안 대치하다 그녀는 내 눈빛을 피하고 작은소리로 웅얼거렸다. “난, 난 그냥 보려고.”김향옥의 모습을 보고 나는 또 마음이 약해졌다. 생각해 보면 이미 반년이나 콩이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내가 이혼하기 전 그들이 별장에서 살았을 때 보고 그 후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러니 지금 그녀가 얼마나 큰 용기를 내 지금 여기에 서 있는지 상상할 수 있었다. “제 전화번호 있잖아요. 보고 싶으면 전화주시면 돼요.”나는 최대한 평온한 말투를 유지하며 말했다. 그녀는 의혹에 가득 찬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그... 내가 콩이를 만나도 돼? 막지 않을 거야?”“저는 한 번도 만나지 말라고 한적이 없어요. 그저 콩이의 일상생활을 방해하지 않고 흐트러지게 하지 않고 다치게 하지 않는다면 막지 않을 거예요.”만나는 것을 막지는 않겠지만 요구가 있었다. 김향옥의 눈가가 순식간에 빨갛게 되었고 방금까지 경계하던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눈빛이 부드러워지며 불쌍한 표정으로 울먹거리며 말했다. “내가 왜 다치게 하겠어. 그 애는 내...”그녀는 나를 몰래 한번 바라보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 “... 내 손녀잖아.”나는 그녀를 데리고 그늘로 가 가방에서 종이를 꺼내 전달하고 또 차에서 물을 한 병 꺼내줬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보아하니 이미 한참 밖에서 기다린 것 같았다.그녀는 여전히 나를 두려워하고 또 조금 원망했다. 내가 사는 집에 대해 아마 계속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을 텐데 고생하고 있는 그녀에게 이 집이 얼마나 큰 유혹인지, 그리고 눈뜨고 나에게 점령당한 기분이 어떤지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전화를 꺼내 엄마에게 집에서 나왔는지 전화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콩이의 할머니가 콩이를 보러 문 앞에 와있다고 전했다. 전화기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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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그때 왜 그랬는지

문 앞의 김향옥은 순식간에 멘탈이 붕괴되어 안으로 팔을 뻗어 손을 흔들며 다급하게 외쳤다. “콩이야, 이리 와. 콩이야...”그순간, 아무리 큰 원한이 있었더라도 모두 눈 녹듯 사라지고 그녀는 단지 황혼의 노인일 뿐이었다. 특히 김향옥은 한평생 진정으로 마음 편히 지낸 적이 없었다. 진짜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 직면하다니. 그런데 이런 상황이 생긴 것은 또 누구의 책임인가. 나는 코끝이 찡해서 고개를 돌리고 숨죽여 울음을 삼켰다. 나는 두 눈으로 직접 콩이라 뒤로 피하고 무너져 내린 김향옥이 흐느껴 우는 것을 봤다. “콩이야, 이리 와. 할머니 안보고싶었어? 할머니야...”그녀는 조급함에 두리번거리며 도움을 청하려는 듯 했고 더 안에 들어가고 싶었다. 나는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서 문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를 본 콩이는 소리쳤다. “엄마!”그러고는 외할머니의 손을 놓았다. 그런데 조급해하는 할머니를 보고 달려오지 않았다. 나는 콩이가 무서워하는 건지 아니면 배척하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할머니의 변화가 너무 커 낯설어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김향옥이 곁으로 가서 그녀를 위로했다. “급해하지 마세요. 제가 타일러볼게요.”김향옥은 눈물로 범벅된 얼굴로 나를 바라봤는데 눈에는 간절함으로 가득 찼다. 사실 내 마음속에는 측은함과 조금의 원망이 있었다. 이럴 거면 애초에 그러지 말지, 조금이라고 덜 매정하게, 아이에게 잘 해줬더라면 오늘 콩이가 이런 표정일 리 없다. 엄마는 또 콩이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뭐라고 말했다. 아마 다가오도록 타이르는 것 같았는데 역시 우리 집에는 독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김향옥이 나를 간절히 바라보며 말했다. “지아야, 딱 한 번만 안아볼게. 콩이야, 이리 와. 할머니가 한번 안아보자. 할머니 안보고 싶었어?”나는 들어가 콩이 앞에 무릎 꿇고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콩이야, 가서 할머니 만나봐. 할머니가 콩이가 너무 보고 싶었대. 할머니는 지금 나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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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갑자기 방문한 고객

나는 김향옥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며 마음이 좋지 않았다. 예전의 우리는 비밀 없이 모든 걸 얘기하는 사이였는데 지금은 이렇게 되다니,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것 같다. 난 아직도 돌잔치에서 신연아를 도와 날 욕하던 장면을 기억하는데 지금 그녀의 모습을 보니 그녀의 지금 생활도 순탄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면 이렇게까지 초라할 리 없었다. 차에 오른 후 곧장 회사로 향했지만 이상하게 마음 한 켠이 우울했다. 긴급한 일을 처리하고 장영식에게 울산에 다녀오겠다고 말하자 그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하루 미루는 게 어때? 내일 같이 가자.”“오빠도 가려고?”“저번에 말했잖아. 나도 마침 울산에 친구 몇 명 만나러 가야 한다고.”장영식이 부드럽게 날 보며 웃었다. “오늘 부산에서 손님이 오기로 해서 못가.”생각해 보니 하루쯤은 미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아니면 아침에 생긴 일 때문에 기분이 하루 종일 안 좋을 것 같았다. 나는 콩이도 오늘 기분이 안 좋을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해월에게 비행기 티켓 변경해달라고 할게. “마침 민여진도 회사에 와 있었다. 그녀의 사무실이 비록 여기에 있지만 그녀는 일 때문에 항상 건설자재 시장에 있었고 아침저녁에만 회사에 왔다. 가끔 바쁠 때는 며칠씩 회사에 오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나는 그녀를 상당히 신임했다. 그녀가 회사에 온 이후로 이동철과의 인수인계도 잘 됐고 이동철은 비록 시장 쪽 업무를 민여진에게 인수인계했지만 여전히 시장 개척에 힘썼는데 이것이 나를 제일 안심시켰다.우리 직원들은 다들 사이가 좋았고 누구도 모난 사람이 없었다. 민여진이 직접 나를 찾아온 것을 보니 용건이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내 사무실에 들어왔고 민여진이 내게 말했다. “신연아가 자꾸 협력업체와 접촉해서 요즘 바빴어요.”민여진은 그녀가 몰래 연락한 업체 몇 곳을 알아냈는데 그녀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민여진이 나에게 준 리스트를 보고 그녀가 손을 쓰기 시작한 것을 본 나는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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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느끼한 남자

안산은 인천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지만 경제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 인천과 비교하면 천지차이였다. 비록 인천과 가깝지만 한가지 지리적 특징이 부족한데 그것은 바로 해안선이었다. 그래서 개발이 인천에 비해 많이 늦었다. 몇 년간 신호연은 안산에 공정이 없었는데 주요한 원인이 개발이 늦어 공정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나도 예전에는 안산을 고려한적이 없는데 오늘 안산의 고객이 찾아오니 지금 그곳의 상황이 어떤지 궁금해졌다. “맞아요. 다들 개발업을 하고 있어서 친구가 아니더라도 다들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에요. 모두 신흥의 인테리어가 서울에서 최고라고 해서 예전부터 한 대표님과 한번 협업하고 싶었는데 계속 타이밍이 맞지 않았어요.”그는 내 얼굴을 보며 아주 가식적으로 웃었는데 하는 말도 어색하고 말이 앞뒤가 맞지 않았다. 나는 담담히 웃었다. “권 대표님, 과찬입니다. 신흥은 그저 평범한 회사예요. 올해도 힘들게 버티고 있어요. 그래서 권 대표님이 최고라고 하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다만 신흥은 일할 때 성실과 신용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품질로 승부를 보고 있어요. 권 대표님께서 지금 건설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나요?”나는 그와 말을 에둘러 하고 싶지 않아 직설적으로 물어봤다. “한 대표님 너무 겸손하시네요.”그의 두 눈이 줄곧 나를 뚫어지게 쳐다봐서 사람을 불편하게 했다. “프로젝트 있는데 올해 안산의 중요한 공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윗선에서 안산의 랜드마크로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공정 레벨을 높여야 해요. 높은 수준의 공정이 필요해서 저희도 신중해야 하고 또 이렇게 기회가 되어 한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어요.”“권 대표님, 감사합니다.”나는 마음이 움찔했다. 안산에 중요 공정이 있다고?나는 ‘중요’라는 단어를 좋아했다. 그런데 눈앞의 사람은 아무리 봐도 중요랑은 거리가 멀어 보였다. 내가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외모가 사람 됨됨이를 따라간다고 이 느끼한 아저씨는 두터운 인품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동태눈깔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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