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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 후 화려한 돌싱맘: Chapter 381 - Chapter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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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화 사연 있는 여자

방에 있던 두 사람을 보고 나는 살짝 놀랐다. 혹시 두 사람을 방해한 건 아닌지 난감했다.문을 연 사람이 나임을 확인한 이청원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한 대표님, 얼른 들어오세요, 오래 기다렸다고요!”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나를 빤히 쳐다보던 그 여인은 여전히 깁스한 내 팔을 훑더니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던 이청원은 여인에게 나를 소개했다.“소개해 드릴게요. 이쪽은 신흥건재 한 대표님, 한지아라고 해요.”이청원은 손으로 나를 가리키며 먼저 그 여인에게 내 소개를 해주고는 나를 보며 말했다.“한 대표님, 이쪽은 경공관의 주인이신 기태희님이에요.”나는 먼저 왼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기 여사님,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태희는 미소를 지으며 왼손을 뻗어 악수에 응했다. 배려심이 행동에서 묻어나왔다.자리에 앉은 후 이청원은 내 팔을 보며 물었다.“아직도 안 나은 거예요?”“네, 곧 풀 수 있을 거예요, 풀면 많이 낫겠죠!”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낡은 상처에 새 상처가 덧나겠네요. 부끄럽습니다. 아, 상처 얘기를 하니 이 대표님께도 감사를 드려야지요, 결정적인 시각에 지원군을 보내주셨으니.”나는 바로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아직 이청원과 기태희 간의 관계를 제대로 알 수가 없어 함부로 말을 꺼내지 못했기에 보호 대신 지원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이청원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미소를 짓고는 총기로 번뜩이는 두 눈으로 나를 힐끗 바라보더니 말했다.“별말씀을요, 힘든 일도 아닌데요, 뭐, 신경 쓰지 마세요.”기태희는 손을 뻗어 우아한 자태로 뜨거운 물로 다기를 깨끗이 하고는 차 한 잔을 따라줬다. 나는 두 손으로 받아 들고 한 모금 적시고는 감탄했다.“차 맛이 너무 좋네요!”약간의 과장이 섞여 있었지만 차 맛이 좋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눈앞의 여인은 물처럼 맑고, 달빛 아래 연못에 피어나는 연꽃과도 같았다. 고상하고 우아하며 눈에 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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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미끼부터 던져보기

나는 다시 앉으며 이청원을 바라보고 물었다.“이 대표님이 무슨 일이실까요?”“중요한 일은 아니고요, 평택의 설계 프로젝트가 계획이 완료되어서요. 전반적인 설계는 이미 심사 통과했고 얼마 안 있으면 시작될 것 같아요.”그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을 이었다.“요즘 마침 여유가 있으니 이야기라도 하려고 했죠.”나는 머리를 굴린 후 바로 말을 이었다.“사람이 필요하신 거죠? 천우 그룹의 프로젝트가 곧 끝날 예정이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 사람들은 곧 돌려보낼 겁니다. 항상 이 대표님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왠지 말로만 감사 인사를 전하기가 민망하네요!”이청원은 옅게 웃었다. 이 남자를 알고 난 후부터 항상 든 생각이었는데, 이청원이 진심으로 미소를 지을 때면 그 모습이 상당히 매력적이었고 독특한 남성미를 풍기고 있었다.“내가 뭐 사람을 돌려받으러 온 줄 아나 보죠?”이청원이 소파에 기대며 흔치 않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오만함과 교활함을 벗은 채 말을 이었다.“어때요, 계속 협력할 마음은 있어요?”나는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당연하죠, 제가 아니라 이 대표님께서 저희와의 협력에 만족하셨는지가 중요하죠!”“전 평택시 건축과 내부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싶어요. 원래는 혼자 하려고 했는데 힘에 부치는지라 외부에 맡기려고 생각 중이죠.”이청원이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다만, 저는 좀 프리미엄 라인으로 하고 싶거든요. 전에 15만 평짜리 2차 프로젝트를 제가 직접 검수했었는데, 상당히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함께 의논 좀 하려고요.”이청원의 말에서 한가지 정보를 캐치했다. 힘에 부친다라, 이청원이 또 무언가 큰일을 벌려서 힘에 부치는 것이 아닐까?“이 대표님의 요구가 어떤가에 달렸죠. 올해 저와 장영식의 생각도 좀 바뀌었어요, 마침 저희도 고급화 전략을 하기로 해 저희만의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거든요. 해외에 있는 디자인 팀들도 초청하려고요. 이쪽에서는 저와 장 부장님에게 좋은 조건이 있어요, 영식이 해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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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의도적인 괴롭힘

이청원은 내 말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배유정이 사생결단으로 덤빈다면 그렇겠죠!”왠지 모르지만 이청원의 한마디에 내 심장이 미친 듯 요동쳤다. 배유정이 필사적으로 덤빈다면 피해를 볼 것은 천우 그룹이 분명했다.그럼 이청원은 나한테 무엇을 암시하고 있는 것일까? 전희와 관련된 일이었기에 직접 묻지도 못하는 노릇이었다.사실 지금껏 나와 이청원 사이의 대화는 의도적으로 전희를 피하고 있었다.잠시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에 이청원의 말이 다시 들렸다.“그럼 고급화 전략을 하겠다는 건, 에메랄드 그린을 참고한 건가요?”나는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솔직하게 대답했다.“맞아요!” 나에게 변희준을 소개해 준 건 이청원이었기 때문이다.“혹시나 해서 알려주는 건데, 너무 빨리 이루려고 하지 말아요. 에메랄드 그린에 실력이 상당한 기획팀이 있는데 전 세계적인 엘리트들만 모아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직 아무도 따라 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한 대표님도 조심해요!”나는 옅게 웃었다.“지금 절 공격하시는 건가요?”“아니죠, 그저 충고하는 거예요. 어떤 일은 천지인 삼박자가 다 맞아야 성공하는 법이잖아요?”“네, 고마워요! 항상 신중하게 행동할게요!”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청원에 대한 호감이 조금 깊어짐을 느꼈다. 이럴 때 객관적인 충고를 해줄 수 있다는 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우리는 반나절 동안 오랜 대화를 나눴다.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이청원은 갑자기 등 뒤로 한마디 남겼다.“사실 경호원을 더 많이 보낸 건 배현우였어요!”나는 자리에 우뚝 멈춘 채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그저 왼손을 들어 손 인사만 남긴 채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이청원이 말하지 않아도 그날 경호원 사이에 배현우의 사람도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이미 그날 병원에서 확신을 하게 됐다. ‘일이 다 끝났네요.’라는 말에 배현우도 반박하지 않았다는 건 단순히 정보만 내놓은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이청원도 흥미로운 사람이었다. 내가 어떻게 떠보든 원칙대로 걸려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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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지나친 과시

내 제안이 떨어지자마자 한소연의 매니저가 극구 반대했다.“갔다 왔다 무슨 소동이에요. 우리 소연 씨 시간이 남아도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한가해 보여요?”나는 눈에 힘을 주고 쳐다봤다. 한소연의 매니저인 임가연은 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한소연만 믿고 막 나가는 듯 오만한 얼굴을 한 채 내 제안을 반박했다.진즉에 이미연으로부터 임가연에 대한 소문을 들었었다. 한소연의 세력을 이용해 이미연을 자리에서 내쫓으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이번에는 그 시한폭탄이 내 손에 들어와 버렸다. 임가연의 속셈은 뻔히 보였다. 한소연이 이미 유명한 톱스타가 된 데다 배현우라는 동아줄까지 잡았으니 그녀도 자신이 뭐라도 된 듯 약자를 괴롭힐 셈이었다.한소연의 어시스트는 이미연이 한소연 옆에 심어둔 사람으로 그녀의 말에 의하면 임가연이 이세림과 사적으로 모종의 관계가 있다고 한다.역시 그 팬들의 화력 또한 그녀와 연관이 있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나는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번뜩였다. 이 일을 계기로 나 또한 흥미진진한 연극을 계획하고 싶었다. 임가연을 이용해 이세림에게 우리와 한소연이 공개적으로 맞서고 있다는 소식을 전달하게 해 이세림을 다시 끌어내 올 생각이었다.이런 아이디어가 떠오르자 나는 물러설 수 없었다.“문제를 찾아내 소연 씨를 만족시키려면 모델 하우스에 가야만 해요. 그래야 가장 직관적으로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내고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있죠.”나는 강경한 태도로 말을 이었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왜냐하면, 저도 그렇게 한가하진 않거든요!”내 말이 끝나자 이미연이 의미심장하게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눈동자를 번뜩였다.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됐고 특히 책임자가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모두 티를 내지 않았지만, 이 회의가 필요하지 않은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우리 소연 씨가 다음 일정이 있어서요. 여기서 당신들 잘못을 하나하나 짚어줄 시간은 없네요.” 임가연이 내 도발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불만의 소리를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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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하늘에서 떨어진 기회

천우 그룹 책임자는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 “그... 그게, 저도 결재를 받아야 하는 부분이라서요.”“좋습니다, 기다릴 수 있어요!”말을 마친 나는 아예 미팅룸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이미연이 감탄의 눈빛을 보내며 애써 웃음을 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바빠진 쪽은 임가연이었다.“한 대표님, 무슨 뜻이에요? 저희도 함께 기다리라는 뜻인가요?”“그럼요?”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도발의 뜻으로 물었다.임가연이 목소리를 낮추며 반문했다. “무슨 뜻이죠?”프로젝트 책임자는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 “한 대표님, 아니면 저희... 먼저 방안부터 확정하고 다시 결재를 부탁해보는 게 어떨까요?”“그럴 필요 없어요!”차가운 목소리가 순식간에 책임자의 말을 가로챘다.목소리와 함께 배현우가 성큼성큼 미팅룸으로 들어왔고 그 옆에는 한소연이 껌딱지처럼 찰싹 붙어 들어오고 있었다.배현우는 들어오고 나서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쓱 훑더니 아직 깁스를 풀지 못한 내 팔에 시선을 뒀다.“한 대표님의 말대로 해요, 타이틀에 추가하죠!”나는 배현우가 바로 내 요구에 동의할 줄 몰랐던지라 심장이 쿵 하고 요동쳤다.임가연은 배현우의 등장에 바로 아주 가득한 미소를 띠고는 배현우를 향해 말했다.“배 대표님, 그...계약에 어긋나는 일이 아닐까요? 저희는 천우 그룹 모델인데 또 다른 타이틀까지 추가되면... 저희도 돌아가서 뭐라 전달하기 힘드네요. 신흥까지...”“그래서요? 이젠 천우 그룹 위에 있단 말인가요?”배현우가 차가운 눈동자로 임가연을 응시하며 말했다.“아니요, 절대 그런 게 아니라!”임가연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전에는... 그러지 않았으니까요... 신흥이 타이틀에 추가되면 우리 소연 씨 이미지를 홍보에 사용한 것인데, 그럼 따로 계약 비용을 받아야죠.”“신흥은 천우 그룹 파트너사에요. 천우 그룹에 전속 협력하고 있죠. 가연 씨 뜻대로라면 그럼 소연 씨를 기용하려면 저희 천우 그룹에서 돈을 두 배로 내야 한단 말인가요?”배현우가 오만하게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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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낚시질

“그럼요, 한 대표님. 문제없어요!” 디자이너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이 디자이너는 장영식이 해외에서 스카우트해 온 친구로 그의 후배 조이스의 친구였고 이름은 제니라고 했다.그녀는 국제적인 실내 인테리어 디자인 대회에서 신인상을 받은 이력이 있었다. 실내 인테리어 업계는 발전 공간이 무궁무진했고 이런 큰 영예를 얻었다는 건 출중한 그녀의 실력을 증명해 줬다. 이번에는 조이스를 따라 국내로 돌아오게 된 것이었다.나와 영식이 경영 방향을 새로 조정한 뒤로 영식은 이미 좋은 인재들을 스카우트 해오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녔고 나도 내 나름대로 예상안을 세웠다. 지금 손에 있는 몇 가지 프로젝트를 통해 튼실한 기반을 마련한 데다 도혜선의 지지로 자신감이 충전된 상태였다.팔에 깁스를 푼 후 서울로 올라가 이랑과의 물밑 작업을 다시 진행해 적당한 시기에 바로 합병을 추진할 계획이었다.모델 하우스에 도착했고 나는 이곳의 인테리어에 꽤 만족하고 있었다. 소프트 인테리어의 추가는 금상첨화였고 완벽해서 손댈 곳이 없었다.이런 걸 한소연이 만족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헛소리하고 있음이 분명했다.안으로 들어서자 배현우도 자리에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직접 함께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한소연은 모델 하우스에 들어서자마자 이곳의 모든 것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탐욕이 서려 있는 눈을 통해서도 그녀가 이 아름다운 디자인에 매료돼 100% 만족하고 있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나는 이 의도적인 괴롭힘이 그녀의 뜻이 아니라 배후에서 조종하는 누군가가 있을 것임을 확신했다.하지만 나는 바로 진실을 들춰낼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나로서도 이득인 셈이니 얕은수를 더 쓸 필요는 없었다. 이번 의외의 소동에서 십 분도 채 안 돼 승부는 정해졌으니 이젠 그녀의 뜻대로 고분고분 응해주는 편이 나았다.앞으로의 판은 한소연이 어떻게 끌고 갈지에 달려있었다. 그녀가 더 난리를 부려줄수록 진짜처럼 보일 테니까.이세림이 우리의 충돌을 알게 된 데다 내가 이득까지 취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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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진짜 멍청이

배현우의 눈에는 알 수 없는 빛이 언뜻 지나가더니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지아 씨, 당신이 그렇게 멍청이는 아니라고 믿어요.”그의 말에 나는 헉 하고 숨을 참았다. 또 나를 멍청하다고 말하는 배현우였다.나는 이에 맞서 빈정거렸다.“당신 눈에 나는 멍청이로 보이겠죠, 그래서 내 감정은 무시한 채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 아니에요? 배현우 씨 너무 자기중심적이에요, 눈에 다른 사람이 보이긴 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도 생각이란 것이 있고, 존엄도, 권리도 있다는 건 알고 있어요?”나는 갑자기 감정이 격해졌다. “그래요, 나 멍청해요. 하도 멍청해서 당신이나 당신 사람들이나 다 절 바보라고 생각하는지 날 이리저리 갖고 놀기나 하고. 그래도 나는 잠도 못 자고 걱정이나 했죠. 멍청해서 내가 상처받더라도 당신 그 연극에 맞춰줄 생각부터 하고, 속고 속이는 그 판에 끼어서 남자 하나 때문에 목숨도 내놓으려고 한 거겠죠.”나는 갑자기 배현우의 눈빛이 긴장해지며 주먹을 살짝 감아쥐는 게 보였다.“현우 씨 당신이 그러고도 남자예요? 내 두 눈으로 직접 당신의 차가운 얼굴을 보고서도 당신이 고개 돌려주기만을 바보처럼 기다리고 있잖아요. 당신 말이 맞아요, 사실 나 그냥 멍청이예요, 오늘에서야 제대로 증명한 거지만요...”눈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자 눈을 내리깔았다. 잠시 후 옅게 한숨을 내쉬고는 담담하게 뱉었다. “됐어요.”무슨 뜻으로 내뱉은 세글자인지 나 자신도 잘 몰랐다.이 한마디를 내뱉자마자 김빠진 축구공처럼 온몸에 힘이 쭉 빠져버렸다. 드디어 내 입으로 이 말을 할 날이 오다니, 간신히 내 자존심은 지켰지만, 영혼을 빼앗긴 느낌이었다.“앞으로 협력이 남아 있으니, 그저 협력 관계로 지내요.” 나는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려 했지만 가득한 실망감을 숨기지는 못했다.“다음은요?” 그는 매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여유로운 태도였다.“다음은 없어요. 그렇게 고고하게 내가 모든 이유를 늘어놓길 기다리고 있지 말아요. 아무리 많이 말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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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덫을 놓다

그리고 그들을 다시 한번 주의 깊게 쳐다보곤 씩 의미심장하게 웃어 주었다. 마치 걸려들었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천천히 몸을 돌려 쿨하게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돌아선 순간, 얼굴의 웃음기는 사라졌다. 마음을 조이는듯한 고통은 이루어 다 말할 수 없이 아팠다.나에 대한 원망이 밀려왔다. 이렇게까지 강압적으로 나갔어야 했는지, 내 손으로 모든 퇴로를 막아버렸다.‘퇴로’라는 말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나밖에 모른다. 이 웃음이 나를 얼마나 지치게 하는지, 얼마나 내 영혼을 갉아먹고 있는지, 얼마나 나를 아프게 하고 있는지 말이다.숨을 크게 한번 내쉬고 나는 감정을 다잡고 집으로 들어갔다. 누구에게도 나의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한숨 돌리고 있을 때 마침 제니가 다가왔다. 나한테 노트북을 건네주고는 어찌할 바가 없다는 듯 머리를 도리도리 저었다.나는 몇 장 넘겨 보곤 제니한테 물어보았다.“곧바로 토론 회의를 열고 싶은데 이 자료들 빨리 정리해서 나한테 줄 수 있겠어요?”“네!” 그녀가 단호하게 대답했다.“얼마나 걸려요?”나는 제니를 유심히 바라보며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이 일에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과 얽혀있으면 내 기분만 더러울 뿐이었고 나한텐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많았다.“아무 때나 처리할 수 있습니다. 차 안, 회의실 노트북을 쓸 수 있는 곳이라면 많은 시간은 필요 없습니다.” 그녀의 자신감 넘치는 얼굴을 보니 내 속이 다 시원해졌다.누가 남자가 일할 때 제일 섹시하대, 여자도 마찬가지로 멋있기만 하구만.나는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그럼 소연 씨한테 한번 물어봐요, 또 다른 요구사항은 없는지! 소연 씨보고 확실히 결정을 내리고 답하라고 하세요, 오늘 내로 그녀의 일을 해결해야겠어요!”센스있는 제니는 내 말에 바로 입꼬리를 씩 올렸다.“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나는 제니에 대한 인상이 아주 좋았다. 처음 나의 사무실에 들어오는 순간, 왠지 모르게 친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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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한꺼번에 해결

그녀는 마치 독사처럼 나를 쏘아보며 오만하게 물어왔다.“그게 무슨 뜻이죠?”임가연은 이 상황이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그녀가 원하는 건 이미연의 자리라는걸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으니까.“말 그대로예요! 매니저가 아주 잘-맞-아 !”나는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해주었다.미연이는 임가연의 울그락 불그락한 얼굴빛을 보곤 웃으면서 나한테 말했다.“한 대표님 모르시는구나, 우리 가연 씨 꿈이 얼마나 큰데요, 실력도 좋아요.”나는 경멸하듯 코웃음을 치고는 말했다.“꿈이야 누구나 꿀 수 있죠!”“뭐라고요?” 거리가 멀어선지 잘 듣지 못한 그녀는 나한테 다시 물어왔다.“등신!” 나는 그녀를 향해 눈을 깜박이며 장난스럽게 씩 웃어 보였다.그러고는 한소연을 돌아보며 소리 높여 말했다.“한소연 씨, 또 보충하실 거 있으세요? 아니면 계속할까요?”그녀는 몸을 돌려 탐욕스러운 눈으로 여기저기 살폈다. 모델하우스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안달이었다.배현우의 팔짱을 낀 채로 여운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하죠! 많이 말해봤자 저의 요구에 도달도 못할 텐데요 뭐.”“그건 안되죠! 요구치에 도달 못한다면 우리 쪽 책임이죠, 소연 씨 시간을 너무 잡아먹으면 안 되잖아요. 아까도 매니저 씨께서 불쾌해하시면서 소연 씨 스케줄이 꽉 찼는데 저희가 시간 낭비 하고 계신다고 하셨거든요.”“그러니 오늘 오신 김에 모두 해결하고 가시죠! 또 번거롭게 걸음 하시지 마시고요! 그래야 다들 시간 절약하고 힘도 덜 들죠!”나의 말에 많은 분들이 공감했다. 프로젝트 책임자인 이 부장님과 미연이도 찬사의 눈빛을 보냈다. 그러든 말든 배현우는 여전히 내 말을 못들은 것처럼 손을 주머니에 넣고 곳곳을 돌아보았다.그 옆엔 제니가 머리를 파묻고 노트북을 바라보고 있었다. 작은 손이 쉴 새 없이 키보드를 두드려댔다.모두 속을 훤히 알고 있으니 한소연도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나는 이 부장님에게 물어보았다.“한소연 씨께서 문제없다고 하시니 천우 그룹으로 돌아가시죠! 회의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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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도발의 의미

제니는 모델 하우스의 원래 도면을 모두에게 보여줬다. 사진 속 모델 하우스는 화려하고 정교하며 상당히 아름다웠다. 곳곳에 유럽풍의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풍겼으며 반짝이고 찬란한 시각적 효과를 보여주고 있었다.자리에 있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모델 하우스의 결과물에 다들 만족하고 있는 모양이었다.제니는 두 쌍의 이미지를 하나하나 보여주며 이미지를 넘길 때마다 진지한 태도로 한소연에게 물었다.“소연 씨는 이렇게 하고 싶은 거죠?”그녀의 말투는 상당히 부드럽고 온화했으며 감정의 요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천천히 한소연의 생각을 첨부하며 누구보다 진지한 태도로 설명을 이어 나갔다.한소연은 이런 제니의 나긋나긋한 리드 아래 완전히 몰입한 채 사람들 앞에서 자기 생각을 표현했다.그녀는 상당히 우아한 태도로 끊임없이 자기 생각을 전했고 그럴 때마다 제니가 부가 설명을 해주며 이런 뜻이 맞는지 한소연의 의견을 물었다.한소연은 우아하게 손을 내리치며 지적하더니 감탄을 금치 못했다.“네! 맞아요, 이게 맞죠, 효과가 바로 나타나잖아요. 맞아요, 너무 아름답네요, 바로 이거예요.”모두 집중한 채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전체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었고 한소연 같은 대스타의 안목을 확인하고 싶었다.그녀의 흥분한 모습은 모든 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으니 역시 톱스타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임가연 또한 옆에서 한마디씩 거들며 한소연을 도와 맞장구를 쳤다.나는 스크린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호기심, 짜릿함이 느껴졌다.마지막 짜릿함이라는 단어는 제니에게 보내는 것이었다.그녀는 한껏 집중한 채 노트북으로 각도를 수정하고, 색깔과 장식을 바꿔나갔다.나는 담담한 눈빛으로 회의실에 자리한 사람들이 스크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들을 훑었다. 특히 천우 그룹의 디자이너들은 원래 있던 흥분이 서서히 복잡한 표정으로 바뀌고 있었다.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가볍게 입꼬리를 올려 승리를 만끽하고 있을 때 나를 빤히 응시하는 차갑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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