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 그룹 책임자는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 “그... 그게, 저도 결재를 받아야 하는 부분이라서요.”“좋습니다, 기다릴 수 있어요!”말을 마친 나는 아예 미팅룸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이미연이 감탄의 눈빛을 보내며 애써 웃음을 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바빠진 쪽은 임가연이었다.“한 대표님, 무슨 뜻이에요? 저희도 함께 기다리라는 뜻인가요?”“그럼요?”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도발의 뜻으로 물었다.임가연이 목소리를 낮추며 반문했다. “무슨 뜻이죠?”프로젝트 책임자는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 “한 대표님, 아니면 저희... 먼저 방안부터 확정하고 다시 결재를 부탁해보는 게 어떨까요?”“그럴 필요 없어요!”차가운 목소리가 순식간에 책임자의 말을 가로챘다.목소리와 함께 배현우가 성큼성큼 미팅룸으로 들어왔고 그 옆에는 한소연이 껌딱지처럼 찰싹 붙어 들어오고 있었다.배현우는 들어오고 나서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쓱 훑더니 아직 깁스를 풀지 못한 내 팔에 시선을 뒀다.“한 대표님의 말대로 해요, 타이틀에 추가하죠!”나는 배현우가 바로 내 요구에 동의할 줄 몰랐던지라 심장이 쿵 하고 요동쳤다.임가연은 배현우의 등장에 바로 아주 가득한 미소를 띠고는 배현우를 향해 말했다.“배 대표님, 그...계약에 어긋나는 일이 아닐까요? 저희는 천우 그룹 모델인데 또 다른 타이틀까지 추가되면... 저희도 돌아가서 뭐라 전달하기 힘드네요. 신흥까지...”“그래서요? 이젠 천우 그룹 위에 있단 말인가요?”배현우가 차가운 눈동자로 임가연을 응시하며 말했다.“아니요, 절대 그런 게 아니라!”임가연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전에는... 그러지 않았으니까요... 신흥이 타이틀에 추가되면 우리 소연 씨 이미지를 홍보에 사용한 것인데, 그럼 따로 계약 비용을 받아야죠.”“신흥은 천우 그룹 파트너사에요. 천우 그룹에 전속 협력하고 있죠. 가연 씨 뜻대로라면 그럼 소연 씨를 기용하려면 저희 천우 그룹에서 돈을 두 배로 내야 한단 말인가요?”배현우가 오만하게 물
“그럼요, 한 대표님. 문제없어요!” 디자이너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이 디자이너는 장영식이 해외에서 스카우트해 온 친구로 그의 후배 조이스의 친구였고 이름은 제니라고 했다.그녀는 국제적인 실내 인테리어 디자인 대회에서 신인상을 받은 이력이 있었다. 실내 인테리어 업계는 발전 공간이 무궁무진했고 이런 큰 영예를 얻었다는 건 출중한 그녀의 실력을 증명해 줬다. 이번에는 조이스를 따라 국내로 돌아오게 된 것이었다.나와 영식이 경영 방향을 새로 조정한 뒤로 영식은 이미 좋은 인재들을 스카우트 해오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녔고 나도 내 나름대로 예상안을 세웠다. 지금 손에 있는 몇 가지 프로젝트를 통해 튼실한 기반을 마련한 데다 도혜선의 지지로 자신감이 충전된 상태였다.팔에 깁스를 푼 후 서울로 올라가 이랑과의 물밑 작업을 다시 진행해 적당한 시기에 바로 합병을 추진할 계획이었다.모델 하우스에 도착했고 나는 이곳의 인테리어에 꽤 만족하고 있었다. 소프트 인테리어의 추가는 금상첨화였고 완벽해서 손댈 곳이 없었다.이런 걸 한소연이 만족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헛소리하고 있음이 분명했다.안으로 들어서자 배현우도 자리에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직접 함께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한소연은 모델 하우스에 들어서자마자 이곳의 모든 것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탐욕이 서려 있는 눈을 통해서도 그녀가 이 아름다운 디자인에 매료돼 100% 만족하고 있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나는 이 의도적인 괴롭힘이 그녀의 뜻이 아니라 배후에서 조종하는 누군가가 있을 것임을 확신했다.하지만 나는 바로 진실을 들춰낼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나로서도 이득인 셈이니 얕은수를 더 쓸 필요는 없었다. 이번 의외의 소동에서 십 분도 채 안 돼 승부는 정해졌으니 이젠 그녀의 뜻대로 고분고분 응해주는 편이 나았다.앞으로의 판은 한소연이 어떻게 끌고 갈지에 달려있었다. 그녀가 더 난리를 부려줄수록 진짜처럼 보일 테니까.이세림이 우리의 충돌을 알게 된 데다 내가 이득까지 취했으니
배현우의 눈에는 알 수 없는 빛이 언뜻 지나가더니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지아 씨, 당신이 그렇게 멍청이는 아니라고 믿어요.”그의 말에 나는 헉 하고 숨을 참았다. 또 나를 멍청하다고 말하는 배현우였다.나는 이에 맞서 빈정거렸다.“당신 눈에 나는 멍청이로 보이겠죠, 그래서 내 감정은 무시한 채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 아니에요? 배현우 씨 너무 자기중심적이에요, 눈에 다른 사람이 보이긴 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도 생각이란 것이 있고, 존엄도, 권리도 있다는 건 알고 있어요?”나는 갑자기 감정이 격해졌다. “그래요, 나 멍청해요. 하도 멍청해서 당신이나 당신 사람들이나 다 절 바보라고 생각하는지 날 이리저리 갖고 놀기나 하고. 그래도 나는 잠도 못 자고 걱정이나 했죠. 멍청해서 내가 상처받더라도 당신 그 연극에 맞춰줄 생각부터 하고, 속고 속이는 그 판에 끼어서 남자 하나 때문에 목숨도 내놓으려고 한 거겠죠.”나는 갑자기 배현우의 눈빛이 긴장해지며 주먹을 살짝 감아쥐는 게 보였다.“현우 씨 당신이 그러고도 남자예요? 내 두 눈으로 직접 당신의 차가운 얼굴을 보고서도 당신이 고개 돌려주기만을 바보처럼 기다리고 있잖아요. 당신 말이 맞아요, 사실 나 그냥 멍청이예요, 오늘에서야 제대로 증명한 거지만요...”눈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자 눈을 내리깔았다. 잠시 후 옅게 한숨을 내쉬고는 담담하게 뱉었다. “됐어요.”무슨 뜻으로 내뱉은 세글자인지 나 자신도 잘 몰랐다.이 한마디를 내뱉자마자 김빠진 축구공처럼 온몸에 힘이 쭉 빠져버렸다. 드디어 내 입으로 이 말을 할 날이 오다니, 간신히 내 자존심은 지켰지만, 영혼을 빼앗긴 느낌이었다.“앞으로 협력이 남아 있으니, 그저 협력 관계로 지내요.” 나는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려 했지만 가득한 실망감을 숨기지는 못했다.“다음은요?” 그는 매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여유로운 태도였다.“다음은 없어요. 그렇게 고고하게 내가 모든 이유를 늘어놓길 기다리고 있지 말아요. 아무리 많이 말한들,
그리고 그들을 다시 한번 주의 깊게 쳐다보곤 씩 의미심장하게 웃어 주었다. 마치 걸려들었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천천히 몸을 돌려 쿨하게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돌아선 순간, 얼굴의 웃음기는 사라졌다. 마음을 조이는듯한 고통은 이루어 다 말할 수 없이 아팠다.나에 대한 원망이 밀려왔다. 이렇게까지 강압적으로 나갔어야 했는지, 내 손으로 모든 퇴로를 막아버렸다.‘퇴로’라는 말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나밖에 모른다. 이 웃음이 나를 얼마나 지치게 하는지, 얼마나 내 영혼을 갉아먹고 있는지, 얼마나 나를 아프게 하고 있는지 말이다.숨을 크게 한번 내쉬고 나는 감정을 다잡고 집으로 들어갔다. 누구에게도 나의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한숨 돌리고 있을 때 마침 제니가 다가왔다. 나한테 노트북을 건네주고는 어찌할 바가 없다는 듯 머리를 도리도리 저었다.나는 몇 장 넘겨 보곤 제니한테 물어보았다.“곧바로 토론 회의를 열고 싶은데 이 자료들 빨리 정리해서 나한테 줄 수 있겠어요?”“네!” 그녀가 단호하게 대답했다.“얼마나 걸려요?”나는 제니를 유심히 바라보며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이 일에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과 얽혀있으면 내 기분만 더러울 뿐이었고 나한텐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많았다.“아무 때나 처리할 수 있습니다. 차 안, 회의실 노트북을 쓸 수 있는 곳이라면 많은 시간은 필요 없습니다.” 그녀의 자신감 넘치는 얼굴을 보니 내 속이 다 시원해졌다.누가 남자가 일할 때 제일 섹시하대, 여자도 마찬가지로 멋있기만 하구만.나는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그럼 소연 씨한테 한번 물어봐요, 또 다른 요구사항은 없는지! 소연 씨보고 확실히 결정을 내리고 답하라고 하세요, 오늘 내로 그녀의 일을 해결해야겠어요!”센스있는 제니는 내 말에 바로 입꼬리를 씩 올렸다.“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나는 제니에 대한 인상이 아주 좋았다. 처음 나의 사무실에 들어오는 순간, 왠지 모르게 친근감
그녀는 마치 독사처럼 나를 쏘아보며 오만하게 물어왔다.“그게 무슨 뜻이죠?”임가연은 이 상황이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그녀가 원하는 건 이미연의 자리라는걸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으니까.“말 그대로예요! 매니저가 아주 잘-맞-아 !”나는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해주었다.미연이는 임가연의 울그락 불그락한 얼굴빛을 보곤 웃으면서 나한테 말했다.“한 대표님 모르시는구나, 우리 가연 씨 꿈이 얼마나 큰데요, 실력도 좋아요.”나는 경멸하듯 코웃음을 치고는 말했다.“꿈이야 누구나 꿀 수 있죠!”“뭐라고요?” 거리가 멀어선지 잘 듣지 못한 그녀는 나한테 다시 물어왔다.“등신!” 나는 그녀를 향해 눈을 깜박이며 장난스럽게 씩 웃어 보였다.그러고는 한소연을 돌아보며 소리 높여 말했다.“한소연 씨, 또 보충하실 거 있으세요? 아니면 계속할까요?”그녀는 몸을 돌려 탐욕스러운 눈으로 여기저기 살폈다. 모델하우스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안달이었다.배현우의 팔짱을 낀 채로 여운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하죠! 많이 말해봤자 저의 요구에 도달도 못할 텐데요 뭐.”“그건 안되죠! 요구치에 도달 못한다면 우리 쪽 책임이죠, 소연 씨 시간을 너무 잡아먹으면 안 되잖아요. 아까도 매니저 씨께서 불쾌해하시면서 소연 씨 스케줄이 꽉 찼는데 저희가 시간 낭비 하고 계신다고 하셨거든요.”“그러니 오늘 오신 김에 모두 해결하고 가시죠! 또 번거롭게 걸음 하시지 마시고요! 그래야 다들 시간 절약하고 힘도 덜 들죠!”나의 말에 많은 분들이 공감했다. 프로젝트 책임자인 이 부장님과 미연이도 찬사의 눈빛을 보냈다. 그러든 말든 배현우는 여전히 내 말을 못들은 것처럼 손을 주머니에 넣고 곳곳을 돌아보았다.그 옆엔 제니가 머리를 파묻고 노트북을 바라보고 있었다. 작은 손이 쉴 새 없이 키보드를 두드려댔다.모두 속을 훤히 알고 있으니 한소연도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나는 이 부장님에게 물어보았다.“한소연 씨께서 문제없다고 하시니 천우 그룹으로 돌아가시죠! 회의실에서
제니는 모델 하우스의 원래 도면을 모두에게 보여줬다. 사진 속 모델 하우스는 화려하고 정교하며 상당히 아름다웠다. 곳곳에 유럽풍의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풍겼으며 반짝이고 찬란한 시각적 효과를 보여주고 있었다.자리에 있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모델 하우스의 결과물에 다들 만족하고 있는 모양이었다.제니는 두 쌍의 이미지를 하나하나 보여주며 이미지를 넘길 때마다 진지한 태도로 한소연에게 물었다.“소연 씨는 이렇게 하고 싶은 거죠?”그녀의 말투는 상당히 부드럽고 온화했으며 감정의 요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천천히 한소연의 생각을 첨부하며 누구보다 진지한 태도로 설명을 이어 나갔다.한소연은 이런 제니의 나긋나긋한 리드 아래 완전히 몰입한 채 사람들 앞에서 자기 생각을 표현했다.그녀는 상당히 우아한 태도로 끊임없이 자기 생각을 전했고 그럴 때마다 제니가 부가 설명을 해주며 이런 뜻이 맞는지 한소연의 의견을 물었다.한소연은 우아하게 손을 내리치며 지적하더니 감탄을 금치 못했다.“네! 맞아요, 이게 맞죠, 효과가 바로 나타나잖아요. 맞아요, 너무 아름답네요, 바로 이거예요.”모두 집중한 채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전체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었고 한소연 같은 대스타의 안목을 확인하고 싶었다.그녀의 흥분한 모습은 모든 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으니 역시 톱스타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임가연 또한 옆에서 한마디씩 거들며 한소연을 도와 맞장구를 쳤다.나는 스크린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호기심, 짜릿함이 느껴졌다.마지막 짜릿함이라는 단어는 제니에게 보내는 것이었다.그녀는 한껏 집중한 채 노트북으로 각도를 수정하고, 색깔과 장식을 바꿔나갔다.나는 담담한 눈빛으로 회의실에 자리한 사람들이 스크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들을 훑었다. 특히 천우 그룹의 디자이너들은 원래 있던 흥분이 서서히 복잡한 표정으로 바뀌고 있었다.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가볍게 입꼬리를 올려 승리를 만끽하고 있을 때 나를 빤히 응시하는 차갑고도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은 살기에 가득 찬 배현우의 시선을 피하느라고 바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렇게 조용히 있기에는 눈치가 보였기 때문에 임가연을 불러왔다. “가연 씨가 소연 씨 매니저니까 한마디 해줘요. 다들 기다리잖아요.” 이 말을 들은 임가연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드러났다. “제가 보기엔 아주 괜찮은 것 같습니다만...” “... 쓰레기! 저건 쓰레기일 뿐이에요!” 펜을 던지던 이 디자이너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고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고 물었다. “이런 인테리어는 쓰레기일 뿐이야. 아무것도 모르면서 가르치려 들지 마. 현우 씨, 이런 물건을 내놓다니, 천우 그룹을 망치려는 생각인가 봐? 이 자리에 있는 모두, 이런 거지 같은 인테리어 한 집을 살 사람 있어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배현우의 이름을 콕 집어서 비난한 이 카리스마 넘치는 디자이너의 행동에 모든 사람들은 배현우의 눈치를 보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그가 망신을 당했다는 사실에 모두가 비웃고 있었다. 사진작가도 배현우의 표정을 살펴 보고는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이런 작품은 저도 촬영 할 수가 없습니다. 저도 저의 작품에 책임을 져야 하잖아요.” 그 외의 사람들은 이런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그저 눈치만 보고 있을 뿐이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괜찮은 인테리어라고? 웃기고 있네. 너 어느 소속이야? 천우 그룹이 무슨 애들 놀이터인 줄 알아? 너희들 같은 애송이들이 함부로 해도 될 것 같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천우 그룹인데 이런 거지 같은 인테리어로 홍보 영상을 만든다는 건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아.” 카리스마가 넘치는 디자이너의 발언에 한소연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인중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이... 이것이 제가 주문한 물건인가요? 다름이 아니라...” 제니가 빠르게 한소연의 말을 가로채며 말했다. “소연씨 가 주문한 거 맞아요. 방금 이분들이 하시는 말씀도 모두 들으셨잖아요.” “아니...” 많은 사람 앞에서 만신
그의 대답은 모두의 예상 밖이었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배현우의 대답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신흥이랑 계약을 맺을 생각이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나의 의견을 받아 들일 수 없다는 뜻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한소연의 그늘진 얼굴이ㅇ 갑자기 밝아졌다. 그녀는 배현우가 나의 의견을 거절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배현우는 이미연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이 대표님, 박언 그룹으로 가서 보고 하세요. 이번 일로 당신들 때문에 천우 그룹의 업무 진행 속도가 7시간이나 늦어졌다고, 또 경고 하는데, 이 매니저는 다시 천우 그룹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의 말은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유독 한가연은 날이 서 있는 그 남자의 말에 겁에 질린 임가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 알고 있다는 것처럼. 몰래 배현우를 훔쳐보니 그는 제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부로 제니 씨를 천우 그룹의 인테리어 소품 전문 디자이너로 스카우트 할 계획입니다.” 나는 당황했다. 배현우가 필요 없다고 말한 이유가 혹시... “오늘부로 진호 씨를 천우 그룹 프로젝트의 임시 부장으로 임명하겠습니다. 지금부터 디자인 초안 심사는 진호 씨가 책임질 것이며 급여와 대우는 부장급으로 지급할 것입니다.” “프로젝트 부서의 이진혁 주임은 오늘부로 주임 자리에서 물러나 집에 가서 반성 하기를 바랍니다. 주임으로서의 본분을 못한 당신한테 제가 어떻게 프로젝트 부서를 믿고 맡길 수 있겠어요?” 창피를 당한 이진혁은 설명할 겨를도 없이 자신의 실수를 묵인했다. 그가 일을 처리 함에 있어서 우유부단 했던 원인은 바로 한소연 때문이었다. 그는 한소연이 배현우의 여자였기 때문에 그녀의 결정에 따랐고 원칙마저도 어기게 되었다. 배현우의 이런 결정에 모든 임원진들은 마음을 졸이며 그를 바라보았고 배현우는 어두운 표정으로 직원들을 훑어보았다. 그러고는 아까 그 사진작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천우 그룹의 담당 사진작가로 채용 하겠습니다. 보수는 섭섭지 않게 드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