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501 - 챕터 510

1265 챕터

제501화

숍에 있는 대부분 사람들이 이대로 믿고 있었다. 어쨌거나 신민재의 조건이 좋고 한지영은 숍에서 아주 작은 인물이니까. 집안 조건도 평범하고 외모도 평범하니 신민재 같은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는 건 너무나 지당한 일이라고 여겼다.어제 사건이 터진 후 수많은 동료가 주새벽 편을 들었다.주새벽과 신민재가 아무리 비밀연애를 한다고 해도 한지영이 신민재에게 꼬리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했는데 정작 그녀의 남자친구가 백선그룹 대표 백연신이었다니!백연신과 신민재는 아예 비교할 가치가 없다. 신민재가 너무 보잘것없으니까! 백연신은 어느 면에서나 완승이다!한지영이 백연신 같은 남자친구를 제쳐두고 신민재에게 꼬리 친다고? 이건 당최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문득 주새벽과 신민재의 편을 들었던 동료들이 두 사람을 이상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이 사건의 진상은 주새벽의 말과 아예 딴판인 듯싶었다.그 시각 주새벽은 머리가 백지장이 되었다. 이 모든 게 너무 어이없어 한참 후에야 겨우 말을 내뱉었다.“그러니까... 한지영 씨가 대표님 여자친구란 말씀인가요?”그녀는 뭇사람들을 대신해 질문을 건넨 거나 다름없었고 답안은 모두가 이해한 바였다.“맞아요.”백연신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뭇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큼성큼 한지영에게 다가왔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한지영에게 말했다.“지영아, 그냥 네가 말해줄래? 어제 네가 동료랑 싸우게 된 그 장본인 신민재 씨가 대체 누군지 말이야.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길래, 진짜 나보다 나은 건지 궁금해서 그래. 다들 네가 꼬리친 거라고 오해하고 있잖아.”백연신은 지금 그녀의 억울함을 대신 풀어주려 하고 있었다.한지영은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생각했다.‘어떻게 이런 식으로 동료들 앞에서 내 남자친구란 신분을 밝힐 수 있지?’“여긴 어쩐 일이에요?”“네 프로젝트에 투자하려고 왔지. 요즘 네 프로젝트 비용에 차질이 생겼다고 했잖아.”백연신은 한없이 다정한 애인처럼 그녀에게 말했다.순간 회의실의 많은 여자들이 부러움에 가득 찬 눈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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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백연신이 몸을 돌려 신민재를 바라보더니 가볍게 미소지었다.“진짜 오해인 것 같네요.”경멸에 찬 눈빛과 무심코 내던진 말투에 신민재는 얼굴이 시뻘게졌다.백연신은 그가 가당치도 않다고 얕잡아보았고 신민재도 반박할 엄두가 안 났다.백연신은 다시 고개 돌려 한지영에게 말했다.“앞으로 또 무슨 오해 받거든 바로 나한테 말해. 내가 네 남친이잖아.”말을 마친 백연신은 애틋하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순간 회의실의 대부분 여자들이 부러움에 가득 찬 눈길로 한지영을 바라봤다.‘근데 우린 앞으로 헤어질 거잖아! 지금 날 부러워하는 사람들은 이후에 똑같이 날 비웃겠지.’한지영은 괴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녀는 끝내 괴로운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했다....한차례 회의가 이러한 부러움과 난감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회의가 끝난 후 주새벽과 신민재는 제일 빨리 회의실을 나섰고 전에 한지영을 비웃었던 동료들도 뻘쭘한 듯 자리를 떠났다.소장은 흐뭇한 얼굴로 한지영을 쳐다보며 백연신에게 그녀의 칭찬을 해댔다.“지영 씨는 우리 숍에서 늘 표현이 좋았어요. 어제 일은 오해에요. 아까 회의에서 다들 오해가 풀렸을 겁니다.”“그래도 앞으론 디자인숍에서 이런 오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말았으면 좋겠네요.”백연신이 말했다.“물론입니다.”소장은 재빨리 대답하곤 한지영에게도 말했다.“지영 씨는 대표님께 지금 맡은 프로젝트를 잘 소개하세요. 그리고 앞으로 프로젝트팀은 지영 씨가 책임지세요.”한지영은 화들짝 놀랐다. 이것은... 승진이란 뜻일까?!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소장은 회의실을 떠났고 어느덧 백연신과 한지영 두 사람만 덩그러니 남았다.한지영은 그를 바라보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내 프로젝트에 투자할 필요 없어요, 연신 씨.”“네 노력이 수포가 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 그래. 너 이번 프로젝트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잖아.”그가 대답했다.한지영은 그의 말에 가슴이 살짝 설렜다. 만약 이 연애가 가짜란 걸 몰랐다면... 그녀는 아마 백연신의 자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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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왜냐하면 지금은 그와 교제 중이니 만약 다른 남자와 스캔들이 난다면 백연신의 체면이 깎인다.하지만 왜 이건 생각지 못했을까? 오늘 이렇게 공개해버리면 앞으로 그녀에게 닥칠 번거로움이 더 많을 텐데. 나중에 헤어지게 되면 그녀는 아마 직장도 바꿔야 할 듯싶다.한지영은 저 자신이 우스웠다. 백연신은 애초에 그녀에게 ‘복수’ 하기 위해서였으니까 그녀가 더 비참해질수록 뿌듯하겠지.“네, 알겠어요. 앞으론 아무도 내가 신민재를 좋아할 거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한지영이 대답했다.백연신은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왠지 모르게 그녀의 말투가 썩 달갑지만은 않았다. 뭐랄까, 보이지 않는 소외감이 들고 둘 사이의 거리가 멀어진 것만 같았다.“내가 이렇게 하는 게 싫어?”백연신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아니요, 연신 씨는 내 남친이니 당연히 이렇게 해야죠.”한지영이 웃으며 대답했다.“게다가 오늘 이렇게 해줘서 주새벽과 신민재가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굴욕을 당했어요. 내가 다 속이 뻥 뚫리는걸요. 너무 잘했어요.”근데 왜 이 말들을 내뱉을 때 진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지? 백연신은 오늘 단지 사람들 앞에서 한지영이 내 여자라고 선전포고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렇게 하면 이후에 백연신이 옆에 없어도 사람들이 쉽게 그녀를 괴롭히지 못할 테니까.백연신은 그녀를 품에 와락 끌어안고 얼굴을 가까이 대고는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지영아, 대체 언제쯤 날 사랑해줄래?”한지영은 순간 몸이 움찔거렸다.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둘 사이의 관계가 끝난다는 걸 의미하니까.‘금방 될 거예요.’그녀는 속으로 되뇌었다. 며칠만 더 지나면 그녀는 사랑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그 후엔...매일 더 깊게 빠진 척하며 백연신이 철저히 ‘포기’할 때까지 노력할 것이다....임유진은 그 일이 있고 난 뒤 한지영에게 전화해 경찰서에서 사건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본인이 도움 될만한 건 없는지 물었다.“괜찮아, 이미 다 화해했어. 그 두 동료가 내게 사과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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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그녀의 마음속에 한가지 추측이 생겨났지만 너무 지나친 추측이라 감히 믿을 엄두가 안 났다.바로 이때 휴대폰이 울렸는데 탁유미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유진 씨, 내일 윤이 퇴원해요. 모레 출근할 수 있나요? 일단 식당 청소부터 하고 글피에 다시 영업을 시작할 생각이거든요.”탁유미가 말했다.“물론이죠, 알겠어요.”임유진이 대답했다. 실은 출소 후 모처럼 이렇게 한동안 쉬었다.“네.”탁유미가 대답했다.“아 참, 윤이가 통화하고 싶다네요. 윤이한테 목소리 들려주세요.”임유진은 흠칫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윤이니? 난 유진 이모야. 내 목소리 들려? 모레면 우리 윤이 만나겠네. 윤이가 다 알아듣고 말할 수 있을 때 유진 이모가 엄청 많은 이야기를 해줄게, 알았지?”그녀가 지금 한 말을 윤이는 알아듣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희망 사항처럼 바라고 있다.임유진이 말을 마칠 때 전화기 너머로 앳되고 서툰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진... 이모...”임유진은 제 귀를 의심할 지경이었다.‘방금 내가 뭘 들은 거지? 진짜 윤이 목소리라고?’전에도 소리를 낸 적은 있지만 무의미한 칭얼거림이었는데 지금은 진짜 최선을 다해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유진 씨.”전화기 너머로 탁유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언니, 방금 윤이가... 말한 거예요? 윤이 말할 줄 알아요?”임유진이 놀란 듯이 물었다.“네, 근데 아직은 몇 개 단어만 알뿐 많은 시간을 들여서 연습해야 해요.”탁유미는 기쁨과 뿌듯함이 담긴 목소리로 대답했다.“의사 선생님께서 윤이가 빨리 말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하셨어요.”그래, 당연히 뿌듯하겠지! 아들이 인공와우를 착용한 후 언어 방면에서 장족의 발전을 얻고 의사도 아이가 총명하고 언어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다고 했다. 또한, 정상적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면 지금 말하기 수준은 동년배를 훨씬 뛰어넘을 거라고도 했다.“정말 잘됐어요.”임유진도 탁유미와 윤이를 대신해 마음이 뿌듯했다.통화를 마친 후 임유진은 식당에 돌아갈 때 윤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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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임유진은 멍하니 그를 쳐다봤다. 전에는 그가 S 시에서 얼마나 영향력 있는 사람인지 단지 전설로만 전해 들었다면 지금은 좀 더 구체적으로 이미지가 각인된 것만 같았다.아무리 그래도 대형 백화점 철거라 강지혁이라고 해도 많은 수단을 썼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진씨 일가에서 이토록 순순히 철거할 리가 있을까?다만 이 모든 연유가 그날 백화점에서 임유진이 진씨네 가족에게 굴욕을 당한 것 때문이다.진씨 일가에서 직접 집까지 찾아와 사과했고 강지혁도 그녀를 위해 충분히 화풀이했다고 생각했는데 일을 이 지경까지 몰아가다니?!“왜 그랬어?”임유진은 나지막이 물으며 왠지 모르게 코끝이 찡했다.“누나 때문에.”강지혁의 짤막한 대답에는 더없이 깊은 진심이 담겨 있었다.그녀 때문에 일을 이 지경까지 몰아간 것이다.그녀는 강지혁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인데, 본인조차 아까워서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는데 감히 겁도 없이 그녀를 다치게 한다고?!“그리고 이렇게 해야 진씨 일가에서도 앞으로 더는 누나한테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야.”강지혁이 대답했다.임유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내가 진짜 그 사건을 뒤집는 날이 와야 그 사람들도 그때 교통사고가 내 잘못이 아니란 걸 믿게 되겠지. 사실 진애령 씨를 해친 사람은 따로 있었잖아.”임유진은 그날 사고의 배후에 분명 또 다른 자가 있을 거란 직감이 왔다. 애초엔 진애령의 부적절한 운전으로 인해 교통사고가 발생했다고 여겼지만 그 뒤로 증인들의 진술과 뜬금없이 튀어나온 물증까지 전부 임유진을 겨냥했을 때, 그녀는 배후에 누군가가 조종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물론 또 다른 가능성도 있다. 진씨 일가에서 임유진이 진애령을 해쳤다고 단정 지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죄를 입증하기 어려워 증인을 매수하고 증거를 만들어냈을 수도 있다.하지만 이 모든 건 임유진의 추측일 뿐 아무런 증거도 없고 유일한 증인을 찾았지만 유리한 단서를 얻지는 못했다.“내가 누나 결백을 돌려줄게.”강지혁이 그녀를 지그시 내려다보며 중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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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임유진은 이젠 사람들의 비난을 너무 많이 받다 보니 무덤덤해졌지만 강지혁은... 그녀는 마음이 살짝 불안했다.“왜? 누나 가기 싫어?”강지혁이 미간을 살짝 구기며 물었다.“내가 진짜 그런 자리에 갈 수 있을까?”임유진은 숨을 깊게 몰아쉬고는 머리를 번쩍 들었다.“혁아, 내가 만약 너 따라 연회에 참석하면 많은 사람들이 날 알아볼 거야. 그해 소민준을 따라다니며 적잖은 사람들을 알게 됐거든... 게다가 난 감방에도 다녀와서...”“그게 왜?”강지혁이 전혀 아무렇지 않은 듯 되물었다.“나한텐 누나가 가장 적합한 사람이야. 감방 다녀온 게 뭐?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무슨 문제라도 돼?”그는 말하면서 임유진의 손을 꼭 잡더니 손등에 살포시 키스했다.“누나, 내가 길거리에서 거지꼴을 하고 다닐 때 누나가 날 집까지 데려갔어. 그때 누나는 이게 맞는 건지 고민했었어? 아니잖아. 나도 마찬가지야. 누나가 공주였든 거지였든 상관없어. 그저 내 옆에만 있어 주면 돼.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있어 줘.”그의 입술이 임유진의 손등에 살며시 내려앉았고 서서히 그녀의 마음속에 스며들었다.강지혁은 비스듬히 눈을 뜨고 짙은 눈동자로 그녀를 그윽하게 바라봤다.“게다가 누나는 이번 생에 영원히 내 옆에 있어야 해. 벌써 걱정하면 앞으론 어떡해? 대체 언제쯤 내 곁에 편안히 서 있을 수 있어? 설마 진짜 사건을 뒤집는 그 날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야?”임유진은 숨이 확 막혔다.“누나, 난 누나가 사건을 뒤집을지 말지 관심 없어. 난 오직 누나만 신경 써. 누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내 옆에 서 있어야지.”강지혁이 말했다.임유진은 입술을 앙다물고 있다가 드디어 말을 꺼냈다.“알았어, 함께 가.”연회에서 또 어떤 일을 마주하든 그녀는 강지혁과 함께 가고 싶었다. 그녀 또한 똑같이 강지혁을 사랑하니까. 강지혁이 딴사람들의 유언비어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데 그녀가 뭐가 두려울까?“그래, 그럼 함께 가는 거야.”강지혁은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그녀의 턱을 치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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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네 그 잘난 전 여친 때문이지.”진세령이 대답했다.“임유진?”소민준은 화들짝 놀랐다. 애초에 소씨 일가는 임유진과의 관계 때문에 하마터면 큰코다칠 뻔했고 다행히 그 위기는 모면했지만 여동생이 임유진 때문에 다리를 절뚝거리고 있다. 의사 말로는 앞으로 몇 차례 수술을 거치지 않고서는 완치되기 어렵다고 한다.게다가 수술도 리스크가 있어 자칫하면 평생 장애인으로 지낼지도 모른다.이 때문에 소민영은 요즘 성격이 엄청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무서울 것 하나 없고 거만하고 활발한 성격이었는데 이젠 종일 방에만 처박혀 있고 예전 친구들과 모임을 갖지도 않는다. 소민준은 그런 동생이 실로 걱정될 따름이다.“걔 말고 더 있어? 임유진은 지금 강지혁의 철통보호를 받고 있어 아무도 감히 못 건드려.”진세령이 시큰둥한 말투로 말을 내뱉었다.전에는 영원히 발밑에 짓누를 여자라고 생각했고, 심지어 다신 만날 일이 없을 거라고 여겼었다. 두 사람의 사교권이 너무 달랐으니까.그런데 뜻밖에도 상대는 이런 방식으로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났고 감히 손도 못 대게 벼랑 끝으로 몰아붙였다.소민준은 뭔가 알아챈 듯 말했다.“너희 집에서 임유진 건드렸구나?”진세령은 빨간 입술을 깨물더니 뜬금없이 자책하며 대답했다.“내가 먼저 엄마, 아빠한테 그년 얘기를 꺼냈고 나중에 엄마, 아빠가 임유진과 마주치더니 또 우리 언니 일이 떠오르셨나 봐. 어떻게 걔를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 있겠어?”“장인어른, 장모님께 이제 그 일은 내려놓으시라고 해. 유진이는 감방에 3년이나 갇혀 있었고 미래를 다 망가진 사람이야. 계속 그 일로 전전긍긍해봤자 장인어른, 장모님만 더 괴로우셔.”소민준이 그녀를 타일렀다.진세령은 불쑥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왜? 인제 와서 임유진이 안쓰러운 거야? 애초에 감방 들어갔을 땐 왜 속상해하지 않았어? 그때 임유진은 열 손톱이 다 뽑히고 손가락 뼈마디가 통째로 부러졌잖아!”소민준은 안색이 확 돌변했다.그때 일은 3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의 눈앞에 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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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하지만 무엇보다 견고할 것 같던 그의 다짐은 너무 빨리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이건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한차례 사고가 닥친 후 그는 당황스럽고 겁이 나 부모님이 당장 임유진과 관계를 정리하라고 했을 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부모님의 뜻을 따랐다.그 순간 소민준은 알아챘다. 자신이 높이 샀던 사랑은 결국 제 미래를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임유진 때문에 자신의 미래까지 희생하고 싶지 않았다.임유진을 사랑한 전제조건은 위풍당당한 소씨 일가 도련님이 되는 것이다. 일단 이 전제가 사라지면 사랑도 부질없어진다.이 몇 해 동안 그는 가끔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매번 그럴 때마다 모든 게 임유진의 잘못이라고 자신에게 되뇌었다.그녀가 음주운전으로 진애령을 들이받지만 않았어도 두 사람은 이 지경까지 다다를 일이 없으니 이 모든 건 임유진이 자초한 일이라고 몰아붙였다.마치 이렇게 생각하면 본인 속이 편해질 것처럼 말이다.임유진과는 그때 이미 끝난 사이였고 각자 제 갈 길을 갈 거라고 여겼는데 지금 그의 삶에 또 슬슬 그녀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전에 민영의 다리도 그렇고 현재 진세령네 집안 백화점도 그렇고, 모든 게 임유진과 관련됐고 그녀 뒤에 강지혁이 뒷받침해주고 있다.“민준아?!”진세령의 목소리에 그는 사색에서 빠져나왔다.정신을 가다듬고 눈앞의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 있자니 임유진과는 확연히 다른 절세의 미모였다. 진세령은 인기 여배우이자 재벌 출신이라 수많은 남자들에게 여신으로 불리고 있다. 앞으로 진씨 일가의 모든 걸 그녀가 물려받게 될 것이다. 이런 여자야말로 그의 아내가 되기에 가장 적합했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당연히 너지!”소민준이 대답했다.“그해 교통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난 유진이랑 끝까지 못 갔어. 우리 두 사람은 아예 안 어울렸거든.”“그럼... 우리 결혼할까?”진세령이 뜬금없이 물었다. 둘은 약혼한 이후로 서로 부부처럼 대하고 있고 그들과 같은 상류층에서도 약혼은 결혼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차이점이라면 혼인신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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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그해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지금 임유진이 강지혁의 철통보호를 받고 있어도 달라질 건 없다. 이후에 그녀는 더이상 강지혁의 옆에 머무를 수 없을 테니까. 어떤 일들은 임유진이 현재 갖고 있는 인식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임유진은 사실 연회에 참석하는 일이 그리 낯설지 않았다. 소민준과 함께 여러 번 참석했었으니까. 다만 지금의 그녀는 그때보다 많은 게 달라졌다.3년간의 감옥생활로 인해 관리도 제대로 못 받아 피부가 전보다 푸석푸석해지고 양손엔 굳은살이 가득 박혔다. 머릿결도 예전처럼 매끄럽지 못했다.그런 그녀의 걱정거리를 싹 가시게 해주듯 오후에 전문 스타일리스트와 메이크업아티스트가 강씨 저택에 방문해 임유진이 연회에 참석할 스타일링을 직접 해주었다.연보라색 이브닝드레스는 우아한 기품이 저절로 흘러넘쳤고 드레스에 박힌 크리스털과 큐빅이 유난히 시선을 사로잡았다.이런 드레스는 한 벌에 가격이 어마어마할 것이다.스타일리스트가 임유진에게 말했다.“이건 강지혁 씨가 임유진 씨를 위해 마련한 드레스에요. 유진 씨 사이즈에 딱 맞을 거라고 하셨어요.”임유진은 순간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강지혁은 그녀의 사이즈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한편 드레스를 갈아입은 후 그녀는 또다시 강지혁의 옷 선택과 사이즈 판별 능력에 감탄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 이 드레스는 그녀 몸에 꽉 끼지도 헐렁하지도 않았고 색상도 그녀의 피부에 아주 잘 어울렸다. 마치 그녀를 위해 제작한 옷인 것처럼 말이다.아직 메이크업도 안 받았지만 드레스만으로도 낯빛이 훨씬 화사해졌다.곧이어 스타일리스트가 임유진의 머리를 다듬었다. 스타일리스트는 그녀의 매끄러운 머리를 반 묶음하고 옆머리는 예쁘게 땋아 올렸다. 뒷머리는 그대로 풀어헤치고 웨이브를 넣어서 여성스러우면서도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메이크업아티스트가 메이크업까지 다 마친 후 임유진은 멍하니 거울 속 제 모습을 바라봤다.메이크업아티스트는 짙은 메이크업보다 단아하고 청순한 메이크업을 선사했다. 눈매와 입술만 강조하여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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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너무 예뻐.”임유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여자는 늘 예쁜 것을 좋아하니 이렇게 화사한 드레스가 마음에 안 들 리가 있을까? 다만...“이 드레스 엄청 비쌀 텐데 한 번만 입기엔 너무 낭비인 것 같아.”그녀의 말은 좀 더 저렴한 드레스를 선택해도 된다는 뜻이다.하지만 강지혁이 바로 맞받아쳤다.“낭비라고 생각되면 나랑 함께 연회에 좀 더 많이 참석해. 그럼 여러 번 입을 수 있잖아.”“...”임유진은 말문이 막혀 입을 꾹 다물었다.강지혁은 다정하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가자.”그의 손 온도가 끊임없이 그녀 손으로 전해졌다. 임유진은 알겠다며 가볍게 대답하곤 자리에서 일어나 그와 함께 방에서 나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밖엔 이미 차가 대기하고 있었고 강지혁은 그녀의 손을 잡은 채 나란히 차에 앉았다.가는 길에서 임유진은 저도 몰래 강지혁을 힐끔거렸다. 오늘 그는 수수한 검은색 양복을 입고 흰 셔츠에 짙은 보라색 넥타이를 하고 있었는데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이 그를 유난히 돋보이게 했다.동양인에게서 흔히 볼 수 없는 입체적인 실루엣과 정교한 이목구비, 찰랑거리는 검은 머리와 뒤로 넘긴 앞머리 덕분에 훤칠하게 드러낸 이마까지 그야말로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만약 이때 셔츠 단추를 조금 풀어헤친다면 쇄골이 은은하게 비칠 텐데, 그녀의 머릿속엔 이미 강지혁의 쇄골 모양이 아른거렸다.그의 쇄골은 유난히 예뻤다. ‘예쁘다’라는 말로 한 남자의 쇄골을 비유할 거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인데 그의 쇄골을 본 순간 저절로 감탄이 새어 나왔다.임유진은 또 저도 몰래 그날 밤 일이 떠올라 얼굴이 점점 더 화끈거렸다.본인은 절대 외모지상주의가 아니라고 여겼지만 강지혁을 마주할 때마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 몇 번이고 감탄하는 그녀였다.남자는 너무 잘생기면 여자에게 엄청난 살상력을 주는 것 같다!‘제발, 그만 생각해!’임유진이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뇔 때 귓가에 불쑥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누나, 무슨 생각해?”유혹으로 가득 찬 아찔한 목소리에 그녀의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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