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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왜냐하면 지금은 그와 교제 중이니 만약 다른 남자와 스캔들이 난다면 백연신의 체면이 깎인다.

하지만 왜 이건 생각지 못했을까? 오늘 이렇게 공개해버리면 앞으로 그녀에게 닥칠 번거로움이 더 많을 텐데. 나중에 헤어지게 되면 그녀는 아마 직장도 바꿔야 할 듯싶다.

한지영은 저 자신이 우스웠다. 백연신은 애초에 그녀에게 ‘복수’ 하기 위해서였으니까 그녀가 더 비참해질수록 뿌듯하겠지.

“네, 알겠어요. 앞으론 아무도 내가 신민재를 좋아할 거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

한지영이 대답했다.

백연신은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왠지 모르게 그녀의 말투가 썩 달갑지만은 않았다. 뭐랄까, 보이지 않는 소외감이 들고 둘 사이의 거리가 멀어진 것만 같았다.

“내가 이렇게 하는 게 싫어?”

백연신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아니요, 연신 씨는 내 남친이니 당연히 이렇게 해야죠.”

한지영이 웃으며 대답했다.

“게다가 오늘 이렇게 해줘서 주새벽과 신민재가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굴욕을 당했어요. 내가 다 속이 뻥 뚫리는걸요. 너무 잘했어요.”

근데 왜 이 말들을 내뱉을 때 진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지? 백연신은 오늘 단지 사람들 앞에서 한지영이 내 여자라고 선전포고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렇게 하면 이후에 백연신이 옆에 없어도 사람들이 쉽게 그녀를 괴롭히지 못할 테니까.

백연신은 그녀를 품에 와락 끌어안고 얼굴을 가까이 대고는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지영아, 대체 언제쯤 날 사랑해줄래?”

한지영은 순간 몸이 움찔거렸다.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둘 사이의 관계가 끝난다는 걸 의미하니까.

‘금방 될 거예요.’

그녀는 속으로 되뇌었다. 며칠만 더 지나면 그녀는 사랑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그 후엔...

매일 더 깊게 빠진 척하며 백연신이 철저히 ‘포기’할 때까지 노력할 것이다.

...

임유진은 그 일이 있고 난 뒤 한지영에게 전화해 경찰서에서 사건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본인이 도움 될만한 건 없는지 물었다.

“괜찮아, 이미 다 화해했어. 그 두 동료가 내게 사과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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