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지금 임유진이 강지혁의 철통보호를 받고 있어도 달라질 건 없다. 이후에 그녀는 더이상 강지혁의 옆에 머무를 수 없을 테니까. 어떤 일들은 임유진이 현재 갖고 있는 인식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임유진은 사실 연회에 참석하는 일이 그리 낯설지 않았다. 소민준과 함께 여러 번 참석했었으니까. 다만 지금의 그녀는 그때보다 많은 게 달라졌다.3년간의 감옥생활로 인해 관리도 제대로 못 받아 피부가 전보다 푸석푸석해지고 양손엔 굳은살이 가득 박혔다. 머릿결도 예전처럼 매끄럽지 못했다.그런 그녀의 걱정거리를 싹 가시게 해주듯 오후에 전문 스타일리스트와 메이크업아티스트가 강씨 저택에 방문해 임유진이 연회에 참석할 스타일링을 직접 해주었다.연보라색 이브닝드레스는 우아한 기품이 저절로 흘러넘쳤고 드레스에 박힌 크리스털과 큐빅이 유난히 시선을 사로잡았다.이런 드레스는 한 벌에 가격이 어마어마할 것이다.스타일리스트가 임유진에게 말했다.“이건 강지혁 씨가 임유진 씨를 위해 마련한 드레스에요. 유진 씨 사이즈에 딱 맞을 거라고 하셨어요.”임유진은 순간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강지혁은 그녀의 사이즈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한편 드레스를 갈아입은 후 그녀는 또다시 강지혁의 옷 선택과 사이즈 판별 능력에 감탄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 이 드레스는 그녀 몸에 꽉 끼지도 헐렁하지도 않았고 색상도 그녀의 피부에 아주 잘 어울렸다. 마치 그녀를 위해 제작한 옷인 것처럼 말이다.아직 메이크업도 안 받았지만 드레스만으로도 낯빛이 훨씬 화사해졌다.곧이어 스타일리스트가 임유진의 머리를 다듬었다. 스타일리스트는 그녀의 매끄러운 머리를 반 묶음하고 옆머리는 예쁘게 땋아 올렸다. 뒷머리는 그대로 풀어헤치고 웨이브를 넣어서 여성스러우면서도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메이크업아티스트가 메이크업까지 다 마친 후 임유진은 멍하니 거울 속 제 모습을 바라봤다.메이크업아티스트는 짙은 메이크업보다 단아하고 청순한 메이크업을 선사했다. 눈매와 입술만 강조하여 이
“너무 예뻐.”임유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여자는 늘 예쁜 것을 좋아하니 이렇게 화사한 드레스가 마음에 안 들 리가 있을까? 다만...“이 드레스 엄청 비쌀 텐데 한 번만 입기엔 너무 낭비인 것 같아.”그녀의 말은 좀 더 저렴한 드레스를 선택해도 된다는 뜻이다.하지만 강지혁이 바로 맞받아쳤다.“낭비라고 생각되면 나랑 함께 연회에 좀 더 많이 참석해. 그럼 여러 번 입을 수 있잖아.”“...”임유진은 말문이 막혀 입을 꾹 다물었다.강지혁은 다정하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가자.”그의 손 온도가 끊임없이 그녀 손으로 전해졌다. 임유진은 알겠다며 가볍게 대답하곤 자리에서 일어나 그와 함께 방에서 나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밖엔 이미 차가 대기하고 있었고 강지혁은 그녀의 손을 잡은 채 나란히 차에 앉았다.가는 길에서 임유진은 저도 몰래 강지혁을 힐끔거렸다. 오늘 그는 수수한 검은색 양복을 입고 흰 셔츠에 짙은 보라색 넥타이를 하고 있었는데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이 그를 유난히 돋보이게 했다.동양인에게서 흔히 볼 수 없는 입체적인 실루엣과 정교한 이목구비, 찰랑거리는 검은 머리와 뒤로 넘긴 앞머리 덕분에 훤칠하게 드러낸 이마까지 그야말로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만약 이때 셔츠 단추를 조금 풀어헤친다면 쇄골이 은은하게 비칠 텐데, 그녀의 머릿속엔 이미 강지혁의 쇄골 모양이 아른거렸다.그의 쇄골은 유난히 예뻤다. ‘예쁘다’라는 말로 한 남자의 쇄골을 비유할 거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인데 그의 쇄골을 본 순간 저절로 감탄이 새어 나왔다.임유진은 또 저도 몰래 그날 밤 일이 떠올라 얼굴이 점점 더 화끈거렸다.본인은 절대 외모지상주의가 아니라고 여겼지만 강지혁을 마주할 때마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 몇 번이고 감탄하는 그녀였다.남자는 너무 잘생기면 여자에게 엄청난 살상력을 주는 것 같다!‘제발, 그만 생각해!’임유진이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뇔 때 귓가에 불쑥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누나, 무슨 생각해?”유혹으로 가득 찬 아찔한 목소리에 그녀의 몸
"입술 깨물지 마. 립스틱 다 지워지겠어."강지혁은 나지막이 속삭이더니 천천히 그녀에게로 몸을 기울였다."무슨 생각 했는지 내가 맞춰볼까? 누나 방금 우리 스킨십했던 거 생각했지."그러자 임유진은 놀란 듯 눈을 커다랗게 떴고 그 모습을 본 강지혁은 바로 자신이 알아맞혔다는 것을 눈치챘다."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장면을 떠올렸는데?"그의 목소리는 마치 여름밤 바람처럼 가볍게 그녀의 마음을 간지럽혔다."혹시 그날 밤?"뜨끔.임유진은 얼굴이 마치 불타오르는 것 같이 뜨겁게 느껴졌고 부끄러운 나머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하필이면 강지혁의 손이 그녀의 턱을 잡고 있는 바람에 고개를 돌릴 수조차 없었다.얼굴이 빨갛게 물든 그녀의 모습에서 강지혁은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을 느꼈다. 또한, 촉촉한 눈동자로 끊임없이 그의 눈을 피하는 걸 보며 소유욕이 들끓었다."누나 지금 부끄러워 하는 거야? 뭐가 부끄러워?"강지혁의 손가락이 천천히 그녀의 볼을 쓸어내렸다."연인이 사랑을 확인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잖아."그의 숨결, 귓가에 감도는 잔잔한 목소리 이 모든 것이 마치 마력처럼 임유진을 끌어당기고 있었다."누나는 지금 행복해?"갑자기 날아든 그의 질문에 임유진은 흠칫했다. 눈을 마주쳐 보니 강지혁은 지금 진지하게 묻고 있었다. 아니, 진지하게 그녀의 대답이 듣고 싶은 것이다.임유진은 대답하기를 망설였지만, 그의 눈과 마주한 순간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고 말았다."응. 행복해."그녀의 대답에 강지혁은 예쁘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나도 행복해. 누나는 앞으로도 내 생각 많이 할 거야, 그렇지?"강지혁이 나지막이 물었다.임유진은 그의 웃음에 취한 것처럼 그저 멍하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앞으로도 그녀는 강지혁의 생각을 많이 할 거다. 그게 아니었으면 이 순간 그에게 푹 빠진 듯한 얼굴을 하고 있지 않았을 테니까.게다가 임유진은 그의 웃음이 더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의 미소를 보면 그녀는 공허했던
차량은 어느새 연회장 앞에 도착했고 강지혁은 임유진의 손을 잡고 연회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무수히 많은 눈길이 임유진에게로 쏠렸다. 강지혁은 늘 화제의 중심이고 게다가 3년이나 공석이던 그의 옆자리를 차지한 여자가 나타났으니 그들의 관심이 쏠리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강지혁은 전 약혼녀였던 진애령과 이러한 연회에 참석했을 때 한 번도 그녀의 손을 잡지 않았지만, 오늘은 다르다. 강지혁은 연회장에 입장해서부터 줄곧 임유진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오늘 연회에는 S 시의 부잣집 아가씨들이 대거 참석했는데 그녀들은 모두 마음 한구석에 강지혁이라는 남자를 손에 넣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강지혁은 S 시에서 여색을 가까이하지 않기로 유명하고 진애령이 죽은 다음에도 한 번도 여자와 스캔들이 난 적이 없었기에 남자친구로서도 남편으로서도 정말 최적의 인물이었다.하지만 그 누구도 선뜻 용기를 내지 못했다. 예전에 한 여성이 강지혁을 꼬시려고 했다가 비참한 말로를 맞이했다는 사실이 부잣집 아가씨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퍼졌기 때문이다.그래서 다들 강지혁은 이번에도 혼자 왔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게 웬걸, 그의 옆에 어떤 여자가 생겨버린 것이다.그 여자의 정체가 뭔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그녀의 차림새로부터 보통 여자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몇몇은 그녀가 입고 있는 드레스가 유명 브랜드 한정판 드레스에 VVIP 고객들에게만 구매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라는 걸 알아보는 사람도 있었다.그래서 그들은 부럽기도 하고 질투가 나기도 했다.임유진은 강지혁의 옆에 꼭 붙어 그가 유명 인사들과 얘기 나누는 것을 곁에서 바라봤다. 강지혁은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꽤 간단하게 그녀를 소개했다. ‘이쪽은 제 여자친구, 임유진입니다.’라고 말이다.지극히 간단한 한마디였지만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는 충분했다.강지혁은 지금 공개적으로 임유진이 어떤 사람인지를 여기 참석한 모든 사람에게 각인시킨 것이다.바로 그때, 연회장 입구 쪽에서 사람들의 웅
강현수 같은 사람은 진정으로 누구를 좋아해 본 적이 있을까?임유진은 머릿속에 이러한 질문이 떠오르는 동시에 자기도 모르게 강현수의 은팔찌가 생각났다.그 은팔찌 때문에 임유진은 강현수라는 사람을 알게 됐다.누가 봐도 어린아이용인 팔찌를 강현수는 정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은팔찌에 얽힌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지금 누구 보는 거야?"그때 낮게 깔린 목소리가 임유진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깜짝 놀란 임유진이 고개를 다시 홱 돌리자 얼굴 바로 앞에 강지혁의 얼굴이 보였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너무나도 가까워 하마터면 입맞춤할뻔했다.강지혁은 예쁜 입술로 나지막이 속삭였다."누나가 누구를 보던지 누나 마음속에는 나 하나뿐이어야 해."그는 말은 임유진에게 하면서 시선은 그녀 너머로 보이는 한 남자에게 고정했다.강현수와 강지혁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이다. 그런 두 사람이 한 여자를 좋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강지혁은 현재 임유진의 마음을 얻은 상태이고 강현수는 아직도 자신이 줄곧 찾고 있는 여자가 임유진이라는 걸 모르고 있다.물론 강지혁은 영원히 강현수가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게 할 예정이다.강현수는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듯한 누군가의 시선에 고개를 돌렸고 곧 두 사람은 허공에서 눈이 마주쳤다.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다 강현수는 임유라를 데리고 강지혁이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그러다 임유진을 발견한 그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늘의 임유진은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예쁘게 땋아 올린 머리 스타일은 우아하면서도 발랄하기까지 했고 거기에 단아한 메이크업까지 더해져 남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끌어당겼다.또한, 촉촉한 눈동자는 화려한 조명 아래 보석처럼 빛이 났고 거기에는 의연함까지 묻어 있었다. 이에 강현수는 마치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 여자아이의 두 눈을 다시 마주 보는 듯했다.어렸을 때의 그 여자아이도 꼭 이런 눈을 한 채 그에게 ‘걱정하지마. 내가 꼭 너를
임유라는 이런 느낌을 오랜만에 받아봤다. 임유진이 강지혁과 함께 있을 때도 그녀는 자신이 임유진보다 못하다는 느낌은 받은 적이 없었다. 자신은 강현수가 인정한 여자친구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자기도 모르게 임유진을 자꾸 의식하게 되고 자신이 꿀린다는 생각이 들었다.강현수는 넋을 놓고 바라보다 임유라의 부름에 곧장 정신을 차리고는 임유진에게 인사를 건넸다."또 만났네요.""네, 안녕하세요."임유진도 그를 향해 짧게 인사했다.강현수는 이번에 시선을 돌려 강지혁을 바라봤다."네가 이번 연회에 참가할 줄은 몰랐네.""여자친구 데리고 눈도장 찍으러 왔어. 앞으로 자주 봐야 할 테니까."강지혁이 담담하게 내뱉은 말에 임유라는 속으로 상당히 놀랐다.‘임유진을 자주 봐야 한다고? 설마... 강지혁이 지금 임유진과 결혼할 수도 있다는 소리야?’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임유라는 또 질투심이 피어올랐지만, 겉으로는 티 내지 않고 웃는 얼굴로 임유진에게 말을 걸었다."언니, 오랜만이야. 그러고 보니 언니한테는 사과부터 해야겠네. 무덤 옮긴 일 말이야, 엄마와 아빠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전화로 얘기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탓에 뭔가 오해가 생긴 것 같아. 아빠도 요즘 언니 보고 싶다고 하셔. 그러니까 언니, 시간 되면 아빠 보러 집으로 좀 와."임유라는 마치 이 모든 것이 정말 오해였던 것처럼 얘기했다.그에 임유진은 피식 웃더니 곧 웃음을 지우고 말했다."사과는 됐어. 어차피 그 일은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잖아. 그런데 네가 왜 사과를 해."감정이 하나도 섞여 있지 않은 듯한 말투에 임유라는 말문이 막힌 채 그저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강현수는 임유라를 힐끗 바라봤다. 그는 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몰랐지만, 썩 좋은 얘기는 아니라는 건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피곤하지? 저쪽으로 가서 좀 쉴까?"강지혁이 임유진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래."임유진은 예쁘게 웃으며 대답했다.그 웃음에 강현수는 갑자기 심장이 저릿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는
심지어 강현수는 지금 당장 손을 풀지 않으면 강지혁이 자신의 손을 그대로 끊어버릴 것 같은 예감도 들었다.여자 하나 때문에 강지혁과 척을 질 필요는 없다. 어차피 임유진은 그가 찾고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이건 이미 전부터 납득한 일 아니었나?강현수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더니 임유진을 붙잡고 있던 손을 천천히 풀었다."미안해요. 내가 실례한 것 같네요. 유진 씨가 제가 아는 고인과 너무 닮아서 저도 모르게 그만."강현수가 예의를 갖춰 사과했다."내 여자친구는 네가 아는 고인이 아니니까 앞으로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강지혁은 차갑게 경고하더니 임유진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떴다.강현수는 멀어져 가는 임유진의 뒷모습을 보며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한편 임유라는 지금 손으로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아니라고? 아니, 아마 임유진이 맞을 거야.’만약 강현수가 방금 말한 고인이 화실에 걸려 있는 그림 속 여자를 지칭하는 거라면 임유진과 그 어린 소녀가 동일인물이라고 임유라는 거의 확신할 수 있다.임유진이 입었던 치마와 여자아이의 얼굴 그리고 강현수가 아끼는 은팔찌까지, 이 모든 것이 다 임유진을 가리키고 있다.하지만 임유라는 이 비밀은 무덤까지 묻어줄 생각이다."현수 씨, 아까 저한테 프로듀서분들 소개해 준다고 하지 않았어요?"임유라는 태연한 표정으로 강현수에게 말을 걸었다.강현수는 임유라를 힐끗 보더니 아련한 눈빛을 거두고 곧 다시 원래의 그의 모습으로 돌아와서는 옅게 웃었다."저쪽으로 가죠."그러고는 임유라를 데리고 프로듀서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임유라는 강현수의 팔짱을 끼고 있는 지금도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강현수의 여자친구는 자신이고 그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도 자신인데 마치 어떻게 해도 넘어가지 못하는 선이 존재하듯 그와 가까워지지 못하고 있다.‘기필코 강현수를 내 남자로 만들어서 누구보다 잘 살 거야!’...강지혁은 임유진을 데리고 조용한 곳으로 갔다."피곤할 텐데 여기 앉아."그러
임유진은 강지혁이 직접 친구라고 언급하는 걸 오랜만에 듣는 것 같았다. 아마 엄청 사이가 돈독한 친구인 듯하다."안녕하세요. 저는 임유진이에요."임유진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자기소개를 했다."안녕하세요. 지혁의 여자친구가 누군지 늘 궁금했는데 이제야 보게 되네요."이한도 따라 웃었다.강지혁은 전에 임유진 때문에 강문철도 내팽개친 채 한 무리의 경찰을 끌고 S 시 옆 동네로 간 적이 있었다. 그런 사건도 있었는데 어떻게 궁금해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그리고 이한은 오늘 드디어 임유진을 보게 된 것이다. 그는 임유진이 절세미인은 아니지만, 사람을 매우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강지혁도 임유진 옆에서는 평소보다 많이 풀어진 듯 보였다.이한은 그 순간, 강지혁이 왜 임유진을 좋아하게 됐는지 알 것도 같았다. 서로 속고 속이는 환경 속에서 가식은 늘 진심보다 많았고 높은 위치에 있다고는 하나 자칫 잘못하면 금방 다시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것이 그들이 사는 세상이다. 그러니 다들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어도 마음속으로는 항상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반면 임유진은 마치 큰 변화 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옆에 있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아마 더 귀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참, 아까 여기 오기 전에 저쪽에서 올해 IT 업계 전망에 관해 얘기 나누고 있던데 너도 갈래?"이한이 강지혁에게 물었다.그리고 곧이어 나온 토론자들 이름에 임유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한이 얘기한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IT 업계 거물들이다.임유진은 지금 평소라면 접촉할 기회조차 없는 사람들과 같은 연회장에 있게 된 것이다.강지혁은 조금 흥미 있는 얼굴을 하더니 곧바로 고개를 돌려 임유진에게 물었다."같이 갈래?""아니. 나는 가도 못 알아들을 것 같아. 여기서 쉬고 있을 테니까 갔다 와."임유진의 말에 강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혹시 배가 고프면...""내가 알아서 먹을게. 걱정하지 마."임유진은 그를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