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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하지만 무엇보다 견고할 것 같던 그의 다짐은 너무 빨리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이건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한차례 사고가 닥친 후 그는 당황스럽고 겁이 나 부모님이 당장 임유진과 관계를 정리하라고 했을 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부모님의 뜻을 따랐다.

그 순간 소민준은 알아챘다. 자신이 높이 샀던 사랑은 결국 제 미래를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임유진 때문에 자신의 미래까지 희생하고 싶지 않았다.

임유진을 사랑한 전제조건은 위풍당당한 소씨 일가 도련님이 되는 것이다. 일단 이 전제가 사라지면 사랑도 부질없어진다.

이 몇 해 동안 그는 가끔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매번 그럴 때마다 모든 게 임유진의 잘못이라고 자신에게 되뇌었다.

그녀가 음주운전으로 진애령을 들이받지만 않았어도 두 사람은 이 지경까지 다다를 일이 없으니 이 모든 건 임유진이 자초한 일이라고 몰아붙였다.

마치 이렇게 생각하면 본인 속이 편해질 것처럼 말이다.

임유진과는 그때 이미 끝난 사이였고 각자 제 갈 길을 갈 거라고 여겼는데 지금 그의 삶에 또 슬슬 그녀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전에 민영의 다리도 그렇고 현재 진세령네 집안 백화점도 그렇고, 모든 게 임유진과 관련됐고 그녀 뒤에 강지혁이 뒷받침해주고 있다.

“민준아?!”

진세령의 목소리에 그는 사색에서 빠져나왔다.

정신을 가다듬고 눈앞의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 있자니 임유진과는 확연히 다른 절세의 미모였다. 진세령은 인기 여배우이자 재벌 출신이라 수많은 남자들에게 여신으로 불리고 있다. 앞으로 진씨 일가의 모든 걸 그녀가 물려받게 될 것이다. 이런 여자야말로 그의 아내가 되기에 가장 적합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당연히 너지!”

소민준이 대답했다.

“그해 교통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난 유진이랑 끝까지 못 갔어. 우리 두 사람은 아예 안 어울렸거든.”

“그럼... 우리 결혼할까?”

진세령이 뜬금없이 물었다. 둘은 약혼한 이후로 서로 부부처럼 대하고 있고 그들과 같은 상류층에서도 약혼은 결혼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차이점이라면 혼인신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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