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Chapter 361 - Chapter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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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1화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강지혁은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천천히 몸을 세웠다. 그러고는 매력적인 눈동자로 그녀를 애절하게 쳐다보았다."누나뿐이야."강지혁이 이토록 누군가의 시선을 갈망하는 것도 임유진뿐이었고, 강지혁의 질문에 아무 대답이 없어도 그가 어떻게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임유진뿐이었다. 강지혁은 그녀 앞에만 서면 원래의 자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나 머리 말려줘."그는 젖은 머리를 말리려고 했었던 수건을 임유진한테 들이밀었다. 임유진은 그 말에 상당히 당황했는지 그저 강지혁이 천천히 허리를 숙여 머리를 자신의 눈앞에 가져다 놓는 걸 바라보고만 있었다."왜? 예전에는 종종 해줬었잖아."강지혁이 뭐가 문제냐는 듯 바라보았다.‘그때랑 지금이 어떻게 같냐고!’임유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천천히 수건을 그의 머리 위에 얹고 요구대로 머리를 말려주었다. 그녀는 수건 때문에 강지혁의 얼굴을 그나마 보지 않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강지혁은 지금, 마치 얌전한 강아지처럼 그녀의 손길에 자신을 온전히 맡기고 있다.임유진은 지금, 이 상황이 마치 자신이 강지혁의 주인이고 말 한마디면 강지혁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이내 속으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냐고 자신을 비웃었다. 현실은 정반대였으니까.강지혁이 지금 강아지처럼 온순하게 굴어서 그녀가 이런 착각이 드는 걸까?그렇게 한참을 말린 후 임유진의 손이 천천히 멈추더니 입을 열었다."다 됐어."수건을 치워버리자 방금까지 물기를 닦아낸 탓인지 강지혁의 앞머리는 그의 이마와 눈을 거의 가리다시피 했고 임유진은 그 모습에 ‘혁이’가 떠올랐다.앞머리 뒤에 가려진 그의 칠흑 같은 검은 눈동자는 임유진을 삼켜버릴 듯 응시했고 임유진은 마치 자신의 영혼이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하여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어 강지혁의 앞머리를 옆으로 넘겨주었다. 그러자 이제는 청초해 보이기까지 한 그의 얼굴이 훤히 드러났다.강지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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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앞으로도 말 잘 들을 테니까, 나 좋아해 줄래?"애절하게 말하는 강지혁을 보며 임유진은 망설였다.만약... 그가 강지혁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아마 그를 좋아하게 됐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상대는 하필이면 강지혁이었고 3년이라는 감옥생활 동안 임유진은 하루도 그가 악몽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고 그가 무섭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임유진은 이제 강지혁과의 관계를 자신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여전히 그가 무섭고 두려웠지만, 자꾸 그가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아파 난다.강지혁이 진지한 얼굴로 달콤한 말을 속삭일 때면 임유진은 어김없이 심장이 두근거렸다.강지혁은 정말로 임유진을 그저 게임 상대로만 생각하고 있을까? 아니면 진심도 섞여 있는 걸까? 그렇다면 임유진은? 임유진은 그한테 설레고 있는 걸까?임유진은 현재 움직이려고 하면 할수록 더 깊이 빠져버리는 늪에 서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배달을 마치고 돌아온 임유진은 가게 안에 있는 한 남자를 보고 멈칫했다. 의자에 앉아 있는 건 바로 강현수였고 그는 이런 작은 가게에 얼굴을 비출 사람이 아니었다.준수한 얼굴에 꼭 어울리는 정장 차림, 그리고 은은하게 풍기는 향수까지 그에게 어울리는 건 고급 레스토랑이나 라운지 바 같은 곳이지 절대 이런 후미진 작은 가게가 아니었다.계산대에는 탁유미가 아닌 탁유미 엄마가 서 있었다.그리고 이때 강현수도 임유진을 발견하고 천천히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설마 했는데 진짜 여기서 일을 하고 있었네요?""여긴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임유진이 궁금한 듯 물었다."어제 길을 가다 우연히 유진 씨가 스쿠터 타고 가는 걸 봤어요. 뒤에 ‘윤이 식당’이라고 쓰여 있더라고요. 그러다 오늘 마침 이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식사도 할 겸 들렀죠."강현수는 아마 모를 것이다. 담담하게 내뱉은 목소리와는 반대로 그의 얼굴에서는 일말의 따뜻함이 묻어나오고 있다는 것을."유진 씨, 여기 세 곳 더 배달해야 해요."그때 탁유미 엄마가 임유진을 향해 외쳤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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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유진 씨, 잠시만요."다급해진 강현수가 얼른 그녀의 팔을 잡았다."혹시 화났어요? 유진 씨 일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없었어요."그러자 임유진이 이상한 눈길로 그를 쳐다봤다."화 안 났어요."임유진은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이고 이런 일에까지 화를 냈다면 그녀는 진작에 화병으로 몸져누웠을 것이다.강현수가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혹시 일자리 필요하면 언제든 나한테 연락해요."그러자 임유진이 그를 쳐다보다 단호하게 얘기했다."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고 강현수 씨가 제 직업까지 신경 써줄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까도 말했다시피 전 지금 배달원 일에 만족하고 있어요."그러고는 자신의 팔을 잡은 강현수의 손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이제 손 좀 풀어주시겠어요? 배달하러 가야 해서."강현수의 검은 눈동자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이내 서서히 손에 힘을 풀고 그녀를 놓아주었다.친한 사이가 아니라고? 임유진은 모르겠지만 강현수는 꽤 임유진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다. 그녀가 어릴 때부터 지금에 잇따르기까지, 물론 전부 임유라의 입에서 전해 들은 말이긴 하지만."지금 일에 만족하고 있다고요?"강현수는 피식 웃었다."한때 잘나가는 변호사였던 사람이 지금 배달 일에 만족하고 있다고요?"그에 임유진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 변호사라는 건 이제 그녀의 마음속에서 꽤 오래전 일이 되어버린 듯했다.그녀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스쿠터에 올라탔다. 그러자 뒤편에서 또다시 강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두 사람 사이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것 같네요. 강지혁 옆에 더는 있고 싶지 않게 되면 언제든지 나한테 연락해요."그 말에 임유진이 잠깐 멈칫하나 싶더니 이내 스쿠터를 타고 떠났다.언젠가 임유진이 강지혁의 곁을 떠나게 되는 날이 와도 강현수를 찾아갈 일은 없을 것이다. 그의 사회적 신분을 생각하면 아마 그는 강지혁보다 더 냉정하고 무정할 것이니까.강현수의 연애사는 꽤 화려한 편이다. 그는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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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너 어디 있냐고 그래서 주방에 있다고 하니까 슬쩍 쳐다보더니 가버리던데?"탁유미 엄마가 대답했다."대체 저 사람이 누군데? 너 아는 사람이야?"필경 자신의 딸이 남자의 얼굴을 본 순간 다급하게 숨어버리는 걸 봐버렸으니 탁유미 엄마도 많이 궁금했을 것이다.그러자 탁유미가 복잡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강현수라고 엔터 사업 쪽에서 알아주는 사람이에요. 내가 그 사람... 옆에 있을 때 저 남자하고 몇 번 정도 마주친 적 있었어요.""그럼 너 알아본 거 아니야?"탁유미 엄마가 다급하게 묻자 탁유미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아마... 알아본 것 같아요."탁유미가 예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라고는 하나 알아보지 못한 거였으면 굳이 떠날 때 그녀에 관해 물어보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러자 탁유미 엄마가 표정을 굳히며 물었다."그, 그럼 이제 어떡하지? 너 여기 있다고 얘기라도 하게 되면 어떡해? 아! 아까 유진 씨 보니까 그 남자와 아는 사이인 것 같던데, 유진 씨한테 부탁해 보면 어때? 너 여기 있는 거 말하지 말아 달라고."그에 탁유미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솔직히 강현수가 어쩌다 이런 작은 가게까지 오게 됐는지 의문이긴 했었지만, 상황을 보니 임유진을 찾으러 온 것이었다. 하지만...‘그 강현수가 일개 식당 배달원을 찾으러 여기까지 왔다고?’임유진이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자 탁유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유진 씨, 혹시 강현수 씨랑 아는 사이에요?""언니가 강현수 씨를 어떻게 아세요?"임유진이 놀란 듯 묻자 탁유미가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매번 여자친구 스캔들로 기사에 대문짝만하게 실리잖아요. 만났던 여자친구들도 다 유명 연예인이라고. 그래서 알죠.""강현수 씨하고는 몇 번 만난 적 있었어요.""그럼 그 사람하고... 아, 아니에요."탁유미가 손사래를 치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웃어 보였다. 임유진은 잠깐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배달음식을 들고 말했다."언니, 그럼 저 배달 다녀올게요.""그래요."탁유미는 역시 자신이 직접 강현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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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그러니까 임유진 씨의 마음을 얻고 싶은 게 맞다는 거지...?’고이준은 오래 살고 볼 일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강지혁이 여자 하나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임유진 씨는 과거에... 아픈 상처를 지닌 분이셔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마음을 사로잡기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아마 억지로 밀어붙인다거나 하면 겉으로는 따를지도 모르겠지만 마음속으로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될 거고요."고이준이 임유진을 냉철하게 분석했다."이건 어디까지나 제 의견이긴 합니다만, 항상 친절하고 부드럽게 대해주고 맞춰주려고 하는 자세로 다가가는 게 제일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야만 임유진 씨 마음의 벽도 서서히 무너질 테니까요.""그러니까 내가 철저하게 잘 보여야 한다는 거지?"강지혁의 혼잣말에 고이준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친절하고 부드럽게 대해주고 맞춰주려고 하는 자세로 다가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지 자신이 언제 철저하게 잘 보이라고 했나..."그런데 잘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고이준은 한 번도 여자에게 먼저 잘 보이려고 노력해 본 적 없을 것 같은 자신의 대표를 보며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때 핸드폰이 울렸고 고이준은 발신자를 보더니 이내 신속하게 전화를 받았다. 그렇게 몇 분 정도 지났을까, 고이준이 전화를 끊고는 강지혁에게 말을 전했다."대표님, 누군가가 진애령 씨 사건을 들쑤시고 있다고 합니다."그러자 강지혁의 얼굴이 삽시에 굳었다."누가?""그것까지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다만 현재 알고 있는 건 꽤 여러 명이 당시 사건자료와 증인들의 행방을 찾고 있다는 겁니다. 또한, 해성시에 있는 증인한테는 현재 사람까지 붙인 것으로 보입니다.""‘갈’씨 성을 가진 그 증인 말하는 거야?"강지혁이 눈썹을 추켜올리며 물었다."네, 그리고 지금 해당 증인을 조사하고 있는 사람은 일전 한지영 씨가 고용한 사립탐정이 아니라고 합니다."고이준은 한지영이 사립탐정을 고용한 시점에서 이미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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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정장 차림에 가죽 구두, 거기에 만화를 막 찢고 나온 것 같은 얼굴까지, 이런 사람을 갑자기 남자친구라고 소개하면 그 누가 믿을 수 있을까.한지영은 하늘을 바라보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요 며칠 일어난 일들을 회상하며 자신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모든 일의 시작이 된 그 맞선. 한지영은 그날 선 자리를 그렇게 망쳐버린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와 보니 한지영의 엄마가 노발대발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왜 남자친구가 있는데 자기한테 얘기를 안 하냐고, 그것 때문에 자기가 어떤 말을 들었는지 아느냐고. 그러고는 집요하게 남자친구가 누군지 물어보기 시작했다.그에 한지영은 마침 근처에 있던 친구가 자신의 사정을 듣고 일부러 남자친구인 척 도와줬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고는 어느 친구냐는 질문에 적당히 자신과 친한 남자애의 이름을 대고 다음 날 말을 맞추려고 했었다.하지만 말을 맞추기도 전에 마침 백연신에게서 전화가 왔고 전화를 받지 않는 한지영이 이상했던 그녀의 엄마가 핸드폰을 낚아채 대신 전화를 받고는 백연신과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그렇게 자연스럽게 한지영과의 관계를 물었고 백연신은 당연하다는 듯, 이 한마디를 던졌다."어머님, 제가 바로 그 남자친구입니다."그 한마디에 한지영네 집은 초토화가 됐고 한지영의 엄마는 언제 한번 시간 내서 집으로 오라고 쐐기를 박았다. 한지영이 필사적으로 핸드폰을 잡으려고 했지만, 한지영의 아빠가 그녀를 제지했고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엄마와 백연신이 통화하고 있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여차여차 통화를 끝낸 후 한지영은 엄마와 아빠한테 족히 2시간을 더 잡혀있었다."너는 애가 남자친구가 있으면 있다고 얘기를 하면 될 것을, 뭘 그렇게 꼭꼭 숨기고 그러니? 얼굴이 못생겼든 직장이 변변치 않든 가족들한테는 얘기는 했었어야지. 아니면 덜컥 애라도 생기고 나서야 얘기하려고 했어?!""..."한지영은 맹세코 그런 생각은 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부모님에게 백연신과는 감정 없는 연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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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문이 열리니 거기에는 한지영의 이웃집 주민이 있었다. 이웃 주민은 한지영을 보더니 반갑게 인사를 했다."지영아, 이제 집에 오는 거니? 그럼 이쪽이 바로 그 남자친구?"이웃 주민은 한지영을 향해 얘기하면서도 연신 백연신 쪽을 쳐다보았다. 그에 한지영이 막 말을 하려고 할 때 백연신이 먼저 입을 열었다."네, 제가 지영 씨 남자친구입니다.""어머나, 그럼 곧 좋은 소식이 들리겠네."이웃 주민은 깍듯하게 인사까지 하는 백연신을 보며 활짝 웃더니 얼른 집으로 올라가라고 재촉했다."이런, 지영아, 얼른 집으로 올라가. 너희 엄마가 오늘 너 남자친구 데리고 온다고 아주 신이 나셨어."한지영은 그제야 왜 이웃 주민이 백연신을 보고 단번에 남자친구냐고 물었는지를 알 것 같았다. 그녀의 엄마가 자신의 딸이 남자친구를 데려온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낸 것이었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한지영은 백연신 쪽을 힐끔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백연신이 곧 웃음이 터질 것 같은 얼굴을 하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에 그녀는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얼른 해명했다."저기, 그게... 우리 부모님이 내가 처음으로 남자친구를 사귀는 거라서 많이 들뜨셨나 봐요. 이따가 대충 고개만 끄덕이면 될 것 같으니까 내가 기회 봐서 연신 씨 데리고 나올게요.""내가 첫 남자친구야?"백연신이 흥미롭다는 듯 허리까지 숙여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바로 눈앞에 조각 같은 얼굴이 떡하니 놓여있자 한지영은 그만 몸이 굳어버렸다. 그러다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하하하... 그게 내가 일만 하다 보니까.""그래? 나를 못 잊어서 다른 남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으면 내 기분이 더 좋았을 텐데."진지한 얼굴로 이런 말을 내뱉은 백연신 때문에 한지영은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그때, 타이밍 좋게 엘리베이터가 층에 도착했고 한지영은 다행이라는 듯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빠져나왔다.이윽고 백연신과 함께 집 문 앞까지 도착해버린 한지영은 심호흡을 한 번 뱉더니 천천히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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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그, 그래요. 반가워요."한지영의 부모님은 백연신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인사를 했다.한지영의 아버지는 백연신을 거실로 안내했고 한지영의 어머니는 한지영을 불러세우더니 낮게 속삭였다."진짜 너 남자친구 맞아? 어디 업체에 부탁해서 데려온 거 아니야?"그러자 한지영이 째려보며 말했다."그럼 그렇게 생각하시던가요.""어머, 얘 말하는 것 좀 봐. 됐고, 얼른 가서 차나 내와."한지영의 어머니는 자신의 딸을 주방으로 보낸 후 친절한 얼굴을 하고 백연신이 앉아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한지영은 군말 없이 주방으로 가서 분부대로 차를 탔다. 그렇게 거실로 차를 내오니 세 사람은 어느새 화기애애하게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우리 지영이하고는 해외에 있을 때 알게 됐다고 했는데 그럼 계속 연락을 하고 지낸 건가?"한지영 엄마가 물었다."아니요. 제가 얼마 전에 한국에 귀국하고 우연히 만나게 됐어요. 그때부터 다시 연락하게 된 거고요."백연신은 한지영 쪽을 슬쩍 보더니 살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사실은 꽤 오랫동안 지영이를 찾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우연히 만나게 됐네요."한지영의 부모님은 백연신의 말에 감동한 얼굴을 했고 한지영은 소름이 돋았다."그것 참 인연이로구먼, 허허허."한지영의 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헌데, 해외에서 만난 지 며칠밖에 안 됐을 텐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우리 딸아이를 좋아하게 됐는가?"한지영의 아버지는 자신이 딸이 고작 해외에 있던 그 며칠 새에 이런 남자를 3년이나 목매게 했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일었다. 백연신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여자가 끊이지 않았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까."지영이랑 같이 있으면 마냥 즐거웠어요. 하루는 제가 술에 취해서..."백연신이 두 사람의 스토리를 얘기하려고 하자 한지영이 당황한 듯 손을 떨더니 이내 찻물을 손에 쏟고 말았다."앗!"그녀가 얼른 찻잔을 내려놓았지만, 손등은 이미 빨갛게 부어올랐다. 백연신은 그 모습에 얼굴을 찌푸리더니 얼른 그녀를 일으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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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해달라는 거 다 해줄게요."한지영은 어차피 자신이 뭘 줘도 백연신의 성에는 차지 않을 거라며 배 째라는 식으로 말했다."그럼 그러지."백연신의 말에 한지영은 그가 이렇게 쉽게 수락할 줄은 몰랐는지 어찌 됐든 간에 다행이라며 안심했다."손은 어때? 아직도 따가워?"백연신이 그녀의 손을 바라보며 물었다."아니요. 이제 좀 괜찮아진 것 같아요."한지영이 괜찮다고 대답을 하고 나서야 백연신은 수도꼭지를 잠그고 몸에 지니고 있던 손수건으로 그녀의 손에 남아있는 물기를 닦아주었다."아직도 조금 빨갛게 달아올랐네, 바르는 약은 있어?""아, 있어요.""그럼 지금 가서 약 가지고 와."백연신의 말에 한지영이 쪼르르 자신의 방으로 달려가 바르는 약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자신이 마치 말 잘 듣는 어린애가 된 것만 같은 기분에 머리를 한번 긁적이다 이내 생각을 멈추고 방에서 나왔다.한지영이 약을 가지고 나와보니 백연신은 어느새 거실에 앉아 자신의 부모님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그녀가 세 사람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마침 그녀의 엄마가 말을 했다."그렇구나, 술에 취해서 우리 지영이가 자네를 밤새 돌봐줬었구나. 우리 지영이 얘가 어릴 때부터 마음이 착하고 여려서 꼭 그렇게 힘든 사람을 보면 도와줘야 직성이 풀리곤 했어. 호호호."한지영은 그 말에 하마터면 발을 접지를 뻔했다. 마음이 착하고 여려? 힘든 사람을 보면 꼭 도와줘야 직성이 풀린다고?한지영은 진실을 모른 채 백연신이 들려주는 얘기에 그녀를 잘 포장하고 있는 자신의 엄마를 보며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네, 그때 지영이가 옆에서 절 밤새 돌봐주지 않았더라면 술 취한 제가 어디 길가에 널브러져 그대로 나쁜 사람들한테 시비라도 당했을 거예요."백연신은 말을 한 후 한지영을 쳐다보며 살인미소를 날렸다."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한지영은 양심을 콕콕 찌르는 그의 말에 차마 그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하지만 한지영의 부모님은 자신의 딸이 대견한지 거기에 한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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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배다른 형제자매들이 있습니다."백연신이 담담하게 얘기했다."저희 아버지가 생전에 여자가 좀 많았었어요. 그래서 자식들도 따라서 많아졌죠."한지영의 부모님은 이런 대답이 나올 줄을 예상 못 했는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해 하고 있었다.그때 한지영이 자신도 모르게 한마디 했다."엄마, 아빠. 연신 씨 부모님 일은 연신 씨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해, 난."백연신은 한지영의 말에 의외라는 듯 그녀를 바라보고는 곧 자신도 모르게 따뜻한 눈빛을 보냈다.그녀의 단호한 목소리에 한지영의 아버지가 먼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그래, 그건 지영이 네 말이 맞다. 그럼 자네는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회사를 책임지고 운영하고 있습니다.""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백연신의 답에 한지영 아버지는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닌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이제 29살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무슨 회사를 운영한다는 건가?"한지영의 아버지는 고작 2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회사를 운영한다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그는 기껏해야 자신의 동창 자식들처럼 회사에서 대리나 혹은 팀장직을 맡고 있을 거로만 생각했다."백선 그룹이라고, 혹시 들어보신 적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한지영의 아버지 같은 소시민들에게 백선 그룹이라고 말을 해 봤자 아마 잘 모를 것이다.그래서 한지영의 아버지는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글쎄... 들어본 적 없는 것 같네. 스타트업 이런 건가?"한지영 아버지는 대기업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안 했는지 당연히 작은 회사인 줄로만 알았다.한지영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옆에서 민망한 듯 다른 곳을 보고 있었고 백연신은 그저 옅게 웃을 뿐이었다.그렇게 한참을 더 얘기하다가 한지영은 슬슬 타이밍을 보며 백연신을 데리고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한지영의 부모님이 같이 식사라도 하지 않겠냐고 제안해왔다."회사에 급한 일이 아직 남아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한지영이 눈을 깜빡이며 백연신에게 사인을 주었다."그렇다고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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