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 차림에 가죽 구두, 거기에 만화를 막 찢고 나온 것 같은 얼굴까지, 이런 사람을 갑자기 남자친구라고 소개하면 그 누가 믿을 수 있을까.한지영은 하늘을 바라보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요 며칠 일어난 일들을 회상하며 자신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모든 일의 시작이 된 그 맞선. 한지영은 그날 선 자리를 그렇게 망쳐버린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와 보니 한지영의 엄마가 노발대발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왜 남자친구가 있는데 자기한테 얘기를 안 하냐고, 그것 때문에 자기가 어떤 말을 들었는지 아느냐고. 그러고는 집요하게 남자친구가 누군지 물어보기 시작했다.그에 한지영은 마침 근처에 있던 친구가 자신의 사정을 듣고 일부러 남자친구인 척 도와줬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고는 어느 친구냐는 질문에 적당히 자신과 친한 남자애의 이름을 대고 다음 날 말을 맞추려고 했었다.하지만 말을 맞추기도 전에 마침 백연신에게서 전화가 왔고 전화를 받지 않는 한지영이 이상했던 그녀의 엄마가 핸드폰을 낚아채 대신 전화를 받고는 백연신과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그렇게 자연스럽게 한지영과의 관계를 물었고 백연신은 당연하다는 듯, 이 한마디를 던졌다."어머님, 제가 바로 그 남자친구입니다."그 한마디에 한지영네 집은 초토화가 됐고 한지영의 엄마는 언제 한번 시간 내서 집으로 오라고 쐐기를 박았다. 한지영이 필사적으로 핸드폰을 잡으려고 했지만, 한지영의 아빠가 그녀를 제지했고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엄마와 백연신이 통화하고 있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여차여차 통화를 끝낸 후 한지영은 엄마와 아빠한테 족히 2시간을 더 잡혀있었다."너는 애가 남자친구가 있으면 있다고 얘기를 하면 될 것을, 뭘 그렇게 꼭꼭 숨기고 그러니? 얼굴이 못생겼든 직장이 변변치 않든 가족들한테는 얘기는 했었어야지. 아니면 덜컥 애라도 생기고 나서야 얘기하려고 했어?!""..."한지영은 맹세코 그런 생각은 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부모님에게 백연신과는 감정 없는 연애를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문이 열리니 거기에는 한지영의 이웃집 주민이 있었다. 이웃 주민은 한지영을 보더니 반갑게 인사를 했다."지영아, 이제 집에 오는 거니? 그럼 이쪽이 바로 그 남자친구?"이웃 주민은 한지영을 향해 얘기하면서도 연신 백연신 쪽을 쳐다보았다. 그에 한지영이 막 말을 하려고 할 때 백연신이 먼저 입을 열었다."네, 제가 지영 씨 남자친구입니다.""어머나, 그럼 곧 좋은 소식이 들리겠네."이웃 주민은 깍듯하게 인사까지 하는 백연신을 보며 활짝 웃더니 얼른 집으로 올라가라고 재촉했다."이런, 지영아, 얼른 집으로 올라가. 너희 엄마가 오늘 너 남자친구 데리고 온다고 아주 신이 나셨어."한지영은 그제야 왜 이웃 주민이 백연신을 보고 단번에 남자친구냐고 물었는지를 알 것 같았다. 그녀의 엄마가 자신의 딸이 남자친구를 데려온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낸 것이었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한지영은 백연신 쪽을 힐끔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백연신이 곧 웃음이 터질 것 같은 얼굴을 하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에 그녀는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얼른 해명했다."저기, 그게... 우리 부모님이 내가 처음으로 남자친구를 사귀는 거라서 많이 들뜨셨나 봐요. 이따가 대충 고개만 끄덕이면 될 것 같으니까 내가 기회 봐서 연신 씨 데리고 나올게요.""내가 첫 남자친구야?"백연신이 흥미롭다는 듯 허리까지 숙여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바로 눈앞에 조각 같은 얼굴이 떡하니 놓여있자 한지영은 그만 몸이 굳어버렸다. 그러다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하하하... 그게 내가 일만 하다 보니까.""그래? 나를 못 잊어서 다른 남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으면 내 기분이 더 좋았을 텐데."진지한 얼굴로 이런 말을 내뱉은 백연신 때문에 한지영은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그때, 타이밍 좋게 엘리베이터가 층에 도착했고 한지영은 다행이라는 듯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빠져나왔다.이윽고 백연신과 함께 집 문 앞까지 도착해버린 한지영은 심호흡을 한 번 뱉더니 천천히 문을
"그, 그래요. 반가워요."한지영의 부모님은 백연신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인사를 했다.한지영의 아버지는 백연신을 거실로 안내했고 한지영의 어머니는 한지영을 불러세우더니 낮게 속삭였다."진짜 너 남자친구 맞아? 어디 업체에 부탁해서 데려온 거 아니야?"그러자 한지영이 째려보며 말했다."그럼 그렇게 생각하시던가요.""어머, 얘 말하는 것 좀 봐. 됐고, 얼른 가서 차나 내와."한지영의 어머니는 자신의 딸을 주방으로 보낸 후 친절한 얼굴을 하고 백연신이 앉아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한지영은 군말 없이 주방으로 가서 분부대로 차를 탔다. 그렇게 거실로 차를 내오니 세 사람은 어느새 화기애애하게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우리 지영이하고는 해외에 있을 때 알게 됐다고 했는데 그럼 계속 연락을 하고 지낸 건가?"한지영 엄마가 물었다."아니요. 제가 얼마 전에 한국에 귀국하고 우연히 만나게 됐어요. 그때부터 다시 연락하게 된 거고요."백연신은 한지영 쪽을 슬쩍 보더니 살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사실은 꽤 오랫동안 지영이를 찾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우연히 만나게 됐네요."한지영의 부모님은 백연신의 말에 감동한 얼굴을 했고 한지영은 소름이 돋았다."그것 참 인연이로구먼, 허허허."한지영의 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헌데, 해외에서 만난 지 며칠밖에 안 됐을 텐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우리 딸아이를 좋아하게 됐는가?"한지영의 아버지는 자신이 딸이 고작 해외에 있던 그 며칠 새에 이런 남자를 3년이나 목매게 했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일었다. 백연신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여자가 끊이지 않았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까."지영이랑 같이 있으면 마냥 즐거웠어요. 하루는 제가 술에 취해서..."백연신이 두 사람의 스토리를 얘기하려고 하자 한지영이 당황한 듯 손을 떨더니 이내 찻물을 손에 쏟고 말았다."앗!"그녀가 얼른 찻잔을 내려놓았지만, 손등은 이미 빨갛게 부어올랐다. 백연신은 그 모습에 얼굴을 찌푸리더니 얼른 그녀를 일으켜
"해달라는 거 다 해줄게요."한지영은 어차피 자신이 뭘 줘도 백연신의 성에는 차지 않을 거라며 배 째라는 식으로 말했다."그럼 그러지."백연신의 말에 한지영은 그가 이렇게 쉽게 수락할 줄은 몰랐는지 어찌 됐든 간에 다행이라며 안심했다."손은 어때? 아직도 따가워?"백연신이 그녀의 손을 바라보며 물었다."아니요. 이제 좀 괜찮아진 것 같아요."한지영이 괜찮다고 대답을 하고 나서야 백연신은 수도꼭지를 잠그고 몸에 지니고 있던 손수건으로 그녀의 손에 남아있는 물기를 닦아주었다."아직도 조금 빨갛게 달아올랐네, 바르는 약은 있어?""아, 있어요.""그럼 지금 가서 약 가지고 와."백연신의 말에 한지영이 쪼르르 자신의 방으로 달려가 바르는 약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자신이 마치 말 잘 듣는 어린애가 된 것만 같은 기분에 머리를 한번 긁적이다 이내 생각을 멈추고 방에서 나왔다.한지영이 약을 가지고 나와보니 백연신은 어느새 거실에 앉아 자신의 부모님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그녀가 세 사람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마침 그녀의 엄마가 말을 했다."그렇구나, 술에 취해서 우리 지영이가 자네를 밤새 돌봐줬었구나. 우리 지영이 얘가 어릴 때부터 마음이 착하고 여려서 꼭 그렇게 힘든 사람을 보면 도와줘야 직성이 풀리곤 했어. 호호호."한지영은 그 말에 하마터면 발을 접지를 뻔했다. 마음이 착하고 여려? 힘든 사람을 보면 꼭 도와줘야 직성이 풀린다고?한지영은 진실을 모른 채 백연신이 들려주는 얘기에 그녀를 잘 포장하고 있는 자신의 엄마를 보며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네, 그때 지영이가 옆에서 절 밤새 돌봐주지 않았더라면 술 취한 제가 어디 길가에 널브러져 그대로 나쁜 사람들한테 시비라도 당했을 거예요."백연신은 말을 한 후 한지영을 쳐다보며 살인미소를 날렸다."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한지영은 양심을 콕콕 찌르는 그의 말에 차마 그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하지만 한지영의 부모님은 자신의 딸이 대견한지 거기에 한 술
"배다른 형제자매들이 있습니다."백연신이 담담하게 얘기했다."저희 아버지가 생전에 여자가 좀 많았었어요. 그래서 자식들도 따라서 많아졌죠."한지영의 부모님은 이런 대답이 나올 줄을 예상 못 했는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해 하고 있었다.그때 한지영이 자신도 모르게 한마디 했다."엄마, 아빠. 연신 씨 부모님 일은 연신 씨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해, 난."백연신은 한지영의 말에 의외라는 듯 그녀를 바라보고는 곧 자신도 모르게 따뜻한 눈빛을 보냈다.그녀의 단호한 목소리에 한지영의 아버지가 먼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그래, 그건 지영이 네 말이 맞다. 그럼 자네는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회사를 책임지고 운영하고 있습니다.""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백연신의 답에 한지영 아버지는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닌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이제 29살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무슨 회사를 운영한다는 건가?"한지영의 아버지는 고작 2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회사를 운영한다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그는 기껏해야 자신의 동창 자식들처럼 회사에서 대리나 혹은 팀장직을 맡고 있을 거로만 생각했다."백선 그룹이라고, 혹시 들어보신 적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한지영의 아버지 같은 소시민들에게 백선 그룹이라고 말을 해 봤자 아마 잘 모를 것이다.그래서 한지영의 아버지는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글쎄... 들어본 적 없는 것 같네. 스타트업 이런 건가?"한지영 아버지는 대기업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안 했는지 당연히 작은 회사인 줄로만 알았다.한지영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옆에서 민망한 듯 다른 곳을 보고 있었고 백연신은 그저 옅게 웃을 뿐이었다.그렇게 한참을 더 얘기하다가 한지영은 슬슬 타이밍을 보며 백연신을 데리고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한지영의 부모님이 같이 식사라도 하지 않겠냐고 제안해왔다."회사에 급한 일이 아직 남아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한지영이 눈을 깜빡이며 백연신에게 사인을 주었다."그렇다고 어머님
"그래?"백연신은 시선을 피하는 그녀의 볼이 희미하게 붉어진 것을 보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그때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고 두 사람은 천천히 백연신이 차를 주차해 둔 곳까지 걸어갔다.한지영은 한시라도 빨리 백연신을 보내고 싶었는지 주차장에 다다르자 얼른 그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그럼 잘 가요."한지영이 뒤도 안 돌아보고 다시 집으로 가려고 몸을 돌리자 백연신이 한발 빨리 한지영의 팔을 낚아채 그녀를 자신의 품에 끌어안았다."아!"한지영은 그의 가슴께에 코를 부딪치고 많이 아픈지 소리까지 냈다. 이런 식으로 갑자기 부딪힌 게 이번 한 번이 아니었지만, 매번 적응되지 않았다.백연신은 허리를 숙여 입술을 그녀의 귓가로 가져가더니 나지막이 속삭였다."아까 호텔에서 있었던 일을 비밀로 해주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해준다고 약속했었지?""뭐... 뭐 해줄까요?"한지영은 침을 한번 삼키며 당황한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지금 나한테 키스해. 그리고 내가 제일 좋다고 말해."백연신의 요구에 한지영이 눈을 깜빡이며 재차 물었다."여기서요?""응, 여기서."지금은 8시도 채 안 된 시간이었기에 아파트 단지를 걸어 다니고 있는 주민들이 꽤 많이 있었다. 두 사람이 있는 주차장에는 그나마 사람들이 적은 편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무도 없는 건 아니었다.한지영은 입술을 깨물고는 물었다."장소만 좀 바꾸면 안 될까요?""왜? 내가 창피해? 그래서 그래?"백연신이 눈썹까지 치켜들며 물었다."그게 아니라, 이런 곳에서 하다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뒤에서 수군거릴 게 뻔한데.""뭐가 문제지?"백연신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우리는 지금 애인 사이 아닌가? 커플이 키스하는 건 당연한 거야. 마음대로 수군대라고 해."‘하지만 우리는 얼마 안 가 곧 헤어질 거잖아요!’한지영은 다행히 속으로만 내뱉었다. 이런 ‘끝’은 서로가 알고 있음에도 굳이 꺼내지 않는 것이 예의이니까. 한지영은 백연신을 바라보았다.그는 달빛을
퇴근 시간이 되고 임유진은 탁유미를 불렀다."언니, 저 내일 오후 반 차 좀 쓸 수 있을까요? 엄마 산소에 가야 할 것 같아서요."추석은 공휴일이 맞지만, 요식업계는 그런 날이면 더 바빴기에 휴가를 쓰려면 미리 말을 해줘야 했다.탁유미는 임유진의 말에 얼른 대답했다."당연하죠. 그렇게 해요. 오후에 갈 거면 내가 음식이라도 몇 가지 만들어 줄까요?""아니요, 제가 준비할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임유진은 자신이 직접 요리를 해드리고 싶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그녀는 아직 어렸고 이제는 다 컸으니 직접 요리해서 어머니께 대접해 드리고 싶었다."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조심해서 가요."탁유미는 퇴근하는 임유진을 보며 뭐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끝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탁유미는 임유진이 자기 입으로 강현수와 친한 사이는 아니라고 했으니 임유진에게 굳이 이런 부탁을 하면 그녀가 곤란해질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어차피 이건 자신의 문제이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강현수를 찾아가 얘기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임유진은 가게에서 나온 후 바로 강씨 저택으로 가지 않고 마트에 들러 음식 재료를 산 후 성묘에 필요한 준비물들을 구매하러 스쿠터를 타고 어떤 작은 가게로 향했다."할머니, 저 왔어요."임유진은 익숙한 듯 80대쯤 되어 보이는 장 할머니를 향해 말했다. 그녀는 매년 산소로 가기 전에 꼭 이곳에 와 준비 물품들을 구매하곤 했었다. 감옥에 있는 3년은 예외였지만."유진이구나. 내일 어머니 산소로 가는 거야?"장 할머니는 오랜만에 찾아온 임유진을 향해 웃어 보였다."네."장 할머니는 임유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익숙한 듯 봉투에 물건들을 담아 넘겨주었다."2, 3년은 여기로 안 왔던 것 같은데. 난 그래서 올해도 안 오는 줄 알았어.""그때는 음... 제가 좀 일이 있어서요. 다른 곳에서 샀어요."임유진은 물건을 받아 들며 대충 얼버무렸다."유진이 어머니는 좋겠네. 유진이처럼 효녀를 둬서."그 말에 임유진
임유진은 음식 재료를 냉장고에 넣은 후 몸을 돌려 보니 거기에는 강지혁이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그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그의 시선이 조금 부담스러웠던 임유진은 애써 그의 눈길을 피하며 부엌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강지혁에 의해 팔을 붙잡혔고 그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굿나잇 인사는?""잘 자."임유진의 짤막한 인사에 강지혁이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누나, 왜 이렇게 점점 성의가 없어지는 것 같지?""..."임유진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누가 그러는데 누나가 나를 좋아하게 만들려면 내가 누나한테 철저하게 잘 보여야 한대."강지혁이 허리를 숙여 임유진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그래서 누나 의견도 듣고 싶은데. 내가 그렇게만 하면 진짜로 나를 좋아해 줄 거야?"임유진은 하마터면 혀를 깨물 뻔했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방금 저 말 진짜 강지혁의 입에서 나온 거 맞아?’임유진의 기겁한 듯한 표정에 강지혁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왜? 내가 누나한테 잘 보이겠다는 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임유진은 목구멍에 뭔가가 막힌 것처럼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강지혁이 그런 그녀의 입술을 매만지더니 나지막이 속삭였다."이제는 내가 얼마나 누나의 애정을 바라고 있는지 알 것 같아? 그래서 내가 어떻게 잘 보여야 누나는 나를 좋아해 줄 거야?"임유진은 강지혁이 지금 매만지고 있는 자신의 입술이 점점 더 뜨거워 나는 것만 같았다. 또한, 심장도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임유진은 강지혁이 이런 말까지 내뱉을 줄은 몰랐다.강지혁은 진짜로 그녀를 좋아하는 걸까? 그녀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고 싶을 만큼? 어디까지가 진심인 거야, 대체?임유진은 묻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지만 결국에는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추석 점심, 강지혁은 강문철이 있는 병원에 들렀다."너희 아버지 산소는 잘 다녀왔니?"강문철이 물었다.한때 잘